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권력 인간 - 인류의 고전과 문제작, 전 세계를 뒤흔든 극적인 사건 속에서 드러나는 역사의 도도한 흐름
정승민 지음 / 눌민 / 201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팟캐스트 '일당백'의 애청자이다. 청소를 하거나 운전을 하면서 팟캐스트를 많이 듣는다. 특히 저자 정승민이 출연한 팟캐스트는 거의 빼놓치 않고 듣고 있다. 특유의 깊이있는 설명에 빠져들 수밖에 없기에 '최영아의 책하고 놀자', '매불쑈' 등도 같이 들었다. 그가 '역사, 권력, 인간'이라는 책을 썼다기에 그의 책을 읽기 시작했다. 대학교수님이 조근조근 강의해주시는 듯한 내용이 맘에 드는 책이다. 책 속의 내용도 대부분 그가 참여했던 팟캐스트에서 언급했던 내용들이 많았다. 그렇다면 정승민은 이 책을 통해서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1. 영웅에 대한 정승민의 생각?

  "영웅은 결국 스스로 해결하기 힘든 문제를 누군가에게 넘기려는 집단 무의식에서 나온 것이아닐까요"-정승민-

  위기의 시대는 영웅을 필요로한다. 일제에 의해서 국권을 강탈당하던 시기, 신채호와 박은식 선생은 영운전기를 썼다. 영웅 전기를 읽은 어린이와 젊은이들이 영웅이 되어서, 위기에 처한 조국을 구원해달라는 염워에서 영웅전을 썼을 것이다. 그러나 한명의 영웅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다수의 개인이 있어야한다. 그 영웅을 뒷받침 해줄수 있는 수많은 민중이 있어야, 한명의 영웅이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이순신이라는 영웅이 있기 위해서는 그를 믿고 따랐던 다수의 백성들이 있어야하듯이 말이다. 그러나 가장 건전한 사회는 한명의 영웅에 의지하는 사회가 아닌, 다수의 현명한 개개인이 집단의 일을 현명하게 연대하며 해결할때 만들어 진다. 이명박근혜시기에 영웅을 갈망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촛불혁명은 한명의 영웅이 만들어낸 작품이 아니다. 다수의 깨어있는 시민들의 합작품이다. 영웅의 출현을 기원하기 보다는 우리 개개인 모두가 사회에 주인의식을 갖는 깨어있는 주인이 되어야할 때이다.

 

2. 정승민님! 동의하지 않습니다!!

  작가 정승민은 권력이라는 프리즘으로 11개의 주제를 살펴보고 있다. 작가가 북콘써트에서 밝혔듯이, 원래 쓰던 책이 잘 쓰여지지 않아, 주제를 바꾸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역사, 권력, 인간'이라는 책의 전채를 관통하는 주제와 작가가 하려는 말이 일맥상통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리고 책들 곳곳에서 열설가의 웅변조의 말들이 많아 정승민의 주장을 한번은 의심하면서 읽게된다. 그중에서 몇가지를 살펴보자.

  첫째, 정승민은 워터게이트 사건을 설명하면서 "여론의 지지를 업은 정책은 잘못하더라도 바로 수정" 가능하다며, 여론의 지지를 얻는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김영삼 정권시기의 대북정책이 불현듯 머릿속에 떠오르며, 정승민의 말에 쉽게 동의할 수 없었다. 김영삼은 여론의 눈치를 많이 살핀 대통령이다. 특히 대북정책을 펼때는 지나치게 여론의 눈치를 살폈다. 특히 조,중,동이라는 보수신문의 논조에 귀를 기울였다. 대북정책은 여론의 동향에 따라서 갈지자 행보를 했고, 일관성 없는 대북정책은 좌초했다. 여론을 중시한다는 말은 일면 옳은 면도 있으나, 여론을 절대시해서는 안된다는 말은 더 옳다. 여론은 때에 따라서 변한다. 북한에 대한 동포의식과 6.25시기 적으로 싸웠다는 의식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여론이 갈지자 행보를 하는 것은 어쪄면 당연한 일이다. 이때, 대한민국호의 선장은 중심을 잡고, 원대한 마스터플랜을 머릿속에 그리며, 대북정책을 했어야했다. 더욱이, 그 여론이 몇몇 보수 언론이 주장하는 여론이라면 조심했어야했다.

