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 내 표범팬티 어디 갔지? - 꿈의동물원 2
재미마주 엮음 / 길벗어린이 / 1995년 7월
평점 :
절판
유머러스한 그림책이다. 남자 아이가 엉덩이를 내 놓은채 서랍을 뒤지고 있는 첫장의 그림. 표범팬티를 찾고 있다. 순간 내 머릿 속에 떠오르는 아이들의 노래. "도깨비 00는 튼튼해요. 질기고도 튼튼해요. 호랑이 가죽으로 만들었어요.,,," 어쩌구 하던..
아이들은 팬티라는 소재에서부터 입가에 슬슬 웃음을 띠기 시작한다. 서랍 속을 뒤져 팬티를 찾는 아이는 생각한다. 내 표범팬티가 어디 갔을까? 팬티가 그거 하나밖에 없진 않을텐데, 콕 집어 표범팬티를 찾는 걸 보면 아이가 좋아하는 팬티인가 보다.
표범팬티는 이제 상상력의 세계 속으로 돌아다닌다. 아기 사자, 커다란 구렁이, 홍학, 수달을 거쳐서 표범이 주인에게 돌려주려고 날쌔게 달리는 장면까지.. 참 재미난 이야기지만 그림만큼은 가볍지 않다. 유화를 사용한 건지, 아크릴 물감을 사용한 건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그림이 사실적일 뿐만 아니라 채도와 명도가 낮은 색을 써서 전체적인 분위기도 밝지 않다.
그런데 그게 오히려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걸 왜일까? 글의 가벼움과 그림의 무거움이 부딪치면서 느끼는 아이러니의 묘미때문일까? 다소 무겁고 심각해 보이는 그림 속의 동물들이 팬티를 엉뚱하게 사용하고 있는 걸 발견하고는 낄낄거리게 되는 것이다. 마치 개그맨들이 우스운 이야기를 하면서 자기는 하나도 안웃는 것처럼, 우스운 꼴을 하고 있는 동물들은 익살맞지도 경망스럽지도 않고 오히려 아주 점잖고 진지하다. 그게 더 웃기다.
맨 마지막 장에 아이는 표범팬티를 입고 우리를 향해 흐뭇하게 웃음짓고 있다. 아주 만족스러운가 보다.
남편은 이 그림책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그림책이 좀 엽기적이고 변태스럽다."고.. 그건 때묻고 더러워진 어른들의 생각으로 그림책을 보기 때문이라고 반발했더니 머쓱해 한다. 보면 볼수록 재미만 있구만... 살짝 남편을 흘겨보면서 오늘도 나는 즐겁게 아이에게 이 그림책을 읽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