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더구나 우리나라처럼 경제가 압축 성장을 하면서 앞다투어 재벌들이 생겨나고, 그 아까운 돈을 막대한 상속세 피해 자식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최적의 수단이 값비싼 명화들이었다. 그림은 부동산이 아니라 동산이기 때문에 세금 추적이 불가능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림은 현찰에 비해서 간수하기가 너무나 간편했다. 국제적인 경매시장에서 거래되는 명화들은 500~600억짜리가 수두룩한데, 그 돈을 5만 원짜리 현찰로 물려주려면 그 부피가 어떨 것인가. 그런데 그림은 달랑 1개일 뿐이었다.

(49)

국가는 그동안 출산 장려를 위해서 10조가 훨씬 넘는 돈을 썼다고 발표하고 있는데, 출산율은 1.9명에서 해마다 줄어 1.05명에 이르러 있었다. 그 여실한 통계는 담당 공무원이 얼마나 헛돈 퍼대기 잔치를 신바람 나게 벌였는지 잘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데 그 역효과에 대해서 책임지는 공무원은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출산 장려 정책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발표하고 있었다. 10조가 넘는 그 엄청난 국민 세금을 헛쓰고도 공무원은 책임지지 않고, 국민들은 따지지 않고, 참 좋은 나라가 아닐 수 없었다. 어느 사회학자는 민족 소멸의 시대가 시작되었다고 우려했지만, 김혜온 같은 신유행족들은 갈수록 늘어날 기미가 눙후했다.

(192-193)

, 지금 한국이 처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전혀 규제가 안되는 재벌들의 횡포인데, 재벌들의 온갖 횡포가 계속 매스컴을 통해 보도되고 있고, 직접 당하기도 하면서도 왜 국민들이 대대적인 불매운동 한번 벌이지 않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오히려 그런 대기업에 서로 먼저 취직하려고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사교육이 사회문제가 될 정도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구상에 이런 이상스러운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그러면서도 또 가끔 정치투쟁을 일으켜 성공시키기도 한다. 이 난해함은 피카소 그림보다 더 이해하기가 어렵다. 이런 식에요.”

(208)

장우진은 면책특권이나 불체포특권 같은 게 없느냐고 물으려다가 그만두었다. 그건 한국 국회의 망신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그런 국회의원들이 활개 치는 나라에서 사는 국민이라는 것이 창피스러웠기 때문이다. 한국 국회의원들은 면책특권이나 불체포특권만 누리는 것이 아니었다. 국정감사권으로 관여 분야가 20~30군데씩이나 많아 직권 남용을 무한대로 저지를 수 있었고, 각종 관공서를 무제한으로 출입하면서 도열 영접까지 받아가며 음성적 이권 행위를 얼마든지 자행할 수 있었던 것이다.

(212~213)

비결? 비결은 없습니다. 정도의 차이만 약간씩 있을 뿐 서유럽 여러 나라들의 정치 상황은 거의 비슷합니다. 그 나라들이 오늘날과 같이 되는 지난 400여 년에 걸친 노력이 있었습니다. 특히 시민들의 자각과 노력이 절대적인 힘을 발휘했습니다. 그 자각과 노력이란 다름 아닌 시민들의 직접적인 감시와 감독을 말합니다. 이 세상의 모든 권력은 감시와 감독 그리고 견제가 없으면 반드리 횡포하고 부패하고 타락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것이 권력의 속성이고, 또 인간의 속성입니다. 그 좋은 증거가 봉건시대의 절대왕정들입니다. 그러니까 민주주의란 시민들이 자유와 평등과 평화를 조화시켜 창조해 낸 화초이고, 그 화초는 철저한 감시와 감독을 하지 않고는 아름다운 꽃을 피워낼 수 없는 것입니다. 서유럽 여러 나라의 시민들은 서로서로 보고 배우며 그 감시와 감옥 조직을 철저하게 가동시켜 오늘날의 민주정치의 꽃을 피워낸 것입니다.

(214~215)

민주국가 국민에게는 국가에 대한 의무와 권리가 동시에 주어져 있습니다. 국가 또한 국민에 대해 권리와 의무를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국민이 국법을 준수하는 것은 의무이고, 국민이 위임한 모든 권력을 철저하게 감시 감독하는 것은 국민의 권리입니다. 그 권리 행사는 바로 시민단체를 통해서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시민단체 수만 봐도 한국인들은 국민으로 직무 유기를 너무 크게 저지르고 있습니다. 한국 인구가 대략 5천여만 정도라고 알고 있는데, 그 많은 인구에 비해 활발히 활동하는 시민단체 수가 몇십 개에 불과하다니, 이건 도무지 말이 안 되는, 민주주의를 포기해 버린 국민들이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들의 감시 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모든 권력자들은 그 순간 광야의 포식자 하이에나로 돌변하게 됩니다. 그건 권력자들이 나빠서가 아니라 권력 자체의 속성이 그렇습니다. 그러므로 국민이 감시 감독을 소홀히 하는 직무 유기를 저지르는 것은 모든 권력자들에게 맘대로 직무 유기를 저지르라고 기회를 주고 허락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국민이 저지르는 가장 큰 어리석음과 망상은 정치인들이 자기네가 원하는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주리라고 믿고 방심하는 것입니다. 결론은 이것입니다. 정치에 무관심한 것은 자기 인생에 무책임한 것입니다. 그리고 수많은 시민단체들이 심장이 뛰듯이 살아 움직이지 않고서는 그 사회와 국가는 병들 수밖에 없고, 민주주의는 시들어 꽃을 피울 수 없다는 것은 절대 불변의 사실입니다.”

(283)

이태복 : 그들은 한결같이 한국의 정유 4사를 몬스터(괴물), 그로테스트(grotesque)하다고 합니다. 괴기하다고 표현해야지요. 정부가 그렇게 힘이 없느냐, 왜 정부가 정유사들의 엄청난 폭리를 보장해 주고 있으냐는 겁니다. 정유사들의 탈세와 각종 비리가 심각한데 어떻게 한국과 같은 지식 수준이 갖추어진 나라에서 문제가 되지 않느냐고 못내 궁금해하고, 또 이상스럽게 생각합니다.

