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왜 싸우는가? - 김영미 국제분쟁 전문 PD가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전쟁과 평화 연대기
김영미 지음 / 김영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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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이번에 읽은 <세계는 왜 싸우는가>라는 책은 알라딘 인터넷 서점의 책 전문 SNS 북플에서 여러 사람들이 소개를 해주어 알게 된 책이란다. 지은이는 김영미라는 분인데 아빠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된 분이야. 그런데 그 분께서 그 동안 걸어온 길이 엄청나시더구나. 그분을 소개하는 타이틀부터 범접할 수 없는 소개더구나. 국제 분쟁 전문 PD.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 분쟁 지역을 직접 취재하시고, 그것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하시는 분이라고 하는구나. 어느 특정 방송사 소속도 아니고, 프리랜서그가 만들어낸 다큐멘터리의 리스트를 보니 쉽지 않은 길이지만 꿋꿋하게 걸어오신 것이 느껴지더구나. 김영미 님이 만들어낸 다큐멘터리 중에 본 것은 없어서 미안한 마음이 살짝 들기도 했어. 서른 살 때 동티모르 내전으로 죄 없는 여대생이 죽었다는 기사를 읽고 그 험난한 길로 들어섰다고 하는데 너희들이 만약 이런 길을 가겠다고 하면 아빠는 도시락 싸 들고 쫓아다니며 반대할 것 같구나. 그만큼 위험하고 힘든 길이야.

지은이 김영미 님은 스위스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세계에서 모인 젊은이들이 파키스탄 분쟁에 대한 작은 토론이 벌어졌는데,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그 대화에 끼지 못하는 것을 보고, 이 책을 쓰기로 다음 먹었다고 하는구나.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대상은 중학생인 자신의 아들에게 이야기해주듯이 썼다고 하는구나. 그래서 책이 줄곧 대화체로 되어 있어서 읽기 좋았단다. 이 책이 처음 출간되었을 때 중학생이던 아들은 이십 대 중반이 되었다고 하더구나. 중학교 대상으로 썼다고 하니, 너희들도 조금만 더 크면 이 책을 읽어보면 좋겠구나. 세계의 여러 나라들이 왜 싸울 수밖에 없는 이유뿐만 아니라 세계사도 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구나.


1.

이 책에 나온 분쟁 지역들은 대부분 세계적으로 유명한 분쟁 지역들이야. 오랫동안 뉴스에서 단골로 나오는 지역이란다. 대부분이 몇몇 소수의 지도자들에 의해, 또는 욕심 많은 강대국들에 의해 그렇게 된 것 같구나.

