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교수의 의학세계사 - 주술사부타 AI 의사까지, 세계사의 지형을 바꾼 의학의 결정적 장면들!
서민 지음 / 생각정원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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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학사를 재미있게 쓴다? 이런 기대는 처음부터하지 않았다. 코로나19 펜데믹시대에 의학에 대한 기초 교양을 쌓기 위해서 책을 펼쳤을 때, 갑자기 '외치'라는 신석기인을 등장시켜, 시간여향을 한다는 발상은 수준 낮은 책으로 보이기 까지 했다. 그러나, 책을 읽는 동안, 의학서적의 딱딱함을 사라지고, 재미있는 의학사가 펼쳐졌다. 기존 의학사 책에서 볼 수 없는 방식의 서술은 이 책이 다른 책들과 달리 재미있는 책일 수 밖에 없는 이유이자, 이 책만의 독특한 아이디어였다. 서민교수가 글을 잘 쓴다는 세간의 평가가 헛소문이 아니였음을 눈으로 확인했다. 재미와 알찬 내용이라는 두가지 토끼를 잡은 '서민 교수의 의학 세계사'라는 책의 매력 속으로 들어가 보자.

 

1. 오늘의 진보적 지식이 내일도 진보적 지식일 수 있을까?

 갈레노스라는 의학자를 아는가? 갈레노스는 고대의학을 완성하고, 실험 생리학을 창시한 사람이다. 그는 로마시대 위대한 의사였다. 그의 의학은 르네상스 시대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고 의학지식이 쌓여가는데도 갈레노스가 주장한 이론을 금과옥조처럼 여기며 이에 대항하는 학설을 철저히 무시하는 카르텔이 형성되었다. 갈레노스가 체액 불균형이 질병을 일으키며, 사혈을 통해서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주장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사람이 파라셀수스다. 그는 갈레노스에 대항한 댓가로 바젤대학교수 자리에서 쫓겨냐야 했다. 용감히 자신의 주장을 하는 고집강한 파라셀수스는 외치가 보는 앞에서 경비원에 의해서 대학밖으로 쫓겨났다.

  한시대의 진보적 학자의 주장이 다음 세대에서 기득권자의 이익을 지키는 보수의 성벽으로 변한 못브을 바라보며,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학문은 끊임 없이 토론과 대화가 오고가야한다. 비판이 허락되지 않는 학문은 죽은 학문이다. 파라셀수스는 죽어가는 의학에 생명을 불어 넣으려 발악을 했다. 그러나 그에게 돌아오는 것은 차가운 무시 뿐이었다.

  산욕열의 원인이 부검한 의사가 손을 씻지 않고 산모를 만졌기 때문이라 주장한 제멜바이스도 파라셀수스아 비슷한 대우를 받았다. '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이라는 책에서는 제멜바이스가 동료들로 부터 무시를 당한 것이, 산모의 죽음이 의사 때문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어서라고 주장했다. 반면, 서민교수는 제멜바이스의 성격탓으로 돌리고 있다. 파라셀수스와 갈레노스는 앞선 의료 지식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으며, 오만하고 화를 잘 냈기에 동료 의사들을 설득할 수 없었다는 주장이다. 어느 글 맞을까? 두 입장이 상승작용을 일으킨 것으로 판단된다. 잘못된 기존 의학지식에 도전하려면 자신의 주장을 강하게 말할 수 밖에 없으며, 자신의 기존 지식이 틀렸다고 말하는 동료 의사를 좋은 모습으로 볼리 없다. 한비자 '세난편'에 유세의 힘듬을 지적한 글이 있다. 상대를 설득하려면, 상대의 심리를 비롯한 갖가지 것들을 고려하여 조심스럽게 말해야한다. 이것은 유세가가 군주에게 하는 말에만 해당하지 않았다. 동료의사들에게 새로운 의학지식을 말할때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한다. 직장생활에서 가장 힘든 것이 일이라가 보다는, 인간관계라는 푸념이 있는 것처럼, 좋은 의학지식을 개발하는 것 못지 않은 것이 바로 그 의학지식을 동료 의사들에게 잘 설명하는 것이었다.