(309)

이태복 : 그렇습니다. 우리는 국민석유의 공모가 성공하면 바로 바이오디젤 30퍼센트 혼합을 주장하고 환경 기준을 강화하면서, 석탄화력발전소에 플라스마 토치를 진입부와 배기 부분에 설치해서 석탄발전소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80~90퍼센트를 제거하자, 또 오염 발생 제조업제의 감독 강화, 그리고 재생에너지, 태양광 등 에너지 정책 전환 캠페인도 준비했는데, 공모가 뜻대로 안 되면서 후속 작업을 못 한 채 매일 하늘을 쳐다보는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기자 : 아니, 석탄발전소에 플라스마 토치를 설치하면 미세먼지 80~90퍼센트를 제거한다구요?

이태복 : 그 기술은 한국의 국책 연구 기관이 개발한 기술입니다. 그들의 주장처럼 80~90퍼센트는 아니더라도 획기적으로 감소시키는 것은 확실합니다. 한국에서 실용 효과가 입증되면 중국에 대량으로 수출할 수 있고, 필리핀을 비롯한 동남아 국가는 물론 세계의 수많은 나라들에 수출할 수 있는 특허 기술인데 왜 수용을 한 하는지 그 내막을 알 수가 없습니다. 참 안타깝고 아쉽습니다.

(352)

그런데 어느 양심적인 법학 교수가 말했습니다. ‘대한민국은 야만 국가다. 왜 공무원과 교사와 언론인 들의 정치 활동을 금지하는가. 그 법은 조속히 폐지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국가적으로 최고 수준의 화이트칼라 그룹의 시민적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국가 사회의 민주 발전을 막대하게 저지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권력을 쉽게 장악하고 통제하려는 군부독재의 유산인데 민주 정부 이후에도 계속 바뀌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권력 이기주의 속성이다. 그 통제를 풀면 백만 공무원들이 권력의 속박과 압력에서 벗어나 자율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게 되어 훨씬 개성적으로 창의력을 발휘해 가며 국가 발전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저는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공무원은 공무원이기 이전에 자연인이고, 그러면 모든 시민이 누리는 기본권을 공무원도 누리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입니다. 그리고 공무원은 국민을 위해 헌신 봉사하는 존재이지 특정 정권의 하수인들이 아닙니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정권의 하수인들로 속박당하고 부려져 왔습니다. 이것도 필히 고쳐지지 않으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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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마블 맨 - 스탠 리, 상상력의 힘
밥 배철러 지음, 송근아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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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작년에 많은 사람들이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를 보고 재미있다고들 했어. 아빠 주변에 그 영화를본 이들이 모두 그 영화를 꼭 보라고 했지. 아빠는 그때까지 어벤져스 시리즈물을 거의 보지 않았단다. <아이언맨 1>을 오래 전에 집에서 DVD로 본 적이 있고, <토르 1>을 나폴리 포트만이 나온다는 이유로 본 적이 있는데, 그것이 전부였던 것 같아. 천만이 넘는 사람들이 재미있다고 하면 무슨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한 번 봐야겠구나 싶었어. 너희들과 함께 볼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아직 볼 수 있는 나이가 안되었지만 보호자와 함께 가면 된다고 하니까. 그래서 그 전에 <어벤져스 1> <어벤져스 2>를 집에서 봐야겠다고 했어. 아빠가 혼자 <어벤져스 1>을 한번 봐 봤어. 너희들과 함께 봐도 될 수준인가 싶어서 말이야. 봐도 될 것 같아서, 너희들과 함께 집에서 <어벤져스 1> <어벤져스 2>를 보고 극장에서 막을 내릴 즈음에 <어벤져스 3 인피니티 워>를 같이 보러 갔잖아.

그리고 우리 가족 모두 어벤져스 시리즈에 푹 빠져버렸지. 아이언맨, 토르, 캡틴 아메리카, 닥터 스트레인지, 가오갤 등등왜 이제서야 알게 되었냐고 하면서도, 늦게 알게 된 덕분에 개봉일을 기다리지 않고, 종영된 드라마 보듯이 정주행으로 계속 봤잖아. 너희들은 배우들의 이름을 모두 외우고, 극중 스토리를 줄줄 외었잖아. 그리고 작년에 스탠 리 옹께서 돌아가셨을 때 슬퍼하기도 하고.. 작년 일년 동안 마블의 영화들을 몰아보고, 올해 개봉한 캡틴 마블과 웅장하고 감동적인 마무리를 선보인 어벤저스 엔드게임 그리고 스파이더 맨까지때로는 재미를, 때로는 위로는, 때로는 감동을 준 영화들이었던 것 같구나.

그 중심에 있던 인물 스탠 리. 전에 그가 한 인터뷰에서 그저 밥벌이로 생각해서 만들어낸 영웅들인데, 이렇게 사랑해주어 고맙다고 한 적이 있었어. 오히려 우리는 그에게 고맙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이런 멋진 캐릭터들을 만들어주어서 말이야. 작년에 돌아가시기 전까지 매번 영화에 까메오로 출현해서 깨알 같은 재미를 주셨는데, 이제 돌아가셨으니 그런 재미가 사라지는 것인가. 올해 개봉한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 마지막으로 까메오로 출현하면서, 군대 안의 군인들을 보면서 싸우지들 말고 사랑을 하라고 한 그 대사가 마치 유언처럼 들리더구나. 영화 속 마지막 대사로써 의미도 있었고 말이야.

그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어. 그러던 중에 그에 관한 책 <더 마블 맨>이라는 책이 출간되었단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에 맞춰 출간을 한 의도가 뻔히 보이지만, 어벤져스의 팬으로 읽어보았단다. 이 책을 통해서 스탠 리와 마블 코믹스에 대해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구나.

1.

