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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풀니스 (50만 부 뉴에디션) - 우리가 세상을 오해하는 10가지 이유와 세상이 생각보다 괜찮은 이유
한스 로슬링.올라 로슬링.안나 로슬링 뢴룬드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24년 9월
평점 :
하와이 카우아이섬에는 Kauaʻi ʻōʻō (카우아이 오오새)의 목소리가 너무도 아름다웠다고한다. 카우아이 오오새가 멸종위기에 몰리면서 암컷이 사라졌다. 홀로 남은 수컷 카우아이 오오새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암컷을 부르며 아름다운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생을 마감했다. '팩트풀니스'의 대표저자 한스 로슬링은 카우아이섬의 카우아이 오오새와 같은 존재이다. 세계 보건 교수로서 지구상에 의료 취약자들을 위해서 자신의 젊음을 불살랐다. 그러나, 눈앞의 한명의 생명을 살리는 것보다 자신의 눈앞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생명을 살리는 것이 더 중요함을 그는 깨달았다. 그래서 통계학을 이용해서, 의학과 농업, 가난, 경제 발전, 건강의 상관관계를 연구했다. 그는 암 판정을 받았다. 얼마남지 않은 자신의 남은 생의 에너지를 남겨진 인류를 위해서 '팩트플니스'를 집필하는데 쏟았다.
한스 로슬링은 우리가 진실을 보지 못하는 이유를 10가지 본능으로 설명한다. 간극 본능, 부정 본능, 직선 본능, 공포 본능, 크기 본능, 일반화 본능, 운명 본능, 단일 관점 본능, 비난 본능, 다급함 본능이 바로 그것이다. 이들 본능은 나에게 많은 깨달음을 주었다. 이글을 읽는 모두가 이 본능에 대해서 안다면 보다 진실을 볼 수 있는 눈이 밝아질 것이다.
가장 먼저 나에게 깨달음을 준 것은 '간극본능'이다. 잘사는 사람과 못사는 사람 사이에는 수많은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그들의 존재를 무시한채 이분법적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우리 일상생활에서도 외모를 평가할 때, 예쁘다와 못생겼다는 두단어를 주로 사용한다. 사실 우리 주변에는 예쁜 사람과 못생긴 사람보다는 평범한 대다수의 사람이 앞도적으로 많은데도 말이다. 예쁘지 않다는 말이 못생겼다는 말과 같은말이 아닌데도, 우리는 예쁘지 않다는 말을 못생겼다는 말로 이해한다. 예쁘지 않은 존재는 평범할 수도 있는데 말이다.
두번째 부정본능도 나에게 많은 깨달음을 주었다. 세상을 비판적으로 혹은 부정적으로 보아야 지적인 사람으로 보인다. 역사학을 배우면서 비판적 사고력을 키우려 무척이나 노력했다. 그래서일까? 사료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나아가서 우리 현실을 비판적으로 말하는 모습이 매우 지적으로 보였다.
이러한 모습은 매일매일의 뉴스에서도 볼 수 있다. 가슴이 따뜻해지는 소식보다는 커다란 사고나, 재앙, 부정 부패를 고발하는 뉴스가 사람들의 주목을 끈다. 대학교생 시절, 동양중세사 수업시간에 교수님이 '신문기사만 보면 한국 사회는 망하기 일보직전으로 보인다. 뉴스로 우리 현실을 100%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커다란 오산이다. 사료를 볼때, 그 사료만으로 역사를 다 알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말씀하셨다. 그렇다, 대한민국 뉴스가 대한민국의 모습을 온전히 보여줄 수 없다. 그 속에는 뉴스에 나올 수 없는 너무도 조용하고 평범한 일상이 있다. 뉴스에 나오지 않는 우리의 일상이 우리삶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우리는 명심해야한다. 그래서 한스 로슬링은 이렇게 말한다.
