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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로 읽는 교양 세계사 - 경제를 중심으로 역사, 문학, 시사, 인물을 아우른 통합 교양서
오형규 지음 / 글담출판 / 2016년 12월
평점 :
"경제를 중심으로 역사, 문학, 시사, 인물을 아우른 통합 교양서"라는 표지 글이 인상적이 책이다. 그러나 여러가지를 음식을 한상에 차리려니 음식은 많으나 막상 먹을 것은 별로 없었다. 이 책에 걸었던 나의 기대감은 너무도 무참히 무너져 내렸다. 내가 실망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렇다면, 이책에서는 아무것도 건질 것이 없었던 것일까?
1. 비역사 전공자의 한계
경제사를 중심으로 역사를 서술하고, 오형규 작가의 전공인 국문학에 대한 소양을 담기 위해서 세계적 문호들의 소설들을 곁들여 소개하고 있다. 가장 강한 것이 그의 전공인 문학분야와 경제학 분야이다. 그런데, 역사에 대한 저자의 이해는 실망스럽다 못해 절망적이다. 특히 오리엔탈리즘에서 벗어나지 못한 저자의 역사인식은 우려스러울 정도였다. 몇가지 예를 들어보자,
첫째, 이슬람 인들은 '한손에 칼, 한손에 쿠란'을 들고 지하드에 참여했기에 단기간에 넓은 영토를 넓힐 수 있었을까? 정답은 '아니다.'이다. 이슬람인들은 '쿠란'에 나와 있듯이 관용을 베풀었다. 만약 서구에서 만들어낸 이미지대로 무자비한 폭력과 살육을 저질렀다면, 강한 반발심을 유발시켰을 것이다. 단기간에 제국을 건설했던 아시리아가 그리도 빨리 멸망했던 이유는 무자비한 폭력적 지배 때문이다. 이슬람이 무자비하게 피지배민족을 압박했다면, 이슬람 제국은 쉽게 무너졌을 것이다. 이슬람인들은 이슬람을 믿지 않는 자들에게 '지즈야'라는 세금을 내도록 했으며, 지즈야의 액수도 낮은 수준이었다.
둘째, 이슬람제국이 기독교도의 성지 순례를 금지했기에 십자군 전쟁이 발생했을까? 정답은 '아니오'이다. 이슬람인들은 이교도들을 박해하지 않았다. 교화 우르반느 2세가 십자군전쟁에 동참할 것을 독려하면서 만들어낸 가짜뉴스이다. 살라딘이 영국의 사자심왕 리처드와 협의한 내용도 기독교 성지 순례를 허용한다는 내용이다. 이슬람은 그 이전부터 성지순례자를 박해하지 않았기에 사실상 살라딘에게 유리한 합의내용이라는 사실을 떠올린다면, 유럽 중심의 역사관이 얼마나 유럽 우월주의에 입각한 가짜뉴스를 남발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중국의 관리들은 '네가 네죄를 알렸다.'식의 원님재판으로 백성을 착취했을까? 원나라의 '무원록'과 명나라의 '대명률'을 떠올린다면, 같은 시기 유럽에 비해서 얼마나 사법체계가 체계적이었는지 알 수 있다. 중국은 중앙집권적 나라를 2천년이 넘도록 유지했다. 중앙의 힘이 지방에 까지 미치기 위해서는 전국을 통일적으로 다시릴 사법체계가 필수적이다. 그래서 춘추전국시대부터 법가 사상이 발전했으며, 한나라 시기에는 율령이 정비된다. 이렇게 발전하는 사법체계를 무시하는 저자의 태도는 분노를 끓어오리게한다.
넷째, 페스트가 몽골교역망을 따라 퍼져 유럽은 물론, 중국과 중앙아시아, 이슬람권에도 상당한 피해를 주었을까? 타 역사서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주장이라서 단정할 수는 없지만, 유럽보다는 그 영향력이 낮았을 것으로 판단된다. 중세 유럽인들은 비누를 알지 못했다. 자신의 더러운 냄새를 숨기기 위해서 향수가 발달했다는 사실을 떠올린다면, 쉽게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상하수도도 발달하지 못했고, 거리의 오물을 피하기 위해서 남성도 하이힐을 신었다. 이러한 비위생적인 사회였기에 유럽이 가공할 페스트의 참극을 겪어야했다. 그러나, 여타지역은 유럽보다는 위생적이었기에 피해의 강도가 낮았을 것이다.
다섯째, 정화의 업적이 계승되었다면 근대 역사는 완전히 바뀌었을까? 이 질문의 저변에는 역사는 서양사와 같이 고대 노예제 사회에서 중세 봉건사회로, 다시 근대 자본주의 사회로 발전한다는 단선적 발전론이 자리잡고 있다. 서양과 동양의 관점이 달랐으며, 세계의 역사는 유럽처럼 발전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발전의 과정을 밟고 있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오히려, 유럽의 사례가 특수한 세례이다. 유럽의 발전 단계를 근거로 타 지역의 역사를 단순히 꿰어 맞추는 역사인식은 매우 위험하다. 정화의 항해도 마찬가지이다. 콜럼버스가 경제적 목적을 위해서 신항로 개척을 했다면, 정화는 조공체제를 확대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에서 항해를 시작했다. 목적부터 달랐기에 결과가 같기는 힘들다. 또한 지속적 발전을 위해서는 가치를 창출하고 이익을 창출해야만한다. 정화가 조공체계에 천하를 포함시키기 위해서 항해를 하는한, 정화의 항해는 새로운 이익을 창출하지못하며, 경제적인 부담속에서 정화가 죽은 이후, 그 항해는 다시 이뤄지지 않았다.