  둘째, 정승민은 러시아가 중국의 부상으로 영토 양쪽 끝에서 압박을 받는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러시아와 일본의 관계가 긴밀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는 나의 상식과 상반된다. 트럼프 정권의 성립 이후만 보더라도 미국의 패권에 대해서 러시아와 중국이 가까워지고 있다. 러시아와 유럽, 중국의 대립구도가 아니라, 미국대 중국, 러시아의 대립구도로 보는 것이 지금의 국제정세를 보다 효과적으로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셋째, 정승민은 닉슨을 인간성부터 나쁜 폭군으로 묘사하고 있다. 특히 "베트남전에 원자탄을 쓸려했다."라는 서술은 믿을 수없었다. 닉슨은 "닉슨 독트린"을 통해서 데탕트시대를 열어 졌힌 사람이다. 그는 베트남 전쟁에서도 발을 빼려 노력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떠올린다며, 정승민의 주장은 믿을 수없다. 물론, 닉슨의 부하들의 전횡은 잘못된 것이며, 그것까지 미화시키고 싶지는 않다. 세상은 선과 악의 싸움이 아니다. 어쩌면 절대악과 차악의 싸움일 수도 있다. 닉슨을 낙마시킨 세력에 FBI 2인자인 마크펠트 부국장이 있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FBI를 개혁하려다가 오히려, FBI에 되치기를 당했으며, 그 뒤에는 군산복합체 세력이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노암 촘스키의 주장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절대악과 차악의 싸움에서 차악이 실패한 사건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을까?

  넷째, 트럼프와 레이건은 닮은꼴이다.?? 정승민은 트럼프와 레이건이 공통점이 너무도 많다며 다양한 사례를 든다. 그러나 나의 생각을 다르다. 트럼프는 레이건보다는 닉슨과 비슷한 점이 많다고 본다. 트럼프와 닉슨은 군산복합체 세력에 대항해서 미국이 전쟁에 참여하는 전쟁에서 발을 빼고 있다. 닉슨이 닉슨 독트린을 통해서 데탕트 시대를 열과 핑퐁외교를 통해서 중국과 수교하는 엄청난 일을 했다. 그에 반해서 트럼프는 서아시아에서 미군을 빼고 서아시아 자체가 스스로 방위를 하라고 한다. 또한 북한의 핵문제를 현명하게 해결해서 주한미군의 철수까지 노리고 있다. 닉슨과 트럼프의 외교정책에 핵심 브레인은 키신져이다. 트럼프의 외교고문으로 닉슨 대통령 시기 핑퐁외교를 주도했던 그가 다시한번 트럼프의 브레인이 되어 군산복합체 세력의 힘을 약화시키고  있다. 닉슨이 군산복합체 세력에게 정권을 빼앗겼다. 트럼프는 과연 군산복합체 세력의 반격을 이겨낼 수 있을지 궁금하다.

 

3. 정승민씨, 옥의 티가 보여요.

  팟캐스트에서 정승민의 모습은 만물 박사이다. 특월한 식견과 다방면에 많은 지식을 쏟아내는 그의 모습은 감탄을 자아낸다. 그러나 이책에는 옥의 티가 많이 보인다. 그중 몇가지를 살펴보자.

  첫번째, "백마를 타고 눈덮인 (알프스)산을 넘는 나폴레옹"은 거짓이다. 정승민은 나폴레옹을 설명하면서 백마를 타고 알프스산을 넘는 다비드의 그림이 사실은 거짓이라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았다. 나폴레옹은 가장 앞장서서 알프스산을 넘지 않았다. 병사들이 먼저하고 자신은 나귀를 타고 그 뒤를 따랐다. 혁명화가 다비드는 영웅을 만들어 냈다. 백마를 타고 가장 먼저 알프스산을 넘는 영웅의 모습을 그림으로써 프랑스인이 원하는 영웅을 만들었다. 정승민이 다비드 그림의 허와 실을 지적했다면 더 좋은 글이 되었을 것이다.

