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사실, 난 내 자신이 사교육비를 아주 적게 들인 편이라고 자부해왔다.  
큰애들 초등학교 시절에 두 아이 합쳐서 월 18만원을 넘지 않는다가 나의 신조였고,
(무슨 근거로 18만원이라는 한도를 잡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지금까지도 내가 애들한테 유난스럽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런데 큰아이가 고등학교 진학하면서부터 이게 뭔가, 하는 생각이 드는 거다. 
큰아이 학교 등록금이 운영회비 포함해서 445,500원이었고,
작은아이 한달 학원비가 시험특강비 포함해서 472,000원, 
학원에 다니지 않는 큰아이가 인터넷 강의를 듣고 싶다 해서 신청한 게 350,000원, 
큰아이 급식비가 49,300원, (작은아이 급식비는 남편통장에서 나가므로 제외)
그리고 큰아이가 부반장인 탓에 학교축제때 반장엄마랑 햄버거를 준비하느라 80,000원,
(뭐, 이건 교육비라고 볼 수는 없지만, 암튼 교육과정에서 발생된 비용이므로 포함하자)
총 합쳐서 1,396,300원......
거기다 애들 이러저러 참고서며 문제집 산 것까지 합하면 150은 훌쩍 넘기지 싶다.
(물론 사교육비에 공교육비까지 모두 합한 거지만 말이다)  

뭐, 주변엔 5살 아이를 150만원짜리 영어유치원에 보내는 엄마들도 있고
한달에 아이 하나에 2백에서 3백씩 들여서 과외시킨다는 엄마들도 있으니,
내가 이 정도 가지고 놀라는 게 더 웃기는 일일 수도 있겠다.
그치만,,, 뭔가 개운치 않은, 마치 어떤 음모에 걸려든 것만 같은 느낌이
찐득하게 달라붙어서 좀 씁쓸해지고 마는 것이다.  

막내가 어린이집도 유치원도 아직 다니지 않기에 그나마 저정도지
내년에 어디라도 다니게 되면 교육비는 더 증가할 게 뻔하다.
이미 대기 신청을 해놓은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불러주면 다행이지만
사립 유치원에 다니게 된다면 보통이 40만원에서 50만원이다.  
(큰아이들 때는 유치원비가 12만원에서 13만원 정도였다.. 물가 참 많이도 올랐네)
그렇게 따진다면 우리집의 교육비 지출은 잘하면(?) 200을 훌쩍 넘기게 되는 지경이다.
(이 말은 월소득 천만의 집이라도 교육비 지출이 20%를 넘어간다는 뜻이다.  물론 우리 남편이 내게 주는 생활비는 천만원에 절대, 절대, 절대로 못미친다)

돈 얘기는 사람을 참 치사하고 쪼잔하게 만든다. 
그리고 아이는 돈으로 키우는 게 아니라는 말도 맞는 말이다.  
그런데 돈 무서워서 아이 낳아 기르지 못하겠다는 말이,
몸으로 마음으로 절절히 와닿는 말이 되어서야 어디 살만한 세상이라고 할 수 있겠나 말이다. 

뭐, 너네 집 능력이 고것밖에 안되는 걸 어디서 따지냐고 한다면 할 말이 없다.
그런데 능력 여부에 상관없이 좀 편안하게 아이랑 함께 살 수 있는 세상이 오면
어디 덧나냐 말이다.
아이 가르치는 일에서 만큼은 부모가 치사하고 쪼잔해지지 않게, 
그래서 아이들에게 미안해지지 않게, 그렇게 살 수 없냐 말이다.  

아이들이 부쩍부쩍 무럭무럭 자라나는 모습, 그거 하나만으로도
참 행복할 수 있는 이 세상 부모들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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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 2009-09-15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혀 치사하고 쪼잔하지 않아요~ 나만 쪼들리는게 아니구나란 안도감마저 드는걸요. 혹시 세자녀 가정이면 정부에서 막내 어린이집비는 지원해주지 않나요? 저희 고모댁은 농어촌 가정 지원을 받아서 어린이집비가 좀 적게 나오던데... 이것도 취학 전이지, 학교 들어가면 장난 아닐 것 같아요.

언제 인사를 건넨 것 같기도 한데, 안녕하세요. 섬사이님^^

섬사이 2009-09-16 11:11   좋아요 0 | URL
막내에게 매달 10만원씩 양육비가 보조되고 있긴 해요.
그것도 만 5세까지만 된다고 들었는데, 확실하게는 잘 모르겠어요.
어린이집비를 보조받게 되면 물론, 양육비 보조는 없어지구요.
셋째아이에 대한 지원이 소리만 요란했지, 별 도움이 되지는 않는 것 같아요.
위에 적지는 않았지만, 사실 막내 아이 문화센터 강좌비도 석달에 한 번씩 10만원 넘게 들어가고는 있거든요. ㅠ.ㅠ

무스탕 2009-09-15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휴.. 나만의 걱정이 아닌거에요, 돈 얘기는요..
특히나 아이들에게 들어가는 돈은 정말 밑빠진 독이라니까요 -_-
그렇다고 아이들 학원에 안보낼수도 없고 말이에요..

섬사이님 말씀대로 아이들 건겅하게 자라주는 모습으로 위로 삼고 있어요..

섬사이 2009-09-16 11:13   좋아요 0 | URL
다들 걱정이죠, 뭐..
학원에 안 보낼 수 있으면 안 보내는 게 가장 좋죠.
어차피 공부는 스스로 하는 거잖아요.
우리 둘째는 제가 학원 그만 두라고 하면
'엄마, 난 내가 잘 알아. 난 학원에 다녀야 해'라고 하는 통에
끊지도 못해요.

세실 2009-09-15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큰애 플룻, 작은애 피아노 치던거 요즘 싫다고 하길래 가차없이 끊었습니다. 억지로 시키는 건 의미가 없기도 하고, 학원비 지출을 줄이려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학원비가 정말 밑빠진 독에 물 붓기예요. 초, 중, 고...끝도 없어요. ㅠ

섬사이 2009-09-16 11:15   좋아요 0 | URL
저희 집 큰애는 피아노 바이엘도 다 못떼고 그만뒀구요,
작은애는 아예 음악 사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어요. ^^
밑 빠진 독이 안되도록 엄마들이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할 것 같아요.
사실 거품이 많다는 생각도 들거든요.

이매지 2009-09-15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헛. 정말 장난이 아니군요.
이러니까 점점 출산율이 줄어드는 게 아닌가 싶어요.
당장 저라도 돈 생각하면 애는 많이 못 낳을 것 같아요. 쩝.

섬사이 2009-09-16 11:16   좋아요 0 | URL
ㅎㅎㅎ
제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런 말을 하고 다녀요.
대한민국 사교육 열풍을 잠재우려면
모두 세 자녀 이상은 낳아야 한다구..
가끔씩, 아주 갑자기, '교육'이란 게 대체 뭔데? 하는 반항이 들기도 한답니다.