스탠의 아버지 제이곱 리버는 루마니아 태생으로 1905년 미국으로 이주를 했어. 당시 동유럽에서는 반유대 차별이 심해서 많은 유대인들이 유럽을 떠나 미국으로 왔는데, 그때 제이곱도 미국으로 왔어. 재단사로 일하면서 결혼도 했는데 생활은 그리 넉넉하지는 않았어. 1922년 스탠리를 낳았어. (스탠 리의 원래 이름은 스탠리 리버였는데, 나중에 스탠 리로 바꾼 것이란다.) 경제 공황이 일어나면서 집안 형편은 더욱 안 좋아졌대. 경제 사정이 좋지 않다 보니 부부 사이도 좋지 않았고. 그리 좋은 환경은 아니었던 스탠의 어린 시절. 고등학교 때부터 틈틈이 돈벌이를 하였대. 수필 콘테스트에서 수상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부터 작가에 대한 꿈을 키웠다고 하는구나.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마블 코믹스의 전신인 타임리 코믹스에 취업을 했대.

당시 타임리 코믹스의 대표는 마틴 굿맨이었고, 사이먼과 커비 2인조 메인 작가가 활동을 하고 있었다는구나. 스탠 리는 조수 역할을 했는데, 사이먼과 커비의 대표작 <캡틴 아메리카> 3편에 대한 스토리 작업을 스탠 리가 하면서 본격적으로 만화 일을 시작했다고 할 수 있어. 캡틴 아메리카가 그렇게 오래된 만화였구나.

당시 타임리 코믹스의 경쟁사로는 디텍티브 코믹스였는데, 오늘날까지도 마블 코믹스의 경쟁사로 있는 DC 코믹스의 전신이었단다. 이미 디텍티브 코믹스의 히어로물 슈퍼맨이 빅히트를 치고 있었고, 이를 계기로 만화산업이 많이 번성하게 되었단다. 스탠 리의 첫 번째 창작 만화는 <헤드라인 헌터 외부특파원>이라는 5쪽짜리 만화였다고 하는구나. 이때부터 필명으로 스탠 리를 사용했대.

메인 작가였던 사이먼과 커비가 퇴근 후에 몰래 DC 코믹스의 만화를 그리면서 돈을 벌곤 했는데, 사장한테 발각이 되어서 해고된 일이 벌어졌단다. 이 일 이후 만화부서 편집 책임자로 스탠 리가 선임되었어. 스탠 리가 인정을 받았다고도 할 수 있지만, 그만큼 만화부서가 그리 크지 않았다는 방증이기도 해. 스탠은 메인 작가이자 편집자이자 아트 디렉터가 되었어. 당시 분위기가 만화책이 인기를 끌던 시기라서 큰 어려움은 없었어. 그런데 1950년대 들어서면서 국가 정책으로 만화를 억제하기 시작했어. 타임리 코믹스의 사장 마틴 굿맨은 그저 돈만 밝히던 이였기에, 이런 국가 정책에 발맞춰 직원들을 해고했단다. 다시 줄어든 인원으로 근근이 코믹스를 이끌어가는 스탠 리시간이 흐르면서 그도 매너리즘에도 빠지기도 했어. 그가 능력을 인정받고 있어서 지금 하던 대로 하면 안정된 직장을 가질 수 있지만, 그가 진짜 하고 싶은 만화를 따로 있었던 거야. 이때 아내의 조언이 있었어.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2.

그가 하고 싶은 만화는 인간적인,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 영웅이 되는 것이었어. 당시까지 히어로라고 하면, 슈퍼맨이나 배트맨처럼 신비주의에 빠져서 평범한 사람들과 거리가 먼 그런 사람들이었어. 자신이 히어로라는 사실도 숨기며 은신처에 살고는 했지. 그런데 스탠 리는 그런 영웅이 아닌 평범한 사람과 같은 영웅을 만들어보고 싶었어. 회사 잘릴 각오를 하고 만든 캐릭터들이 바로판타스틱 4’였다고 하는구나. 우주 여행을 갔다가 방사능에 노출되었다가 영웅이 된 사람들의 이야기. 이 만화는 스탠 리를 회사에서 짤리게 만든 영화가 아닌, 대박이 된 만화가 되었단다. 그 전에는 볼 수 없었던 팬레터들이 넘쳐나기 시작했어. 나중에판타스틱 4’는 영화로도 만들어지기도 했는데, 아빠는 이 영화는 보지는 못해서 어떤 이야기인지는 잘 몰라.

‘판타스틱 4’가 히트를 치면서 그는 자신감을 얻고 자신만의 영웅들, 우리 주변에 볼 수 있는 사람들이 영웅이 되는 만화를 잇달아 만들어냈어. 그 때 나온 캐릭터가 스파이더맨으로 큰 인기를 끌었단다. 그가 만들어내는 영웅들은 DC 코믹스에서 만들어내는 영웅들과 달랐어. 좀더 인간적이고, 평범해 보이고, 유색 인종들도 있었어. 동양계 영웅인 상치와 흑인 영웅인 블랙 팬서까지…. 그리고 배경도 그들이 일상적으로 살고 있는 뉴욕처럼 주변의 도시였어. 고담 같은 신비의 도시가 아니고.. 1960년대 그는 수많은 영웅 캐릭터들을 만들어냈고, 그들이 오늘날까지 인기를 끄는 캐릭터가 된 거야. 헐크, 아이언맨, 토르, 닥터 스트레인지 등등 모두 그 시절 스탠이 만들어낸 히어로들이란다.

그는 코믹스 잡지에 만화가들과 편집자의 일상을 글로 적었어. 팬들에게 그 글들을 읽으면서 편집자와 작가들과 더 가까움을 느꼈지. 그렇게 팬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스탠은 알고 있었어. 팬들 뿐만 아니라 직원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잘 알았던 것 같아. 그와 함께 일한 이들이 스탠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면, 스탠 같은 분이 진정한 리더가 아닐까 싶더구나. 회사 생활을 하는 이들이 배워야 할 점이 아닌가 싶구나.

