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원래 서울시립미술관으로 "클로드 모네 展"을 가기로 했던 날이었다. 비니가 병이 나는 바람에 난 포기하고 있었고, 지니만 자기 혼자서라도 기필코 다녀오고야 말겠다고 선언했었다. 오늘 아침, 지니는 친구랑 전화를 주고 받더니 친구와 함께 다녀오겠단다. 옆지기더러 비니랑 나는 집에 있을테니까 차로 애들 데려다 주고 오라고 했다. 정말 그랬다.
그런데 지니랑 아빠가 나가는 걸 보더니 비니가 엉엉 울기 시작하는 거다. 밖에 나가기 좋아하는 녀석이 만 하루 이상을 집 안에 틀어박혀 있었으니 얼마나 좀이 쑤실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럼 아빠 차 타고 드라이브나 하고 오자는 마음으로 같이 따라나섰다. 차 안에만 타고 있으면 괜찮을테니까 미술관까지 차타고 휭 다녀오면 되겠지 했다. 정말 그랬다.
시립미술관에 도착, 미술관 안으로 차를 몰고 들어가려는 옆지기에게 "애들 여기서 내려주고 우린 그냥 가자"고 했더니 옆지기가 "여기까지 온 김에 우리도 보고 가자."하는 거다. 유혹이다. 유혹이다. 유혹이다. 정말 거대한 유혹이다. 안된다. 안된다. 안된다. 비니가 아픈데, 그것도 전염병인데, 사람많은 미술관에 데려가다니, 그건 절대 안되는 일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정말 그랬다.
"그럴까... 그래도 될까...?" 생각과는 다르게 튀어나오는 말. 그래서 미술관에서 유모차 대여해서 비니를 태우고 클로드 모네전을 보고 왔다. 얼른 보고 나오려고 했는데... 입장료도 아깝고 (매월 넷째주 일요일은 무료관람의 날이라더니 이런 특별전은 예외인지 입장료를 내야 했다. 혹시나 했는데 그럼 그렇지..) 다시 보고 싶은 그림이 있어서 전시장 전체를 두 바퀴 돌았다. 음... 그리고 미술관 3층에 있는 까페에 들어가서 고구마 케잌이랑 카푸치노도 마시고 왔다. 어... 그것도 옆지기가 유혹한 거다. "내가 커피 한 잔 사줄게.."하고. 내가 커피에 약하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옆지기가 미끼를 던진거다. 정말 그랬다.
오늘 미술관에 뿌려졌을 콕삭키 바이러스와 엔테로바이러스 71형에 대해서 정말 심심한 사죄의 말씀을 올리고 싶다. 모두 유혹에 약한 내 탓이다. 제발 미술관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사람이 하나도 없기를. (어른들에게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4세 이하의 아이들에게만 증상이 잘 나타난다고 하는데 오늘이 일요일이라 아이들을 데리고 미술관을 찾은 가족이 좀 있었다.) 미술관 다녀온 것은 좋은데 내내 양심에 찔려 괴롭다.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용서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