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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이야기 9 ㅣ 김명호 중국인 이야기 9
김명호 지음 / 한길사 / 2022년 5월
평점 :
김명호 교수의 중국인 이야기가 9권에 접어들었다. 9권이 마지막일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한길사와 김명호 교수는 중국인 이야기를 끝낼 생각을 하고 있지 않다. 이렇게 재미있는 중국이야기가 천일 야화처럼 끊이지 않고 계속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않는다. 1권에서는 산만한 면이 없지 ㅇ낳았다. 체계가 없었다. 단순한 이야기들의 나열이었다. 그런데, 서서히 체계를 잡기 시작하더니, 9권은 군벌과 중미외교라는 커다란 주제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져서 한결 내용 정리가 잘된다. 김명호 교수의 글재주도 중국인 이야기가 거듭되면서 발전하고 있다. 그럼, 중국인 이야기 9권을 통해서 김명호 교수가 들려주고 싶었던 중국인 이야기는 무엇일까?
중국인 이야기 9권에서는 두인물과 하나의 재단이 기억에 남는다. 바로, 애국 군벌 퍼위샹과 한간이된 청의 왕녀 가와시마 요시코, 록펠러 재단이다. 이들의 이야기를 풀어보자.
군벌이라는 단어에 '애국'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 보통 반군벌은 반외세와 함께 했다. 쑨원이 내세운 구호도 '반군벌 반외세'이지 않았던가! 그런데, 퍼위샹은 달랐다. 자신의 정체성을 평민으로 삼았다. 아들이 기차 일등석 자리에 앉았다는 이유로 방문을 잠궈놓고 주먹으로 아들을 훈계했다. 그뿐인가, 일생을 반청, 반군벌, 반장제스, 반미의 삶을 살았다. 결국, 국민당 정부의 손에 저세상으로 가는 비운을 격었지만, 그의 삶은 강렬하게 나의 뇌리에 남는다. 모든 군벌이 외세의존적이지는 않다는 사실을 퍼위샹을 통해 깨달았다. 그가 쑨원의 든든한 우군이 되어 중국의 역사를 바꾸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상상을 해본다. 장제스가 아닌, 퍼위샹의 손에 의해서 북벌이 완성되었다면 역사는 바뀌었을 것이다.
퍼위샹과 대비되는 사람이 가와시마 요시코이다. 중국이름은 진비후이이다. 청왕조 부활을 노리는 숙친왕의 수많은 딸중에 한명인 그녀는 일본인에게 양녀로 넘겨졌다. 청나라 사람이 아니라 일본인으로 자란 그녀는 여자이기 보다는 혁명가로서 살려했다. 중국에 입장에서는 철저한 한간의 삶이었다. 마치 이토히로부미의 양녀가 된 조선의 마타하리 배정자와 같은 여성이다.
일본은 집요하게 친일파 양성에 공을 들였다. 조선의 마타하리 배정자와 청나라 왕녀 가와시마 요시코를 보면, 일본의 집요함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다른 한편으로는 역사의 풍랑 속에서 개인의 선택은 어디까지 자유로울 수 있는가? 라는 의문을 던져준다. 배정자의 몰락한 가족사와 가와시마 요시코의 왕조가 몰락한 것이 대비되며 이들에게 일본은 구세주와 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일본을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조국을 배신하는 행위를 했다. 그런데, 그녀들은 왜? 패망한 일본으로 가지 않았는가? 자신의 정체성일 이제는 조선인이나 중국인이 아닌, 일본인으로 바뀌었다면 그들은 일본의 패망과 함께 일본으로 가야했다. 그러나, 그럴 기회가 없었던지, 아니면 그들의 선택이 기회주의적 선택이었기에 패망한 일본에 갈 생각은 아예 없었는지 모른다. 차라리 천황폐하 만세를 외치며 자결을 하는 것이 더 깨끗하지 않았을까? 저따위 천한 매국노들에게 그런 고상함을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일지도 모른다.