꿈꾸는섬 2009-09-16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 얘기 같지가 않아요. 지금 저흰 큰애 하나 유치원 보내놓고 허덕이는데 크면 클수록 걱정이 태산이 되는군요.ㅠ.ㅠ 정말 어떤 음모에 걸려 있는 것만 같아요.

섬사이 2009-09-16 11:21   좋아요 0 | URL
얼마 전에 어떤 분이 우리 나라에 불고 있는 영어열풍이 고위 부유층에서 만들어 낸 음모라는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그 계층이 돈은 있겠다, 자녀들 영어 가르치러 해외 보내기도 수월하겠다, 겸사겸사 자연스럽게 영어교육에 공을 좀 들였더니 온국민이 앞다퉈 나도, 나도를 외치며 스스로 영어교육에 미쳐가더란 뜻이었죠.
설마... 하면서도 소름이 쫙 끼치던 순간이었어요. ^^;;

순오기 2009-09-16 0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래서 세 아이 모두 사교육 못시키고 안 시켰어요.
부득이 단기과외 두달씩 하긴 했지만요.
정말 애들한테 들어가는 돈~ 고등학교 가면 정말 장난 아니지요.ㅜㅜ

섬사이 2009-09-16 11:27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예전에 어떤 분이 아이들이 고등학생이 되면 들어가는 돈의 단위가 달라진다고 하더니, 요즘 그 분 말씀을 기억하며 고개를 끄덕이곤 해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교육'이지만,
역시 부모가 중심을 잘 잡고 있으면 한결 낫지, 싶어요.
순오기님처럼요~~
예쁘고 착하게 자란 순오기님 댁 아이들, 너무 부러워요.
지난 번 대학생 딸아이가 보약해줬다는 순오기님 페이퍼 읽고는 부러워 죽는 줄 알았다니까요. ^^

순오기 2009-09-29 18:52   좋아요 0 | URL
보약해 준 우리딸이 요즘 과외도 떨어져서 생활비 보내줬어요.
모레부터 3주간 동맹휴업이라 집에 데려와 맛난 거 해 먹여야지요.
섬사이님 아이들도 잘 자라고 있어 글로만 봐도 예뻐요.^^

다락방 2009-09-16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섬사이님. 무서워요. 정말 무서워요. 어휴..
저는 결혼도 안했는데도 잔뜩 겁이 나네요..

섬사이 2009-09-16 11:32   좋아요 0 | URL
앗, 예쁜 미스님들 겁주려는 이야기는 아니었는데,,,
제목에 '미혼남녀는 읽지 마시오'라는 경고를 붙일 걸 그랬나봐요. ^^
그래도 다행인 건,
자녀를 교육하는 방법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는 거에요.
홈스쿨링, 대안학교도 있고, 공교육 안에서도 점점 올바른 방법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엄마아빠들이 더더욱 고민하면서 올바른 방법을 찾아가다보면
언젠가 우리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도 오겠지요.
다락방님이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커서 교육제도 안으로 발을 집어넣을 즈음에
세상이 좀더 좋게 바뀌어 있을 거예요. ^^

하늘바람 2009-09-16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아직 아이한에 들어가는 돈 거의 없는 전 넘 무섭네요.
인터넷 강의가 그리 비싼가요?
걱정입니다.

섬사이 2009-09-16 11:35   좋아요 0 | URL
인터넷 강의는 강의마다 돈을 내야하는데, 어떤 건 10만원이 넘는 것도 있어요. 큰아이는 3개월동안 자유수강을 할 수 있는 걸로 신청해서 35만원 정도가 든 거에요. 그게 오히려 싼 것 같아요.
다른 인터넷 강의 사이트에 맘에 드는 강좌가 있어서 따로 신청해 듣는 강의도 있긴 해요.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때 어떤 분이 충고해주시더라구요.
애들 초등학교 졸업하기 전까지 부지런히 돈을 저축해놓으라구요.
그 이후엔 저축하기 힘들다고...
에휴,, 그 말씀이 천금같은 충고였어요. -.-;;

비로그인 2009-09-16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기 낳기 전에 열심히 돈모아라, 라고 주위에서 충고하시던 내용이 `초등학교 가기 전에 열심히 돈모아라'로 바뀌더군요. 이러한 셈하기는 아무리 해보아도 버라이어티 합니다.그런데, 터울 많이 나는 제 남동생과 비교해 보니 정말 적게 들어가는 것 같아요. (전 요즘 대학들마다 책정한 원서값에 거품 무는 중이어요)

섬사이 2009-09-16 13:39   좋아요 0 | URL
저에겐 서스펜스에 호러인걸요. ^^
교육비야 집집마다 천차만별일 거에요.
원서값 이야기 하시니까 미대 졸업한 친정오빠들 생각이 나요.
당시 원서값도 장난이 아니어서 아마 그 때,
우리 엄마 허리가 좀 휘고 잔주름도 몇 개 생기지 않았을까, 싶어요.
 

지난 금요일, 유빈이랑 구립도서관에 들러서 그림책을 고르다가 <방귀소녀 우차차>(오토모 야스오 글,그림/한림출판사)라는 책을 발견했다.  우리 옛이야기 중 '방귀 잘 뀌는 며느리'라는 이야기가 있고, 지난 해였나?  <방귀쟁이 며느리>(신세정 글,그림/사계절)를 더욱 재미있게 읽은 터라 궁금증이 발동해서 그 자리에서 유빈이랑 읽고는 대출해왔다.   

표지부터 비교해보면 <방귀소녀 우차차>는 돛단배를 타고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를 가르며 당당하게 나아가는 그림이다.  마치 방귀소녀 우차차를 호위하듯 앞서가는 돌고래 두 마리와 배 주변을 날고 있는 새도 세 마리 보인다.  부끄럽다거나 창피하다는 따위의 감정은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 <방귀쟁이 며느리>는 우리 민화 어디쯤에서 빼다 박은 게 아닐까 싶을만큼 옛스러운 그림들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우리 옛그림에 대한 지식이 턱없이 부족한 탓에 '아하, 이 그림은 누구의 무슨 그림과 비슷하구나!'라고 말하진 못해도 어쩐지 눈에 익은 그림들이다.  표지 그림은 가채를 올려 한껏 멋을 낸 아리따운 여인이 살짝 웃음지며 오른 손에 종을 들고 흔드는 모습이다.  주변엔 아리따운 꽃들이 흐드러지고 왼쪽 구석엔 하얀 학도 한마리 날아가고 있는데,,  저렇게 종을 딸랑딸랑 흔들며 눈웃음까지 흘리면서 "자, 조심하세요~~ 저, 가스 분출할 거예요~~"라고 애교스럽게 말하고 있는 것만 같다. 
그러니까 표지에서만큼은 두 책 모두 좀 민망하고 창피한 "방귀"라는 생리작용을 꽤 자신있게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뭐, 방귀쟁이 며느리가 위풍당당함에 있어서는 방귀소녀 우차차에 한 수 밀리고 있는 감이 없지 않지만 말이다.

