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에 지니가 불쑥

"엄마, 나 요즘 사랑받고 싶어져"

나, 잠시 멍했다가 겨우

"남자친구 사귈 때가 된 거구나."

하며 대꾸했다.

"에이~~ 엄만 사랑이 꼭 그런 것만 있는 거 아니잖아."

"그럼, 어떤 사랑을 원하는데?"

"엄마, 아빠, 그리고 비니한테도 사랑받고 싶어. 아주 많이."

"......."

머릿속에서 경보음이 울렸다. 이건 신호다. 지니가 내게 보내는 신호다.

동생들에게 밀려서 관심을 덜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하긴.. 아무래도 비니에게 관심과 신경이 집중되고 있긴 하다.

외로웠던 걸까?

자신이 무대 위에서 모든 이의 시선을 받고 있는 것처럼 느낀다는 사춘기에

지니는 자기가 무대 밖으로 밀려났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이리와, 우리 큰딸. 엄마가 사랑해줄게."

나보다 키도 크고 덩치도 커진 딸을 품에 꼭 안아주었다.

비니를 쫓아다니고 챙겨주고 하다보면 지쳐서 나도 모르게

지니와 뽀에게 퉁명스럽게 굴고 자주 퉁박을 주었던 것 같기도 하다.

반성.

오늘은 지니랑 뽀도 안아주고 뽀뽀 해주고 볼도 쓰다듬어주고 마주보고 웃어주기도 해야지.

맞다, 지니랑 뽀도 아직은 충분히 크지 않았다.

비니 때문에 그걸 잊고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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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7-06-26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의 솔직한 고백이 아름다워요. 제 맘을 알고 그것을 표현할 줄 아니 사는 동안 절대로 사랑부족은 없을 것 같아요. 남에게 주는 일도요. ^^

섬사이 2007-06-27 06:12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 다른 님들 서재에서 많이 뵈었더랬어요. 제 서재에 와주시다니, 정말 고맙습니다.^^ 지니가 좀 솔직한 편이긴 해요. 가끔 너무 노골적이 되기도 하구요. 엄마가 둔하니까 단도직입의 수단을 써야 알아듣는다는 걸 깨달은 건지..^^

홍수맘 2007-06-26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구나. 님얘기를 들으면 많이 배워요. 커도 아이들은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고 싶은데, 부모 입장에서는 이젠 컸으니... 하면서 아무래도 사랑표현이 적어지는 것 같아요.^^.

섬사이 2007-06-27 06:17   좋아요 0 | URL
맞아요, 홍수맘님. 지니는 이제 사춘기니까 덜 간섭해야지 싶어서 일부러 신경을 덜 썼거든요. 신경쓰고 있으면 자꾸 잔소리를 하게 되니까. '이제 네 일은 네가 알아서 해라'라는 마음을 갖고 있었는데, 그게 지니에겐 서운했던 모양이에요. 관심의 농도 조절이 좀 어렵네요. 신경은 덜 쓰더라도 사랑표현은 듬뿍 해줘야 하나봐요. ^^

hnine 2007-06-26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이건 신호예요 신호. (왜 갑자기 제가 흥분하려고 하는지 ^ ^)

섬사이 2007-06-27 06:18   좋아요 0 | URL
그렇죠? 아무래도 신호지요?

비로그인 2007-06-26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음... 나도 써먹어 볼까!!!
(그런데 누구한테 -.-...)

섬사이 2007-06-27 06:20   좋아요 0 | URL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부터 먼저. ^^ 고르고 골른 사람에게 우선권을 주시던지. 이를테면 서재지기님? ㅋㅋㅋ

무스탕 2007-06-26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니가 참 밝고 이쁘네요.. 투덜대지 않고 스트라익을 날리니요 ^^
조만간 뽀랑 비니를 아빠께 넘기고(?) 두 모녀만 산뜻한 나들이를 한번 해보시죠?