록펠러재단의 자선활동을 구체적으로 기억하는 사람은 적을 것이다. 미국의 여러 도시에 도서관을 지었다는 사실밖에는 알지 못하는 나에게, 록펠러재단이 중국에 한 선행은 인상 깊었다. 특히, 중국 고고학에 막대한 지원을 2년 동안하였으며, 그 결과 베이징 원인이 발굴되어 세계 고고학계에 큰 기여를 했다. 또한 협화 의학원을 설립하여 중국의 의학 발달에 기여했다. 그런데, 가장 인상 깊은 것은 그 선행을 하면서도 베이징 의학원 교수 존스톤의 훈수를 록펠러재단이 경청하고 따랐다는 점이다.
첫째, 군림하며 가르치려고하지 말라. 즉, 우수한 청년이 많음을 알고, 그들의 자존심을 높여주어라.
둘째, 중국에서 이익을 볼 생각을 하지 마라.
셋째, 빠른 시간내 중국인의 손에 운영되길 희망해라.
즉, 17세기 예수회 선교사를 본받아라!
위의 원칙은 존스톤 교수의 훈수를 내 나름대로 정리한 것이다. 미국이 제3세계에 원조를 많이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의 원조가 많은 나라일 수록 반미정서가 높다고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원조를 통해서 이익을 볼 생각을 하며, 그들에게 시혜를 베풀려했지, 그들의 자존심을 높여주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모습은 우리나라가 타국에 원조할 때도 마찬가지다. 존스톤 교수는 베푸는자가 가지는 오만함을 깨닫고 록펠러재단에 조언을 했다. 록펠러재단은 그 조언은 경청했고 따랐다. 록펠러재단은 좋은 훈수를 경청하고 따를 수 있는 정도의 그릇이었다. 그러했기에 그들은 중국인의 마음을 얻을 수 있었다.
우리는 봉사를 하면서 봉사를 받는자 위에 군림하려는 마음을 갖지는 않았는가? 우리는 봉사를 통해서 무형의 이익을 보려고 하지 않았는가? 봉사를 하면서 빠른 시간내에 그들의 손에 의해서 그들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해주려 노력했는가? 존스톤 교수의 훈수는 우리에게도 유효한 훈수이다.
김명호 교수가 '문화노인'을 생각하며 써내려가고 있는 '중국인 이야기' 스리즈는 재미와 흥미, 그리고 중국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주고 있다.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용솟음치는 그의 중국이야기가 흥미를 더한다. 아마도 내년이면 10권이 출간될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책을 찾아 김명호 교수가 들려주는 문화노인들의 이야기를 읽을 것이다.
1900년 7월 17일 밤, 미국 25대 대통령 윌리엄 매킨리에게 광서제가 직접 보낸 서신
중국은 미국과 장기간 우호 관계 유지하며 미국의 최종 목적이 국제무역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간 중미 쌍방은 일방적으로 상대방을 불신임하지 않았다. 최근 중국인과 기독교 전도사 간의 증오가 폭발, 열강이 조정의 입장에 회의를 품기 시작했다. 선교를 마땅치 않게 여기는 중국인의 행동을 정부가 지지한다는 근거 없는 의심으로 재난에 가까운 군사 충돌이 임박해다. 목전의 곤경을 해결하기 위해 중국은 귀국에 무한한 신뢰를 표한다. 각하의 지혜로운 결정에 각국이 협조해 질서 회복과 평화 창출에 노력하기를 희망한다. 회답을 간곡히 청한다.
7월 19일, 매킨리의 답신
미국 정부와 미국 국민은 중국이 정의와 공평만을 추구한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가 군대를 파견한 목적은 단순하다. 엄중한 위기에 처한 미국 공사관을구하고, 중국에 체류하며 조약과 국제법에 명기된 권리를 행사하는 미국인의 생명과 재산 보호 때문이다. 본 정부는 즐거운 마음으로 기타 국가들에게 폐하와의 우호를 주선하겠다.
-김명호, 중국인 이야기 9, 한길사,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