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모의 고고학 여행 1
김병모 지음 / 고래실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대학에 입학했을 때, 인디아나 존스를 보고 역사학과에 들어왔다는 동기생들을 많이 보았다. 인디아나 존스는 고고학자인데, 왜? 인디아나 존스처럼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역사학과에 왔을까? 역사학과 고고학의 차이를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리고 인디아나 존스는 고고학자라기 보다는 도굴꾼에 가깝다. 오리엔탈리즘에 젖어서, 원주민들의 유산을 도굴하는 도굴꾼을 헐리우드의 막강한 이미지로 포장하여 대중에게 상품으로 팔고있는 영화! 그러한 영화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고고학을 접했다. 그리고 나는 인디아나 존스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가지며, 대학생활을 했다. 인디아나 존스와 같은 도굴꾼의 이야기도 현실에서는 일생에 한번 일어나기 힘들다는 교수님의 말을 들으며, 지루한 발굴현장에 같이가자는 친구들의 제의를 무시한채, 문헌사학의 재미에 빠져있었다. 그러나, 사료가 얼마 남아있지 않은 우리의 고대사를 연구하기 위해서는 고고학의 도움을 받아야했다. 고고학 논문들을 읽으면서 쉽게 읽혀지지 않는 글자를 읽으며 고통을 받아야했고, 고고학을 쉽게 써놓은 책들을 읽어보고 싶은 욕망이 강하게 들었다. 그러나, 고고학은 재미없는 학문이라는 선입관에 사로잡혀 좋은 고고학 관련 서적들을 읽을 기회를 잃었다. 그러던 차에, 김병모의 고고학 여행이라는 책을 접했다.

 

  책의 목차를 보고 세계의 고고학을 개괄적으로 설명해 놓은 책이라 생각하고 책장을 넘겼다. 그런데, 예상은 빗나갔다. 그리고 내가 기대한 것 이상의 성과를 얻었다. 고고학은 재미없다라는 편견을 깨고, 김병모 교수의 살냄새가 나는 고고학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친절한 용어 설명과 고고학을 연구하면서 자신이 퍼즐조각 처럼 널려있는 고고학적 유물, 유적들을 어떻게 조합하며 과거의 모습들을 채워나갔는지 생생하게 알려주었다. 그리고 그러한 퍼즐을 완성했을 때에, 느꼈던 즐거움을 어린아이의 해맑은 마음으로 설명하고 있었다. '관념 암살(Idea Assassination)'이라는 단어는 이 책을 통해서 알게된 단어였다. 자신이 기존에 알고 있는 학설과 반대되는 주장을 하면 자신도 모르게 이를 외면하려하고, 무시하려한다. 바로 '관념 암살(Idea Assassination)'이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대륙을 동경하며, 한반도 남쪽의 농경문화에 대한 멸시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기마민족의 후예임을 자랑스러워한다. 그리고 끊임없이 대륙으로 만주벌판으로 내달릴 날을 기대한다. 우리 정신의 무의식의 세계에서는 우리가 지금 할 수 없는 그것을 욕망하고 있다. 그러한 욕망속에서 우리의 일부분인 농경민족의 역사, 다시 말하자면, 남방문화의 요소를 '관념 암살(Idea Assassination)'하고 있다. 고인돌이 농경문화의 유산이며, 난생신화의 문화권과 일치하고, 성인백혈병(ATL Adult T-Cell Lukemia) 분포와 일치한다는 사실은 나에게 충격적이었다. 한국인은 남방계와 북방계 사람이 섞여있다는 진실을 떠올린다면, 우리의 관념 속에서 이제는 남방계의 문화를 불러들일 필요가 있다. 남방계 문화도 우리의 문화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이밖에도 우리나라 말에 드라비다 족의 말이 많이 남아있다는 이야기와, 신라와 가야의 문화 속에서 기마민족의 문화가 많이 남아있다는 주장, 신라 금관의 비밀을 풀기 위한 북방문화 탐구등의 많은 재미있는 이야기가 적혀있다. 우리 문화의 화석을 고고학자 김병모는 유쾌하게 파헤치고 있다. 고고학에 관심있고, 고고학과 친해지고 싶어하는 분들께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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