가장 먼저 소개한 나라는 레바논이야. 레바논의 사정을 읽다 보면 아빠가 다 억울하더구나. 레바논은 이슬람교가 54퍼센트, 기독교가 40퍼센트였대. 그들은 오랫동안 사이 좋게 지내고 있었대. 1970년대 이웃 나라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이 있었는데, 이때 팔레스타인의 난민들을 인도적인 차원에서 받아주었대. 그런데 이때 무력 세력이 난민들과 함께 레바논으로 들어온 거야. 그래서 1982년 이스라엘이 레바논으로 들어온 팔레스타인의 무력 세력을 친다는 핑계로 레바논 베이루트에 무차별 폭격을 했다는구나. 사이 좋게 지내던 레바논 내의 기독교 세력과 이슬람교 세력도 각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면서 대립하게 되었어. 결국 내전에 돌입하게 되었단다. 이후 레바논은 이슬람 정권인 헤즈볼라 정당이 정권을 잡으면서 이스라엘은 레바논과 전쟁을 일으켰어. 많은 민간인 희생이 이어졌고, 헤즈볼라 정당을 이끌던 하산 나스랄라는 UN에 지원을 요청했단다. 이때 한국도 이곳 레바논에 유엔평화유지군의 역할로 동명부대를 파견했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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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요즘 국제 분쟁 뉴스 중에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너희들도 무척 싫어하는 탈레반이 최근 정권을 잡으면서, 탈출 러시가 이루어졌잖아. 아빠도 탈레반에 대해서 자세히 몰랐어. 탈레반은 이슬람 신학생이라는 뜻이라고 하는구나. 신학생? 학생인데 왜 이렇게 사람들을 괴롭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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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탈레반은 우리말로 이슬람 신학생이라는 뜻이야. 가장 엄격한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라는 이슬람 원리주의를 믿는 거지. 샤리아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야. 여성은 머리에서 발끝까지 가려야하고, 도둑질을 하거나 간통하면 공개 처형을 해. 지구상에는 이 샤리아 이슬람을 믿는 나라가 여럿 있어. 아프가니스탄뿐만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나 수단, 소말리아도 샤리아를 믿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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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예전에 아프가니스탄의 작가 할레드 호세이니의 소설들을 읽고, 예전의 아프가니스탄은 참 아름다운 곳이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단다. 그 소설들을 너무 좋게 읽어서, 아프가니스탄이 잘 되길 바랬는데, 그 책을 읽은 지 10년도 더 되었는데, 아프가니스탄은 여전히 혼란의 나라로구나. 근세기 가장 큰 테러라고 할 수 있는 뉴욕무역센터를 공격한 알케이다의 배후 빈 라덴이 당시 아프가니스탄에 있었어. 당시 아프가니스탄은 탈레반이 집권하고 있었고뉴욕무역센터를 공격 받은 미국은 그 보복으로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여 점령하였단다. 그리고 탈레반을 몰아내고 친미정권을 수립하여 개혁 개방에 힘을 썼단다. 그 정권이 백성들의 마음을 헤아려 잘 꾸려나가면 좋았겠지만, 그 정권 역시 부정부패가 판을 치면서 백성들의 삶은 피폐해졌어. 탈레반도 싫었지만, 부정부패 친미정권도 싫었어. 미국에 대한 불만이 쌓여 가면서 다시 탈레반의 세력이 커지면서 내전을 겪게 되었단다. 계속된 내전으로 많은 희생자가 생기자, 오바마 정부는 아프가니스탄 내에 미군을 철수하겠다고 했단다. 단계적으로 철수하던 미군이 모두 빠져 나간 것이 바로 올해였단다. 미군이 나가자마자 탈레반이 정권을 접수하면서, 아프가니스탄은 더욱 혼란 속에 빠지게 되었단다. 우리나라 교민들의 극적인 탈출도 올해 있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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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이 남쪽으로 접해 있는 나라 파키스탄. 그들의 국경 지역에 넓게 펼쳐진 듀랜드 라인이라는 지역이 있는데, 이 지역을 탈레반 세력이 점령하였고, 두 나라 정부도 건들이지 못할 정도로 막강한 군사력을 가지고 있었단다. 그러다가 파키스탄이 미국의 지원을 받아 듀랜드 지역의 탈레반을 공격하기로 했어. 하지만 파키스탄 정부의 탈레반 공격은 형식적인 것에 그쳤단다. 탈레반 공격을 미국으로부터 지원을 받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을 했다고 했어. 미국은 헛돈만 들어갔구나.