 

2. 누구를 위한 의학 발전인가?

의학이 발전하면, 많은 인류가 보다 건강하게 행복한 삶을 살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의학 발전'이라는 명목으로 행해지는 생체실험을 보면, 과연 누구를 위한 의학 벌전인가?라는 의문이 든다. 나치나 일제에 의해서 행해진 생체실험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1945년 미국 테네시주에서는 829명의 임산불르 대상으로 한 방사능 실험이 있었으며, 1932년에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600명을 대상으로 매독실험을 시작했다. 무려 40년 동안 진행된 이 실험 기간 동안 그들은 페니실린이라는 치료제가 있다는 사실도 모른체 고통을 당해야했다. 과학자나 의사들이 '의학 발전'이라는 미명하에 비윤리적인 생체심험을 현대에도 행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다. 과학은 발전하는데, 인간의 윤리는 과연 발전하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본다.

  그렇다면, 지금은 의학계의 비윤리성이 사라졌을까? 세계적 제약 회사가 제3세 국가에게 남몰래 행하는 신약 실험을 비롯해서, 중국 사형수 장기적출 문제를 생각해 본다면, 의학계의 아니, 인간의 윤리의식은 발전하지 않는 것 같다. 특히 중국 사형수의 몸에서 적출된 장기는 서구의 돈많은 사람들에게 이식된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도덕성 조차 무시하는 현실을 바라보면 심한 자괴감을 갖게 한다. 특히, 중국 사형수의 장기를 밀매매하는 소위 '서구 선진국'이라는 사람들에게 제3세계의 인류는 같은 인간으로 보이지 않는가 보다. 미국에서 싼값에 장기 이식을 받을 수 있다는 꾐에 빠진 '외치'는 장기 밀매 업자에게 납치되어 서서히 정신이 혼미해져간다. 사실은 정신이 혼미해져가는 '외치'의 모습이 우리 인류의 도덕의식은 아닐까?

 

3. 민간요법에서 새로운 신약을 얻을 수는 없을까?

대학시절 의대를 다니는 형과 기숙사에서 한방을 썼을 때가 있다. 그형에게 한의사와 손을 잡고, 한의학을 현대화 할 생각은 없는가? 라는 질문을 했다. 그랬더니, "한의사가 뭘안다고 그들과 손을잡나?"라는 말을 했다. 병원에 잘못된 한약을 먹고 실려온 사람이 많고, 한약재들의 상당수가 몰핀계열이기에 당장은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부작용이 많다는 주장이다. 어려서부터 침과 한약으로 치료를 받아온 나로서는 의대생 형의 말이 매우 낯설었다. 사실 한의학과 양의학의 싸움이 심한 곳이 우리 대한민국이다. 인간의 질병을 치료하는 것이 양의사와 한의사의 목표라면, 질병과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힘을 합쳐야할 텐데 둘의 사이는 너무도 멀다. '세계 인구의 4분의 3이 약초로 치료하는 전통의학에 의존하고 있다.'는 세계 보건 기구의 발표에서 알 수 있듯이, 전통의학은 인류에게 현대의학이 미치지 않는 곳에 의료 혜택을 주고 있다.

  현대의학이 한의학을 비롯한 민간요법을 현대화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 서민교수는 시간과 돈의 문제도 보고 있다. 민간요법이 '이 식물을 먹어 몸에 좋대'라고 표현한다면, 현대 의학은 '이 식물에서 추출한 A라는 성분을 먹으면 암이 나을 확률이 70%야'라고 표현한다. 이것이 과학적 표현일 것이다. 이렇게 표현하기 위해서는 보다 정교한 연구와 광범위한 실험이 있어야한다. 이것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양의사가 한의학적 처방을 할 수 없다. 코로나 19라는 바이러스에 의해서 세계적 펜데믹 상태에 빠져든 지구인을 위해서, 기존의 한약재 속의 치료물질을 추출하여 의학발전에 기여하는 방법이 계속되길 바란다. 전통적 한의학의 언어를 현대 의학적 언어로 바꾸어 인류의 질병을 치료하는데 기여한다면 해볼만한 일이 아니겠는가?

