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베르토 풀빛 청소년 문학 5
도나 조 나폴리 지음, 김민석 옮김 / 풀빛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유대민족의 홀로코스트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주인공 로베르토가 무솔리니 치하 이탈리아 국적의 소년이며 당시 이탈리아가 독일과 군사동맹을 맺었다는 역사적인 사실을 고려한다면, 로베르토를 비롯한 그 시대의 아이들에게 일어난 불행이 황당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일어났던 전쟁을 생각하면 전쟁의 참혹함이 아이라고 해서 비껴갈까, 하는 생각에 이야기 속 상황이 납득이 되었다. 

로베르토는 친구들과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갔다가 독일군에 의해 강제노동수용소로 끌려가 전쟁의 광풍을 온몸으로 겪게 된다. 아무리 군사동맹 관계의 독일과 이탈리아지만 히틀러와 무솔리니라는 두 파시스트의 광적인 성향 때문인지, 아니면 원래 전쟁이라는 잔인한 속성 때문인지는 몰라도 독일군이 이탈리아 국적의 아이들을 강제 동원, 징용하는 일이 가능했단 사실에 놀랐다. 그런 어이없는 상황, 비참한 현실의 와중에도 로베르토는 함께 끌려간 유대소년 사무엘과의 우정과 유대인 수용소에 끌려온 소녀에 대한 동정을 보이며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잃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친구 사무엘이 죽자 로베르토는 사무엘의 유언대로 ‘싸우기 위해’, 그리고 ‘다른 사람이 네 마음을 마음대로 좌지우지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기 위해 수용소를 탈출한다.  죽음과 팔짱을 끼고 가는 듯 위태로운 탈출의 여정은 소설의 반을 차지하는 분량이다. 작가가 수용소 안의 비참한 현실과 맞먹는 분량으로 로베르토의 생명을 건 탈출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은 아마도 전쟁을 향한 절망보다는 전쟁 속에서도 잃지 않는 희망, 절망을 딛고 일어서는 인간의 의지를 말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를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지금 필요한 건 돌이에요.  돌만 충분하고 물이 깊지 않다면 물 위에 도시를 세울 수 있어요.  베네치아처럼요.”

“아저씨, 나는 돌이 될 거예요.  새로운 도시를 세우는 데 필요한 돌 말이예요.  아저씨도 그런 돌이 될 수 있어요.” (p.258)

로베르토가 이탈리아군의 탈영병 마우리치오에게 하는 이 말은 이 책의 원제 Stones in Water를 생각나게 한다.  모든 것이 무너져버린 전쟁 속에서의 희망과 평화의 재건이라는 상징을 담은 ‘돌’을 수용소에서 만난 비참한 몰골의 폴란드계 유대인 소녀에게서 선물로 받았다는 것은 더욱 의미심장하다. 

이 땅에서 자라나고 있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로베르토의 돌’을 갖기를 바라면 욕심일까. 총격이  오가고 미사일이 떨어지는 전쟁 중은 아니지만, 아이들에게 오늘의 현실은 나름대로 참혹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의 십대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을 가진 기성세대의 한 사람이고 답답한 현실을 획기적으로 바꿔줄 수도 없을 만큼 무능력한 어른이지만 그들의 손바닥 안에 ‘로베르토의 돌’을 살며시 쥐어주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다. 포기하지 않는 희망, 절망을 견디고 피워내는 꿈, 캄캄한 현실 속에서도 빛을 찾아가는 용기, 고통 앞에 무릎 꿇지 않는 강한 의지가 ‘로베르토의 돌’의 의미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로베르토가 수용소를 탈출하여 파르티잔으로 살아갈 것을 돌을 손 안에 꼭 쥐고 결심했듯이 우리 아이들도 소중한 자기 삶 속에서 의미 있는 미래를 희망하고 용기 있게 나아가기를 가만히 빌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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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7-09-19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함께 빌게요.