섬사이 2007-06-27 06:22   좋아요 0 | URL
예, 지니가 좀 직접적이고 노골적일 때가 있어요. "성"에 대한 대화를 나눌 때도 부끄러워하거나 에둘러 말하는 법 없이 직접적인 표현을 쓰기도 하죠. 오히려 제가 당황하고 어이없어 할 정도로. 오히려 그 점이 안심이 되기도 해요. ^^

네꼬 2007-06-26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렇게 말하는 용기가 멋져요. 나도 써먹어볼까 2. (그런데 누구한테) 2 털썩.

섬사이 2007-06-27 06:24   좋아요 0 | URL
네꼬님도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먼저. ^^ 고르고 골른 사람에게 우선권을 주시던지. 이를테면... 누구? (왜 갑자기 무스탕님 페이퍼에서 네꼬님을 깔고 앉았던 누렁이가 생각날까요. 나도 참 주책이야..-_-;;)

치유 2007-06-26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말해주는 지니가 더 이쁨니다..속으로만 앓고 있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이 아줌마도 엉덩이 토닥 토닥 해주며 한번 꼬옥 안아주고 싶다고 해주세요..(히힛..대신 님께서 한번더 안아주심;;)

섬사이 2007-06-27 06:26   좋아요 0 | URL
예, 제가 배꽃님을 대신해서 우리 딸 한 번 더 꼭 안아줄게요. ^^ 어제 지니랑 같이 요구르트 맛사지를 했어요. 딸에게 요구르트 발라주며 사랑의 화살을 마구 날려댔죠. ㅎㅎ
 
나는야 꼬마 큐레이터 - 우리 아이 미래를 바꾸는 예술교육
이현 지음 / 미진사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중학생인 큰딸 지니는 학교의 체육 수업에 대해 불만이 많다.  음악이나 미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지만 운동신경이 둔한 지니로서는 체육수업에 대한 불만이 가장 심하다. 지니 입에서 불만이 나올 때마다 "즐기지 못하는 예체능"에 대해 안타까움을 가졌었다.

지난 해 여름, 휴가에서 돌아오는 길에 바탕골미술관에 들른 적이 있다.  티셔츠에 염색물감으로 그림을 그리고, 물레를 돌려 도자기를 만들고, 현대무용을 관람했다.  아이들이 처음으로 보는 춤의 무대였다.  낯설어 하기도 하고, 무용수들의 과격한 몸짓을 보며 어색해하며 웃기도 했다.  공연이 끝나고 아이들을 무대로 끌어내어 함께 춤을 배우는 시간이 있었는데 대부분의 아이들이 쭈뼛거리며 마음껏 몸 움직이기를 꺼려했다.  "즐기기"가 서툰 탓이었다. 어째서인지는 몰라도 "즐기기"는 행동으로 옮기기에 참 어색하고 서툰 낱말인 것 같다. 음주와 노래방 등등의 유흥문화에서만은 예외일지도 모르겠지만.

이 책이 유용한 이유는 예술을 "학습"이 아니라 "즐기기"의 마인드로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예체능교육의 그릇된 현실을 꼬집으면서 아이들에게 음악이며 미술, 무용, 스포츠에 즐겁게 다가설 수 있도록 부모의 의식을 변화시키라고 말하고 있다.

저자가 미술사를 전공한 까닭에 미술에 대한 설명이 가장 풍부하다.  컨셉을 정해서 아이가 미술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이나, 미술전시회에서 아이들에게 '보는 법'을 지도하는 방법, 아이들에게 이미지 읽는 법을 제시하고 이를 토대로 자기만의 이미지를 만들어보는 방법, 미술관 관람 방법 등, 꽤 폭넓고 자세한 설명과 이미지 자료를 제시하고 있다.

미술에서 중요한 것은 멋진 색이나 형태가 아니라 나만의 시각이며 미술이 중요한 것은 잘 그리기 위해서도 아니고 잘 만들기 위해서도 아니고 바로 나만의 시각으로 세상을 보고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저자의 극히 원론적인 주장이 특별한 것이 되는 교육풍토가 아쉽다. 

