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의 생각수업 - 세계 최고의 대학에서는 무엇을 가르치는가? 세계 최고 인재들의 생각법 1
후쿠하라 마사히로 지음, 김정환 옮김 / 엔트리(메가스터디북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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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복에 지치지 않는 자가 성공한다."  어느 3학년 교실에 걸려 있는 급훈이다. 그 급훈을 보는 순간, 숨이 콱 막혔다. 반복에 지치지 않아야 성공할 수 있는 우리 사회와 우리 교육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말이기에, 이 급훈에서 느끼는 절망감은 너무도 컸다.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기고, 제4차 산업혁명이 우리의 삶을 바꾸는 현실 앞에서 우리의 교육은 아직도 '반복'만을 강조한다. 그리고 그래야만 이 무한 경쟁의 한국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과연 우리의 교육은 잘 가고 있는 것일까? 이런 고민속에서 '하버드의 생각수업'을 꺼내들었다. 세계의 명문 대학들은 어떻게 생각하는 자를 기르고 있을까? 과연 그들은 우리 한국 교육현실을 바꿀 수 있는 롤모델일까?

 

1. 철학적 사유를 하라!!

  우리 대학에서 폐지되고 있는 학과중에 하나가 철학이다. 어느 철학자는 철학과를 폐지하는 것보다 더 우려되는 것은, 철학하는 삶이 없어지는 것이다. 라고 말했다. 생각하기 보다는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고, 주어진 것을 암기하는 단순한 기계로 우리 인재를 길러내는 상아탑을 바라보면서 답답함을 느낀다. 그런데, 세계 최고의 명문 대학에서는 그들의 기초적인 배움 속에서 철학적 사유가 자리잡고 있었다. 2012년 하버드 대학 로스쿨 입시 · 소논문 문제로 "당신 자신에 관해 쓰시오"라는 문제가 출제되었으며, 2011년 프랑스 바칼로레아 철학 시험문제에서는 "평등은 자유를 위협하는가?"라는 문제가 출제되었다. 또한 2011년 옥스퍼드 대학 입시 문제에서는 "주차 위반을 하면 사형에 처하는 법률을 제정했더니 아무도 주차 위반을 하지 않게 되었다. 이것은 적절한 법률이라고 할 수 있을까?"라는 문제가 출제되었다. 단순히 암기해서는 문제를 풀 수 없는 문제들이다. 반면 한국 입시문제들은 자신의 생각을 적기보다는 무사유속에서 철저히 주어진 문제의 틀속에서 문제를 해결해야한다. 얼마나 많은 문제를 빠른시간 속에서 풀었는가가 중요하다. "수학에서도 풀이과정을 암기해야되요. 수학도 암기과목이에요"라는 말을 수학선생님이 하신적이 있다. 사유의 학문이라고 생각했던 수학도 한국의 입시 현실속에서는 풀이과정을 암기하여 빠른시간내에 풀어내는 암기과목으로 변신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무사유 속에서 자라나는 사람은 절대적인 권위자의 지식에 절대복종하는 노예가 된다. 지금의 국정농단 사태는 그러한 무사유가 낳은 비극이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할 것이다.

 

2. 지식이 살아있게 하라.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단순히 지식만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과 관련된 문제들을 제시하고 독자로 하여금 이를 생각하도록 유도한다. 지식이 상아탑속에 구속되어 있지 않고, 현실의 문제와 호흡하면서 살아있는 지식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이것이 이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한예를 들어보자. 핵무기에 대한 대응을 홉스와 로크의 관점에서는 어떻게 생각할 수 있을까? 홉스처럼 인간을 악하게보고 타국이 우리나라를 공격할지도 모른다는 관점에서 외교전략을 짤 것인가? 그렇다면, 일단 핵을 보유하고 '우리를 공격한다면 즉시 반격한다.'라는 메시지를 보낼 것이다. 혹은, 로크 처럼 인간의 본성을 선하게 보고, 국제전략을 짤 것인가? 그렇다면 핵무장을 해서 상대를 위협하기 보다는 필요한 최소의 군비로 안전을 보장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하고 외교전략을 짤 것이다. 홉스와 로크의 정치철학 이론을 죽은 지식의 상아탑에 가두기 보다는 현실을 바라보고 외교전략을 짜는데, 활용하고 있다. 홉스와 로크를 살아있게 만들고 있다.