섬사이 2007-09-19 21:09   좋아요 0 | URL
예, 함께 빌어요. 공부를 잘 하거나 못 하거나, 잘 사는 집 아이이거나 가난한 집 아이이거나 저마다의 꿈이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기를.. ^^
 
고슴도치의 우아함
뮈리엘 바르베리 지음, 김관오 옮김 / 아르테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남들에게 자랑을 늘어놓을 만큼 책을 많이 읽지는 못했다.  그래도 순수하고 아름다운 내용을 담은 책, 꿈의 세계가 스펙타클하게 펼쳐지는 판타지 책, 삶의 고단한 여정을 담은 책,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만을 담은 책, 가슴을 조이는 긴박감에 땀을 쥐게 하는 책 등등,,,  다양한 내용의 책들을 읽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런 소설은 처음이다.

이 책, <고슴도치의 우아함>은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하고 생각하다가 두 마디로 정의 했다.  까칠하고 독특한 책이라고. 

처음엔 열두 살 팔로마나 쉰네 살의 르네의 세상과 사람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들이 지적 오만에 사로잡힌 고슴도치의 까칠함으로 보였다.  그 둘이 합쳐지면 슈퍼 울트라 가시가 돋은 괴물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했을 정도다.  그러나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난 여리고 따뜻한 고슴도치의 속살을 느낄 수 있었다.  르네와 팔로마가 뾰족하게 세운 고슴도치의 가시는 세상을 향해 드러낸 뾰족하고 아픈 적의의 가시라기보다 예민한 촉수와 같았다.  그 민감한 촉수가 세상의 거칠고 어두운 부분에 가서 닿을 때마다 르네와 팔로마는 숨고 감추고 도피한다.  그러면서 세상과 주변 인물에 대해, 그리고 문학, 언어, 미술, 영화, 아름다움, 인생 등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철학적인 언어로 표현하고 있다. 

독특하다는 건 차별화된다는 것이고, 그건 참신함, 개성, 신선함 등등의 뜻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의미에선 타자들과의 소통과 이해의 측면에서 그 폭이 좁다는 뜻이기도 하다.  앞에서 말한 철학적 표현들은 바로 이 ‘독특함’의 양면을 드러내고 있다.

내가 그냥 스치고 지나가도록 방기했던 생각과 느낌들, 잠시 떠올랐다가 그 깊이를 잃고 잡념화 되어버렸던 생각들이 뮈리엘 바르베리라는 작가의 깊은 사유를 통해서 생명력을 얻고 문장 속에서 빛을 뿜고 있는 걸 보았다.  그리고 많은 부분에서 새로운 생각들, 참신한 사고의 발상들과의 만남이 있었다.  나도 이 작가처럼 생각의 깊이를 더하며 집요하게 파고드는 예리한 사유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이 소설은 세상과 사물, 인물들의 외피를 묘사하지 않는다.  작가는 특유의 철학적 표현을 세상의 부조리, 인간의 내면, 삶에 대한 생각, 예술과 아름다움에 대한 고찰 등을 향해 펼쳐놓는다.  이런 면이 독자들에게 쉽게 읽을 수 없는 소설이라는 인상을 준다. 예를 들어 열두 살 소녀 팔로마의 외모는 소설 후반부(정확히 p.355)에 가서나 알 수 있다.  그 전에는 팔로마의 ‘깊은 사색’‘세상의 움직임에 대한 일기’를 통해 팔로마의 생각과 내면심리의 흐름을 좇을 수 있을 뿐이다. 

소설의 후반부로 갈수록 고슴도치의 가시는 부드러워지고 이야기는 따뜻한 난류를 타고 흐른다.  이는 ‘열정과 청춘의 진지함을 현자의 배려와 온정으로 연결시키고 있는’(p.336) 멋진 일본인 카쿠로 덕분인데, ‘그는 세상을 관용과 호기심으로 바라다보’고 ‘식욕, 명석함, 아량의 결탁으로 참신하고 맛있는 칵테일’(p.336)을 만들 줄 아는 사람이다.  작가의 일본에 대한 애정이 다분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일본에 대한 작가의 애정은 소설 여기저기에서 수시로 드러난다. 그럴 때마다 반항심과 질투심이 고개를 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일이 따지고 들자면 너무 치졸해지는 것 같으니까 그만두자.) 카쿠로의 등장은 독자에게 비로소 이 소설에서 소설다운 흥미를 느끼게 하는 계기가 된다.