===============================

(283)

“그는 직원들이 새로운 일에 아주 열성적으로 도전하도록 만들었어요.” 스탠과 커비 모두와 함께 일했던 작가 마크 에바니어가 말했다. “직원들은 간혹 편집자들을 대할 때 두려워하는 마음을 갖지만, 스탠에게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토머스도 스탠에 이어서 직원들에게 지지를 얻었지만, 한 달에 40여 편에 달하는 작품을 대량으로 만들어내야 하는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출판 일정은 여전히 먹이사슬 꼭대기에 있었다. “스탠이 편집장으로 있었을 때 발휘하던 힘이 내게는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토머스가 회상하며 말했다. “하지만 난 누구에게도 겁먹지 않았어요. 어느 누가 나보다 더 스탠과 가까이 지내겠어요? 그렇게 생각하면 기분이 아주 편안했고, 그렇게 불안해했던 적은 거의 없었지요.”

===============================

 

3.

1970년대가 되면서 텔레비전이 급속도로 보급이 되고, 만화들이 텔레비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했어. 마블의 만화들도 텔레비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했는데, 스탠은 자신의 의도와 다르게 만들어진 영상에 분노하기도 했대. 그리고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마블 코믹스는 여러 회사에 인수되면서 부침을 겪게 되었고, 스탠은 자신의 만화들을 영화로 옮기는 것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어. 그래서 집도 뉴욕에서 LA로 이사를 왔다고 했단다. 할리우드와 가까이 있으니까 말이야.

스탠은 현재의 안정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을 잘 읽고 선도적인 길을 가는 경우도 많았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창의적인 그의 두뇌와 영혼은 시대를 이끌어갔어. 그의 나이 이미 칠십이 넘었던 1990년 후반에는 인터넷의 장래가 유망하다고 생각하고 인터넷 미디어 사업을 시작했어. 그런 감각도 사기꾼을 감지 못했는지, 희대의 사기꾼을 만나 그가 만든 인터넷 미디어 회사 SLM은 실패하고 말았단다. 그의 나이 팔십을 바라보고 이런 실패를 겪고 나면 당연히 은퇴를 생각했을 텐데, 그에게는 아직 꿈이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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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1)

SLM이 실패하고 많은 사람들이 스탠의 경력이 끝나기 일보 직전 같다고 생각했다. 만일 정말 그랬다면, 그는 오래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자유로운 정신을 가진 스탠은 자기만의 슈퍼히어로 체인점을 갖기 위해 창작의 자유를 얻을 수 있는 새로운 기반을 다지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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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가 되어도 그는 왕성한 활동을 보였으며, 마블의 명예회장이 되기도 했어. 그리고 그가 오래 전부터 꿈꿔왔던, 그가 만든 영웅들이 영화로 만들어지는 것을 보게 되었단다. 그리고 그 영화들에 직접 까메오로 출현했어.

그가 수많은 캐릭터를 만들어낸 것을 보면 매우 창의적인 사람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보다 그를 더욱 잘 설명하는 한 단어를 고르라고 하면, ‘열정’이 아닐까 싶구나. 그는 한 평생 열정적인 사람이었어. 너희들도 무슨 일을 하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그 일에 열정을 가졌으면 좋겠구나.

PS:

책의 첫 문장: .”스탠, 히어로들 좀 많이 만들어. 장사가 될 것 같아.” 타임리 코믹스(미국 만화책 출판사 마블 코믹스의 전신으로, 1939년에 설립되었다옮긴이)의 출판인 마틴 굿맨이 편집자 스탠 리를 닦달했다.

책의 끝 문장: .누구도 의심할 여지없이, 스탠 리는 당대 미국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창작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스탠은 이야기 시작부터 독자들과 ‘은밀하게’ 비밀을 공유한다. 만화 사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슈퍼히어로들을 "내복 입은 캐릭터들"이라고 부프며 그런 캐릭터는 "흔해 빠졌다"고 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 새로운 캐릭터는 "조금은… 다르다!:라고 이야기를 이어간다. 길고 긴 설명을 하는 동안 스탠은 이미 독자들과 친밀한 사이가 되었고, 다른 슈퍼히어로들과 구별되는 스파이더맨의 분위기와 배경이 형성되었다. 그의 익살스러운 말투는 의도적으로 느긋한 분위기를 만들며 이 히어로가 얼마나 ‘특별’한지를 강조해주었다. - P189

편집자이자 아트 디렉터인 스탠은 신뢰하는 작가와 일러스트레이터들과 일하며 마블의 목소리와 스타일을 이끌었다. 최고의 실력을 가진 사람을 발견하면, 그는 일부러 그 작가 또는 일러스트레이터에게 마블 특유의 작업 방식을 밀어붙였다. 예를 들어, 스탠은 만화책 산업에서 가장 독특한 그림 실력을 가졌다고 인정받는 스타일리스트 조지 투스카의 유려한 작품들을 일찍이 알아보았고, 곧 투스카의 그림을 가장 선호하게 되었다. <데어데블>을 그린 일러스트레이터 진 콜런은 이렇게 말했다. "스탬은 항상 (투스카의) 작품을 이야기하면서 다른 만화가들도 그렇게 그리기를 바랐습니다." 스탬은 이러한 관리 방식으로 마블의 작품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반면, 일러스트레이터들로 하여금 그가 원하는 그림 스타일을 알려주어 작업을 빠르게 끝낼 수 있도록 유도했다. - P224

이 특별한 <스파이더맨>을 출판함으로써 스탠은 코믹스 코드를 현대문제로 끌어왔을 뿐만 아니라 같은 주제의 만화를 작업할 계획이라는 소문이 돌던 DC 코믹스를 마블이 앞설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DC의 편집장 카민 인판티노는 마약에 관한 내용을 다룬 마블을 매도하면서 그런 이야기가 만화책을 읽을 아이들에게 특히 유해할 수도 있다는 점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 P277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자신만의 생각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내 개인적인 확신을 유지하며 글을 쓴다는 것에 어려움을 느꼈다. … 대화를 할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더불어 그는 캐릭터들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정말로 내 모습이었다. … 그들 하나하나가 나와 같았다. … (하지만) 특히 스파이더맨의 삶은 내 자서전이나 다름없었다." - P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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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그거 그렇겠네. 그럼 국회의원들 중에 시민단체 좋아하는 사람들은 하나도 없겠네.”