 

3. 동서양 철학의 하모니

  밥파이크의 '창의적 교수법'이라는 책을 읽었을 때 놀랐던 일이 있다. 밥파이크는 '논어'의 한구절을 인용해서 자신의 교수법에 대한 논리를 전개했다. 동양의 고전이 서양인의 최신 서적에 인용되고 있다. '하버드의 생각수업'이라는 책에서는 논자의 사상이 미국을 비롯한 유럽 대학에서도 널리 가르쳐진다고 지적한다. 놀라운 일이다. 지식과 사상이 학문의 장벽에 가로막혀 소통하지 않는 우리의 현실에서 외국은 학문의 장벽을 뛰어 넘어 소통하고 융합되고 있다. 참된 창의적인 결과물들은 이렇게 해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발자국 더 나아가서 소크라테스의 '무지의 지'를 읽는 순간, 논어에 있는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하는 것이 참된 앎이다.'라는 구절이 떠올랐다. 동양과 서양의 위대한 철학자가 서로 참된 앎에 대해서 같은 의견을 갖고 있었다. 진정한 앎은 자신이 무엇을 모른느가에서 부터 출발한다. 유발 하라리도 '사피엔스'라는 책에서 근대 과학이 우리가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발전했다고 지적한다. 중세에는 신이 모든 자연을 창조했다고 설명하면서 자신들이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근대인들은 자신이 모르는 것이 너무도 많으며, 알기 위해서 많은 탐험과 연구를 했다. 그것이 바로 근대 과학발전의 원동력이다. 동서양의 철학자들은 그 출발점을 이미 제시했었다.

 

4. 자유와 평등에 대한 생각

 인간은 자유를 진정으로 원하는가? 너무도 당연한 명제에 질문을 던진다. 과연 인간은 자유를 원할까? 인간은 사실을 보고 정의를 내리기 보다는 정의를 듣고 사실을 본다. 즉 인간은 보이는데로 보지 않고 보고 싶은 것만 본다. 그렇기에 진정으로 자유롭게 생각한다고 할 수 없다. 더 나아가 인간은 진정으로 자유롭기를 원하는가를 질문한다. 결혼도 사랑도 의무도 양심도 애국심도 고독으로부터의 도피수단이다. 소국적 자유, 즉 편안한 정도의 한정된 자유를 인간은 추구한다. 그래서 인간은 권위에 복종하는가 보다. 그럼 독신이 늘어나는 것도 적극적 자유추구자가 늘어나는 것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자유에 대한 나의 환상이 깨진다. 3대가 이혼한 공자, 그리고 강신주라는 철학자도 대중강연에서 자신이 이혼했다고 당당히 말한다. 어쩌면 이혼은 위대한 철학자들이 진정한 자유를 찾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자유와 평등은 대립되는 경우도 있다. 이 책에서 사람들이 대체적으로 자유보다는 평등을 더 매력적으로 느끼는 이유가, 자유가 가져오는 해악이 직접적이라면, 평등이 일으키는 문제는 서서히 다가온다고 지적한다. 굶주리는 사람에게 빵을 주지 않으면 그는 굶어 죽는다. 반면 모두가 평등하게 살자라는 슬로건을 내건 공산주의 사회는 노동의욕을 낯추어 몰락했다. 기존에 내가 알고 있는 정보들을 보다 세심하고 정교하게 이론화시켜서 제시한 것이 무척 인상적이다.