 

 

 

 

 

  

그건 아마도  우차차와 며느리가 놓여 있는 배경적 특성 때문인 것 같다.  방귀쟁이 며느리의 경우 우리가 다 알다시피 여성들이 규방의 도리와 칠거지악 등등의 사슬에 묶여 있던 조선시대 어디쯤이 그 배경이다.  어려서부터 '방귀를 참말로 잘 뀌'는 사실을 비밀로 단속하며 자라야 했던 주인공은 시집을 가서는 시부모와 신랑 앞에서 몸을 베베 꼬아가며 얼굴이 누렇게 뜨고 일그러지도록 방귀를 참고 또 참는다.  며느리가 방귀 참는 대목의 그림을 보면서 웃기면서도 한편으로는 안쓰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며느리의 그런 사정을 듣고는 "방귀를 참으면 쓰간디? 뀌어라, 뀌어"하며 흔쾌하게 방귀를 허했던 시부모는 며느리의 과격한 방귀 한 방을 맞고는 그만 친정으로 쫓아내기에 이른다.  (시부모가 가스 분출을 허락했다고 또 굳이 당장에 그 앞에서 방귀를 뀔 건 또 뭐람?? ) 
며느리의 센 방귀가 그 능력을 인정받는 것은 친정으로 쫓겨가던 길에 높다란 나무에 열린 청실배를 방귀를 날려서 따주고 비단과 놋그릇을 얻고 나서다.  그 비단과 놋그릇으로 풍비박산난 집안을 부유하고 풍족하게 다시 일으켜 세운 후에야 며느리는 딸랑딸랑 종을 울리며 수줍은 듯 베시시 웃으면서 생리작용으로 인한 민생고를 해결할 수 있었던 것.   결국 며느리의 위대한 방귀는 딱 거기서 멈춘다.  남자네 집안을 부유하게 일으켜 세운 선에서, 딱 거기서.  사회정의 실현이나 공공의 적을 무찌르는 데까지는 근처에도 못가고, 그저 조신한 조선시대 규수의 방귀 극복기 쯤에서 멈추고 더 나아가지를 못한다.

그에 비하면 '방귀 소녀 우차차'는 훨씬 사정이 나은 편이다.  시간적 배경이야 '옛날 아주 먼 옛날'이니 그게 '방귀쟁이 며느리'가 살던 때보다 앞선 때인지 뒤선 때인지야 알 수 없지만 뭐, 공간이 다른 바에야 시간적 배경의 앞뒤를 따지는 게 별 의미가 없지, 싶다.  우차차가 태어나 자라나는 곳은 '푸른 바다에 둘러싸인 포라포라 섬'이고 '조개와 물고기가 산더미처럼 잡히는 풍요로운 곳'이며 '나무에는 달콤한 열매가 가득 열리고, 사람들은 모두 즐겁게 살'아가는, 그야말로 지친 현대 도시인들이 꿈꾸는 파라다이스 같은 곳이라고나 할까?  가무잡잡하고 두루뭉실한 사람들의 모습도 남태평양이나 아니면 필리핀이나 말레이지아 부근 어디쯤의 작은 섬을 떠올리게 한다.  방귀쟁이 며느리에 비하면 얼마나 건강하고 자연과 밀착한 배경인가!!! 그래서인지 태어나자마자 첫울음과 함께 방귀를 터트렸다고 포라포라 섬의 말로 '방귀'란 뜻의 '우차차'란 이름을 얻는 장면에서도 구김이나 조롱의 느낌이 전혀 없다.  방귀쟁이 며느리가 별당 안에서 자기의 방귀를 1급 기밀사항 쯤으로 입단속을 해야 했던 것과는 참 천지차이다.   
그래서일까?  우차차는 자기가 가진 남다른 능력을 일찌감치 발휘하기 시작한다.  숲에서 갑자기 뛰어나온 멧돼지를 날려버리고(그것도 자신있게 엉덩이를 든 자세로), 바다 속에 뛰어들어 방귀로 참치 떼를 잡고...  마침내 평화로운 마을을 위협하는 존재 - 보름달이 뜨는 밤이면 나타나서 아이 하나를 잡아가던 괴물 -을 물리친다.   

당,연,히, 막강한 위력을 자랑하는 두 방귀 중에서 난 우차차의 방귀에 한 표를 던진다.  우차차가 살아가는 그 건강한 배경이 너무 부럽기 때문이다.  괴물을 물리쳐달라고 온 마을 사람들이 감자를 찌고, 굽고, 튀겨가며 우차차의 방귀를 응원하고 격려하고, 그에 호응하여 '구운 감자 88개, 찐 감자 99개, 튀긴 감자 100개 하고도 1개 더'를 먹어치우는 우차차의 씩씩한 먹성을 보고 있노라면 온갖 격식과 허례에 빠져버린 우리의 답답한 모습이 우차차의 방귀보다 더 웃기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굳이 따지자면 나는 아직도 '방귀쟁이 며느리'처럼 산다.  며느리 방귀처럼 세지도 않으면서 아직도 내 방귀는 부끄럽고, 민망하고, 숨기고 싶은 비밀이다.  아무도 모르게, 되도록이면 소리도 냄새도 없이 살짝 나와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방귀'에 대한 우스개 소리가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 걸 보면 뭐, 나만 그런 건 아닌가 보다.  편하게 말 트고 지내는 사이보다 더 가까운 사이가 방귀를 트고 지내는 사이라는 말은 빈 말이 아니다.  방귀까지 트고 지내는 사람이 몇이나 있나...  음,,,  결혼한지 17년을 넘어가는데도 남편 앞에서 뀌는 방귀도 아직 떳떳하고 당당하지 못한 내 주변머리로 무슨.....
얼마 전 TV의 한 토크 프로그램에 박성광이 나와서 신봉선이 개그맨 선후배와 동료 앞에서 방귀를 거침없이 뀔 뿐아니라 심지어 방귀로 장난을 친다며 폭로(?)하던 것이 생각났다.  신봉선은 녹화가 끝나고 나서는 어땠을지 몰라도 그 자리에선 그냥 실실 웃고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TV를 보던 나는 '어떻게 그럴 수가!!'하는 뜨악함과 뭔가 금기가 깨지는 현장을 목격하는 듯한 개운함(?)을 동시에 맛보았다.
쓰다보니,,  뭐야, 결론은?  난 '방귀쟁이 며느리'고 신봉선은 '방귀소녀 우차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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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9-09-14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댓글 창이 열려 있네요! 방귀쟁이 며느리는 그림이 너무 시원해서 좋았어요. 방귀쟁이 우차차의 더 큰 개운함도 궁금하네요. 신봉선이 그랬군요!

섬사이 2009-09-14 21:25   좋아요 0 | URL
하하, 날씨가 서늘해지니까 썰렁한 서재가 어쩐지 좀 흉하다 싶기도 하고,, 어차피 찾아오실 분들도 별로 없을 것 같아서,, 댓글 창을 열어두었어요.
마노아님이 첫 댓글을 써주시네요. ^^

순오기 2009-09-15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훠~ 댓글이 열렸으니 섬사이님께 가는 바닷길 같아요.^^
말보다 방귀 트는 사이는 흔치 않겠죠? 신봉선 짱이네요~~ㅋㅋ
우차차 도서관에서 찾아봐야겠어요.