그게 정답이지. 아무도 내놓고 말은 못 하지만 속으로는 다 싫어하는 건 뻔하지.”

그거 법으로 금지할 수는 없는가?”

, , 또 눈치 없는 소리 하고 앉았다. 그딴 소리 어디서 지껄였다간 개망신당할 수 있으니 제발 정신 똑바로 차리라구. 시민단체란 말야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시민이 행사할 수 있는 가장 당연한 국민의 기본권이야. 그런 행동은 법으로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라 법으로 보장하고 있다 그 말이야. 그래서 유럽 선진국에서는 시민단체가 몇만 개씩 활동하고 있어. 그런 나라들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야.”

(110)

그중에 하나가 검사동일체 원칙상명하복이었다. 그것은 검찰이라는 조직의 특수성을 규정하고, 고유성을 강조하는 것이었다. 한문 투의 그 두 가지 뜻은, ‘그 어떤 경우에도 모든 검사는 한 몸이며 위에서 명령하면 아래는 무조건 복종한다는 것이었다. 거기서 확 풍겨오는 제1감은 군대적이고 폭력적이라는 점이었다. 그 특성은 지극히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검사들의 생리와는 너무나 조화되지 않는 것이었다. 군대적 단결과 명령 무조건 복종을 강요하는 것에 황원준은 처음부터 거부감이 생겼다. 아니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반감이 일어났다. 그것은 장장 30년 동안 이어져온 군부독재에 대한 반감에서 비롯되고 있었다. ‘지지리 배울 데가 없어서 군바리 흉내를 낸단 말인가!’ 그러다가 어느 날 문득 머리를 스치는 것이 있었다. ‘, 저건 일본 군대, 식민지의 잔재다!’ 일본 식민지의 잔재는 법조문에 지금도 수두룩하게 남아 있었던 것이다.

(128~129)

알겠지만, 전관예우는 민형사 재판에서 안 통하는 데가 없어. 이리 얽히고 저리 얽히고 해서 다 선후배 관계니까. 그런데 그것을 압도하는 게 있어. 그게 바로 근무연 전관예우야. 바로 얼마 전까지 함께 근무했던 직속 상관이 사건을 가지고 나타난 거야. 이런 때 자넨들 어쩌겠어? 꼼짝 못 하잖아. 그분을 이기게 해드려야지. 그게 우리나라식 의리고 인정이잖아. 상대방 변호사는 바로 몇 개월 전에 부장판사 옷 벗고 개업한 사람이었어. 시쳇말로 따끈따끈한 전관예우를 아주 작심하고 고른 거지. 보통 전관예우라도 못 당할 판인데, 나 같은 일반 변호사로는 싸워보나 마나 백전백패거든.”

(211)

윤현기는 아까 가졌던 장우진에 대한 고마움이 싹 가시면서 경계의 발톱을 세웠다. 코이카(한국국제협력단:KOICA-KOREA International Cooperation Agency)의 지원으로 지난 5년 동안 부부 동반 해외 여행을 한 의원들은 아주 많았다. 해마다 예닐곱 쌍씩이었으니까 줄잡아 40여 명은 되지 않을까 싶었다. 자신은 3년 전에 다녀왔으니 꼼짝없이 장 기자의 표적이 된 셈이었다. 코이카는 대한민국의 대외 무상 협력 사업을 주관하는 외교통상부 산하 정부 출연 기관이었다. 그 조직이 국제적 원조를 필요로 하는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 중남미 국가들에 퍼져 있어서 안전하고 편안하게 해외 여행을 하기에는 딱 안성맞춤이었던 것이다.

위로의 뜻을 담은 그 여행은 해마다 관행으로 짜여졌다. 그러나 언제나 명분을 분명하고 뚜렷하게 세워져 있었다. 해외 업무 추진 상황 점검 출장이었다. 그래서 누구나 아무 부담 없이 출장을 다녀오고는 했던 것이다. 그 출장이 더 인기였던 것은 부부 동반이었기 때문이다. 의원들은 자기 돈 한 푼도 안 들이고 모처럼 아내에게 남편으로서 낯을 낼 수 있는 기회였던 것이다.

(226)

그리고 그뿐이 아니다. 그 책은 출판기념회를 통해서 아무 제한 없이 정치자금을 모을 수 있는 합법을 보장받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주는 것이었다. 연간 허용된 후원금이 1 5천이고, 선거가 있는 해에는 3억으로 늘었다. 그것에 비하면 책판매라는 명목으로 자기 능력껏 얼마든지 돈을 모을 수 있는 자유는 의원 누구나 환영하는 매력 만점의 기회가 아닐 수 없었다. 그 간섭받지 않고, 공개할 의무 없는 모금의 무한자유에 대하여 언론은 가끔씩 시비를 걸고는 했다. 출판기념회는 선거 자금 모금회로 변질되었고, 초대장은 돈 봉투 청구서라는 비판이었다. 그러므로 출판기념회의 기부금을 제안하는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건 국회의원들의 세비를 깎아야 한다는 것만큼이나 한가하고 순진무구한 소리였다. 그들은 해는 동쪽에서 떠오른다와 같은 확고부동하고 단순 명료한 진리 하나를 모르고 있었다. 국회의원들은 법을 만드는 사람들이되 자기 자신들에게 불리한 법은 절대로 만들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자기 능력껏 돈을 얼마든 모을 수 있는 출판기념회를 백발백중 로또 당첨으로 생각하고 있는 의원들이 왜 그 규제법을 만들겠는가. 어쨌거나 다목적의 이익을 주는 책 내기를 게을리할 의원은 단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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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이 필요한 순간 - 인간은 얼마나 깊게 생각할 수 있는가
김민형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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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는 과학과 수학에 관련된 교양서적을 좋아하는 편이야. 학창 시절 때도 수학과 과학이라는 과목에 흥미가 있었어. 수포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수학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아빠는 수학이 나쁘지 않았어. 대학에 들어갈 때 수학과를 고려하기도 했지만, 좀더 현실적인 선택을 했단다. 학창 시절 나쁘지 않은 기억 때문인지, 수학에 대한 교양 서적이 있으면 눈길이 가더구나. 그래서 김민형이라는 분의 <수학이 필요한 순간>이라는 책을 읽은 거야.

