병법 노자, 생존과 승리의 제왕학 - 생존의 기술, 승리의 조건, 변화의 전술 제자백가 아카이브 3
임건순 지음 / 서해문집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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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자는 현실 도피자가 아니다!! 우리가 고등학교에서 배운 노자는 혼란한 춘추전국시대에 혼란한 세상을 떠나 산속으로 숨어들어간 운둔자라는 이미지의 노자이다. 너무도 당연한 이러한 이미지를 나이들어서도 가지고 살았다. 그러던중, 팟캐스트 '학자들이 수다'에서 김시천의 색다른 주장을 알게되었다. 노자 주석본 중에서 하상공장주에는 우리가 알고있는 노자와는 전혀다른 노자가 그려져있다. 천의 얼굴을 가진 노자!! 노자 주석서중에서 우리는 왕필본에만 치우쳐 노자를 이해했다. 그러나 하상공장주에 나와있는 노자는 제왕들에게 통치의 기술을 가르치고 있었다. 그리고 같은 팟캐스트에서 임건순의 주장을 들었다. '도덕경'은 병법서이다.!! 무슨말인가? '도덕경'이 병법서라니?? 순간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논어'를 다읽고 나면, '도덕경'에 도전하겠다 다짐했다. 그리고 병법서로 도덕경을 한번 읽어보겠다는 다짐을 했다. 올해 초부터 '도덕경'을 왕필주석본으로 읽고 있다. 그러면서 이 주석을 달리 풀이해보는 연습을 했다. 혼자만은 힘든작업이었다. 그래서 임건순의 '병법노자'를 읽기로 했다. 그 속으로 들어가 보자.

 

1. '도덕경'은 병법서이다.

  사상은 골방에서 세상과 단절되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사상가는 시대와 호흡하면서 시대의 고민을 고민하고 시대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한다. 그 과정에서 사상이 성립한다. 이 평범한 진리를 우리는 '도덕경'을 읽으며 너무도 쉽게 간과했다. 살육과 전쟁, 암투가 난무하던 춘추전국시대! 그그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묘책을 모색하던 과정에서 '도덕경'이 쓰여졌다고 임건순은 주장한다. 탁견이다. 살아남는것! 그것이 절대 과제였던 시대에 당연히 '도덕경'도 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이 담겨있다. 전쟁이 난무했기에 '도덕경'에는 병법서에서 보았던 구절들이 너무도 많았다.

  '소국과민 (小國寡民)'을 어떻게 해석하는가? 나는 전원적인 원시공동체를 생각했다. 그러나 임건순은 '내무반'을 생각했다. 작은 단위로 쪼개고 자신이 입는 옷을 편안하게 생각하게 하며, 맛없는 음식을 맛있게 먹게하고, 죽음을 중히여기도록하는 사회!! 그곳이 바로 군대의 모습이었다. 법가에서 추구했던 '재민지배'가 바로 '소국과민'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백성들을 전쟁터로 보내기에 가장 알맛도록 편재하고 그들을 효과적으로 동원할 수 있도록 우직하게 만들필요를 노자는 잘알고 있었다. 그리고 노자는 '도덕경'에 이를 담았다. 나는 여기에서 생각을 더해보았다. '국'이란 무엇인가? 바로 제후가 사는 곳을 '국'이라했다. 춘추전국시대 제후들이 독립하면서, 제후들이 사는 '국'이 국가가 되었다. 그러면서 '국'의 뜻이 확장되었다. 제후국을 작게하고 그 민을 적게하라는 말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황제라면, 제후들의 발호를 막기 위해서 그들의 힘을 약하게 해야한다. 그리고 그들을 효과적으로 동원해야한다. 순간 나는 무릎을 쳤다. 맞다. '도덕경'은 영락없는 제왕학의 교재이면서 병법서이다. 도덕경을 병법서로 볼 수 있는 근거는 이것 말고도 많았다.

  '성기지 (絶聖棄智)'를 어떻게 해석할까? 성스러운 것을 끊어버리고 지혜를 버려라!! 라고 해석할까? 그런데 임건순은 이를 우직한 병력 자원을 마련하기 위한 방책으로 풀이한다. 먹물든 사람들이 싸우기보다는 자신을 위해서 도망치고 살길을 바라지 않았던가? 맞았다. 화랑 관창을 보며 과거에는 국가를 위해서 자신의 목숨을 초개처럼 버리는 위대한 인물이라 평가했으나, 지금 나는 국가주의가 인간을 수단으로 만들어 버렸다고 개탄하고 있다. '인본주의', '개인의 인권', '개인의 가치'라는 고상한 덕목이 나의 머릿속을 채우면서 유한한 자신의 목숨을 영원한 민족과 국가를 위해서 바치라는 말에 코웃음을 치고 있다. '절성기지'는 '소국과민'으로 동원한 병력을 강하고 우직하게 만드는 방법을 논하고 있었다.

