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헤로도토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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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의 아버지이자 거짓말의 아버지 헤로도투스!! 역사학도라면 그의 책을 반드시 읽어봐야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러지 못했다. 대학시절,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사마천의 사기를 읽으면서도 헤로도투스의 역사를 읽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서양에 대한 반감과 서양에 못지 않은 동양과 우리의 역사가 있고 이를 먼저 공부하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했다. 학자의 꿈을 접고 학교에서 세계사를 가르치면서 서양의 역사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의 필요성을 느꼈다. 학교 도서관에서 폐기 처분하기 위해서 쌓아 놓은 책더미 속에서 헤로도투스의 역사를 발견했다. 그때, 열정 넘치는 대학시절의 나를 다시 만났다. 이제는 역사학의 아버지를 만날 때가 되었다!!

  거장을 만나는 시간은 긴장된다. 과연 헤로도투스를 만나서 그의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공포감이 밀려왔다. 이때 나의 곁에서 비서역할을 해준것이 제미나이였다. 제미나이는 지루할지도 모르는 '역사'를 쉽게 안내해주었다. 

  '역사'는 단순한 역사책이 아니다. 지리학, 민속학, 인류학에 대한 종합 서적이다. 한나라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나라에 대한 지리적 지식은 물론이고, 민속학과 인류학적 지식이 바탕을 이루어야한다. 헤로도투스는 이러한 지식을 알려준 다음에 역사적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친절한 헤로도투스의 배려가 나에게는 무척 지루함을 견딜 수 없게 했다. 이럴때마다 재미나이의 도움을 받았다. 재미나이는 해당 지역의 지리, 민속, 인류학에 대한 내용을 요약해주었고, 이를 머릿속에 사진지식으로 담은 나는 빠른 속도로 해당부분을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스키타이에 대한 소개부분을 읽을 때 였다. 스키타이 전사들이 '여성병'을 앓았다는 기록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친절한 제미나이는 등자가 없는 상태에서 말을 타다보니, 남성성을 잃게 되었고, 그로인해서 여성에 관심을 갖지 못하는 성불구자가 되었다는 친절한 설명을 해주었다. 또한 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전문가의 강의를 유튜브 주소를 던져주며 깊이 탐구할 수 있도록 했다. 대학원 수준의 비서역할을 제미나이가 친절히 해준셈이다. 

  인물의 이름을 외우는 것도 상당히 힘들었다. 인명을 외우지 않다보니 이야기 구조 파악이 힘들었다. 일본인의 이름이 외우기 가장 힘들었는데, 고대 그리스인의 이름도 외우기가 일본인 만큼은 아니지만, 힘들었다. 이때도 제미나이가 친절히 비서역할을 해주었다. 이야기 구조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을때, 제미나이가 전체적인 구조를 친절히 설명해주었다. 조용히 책에만 집중할 수 있다면 보다 읽기 수월했을 텐데, 바쁜 일상속에서 제미나이가 없었다면 '역사' 읽기를 포기했을 지도 모른다. 

  제미나이의 도움을 받으면 책을 읽으면서도 나의 뇌리속에 두가지가 남았다. 첫째는 전쟁사를 통해서 배운자만이 승리할 수 있다는 교훈이다. 칸나이 전투에서 한니발은 초승달 유인 진영으로 로마군 8만병력을 괴멸시켰다. 한니발의 탁월한 지략이 돋보인 전투였다. 그런데, 그 전술을 마라톤평원에서 아테네군이 페르시아군을 상대로 이미 사용했다. 마라톤의 승리를 한니발은 공부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전술을 자기것과 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이 있다. 천하의 한니발이라하더라도 전쟁사를 공부하지 않았다면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한니발이 과거의 역사를 통해서 배웠다면, 페르시아의 패배를 통해서 아랍세계는 교훈을 얻지 못했다. 근접 백병전에서 페르시아군은 그리스의 중무장한 군사들에게 열세를 면치 못했다. 경무장한 갑옷으로 중무장한 팔랑크스대형의 그리스군을 페르시아군은 당할 수 없었다. 페르시아군은 기별병을 통한 원거리 사격과 그리스 용병을 활용하여 이를 보완하려하였으나, 중무장한 병사를 육성한다던가, 중장보병을 한방에 깨뜨릴 수 있는 발석기등을 개발하지는 못했다. 결국 이러한 한계는 아랍세계로 이어져, 오스만제국도 극복하지 못했다. 오스만제국은 화포와 사람을 밀어 넣는 방법을 사용했을 뿐이다. 

  두번째로 나의 머릿속에 '휴브리스(Hubris)'가 남는다. 헤로도투스는 1장 첫머리에 리디아의 왕 칸다울레스가 아내의 아름다움을 자랑하기 위해서 신하 귀게스가 몰래 엿보도록했다. 이를알게된 그의 아내는 귀게스와 작당해서 칸다울레스를 죽였다. 귀게스는 리다아의 왕이 되었다.  자신이 가진 것을 자랑하려는 오만이 자신의 삶과 권력을 송두리째 잃게 만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장에 크세르크세스가 동생 마시스테스의 아내와 딸을 탐한다. 결국, 이 사실을 알게된 크세르크세스의 부인은 마시스테스의 아내 아메스트리스의 젖가슴을 잘라 개에게 던져주고, 귀와 코, 입술과 혀를 잘라냈다. 마시스테스는 반란을 계획하다가 크세르크세스에게 죽임을 당한다. 오만한 크세르크세스는 자신의 욕정을 다스리지 못해서 동생과 죄없는 여인들의 목숨을 잃게했다. 그의 오만은 비극을 낳았다. 

  헤로도투스는 책의 마지막을 키루스의 말로 끝맺는다. 


  "부드러운 나라에서는 부드러운 남자들이 태어나는 법, 놀라운 곡식들과 용감한 전사들이 같은 땅에서 태어나기란 불가능하기 대문이오."


  평야를 경작하며 남의 노예가 되느니 척박한 땅에 살며 지배자가 되는 것을 페르시아인은 선택했다. 이는 페르시아에게 하고 싶은 말은 아니었을 것이다. 페르시아 전쟁에서 승리한 그리스가 오만함에 빠져들어 파멸에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그리스인에게 전하는 헤로도투스의 당부일 것이다. 

  대작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다. 여름방학부터 시작하여 장장 2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읽어왔다. 벽돌책을 가지고 다는 것이 힘들어서, '역사'를 집에서만 읽었다. 그러다보니 읽는 속도가 더 늦을 수밖에 없었다. 읽다가 바쁜 일이 있어서 몇일을 읽지 못한 기간도 있었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 완독을 해냈기에 그 기쁜이 더욱 크다. 헤로도투스가 그리스인에게 전하고자했던 당부를 기억하며 오늘도 겸속히 책을 펼쳐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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