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사실, 난 내 자신이 사교육비를 아주 적게 들인 편이라고 자부해왔다.  
큰애들 초등학교 시절에 두 아이 합쳐서 월 18만원을 넘지 않는다가 나의 신조였고,
(무슨 근거로 18만원이라는 한도를 잡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지금까지도 내가 애들한테 유난스럽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런데 큰아이가 고등학교 진학하면서부터 이게 뭔가, 하는 생각이 드는 거다. 
큰아이 학교 등록금이 운영회비 포함해서 445,500원이었고,
작은아이 한달 학원비가 시험특강비 포함해서 472,000원, 
학원에 다니지 않는 큰아이가 인터넷 강의를 듣고 싶다 해서 신청한 게 350,000원, 
큰아이 급식비가 49,300원, (작은아이 급식비는 남편통장에서 나가므로 제외)
그리고 큰아이가 부반장인 탓에 학교축제때 반장엄마랑 햄버거를 준비하느라 80,000원,
(뭐, 이건 교육비라고 볼 수는 없지만, 암튼 교육과정에서 발생된 비용이므로 포함하자)
총 합쳐서 1,396,300원......
거기다 애들 이러저러 참고서며 문제집 산 것까지 합하면 150은 훌쩍 넘기지 싶다.
(물론 사교육비에 공교육비까지 모두 합한 거지만 말이다)  

뭐, 주변엔 5살 아이를 150만원짜리 영어유치원에 보내는 엄마들도 있고
한달에 아이 하나에 2백에서 3백씩 들여서 과외시킨다는 엄마들도 있으니,
내가 이 정도 가지고 놀라는 게 더 웃기는 일일 수도 있겠다.
그치만,,, 뭔가 개운치 않은, 마치 어떤 음모에 걸려든 것만 같은 느낌이
찐득하게 달라붙어서 좀 씁쓸해지고 마는 것이다.  

막내가 어린이집도 유치원도 아직 다니지 않기에 그나마 저정도지
내년에 어디라도 다니게 되면 교육비는 더 증가할 게 뻔하다.
이미 대기 신청을 해놓은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불러주면 다행이지만
사립 유치원에 다니게 된다면 보통이 40만원에서 50만원이다.  
(큰아이들 때는 유치원비가 12만원에서 13만원 정도였다.. 물가 참 많이도 올랐네)
그렇게 따진다면 우리집의 교육비 지출은 잘하면(?) 200을 훌쩍 넘기게 되는 지경이다.
(이 말은 월소득 천만의 집이라도 교육비 지출이 20%를 넘어간다는 뜻이다.  물론 우리 남편이 내게 주는 생활비는 천만원에 절대, 절대, 절대로 못미친다)

돈 얘기는 사람을 참 치사하고 쪼잔하게 만든다. 
그리고 아이는 돈으로 키우는 게 아니라는 말도 맞는 말이다.  
그런데 돈 무서워서 아이 낳아 기르지 못하겠다는 말이,
몸으로 마음으로 절절히 와닿는 말이 되어서야 어디 살만한 세상이라고 할 수 있겠나 말이다. 

뭐, 너네 집 능력이 고것밖에 안되는 걸 어디서 따지냐고 한다면 할 말이 없다.
그런데 능력 여부에 상관없이 좀 편안하게 아이랑 함께 살 수 있는 세상이 오면
어디 덧나냐 말이다.
아이 가르치는 일에서 만큼은 부모가 치사하고 쪼잔해지지 않게, 
그래서 아이들에게 미안해지지 않게, 그렇게 살 수 없냐 말이다.  

아이들이 부쩍부쩍 무럭무럭 자라나는 모습, 그거 하나만으로도
참 행복할 수 있는 이 세상 부모들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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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 2009-09-15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혀 치사하고 쪼잔하지 않아요~ 나만 쪼들리는게 아니구나란 안도감마저 드는걸요. 혹시 세자녀 가정이면 정부에서 막내 어린이집비는 지원해주지 않나요? 저희 고모댁은 농어촌 가정 지원을 받아서 어린이집비가 좀 적게 나오던데... 이것도 취학 전이지, 학교 들어가면 장난 아닐 것 같아요.