  '천지불인(天地不仁)'는 또 어떻게 해석할까? 천지가 불인하다니!! 나쁜 사람은 하늘이 벌을 줄것이라고 믿는 것이 우리들의 사고방식이 아닌가? 그런데 임건순은 이를 승리를 위해 냉정하라! 사람을 짚으로 만든 강아지처럼 취급하라라고 풀이한다. '천지'는 바로 제왕이다. 그리고 장군을 뜻한다. 백성과 병사를 다스릴때는 필요하다면 냉정해져야한다. 때로는 이기기위해서 자신의 병사들을 사지에 몰아 넣어야한다. 그렇기에 '천지는 불인'해야한다. 김유신이 개백의 5천결사대를 이기기 위해서 어린 관창을 사지에 몰아 넣었지 않은가? 장수는 불인해야한다. 불인해야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 노자는 용병술을 말하고 있었다.

 '도가도비상도(道可道非常道)'라는 구절은 가장 유명한 구절이다. 도올은 이 구절은 만물은 항상 변화한다라는 뜻으로 풀이했다. 그런데, 임건순은 이를 승리의 길은 항상 정해져있지 않다고 풀이한다. 장수가 항상 견지해야할 변화하는 상황속에서 어떻게 전투를 승리로 이끌 것인가를 말한 말로 해석하고 있다. 그래서 때로는 돌아가는 길이 지름길인 경우도 있다. 실생활에서도 이말은 너무도 많이 경험해본다.

 '장생구시(長生久視)'라는 말은 이 책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다. 아니,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구절일 것이다. 흔히 '도광양회'라는 말을 많이들 들어보았을 것이다. 자신의 뜻을 숨기고 조용히 힘을 그리라는 이 말은, 이미 노자가 했었던 말의 다른 표현이었다. 길게 오래살려면 섯뿔리 나서기 보다는 힘을 길러야한다. 자신의 뜻을 숨기고 때를 기다리는 인내력은 중국인을 당해낼 수 없다. 수많은 전쟁으로 많은 사람이 죽어가야했던 혼란의 역사속에서 중국인들이 몸으로 채득한 교훈을 노자는 이미 그의 책에서 말하고 있었다.

  이책에서 말하고 있는 도덕경의 내용들의 일면만 보더라도 도덕경은 영락없는 병법서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역사에서는 도덕경을 병법서로 보지 않았을까? 라는 의문을 품어본다. 임건순이 놓친 이 부분을 한번 탐구해보자.

 

  2. 우리 역사속의 병법서 '도덕경'

  우리 역사속에서 도덕경이 언제 처음 소개되었을까? 삼국사기 백제본기에 도덕경이 보인다. 고구려 군사를 격파한 태자 근구수가 고구려 군사를 추격하려하자, 신하가 말고삐를 잡으며, '지족불욕(知足不辱) 지지불태(知止不殆)'라는 도덕경의 구절을 인용하며, '태자깨서 족함을 얻었으니, 지금 그친다면 위태롭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말하자, 영민한 태자 근구수가 이를 따랐다. 놀라운 것은 도덕경을 전쟁에서 인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백제에서도 도덕경을 병법서로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도덕경은 단순한 책이 아니었다. '장욕탈지 필고여지(將欲奪之 必固與之)'라는 말이 있다. 빼앗으려면 먼저 주어야한다. 고구려군사들이 거짓으로 패하고 도망가는 척하며 백제군을 유인할 수 있는 상황에서 추격을 멈춘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고구려의 명장 을지문덕의 시에서도 '도덕경'의 냄새가 난다. 족함을 얻었으니 돌아가는 것이 어떠냐는 내용의 시에서 고구려에서도 도덕경을 병법서로 읽었으며, 을지문덕도 도덕경에 능통했을 것으로 상상하게 한다. 임건순도 을지문덕이 시를 지어 조롱한 것이 아니라, '노자'의 지족과 지지라는 병법의 원칙과 지침을 상기시켜 준 것이고, 이에 따라 우중문과 우문술이 후퇴할 수 밖에 없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탁월한 견해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에게 도덕경은 어떠한 교훈을 주고 있을까?

 

3.  도덕경에 비친 오늘

  도덕경에는 장차 빼앗으려면 먼저 주라고 말한다. 이 구절을 읽을 때, 문재인정권의 탁월한 외교력이 떠올랐다. 외국기자가 북한과의 대화에서 트럼프가 기여를 했는가?라는 질문에 문재인은 아주 많은 기여를 했다고 화답했다. 트럼프에게 많은 것을 얻어내기 위해서 트럼프를 평화의 전도사로 추켜올렸다. 중간선거에서 이겨야만하는 트럼프를 띄워주어 문재인정권은 평화와 대화라는 값진 결실을 얻어내려한 것이다. 도덕경은 이렇게 우리의 외교전에서 많은 외교전략을 제시하고 있었다.