섬사이 2009-09-15 22:03   좋아요 0 | URL
그리 반가워해주시니 급죄송스런 마음이.. ^^;;
방귀소녀 우차차, 저도 우연히 발견한 책이었는데
유빈이도 저도 재미나게 읽었어요.
덕분에 방귀쟁이 며느리를 다시 꺼내놓고 비교해보는 재미까지 얻었죠.
 

첫아이 유진이는 "공주"에 대해 시큰둥한 아이였다.  대부분의 여자아이들이 '핑크'와 '공주'에 열광한다는데, 유진이는 그런 면을 보이지 않았다.  털털하고 간혹은 무신경하다 싶을만큼 '예쁜 것'들에 관심이 없었다.  

늦둥이 막내딸 유빈이는 그래서 내게 더 당혹스러웠나보다.  '분홍'에 집착하고 '공주', 그것도 디즈니표 공주에 심취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적응이 되지 않았다.  책고르미에서 '공주'를 키워드로 한 책들을 조사해 오는 과제를 내게 맡긴 건, 순전히 유빈이 탓이었다. 덕분에 그림책 속의 다양한 '공주'들을 찾아보는 기회를 얻었다.  뭐,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기분이 썩 개운하지도 않았다.   전통적인 '공주' 이미지를 벗어던진 대표 그림책을 꼽으라면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종이봉지 공주>를 꼽지 않을까.  내 개인적으로도 꽤 마음에 드는 그림책이지만 사실 유빈이의 반응은 좀 시큰둥하다.  유빈이가 상상하는 공주는 화려한 드레스에 멋진 왕관을 쓰고 긴 머리를 늘어뜨린 아리따운 모습인데 종이봉지 하나를 덜렁 걸치고 용과 싸우러가는 흐트러진 단발머리의 종이봉지 공주의 모습은 아마 받아들이기가 힘든 모양이다.   

큰딸은 중학교 영어교과서에 종이봉지 공주가 실렸다면서 반가워하기도 했는데, (딸아이의 중학교적 영어교과서는 '디딤돌"꺼였다) 사춘기에 들어선 딸이 오히려 종이봉지 공주의 매력을 재발견하는 기회가 되었다.  
하긴 다섯 살의 유빈이가 종이봉지 공주 이야기의 의미와 묘미를, 그 속 시원함을 알기를 바란다는 건 무리다.   

 그렇담, 유빈이가 열광했던 공주 그림책을 되짚어 보는 게 순서일지도 모르겠다.   

유빈이가 맨처음 좋아했던, 그래서 자꾸만 읽어달라고 조르던 그림책은 <공주님과 드레스>라는 그림책이다.   
너무 좋아해서 결국은 중고샵에 나온 책을 구입했었다.  파스타 궁전의 공주가 생일날 입을 드레스를 고르는 내용이다.  그 과정에서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남색, 보라 등의 색깔을 인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다음 장을 넘기면 나올 드레스의 색깔을 배경에서 떠있거나 날아가는 풍선의 색깔로 미리 짐작해 볼 수 있다는 것도 아이에게 즐거움을 주었다. 
결국 입을만한 드레스를 찾지 못한 공주는 잠옷차림으로 파티에 참석한다.  파티에 초대받은 사람들이 공주에게 선물한 것은? 
눈치빠른 사람들은 알아챘겠지만, 바로 무지개 빛 리본이 너울거리는 아름다운 드레스다. 
유빈이가 두 세살 무렵에 즐겨 읽었던, 추억의 그림책이다.   

 

<난 드레스 입을 거야>는 <공주님과 드레스>보다 조금 늦게 만난 그림책이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책도 결국 '옷'을 가지고 이야기를 펼쳐간다.  멋쟁이 엘레에트 공주는 '예쁜' 드레스를 입고 싶지만 엄마는 날씨가 춥다면서 두꺼운 양말, 멜빵바지, 낙타털 외투, 에스키모 털신, 모양빠지는 모자와 목도리를 입힌다.  잔뜩 골이 난 공주는 사촌을 만나고, 엄마가 입혀준 옷들을 이용해서 눈밭에서 신나게 논다.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어른과 꿈과 상상을 중요시 하는 아이의 미묘한 갈등이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역시 아이는 아이만의 세계속에서 어른이 고집하는 실용의 가치관에 굴하지 않고 꿋꿋하고 당당하다.     

유빈이는 거의 매일 어깨에 보자기를 두르고 왕관을 쓰고, 요술봉을 들고, 반짝이는 구두까지 신고서 자기가 공주님이라고 상상하는 놀이를 한다.  친구까지 불러서 그러고 노는 걸 보면 아무리 내딸이지만 가관이다.  이 책 속의 아이는 정말 공주가 될 수 있는 교육을 본격적으로 받는다.  그런데 그 교육이라는 게 얼마나 힘이 드는지,,, 
이건 뭐, 고시패스하는 것보다 더 힘들어 보인다.  아이의 공주에 대한 열망이 강했던 건지, 대견스럽게도 아이는 그 어렵고 고된 과정을 이겨내고 드디어 공주가 된다.  마지막으로 어떤 공주가 될 것인지 이름을 고르기만 하면 되는데 아이의 선택은? 
유빈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공주'가 된 게 너무 좋아서 엄마아빠 곁을 호로롱 날아가 버리지나 않을지..   

 

아마 유빈이가 가장 최근에 재미있게 읽은 공주책인 것 같다.  뭐, 엄밀히 따지자면 이 그림책 속 주인공은 공주의 신분이 아니다.  그냥 '핑크'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핑크공주'라는 별명을 얻은 아이다.  표지에 그려진 아이를 보면 꼭 유빈이를 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우리 아이와 참 많이 닮아 있다. 
비오는 날 엄마가 만들어주신 핑크빛 컵케이크를 먹고 온몸이, 심지어 눈물까지도 핑크색으로 변해버린 아이.  엄마아빠는 걱정이 태산인데, 이 아이는 너무 신나고 즐겁다.  욕심이 지나치면 화를 부르는 법.  아이는 엄마아빠의 말씀을 안듣고 핑크빛 컵케이크를 몰래 먹었다가 아예 빨강색으로 변하고 만다.  이아이가 다시 제대로 자기 색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은?  맨 뒤의 의외의 반전도 즐겁다.   

 

빨간색 표지에 기네스북에 오르고도 남을 만큼의 길고 긴 머리를 매만지고 있는 공주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찰랑찰랑한 긴 생머리는 '여성'을 드러내는 가장 대표적인 기호가 아닐까..  공주는 긴 머리가 불편하고 거추장스러웠지만 왕은 '공주의 머리가 이 나라의 보물'이며 '길수록 좋은 거'라고 말한다. 
사실 이 책을 처음 읽을 땐 공주가 스스로 자기 머리를 싹둑! 잘라버리기를 바랐는데, 공주는 그보다 가출을 먼저 감행한다.  얽매인 공주이기보다 자유스러운 서커스 단원이 되기를 선택한 긴머리 공주에게 갈채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공주의 긴 머리를 서커스 남자가 잘라주는 것도 좀 그렇고, 이왕이면 좀 더 시원하게 짧은 스타일로 잘라주었으면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이 없지 않다.   