이슬람 분쟁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시아파니 수아파니 하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단다. 그들은 이슬람의 계파들인데 그 설명이 나와 있어 발췌해 보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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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이슬람교는 무함마드가 1500년 전 창시한 종교란다. 그런데 마함마드가 632 6 8일 메디나에서 갑자기 세상을 떠나, 그 때 이슬람 사람들은 엄청나게 당황했어. 무함마드가 후계자를 지명하지 않고 죽었기 때문이야. 그래서 무함마드의 장례식과 더불어 매우 중요한 회의가 열렸어. 그때까지 해도 이슬람은 종파가 따로 있지 않은 하나의 교단이었는데 이슬람교의 성지인 메카와 메디나에서 서로 다른 후계자를 내세웠단다. 메카의 이슬람 사람들은 무함마드와 가장 친하고 신뢰받는 친구인 아부 바크르를 후계자이자 지도자로 추대했지. 아부 바크르를 지도자로 선택한 사람들이 바로 수니파란다. 그러나 메디나에서는 무함바드의 딸 파티마와 결혼한 알리가 선거를 통해 무함마드의 후계자이자 이슬람 지도자로 선출되었어. 시아파는 무함마드의 사위인 알리와 그의 지지자들이 만든 거란다. 말하자면 무함마드 친구파가 수니파이고, 무함마드 사위파가 시아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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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우리나라도 일제 침략에 맞서 독립운동을 했고, 마침내 독립을 했잖아. 그런 것처럼 세계 여러 나라 또는 민족들이 여전히 다른 나라의 지배를 받고 있단다. 그들은 여전히 독립 운동을 하고 있어. 그런 나라 중에 최근에 독립한 나라들도 있는데, 그 중에 동티모르란 나라도 있단다. 인도네시아의 근처의 작은 섬나라야. 동티모르는 오랫동안 포르투갈과 일본에 연이어 식민지였어. 핍박도 많이 받았지. 그러다가 독립을 하게 되었는데, 그 기쁨은 9일만에 인도네시아의 침공으로 끝이 났단다. 그 이후에 다시 시작된 동티모르의 독립운동그 독립운동을 잔인하게 진압하는 인도네시아. , 인도네시아가 그런 나라인줄 몰랐네. 동티모르의 사정이 UN에 전달되면서, UN은 다국적으로 이루어진 연합군을 동티모르에 파병했단다. 이때 우리나라도 파견했어. 그리고 결국 2002 21세기 들어 첫 번째 독립을 한 국가가 되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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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첸이라는 나라는 아빠가 어디에 있는지 이번에 알았지만, 뉴스에 나올 때 항상 러시아와 함께 나오기 때문에 대충 그쪽 지역이란 것은 짐작했단다. 국민 대부분이 이슬람교인 나라야. 러시아 제정 때 강제로 점령했다가 러시아 혁명 이후 소련 소속에 있다가 1991년 소련이 무너지면서 독립을 하려고 했어. 다른 연방국가처럼 말이야. 하지만 러시아는 체첸의 독립을 반대하고 강제 점령했단다. 다른 나라는 다 되는데 왜 체첸만? 그건 체전에 검은 꿀 석유가 많이 있었기 때문이야.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체첸은 약자로 보여 국제 사회에서 도움을 주려고 했어.

하지만 체첸은 러시아를 상대로 테러를 벌였는데, 그 대상이 아무런 죄 없는 민간인들을 상대로 하는 경우가 많았대. 극장, 심지어 학교에서도 인질극을 벌였다고 하는구나. 그리고 IS가 체첸 진영에 도와주면서 체첸에 대한 국제 여론은 급격히 안 좋아졌다고 하는구나. 그래도 체첸에 유전만 없더라도 그런 비극이 없었을 텐데. 그깟 대국 러시아의 속 좁은 욕심 때문에

파키스탄과 인도는 국경을 맞대고 있는데, 두 나라의 국경 지역 카슈미르 지역도 국제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분쟁지역이란다. 이곳은 분쟁지역이 안될 수도 있었는데, 한 사람의 그릇된 선택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고 하는구나. 파키스탄와 인도는 원래 한 나라였어. 하지만 두 개의 종교가 계속 분란을 일으켜서 이슬람교인 파키스탄과 힌두교인 인도가 분리 독립을 했다고 하는구나. 그런데 카슈미르는 원래 나라였는데 파키스탄과 인도가 분리 독립을 하면서 어느 한 쪽으로 붙어야 했단다. 카슈미르 국민의 70%가 이슬람교이니 파키스탄으로 붙어야 했는데, 당시 왕이 힌두교도라서 인도로 편입하는 결정을 했단다. 이후 카슈미르는 파키스탄과 인도의 오랜 국경 분쟁 지역이 되었단다.

몇 차례 전쟁도 일어나고 그랬어. 파키스탄과 인도 모두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나라로 그들의 긴장 상태는 전세계를 긴장시키기도 했단다. 카슈미르는 양쪽의 간섭을 받는 것이 싫어서 자체 독립국을 만들겠다고 한 적이 있었는데, 이때는 양쪽에서 공격을 받기도 했다는구나.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한 사람의 선택으로 인해 카슈미르의 분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하는구나. 한 나라 또는 한 지역의 지도자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예로구나.

….

보통 단일 민족이 한 지역에 오래 살아오면 그 지역을 기반으로 나라를 설립하게 된단다. 그런데 나라를 이루지 못하고 여러 나라에 걸쳐 지내는 쿠르드족이라는 민족이 있다는구나. 인원수가 적은 것도 아니고 3500만명이나 되는 단일민족이래. 쿠르드족은 터키, 이라크, 이란 등 여러 나라에 걸쳐 있다고 하더구나. 1차 세계 대전 때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약속 받고 연합군에 참전했어. 연합군의 승리로 끝이 났지만, 영국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단다. 이후 이라크에서 벌어진 잔인한 인종청소 정책에 따라 수많은 쿠르크족 사람들이 죽었대. 터키로 도망가려고 했지만, 터키는 국경을 막고 그들을 받아들이지 않아 희생자의 수가 더 컸다고 하는구나.