아이들의 예술 교육을 위해 쓰여진 책이지만 나처럼 미술이든 음악이든 간에 어떻게 접근해야 좋을지 몰라 엉거주춤 눈치만 보고 있는 어른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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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lin 2007-06-26 0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양한 책들을 읽으시네요^^전 학창시절 수학보다도 미술을 더 싫어했어요..손재주가 없어서 손으로 뭘 만드는 건 늘 서툴었거든요. 미술선생님께서 제 그림을 보시며 저를 혼내셨던 기억이 나네요..쩝...못 그리는 건 죄가 아닌데, 그쵸? ^^;;; "즐기기"였다면 저같이 재주없는 아이들이 미술시간을 좋아라 했을까요? 하얀 스케치북을 보면 막막했었는데, 저 곳을 다 글씨로 채우면 안되나 생각하며 한숨을 내쉬었었죠^^보라색 구절 정말 맘에 확! 와닿네요^^

섬사이 2007-06-26 08:46   좋아요 0 | URL
저는 체육을 가장 싫어했었어요. 운동회날은 우울한 날이었죠. 그 유전자를 아이들도 똑같이 물려받은 것 같아요. "공부"가 아니라 "유희"였다면 저도 체육을 그렇게 싫어하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전 지금도 스포츠를 좋아하지 않아요.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월드컵 시즌은 저에겐 고역이에요. ^^

홍수맘 2007-06-26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역시 예체능 쪽엔 영~ 아닌지라 홍/수에게도 어떻게 접근시켜줘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거든요. 저에게도 꼭 필요한 책이네요. 감사해요.^^.

섬사이 2007-06-27 06:30   좋아요 0 | URL
뭐든지 너무 "억지로" 몰고 가진 않으려고 하는데, 사실 "억지로" 말고는 어떤 방법이 있는 지도 잘 몰랐던 것 같아요. 거기다 애들마다 취향이 다르기도 하구요. 엄마노릇, 때론 참 힘들어요. 그쵸?

hnine 2007-06-26 1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으셨군요.
이 저자, 매력있어요. 책과 관계 없는 얘기이지만... ^ ^
미술에 얽힌 일화가 저도 많아서 페이퍼에도 올린 적이 있는데, 너무 틀에 박힌 방식으로 아이들의 창의력마저도 몰고 나간다는 것이 문제인 것 같아요. 그래도 요즘은 여러 가지 미술 활동이 많아지면서, 그리고 깨어있는 엄마들의 노력의 결과인지 많이 달라지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지요.

섬사이 2007-06-27 06:35   좋아요 0 | URL
맞아요. 아이들의 창의력이 오히려 제도권 교육 안으로 들어가면서 빛을 잃는 경우가 많은 것 같기도 하구요. 유치원 때까지 잘 그리진 못해도 재미있고 특이한 그림을 그리던 뽀가 학교에 들어가고 나서 그 특유의 그림풍을 잃어버려서 참 안타까웠어요.
학습, 공부가 아니라 자유로운 표현과 감상을 즐기는 예체능 교육이 되어야 할텐데 말이죠. 학교에선 일단 모든 게 성적과 밀접한 관련을 갖다보니.. -_-;;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클로드 모네전에 엉엉 울어대는 비니를 챙겨 급하게 나가느라 디카고 뭐고 아무것도 챙겨가질 못했다.  덕분에 사진 한 장 없는 페이퍼를 올리게 되고 말았다.

옆지기는 시종일관 "난 모네 별로야."란다.  옆지긴 모네보다 마네를 더 좋아한다.  특히 마네의 <피리부는 소년>을 좋아한다.  옆지기는 파리에 가면 그 <피리부는 소년>을 보려고 오르세에 일부러 들르곤 할 정도다. 