"나쁜 뉴스가 많이 나오는 이유는 세상이 나빠져서가 아니라, 고통을 감시하는 능력이 좋아졌기 때문일 수 있다."(117쪽)
세번째 본능은 직선본능과 운명 본능이다. 한스 로슬링은 '직선이라 단정하지 마라'라고 조언한다. 이 추세가 그래프상에 직선으로 계속될 것이라는 추측은 너무도 단순한 생각이다. 세상에는 다양한 곡선이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너무도 쉽게 이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직선본능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20여년전, 대학교 친구와 술을 마시면서 중국의 가능성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었다. 친구는 중국에 다녀왔고 나는 중국을 책으로만 알았다. 친구는 확신에 차서 말했다. 중국이 우리를 따라오기에는 아직 멀었다. 화장실에 가면 상반신이 다 보이며, 낙후한 중국 구석구석의 일화를 쏟아냈다. 반면 나는 중국의 가능성에 대해서 말했다. 중국이 우리를 추월하고 미국과 패권경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친구는 한심하다는 듯이 '너도 중국에 갔다와야해'라는 말을 연거푸했다. 친구는 중국의 현재를 말했고, 나는 중국의 미래 가능성을 말했다. 현재만 보는 친구를 설득시킬 수는 없었다. 20여년이 지난 현재, 중국은 우리를 추월했고, 미국과 패권경쟁을 하고 있다. 나의 예상이 맞아 떨어졌다. 현재의 상태가 직선으로 계속될 것이라는 직선본능을 가진 그 친구는 그때 나와 한말을 기억할까? 역사의 상수는 변화와 적응인데, 친구는 이를 배우지 못했다.
맬더스의 인구론도 직선본능을 극복하지 못한 이론이다.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데,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한다. 빈민가 사람들에게 소독을 하고 먹을 것을 주는 것은 인구문제를 악화시켜 종국에는 인류의 파멸을 일으킬 것이라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이에 대해서 한스 로슬링은 이렇게 말한다.
"아이들의 생존율이 높아지면 아이들을 노동에 동원할 필요가 없어지면, 여성이 교육받고 정보를 얻어 피임할 수 있으면, 문화와 종교에 상관없이 남성과 여성 모두 자녀를 적게 낳아 제대로 교육할 꿈을 꾸기 시작한다."(140쪽)
직선본능은 운명본능과 접점이 있다. 저개발국은 항상 저개발에 머물고, 못사는 사람들은 항상 많은 아이를 낳으려하며,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들은 자녀를 많이 낳을 것이라는 운명적 본능과 직선적 본능을 한스 로슬링은 한번에 깨주었다. 맬더스는 생활 수준이 높아지고, 여성이 교육을 받고 직장을 갖게 된다면 자연히 출산율은 낮아질 것이라는 사실을 몰랐다. 문화도 변하며, 종교도 그 변화를 가로막지 못한다. 매일의 조그만 변화가 쌓이면 엄청난 변화를 이뤄낼 수 있다. 단순한 직선적 사고로 인구위기를 예견했고, 운명론적으로 자신의 이론을 포장했다. 자신이 설정한 비극을 막기 위해서 극단적인 대책을 제시했다. 한스 로슬링은 맬더스론자들에게 멋진 한방을 날렸다. 직선본능에서, 운명본능에서 탈피하라고....
네번째 본능은 일반화 본능이다. 한스 로슬링은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이 책에서 솔직히 털어 놓았다. 아기 돌연사를 막기 위해서 아기를 엎드려 자게 무수히 노력했던 그가, 사실은 아기 돌연사를 높이는 행동이었다. 6.25 전쟁 시기, 의식을 잃은 병사를 엎드려 있도록했더니 똑바로 누운 군인보다 살 확률이 높아졌다. 이를 성급하게 일반화하여 아기에게 적용했다. 아기의 돌연사가 줄기는 커녕 오히려 높아지는데도 많은 의사들은 아기를 엎드려 자도록하는 것이 돌연사를 줄인다고 믿었다. 너무 많은 댓가를 치루고 나서야 아기 돌연사를 막기 위해서는 똑바로 뉘워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우리도 그러하지 않은가? 내가 아는 지식으로, 선의로 한 일이 치명적인 잘못으로 드러날 수 있음을 우리는 겸손하게 받아들여야한다. 비슷한 경험을 나도했다. 어머니를 모시고 치과에 갔다. 의사 선생님이 치주염이 심하다는 말을 하자. 어머니는 "그래, 그래서 무릎이 아팠어."라고 말했다. 순간 헛웃음이 나왔다. 치주염과 무릎이 아픈 것이 무슨 관련이 있단 말인가? 그런데, 의사선생님이 의외의 말을 하셨다. "관련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의학저널에 치주염이 핏속을 떠돌다가 신경통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실렸습니다."라고 말했다. 나이드신 분들은 너무도 최신 의학과 거리먼 분이기에 과학적이지 않은 말들을 잘한다는 과잉 일반화가 나의 어리석음을 심화시켰다. 내가 틀릴 수도 있음을 우리는 인정해야한다. 우리도 틀릴 수 있다.