언제 인사를 건넨 것 같기도 한데, 안녕하세요. 섬사이님^^

섬사이 2009-09-16 11:11   좋아요 0 | URL
막내에게 매달 10만원씩 양육비가 보조되고 있긴 해요.
그것도 만 5세까지만 된다고 들었는데, 확실하게는 잘 모르겠어요.
어린이집비를 보조받게 되면 물론, 양육비 보조는 없어지구요.
셋째아이에 대한 지원이 소리만 요란했지, 별 도움이 되지는 않는 것 같아요.
위에 적지는 않았지만, 사실 막내 아이 문화센터 강좌비도 석달에 한 번씩 10만원 넘게 들어가고는 있거든요. ㅠ.ㅠ

무스탕 2009-09-15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휴.. 나만의 걱정이 아닌거에요, 돈 얘기는요..
특히나 아이들에게 들어가는 돈은 정말 밑빠진 독이라니까요 -_-
그렇다고 아이들 학원에 안보낼수도 없고 말이에요..

섬사이님 말씀대로 아이들 건겅하게 자라주는 모습으로 위로 삼고 있어요..

섬사이 2009-09-16 11:13   좋아요 0 | URL
다들 걱정이죠, 뭐..
학원에 안 보낼 수 있으면 안 보내는 게 가장 좋죠.
어차피 공부는 스스로 하는 거잖아요.
우리 둘째는 제가 학원 그만 두라고 하면
'엄마, 난 내가 잘 알아. 난 학원에 다녀야 해'라고 하는 통에
끊지도 못해요.

세실 2009-09-15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큰애 플룻, 작은애 피아노 치던거 요즘 싫다고 하길래 가차없이 끊었습니다. 억지로 시키는 건 의미가 없기도 하고, 학원비 지출을 줄이려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학원비가 정말 밑빠진 독에 물 붓기예요. 초, 중, 고...끝도 없어요. ㅠ

섬사이 2009-09-16 11:15   좋아요 0 | URL
저희 집 큰애는 피아노 바이엘도 다 못떼고 그만뒀구요,
작은애는 아예 음악 사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어요. ^^
밑 빠진 독이 안되도록 엄마들이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할 것 같아요.
사실 거품이 많다는 생각도 들거든요.

이매지 2009-09-15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헛. 정말 장난이 아니군요.
이러니까 점점 출산율이 줄어드는 게 아닌가 싶어요.
당장 저라도 돈 생각하면 애는 많이 못 낳을 것 같아요. 쩝.

섬사이 2009-09-16 11:16   좋아요 0 | URL
ㅎㅎㅎ
제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런 말을 하고 다녀요.
대한민국 사교육 열풍을 잠재우려면
모두 세 자녀 이상은 낳아야 한다구..
가끔씩, 아주 갑자기, '교육'이란 게 대체 뭔데? 하는 반항이 들기도 한답니다.

꿈꾸는섬 2009-09-16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 얘기 같지가 않아요. 지금 저흰 큰애 하나 유치원 보내놓고 허덕이는데 크면 클수록 걱정이 태산이 되는군요.ㅠ.ㅠ 정말 어떤 음모에 걸려 있는 것만 같아요.

섬사이 2009-09-16 11:21   좋아요 0 | URL
얼마 전에 어떤 분이 우리 나라에 불고 있는 영어열풍이 고위 부유층에서 만들어 낸 음모라는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그 계층이 돈은 있겠다, 자녀들 영어 가르치러 해외 보내기도 수월하겠다, 겸사겸사 자연스럽게 영어교육에 공을 좀 들였더니 온국민이 앞다퉈 나도, 나도를 외치며 스스로 영어교육에 미쳐가더란 뜻이었죠.
설마... 하면서도 소름이 쫙 끼치던 순간이었어요. ^^;;