모네의 그림은 예뻤다.  그 예쁨이 옆지기 마음에 들지 않으리라. 사람들이 자기 집 벽에 걸어두고 싶어할만한 장식적 요소를 갖춘 그림이라는 게, 삶의 무거움과 현실의 가혹함이 들어 있지 않은 가볍고 밝은 그림이라는 게 옆지기의 마음을 꼬이게 만들었을 것이다. 모네 그림 속의 분홍빛이 덧발라진 저 몽글몽글한 구름들이 사람들 마음 안으로 "WONDERFUL LIFE"에 대한 환상으로 변하여 날아들어온들 누가 감히 거부할 수 있을까.  사람들이 있는 그대로의 현실보다 환상을 사고 싶어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닐까. 뭐, 그렇다고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해도 된다는 건 아니지만, 사람들이 환상으로부터 힘겨운 삶에 대한 위로를 얻고자 하는 걸 잘못이라고도 할 수 없는 거 아니냐구...

"치, 근데 생각해 봐. 튜브식 물감이 발명되어서 칙칙하고 어두운 작업실에서 뛰쳐나와 그림을 그릴 때의 기분.. 내가 모네라고 해도 저렇게 그림을 그리고 싶었을 거야.  빛의 찬란함을 그리고 싶지, 누가 실내와 똑같은 칙칙하고 어두운 색을 쓰고 싶겠어?"  - 나의 반격 

"그래도 별로야." -옆지기의 고집

"광학의 발달도 인상파 그림에 영향을 미쳤다는데.. 사진을 하는 사람이 인상파 모네랑 좀 친하게 지내지 그래.  어차피 광학으로 함께 엮인 사인데 사이좋게 지내봐." -나의 회유

"그림에 고민이 없어 보이잖아, 고민이.." - 옆지기의 저항

"고민 없는 작품이 어디 있겠수." - 나의 일반론

"있어.." - 옆지기의 체험론

마지막 그 말 "있어..", 그 말 한 마디에 나는 입을 다물었다.  그래, 맞어, 있어.. 속으로 그렇게 되뇌이면서.  옆지기의 그 말 한 마디엔 그 사람의 지난 실망과 아픔이 다 들어 있다는 걸 알기에 뒷말을 더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옆지기의 말대로 모네의 그림은 예쁘고 고왔다.  그래서 대중의 인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 옆지기처럼 모네를 비판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옆지기의 생각, 다른 이들의 의견 다 걷어 치우고 이제 내 얘기를 해봐야겠다.

옆지기의 투덜거림에도 불구하고 난 전시장을 두 바퀴 돌았다.  만약 옆지기가 없었다면 난 몇 바퀴 더 돌았을 것이다.  모네의 그림을 되풀이해서 보고 싶었던 건, 예쁨이나 고움 때문이 아니라 다채로움 때문이었다.  인상파 화가의 전시를 보러 갔으니 빛의 다채로움을 느끼는 거야 당연한 것이겠지만, 책이나 도록같은 인쇄물에서 보던 모네의 그림 속에서는 발견할 수 없었던 하늘빛의 향연에는 정말 황홀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옆지기는 그 색도 맘에 안들겠지만.)

모네더러 "빛의 화가"라고 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  그런데 모네더러 "물의 화가"라고 하는 말에는 약간의 이의가 생겼다.  나더러 모네를 정의하라고 한다면 난 모네를 "하늘의 화가"라고 부르고 싶다.  "수련과 물"의 화가 모네의 전시에서 나는 "하늘"의 빛에 빠져서 허우적거렸다. 

앞으로 하늘에 대해 이야기할 때, 이렇게 이야기해도 좋으리라.

"오늘 아침은 <포르비예의 세느강> 하늘이 펼쳐져 있군요."




"어제 저녁엔 1907년에 그린 마르모땅 미술관의 <수련> 노을이 드리워져 무척 아름다웠어요."


"오늘은 너무 우울해요. <푸르빌의 바다풍경>하늘이 보고 싶네요."




