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릴라야, 힘내!
조은수 글, 이혜리 그림 / 웅진주니어 / 2005년 11월
평점 :
품절


여기, 부정적인 자아관을 가진 고릴라 한마리가 있다.  무엇때문에 자기가 고릴라인게 싫은 건지 이유를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마법사가 나타나 "안녕? 고릴라야"하고 인사만 해도 자기를 그렇게 부르지 말아달라며 우울해 하는 고릴라다.

부정적인 자아관을 가진 대표로 고릴라가 발탁된 것은 아마도 우락부락 심술맞아 보이는 고릴라 특유의 인상과 너무 긴 팔에 비해 너무 짧은 다리, 지나치게 떡벌어진 어깨와 가슴 같은 불균형스러운 신체 때문인 것 같다. 

어쨌든 고릴라는 행운을 거머쥐었다.  고릴라를 측은히 여긴 마법사님께서 고릴라를 변신시켜주기로 마음을 먹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마법사님은 왜 이렇게 눈이 많지? 대부분의 마법지팡이는 별 장식을 달고 있거나 그도 아니면 지휘봉처럼 그저 막대기인 적이 많은데 이 마법사님은 마법지팡이 끝에도 눈알이 달려있고, 옷에도 눈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아마 세상의 모든 것들을 잘 보고 살피는 것이 이 마법사가 맡은 소임이고 그 맡은 바 소임에 충실한 착한 마법사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그림작가 이혜리님의 발상인가 보다 하고 이해하기로 했다. 

아무튼 이 고릴라는 좋은 마법사를 만나 쥐로, 토끼로, 뱀으로, 참새로, 사자로 변신을 거듭한다.  그런데 이 고릴라가 워낙 까탈스러운지 그런 동물들이 모두 마음에 안든단다. 변덕스러운 고릴라는 '사자처럼 무섭지 않고, 참새처럼 약하지 않고.,뱀처럼 미끈미끈하지도 않고, 토끼처럼 눈이 빨갛지도 않고, 쥐처럼 징그럽지도 않은 내' 가 좋단다.

그 말에 까탈스런 고릴라의 주문에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하던 마법사의 얼굴이 환해진다.  그리곤 다시 본연의 자기 모습으로 돌아온 고릴라가 "나는 내가 고릴라인 게 좋아요"하는 고백과 함께 환한 얼굴로 웃음짓는다. 

그림책은 자기자신을 싫어하던 고릴라가 자기를 사랑하게 되는 과정을 재미있게 그려내고 있다.  자기를 사랑하는 것은 세상에서 나를 지탱해주는 힘이다.  세상에서 당당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기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 그림책이 담고 있는 메세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3개월이 된 우리 아이는 '아리송 수리송 수리수리 마하수리 얍~!"하는 마법사의 주문을 읽어줄 때마다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그리다가 책을 톡 친다.  마치 자기가 마법사가 된 것처럼.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들이 등장하는 데다가 재미있는 주문이 반복되어 아이가 재밌어 하는 것 같다.   "뭐가 되고 싶은데?" 하고 마법사가 고릴라에게 던지는 질문을 아이에게 던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우리 아이는 아직 말이 익숙하지 않아서 불가능하지만, 좀 더 커서 말을 잘 하게 되면 "비니는 무슨 동물이 되고 싶니?"하고 물어보고 싶다. 

그리고 자기가 사랑받고있는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늘 확인시켜 줄 수 있는 엄마가 되고 싶다.  눈을 많이 갖고 있는 마법사처럼 나도 아이들을 잘 살피고 지켜주는 엄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마법사의 지팡이가 탐난다. 저것만 있으면 훨씬 더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텐데... 허걱~ 말하고 보니 갑자기 내가 이 그림책 속의 고릴라처럼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나도 이대로의 내가 가장 좋아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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