이 책에서는 긴 머리가 '속박', '굴레' 등의 의미로 쓰였지만 여자 아이들의 로망인 긴 생머리를 가지고 상상놀이를 하는 책도 있다.  공주가 나오는 책은 아니지만 말이다.
 <긴머리 공주>의 표지에서는 둥글게 말린 검은 머리 가운데에 공주가 갇혀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고 어딘지 어둡고 우울해보이지만 <내 머리가 길게 자란다면>이라는 책에서는 둥글게 말린 머리 모양은 똑같은데 아이가 밖에 그려져 있고 표지 색깔도 환해서 그런지 가볍고 경쾌해 보인다.  표지 느낌 그대로 내용도 즐겁다.  이 책 속 아이의 기다란 머리는 빨래줄이 되기도 하고 새들이 둥지를 트는 나무가 되기도 하고, 낚시줄처럼 드리우기도 하고... 그 쓰임새가 다양하다.  

    

 뭐, <내 멋대로 공주>도 당연히 유빈이의 마음을 사로잡지는 못했다.  공주치고 너무 씩씩하고 좀 엽기발랄한 구석이 있어서겠지만, 그래서 더욱 매력적이고 독자에게 통쾌함을 안겨준다고나 할까..  애완동물을 키우며 혼자서 살기를 바랐던 공주, 그리고 혼자서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다는 결말.  공주가 아름다운데다 부자여서 결혼하고 싶어하는 왕자들은 공주가 시키는 일을 척척 해내지 못하는 무능함을 보여준다.  단 한 명, 공주가 내는 모든 과제를 척척 해결한 뺀질왕자의 마지막에서 킥킥 웃음이 터지게 만드는 게, 참 좋았다. 결혼은, 멋진 남자는, 여자들 행복의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라는 말씀.  



 로렌 차일드의 작품.  유빈이가 읽기엔 글밥이 너무 많은 게 아닐까, 걱정스러웠는데 의외로 꽤 집중하며 들었던 책이다.  심지어 도서관에 반납하지 말라고 졸라서 대출기간을 연장했던... 유빈이는 이 책보다 먼저 한림출판사에서 나온 같은 제목의 그림책을 읽었었다.  한림에는 미안하지만 별로였다.  뭔가 많이 빠뜨린 것 같은 맹숭맹숭함과 이유모를 반감은 공주의 캐릭터를 잘 살리지 못했던 탓인 것 같다.  로렌차일드의 <공주님과 완두콩>은 공주의 인물이 더 잘 살아있어서인지 이야기에 집중하고 이해하기가 더 수월했다.  그런데 로렌 차일드, 너무 다작하고 계신 건 아닌지?  팝업북이나 플랩북 스타일로 여러권이 다다닥! 계속 나오고 있는 것 같은 느낌..  뭐, 그림책의 질만 떨어지지 않는다면야 독자에게는 행복이지만 말이다.   

  

무척 즐겁게 읽었던 그림책이다.  목수가 되기 위해 왕궁을 뛰쳐 나온 아빠 덕분에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폴리나 공주의 이야기다.  공주시절이 그리운 폴리나는 자신의 신분회복을 위해 드류퍼트 왕자와 결혼하려고 한다.  신부감을 뽑는 과정에서 우연히 '피자'를 만들게 된 폴리나는 그 어려운 과제를 무사통과하고도 왕자의 신부가 되기를 거부하고 피자 가게의 주인이 된다는 이야기다. 
자아실현에 대한 이야기를 아주 코믹하게 풀어가고 있어서 아이와 재밌게 읽었을 뿐 아니라 도서관 책고르미 모임에서 소개하자 모두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책이다.   

 
 

 가무잡잡한 피부에 맨발, 누덕누덕 기운 옷을 입고 있는 가난한 공주가 등장한다.  일단 화려한 색깔이 유빈이의 시선을 확 잡아 끄는데 성공.  그런데 핑크에 눈이 먼 우리 유빈이는 책을 다 읽고 난 다음에도 여전히 분홍색 드레스를 입은 둘째 공주가 제일 예쁘다네.. 이궁.   제대로 들은 건지 아닌 건지 알 수가 없다.  좀 더 큰 다음에 다시 읽어줘야 할 듯.  엄마인 내가 너무 닥치는대로 들이대고 있는 건 아닐까, 잠시 반성하게 만든 그림책이 되었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은 사과씨처럼 작은 것에서 비롯될 수 있다는 것, 함께 더불어 살아갈 때 더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그림책이다.  공주라고 꼭 금발머리에 휘황찬란한 장신구를 두르고 화려한 드레스를 입는 건 아니라는 것,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것만이라도 유빈이가 알아주면 좋으련만.   


 서양의 공주들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동양의 공주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줘야하지 않을까 하던차에 발견한 그림책 투란도트.  그림이 신비스럽긴 한데 좀 어두워서 아이들이 무서워하지 않을까 걱정은 되지만, 참 재미있게 읽었다.  (적어도 7세 이상은 되야하지 않을까 싶어서 유빈이에겐 읽어주지도 않았다) 
서양의 공주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묘한 매력의 차가운 공주 투란도트.  결국은 사랑이야기지만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잔혹의 카리스마가 압권이다.   


 

 

 유일하게 찾아낸 우리 공주님.  솔직히 좀 놀라웠다.  바보와 울보의 환상적인 결합인 온달과 평강공주도 있고,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을 뛰어넘는 비극적 결말의 낙랑공주와 호동왕자도 있고, 입가에 웃음이 번지게 만들만한 서동과 선화공주도 있건만,,, 게다가 요즘 뜨고 있는 덕만공주까지..  그런데!!!  볼만한 그림책이 없단 말이다!!!
그나마 바리공주가 신화적 인물이라 아마 그림책으로 만들기가 좋았나보다.  다른 공주님들은 실존했던 역사적 인물이다보니 손대기가 어려웠나?  어쨌든 참 아쉬웠다. 
바리공주도 고어체 분위기가 풍기는 글로 쓰여있어서 아주 어린 아이들이 읽기는 좀 힘들지 않을까 싶다.  고어체 풍의 글이 나쁘다는 건 아니고,,,  좀 읽기가 어색어렵긴 하지만 어릴 때 고전문학 특유의 뉘앙스를 맛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좀 들기도 했더랬다.   그림책에서 우리 공주님의 멋진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인어공주.  유빈이는 인어공주를 디즈니 DVD로 처음 만났다.  모두 알다시피 디즈니 인어공주는 해피엔딩이라 보고 난 뒤 산뜻함을 느낄 수는 있지만..  유빈이와 함께 보면서 어쩐지 찜찜함을 느꼈더랬다.  내가 어릴 적, 동화책에서 인어공주를 처음 읽고는 그 비극적 결말에 대해 어린 나이에도 얼마나 심란하고 아쉽고 속상했었는지를 생각하면서 제대로 된 인어공주 이야기를 꼭 읽어줘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래서 고른 책이 바로 첫번째 그림책.   유명한 작가 리즈베트 츠베르거의 그림으로 나온 한림출판사의 책이 있는데, 난 이 그림책이 더 마음에 들었다.  물거품이 되어 사라질 운명의 인어공주의 저 파리한 모습이라니...다섯 살 유빈이에게 읽어주기엔 글밥이 조금 길었는데, 뭐, 큰 무리는 없었다.  유빈이도 아무말 없긴 했지만 디즈니 인어공주와는 판이하게 다르다는 것, 그것 하나만은 느끼지 않았을까? 