분명 손에 쥔 미꾸라지처럼 매끈하게 빠져나가며 쉽게 읽혀지는 책은 아니다.  손에 쥐고 몇 번 힘들여 주무르고 치대는 수고가 필요한 책, 그래서 다 읽고 나면 내 생각이 더해지는 책이다.  까칠하고 독특하다. 그리고 마지막엔 따뜻한 감동이 기다리고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소설과는 다르기 때문에 다소 어렵고 생소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얻을 게 많은 책이다.

사족 하나,
표지 바탕색이 난 화사한 분홍인 줄 알았다. 그런데 받고 보니 형광주황색에 가깝다. 처음 책과 대면하고 나서 나를 가장 당황스럽게 만든 것은 작가의 어려운 철학적 표현들이 아니라 바로 표지의 색깔이었다.  색의 중요함을 인식하는 순간이었다.  형광주황색보단 화사한 분홍이 책을 훨씬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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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18 17: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9-19 2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9-18 22: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9-19 20: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로 2007-09-18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도 찜해야겠어요. 까칠하고 독특한 책을 읽고 싶어요,,,,더구나 마지막엔 따뜻한
감동까지 기다리고 있다니!!!

섬사이 2007-09-19 20:57   좋아요 0 | URL
지은이가 철학교사라서 그런지 생각의 방법이나 표현에서 독특한 점이 보이는 책이예요. 마지막엔 살짝 눈시울을 적셨답니다. ^^

비로그인 2007-09-19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특함은 차이이기도 하고 차이는 외면받기도 하지요. 최근에 [본 얼티메이텀]을 보다가 느낀 것은, 그가 뛰지 않고 다른 이들처럼 걸었다면 추적자들의 눈에 띄지 않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였어요.

섬사이 2007-09-19 21:04   좋아요 0 | URL
액션이 살아야 하는 영화에서 다른 이들처럼 걷는다면... 그것도 꽤 조마조마한 긴장감이 있겠는데요.^^

하늘바람 2007-09-19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넘 읽고 프더라고요

섬사이 2007-09-19 21:05   좋아요 0 | URL
저도 너무 읽고 싶었어요. 제목에서부터 마구 끌리더라구요. ^^

비로그인 2007-09-19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슴도치의 속살이란 님의 리뷰처럼 섬세하게 펼쳐져 있어 일일이 들여다 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조금 시간을 들여서라도 보고나면 뿌듯한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해주어 고마워요.

섬사이 2007-09-19 21:07   좋아요 0 | URL
민서님, 고맙습니다. 리뷰를 쓰고 나면 늘 부족함을 느끼곤 하는데, 이렇게 칭찬해주시니 쑥스럽네요. 나중에 저희 막내까지 크고 나면 그 땐 좀 더 시간과 정성을 더 들일 수 있겠지요. ^^
 
샘에게 보내는 편지
대니얼 고틀립 지음, 이문재.김명희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내가 어두운 터널에 있을 때, 난 나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고 싶다. 터널 밖에서 어서 나오라고 외치며 출구를 알려주는 사람이 아니라, 기꺼이 내 곁에 다가와 나와 함께 어둠 속에 앉아 있어줄 사람.  우리 모두에겐 그런 사람이 필요하다.

