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에 지니가 불쑥

"엄마, 나 요즘 사랑받고 싶어져"

나, 잠시 멍했다가 겨우

"남자친구 사귈 때가 된 거구나."

하며 대꾸했다.

"에이~~ 엄만 사랑이 꼭 그런 것만 있는 거 아니잖아."

"그럼, 어떤 사랑을 원하는데?"

"엄마, 아빠, 그리고 비니한테도 사랑받고 싶어. 아주 많이."

"......."

머릿속에서 경보음이 울렸다. 이건 신호다. 지니가 내게 보내는 신호다.

동생들에게 밀려서 관심을 덜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하긴.. 아무래도 비니에게 관심과 신경이 집중되고 있긴 하다.

외로웠던 걸까?

자신이 무대 위에서 모든 이의 시선을 받고 있는 것처럼 느낀다는 사춘기에

지니는 자기가 무대 밖으로 밀려났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이리와, 우리 큰딸. 엄마가 사랑해줄게."

나보다 키도 크고 덩치도 커진 딸을 품에 꼭 안아주었다.

비니를 쫓아다니고 챙겨주고 하다보면 지쳐서 나도 모르게

지니와 뽀에게 퉁명스럽게 굴고 자주 퉁박을 주었던 것 같기도 하다.

반성.

오늘은 지니랑 뽀도 안아주고 뽀뽀 해주고 볼도 쓰다듬어주고 마주보고 웃어주기도 해야지.

맞다, 지니랑 뽀도 아직은 충분히 크지 않았다.

비니 때문에 그걸 잊고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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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7-06-26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의 솔직한 고백이 아름다워요. 제 맘을 알고 그것을 표현할 줄 아니 사는 동안 절대로 사랑부족은 없을 것 같아요. 남에게 주는 일도요. ^^

섬사이 2007-06-27 06:12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 다른 님들 서재에서 많이 뵈었더랬어요. 제 서재에 와주시다니, 정말 고맙습니다.^^ 지니가 좀 솔직한 편이긴 해요. 가끔 너무 노골적이 되기도 하구요. 엄마가 둔하니까 단도직입의 수단을 써야 알아듣는다는 걸 깨달은 건지..^^

홍수맘 2007-06-26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구나. 님얘기를 들으면 많이 배워요. 커도 아이들은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고 싶은데, 부모 입장에서는 이젠 컸으니... 하면서 아무래도 사랑표현이 적어지는 것 같아요.^^.

섬사이 2007-06-27 06:17   좋아요 0 | URL
맞아요, 홍수맘님. 지니는 이제 사춘기니까 덜 간섭해야지 싶어서 일부러 신경을 덜 썼거든요. 신경쓰고 있으면 자꾸 잔소리를 하게 되니까. '이제 네 일은 네가 알아서 해라'라는 마음을 갖고 있었는데, 그게 지니에겐 서운했던 모양이에요. 관심의 농도 조절이 좀 어렵네요. 신경은 덜 쓰더라도 사랑표현은 듬뿍 해줘야 하나봐요. ^^

hnine 2007-06-26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이건 신호예요 신호. (왜 갑자기 제가 흥분하려고 하는지 ^ ^)

섬사이 2007-06-27 06:18   좋아요 0 | URL
그렇죠? 아무래도 신호지요?

비로그인 2007-06-26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음... 나도 써먹어 볼까!!!
(그런데 누구한테 -.-...)

섬사이 2007-06-27 06:20   좋아요 0 | URL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부터 먼저. ^^ 고르고 골른 사람에게 우선권을 주시던지. 이를테면 서재지기님? ㅋㅋㅋ

무스탕 2007-06-26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니가 참 밝고 이쁘네요.. 투덜대지 않고 스트라익을 날리니요 ^^
조만간 뽀랑 비니를 아빠께 넘기고(?) 두 모녀만 산뜻한 나들이를 한번 해보시죠?

섬사이 2007-06-27 06:22   좋아요 0 | URL
예, 지니가 좀 직접적이고 노골적일 때가 있어요. "성"에 대한 대화를 나눌 때도 부끄러워하거나 에둘러 말하는 법 없이 직접적인 표현을 쓰기도 하죠. 오히려 제가 당황하고 어이없어 할 정도로. 오히려 그 점이 안심이 되기도 해요. ^^

네꼬 2007-06-26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렇게 말하는 용기가 멋져요. 나도 써먹어볼까 2. (그런데 누구한테) 2 털썩.

섬사이 2007-06-27 06:24   좋아요 0 | URL
네꼬님도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먼저. ^^ 고르고 골른 사람에게 우선권을 주시던지. 이를테면... 누구? (왜 갑자기 무스탕님 페이퍼에서 네꼬님을 깔고 앉았던 누렁이가 생각날까요. 나도 참 주책이야..-_-;;)

치유 2007-06-26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말해주는 지니가 더 이쁨니다..속으로만 앓고 있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이 아줌마도 엉덩이 토닥 토닥 해주며 한번 꼬옥 안아주고 싶다고 해주세요..(히힛..대신 님께서 한번더 안아주심;;)

섬사이 2007-06-27 06:26   좋아요 0 | URL
예, 제가 배꽃님을 대신해서 우리 딸 한 번 더 꼭 안아줄게요. ^^ 어제 지니랑 같이 요구르트 맛사지를 했어요. 딸에게 요구르트 발라주며 사랑의 화살을 마구 날려댔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