  

  

 

 

 

 

 <찔레꽃 공주>와 <잠자는 숲 속의 공주>는 같은 이야기다.  <찔레꽃 공주>가 글밥이 적어서  어린 아이들에게 읽어주기에 좀 더 나을 것 같다.  <잠자는 숲 속의 공주>는 묘사가 화려하고 글밥도 많아서 좀 큰 아이들이 읽으면 좋을 듯.  <잠 자는 숲 속의 공주>는 칼데콧 상을 수상한 크리스천 버밍엄이란 작가가 그림을 그렸는데, 무지 화려하고 예쁘다.  그 예쁨과 화려함이 지나쳐 나처럼 털털한 사람은 오히려 거부감이 들 정도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나는 <찔레꽃 공주>가 더 마음에 든다.   

 

 

 

 

 

 

<백설 공주> 책이야 무지하게 많지만, 난 이 두 책만 봤다.  이것도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난 첫번째 책인 <백설 공주와 일곱 난쟁이>가 더 마음에 든다.  마루벌에서 나온 <일곱 난쟁이와 백설 공주>는 어쩐지 그림이 좀 무서워서...   '백설공주'하면 떠오르는 디즈니 백설공주 말고 다른 모습의 백설공주를 보여줄 기회가 되어서 좋았다.  물론 유빈이는 그림책 속 백설공주를 좀 낯설어하긴 했지만 말이다.  원전에 충실하게 머리빗, 허리띠, 독사과의 과정을 차례차례 거치며 전개되는 이야기도 참 오랜만에 읽어본 셈.  그동안 왜 머리빗과 허리띠는 건너뛰고 독사과만 똑 떼어서 이야기에 집어넣는지 좀 아쉬웠던 차라.. 

<에스파냐 공주의 생일>은 청소년소설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가 생각나게 만드는 작품이다. 오스카 와일드의 글이 그림책으로 만들어진 것인데, 그 내용이 그리 만만한 내용이 아니다.  위에서 내려다 보는 시각으로 그려진 표지 그림이 인상적이었고, 그 내용에서 씁쓸함이 남겨졌던 책이다. 
아름답지만 차가운 마음을 가졌다는 점에선 투란도트와 비슷하지만, 어쩐지 투란도트보다도 더 몸서리치게 차갑고 정이 붙지 않는 공주가 등장한다.  화려함과 아름다움 뒤에 도사리고 있는 차갑고 냉혹한 현실, 궁전으로 끌려와 공주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평화롭게 살 수 있었을 난쟁이의 비참한 최후, 그 최후를 더욱 허무하게 만드는 공주의 말 한 마디. 
아름다운 공주에 대한 환상을 깨뜨려버리는 그림책.   

 

이번엔 샤를 페로의 작품이다.  샤를 페로가 살던 1600년대에는 아버지가 딸을 넘봐도 그게 그렇게 큰 사건이 아니었는지 몰라도, 왕비를 잃은 왕이 자기 딸과 결혼하려고 이성을 잃는 걸 보고 좀 당황했다.  음..  내가 너무 고리타분 보수적인 것일까?   아이들이 이 책을 읽으면 어떻게 생각할까?  내가 너무 앞질러 걱정하는 걸까? 
아버지의 이성을 잃은 딸 사랑을 빼면 나무랄 데 없이 아름다운 그림책이다.  아이들은 아마 어른들만큼 그 께림칙한 사실을 예민하게 받아들이지 않을거란 생각이 든다.   

  

 

공주에 대한 책들은 여전히 계속 출간 중이다.  <빗방울 공주>라든가, <말괄량이 저스티나 공주>, <노란 궁전 하품 공주> 등등의 새로운 공주들이 탄생하고 있는가 하면, 중앙출판사에서 나온 <라푼첼, 머리를 자르다>나 <신데렐라와 심술궂은 왕비>처럼 전통적인 공주이야기에 그 뒷이야기를 현대 가치관과 여성상에 맞게 새롭게 지어낸 책들도 있고 <공주백과사전>이나 <공주 박물관>처럼 사전이나 도감식의 책들도 있었다.   
 

 

 

 

 

 

 

 

  

 

 

 

 

 

 

 

 

 

 


그러나 공주책들을 찾아보면서 '우리 공주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하는 생각에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전집류에서나 겨우 찾아볼 수 있었지만, 글쎄,,, 그나마도 별로 만족스럽지 못한 책들이라 무척 아쉬웠다.  세계 여러 나라 공주들과 겨루어도 손색이 없을만큼, 경쟁력을 갖춘 우리 공주 이야기를 누군가가 책으로 만들어준다면, 그것도 매력적인 그림이 어울어진 그림책으로 만들어준다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담인데, 유빈이에게 일본의 공주 구로다 사야코를 인터넷으로 사진을 보여줬다.    



유빈이의 그 멍한 반응이라니..   여전히, 유빈이에겐 디즈니 공주들이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슬픈 현실이다.  ㅉㅉ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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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쯤이었나?  책고르미에서 작가 공부를 하면서 크리스반 알스버그에 대해 조사를 한 적이 있었다.  진작 정리를 해두었어야 했는데, 지금까지 노느라(?) 바빠서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던 거다.   내가 크리스반 알스버그의 책을 처음 만난건, 그러니까 1990년 대 초쯤이 아닐까 싶다.  그 때쯤 군복무를 마친 남편이(물론 그 때는 남편이 아니었지만!) 미국 산타바바라에 사는 친구에게 한달 정도 놀러갔었다.  그 때 '선물로 그림책을 사다달라'는 내 부탁에 사다 준 책이 크리스반 알스버그의 <JUST A DREAM>(번역책으로 <이건 꿈일 뿐이야>)이었다.  그림만 보고도 환경에 대한 책이라는 느낌이 너무 강해서 좀 거부감을 느꼈던 터라 뭐,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그러다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무화과>나 <폴라 익스프레스>, <주만지> 같은 작품들이 유명세를 타면서 덩달아 관심을 두게 되었던 작가다.   