김민형님의 책은 이번이 처음인데, 약자 소개를 보니 대단한 사람이더구나. 옥스퍼드대학교 머튼 칼리지 교수이면서, 서울고등과학원의 석학교수더구나. 저자 소개란에, “김민형 교수는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에서 유래된 산술대수 기하학의 고전적인 난제를 위상수학의 혁신적인 방식으로 해결하여 세계적 수학자의 반열에 올랐다. 오일러 도서상을 수상한 수학자 조던 엘렌버그는 그를 두고 3천 년간이나 수와 수체계의 이론을 연구해왔지만 실제 탄생한 이론은 많지 않다. 누군가 진짜 새로운 방식으로 그 작업을 해낼 때마다 큰 사건이 된다. 김민형이 그 일을 실제로 해냈다고 평했다.”라는 말이 있더구나. 이 말들을 정확하게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그 유명한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위상수학 방식으로 해결했다는 것은 대단해 보이는구나. 예전에 읽은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라는 책을 통해 그 문제가 얼마나 어려웠는지 알고 있거든. 책들도 많이 적으셨네.

.

1.

이 책에 대한 내용을 간단히 이야기하면, ;수학이란 무엇인가수학이란 왜 필요한가를 쉽게 알려주려고 노력한 책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구나. 먼저 역사를 바꾼 수학적 발견 세 가지로 이야기를 시작했단다.

그 첫번째가 수학자 페르마의 이름을 딴 페르마의 원리라는 것이야. 이것은 예전에 다른 책에서 이미 본 적이 있었어. 빛은 시간을 최소화하는 경로로 진행한다는 뜻빛이 직진한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빛이 하나의 물질에서 다른 물질로 통과할 때 다른 물질을 만나게 되면 굴절을 되거든. 왜 빛이 하나의 물질에서 다른 물질로 통과하게 될 때 굴절을 하게 될까. 빛이 최단 거리를 가야 한다면 굴절을 하면 안되거든. 빛이 굴절하는 이유는 최소의 시간을 이용해서 통과하기 때문이라는 거야. 최단 거리가 아니고, 최소의 시간이 소요되는 거리마치 바닷가에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기 위해 해안구조대원이 달려갈 때 최단거리가 아닌, 가장 빨리 도착하기 위해, , 바다에서 헤엄치는 거리를 짧게 가기 위해 달려가는 것과 비슷한 원리.. 그 전까지 빛은 최단거리로 이동한다고 했는데, 그럴 경우 굴절의 경우 설명이 안 되었는데, 페르마는 빛이 최소 시간의 경로로 움직인다는 것을 정리한 것이야. 생각의 전환이 대단한 발견을 한 것 같구나.

두번째 수학적 발견은 뉴턴의 운동의 법칙과 중력이란다. 그러면서 뉴턴의 위대한 책 <프린키피아>의 책이 여러 번 소개되었어. 세월이 흐르면서 그 책의 내용들의 오류가 조심씩 생겼지만, 당대에는 놀라운 책이었단다. 자연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운동들을 설명하고 있었어. 수학적인 공식을 이용한 과학으로 말이야.

그리고 마지막 세번째 수학적 발견은 데카르트의 좌표의 발견이란다. 철학자로도 유명하지만 수학자로서도 많은 업적을 남긴 데카르트. 그 중에 어떤 위치를 x축과 y축으로 표기할 수 있는 좌표의 발견이 가장 중요한 업적이라고 할 수 있어. 많은 과학과 수학의 설명이 좌표 위에서 이루어지는 것을 생각하면 정말 위대한 발견이 아닐 수 없구나.

.

2.

수학적으로 사고한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지은이는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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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수학적으로 사고한다는 것은 우리가 무엇을 모르는지 정확하게 질문을 던지고, 우리가 어떤 종류의 해결점을 원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그에 필요한 정확한 프레임워크와 개념적 도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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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숫자로 하는 것만이 아니란다. 이런 수학적 사고가 사회에 적용할 수도 있어. 정답이 없다고 좋아. 비슷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 그것이 학문이라고 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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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

수학적인 사고가 사회에 어떻게 적용되느냐는 질문에 답할 때, 수라는 개념 안에서만 생각한다면 굉장히 제한적인 관점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제 생각에 건전한 과학적 시각이란근사(approximation)’해가는 과정이라는 걸 처음부터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완벽하게 할 수 없다고 해서 포기하기 보다는, 제한적인 조건 속에서 이해할 수 있는 현상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겁니다. 나중에 뒤집어지더라도 현재의 조건 안에서 이해해나가는 것이죠. 애로의 경우도, 뉴턴의 경우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근사해가는 과정, 항상 바꿀 수 있는 것, 그리고 섬세하게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를 학문이라고 생각해볼 수도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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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주의와 선거제도에도 수학적 사고가 적용될 수 있어. 우리나라 선거제도는 1등만 유효한 선거인데, 그것이 모든 이들의 대표성을 띨 수 없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설명을 해주는데, 재미있더구나. 그 글을 읽으면서 우리나라 선거 제도는 반드시 개혁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어. 한 표 차이여도, 그것이 50퍼센트도 지지를 받지 못해도, 일등만 되면 당선되는 선거 제도는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단다. 수학적인 방법으로 조금만 생각하면 좀더 민의를 정확히 반영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이 책에서 설명해 주었어.

….

짝짓기에 대한 내용도 재미있었단다. 어떻게 하면 헤어지지 않는 사람들이 많게끔, 즉 안정적으로 짝을 지을 수 있을까. 이것을 연구한 사람들이 있대. 수학자인 데이비드 게일과 경제학자인 로이드 섀플리란 사람들이 만든 방법인데,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있다고 해도, 안정적인 짝짓기의 답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고 했어. 게일-섀플리 알고리즘이라고도 하는데, 이것은 컴퓨터 알고리즘에도 이용이 되었고, 이것으로 2012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고 하는구나. 게일-섀일러 알고리즘은 아빠가 다시 설명하는 것보다 너희들이 나중에 책에서 직접 보는 것이 더 이해하기 쉬울 거야.