 

4.  제너가 종두법을 개발한 것인 사실일까?

제너가 종두법을 개발했다는 영애를 누리는 것은 당여하다고 생각한다. 보통은 말이다. 그러나 이 책에는 벤저민 제스터라는 농부가 그의 가족에게 종두법을 접종했으며, 존 퓨스터도 "우두도 천연두를 막아주는 게 아닌가?"라고 동료들에게 말하기도 했다. 벤저민 제스터와 존 퓨스터에게 당연히 돌아가야할 종두법 개발자라는 영예가 제너에게 돌아간 이유는 무엇일까? 벤저민 제스터는 가족에게만 우두 접종을 했으며, 존 퓨스터는 마마접종으로 돈버는 일에만 몰두하여 우두백신에 대한 연구는 하지 않았다.

  반면 제너는 영국 전역을 돌며 자신의 이론을 증명했고 논문으로 발표했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라는 법학 격언이 있다. 아무리 우두를 처음 개발한 자가 벤저민 제스터와 존 퓨스터라 할지라도, 자신의 업적을 인류를 위해서 보급시키지 않았다면, 종두법 개발자라는 영예를 누릴 자격이 없다. 우리는 의술을 자기 가족만의 안정을 위해서, 혹은 자신의 부를 위해서만 사용하는 자까지 기억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들은 세계적 영예를 얻기 이전에 이미 가족과 부로써 충분히 혜택을 누렸을 테니까 말이다.

 

 

심장질환을 치료하기 위해서 시간여행을 시작한 '외치'는 대한민국에서 수술을 받는다. 그 이유는 대한민국이 탁월한 의료시스템과 세계 최고의 의료보험제도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병원에 가는데 돈이 들지는 않지만, 의사에게 진료를 받기 위해서 너무도 오래 기다려야하는 영국, 민간의료보험에게 의료현장을 맡긴 미국의 경우는 치료를 받는데 너무도 돈이 많이 들어 가난한 사람은 제대로된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대한민국의 의료보험 시스템은 코로나 19가 일으킨 혼란속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의료인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질본의 활약, 그리고 의료보험 시스템이 한국을 구했다. 만약 의료 민영화를 하려했던 보수 정권이 계속 권력을 장악하고 있었다면, 우리도 미국과 크게 다르지 않은 오늘을 살아갈 뻔했다.

  의학기술은 계속 발전한다. 그러나, 의료 윤리와 의료 시스템이 계속 발전한다고 장담할수는 없다. 선진국의 돈많은 부자를 살리기 위해서 제약회사가 돈없는 제3세계에서 신약실험을 한다던가, 앞선 의료 시스템에라 믿었던 유럽과 미국의 의료시스템이 코로나 19앞에서 무기력한 현실을 바라보며, 우리는 이제 무엇을 위해서 의학과 의료시스템을 발전시켜야하는가?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해야할 때이다.  

ps. 서민교수가 재미있는 의학사 책을 썼지만, 옥의 티가 보인다. '외치'가 시간 여행하는 모습들이 SF 소설에 비해서 조금은 어색하다는 느낌이 든다. 물론, 이책이 SF소설이 아니기에 이쯤은 애교로 넘어갈 수 있다. 그러나, 의학사 책인데, "유의태 밑에서 배우겠다고 간청했던 허준"(80쪽)이라는 표현은 심각한 오류이다. KBS 역사스페셜에서 다루었듯이, 유의태는 유이태가 본명이며, 허준이 태어난진 백여년 이후에 태어난 의원이었다. 전설을 사실로 믿고 의학사를 서술한 점은 심각한 문제점이다. 이 옥의티를 수정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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