크리스반 알스버그는 1949년 6월 18일에 미국 미시건주의 작은 시골마을 그랜드 래피즈라는 곳에서 태어났다.  할아버지가 버터와 치즈를 가공하는 낙농장을 운영하셨는데, 그 때 크리스 반 알스버그가 살던 집은 버지니아 리버튼의 <작은 집 이야기>에 나오는 것 같은 그런 집이었다.  그 후 크리스가 세 살 무렵, 변두리에 있는 새 집으로 이사를 해서 초등학교 6학년 무렵까지 살았는데 주변에 들판과 강, 연못 등이 있어서 피라미나 개구리를 잡기도 하고, 밤에는 반딧불을 보며 어린시절을 보냈다.  다음에 이사한 집은 튜더 스타일의 오래된 벽돌집이었는데, 길가의 느릅나무 가로수가 거대하게 자라서 가지가 반대편 도로에 닿을 만큼 장관을 이루어 무척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폴라 익스프레스>에 그 가로수 길의 모습을 담기도 했다고 한다.  

크리스 반 알스버그는 고등학교 때 미술 수업을 받은 적이 없었다.  미술보다는 수학과 과학에 재능을 보이는 우수한 학생이었다.  당시에는 미시건 주립대에서 입학담당관이 나와서 우수한 학생들을 면담하고 그 자리에서 입학을 허가하기도 했다.  크리스 반 알스버그도 면담을 하게 되었는데, 지원학과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때 크리스 반 알스버그는 입학담당관의 책상 위에 있는 학부목록에서 'college of A & D'라고 쓰여있는 걸 보고 입학담당관에게 그게 뭐냐고 물었다.  입학담당관은 건축과 디자인 학부라고 대답해 주었고, 크리스는 그 학부에 들어가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입학담당관은 크리스가 미술 수강을 받은 적이 없다는 것에 난색을 표했다.  크리스는 자기가 사실은 토요일에 학교 미술 수업보다 더 나은 레슨을 받고 있다고 거짓말을 했다.  다행히(?) 크리스 반 알스버그가 대학에 입학하던 1967년은 미술학부에서 포트폴리오를 요구하지 않고 입학을 허가했던 마지막해였고, 입학담당관을 멋지게 속인 크리스 반 알스버그는 미시건 주립대 미술학부에 입학할 수가 있었다. 매우 즉흥적이고 충동적인 결정이었지만, 결론적으로는 매우 성공적인 결정이었던 셈. 

크리스 반 알스버그는 대학에서 조각을 공부했고, 로드 아일랜드 디자인 학교에서 조각미술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 후 로드 아일랜드 프로비던스에 작업실을 차리고  전시회도 몇 차례 열었다.  1975년에 같은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초등학교에서 미술교사로 있는 리사 모리슨과 결혼을 했는데 아내 리사는 크리스 반 알스버그를 그림책 작가로 이끈 장본인이기도 하다.  리사는 학생들을 가르칠 때 그림책을 이용하곤 했는데, 남편의 드로잉을 보고는 이야기책의 그림을 그려보면 어떻겠느냐고 권했을 뿐 아니라 보스턴의 한 편집자에게 크리스의 드로잉을 보여주면서 그림책 작가의 길로 들어설 수 있도록 적극 도왔다.  

결혼 후 늦게, 1991년에 첫딸 소피아가 태어났고, 1995년에 둘째딸 애나가 태어났다. 아버지가 되기 전까지는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았다는 크리스는 딸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코로 리코더를 불어 간단한 멜로디를 연주해주는 재미있는 아빠가 되었다.   

크리스 반 알스버그는 자기 작품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이 뭐냐고 물으면 "My Next One"이라고 대답한다.  그만큼 더 나아질 거라는 가능성에 희망을 두고 있는 작가라는 뜻일게다.  그래서인지 2006년도에 나온 <프로버디티!>를 보면 그림의 양감이나 질감이 훨씬 풍부해진 느낌이 든다.   

그의 작품 중에는 흑백 톤을 가진 그림책과 색를 쓴 그림책이 섞여 있다.  그 이유는 어떤 이야기가 마치 영화처럼 머릿 속에 그려지는데, 그 이미지가  흑백으로 떠오르느냐 컬러로 떠오르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고.  그런데 왜 그렇게 되는지는 크리스 반 알스버그 본인도 모르시겠단다.   

크리스 반 알스버그의 책을 읽다보면 그가 판타지와 현실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니 그 경계가 모호해서 교묘하게 섞이는 그 부분에서 미스터리한 색채가 강한 그의 이야기가 태어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판타지에 성격이 강한 이야기인데도 불구하고 그의 그림은 대단히 사실적인 묘사를 하고 있는데, 이는 낯선 판타지가 독자에게 실제 일어날 수 있는 사건으로 여겨지기 위해서란다.  

크리스 반 알스버그의 그림책에서 빠뜨릴 수 없는 것이 하나 있다.  그건 크리스의 첫작품인 <압둘 가사지의 정원>에 나오는 불테리어 종의 '프리츠'라는 개다.  이후 그의 모든 작품에서 이 '프리츠'를 찾아 볼 수가 있다.  어떤 작품에선 액자의 사진으로, 또 다른 작품에선 소품으로, 장난감으로, 아주 다양하게 등장한다.    
<압둘 가사지의 정원>을 만들 당시 처남의 개 '윈스턴'을 모델로 했는데, 이 개와 크리스의 사이가 아주 각별했던 모양이다.  마치 조카같았다고 표현하는 걸 보면..  불행히도 윈스턴은 아직 강아지 티를 벗지 못했을 때 사고로 죽고 말았고, 이후 크리스는 그의 첫작품에 모델이 되어 주었던 공로를 기리며 모든 작품에 불테리어 종 하얀 개를 그려넣고 있다.  
그의 작품을 모조리 늘어놓고 모든 작품에서 "프리츠찾기" 하는 것도 즐거움이다.  나는 특히 <장난꾸러기 개미 두 마리>라는 책에서 찾느라 꽤 고생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의 작품은 1979년 <압둘 가사지의 정원>에서 2006년 <프로버디티!>까지 총 20권의 책이 출판되었고, 우리나라에는 14권이 번역되어 나와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중 가장 당황스러웠던 책은 <해리스 버딕의 미스터리>란 책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올해 1월에 문학과 지성사에서 출판되었다.  그 책은 탄생에서부터 미스터리한 배경을 안고 있다.  미국에선 아이들의 글쓰기 교재로도 쓰인다는데, 정말 웬만한 상상력 없이는 읽어내기가 쉽지 않은 책이다. 

1982년 <주만지>, 1985년 <북극으로 가는 기차>로 칼데콧 상을 받았고, 1980년 <압둘 가사지의 정원>으로 칼데콧 아너상을 받았다.    

작품에 대한 소개글는 다음으로 미뤄야겠다. 아무리 내일이, 아니 오늘이 일요일이라지만, 시간이 너무 늦었고, 무엇보다 정신이 혼미해오기 시작한다.  다음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다음에 정리하자.  그나저나 내일, 아니 오늘 아침은 뭐해서 먹나... 이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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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 내가 사는 꼴을 좀 정리하고 넘어갈 필요를 느낀다.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어제 내가 뭘 했는지, 내가 아침은 먹었는지,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생각이 나지 않을 때가 많아서 정말 이대로 살다간 내가 산산조각이 나버릴 것만 같으니까.  일단, 주요사항을 정리하고 넘어가봐야겠다.