3.

수학에 관한 책을 읽을 때 자주 등장하는 수학자가 오일러라는 과학자가 아닐까 싶구나. 이번에도 오일러의 수를 설명하면서 오일러가 나왔어. 다각형의 도형이나 입체 도형이 있다고 해보자. 그럼, 그 도형에서 면의 수에서 선의 수를 빼고 다시 점의 수를 더한 값을 오일러의 수라고 하는데, 같은 위상인 경우는 늘 같은 수를 가진다고 하는구나. 도대체 이런 발견은 어떻게 하는지 신기하구나.

수학을 좀 깊이 공부하면 위상수학이라는 용어를 접하게 되는데, 위상수학이란, 모양을 공부하는 수학의 분야 중에서 가장 근본이 되는 학문으로, , , 삼각면 등 간단한 형태들을 이어 붙여서 만들 수 있는 모양들을 기호화하는 것이라고 했어. 같은 위상이라는 것은 선을 끊거나, 면을 자르거나, 구멍의 개수를 변화시키지 않고 변형을 시킬 수 있는 것을 이야기해. 좀 말이 어렵지? 쉽게 이야기하면 찰흙 반죽을 이용하여 모양을 바꾸되, 표면을 터뜨리거나 구멍을 내지 않게 바꿔서 만들 수 있다면 같은 위상이라고 하는 거야. , , 정육면체, 삼각뿔, 원통 등은 같은 위상이지만, 도넛 모양은 위상이 다른 것이 되는 거야. 구멍 뚫린 손잡이가 있는 컵이 도넛과 같은 위상이 되는 것이고 말이야. 이런 위상수학도 과학, 경제학 등에서 많이 이용되고 있다고 하는구나.

너희들도 이제 수학이라는 것을 공부하잖아. 두 자리 수 곱하기도 하고, 셈뿐만 아니라 도형도 공부를 하는데, 앞으로 다양한 수학의 분야를 공부하게 될 거야. 수학이 힘들 때도 있지만,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는 것처럼 문제를 하나하나 풀어나갈 때의 쾌감을 너희들도 좋아했으면 좋겠구나. 너희들이 원한다면 아빠도 너희들의 교과서를 보면서 함께 다시 연필을 긁적였으면 좋겠구나.

PS:

책의 첫 문장: 수학은 발전했습니다.

책의 끝 문장: 수학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과제가 생긴 거죠.


그렇게 보면 추상적인 개념적 도구를 사용해 세상을 체계적으로, 또 정밀하게 설명하려는 의도가 바로 수학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 P39

이 ‘공리’라는 단어를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하나의 사실에 대해 증명하지 않고 기정사실로 받아들일 때, 이를 기초로 다른 이야기를 진행할 수 있다. 공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앞으로 전개될 내용도 전혀 받아들일 이유가 없으며, 이 공리가 맞다고 상정하면 앞으로 나올 결론들도 맞다고 여길 수 있다.’ 바로 이것이 공리적인 사고체계입니다. 유클리드는 <기하학 원론>이라는 책을 통해 기하학에 대한 5개 공리를 만들고, 그다음에 그 공리만 이용해서 여러 가지 증명을 전개했습니다. 가정과 공리만 사용해서 결론을 이끌어낸 이 책은 당시 서구세계에 굉장히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던 것으로 보입니다. - P77

수학은 정답을 찾는 게 아니라, 인간이 답을 찾아가는 데 필요한 명료한 과정을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맨 처음에 했던 질문이 기억나나요? ‘수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이제 그 질문을 다시 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는 않을 겁니다. 여전히 답을 말하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수학에 대해, 수학적으로 사고한다는 것에 대해 느끼고 있습니다. 더 탐구하게 되고, 생각게 되겠지요. 무엇보다 수학이 이제 특정한 논리학이나 기호학과 같은 학문이 아니라,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방식이라는 것을 이해했을 겁니다. - P265

알파벳 다섯 글자로 만들 수 있는 단어는 과연 몇 개일까요? 아무 제약 조건도 주지 않고 의미를 고려하지 않으면 26^5개, 약 1200만 개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전을 찾아보면 의미 있는 다섯 글자 영어 단어는 희한한 것들까지 포함해서 약 1만 5,000개밖에 없습니다. 애초에 알파벳 3개 글자를 효율적으로 써서 26^3=17,576개의 단어를 만들면 될 것을, 5개의 글자로 왜 1만 5,000개 단어밖에 만들지 않은 것일까요? 다섯 글자 영어 단어에 들어 있는 정보율은 약 5분의 3입니다. 의미 있는 단어는 1만 5,000개밖에 안 되는데, 다섯 글자나 쓰는 낭비를 ‘정보율’로 표현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단어의 길이를 늘려서 쓰게 된 데는 인간의 언어가 자연적으로 정보 처리 문제를 해결하면서 진화한 것이 중요한 했을 것입니다. 다시 말해 언어 자체도 방금 이야기한 오류의 관측과 정정이 가능하게 만들어졌다는 의미입니다. - P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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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20-12-21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들 머리 터지겠어요
 














(24-25)

그러면서 루소의 말을 생각했다.

국민들은 투표하는 순간에만 주인이다.. 투표가 끝나자마자 다시 노예로 전락한다.’

또 어떤 유명한 사람의 말이 루소의 말의 대구(對句)처럼 떠올랐다.

정치인에게 국민이란 정권을 잡기 위한 방편이고 구호일 뿐이다.’

그 두 가지 말은 정치인들이 숱하게 저지르는 국민 기망 행위와 배신 행위를 적시한 것이었다.