"저는 <돛단배-저녁의 효과> 하늘 아래서 당신과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싶어요."
(이미지가 없음.-_-;;)

하늘빛에 얼마나 매료되었던지, 난 수련 그림들도 모두 하늘 그림으로만 보였다. 수련이 피어있는 연못에 비친 하늘을 그린 그림으로.  내 말이 사실이기도 하다. (죽어라고 우겨본다)  모네가 그린 수련 연못은 하늘빛을 반사하고 있으니까.  그래서 수련연못의 빛깔은 노을 빛이기도 하고 짙푸른 가을 하늘 빛이기도 하고 좀 뿌연 흐린 하늘빛이 되기도 하니까. 

관람을 마치고 판매하고 있는 도록을 펼쳐본다.  3만원이나 하지만 마음에만 들면 옆지기에게 하나 사달라고 떼를 쓰려고 했다.  그런데 도록 속의 그림에선 하늘빛이 죽어있다.  1층 아트샵에 가서 모네에 대한 다른 책들을 펼쳐보았는데 그것도 또한 하늘빛은 죽어있다.  아쉽다. 너무 아쉽다.  인쇄술이 겨우 이 정도밖에 안되다니.  하긴 훨씬 더 섬세하고 생생한 인쇄를 한다면 대신 책값이 확 뛰어버려서 주머니 속의 빈곤 때문에 책 구입을 포기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지겠지만.

결국 난 "모네 그림은 별로야"라고 중얼거리는 옆지기에게 한 마디 한다.

"7월 어느 사람 없는 평일에 나 혼자 또 와서 실컷 봐야지."
"그렇게 좋았어?"

옆지기에게 차마 어떻게 말하랴.  당신보다 모네의 하늘이 내 마음을 더 잘 어루만져주더라고.
모네의 하늘이 당신의 눈빛보다 나를 더 황홀하게 하더라고.
모네의 하늘을 보면 지니가 즐겨듣던 "LIFE IS SO COOL"이라는 팝송을 흥얼거리고 싶어진다고.

클로드 모네 전이 끝나고 나면 고흐전이 열린다.  거기다 덕수궁 미술관에서는 "렘브란트와 바로크 거장들 展"이 내일부터 9월 30일까지 열린다. (2,000원 할인티켓이 있다.)  예술의 전당에서 하고 있는 "오르세 미술관展"은 티켓이 있는데도 아직 가보질 못하고 있다. 지니의 기말고사가 끝난 다음에 갈까 생각 중이다.

아, 지니는 모네가 생각보다 별로였단다. (지 아빠랑 똑같다. 근데 지니는 모네의 그림이 너무 평범해서 별로란다). 모네의 그림에서 분홍과 보라 계열의 색이 가장 잘 느껴졌단다.  1층에서는 우리나라 작가들의 판화전이 열리고 있었다.  지니는 그 판화전이 더 마음에 든단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엄마, 나는 아무래도 현대 미술 쪽이 더 맞는 것 같아. 더 개성있고 특이하고 작가의 생각과 느낌이 더 잘 드러나는 것 같아서 더 좋아." 그런다.
"그럼 넌 '렘브란트와 바로크 거장들 展'은 가지 마라. 나만 갔다 올게."했더니만
"안돼~~ 나, 그거 꼭 봐야 해."

혹시라도 이 다음에 도쿄에 갈 기회가 생기거들랑 도쿄궁 미술관에 꼭 가보라고, 거기가 현대미술 쪽으로는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미술관이라더라~고 말해줬더니 지니의 눈이 반짝였다. 지니는 점점 내 친구가 되어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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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07-06-25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빛에 얼마나 매료되었던지... 전 섬사이님께 매료되었어요... ☆.☆
7월 어느 사람 없는 평일에 나 혼자 또 와서 실컷 봐야지... 저도 그래야 겠습니다 ^^*
'렘브란트와 바로크 거장들 展'... 오옷~~!! 바로크 거장들이... @.@

섬사이님... 제가요, 그림에 대해선 뭣도 하나도 아는게 없는 제가요 요즘 그림들이 너무 고파졌어요... ^__^
저도 곧 모네전 보러가야 겠어요. 램브란트도 보러가구요..