샘. 상처를 입으면 널 사랑하는 사람 곁으로 가거라.  널 비난하지도, 섣불리 충고하지도 않는, 네 아픔을 함께해 줄 사람 곁으로.  그런 사람 곁에 있으면 네가 어제 가졌던 것들에 대한 갈망이 줄어들고, 네가 오늘 가진 것들을 더 많이 누리게 될 것이다. (p.213)


어느 글에선가 인간은 이해받으려는 욕구가 사랑받고자 하는 욕구보다 앞선다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사랑에 앞서 선행되어야 할 단계가 상대에 대한 ‘이해’인 점을 생각해보면,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말인지도 모른다. 이해할 수도, 이해받을 수도 없는 대상을 사랑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니까 말이다.  그러고 보면 가족과 친구, 친척, 이웃, 더 나아가 세상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은 살아가는 데 있어 매우 불행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이 책은 사고로 전신마비가 되어 살아가는 할아버지 대니얼 고틀립 박사가 태어난 지 14개월만에 자페 진단을 받은 손자 샘에게 보내는 편지들로 묶여 있다. 자폐에 대한 정확한 지식은 없지만 세상과 타인을 향한 마음의 문을 닫아거는 병이라고 알고 있다.  소통하고 이해하는 데 장애를 겪는 손자를 바라보는 할아버지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소통과 이해의 장애를 안은 어린 샘이 넘어야 할 삶의 굴곡과 장벽들을 그려보며 걱정하고 안타까워하는 할아버지 고틀립의 애틋한 마음이 잔잔한 글 속에 녹아있다.  고틀립은 할아버지만이 낼 수 있는 인자하고 자애로운 목소리로 이혼과 전신마비 후에 찾아온 분노와 견딜 수 없는 상실감과 좌절의 감정, 그리고 그런 자신을 추스르는 과정에서 깨달은 인생의 소중함을 들려준다.  뿐만 아니라 샘이 삶의 단계마다 겪을 실제적인 혼란과 위험에 대처하는 방법까지 세세하게 적어 놓고 있다.  샘이 학교에서 겪게 될지도 모르는 만약의 폭력에 대해서, 이성과의 사귐에 대해서, 사회의 편견과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싸움을 벌이는 방법에 대해서, 가족과 부모에 대해서 적어 놓은 글들은 내가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인 동시에 내가 배워야 할 내용이기도 했다.

나는 또 한 명의 샘이 되어서 고틀립의 편지를 읽고 있었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지만 세상을 경계하고, 나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면 상처를 입게 되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타인의 지나친 접근을 방어하는 나는 어쩌면 ‘자폐’와 비슷한 증상을 앓고 있는 것이 아닐까.  나는 왜 ‘비상깜박이’ 켜기를 주저하고 내 안의 ‘호랑이’를 좇아버리려고만 기를 썼을까.  나의 ‘인생지도’ 속의 길은 왜 제자리만 가리키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걸까. ‘열쇠’를 찾으러 어둠 속으로 들어가려고 하지않고가로등 아래서 누군가 대신 문을 열어주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리며 살아왔던 것 같다는 생각이 마음 속을 어지럽혔다.

이 책은 그렇게 사람의 가장 근본적인 내면의 줄을 울린다. 그래서 샘만이 아니라 사람들까지도 자기 마음 속의 울림을 듣게 하는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사랑’을 가지고 세상을 사는 일이 두렵다. “여러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세요.  그리고 그 사람을 온몸으로 사랑하세요.  작은 땀구멍까지도 아낌없이 사랑하세요.  내일은 그 사람을 더 사랑하십시오.  그리고 그 다음날은 사랑하는 사람을 한 명 더 늘리세요.  매일 매일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을 한 명 더 늘리세요. 더 많은 사람들을 사랑하세요.”(p.223)하는 그의 외침이 공허하고 씁쓸하게 울리기도 했다.

사랑, 평화, 온정, 신뢰, 이해...... 모두가 꿈꾸지만 실현하기에 너무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들.  책에서는 가능하지만 현실 속에선 불가능하다고 포기했던 것들.  그런 것들에 대한 따스한 향수가 밀려오곤 했다. 

