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야 꼬마 큐레이터 - 우리 아이 미래를 바꾸는 예술교육
이현 지음 / 미진사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중학생인 큰딸 지니는 학교의 체육 수업에 대해 불만이 많다.  음악이나 미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지만 운동신경이 둔한 지니로서는 체육수업에 대한 불만이 가장 심하다. 지니 입에서 불만이 나올 때마다 "즐기지 못하는 예체능"에 대해 안타까움을 가졌었다.

지난 해 여름, 휴가에서 돌아오는 길에 바탕골미술관에 들른 적이 있다.  티셔츠에 염색물감으로 그림을 그리고, 물레를 돌려 도자기를 만들고, 현대무용을 관람했다.  아이들이 처음으로 보는 춤의 무대였다.  낯설어 하기도 하고, 무용수들의 과격한 몸짓을 보며 어색해하며 웃기도 했다.  공연이 끝나고 아이들을 무대로 끌어내어 함께 춤을 배우는 시간이 있었는데 대부분의 아이들이 쭈뼛거리며 마음껏 몸 움직이기를 꺼려했다.  "즐기기"가 서툰 탓이었다. 어째서인지는 몰라도 "즐기기"는 행동으로 옮기기에 참 어색하고 서툰 낱말인 것 같다. 음주와 노래방 등등의 유흥문화에서만은 예외일지도 모르겠지만.

이 책이 유용한 이유는 예술을 "학습"이 아니라 "즐기기"의 마인드로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예체능교육의 그릇된 현실을 꼬집으면서 아이들에게 음악이며 미술, 무용, 스포츠에 즐겁게 다가설 수 있도록 부모의 의식을 변화시키라고 말하고 있다.

저자가 미술사를 전공한 까닭에 미술에 대한 설명이 가장 풍부하다.  컨셉을 정해서 아이가 미술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이나, 미술전시회에서 아이들에게 '보는 법'을 지도하는 방법, 아이들에게 이미지 읽는 법을 제시하고 이를 토대로 자기만의 이미지를 만들어보는 방법, 미술관 관람 방법 등, 꽤 폭넓고 자세한 설명과 이미지 자료를 제시하고 있다.

미술에서 중요한 것은 멋진 색이나 형태가 아니라 나만의 시각이며 미술이 중요한 것은 잘 그리기 위해서도 아니고 잘 만들기 위해서도 아니고 바로 나만의 시각으로 세상을 보고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저자의 극히 원론적인 주장이 특별한 것이 되는 교육풍토가 아쉽다. 

아이들의 예술 교육을 위해 쓰여진 책이지만 나처럼 미술이든 음악이든 간에 어떻게 접근해야 좋을지 몰라 엉거주춤 눈치만 보고 있는 어른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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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lin 2007-06-26 0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양한 책들을 읽으시네요^^전 학창시절 수학보다도 미술을 더 싫어했어요..손재주가 없어서 손으로 뭘 만드는 건 늘 서툴었거든요. 미술선생님께서 제 그림을 보시며 저를 혼내셨던 기억이 나네요..쩝...못 그리는 건 죄가 아닌데, 그쵸? ^^;;; "즐기기"였다면 저같이 재주없는 아이들이 미술시간을 좋아라 했을까요? 하얀 스케치북을 보면 막막했었는데, 저 곳을 다 글씨로 채우면 안되나 생각하며 한숨을 내쉬었었죠^^보라색 구절 정말 맘에 확! 와닿네요^^

섬사이 2007-06-26 08:46   좋아요 0 | URL
저는 체육을 가장 싫어했었어요. 운동회날은 우울한 날이었죠. 그 유전자를 아이들도 똑같이 물려받은 것 같아요. "공부"가 아니라 "유희"였다면 저도 체육을 그렇게 싫어하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전 지금도 스포츠를 좋아하지 않아요.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월드컵 시즌은 저에겐 고역이에요. ^^

홍수맘 2007-06-26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역시 예체능 쪽엔 영~ 아닌지라 홍/수에게도 어떻게 접근시켜줘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거든요. 저에게도 꼭 필요한 책이네요. 감사해요.^^.

섬사이 2007-06-27 06:30   좋아요 0 | URL
뭐든지 너무 "억지로" 몰고 가진 않으려고 하는데, 사실 "억지로" 말고는 어떤 방법이 있는 지도 잘 몰랐던 것 같아요. 거기다 애들마다 취향이 다르기도 하구요. 엄마노릇, 때론 참 힘들어요. 그쵸?

hnine 2007-06-26 1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으셨군요.
이 저자, 매력있어요. 책과 관계 없는 얘기이지만... ^ ^
미술에 얽힌 일화가 저도 많아서 페이퍼에도 올린 적이 있는데, 너무 틀에 박힌 방식으로 아이들의 창의력마저도 몰고 나간다는 것이 문제인 것 같아요. 그래도 요즘은 여러 가지 미술 활동이 많아지면서, 그리고 깨어있는 엄마들의 노력의 결과인지 많이 달라지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지요.

섬사이 2007-06-27 06:35   좋아요 0 | URL
맞아요. 아이들의 창의력이 오히려 제도권 교육 안으로 들어가면서 빛을 잃는 경우가 많은 것 같기도 하구요. 유치원 때까지 잘 그리진 못해도 재미있고 특이한 그림을 그리던 뽀가 학교에 들어가고 나서 그 특유의 그림풍을 잃어버려서 참 안타까웠어요.
학습, 공부가 아니라 자유로운 표현과 감상을 즐기는 예체능 교육이 되어야 할텐데 말이죠. 학교에선 일단 모든 게 성적과 밀접한 관련을 갖다보니..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