  둘째, 알자스 로렌 지역 사람들은 독일인에 가깝다. 정승민은 알퐁스 도테의 '마지막수업'을 예로 들며, 민족주의와 제국주의를 설명한다. 그런데, '마지막 수업'은 프랑스의 민족주의를 고취하기 위해서 씌여진책이며, 알자스-로렌 지역은 사용하는 말은 독일어에 가깝고, 인종도 독일인에 가깝다는 사실을 정승민은 지적하지 않았다. 이 부분까지 지적했다면, 민족주의와 제국주의를 보다 심도있게 설명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든다.

  셋째, "순자는 유가에 뿌리를 두지만 성악설을 주장한 일종의 마이너"가 아닙니다. 정승민은 순자를 유가에서 마이너라고 말한다. 그러나 순자는 제나라의 직하에서 공부한 사람으로, 요즘으로 말하면 하버드대학 총장이다. 유학의 정통성은 맹자가 아니라, 순자에게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성리학이 절대화되면서 순자를 마이너 취급하지만, 중국의 경우 양명학을 많이 연구하고 있다. 조선의 교조적 성리학 사상에 근거해서 순자를 '유가의 마이너'라고 말하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

  이러한 옥의 티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가치가 낮아져 보이지는 않는다. 그의 탁월한 강의 실력과 박식함을 알기 때문에....

 

4. 풀리지 않는 의문! JFK를 암살한 세력은 누구인가?

  존 F 케네디! 그의 죽음을 파헤친 영화 <<JFK>>를 고등학생 시기에 보았다. 그때 영화가 잘 이해되지 않았다. 현대사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는 점도 원인이겠지만, 미국은 자유롭고 정의로운 나라이며, 민주주의의 모범적인 국가라는 고정관념이 영화의 이해를 어렵게 한점이 가장 큰 이유이다. 시간이 흐르고 세계사에 대한 지식을 쌓고 미국을 움직이는 군산복합체 세력에 대해서 알게 되면서 영화 <<JFK>>가 이해되기 시작했다. 쿠바 미사일 위기에서 그가 보여준 침착함. 전쟁을 하자는 강경파를 억누르며, 소련과 대화를 통해서 평화를 지키려했던 케네디! 베트남 전쟁에서도 발을 빼려는 모습이 보이자, 군산복합체 세력은 마피아 세력과 손을 잡고 케네디를 암살한다. 와스퍼라는 주류에 들지 못하는 비주류 대통령으로 겪어야하는 고통을 생각하니, 불현듯 고 노무현 대통령이 떠올랐다. 둘다  비주류 대통령으로 남다른 업적을 남겼지만, 비운에 목숨을 잃어야했다.

  권선징악! 선은 반드시 이기고 악은 반드시 징벌을 받는다는 진리는 만화영화에서만 가능한 것일까? 악이 반드시 승리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선이 반드시 패배하는 것도 아니다. 노자는 天地不仁(천지불인)이라하지 않았던가! 하늘과 땅은 어질지 못하다. 태풍이 인간의 사정을 봐가면서 진로를 정하지 않는다. 선과 악 중에서 어느 것이라도 승리가 보장되어 있지 않다. 선이 승리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의 부단한 노력과 희생이 필요하다. 민주주의라는 값진 결실을 얻기 위해서 우리가 촛불을 들었듯이, 선이 이기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존 F 케네디의 죽음은 우리에게 선이 이기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그만한 댓가를 치뤄야함을 말하고 있다.

 

 

  많은 팟캐스트에서 작가 정승민의 열혈팬으로 자처했다. 책을 읽으면서, 정약용 선생이 말한 글쓰기 방법이 떠올랏다. 역사나 전기류를 쓸때는 적당한 예화와 인물에 얽힌 이야기를 곁들여 써야만이 이해가 쉽고 재미있다는 다산의 글쓰기 방법을 정승민은 채득하지 못한 것 같다. 열설조, 강의조의 글들과 작가의 원론적인 설명은 이책의 흡입력을 떨어뜨렸다. 첫술에 배부르랴! 정승민이 대중에게 단독으로 내놓은 첫번째 작품이라 부족한 면이 있을 수도 있다. 앞으로 정승민의 더 숙성된 책들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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