  어디 그뿐이랴, 지금의 미투운동에서도 도덕경은 큰거울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귀해지려면 천함으 근본으로 삼아야하고 높아지려면 반드시 낮음을 바탕으로 해야한다.라는 도덕경의 구절이 있다.  A정치인이 떠오른다. 차기 유력한 대선주자이며, 풍수지리를 하는 분이 A의 손을 잡는 자가 대통령이 될 것이며, 그다음 대권은 A가 거머쥘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런 그가 하루 아침에 파렴치한으로 떨어졌다. 높아지려는 사람이 그 권력을 이용해서 낮은 사람들을 상처주었을때,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는 교훈을 우리에게 주는 현실이다. 물론 아직 사법적인 결론이 아지 않아 뭐라 단정할 수는 없다. 누구의 말처럼 음모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진실이 어떠한 것이든지, 도덕경은 스스로 높아지려면 낮은 곳에 임하고 항상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음을 생각하고 경계하라는 주문을 우리에게 한다. A정치인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 항상 조심했어야했다. 자신의 조그만 실수가 상대방에게 공격의 호기가 될수도 있기에 항상 자신을 낮추며 낮은 곳에 임해야했다. 낮은 곳에 임하는 척만으로는 부족했다.

  '도가도 비상도'라는 명언은 패턴이 아니라 전술로 싸워야한다고 말한다. 이는 일상생활에서도 진학지도에서도 드러나는 명언이다. 학생부종합전형의 경우, 처음에는 대학에서 동아리활동을 중시했다. 그런데, 많은 학교에서 동아리활동을 내실있게 적어주자, 이제는 교과세부능력 특기사항을 유심히바라본다. 처음에는 열심히하는 학생들을 많이 써주었다면, 이제는 거의 모든 학생을 잘 써주기에, 대학에서는 동일한 내용은 삭제하고 독특한 내용만을 보기 시작했다고 한다. 전술은 패턴이아니다. 같은 전술은 필패를 부른다. 항상 변화하는 상황속에서 '상도'를 추구하기 보다는 변화하는 전술로 응해야한다. 인생도 전쟁의 일부일수 있으니 말이다.

  학생들에게 6.25를 가르칠 때, 중국이 인해전술을 써서 우리가 1.4후퇴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정확히는 인해전술이 아니라 '기동과 포위의 전술'이라고 수정해서 설명했다. 그런데, '인해전술'과 '기동과 포위'전술은 같은 내용이었다. 다시말해서, '인해전술'은 단순한 저글링러쉬가 아니었다. 대병력을 이용해서 은밀히 적 후방에 침투시켜 주요거점과 길목을 장악하고 보급망을 차단하여 적을 고립시키는 고난위의 전술이었다.  '인해전술'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는다면 6.25라는 역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으며, 제대로 가르칠 수도 없다. '인해전술'이 바로 노자의 '이무치유以無治有’의 논리가 실현된 전술이었다.

  '문을 나서지 않고도 천하를 알고 창문으로 내다보지 않아도 천도를 안다.'라는 표현을 임건순은 장막안에서 전략을 짜는 모습이라고 풀이한다. 그리고 전략에서 이겨야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피력한다. 우리 역사속에서도 전투에서 이기고 전쟁에서 패하는 경우가 있지 않은가? 신미양요때 포함외교라는 고전적 전술로 미국은 우리를 협상장으로 불러오려했으나, 만명이 죽는다해도 강화는 없다라는 흥선대원군의 전술에 미국은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전투에서 미국이 이겼지만, 전쟁에서는 흥선대원군이 이긴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미국 정부는 전략의 패배라고 성토했고, 흥선대원군은 척화비를 세우며 승리를 자축했다. 우리 주변에서도 큰그림을 보지 않아서 인간관계에서 전투에서 승리하고 전쟁에서 패배하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내가 패배하여 더많은 것을 얻기도 한다. 도덕경은 우리 인생이라는 전쟁터에서 승리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었다.

 

  이책은 단순히 '도덕경'을 병법으로만 소개하지 않고 법가와 유가를 새롭게 소개하고 있다. 법가와 병가, 노자가 눈이라면, 유가는 귀이며, 묵가는 입이라고 말한다. 중국인이 손자와 노자의 자식이라면, 우리는 공맹의 자식이라고 말한다. 명분과 대의를 중시하며 때로는 교조적이기에 윤봉길과 같은 많은 의사들이 탄생했다. 그리고 붕당정치를 하면서 자신의 목숨을 내놓는 것도 우리가 공맹의 자식이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 중국인은 실리적이며 그러하기에 의사가 나올 수없다고 말한다. 병법을 주로 읽고, 병법서를 풀이한 책을 쓴 저자는 공맹의 자식인 한국인이 좋다는 아이러니한 말까지 한다. 임건순!! 그는 단순히 현학적인 말들로 고전을 표현하지 않는다. 쉬운말과 색다른 그만의 눈으로 '도덕경'이라는 고전을 새롭게 볼 수있도록 우리를 도와주고 있다. 그의 책을 더 읽어 보고 싶은 욕망이 샘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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