어쩌면 필요한 건 용기였는지도 모른다.  모두가 자기를 방어하느라 두껍고 단단한 갑옷을 입고 있는 세상에서 서로의 뺨을 비비고 손을 맞잡고 다정하게 포옹하며 체온을 나누기를 기대하고 있으니까.  누가 먼저 갑옷을 벗을까.  누가 먼저 투구를 벗고 미소 지은 얼굴을 보여줄까.  다 읽은 책을 책장에 꽂지 못하고 공연히 책을 쓰다듬으며 오래도록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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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7-09-18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들은 참 다 각각인것 같으면서 또 어떻게 생각하면 다 비슷비슷하지요.
사랑과 용기의 관계,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가요.

섬사이 2007-09-19 20:49   좋아요 0 | URL
사는 모습은 다 다르지만 공통의 정서가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작은 차이가 너무 다른 현실을 빚어 내는 것 같기도 하고... ^^

라로 2007-09-18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리뷰 멋져요.

섬사이 2007-09-19 20:49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비로그인 2007-09-19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 이거 보관함에 넣었는데 ^^ If you know me, you gonna love me..란 생각때문에 어쩜 이해가 사랑에 대한 욕구를 앞서는게 아닐까...라고도 생각했어요. 뭐, 꼭 그렇게 되는거 아니야..라고 이해는 해요.

섬사이 2007-09-19 20:51   좋아요 0 | URL
인생에서 서로 사랑할 수 있는 사람도 중요하지만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사람도 못지 않게 중요하겠지요. 때로 사랑은 사람을 외롭게 하지만, 이해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죠. ^^
 
바다의 성당 1
일데폰소 팔꼬네스 지음, 정창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마치 장대한 서사 장르의 영화를 보고 난 듯한 느낌이다.  14세기 스페인의 사회상를 담고 있는 이 소설은 약 900페이지에 달하는 적지 않은 양의 글인데도 불구하고 막강한 흡인력을 가졌다.  그 흡인력은 아마도 잘 짜여진 플롯이 단단한 뼈대를 이루고 그 위에 귀족과 지주 등 강한 자들이 저지르는 비정한 폭력과 강탈의 모습과 이에 무참히 짓밟히는 약자들(농노, 노동자, 창녀, 노예, 유태인 등)의 모습이 몸서리쳐질 정도로 극명하게 대비를 이루며 드러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악인과 선인의 편을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가를 수 있는 분명함, 사랑과 복수, 전쟁과 폭력, 읽는 이를 경악하게 만드는 잔인함, 거기다 너무나 인간적이고 성실한 영웅 아르나우까지 있으니 긴장과 흥미를 느끼며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책을 읽고나서 “아, 참 재밌었다.”라는 말로 간단히 털어버릴 수 없는 묵직함이 가슴 위에 얹히는 건 왜일까.  그건 아마도 귀족과 천민, 지주와 농노 같은 신분으로 평가될 수 없는 ‘인간다운 삶’에 대해 생각하도록 만들기 때문일 것이다.  비록 그 신분이 최고의 귀족일지라도 폭력에 가까운 권력, 채워지지 않는 탐욕, 배고프고 가난한 이들에 대한 상상을 뛰어넘는 착취, 각종 이해관계에 따라 처세를 달리하는 비겁함은 짐승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에 비해 악취를 풍기는 천민과 창녀, 노예계층과 지독한 편견에 시달리는 유태인 계층은 보은의 미덕을 알고, 따스한 동료애를 나누며 서로의 가난함과 어려움을 어루만져주는 측은지심의 면모를 보여준다. 