그들은 다시 한번 기회가 왔어. 중동 지역에 IS 조직이 극성을 부리게 되었을 때, 미국은 IS 소탕작전을 도와준다면 쿠르드 정부를 인정해준다고 했어. 그래서 쿠르드족은 IS 소탕에 올인을 했단다. 그러나 이 약속도 미국이 쓰레기통으로 버렸어…. 여전히 국경 지역을 방황하는 쿠르드족이 불쌍하구나. 비록 둘로 갈려 있지만 나라를 가지고 있는 우리 한민족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3.

세계의 전쟁의 많은 부분이 몇몇 지도자들의 욕심에 일어난단다. 이라크도 그런 곳 중 하나야. 이라크에 풍부한 석유가 없었더라면 그저 조용한 중동의 한 나라일 수도 있었어. 하지만, 그곳에 풍부한 석유가 있어서, 미국이 개입을 해서 인근 나라들과 전쟁을 계속 하게 되었단다. 때로는 미국이 이라크를 지원해주기도 하고, 때로는 미국이 이라크의 적국을 지원해주기도 하고…. 아직도 고등학교 때 이라크와 미국이 지원해주는 쿠웨이트 사이에 벌어진 걸프만 전쟁의 충격적인 기억이 남아 있었단다. 뉴스를 통해 무차별 폭격하는 장면을 보았거든그때는 왜 싸우는지 몰랐는데, 그것이 석유 때문이라니그거 때문에 수 많은 사람들이 죽어야 하다니이해가 안 가는구나.

그밖에 분쟁 지역은 아주 짧게 소개만 할게. 전쟁 이야기만 계속 해 주면, 가뜩이나 겁이 많은 너희들이 잠을 못 자면 안되니까 말이야. 요즘도 자주 탈레반이 우리나라에 쳐들어오면 어떡해? 전쟁 일어나면 어떡해? 물어보는 너희들인데 말이야…^^

그밖에 이 책에서 소개된 분쟁지역은먼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이곳은 아빠가 몇 번을 생각해도 이스라엘이 잘못한 것이라 생각한단다. 그리고 이곳은 시민들은 평화를 원하는 듯하기도 하지만, 이 나라의 정부가 평화를 원하지 않는 곳 같았어. 최근에도 심심치 않게 이 곳의 분쟁 소식은 들려온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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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

문제는 양쪽의 극단주의자와 정부야. 이들은 서로 비난하고 시민의 안전을 볼모로 자신들이 유리한 방향으로 정치를 하는 거야. 나는 진심으로 이들이 정치적인 문제를 뒤로하고 양쪽의 시민 목소리와 노력에 귀를 기울여 주었으면 해. 어렵겠지만 이제는 서로 미사일을 주고 받는 통에 아이들이 무서워서 학교를 가지 못하고 엄마들이 아이들을 걱정하는 세상을 만들지 않게 노력해야 해. 그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서로 싸우지 않고 평화로워질 거야. 그러려면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이 함께 지혜로운 해답을 찾기 위해 발 벗고 나서야 해. 지구 저편 먼 곳에서 벌어지는 일이지만, 우리가 팔레스타인 문제에 진심 어린 관심을 보여 준다면 훗날 그들과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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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이아몬드 때문에 분쟁이 일어난 시에라리온의 이야기도 들려주었고, 가난 때문에 해적의 나라가 된 소말리아의 이야기도 해주었단다. 커피와 카카오의 나라 콜롬비아가 어쩌다 카페인의 나라가 되었는지 안타까운 이야기도 실려 있었어. 콜롬비아의 내전은 남아메리카의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미국이 깊숙이 관여되어 있단다. 심지어 콜롬비아의 일부 지역을 떼어서 파나마라는 나라를 만든 것도 미국이라고 하는구나. 도둑놈 심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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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8)