(49)

안 되지. 안 되는 건 분명한데, 그 따위 짓을 해도 아무도 말하는 사람이 없잖아. 그러니까 안심하고 마음대로 일 저질러대는 거지. 그 일 벌어졌지만 지금 우리 둘이나 언급하고 있지, 그 당시에 학생들도, 교수들도, 아무도 반대하고 나서지 않았잖아. 다 잊어버린 거야. 다 무관심한 거야. 몇 년 세월이 지나니까 다들 망각의 병에 걸려버린 거라구. 이런 말 있지, . ‘사람들은 남의 일은 사흘이면 잊어버린다.’ 대중 망각을 지적한 예리한 속담이야. 바로 이 점을 잘 알고 있는 거야. 그래서 마음 놓고 즈네들 잇속 챙기는 일 거침없이 저질러 대는 거고. 그 역사가 해방 후 장장 70년이야.”

(114)

그 자발적 조식의 집결체가 국가 권력에 정면으로 도전하며 세상을 바꾸려 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들이 이루어가는 성과와 함께 후원금을 내는 시민들이 자꾸 불어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몇천 명이던 수가 해가 바뀌고 바뀌면서 1 5천 명을 향해 육박해 가고 있었다. 그건 기존 권력으로서는 결코 달가운 일이 아니었다. 국민이란 하루하루 먹고사는 일에 정신 팔려 제각기 흩어져 있을 때가 귀엽고 예쁜 것이다. 정치인들이 많은 사람들이 뭉쳐서 외쳐대는 것을 가장 싫어하고 무서워했다. 그리되면 꼭 골치 아픈 일이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참여연대는 공포스럽게도 날로 그 조직이 커져 쌍룡이 되려 하고 있었다.

(183)

민변은 자발적으로 회비를 내고, 자발적으로 무료 변론을 하는 이 나라의 유일한 순수 봉사 단체였다. 시민들의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시민단체와 달랐고, 국가의 지원이나 시민 모금으로 운영되는 봉사 단체와도 달랐다. 민변 회원들은 각기 개인적으로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하면서 하루 일과를 끝내고 6시부터 민변 사무실로 모여 분과별로 무표 변론 일을 해나갔다.

(185)

육사생들이 남들이 안 듣게 자기들끼리만 뻐기는 말이 있다던데 그게 뭔지 알아?”

에이, 그 쉬운 걸 문제라고 내?”

쉬워? 뭔데, 말해 봐/”

대통령 셋 배출한 것.”

히야, 정말 머리 좋네. 그럼 우리 민변들이 내놓고 뻐겨도 되는데 그냥 입 다물고 있는 건?”

그걸 꼭 말로 해야 하나? 그럼 쪽팔리는 거잖아?”

괜찮아. 말은 해야 속이 풀린대잖아.”

대통령 둘 배출한 것.”

(194)

그때 장우진의 머리에는 가수 가인이 퍼뜩 떠올랐다.

이런 똥차 끌고 다니면서 어떻게 미행을 따돌리고, 몸을 피하고 한다는 거야? 그러다가 시동이나 팍 꺼져봐. 그러지 말고 내 차 가지라니까. 내 차도 고물 다 돼가지만 니 것에 비하면 왕이잖아. 명색이 엔진 끝내주는 독일제니까.”

절친한 가수 가인이 만날 때마다 하는 말이었다.

(317-318)

그리고 또 한 사람, 법사위(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 내 당 사람이든 아니든 무조건 받들어 모셔야 해. 의원 노릇 아무리 조심조심한다고 해도 언제 무슨 일로 검찰 조사받고, 법정에 서게 되고 할지 몰라. 그런 때 법사위원장이 날 봐주는 사람이라면 일은 간단하게 해결되지. 왜냐! 법원, 검찰, 헌법재판소가 법사위의 국정감사를 받아야 하는 피감 기관 아닌가. 그러니까 법사위원장은 법원이고 검찰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실세라고. 그래서 법사위원장이 국회의장보다 세다는 말이 나오는 것 아닌가.

(386-387)

, 그게 비중의 문제겠지요. 언론들이 연쇄 살인 사건, 대형 화재 사건, 교량 붕괴 사건, 노조 과격 투쟁 같은 것들을 서로 경쟁적으로 열심히 보도하는 것처럼 지난 30~40년 동안에 대형 기업들이 저절러온 반사회적 비리와 온갖 경제 범죄들을 불의의 소방수로서, 진실의 수호자답게 적극적으로 보도했다면 지금쯤 우리 사회는 어떻게 됐을까요? 지금과는 완전히 다르게 이미 선진국에 진입했겠지요. 그러나 지난번 성화 비자금 사건 보셨죠? 성화의 힘 앞에 모든 언론들이 침묵해 버리니 비자금 4~5조 원 사건이 깨끗하게 유령 사건으로 묻혀버리잖아요. 그런 사건들이 지난 세월 동안 수없이 반복되면서 국민들은 자기들도 모르는 사이에 알 권리를 박탈당해 가며 우매해져 갔고, 재벌들은 점점 더 큰 공룡으로 둔갑해 가면서 오늘날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로 등장한 세계 최고의 소득 격차, 국가 위기의 양극화 나라가 되어버린 겁니다.”

(403)

그런 속에서 자신만의 힘으로 다른 기자들을 밀어붙이고 그 후보 옆에 더욱 바짝 붙어 서서 그 회사는 누구 겁니까? 후보 것이 맞지 않습니까?’ 같은 질문을 계속 해댔다. 그랬더니 마침내 그 후보가 여지껏 짓고 있던 억지웃음을 내팽개치고 얼굴을 찡그리며 이런 기레기 같으니라고!’하고 내쏘았다. 하필 그 장면을 어떤 텔레비전이 찍어 방송해 버리는 바람에 기레기(기자 쓰레기)’는 삽시간에 세상에 퍼지는 유행어가 되고 말았다.

(407)

“……” 여전히 장우진을 응시한 채 판사의 침묵이 길어지더니 이윽고, “왜 그렇게 힘들게 삽니까?” 그 목소리가 약간 떨리는 것 같으면서 눈동자도 미세한 흔들림이 이는 것 같았다.

, 한 사람만이라도, 저 한 사람만이라도 똑바로 보고, 똑바로 쓰고, 똑바로 전하고 싶습니다. 그 마음을 버릴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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