인간적인 모든 권리를 박탈당하고 억눌리는 민중들이 묵묵히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지배계급의 폭력과 착취뿐만이 아니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순식간에 앗아가는 페스트와 왕권다툼으로 벌어지는 전쟁, 흉작으로 인한 기근 등 감내하고 극복해야 하는 것들은 많았다. 이러한 고달픈 민중의 역사가 베르나뜨와 프란세스카, 그리고 아들 아르나우의 삶을 통해 구체화되면서 음영의 입체감을 띄고 다가오기 시작한다.  아르나우의 아버지 베르나뚜는 영주 베예라에 의해 철저하게 짓밟히고는 조상대대로 일구던 땅에서 도망쳐 나와 오직 아들에게 자유를 주고야 말겠다는 일념으로 바르셀로나로 들어간다.  아르나우는 영웅이 늘 그렇듯이 온갖 고난과 풍파 속에서도 성공을 거듭하여 아버지를 멸시하고 조롱하고 죽음으로 몰고 간 이들에게 복수를 하게 되지만, 그것이 아버지 베르나뚜가 바라던 자유였을까? 

자유를 열망하는 짓눌린 민중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지만 이 책은  ‘대지의 종’, ‘귀족의 종’, ‘열정의 종’, ‘운명의 종’ 이라는 제목의 4부로 구성되어 있다.  아르나우가 유태인 하스다이의 도움으로 환전상으로서 엄청난 재력을 갖게 되고 남작이 되고 명예로운 영사의 직책을 수행하는 성공을 이루는 이야기라도  이와 같이 ‘~의 종’이라는 제목 아래에서 펼쳐지는 것은 우리 인간이 결국 완벽하게 자유로울 수 없으며 어떤 순간에도 ‘운명의 종’으로서 무엇인가에 늘 사로잡혀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비극적 인물들의 인생 여정 속에서 더욱 비참하게 여겨지는 삶은 바로 여인들의 삶이었다.  어디선가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이 세상에 가장 비참한 노예가 있다면 그 노예 아래에 더 비참한 여자가 있다고.  그 말대로 사회적 약자에 속하는 여인의 삶은 기구하다 못해 잔인하고 처참하다.  함부로 겁탈당하고 폭력으로 짓밟히고 기본적인 인권까지 철저하게 박탈당하며 자기 삶의 결정권을 갖지 못한 당시 여인들의 모습은 같은 여자로서 끔찍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바다의 성당, 산타 마리아 델 마르는 그런 의미에서 매우 상징적인 장소로 부각된다.  거장 베렌게르는 아르나우에게 이렇게 말한다.
“....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군주들이 다 그렇게 크고, 그렇게 높고, 그렇게 긴 것을 원하다 보니, 성당들이 그만큼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거야.  크고, 높고, 좁은 성당들...... 무슨 말인지 이해하겠니?”
소년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우리의 성전은 정반대가 될 게다.  그렇게 크지 않고, 그렇게 길지 않고, 그렇게 높지 않은 대신, 아주 넓은 성당.  모든 까딸루냐 사람들이 들어가서 성모 마리아와 함께할 수 있는 성당 말이다. 언젠가 공사가 끝나면, 이곳이 특별한 곳이 아닌 평범한 곳임을, 모든 이들을 위한 공간임을 너도 알게 될 거야.  이곳에 유일한 장식이 있다면, 그것은 빛, 즉 지중해의 빛이라는 것을 알게 되겠지.  우리는 많은 장식을 필요로 하지 않아.  우리가 원하는 것은 공간, 그리고 그곳으로 들어오는 빛, 그것뿐이란다.”(1권p.294)
너무 크고 좁고 길어서 인간을 짓누르는 종교와 귀족의 절대 권력을 닮은 성당이 아니라 낮고 넓고 모든 이를 끌어안는 공간의 성당, 어둠 속에서 울부짖으며 피흘리는 민중들을 향해 따스하고 밝은 빛을 차별 없이 안겨주는 성당은 아르나우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 계층이 바라는 염원이 고스란히 반영된 공간인 것이다. 

아르나우의 어머니 프란세스카는 “그래봤자, 비천한 자들은 죽어서도 제 몸 하나 눕힐 곳 없어.  그렇게 사는 거야.  우리는 그동안 지금의 우리가 되기 위해 무척이나 싸우지 않았느냐. 그러니 명예 따위는 더 이상 생각하지 마라.  비천한 자를 위한 명예는 세상 어디에도 없단다.”(2권 p.160) 라고 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진정한 명예는 낮고 힘없고 가난한 그들 안에 있었던 것 같다. 