마르켈탈리아 정글에 모인 게릴라들은 국민 복지를 가장 먼저 생각해서 길을 닦고 아이들이 다닐 학교를 세웠어. 그리고 풀뿌리 민주주의를 주장하면서 원주민과 흑인, 빈민, 여성 편에 섰지. 하지만 콜롬비아 정부는 그들은 국제 공산주의의 첩자들이라고 몰아세우며 소탕 작전에 열을 올렸어. 요즘에는 테러리스트라는 말이 싸워야 하는 대상으로 인식되지만 당시는 냉전 시대니까 공산중의라는 말이 싸워야 하는 대상으로 인식되었지. 공산주의나 테러리즘 이런 말들은 어쩌면 미국이 싸워야 하는 이유를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것인지도 몰라. 이 논리 뒤에는 항상 미국의 지원이 있었단다. 미국은 공산주의 국제적 확산을 막는다는 이유로 콜롬비아의 게릴라를 없애기 위한 플랜 콜롬비아계획을 세웠어. 케네디 대통령 시절부터 지금까지 콜롬비아에 적용되고 있는 플랜 콜롬비아는 게릴라 축출을 명목으로 내세웠지만, 실상은 콜롬비아의 석유를 노린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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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미얀마에 관한 이야기란다. 미얀마는 현재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군부 정권에 대항하며 많은 시민들이 민주주의 항쟁을 하고 있는 곳으로 뉴스에 많이 나오고 있단다. 이 책은 2019년에 나온 책으로 미얀마의 현재 이야기는 다루지 않고 있지만, 오랫동안 군부독재와 싸운 시민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단다. 시민들의 영웅 아웅산 수 치 여사에 대한 이야기도 실려 있었어. 마침내 군부독재를 종식시키고, 민주 국가를 이뤄낸 아웅산 수 치 여사노벨 평화상도 수상했대. 하지만 아웅산 수 치 여사의 이중적인 태도에 논란이 일기도 했다는구나. 같은 민족의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온몸을 다해 헌신했지만, 정작 이민족이었던 로힝야족에 대해서는 인종청소를 했대. 아웅산 수 치 여사가 평생 움직이게 했던 철학은 무엇이었을까? 싶구나. 민족이기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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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7)

나는 수 치 여사를 보며 아무리 민주화 투사라도 정의를 제대로 보고 배우지 않으면 언제든 저렇게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단다. 수 치 여사는 아웅 산의 딸로서 살았고 영국에서 공부했지만 인권 의식을 제대로 배우지는 못한 듯해. 배우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거야. 세계는 민주화 투사의 배신이라고 말하지만 원래부터 수 치 여사는 로힝야족의 인권에 대해 배울 기회가 없었던 거이란다. 세상 사람들은 수 치 여사가 모든 것이 훌륭한 거라고 막연하게 기대했으니 배신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정의는 머리로 알더라도 가슴으로 느끼지 못하면 아무 소용 없단다. 그래서 엄마는 너희에게 정의인권을 제대로 잘 알려 주고 싶어. 배우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그 의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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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이 책에서는 많은 사진들이 함께 실려 있단다. 가슴 아픈 사진들이 많았어. 신나게 뛰어 놀아야 할 아이들이 진지한 모습으로 총을 들고 있는 모습을 담은 사진들. 누가 그들을 전쟁터로 내보냈는가? 기성세대일 테고, 몇몇 어리석은 지도자일 거야. 그들의 욕심과 무지함…. 인간의 본능에는 그런 사악함이 아직 남아 있는 듯하구나. 인간은 아직 불완전한 존재임이 확실하구나. 같은 인종까지 치고 박고 싸우고, 자신들의 유일한 삶의 터전인 지구를 망가뜨리고책을 다 읽을 때 느껴지는 슬픔은 무얼까?


PS:

책의 첫 문장: 이 책은 아주 우연한 사건에서 시작되었다.