다섯번째 단일관점 본능이다. 망치를 든자는 모든 것이 못으로 보인다. 우리는 단순한 생각과 단순한 해결책을 조심해야한다. 대학시절, 하나의 키워드로, 하나의 관점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는 지식인이 멋있어 보였다. 80년대 학번은 사회과학서적을 읽으며, 마르크스적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았고, 90년대 신자유주의가 세상을 휩쓸면서 신자유주의적 관점에서 우리 삶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지금은 능력본위, 승자독식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이 젊은 층에서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역사를 살펴보면, 하나의 이념이 세계를 뒤흔들었고, 그 이념이 수많은 사람을 전쟁의 구렁텅이로 몰아 넣었던 적이 있다. 이념 때문에 우리는 같은 민족이 서로의 가슴에 총뿌리를 겨누지 않았던가! 명쾌하게 하나의 이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역사를 통해서 이제는 깨달아야하는데도 우리는 단일 관점 본능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적인 사람은 애매한 것을 견디는 자라는 말이 있다. 양도일단의 명쾌한 설명보다는 다소 복잡하지만, 다소 명쾌하지 않지만 시간을 갖고 숙고하며 신중히 세상을 바라보아야한다.
한스 로슬링의 모든 견해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한스 로슬링은 공포본능을 말하면서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예로 든다. 방사능 때문에 사망했다는 보고는 없다. 그런데,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탈출 과정에서 1600명이 사망했다. 이들을 죽음으로 내몬 것은 방사능이 아니라 방사능 공포였다고 그는 강조한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한스 로슬링의 주장에 강한 반발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한스 로슬링은 핵발전소 사고로 인해서 남한 크기 정도의 일본 국토가 고농도 오염지역이 되었으며, 제염작업에 엄청난 비용이 들고, 장기적으로 암발생율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 더욱이, 초음파 기술의 발달로 기형아를 태아 상태에서 발견해서 낙태시키는 현실을 말하고 있지 않고 있다. 방사능과 죽음 사이의 직접적인 관계를 증명하기는 힘들다. 일본정부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피해를 덮기 위해서 언론의 자유도 억압하는 상태에서 이를 과학적으로 연구할 수도없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일부 사실만을 떼어다가 자신의 유리한 주장을 전개하고 있다. 한스 로스링도 100퍼센트 '팩트풀니스(Fact Fullness)'하지는 않다. 그도 인간이니까...
총 10개의 본능을 살피면서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 이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지식은 끊임없이 신선하게 유지해야한다'라고 말할 수 있다. 식품에도 유통기한이 있듯이, 지식에도 유통기한이 있다. 그리고 시간이 갈 수록 지식의 유통기한을 더욱 짧아지고 있다. 세상을 밝게 보기 위해서는 나의 지식을 신선하게 유지해야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한스 로슬링은 이 책의 원고 검토를 마치고 생을 마감했다. 그의 아들과 며느리가 책을 마무리했다. 이미 존재하지 않는 암컷을 부르다 쓰러진 카우아이 오오새는 아름다운 새소리만 남기고 사라졌다. 한스 로슬링은 인류를 위해서 '팩트플니스'라는 아름다운 책을 남겼다. 카우아이 오오새는 존재하지 않는 암컷을 위해서 울었지만, 한스 로슬링은 앞으로도 계속 존재해야하는 인류를 위해서 이책을 남겼다. '팩트 플니스'가 슬픈 카우아이 오오새의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