  토크빌은 평등은 개인주의를 낳는다. 라고 지적한다. 평등과 자유의 시소게임은 진보와 보수의 시소게임으로 치환해 설명할 수 있다. 보수 정권이 극에 달했을때, 진보정권을 국민이 강하게 욕망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가 진보 정권이 들어섰을 때, 보수가 집권할 것을 미리 대비해야 하지 않을까?

 

5.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마르크스는 "잉여가치"를 부정적으로 보았다. 노동을 하지 않고 잉여가치를 가져가는 사람들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은, 상업을 말업이라하며 업신여긴 조선 유학자와 비슷하다. 새롭게 생산하지 않고 이윤을 가져가는 상인을 업신여긴 조선왕조는 제국주의 침략세력에 몰락했고, 공산주의 국가는 자본주의에 패배했다. 잉여가치의 진정한 가치를 몰랐던 조선왕조와 공산주의 국가들은 결국 자본주의에 무릎을 꿇어야했다. 놀라운 유사점이다.

  슘펜터는 자본주의를  성공할 수록 종말에 가까워지는 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자본주의가 성공하면 대기업화되고 대기업화된 기업은 일단 회사에 들어가면 안정된 급여를 받으면서 사회주의적으로 변하게 된다. 회사는 시장에 대해 커다란 힘을 가지게 되고, 점유율을 독점하며, 생산량을 조절할 수 있다. 지금의 한국 대기업과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대기업은 종말로 치닫고 있는가? 그럼 해결책은 무엇인가? 슘펜터는 '창조적 파괴'를 강조한다. 혁신하지 않으면 파국으로 치닫는다. 지금 정부의 적폐청산도 '창조적 파괴'의 한 모습일 것이다.

 

6. 동의하지 못하는 것!!

  책을 읽을 때는 저자를 먼저 확인하라는 말이 있다. 후쿠하라 마사히로는 일본인이다. 그렇기에 이 책은 일본의 관점에서 쓰여진 책이다. 그런데, 미국인 헌팅턴은 '문명의 충돌'에서 섹몌 8개의 문명중에 "일본문명"을 집어 넣었다. 일본인도 아닌 그가 '일본문명'을 '중국문명'과 별개의 문명으로 분류한 이유가 무엇을까? 그정도로 일본문명이 독자성을 가진 것일까? 헌팅턴이 친일주의자여서일까? 아니면 정치학자의 한계 때문일까? 그도 아니면 내생각의 편협함 때문일까? 많은 의문이 든다.

  이 책을 쓴 후쿠하라 마사히로는 자유주의자 인것 같다. 그는 프랑스의 정치 사상가 알렉시 드 토크빌의 자유와 평등에 관한 글을 가져와 '노숙자에게 돈을 줘야 할까?'라는 질문을 한다. 자유주의자들에게서 상부상조가 나타나서 그들은 노숙자에게 자신의 돈을 기꺼이 주지만, 평등주의자는 공공기관이 할일이라면서 외면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나의 관점은 다른다. 오히려 자유주의자들은 자신이 열심히 일해서 번돈을 왜? 저들과 같은 게으른 사람에게 주어야할까?라고 생각하며 외면할 것이고, 반면 평등주의자들은 누구던지 인간은 존엄하고 노숙자도 한 인간으로서 평등하고 존엄하게 살아야한다고 느끼기에 자신의 지갑을 열것이라 생각된다. 진정한 미국과 한국의 현실이 알라 토크빌과 나의 생각이 다를 수도 있다. 나의 주변에서 목격할 수 있는 현실은 평등주의자가 더 자신의 지갑을 잘 열었다

 

  이 책에는 자신이 분석적 스타일과 전체론적 스타일을 자기 점검할 수있는 부분이 있다. 나는 '전체론적 인식스타일'로 나왔다. 역시 동양인으로서의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이밖에도 이 책에는 흥미로운 읽을 꺼리가 많다. 스스로 문제를 생각해보면서 생각의 힘을 키울 수 있는 얇은 책이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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