책의 끝 문장: 어른들이 살던 세상은 전쟁과 죽음이 난무했지만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는 새로운 세상에는 사랑과 평화가 가득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렇게 위험하고 힘든 환경에서도 팔레스타인 난민촌을 떠나지 않고 있는 이유를 묻자, 그는 "레바논이 전쟁 중이라 해도 사람은 살아야지요. 아이들에게 예방접종도 해야 하고요. 나는 이스라엘이고 팔레스타인이고 따지고 싶지 않아요. 사람이 살아야 싸우기도 하는 것 아닙니까. 난 최소한 사람을 살리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겁니다. 의사니까요."라고 대답해서 내 눈에 눈물이 고이게 했단다. 그분은 내가 만난 의사 중에 가장 아름다운 분이었어. 너희 세대가 자라서 마하르처럼 훌륭한 의사가 많이 나오길 바란단다. 그의 말대로 정치적으로 이스라엘이니 팔레스타인이니 해도 사람이 살아야 싸움도 하는 거야. 사람의 생명이 우선이라는 것을 실천하는 그를 보며 아마도 레바논 전쟁의 해답이 여기에 있지 않을까 생각했단다. - P45

체첸의 독립으로 막대한 석유 이권을 잃고 싶지 않았던 러시아는 9.11 테러 직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하는 것을 눈감아 주었단다. 그 대신 "체첸의 반군 지도자가 국제 테러 조직과 연관 돼 있다"며 체첸을 탄압하는 데 대한 미국의 동의를 얻어 냈어. 이로써 미군은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하고, 러시아군은 거리낌 없이 체첸으로 들어갈 수 있었지. 냉전 시대에 라이벌이던 미국과 러시아가 이렇게 죽이 잘 맞는 친구가 된 것은 중동의 석유 통제권을 장악하려는 미국과 체첸의 석유 통제권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러시아의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덕분이란다. 미국이 러시아의 체첸 인권 탄압을 외면한 이유도 이것 때문이댜. - P116

전쟁이라 하면 우리는 폭격으로 집이 날아가고 사람이 죽어 나가는 장면만 떠올리지. 그러나 전쟁의 비극은 그뿐만이 아니야. 전쟁의 상처는 보이지 않는 곳에 더 많이 있단다. 미군의 폭격이 아니었다면 네다는 엄마 뱃속에서 열 달을 다 채우고 태어났을 테지. 네다의 부모는 한 달 동안 사투를 벌였지만 결국 네다를 잃고 말았단다. 네다는 아랍말로 이슬을 뜻하는데, 아이는 그렇게 이슬처럼 사라져 갔단다. 아마 네다의 이름은 이라크 민간인 사망자 명단에도 들어가 있지 않을 거야. 지금도 나는 그 가족이 한 달간 네다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어. 전쟁은 그렇게 사람들 가슴속에 큰 상처를 남긴단다. - P187

미국은 콜롬비아에 파나마운하 건설권을 요구했어. 정치적으로 힘이 약한 콜롬비아 정부는 미국의 정부는 강요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고, 미국에 파나마운하 건설권을 승인해 주었지. 그러자 콜롬비아 의회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고, 심기가 불편해진 미국은 1903년에 파나마가 콜롬비아로부터 독립한다고 일방적으로 선선해 버렸어. 느닷없이 콜롬비아가 둘로 쪼개진 거야. 오늘날 파나마는 그렇게 탄생한 나라란다. 콜롬비아는 미국에 파나마와 운하 건설권 모두를 빼앗기고 말았지. - P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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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12-18 00:02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이 책 너무 좋지요!! 학생들에게 세계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듯해요😄

bookholic 2021-12-18 19:12   좋아요 2 | URL
중고등학생을 위한 권장도서로 선정되면 좋을 것 같아요~~
미미 님, 눈 오는 즐거운 주말 되세요~~^^

페넬로페 2021-12-18 00:3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북홀릭님, 이 책 읽으셔서 넘 반가워요^^
이 책을 청소년들이 많이 읽으면 좋겠어요~~
시간이 지났다고 금세 아프간을 잊고 사는것 같아요 ㅠㅠ

bookholic 2021-12-18 19:14   좋아요 4 | URL
다 님들이 먼저 읽고 추천해주셔서~~^^
너무 잘 읽었어요, 고맙습니다~~
행복하고 따뜻한 주말 되시고요~~

mini74 2021-12-18 00:3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도 미미님 소개로 이 구입했어요. 얼릉 읽어야 하는데 ㅠㅠ . 북홀릭님 정리 👍

bookholic 2021-12-18 19:16   좋아요 3 | URL
mini74님은 이 책 리뷰를 너튜브로 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즐거운 주말 되시고요~~^^