엄청난 흡인력으로, 읽는 내내 긴장과 흥분을 느끼게 만들었던 이 책이 문학의 오락성과 예술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는 생각이 든다.  바르셀로나라고 하면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만 떠올렸던 나는 이제 산타마리아 델 마르 성당이 궁금하기만 하다.  그 가운데 서서 창문을 향해 쏟아져 들어오는 지중해의 햇빛과 돔 천장을 올려다 보고 싶다.  그 곳에 가면 온몸이 쪼개질 듯한 고통을 참고 꺾이는 무릎을 간신히 지탱하며 육중한 돌을 지고 걸음을 옮기던 짐꾼들의 순수한 열정을 곳곳에서 만나보게 될 것만 같다.  숙연한 마음으로 그들을 기억하고 싶다.

 

<오자발견>
◎ 2권
◦ 236쪽 맨 아랫줄 : 아르나아는 그의 성모 앞에 다가가 무릎을 꿇었다. 
                           
 → ‘아르나우’로 교정해야 함.
◦ 367쪽 ; “곧 끝날 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격식왕여전히 왕은 가스띠야와 전쟁 중이오.”
               →격식왕은 뻬드로 3세를 가리키는 말인데, 문맥의 의미가 통하지 않음.
◦ 421쪽 ; “당신의 저 재산을 몰수한다......” 
              →‘전 재산’으로 교정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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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9-12 0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분을 넘어, 인간다운 삶을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군요. 스페인의 14세기 사회상을 담고 있다니 무척 흥미로울 것 같아요. 잘 읽고갑니다.^^
섬사이님, 늘 성실하고 꼼꼼한 리뷰, 참 좋습니다.^^

섬사이 2007-09-18 14:48   좋아요 0 | URL
예, 참 흥미롭고 재밌는 책이었어요. 감동도 컸구요. 부산엔 비가 많이 왔죠? 별 일 없으신가요? 아파트 베란다 창이 깨진 곳도 있다고 하던데... 설마.. 하면서도 은근히 염려가 되네요. ^^

라로 2007-09-12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대단하시네요,,,어쩜 이렇게 꼼꼼하실까요???
정말 좋아요!!!추천

섬사이 2007-09-18 14:49   좋아요 0 | URL
나비님, 반갑습니다. 에고,, 제가 요즘 자꾸 정신을 딴 데다 흘리고 다녀서 제대로 서재관리를 못하고 있습니다. 찾아오시는 분들에게 너무 죄송해요. 이렇게 칭찬해주시고 추천까지 해주시는데 냉큼 댓글을 달아 꾸벅 인사를 드렸어야 하는데 말이죠.. 고맙습니다. 꾸벅~~~ ^^
 

일주일에 한 두 번 정도 어린이 도서관인 ‘책읽는 엄마 책읽는 아이’(이하 ‘책엄책아’)에 비니를 데리고 들르곤 한다.  공공도서관이 사무적이고 경직된 분위기인데 반해 책엄책아는 엄마와 아이들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때론 먹고 마시고 뒹굴면서 책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비니는 책을 읽기보다 ‘놀러’간다.  어느 날은 그림책 한 권 보지 않고 도서관 안에 있는 인형들을 가지고 놀기만 하다가 돌아온 적도 있다. 

오늘도 멜론과 방울토마토, 빵, 우유를 싸가지고 책엄책아 도서관으로 놀러(?) 갔다.  김소희 도서관장님은 <참 좋은 엄마의 참 좋은 책 읽기>란 책을 내신 분인데 하얀 얼굴에 가녀린 몸, 작은 목소리와 함께 개구쟁이들의 소란을 너그럽게 받아주는 넓은 품을 가지셨다. 