섬사이 2007-06-26 01:10   좋아요 0 | URL
저도 그림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라요. 그래도 그림은,, 몰라도 즐길 수 있는 것들 중 하나인 것 같아요. 감독이나 배우, 연출기법, 영화 이론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라도 영화를 보고 즐길 수 있는 것처럼요. 7월 어느 날 미술관에 가게 되면 혹시 무스탕님이 계신지 두리번거리게 될 것 같아요. 전 무스탕님을 알지요~~^^

홍수맘 2007-06-25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을 보면서 황홀함을 느끼는 님의 모습이 너무 부럽답니다. 전 메마른 걸까요? 그림을 보면서도 항상 단답형만이 떠오르니....
그리고, 점점 지니와 친구가 되어가는 님의 모습 또한 부러워요. 우리 수도 얼렁 자라서 친구처럼 수다를 떨 때가 왔으면 하는 바램이 생기네요.

섬사이 2007-06-26 01:11   좋아요 0 | URL
저도 따지고 보면 단답형 아닌가요? 모네의 하늘빛이 참 좋더라.. 그게 전부잖아요. ^^

비로그인 2007-06-25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 볼만한 전시회들이 줄을 잇는거 같아요.
지나면서 보니까 모짜르트 어쩌구 전시회도 열리고 +_+
전 직장인이라 참 짬내기가 수월치 않은데 아이들은 곧 방학이라 좋겠어요 ^^

섬사이 2007-06-26 01:14   좋아요 0 | URL
세종문화회관에서 하는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짜르트 展>이요? ㅎㅎㅎ 이번 메세나 콘서트가 바로 그거거든요. 열심히 들락거리며 하긴 했는데, 당첨이 될지 모르겠어요.

치유 2007-06-25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과 함께 이런 저런 전시회며 공연장을 갈수 있다는것은 참 행운이에요..
부군께도 전 높은 점수 팍팍 부여합니다..^^&

섬사이 2007-06-26 01:17   좋아요 0 | URL
네, 같이 다녀줄 사람이 늘 대기중에 있어서 행복해요. 옆지기는 제가 좀 따돌리는 편이에요. 주말이면 아무 생각없이 쉬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 같이 다니면 부담스러워요. 피곤한 사람 억지로 끌고 다니는 것 같아서. 그러니까 점수 팍팍 주지 마세요. ^^

fallin 2007-06-26 0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고나면 더 흥미롭고 이뻐보일텐데...그림은 매력적으로 다가오질 않아요..그래서 섬사이님이 부럽네요..어떻게 하면 그림을 보고 감동하고 황홀하다 느낄 수 있을까요? 궁금하다...

섬사이 2007-06-27 06:36   좋아요 0 | URL
미술이나 사진 작품들은 책이나 도록을 통해서 보는 것과 실제 작품을 보는 것의 차이가 큰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가끔 예술작품들은 보는 게 아니라 경험하는 거란 생각이 들곤 해요. 모네의 하늘빛도 제가 모네展에 가지 않았다면 발견하지 못했을 거에요. 도록이나 책의 모네 그림 사진 속에선 하늘빛이 죽어있었거든요. 페이퍼에 올린 저 이미지 속의 하늘과도 다른 하늘이에요. ^^

fallin 2007-06-26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보면서 감흥을 느끼지 못해 제 감정이 메말랐나 의심했어요^^;;; 직접보면 다르구나. 경험하는 거란 말...멋있어요 ^^

섬사이 2007-06-27 06:40   좋아요 0 | URL
예, 느낌이 많이 달라요. 그림책 속에서만 코끼리며 기린을 보던 아이가 동물원에서 처음으로 코끼리와 기린의 실제 모습을 보고 놀라는 느낌과 비슷할 거에요. (제가 어렸을 때 바로 그랬거든요.)

