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메라 - 만주국의 초상
야마무로 신이치 지음, 윤대석 옮김 / 책과함께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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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주국에는 박정희와 김일성 그리고 기시노부스케가 있었다. 그들은 만주에서 만주군으로 항일빨치산으로 만주경영의 실질적 책임자로 살았다. 광복후에는 남한과 북한, 일본의 최고 지위에 까지 올랐다. 만주국은 동아시아 현대사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렇지만 만주국에 대해서 우리는 잘알지 못한다. 이 책은 그 만주국을 키메라에 비유하며 우리에게 그 진실을 알려주고 있다. 

  만주국은 오족협화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다섯민족인 화합하며 공존하는 이상세계를 상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실상은 일본의 새로운 식민지일 뿐이었다. 중국인 관료와 일본인 관료의 급료차이는 물론이고, 생도들의 생활 차별도 심각했다. 


  "군관학교 생도는 중국인과 일본인이 각각 절반씩 차지하고 있었다. 커리큘럼, 교재 등은 똑같았지만 생활에 대한 대우에는 하늘과 땅 차이가있었다. 복장에 대해서 말하자면 일본인 생도는 위에서 아래까지 전부•신품이었지만 중국인 생도는 외출복 외에는 대부분이 낡은 것이었다.
침구와 그 외 생활용품도 복장과 마찬가지로 일본인 생도는 새것, 중국인 생도는 낡은 것이었다.
식사에도 차별이 있었다. 일본인 생도는 주식으로 쌀밥, 반찬은 영양이풍부한 것을 먹었다. 중국인 생도의 식사는 고량뿐으로, 그것도 말과 소에게 먹이는 사료용의 붉은 고량이었다. 그때 위병이나 위궤양에 걸린생도들은 사십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 지병으로 고생하고 있다. 이것이 ‘민족적 억압‘이 드러난 한 사례임은 명백하다 - P310

  

 오족협화는 허상이었고, 실제 생활에서는 야마토인의 우월성과 타민족에 대한 차별과 무시가 일상화되었다. 땅을 일본인에게 헐값에 강제 매각당하는 중국인과 영하 40도까지 내려가는 추운 겨울에 일본인에게 집을 빼앗기는 조선인들의 모습에서 오족협화라는 슬로건은 타민족 압살로 바뀌어야한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낀다. 모든 것을 빼앗겨서 한겨울에 알몸으로 살아가는 중국인 아이! 아버지는 강제 노동에 끌려가서 생사를 모른다! 저자는 아마도 군사 진지 구축에 동원되어 비밀유지를 이유로 학살당했을 것으로 추측한다. 이것이 오족협화의 진실이었다. 

  오족협화라는 슬로건을 내걸며 만주국 황제의 자리에 오른 푸이는 그 자리에 만족했을까? 비루한 푸이! 일본의 침략주의에 기대어 청나라를 다시 세우려는 야심도 있었겠지만, 그는 꼭두각시 제국의 꼭두각시 황제였다. 만주국의 관료는 일본인들이 장악했다. 국방은 일본제국에 의탁했다. 만주국에는 헌법조차 없었다. 푸이의 비루함의 극치는 일본천황과 같은 지위를 획득하려 청나라 조상에게 지내는 제사를 포기하고 일본의 아메타라스오오카미를 제사지내는 것으로 정점을 찍는다. 신토를 국교로 삼으며 일본천황에 기대어 강력한 지위를 얻어려했던 푸이는 꼭두각시에서 벗어나 꼭두각시 공연자가 되려했다. 그러나, 그는 꼭두각시를 벗어날 수없었다. 청조를 부흥시키겠다는 그가 청조를 부정하고 일본인이 되려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어느 학자는 만주국을 동아시아의 인큐베이터라 말했다고한다. 만주국은 일본제국의 각종 정책 실험장으로 활용되었으며, 일본 관리는 만주국 관리로 파견되었고 일본국으로 돌아와 자신의 실험을 일본에 다시 펼칠 수 있었다. 놀랍게도 만주국의 경제 정책을 비롯한 각종 정책은 1945년 이후에도 시행된다. 

  저자는 "평화주의를 이념으로 내걸고 국방을 타국에 위임하고 자신의 국토를 전략 기지로 제공한다"는 전략이 "전후 일본이 선택한 방향과 어딘가 상통하는 점이 있지 않은가?(106쪽)"라는 질문을 던진다. 저자는 "식민지 혹은 그에 상응하는 국가를 가진 국가의 국민은 식민지를 지배하는 원리에 의해 아무래도 스스로가 지배를 받게 된다.(300쪽)"라고 지적한다. 괴물과 싸우며 괴물과 닮아가듯이, 꼭두각시 만주국을 지배하며 일본은 만주국을 닮아갔다. 일본제국 없이는 스스로 서지 못하는 만주국이 일본제국이 멸망하면서 사라졌듯이, 미국 없이는 스스로 서지 못하는 일본이 미국의 하수인이되어 꼬리를 흔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일본의 다리밑을 기며 배를 드러내고 아양을 떠는 친일주구가 있지 않은가? 그들은 일본이 무너지면 생존할 수 있으까? 

  

ps. 번역가가 일본신 한자를 번역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여 책읽기가 무척 힘들었다. 주석이라도 제대로 달아주었다면 조금 나았으리라,...

  예를 들어 "대어심"이라는 단어는 인터넷을 찾아보아도 없다. 큰 물고기의 마음이라는 설명을 빙이 할뿐이다.  또한 "착종" 처럼 잘 사용하지 않는 일본식 한자는 '혼종'으로 순화하여 번역하는 친절함을 발휘할 수는 없는지 저자에게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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