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 동화 - 고민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우에사카 도루 지음, 방승조 그림, 장윤정 옮김 / 나무한그루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고전에 대한 재해석이 진행되고 있다. '선녀와 나뭇꾼'은 선녀의 입장에서는 여성 납치 결혼 사건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 '효녀 심청'은 효를 이용한 인신매매와 살인 사건으로 볼 수도 있다. 같은 책이라하더라도 시대에 따라서, 해석하는 관점에 따라서 달리 해석될 수 있다. 그래서 '반전동화'를 선택했다.

 

1. '토끼와 거북이'를 바라보는 여러가지 시선

  '토끼와 거북이'는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교훈을 주는 동화이다. 노력이 중시되는 산업화 시대에 알맞은 동화인다. 그런데, '토끼와 거북이'는 많은 재해석이 가능한 동화이다. 이 책의 저자 우에사카 도루는 비즈니스적 관점에서 재해석했다. 토끼가 거북이만을 보고 달린데 반해서, 거북이는 목표지점을 보고 달린 차이가 있다. 이 동화의 교훈은 '목표를 주시하라', '본질을 확실히 파악하라'라이다. 이것이 우에사카 도루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 해석도 산업화시대의 논리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한 해석이라는 느낌이 든다. 좌우를 돌아보지 말고 목표지점만을 보며 열심히 달리라는 말은 산업화시대에 딱 어울린다.

  나의 마음을 움직이는 다른 해석이 있다. 우연히 라디오에서 들은 반전 동화이다. 토끼는 거북이를 사랑했다. 항상 패배를하며 어깨가 축쳐진 거북이를 위해서 토끼는 경주를 제안한다. 경주가 시작되고 얼마후, 한참 뒤쳐진 거북이를 위해서 토끼는 낯잠을 자는 척한다. 거북이가 결승선에 다다를때쯤, 토끼는 일어난 허겁지겁 뛰었다. 그리고 거북이가 결승선을 통과하는 것을 보고 뒤따라 결승선을 통과했다. 승리에 기뻐하는 거북이를 보면서 토끼는 기뿜의 눈물을 토끼몰래 흘린다. 거북이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서 배려하는 토끼의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는 재해석이다. 진정한 친구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하는 이 반전동화가 가슴에 와 닿는다.

 

2. '개미와 베짱이'를 달리해석해보기.

  '개미와 베짱이'도 산업화 시대에 알맞은 동화이다. 열심히 노동해서 생산량을 늘려야한다는 자본가의 관점이 녹아있다. 우에사카 도루는 열심히 일하는 개미와 즐기는 베짱이 모두를 이룰 수 있는 '소득을 계속 창출해 낼 수 있는 기술의 습득'과 그런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의 해석에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우에사카 도루가 주로 경제인들을 인터뷰하며 그들의 영향으로 비즈니스적 관점에서 동화를 해석하다보니 한계점이 분명히 보인다.

  개미는 산업화 시대의 노동자이며, 베짱이는 지금의 욜로족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산업화 시대에는 개미의 삶을 권장했다. 그러나, 고도성장이 멈춘 현실에서 개미의 삶을 강요한다면 이를 받아들일 젊은이가 얼마나될까? 열심히 준비한다고 밝은 미래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베짱이와 같은 자유로운 영혼들이 문화 예술 산업을 발전시킨다. 굳이 BTS를 예로들 필요도 없다. 새로운 산업의 먹거리가 된, 문화 예술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베짱이와 같은 자유로운 영혼들이 필요하다. 이것이 나의 관점이다.

  우에사카 도루는 '저축만이 능사인가?'라는 화두를 던진다. "일본인은 죽을 때에 평균 약3천만엔의 유산을 남긴다."고하니, 일본인의 개미근성은 놀랍기만하다. 그러나, 모으기만하고 쓰지 못하는 모습은 우리의 어머니 세대를 보아도 알 수 있다. 남편이 술을 마시고 만취해서 세간살이를 부수어도 어머니는 남편을 달래며 가정을 지켰다. 남편이 떠나고 난 후에도 어머니는 모아 놓은 돈을 쓰시지 못한다. 평생을 힘들게 살아오면서 만약을 대비해야한다는 그분들의 "교훈"을 벗어던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너무도 소비를 잘하는 자녀세대의 모습을 바라보며 훈계하는 어머니를 보며 그 간극을 어떻게 메울 수 있는지 아득함이 든다.

 

3. '지푸라기 백만장자' 읽기

  한국에 좁쌀 하나로 정승집 딸과 결혼한 이야기가 있다. 그런데, 일본에도 지푸라기 하나로 백만장자의 딸과 결혼한 이야기가 있다. 이 동화를 통해서 우에사카 도루는 "장기적인 계획 없이도 화려한 직업 경력을 쌓다."라는 교훈을 이끌어 낸다.

  성공하는 길에는 두 종류가 있는 것 같다. 첫번째는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고 계획대로 준비하고 경로를 밟아 성공하는 경우이다. 보통 우리가 성공을 하려면 치밀한 계획이 필요하다고들 생각한다. 대부분의 성공관련 서적들이 강조하는 내용이다. 두번째는 하루하루를 열심히하는 방법이다. 치밀한 계획과 목표 없이,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다보니, 어느덧 높은 자리에 이르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사실 나의 인생을 보더라도 청소년시절 나의 꿈은 역사학자였다. 그러나 나의 인생은 역사학자로 귀착되지 않았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다보니, 역사 교사라는 직업을 얻었다. 치밀한 계획을 세운다할지라도 현실은 냉혹하다. 수많은 변수들 사이에서 새로운 경로 수정을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에사카 도루는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방법을 제시한다. 그러나, 적어도 목표는 설정해야하지않을까? 배가 항구를 출발했는데, 목표가 없다면, 표류할 수밖에 없다. 목표를 세우고, 구체적인 절차와 경로는 때에 따라서 수정하며 하루하루를 열심히 사는 것이 인생을 사는 방법일 것이다.

 

  '반전동화'는 간단히 읽을 수 있는 가벼운 책이다. 우에사카 도루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내용도 많지만,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는 기뿜도 만만치 않다. 우리 동화라고 알고 있었던 '금도끼 은도끼'는 외국 동화였으며, '혹부리 영감'은 일본 동화였다. 세계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오늘! 네 것과 내 것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다. 동화를 읽으면서도 이 동화의 국적을 따져야만할까? 동화를 통해서 새로운 배움을 얻게 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우에사카 도루의 글귀에서 가장 동의하기 힘든 구절이 있다.

 

  "유전자를 분석해봐도 일본인은 보수적인 경향이 강한데, 보수적 성향이 강할 수록 배타적이 되기 쉽다."-45쪽

 

  '유전자를 분석'해서 어떻게 보수적인지 진보적인지를 알 수 있는가? 우에사카 도루의 주장데로라면, 사람은 태어나면서 보수와 진보가 유전적으로 결정된단 말인가? 과학을 가장한 매우 편협한 선입견을 보면서, 저자의 수준에 한숨을 내쉰다. 새로운 관점에서, 다른 시선으로 동화를 해석한다는 이 책의 취지가 이 글귀 하나로 심각하게 퇴색했다. 우에사카 도루의 글귀에서 '우생학'과 '진화론'이라는 과학을 이용해서, 아프리카 흑인을 인간으로 보지 않은 백인 제국주의 국가와 '사회적으로 열등한 자'는 '독일인을 위해서 죽어야한다.'는 히틀러의 모습이 떠오른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