비전공자가 역사책을 쓰려면, 역사에 대한 해박한 공부가 선행되어야한다. 이미 낡은 이론이 되어버린 사실들을 새로운 그릇에 담으려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된다.
2. 경제적 관점으로 본 새로운 사실들
그렇다면, 이 책은 쓸모없는 쓰레기 더미에 불과할까? 그렇지 않다. 모래속에서 진주를 발견하듯이 이책에서도 나의 눈을 틔워준 보석들이 알알이 박혀있었다.
첫째, 대륙봉쇄령은 아무런 성과 없이 나폴레옹의 몰락을 가속화시켰을까? 놀랍게도 나의 상식은 무너졌다. '산업혁명이 뒤쳐졌던 유럽대륙에 기대치 않은 이득을 주었다.' 한예로 자국 면직물 산업을 육성해서 영국 면직물에 대항할 수 있는 시간을 얻었다. 단순히 실패한 정책으로 치부했던 정책이 의외의 효과를 거두었다는 사실은 신선했다. 일반 역사학의 관점에서 벗어나서 경제사의 관점에서 바라보니, '대륙봉쇄령'이 새롭게 보였다.
둘째, 중상주의 정책은 절대왕정권을 강화시키는 성공한 정책이었다? 중상주의 정책을 교과서에서는 절대왕정을 뒷받침하는 경제정책으로서 성공한 정책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책에는 구성의 오류를 들어 중상주의 정책의 실패를 말하고 있다. 각국이 중상주의 정책을 실시하게 된다. 그러면 보호무역으로 인해서 교역을 위축시키고 이것은 경기침체로 이어진다. 프랑스의 경우 농산물 수출길이 막히면서 농민의 피해는 높아졌다. 중농주의가 이러한 중상주의에 대한 발발로 출발했다니, 정말 신선한 충격이다.
이러한 사실들은 경제사적 관점에서 보았기에 볼 수 있었던 사실들이다. 노란색의 안경으로는 황금을 구분해내기가 어려운 법이다.
3. 인공지능의 시대! 새로운 해안을 얻다.
이책의 명문장은 서문에 있다.
"석기시대는 돌이 부족해서 끝난게 아니고, 마차를 이어 붙인다고 기차가 되는 게 아니며, 기계를 부순다고 일자리가 유지되는 것도 아니다."
이 문장은 지루했던 이 책을 끝까지 읽도록 힘을 불어 넣어준 문장이다. 새로운 혁신이 새로운 사회를 만든다는 이 문장의 의미는 , 4차 산업혁명의 시대! AI를 두려워하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고 이다. 시대의 변혁을 거부한다고 그 변화를 막을 수 없다. 새로운 혁신을 거부하기 보다는 그 혁신을 기회삼아 새로운 창조를 해야 우리는 생존할 수 있다. 이 책에는 그러한 거부의 사례를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그것은 적기조례이다. 영국이 증기 자동차를 먼저 만들었으나, 증기 자동차는 도심에서 시속 2마일(3.2km), 교외 4마일(6.4km)이라는 속도 규제를 받았다. 운행시에는 60야드(55m) 앞에서 조수가 깃발을 들고 마부에게 자동차가 온다는 사실을 알려야했다. '적기조례'는 영국의 자동차 산업 발전을 막았다. 그사이 미국과 독일 프랑스는 영국의 자동차 기술을 발전 시켰다. 1896년 우리나라에서 아관파천이 있었던 해에, 적기조례는 폐지되었으나, 때는 이미 늦었다. 영국은 자동차 산업에서 미아가 되어버렸다.
요즘, 카카오 택시 문제로 세상이 시끄럽다. 영국의 '적기조례'를 예로들며, 카카오 택시도입을 방해하는 세력을 '시대 착오자'라고 비난해야할까? 카카오 택시가 들어오면 택시기사의 생존권이 위협당하니 이를 규제해야할까? 시대 변혁을 막을 수 없다는 냉혹한 현실을 받아들여야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희생을 최소화시켜야한다. 그렇지 않고 어정쩡한 태도를 취한다면, 영국의 '적기조례'와 '러다이트운동'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할 것이다.
일반이들에게 쉬운 수준의 책이다. 일반인을 위한 교양서라기 보다는 중학생과 고등학생들이 읽는다면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힐 수 있는 책이다. 물론, 서구 중심의 역사관은 반드시 수정되어야한다. 그렇지 않다면, 미래세대에게 서구에 대한 열등감과 서구 우월주의를 세뇌시키는 결과를 낳을 뿐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