 

오늘이 원래 서울시립미술관으로 "클로드 모네 展"을 가기로 했던 날이었다.  비니가 병이 나는 바람에 난 포기하고 있었고, 지니만 자기 혼자서라도 기필코 다녀오고야 말겠다고 선언했었다.  오늘 아침, 지니는 친구랑 전화를 주고 받더니 친구와 함께 다녀오겠단다.  옆지기더러 비니랑 나는 집에 있을테니까 차로 애들 데려다 주고 오라고 했다.  정말 그랬다.

그런데 지니랑 아빠가 나가는 걸 보더니 비니가 엉엉 울기 시작하는 거다.  밖에 나가기 좋아하는 녀석이 만 하루 이상을 집 안에 틀어박혀 있었으니 얼마나 좀이 쑤실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럼 아빠 차 타고 드라이브나 하고 오자는 마음으로 같이 따라나섰다.  차 안에만 타고 있으면 괜찮을테니까 미술관까지 차타고 휭 다녀오면 되겠지 했다. 정말 그랬다.

시립미술관에 도착, 미술관 안으로 차를 몰고 들어가려는 옆지기에게 "애들 여기서 내려주고 우린 그냥 가자"고 했더니 옆지기가 "여기까지 온 김에 우리도 보고 가자."하는 거다.  유혹이다. 유혹이다. 유혹이다.  정말 거대한 유혹이다.  안된다. 안된다. 안된다. 비니가 아픈데, 그것도 전염병인데, 사람많은 미술관에 데려가다니, 그건 절대 안되는 일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정말 그랬다.

"그럴까... 그래도 될까...?"  생각과는 다르게 튀어나오는 말.  그래서 미술관에서 유모차 대여해서 비니를 태우고 클로드 모네전을 보고 왔다.   얼른 보고 나오려고 했는데...  입장료도 아깝고 (매월 넷째주 일요일은 무료관람의 날이라더니 이런 특별전은 예외인지 입장료를 내야 했다. 혹시나 했는데 그럼 그렇지..) 다시 보고 싶은 그림이 있어서 전시장 전체를 두 바퀴 돌았다.  음... 그리고 미술관 3층에 있는 까페에 들어가서 고구마 케잌이랑 카푸치노도 마시고 왔다.  어... 그것도 옆지기가 유혹한 거다.  "내가 커피 한 잔 사줄게.."하고.  내가 커피에 약하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옆지기가 미끼를 던진거다. 정말 그랬다.

오늘 미술관에 뿌려졌을 콕삭키 바이러스와 엔테로바이러스 71형에 대해서 정말 심심한 사죄의 말씀을 올리고 싶다.  모두 유혹에 약한 내 탓이다.  제발 미술관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사람이 하나도 없기를. (어른들에게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4세 이하의 아이들에게만 증상이 잘 나타난다고 하는데 오늘이 일요일이라 아이들을 데리고 미술관을 찾은 가족이 좀 있었다.) 미술관 다녀온 것은 좋은데 내내 양심에 찔려 괴롭다.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용서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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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맘 2007-06-25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말동안 비니가 많이 아프군요. 제발 가벼이 넘어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

섬사이 2007-06-25 0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했던 것보다 증상이 심하진 않은 것 같아요. 밥도 잘 먹고, 잘 놀고,,, 처음에 열이 좀 있었는데 열도 다 떨어졌어요. 걱정해주셔서 고마워요.

치유 2007-06-25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구..난 또 뭐라고..ㅋㅋㅋ
영심선언이셨군요..ㅋㅋㅋ..
그래도 가족이 그렇게 함께 관람하셨으니 즐거움에 그 바이러스는 꼼짝 안하고 움직이질 않았을거에요..함께 관람한 아이에겐 특히..조심하며 안 날아갔을것이니 염려 마세요..

섬사이 2007-06-26 01:24   좋아요 0 | URL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정말 고맙습니다. 내내 마음이 불편했거든요. 내 욕심때문에 어느 집 귀하고 이쁜 아가들이 수족구로 고생하면 어쩌나.. 하구요. 정말로 제발 그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는데 말이에요.
 