앉은뱅이 책상 앞에 앉아서 가져온 스케치북이며 크레파스를 꺼내놓고 비니와 놀이 한 판을 벌이려고 하는데 관장님이 손짓을 하셨다.
“시리동동의 권윤덕 선생님이 오셨어요. 얼른 싸인 받으세요.”하며 웃으신다.
히익~~  이게 웬 횡재람.
비니 스케치북의 깨끗한 면을 펼쳐들고 조심조심 권윤덕 선생님 곁으로 다가갔다.
“저.. 선생님.  싸인 좀 해주세요.”
스케치북을 내밀다가 권윤덕님 앞에 놓여있던 물컵을 쏟는 소동을 벌여가며 소중한 싸인 한 장을 얻었다. (이렇게 뿌듯할 수가..)

그리고 덤으로 즉석에서 아이들을 모아놓고 ‘이야기방’이 펼쳐졌다.
물론 권윤덕님이 직접 진행을 해주셨다.
<시리동동 거미동동> 책도 읽고, 직접 꼬리따기 노랫말도 지어보고, 권윤덕님이 직접 연필로 스케치한 토끼, 까마귀, 소녀의 그림에 색칠해 오려서 나무젓가락에 붙이는 미술작업까지.. 
비니는 까마귀를 골라 놓고는 색칠을 뒷전이고 풀어놓은 싸인펜과 크레파스, 색연필, 나무젓가락을 만지작거리는 데 정신이 팔려, 내가 다 해버렸다는 게 아쉬웠다.

‘이야기방’에 모인 아이들이 비니같은 서너살 꼬마부터 초등학교 1,2학년 아이까지 그 대상의 범위가 너무 넓은 탓에 좀 산만하긴 했지만 즐겁고 소중한 시간이었다.
게다가 어린이 책 작가이셔서 그런지 아이들의 엉뚱하고 장난끼 어린 소소한 말까지 웃는 얼굴로 얼마나 다정하게 받아주시던지..

비니는 <시리동동 거미동동> 책을 즐겨봤기 때문인지 관심을 보였는데, 집에 돌아와서도
“엄마 시리동동 봤지?” 하면서 오늘 있었던 일을 즐겁게 기억하곤 했다. 
권윤덕님을 만나고 싸인을 받은 기념으로 책엄책아에서 권윤덕님의 <고양이는 나만 따라 해>라는 그림책을 빌려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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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lin 2007-09-10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도서관처럼 아이들과 책이 편하게 가까워져야 하는데..그럼 거부감도 덜할테고요..산뜻한 월요일 시작하셨어요? ^^ 요즘은 바빠서 통 들를 시간이 없네요..점심시간 짬을 내어 들려봅니다..오늘도 기쁜 하루 되세요 ^^

섬사이 2007-09-11 18:55   좋아요 0 | URL
오늘도 비니랑 도서관에 다녀왔어요. 또 책은 읽는둥 마는둥하고 재밌게 놀다가만 왔어요. 무척 바쁘신가봐요. 바쁜 시간을 쪼개어 들러주시니 정말 고맙습니다. 저도 요즘 다른님들 서재를 통 가보지 못하네요. 책만 겨우겨우 읽고 리뷰만 올리고 있어요.^^

치유 2007-09-13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도 요즘 바쁘시군요..
도서관은 그렇게 친해지는게 아닌가 싶어요..도서관에서도 노는 재미가 더 좋은 배꽃..ㅋㅋ
고양이 보니 누구 생각나네요..

섬사이 2007-09-18 14:43   좋아요 0 | URL
비니 때문에 하루가 어떻게 가고 있는건지 모르겠어요. 놀이터로 도서관으로 부지런히 돌아다니고 있어요. 지난 금요일엔 동물원에도 다녀왔는데, 페이퍼 하나를 제대로 올리지 못하네요.
잘 지내고 계시죠? 태풍이 오고 비가 많이 내렸는데 괜찮으신지..조금 염려가 되네요.

조선인 2007-10-08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어우어우어어어어어엉 왜 이제서야 이 페이퍼를 봤죠?
으앙,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