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에 페이퍼에 글을 올린 후 다시 서재를 찾았다.

알라딘의 이 서재가 나에게 어떤 의미이길래 1년을 보내고 난 후 다시 돌아오게 되는 걸까.

 

작년에는 내게 참 많은 변화가 있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이 10년 이상 된 아파트가 되어서 3주에 걸친 인테리어 공사를 벌였고,

그사이에 아들이 군입대 하기 전에 가족여행을 하자는 계획을 세웠고,

일주일간 세부로 여행을 다녀왔다.

9월에 아들을 군대에 보냈다.

큰딸은 12월에 제주도로 갔다.

왜? 나도 모른다.

거기서 친구들과 뭔가를 하고 있는데, 그것에 대해 잘 설명하기가 어렵다.

자유로운 영혼의 인생낭비 같기도 하고,

젊으니까 할 수 있는 무모한 도전 같기도 하고..

6월에 돌아오겠다고 하니 그저 묵묵히 기다릴 수밖에.

 

 

 건물주의 부도로 갈 곳 없어진 작은도서관은 이런저런 복잡한 과정을 거쳐

새 둥지를 틀었다.

주변이 모두 재개발되는 바람에 찾아오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없어 폐쇄된 오래된 경로당.

그 경로당을 기둥만 남겨놓고 다 고치는 리모델링 공사를 벌여 새 공간을 마련한 것.

2015년 1년동안 집 인테리어 공사에 도서관 리모델링 공사까지 치뤘고,

짐을 다 뺐다가 다시 옮기는 이사도 두 번 했다.

구청과 국민은행과 고맙습니다 작은도서관의 도움을 받았고,

이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조금씩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중이다.

 

공간이 바뀌면서 어린이도서관에서 마을주민들의 소통공간으로 역할을 넓혔다.

지금은 1층은 어린이도서관, 2층은 마을문화카페이자 마을학교로 운영되고 있다.

나는 어쩌다 보니 2층에서 일하게 되었다.

마을학교의 강좌 계획을 세우고, 진행하고..

난 이 공간에는 나보다는 젊고 똑똑한 사람이 와서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1년 계약직이라고 혼자 마음 속으로 다짐하고 있는데,

앞으로 어떻게 되려는지.

 

처음엔 자다가도 깨서 벌떡 일어나 앉을 정도로 불안하고 힘들었다.

갑자기 심장이 막 바들바들 떨려오기도 했다.

마음 속에서 지진이 일어나고 머리 속에서 태풍이 몰아치곤 했다.

지금도 내가 여기 있는 게 맞는 건가 하는 생각을 하지만

처음보다는 많이 적응하고 안정된 것 같다.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고..

 

 

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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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6-04-13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섬사이 2016-04-13 20:44   좋아요 0 | URL
아, 반가운 다락방님!!!!
서재를 멀리하고 있는 동안에도 가끔씩 다락방님 서재에 슬쩍 남몰래 들르곤 했었어요.
잘 지내고 계시죠?

프레이야 2016-04-13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섬사이님 그동안 멋진 일을 꾸리셨군요. 앞으로도 더 좋은 일들 일어나길요. 도서관 이야기 더 기대할게요.

기억의집 2016-04-14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 어딘가요? 가보고 싶어요. 예전 작은도서관은 제가 애들 데리고 갔다온 적 있어요. 버스 타고 가서 애들에게 한참 책 읽어주고 왔는데... 버스 타고 가야해서 두번은 안 갔는데 멋지게 변했네요. 아드님 군대 가고 따님은 제주도 가서 쓸쓸하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