어린이 도서관에서 책고르미로 활동한 지 1년이 넘었다.   처음엔 도서선정위원회라는 거창한 제목을 단 모임이었는데 어감이 너무 딱딱하고 권위적이라고 '우리아이 책고르미'라고 이름을 고쳤다.  작년만 해도 한 달에 한 두번 모여서 도서관에서 구입할 책들을 선정하고 한달에 한 번  한 명씩 돌아가며 작가에 대한 공부를 해서 발표하기도 했다.  비교적 한가한 모임이었는데... 

올해는 좀 바빴다.  외부 지원을 받아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했는데, 그 중 하나가 '우리 아이 좋은 책 목록 고르기'였다.  영유아에서 초등학생이 볼만한 그림책으로 한정해서 일주일에 한번씩 모여 각자 선정해온 책들을 소개하고 토론하는 과정을 계속해서 이제 200여권의 책들을 모아 놓았다.  그러면서 좋은 책을 고르기위한 안목을 키우기 위해 출판사 계수나무 위정현 대표님,  그림책 작가 허은미 선생님,  번역가 이시면서 <그림책과 작가 이야기>를 쓰신 서남희 선생님, 인터넷에서 책마녀라는 닉넴으로 통하는 김영욱 선생님(<그림책,음악을 만나다>의 저자)을 초대해 강의를 듣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지난 번에 권윤덕 선생님 댁을 찾아가 그림책 작업과정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한 수 배울 수 있었던 것도 책고르미 덕분이었다.  

10월 쯤, 100쪽 분량의 도서목록이 완성될 예정이다.  4명의 책고르미 모임 회원 중 나를 포함한 두 명이 세 아이 엄마이고, 한 명이 셋째 아이를 다른 또 한명이 둘째를 임신 중이다.  그래서 모임을 정상적(?)으로 해나가기 어려운 부분도 없지 않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아이와 함께 읽은 그림책의 양과 다양성이 확보되는 장점도 있다.   더구나 내가 관심을 두지 않았던, 또는 아예 모르고 있던 책들을 소개받는 건 무지 큰 기쁨이 된다.  어제는 도서관 선생님이 <갈릴레오 갈릴레이>, <마들렌카>, <티베트> 등으로 유명한 피터시스와 어린이 <진짜 얼마만 해요>, <동물 아빠들> 등등을 펴낸 스티브 젠킨스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셔서 정말 좋았다. 

지금까지 모아 놓은 그림책들의 목록을 살펴보면 좀 재밌다.  일반적인 추천도서목록에서는 빠져있을 법한 책들이 꽤 섞여있고(이건 순전히 엄마들의 경험에 의한 책선정의 결과다), 앤서니 브라운이라든가 존 버닝햄 같은 유명작가의 책들이 그리 눈에 띄지 않는다.   어제 중간점검 겸, 책들을 연령별, 주제별로 분류해보았는데, 그 작업이 만만치가 않았다.  앞으로 시간은 얼마남지 않았는데, 게다가 얼마 있으면 책고르미 대장 엄마는 둘째를 출산하게 되는데, 큰일이다.  아직 손보고 다듬을 일이 태산이라.. 

8월 말이나 9월 초쯤엔 그림책 만드는 과정을 가르쳐 주시기로 한 권윤덕 선생님께 각자 그린 스케치를 들고 찾아뵐 예정이다.  권윤덕 선생님 앞에 내가 그린 그림을 펼쳐 놓아야 한다니...  정말 생각만해도 등짝에 식은 땀이 흐를 지경이다.  그나마 7월 24일 쯤 찾아뵈려고 했는데 애들 방학과 겹치는 바람에 시간을 내지 못해 연기되어 얼마나 한시름 놓았는지..

하지만 사실 가장 체력소모가 큰 일은 유빈이와 노는 일이다.  아침 9시 30분쯤 부터 늦으면 저녁 일곱 여덟시까지 밖에서 살려고 드는 유빈이 덕에 해지고 나면 내 몸은 흐물흐물해지고 정신은  해롱해롱해지고 만다.  덕분에 책은 멀어지고 서평은 더더욱 멀어졌지만, 다섯 살 유빈이에게는 노는 일이 무척이나 중요한 사업(?)이라 무시할 수가 없다.  인생에서 아무 생각 없이, 아무런 고민없이 놀 수 있는 황금같은 시기는 바로 이 때라는 생각에 열심히 거들어주려고 노력 중이다.  

냄푠은 '지구를 인터뷰하다' 전이 끝나고 광화문 광장 전시 일로 요즘 무척 바쁘다.  휴가를 내기 어려워서, 그러니까 8월 중순이 지나서야 겨우 시간을 낼 수가 있어서(그것도 확실하지 않지만), 아주 가까운 곳으로 아주 잠깐만 놀러 갔다 오기로 했다.  아직 장소도 날짜도 미정이지만 계곡에 발만 담그고 올 수 있어도 참 좋겠다.   

유진이는 지난 기말고사 기간에 갑자기 <구운몽>을 꺼내 읽더니, 그 이후로 <홍계월전>에 이어 <옥루몽>을 독파 중이다.  고전소설이 너무 재미있다나?   특히 <옥루몽>은 '끝내준다'며 나중에 엄마도 꼭 읽어보라고 추천해주었다.  그린비에서 나온 다섯권짜리 <옥루몽>, 유빈이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보내고 나서야 잡고 읽을 수 있지 않을까?    

명보는 키가 쑥쑥 크고 있고, 그런데 정신연령은 별로 높아지지 않은 것 같고, 만화책 원피스에 빠져있고, 수토일요일에는 게임을 하고, 그만 다녀도 되지 않겠냐는 학원을 제 고집으로 계속 다니고 있고,,,,  그러니까 별 일없이 잘 살고 있는 중이다.  아, 얼마전에 한살림에서 청소년 일손돕기로 강원도 홍천에 가서 감자를 캐고 왔다.  땅강아지도 보고 재미있었다며 다음에 또 보내달란다.  도끼모양 감자를 득템했다며 냉장고에 애지중지 보관중이다. ^^

내일은 딸과 '일러스트 거장전'에 갈 예정이다.  아무래도 작은 딸 때문에 아쿠아리움에 들를 위험(?)도 없지 않다.  뭐, 정신은 없지만 살아 있다는 사실에 감사할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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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으로 2009-09-22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저도 그림책에 대한 공부를 하고 싶은데...어느 동네인지 몰라도 멀지 않으면 참여하고 싶네요. 부럽네요^^

섬사이 2009-09-26 11:29   좋아요 0 | URL
책엄책아 도서관은 왕십리에서 한양대 쪽으로 가는 큰 길가에 있어요.
한 번 방문해보세요.
www.littlelibro.org 가 누리집 주소예요.
10월 13일과 20일에 어린이 전문서점 동화나라를 운영하시고 파주 어린이책 예술센터 책임연구원으로 계신 정병규 선생님의 강의가 무료로 있을 예정이니까 관심있으시면 참석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