비니가 콕삭키바이러스 A-2, A-4, A-9, A-16, B-3, B-4, B-5 형등과 함께 엔테로바이러스 71형 등의 감염으로 생기는 급성 바이러스성 전염성 질환에 걸렸다.

이 병 치료엔 특효약이 없어 대증치료만 한다. 이 바이러스가 드물게 뇌수막에 침입하여 무균성 뇌수막염을, 뇌에 침입하여 바이러스성 뇌염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합병증이 없는 한 며칠동안 조금 앓다가 회복되는 것이 보통이라고 한다.

이 병에 걸리면 붉은 발진이 인두 점막, 입 안 점막, 손바닥과 발바닥 등에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이 병을 수족구병, 또는 수족구 증후군이라고 한다.

밖에서 하루 종일 놀았으니 어디선가 병이 옮을만도 하다.  지난 금요일 밤에 열이 39도를 육박하기에 집에서 이부펜 시럽을 먹이고 하룻밤을 보냈다.  토요일 오전에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수족구란다.  손등과 허벅지 안쪽에 두드러기 같은 것이 보여서 혹시 음식을 잘못 먹은 게 아닐까 했었는데 아니었다. 

입안이 심하게 헐어서 아이가 아플텐데 밥은 잘 먹었냐고 의사가 물었다.  비니? 잘 먹었다. 그날 금요일에도 귤, 수박, 어묵, 튀김에  버섯볶음과 김치, 게장, 김, 고등어 등등을 반찬으로 밥도 잘 먹었었다.  의사 말이 아이가 고생을 좀 할 거란다. 

집에 돌아와 아플까봐 긴장하고 죽을 줬는데 잘만 받아 먹는다.  물김치에 들어간 무를 집어서는 으적으적 잘도 깨물어 먹었다. 지니랑 뽀가 먹는 새우깡도 희한하게 잘 먹었다.  수족구 걸린 애 맞나 싶게..

병원에서 준 약을 먹였더니 열은 떨어졌건만, 약에 취했는지 애가 헤롱헤롱이다. 기운 없이 축 쳐져서는 이리 쓰러지고 저리 눕고 한다.  밖에 나가 놀기를 그리도 좋아하던 녀석이 늘어진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안쓰러웠다. 

오늘 일요일 아침, 비니는 죽을 마다하고는 씨리얼을 우유에 말아 달란다. 아무거라도 입에 땡기는 대로 먹어다오, 하는 마음으로 바나나를 잘게 썰어 섞어서 주었다.  입에 넣었다가 아프다고 울어대면 어쩌나 했는데 준 걸 다 먹고는 더 달란다.  이것 참.. 점심엔 밥을 냠냠 잘도 먹고, 부라보콘도 하나 또 먹었다. 

"얘는 수족구를 약하게 하고 지나가려나봐.."  어떤 애는 증상이 너무 심해서 물도 못마시고 병원에 누워 링거를 맞기도 한다는데, 비니는 밖에서 그 긴시간을 버티고 놀던 체력으로 무난히 넘어가 주는 게 아닐까 하는 바램을 담으며 옆지기와 눈을 마주치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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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지 2007-06-24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고. 빨리 건강해졌으면 좋겠네요.
아이들이 아플 때 가장 마음이 아픈 것 같아요.

섬사이 2007-06-25 07:56   좋아요 0 | URL
고마워요. 벌써 많이 나아진 것 같아요. 열이 떨어지고 나니까 다시 활발해졌어요.

치유 2007-06-25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먹으니 그렇게 잘 버틸 힘이 생길거에요..님들의 사랑으로..건강하길,,

섬사이 2007-06-26 01:26   좋아요 0 | URL
오늘 병원에 갔었는데 의사가 그러더군요. "다른 애들보다 심한 것 같은데 이쁘기도 하지, 아무거나 잘 먹는다니.." 아무래도 비니가 좀 둔한가봐요. 아니면 먹는 거에 대한 집착이 통증을 눌러버렸거나. 암튼 잘 먹으니까 엄마인 저로서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