순오기 2009-09-16 0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래서 세 아이 모두 사교육 못시키고 안 시켰어요.
부득이 단기과외 두달씩 하긴 했지만요.
정말 애들한테 들어가는 돈~ 고등학교 가면 정말 장난 아니지요.ㅜㅜ

섬사이 2009-09-16 11:27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예전에 어떤 분이 아이들이 고등학생이 되면 들어가는 돈의 단위가 달라진다고 하더니, 요즘 그 분 말씀을 기억하며 고개를 끄덕이곤 해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교육'이지만,
역시 부모가 중심을 잘 잡고 있으면 한결 낫지, 싶어요.
순오기님처럼요~~
예쁘고 착하게 자란 순오기님 댁 아이들, 너무 부러워요.
지난 번 대학생 딸아이가 보약해줬다는 순오기님 페이퍼 읽고는 부러워 죽는 줄 알았다니까요. ^^

순오기 2009-09-29 18:52   좋아요 0 | URL
보약해 준 우리딸이 요즘 과외도 떨어져서 생활비 보내줬어요.
모레부터 3주간 동맹휴업이라 집에 데려와 맛난 거 해 먹여야지요.
섬사이님 아이들도 잘 자라고 있어 글로만 봐도 예뻐요.^^

다락방 2009-09-16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섬사이님. 무서워요. 정말 무서워요. 어휴..
저는 결혼도 안했는데도 잔뜩 겁이 나네요..

섬사이 2009-09-16 11:32   좋아요 0 | URL
앗, 예쁜 미스님들 겁주려는 이야기는 아니었는데,,,
제목에 '미혼남녀는 읽지 마시오'라는 경고를 붙일 걸 그랬나봐요. ^^
그래도 다행인 건,
자녀를 교육하는 방법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는 거에요.
홈스쿨링, 대안학교도 있고, 공교육 안에서도 점점 올바른 방법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엄마아빠들이 더더욱 고민하면서 올바른 방법을 찾아가다보면
언젠가 우리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도 오겠지요.
다락방님이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커서 교육제도 안으로 발을 집어넣을 즈음에
세상이 좀더 좋게 바뀌어 있을 거예요. ^^

하늘바람 2009-09-16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아직 아이한에 들어가는 돈 거의 없는 전 넘 무섭네요.
인터넷 강의가 그리 비싼가요?
걱정입니다.

섬사이 2009-09-16 11:35   좋아요 0 | URL
인터넷 강의는 강의마다 돈을 내야하는데, 어떤 건 10만원이 넘는 것도 있어요. 큰아이는 3개월동안 자유수강을 할 수 있는 걸로 신청해서 35만원 정도가 든 거에요. 그게 오히려 싼 것 같아요.
다른 인터넷 강의 사이트에 맘에 드는 강좌가 있어서 따로 신청해 듣는 강의도 있긴 해요.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때 어떤 분이 충고해주시더라구요.
애들 초등학교 졸업하기 전까지 부지런히 돈을 저축해놓으라구요.
그 이후엔 저축하기 힘들다고...
에휴,, 그 말씀이 천금같은 충고였어요. -.-;;

비로그인 2009-09-16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기 낳기 전에 열심히 돈모아라, 라고 주위에서 충고하시던 내용이 `초등학교 가기 전에 열심히 돈모아라'로 바뀌더군요. 이러한 셈하기는 아무리 해보아도 버라이어티 합니다.그런데, 터울 많이 나는 제 남동생과 비교해 보니 정말 적게 들어가는 것 같아요. (전 요즘 대학들마다 책정한 원서값에 거품 무는 중이어요)

섬사이 2009-09-16 13:39   좋아요 0 | URL
저에겐 서스펜스에 호러인걸요. ^^
교육비야 집집마다 천차만별일 거에요.
원서값 이야기 하시니까 미대 졸업한 친정오빠들 생각이 나요.
당시 원서값도 장난이 아니어서 아마 그 때,
우리 엄마 허리가 좀 휘고 잔주름도 몇 개 생기지 않았을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