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 행동의 심리학 - 말보다 정직한 7가지 몸의 단서
조 내버로 & 마빈 칼린스 지음, 박정길 옮김 / 리더스북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유난히도 눈치없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상대방의 얼굴 표정을 읽고, 재빠르게 대처해야하는데 그러질 못한다고 핀잔을 많이 듣는다. 핀잔을 가장 많이 주는 사람은 가장 가까이 있는 나의 아내이다. 포카페이스를 못하며, 돌려서 말을 못한다. 상대방이 돌려서 하는 말도 잘 알아듣지 못한다. 상대가 하는 말을 그대로 믿는다. 그래서 인간관계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상대를 진실하게 대해야하는 것은 진실을 말하라는 의미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눈치없는 나의 단점을 보완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행동 심리학 서적을 뒤지다가, 'FBI 행동의 심리학'을 집어들었다. 전직 'FBI' 대적첩보 특별 수사관 조 내버로가 쓴 책이라는 말이 나의 구미를 당겼다.

 

1. 행동의 심리학은 과학적 근거가 있는가?

  전직 FBI 조 내버로의 글은 25년 동안의 경력에 근거하고 있기에 믿음이 갔다. 그러나, 학문적 근거가 있는 말인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들었다. 조 내버로는 나의 의구심을 미리 예상한 듯하다. 그는 진화 심리학의 관점에서 '인간을 지키는 3단계 생존 매커니즘'을 제시한다. 정지(Freeze), 도망(Flight), 투쟁(Fight)은 인간이 위험에 처했을 때, 살아남기 위해서 발휘했던 행동들이다. 이 생존의 기술들은 오랜 진화의 시간을 거쳐 현생인류에게 내재화되었다. 특히 우리의 변연계는 우리의 의식과는 상관없이 무의식적으로 우리몸을 움직인다. 말과 표정에서는 거짓말을 하고 있을 지라도, 발과 몸짓은 진실을 말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떠한 생존 전략을 우선적으로 써야할까? 조 내버로는 '가급적 투쟁반응을 자제해야한다.'고 조언한다. 그 이유는 '처음부터 공격적인 전략을 쓸 경우 감정이 혼란스러워지면서 위협적인 상황을 냉철하고 명확하게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라 말한다. 맞는 말이었다. 교사 생활을 하면서 가장 힘든 것이 학생보다 먼저 흥분하는 경우이다. 그럴경우, 사건은 제대로 수습되지 않는다. 나00 교감이 했던 말이 생각난다. "먼저 흥분하거나 화를 내면 지는거야!" 맞는 말이었다. 학생이 어떠한 불손한 말을 할지라도 먼저 화를 내서는 안된다. 항상 침착하고 논리적으로 대응해야한다. 항상 상벌점 규정과 징계규정, 학교 교칙을 머릿속에 넣어두고, 학생 반발시에 논리적으로 조목조목 대답해야한다. 권위적으로 응박질러서 생활지도가 되는 시기는 먼옛날 옛적일이었다. 흥분한 변연계를 잠재우고, 냉철한 전두엽을 활용해서 냉철하게 일처리를 해야함을 알게된 나에게, 조 내버로의 조언은 행동의 심리학이 상당히 실용적인 책임을 확신케했다.

 

2. 작은 차이가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호텔에 묵고 있는 조 내버로에게 호텔 주인이 부탁했다. 자신의 보안대원이 완벽한데 무언가가 빠진것 같으니 이를 해결해달라는 것이다. 그런데, 조 내버로의 해결책은 '손을 뒤로하고 턱을 올리라'는 것이었다. 너무도 작은 해결책이었다. 그러나 그 작은 차이는 엄청난 결과를 가져온다. 위엄이 부족했던 보안대원들에게 상당한 위엄을 주었으니 말이다.

  그렇다. 작은 차이가 엄청난 결과의 차이를 가져온다. 우리 주변에서 권위가 필요한 공간과 친절함이 필요한 공간이 있다. 공간의 변화에 따라서 공간에 알맞은 손동작, 제스춰를 한다면 나는 공간의 지배자가 될 수 있다. 교실에서 나의 손동작과 발동작을 어찌해야하는지를 고민했다. 그리고 그 힌트를 이 책에서 찾았다. 학부모와 상담할때, 학생과 상담할때, 관리자를 비롯한 동료교사와 대화하면서 그들에게 나는 어떠한 제스춰를 해야할지 생각했다. 그리고 그들의 행동 하나 하나에서 어떠한 단서를 찾을 수 있는지 고민했다. 책을 읽으면서, '넛지'가 생각났다. 강압적이지 않은 부드러운 계입 '넛지'!! 나의 행동 하나 하나는 하나의 '넛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리고 상대방의 의도를 읽고 이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희망을 얻었다.

 

3. 행동의 심리학에 오류는 없는가?

  '등뒤에 팔을 두는 태도는 '왕의 자세'로 불리며, 가까이 다가오지 말라는 의미를 전달한다.'라는 설명을 당신은 동의하는가?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나의 경우, 앞으로 구부정한 자세로 걷는 걸음걸이를 교정하기 위해서 '왕의 자세'를 한다. 뒷짐을 지고 걸으면서, 나의 자세를 교정하려 노력한다. 이러한 나의 모습을 보고, '왕의 자세'를 하고 있다며, 가까이 다가오지 않는다면, 나로서는 뭐라 변명해야할까? 행동의 심리학에서 말하는 행동읽기들은 절대적이라 말할 수는 없다는 생각을 했다.

 

  "제한된 정보나 한가지 관찰에 근거해 누군가에게 거짓말 쟁이라는 딱지를 붙이지 않도록 조심하라"(261쪽)

 

  책을 끝맺으며 조 내버로는 얇팍한 지식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는 오만을 경계하라 당부한다. 우리말에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라는 말이 있다. 비언어적 행동은 상대방의 마음을 읽고 대처하기 위한 참고자료일 뿐이다. 절대적 경전이 아니다. '왕의 자세'가 나에게는 자세 교정을 위한 노력의 결과물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거드름을 나타내는 표시일 수 있다. 행동 심리학을 절대적 좌표로 이해하기 보다는 삶에 지혜를 얻을 수 있는 하나의 부표로 삼아야할 것이다. 진실을 알기 힘들때, 행동 심리학을 떠올리자, 그리고 힌트를 얻자.

 

  '상대가 이러한 행동을 하면, 그는 이러한 심리이다.'라는 법칙화된 절대적 진리를 제시할 것으로 기대하고 읽었던 '행동의 심리학'은 절대적 진리를 찾기 보다는 '대인관계를 풍부하게 해줄 지식을 얻게 되었다.'는 기쁨을 가지고 참고 자료로 활용하라 한다. 그렇다. 비언어적 행동의 노예가 되기 보다는 비언어적 행동의 주인이 되어야한다. 나의 인간관계를 도와주는 참고자료이며, 갈피를 못잡는 나에게 경계선을 알려주는 부표로 '행동 심리학'을 활용해야겠다. 인생이라는 기나긴 항해를 도와주는 별자리 처럼 '행동 심리학'을 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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