scott 2021-12-18 00:3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북홀릭님 포스팅 쵝오 ,두 세번 꼼꼼하게 읽었습니다 아주 우연한 사건에서 시작된 전쟁과 죽음,,코로나로 이제 더더욱 힘겨워진것 같습니다 ㅠ.ㅠ

bookholic 2021-12-18 19:20   좋아요 3 | URL
앗, 제 글은 꼼꼼하게 읽으면 아니되옵니다~~ 오타와 뜬금없는 문맥들이....ㅠㅠ
인류 긴 역사 동안 전쟁을 그렇게 겪어왔는데, 왜 아직도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scott님, 즐겁고 여유로운 주말 되세요~~^^

scott 2022-01-07 17:2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북홀릭님 이달의 당선! 추카 합니다
아들과 따님에게는 👆비밀로 ^ㅅ^

bookholic 2022-01-08 06:46   좋아요 1 | URL
ㅎㅎ 감사합니다~~^^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어야 합니다~~
즐거운 주말 되시구요~~^^

mini74 2022-01-07 17:2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비밀이 쌓이네요. ㅎㅎ 축하드립니다 ~

새파랑 2022-01-07 17:37   좋아요 5 | URL
적립금도 쌓입니다 ^^

bookholic 2022-01-08 06:47   좋아요 2 | URL
올해도 비밀이 계속 쌓였으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행복한 주말 되시길~

새파랑 2022-01-07 17:3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22년에도 비밀은 계속되는 거겠죠? 축하드립니다 ^^

bookholic 2022-01-08 06:48   좋아요 2 | URL
고맙습니다....
비밀은 제가 아닌, 우연이 풀 때까지...^^
책과 함께 즐거운 주말 되세요~

이하라 2022-01-07 17:4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북홀릭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새해 기쁘게 시작하시고 좋은 하루되세요^^

bookholic 2022-01-08 06:49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ㅎ
이하라 님도 늘 행복한 시간 되세요...~~~^^

그레이스 2022-01-07 18: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북홀릭님~~ 🥳

bookholic 2022-01-08 06:49   좋아요 1 | URL
그레이스 님, 고맙습니다....
따뜻하고 즐거운 주말 되세요...^^

청아 2022-01-07 18: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당선 축하드립니다!! 저도 감명깊에 읽은 책이라 더더 기뻐요^^*

bookholic 2022-01-08 06:50   좋아요 2 | URL
이렇게 좋은 책을 추천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덕분에 적립금도 받고 ㅎㅎ
즐겁고 행복한 주말 되세요~~^^

thkang1001 2022-01-07 21: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북홀릭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좋은 밤, 행복한 주말과 휴일 보내세요!

bookholic 2022-01-08 06:51   좋아요 2 | URL
thkang1001 님, 고맙습니다...
thkang1001 님도 여유롭고 즐거운 주말 되십시오~~^^

서니데이 2022-01-07 20:5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bookholic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즐거운 주말과 기분 좋은 금요일 되세요.^^

bookholic 2022-01-08 06:53   좋아요 3 | URL
고맙습니다~~~^^
서니데이님도 즐겁고 햇빛 가득한 주말 되십시오~~^^

러블리땡 2022-01-08 00: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bookholic님 이달의당선작 축하드려요 ^^

bookholic 2022-01-08 06:54   좋아요 3 | URL
고맙습니다~~^^
러블리땡 님, 즐겁고 러블리한 주말 되시고요~~^^

thkang1001 2022-01-08 08: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북홀릭님! 감사합니다!

하나의책장 2022-01-10 00: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굿밤되세요♥

bookholic 2022-01-12 08:49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축하 메시지를 이제서야 봤어요...
오늘 엄청 춥던데요.. 따뜻하고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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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2-16 15: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북홀릭님 2021년 서재의 달인 추카 합니다!!
아들과 딸에게 자랑 ^ㅅ^ 하삼 3333

bookholic 2021-12-16 22:40   좋아요 3 | URL
고맙습니다~~^^
서재의 달인은 현물이라서, 아이들이 나눠 갖는 걸로 ㅎㅎ

건수하 2021-12-16 15: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북홀릭님 서재의 달인! 축하드립니다 ^^

bookholic 2021-12-16 22:41   좋아요 2 | URL
고맙습니다...
수하 님도 조금 일찍 하셨으면 서재의 달인이 되셨을 텐데요..
내년에는 1번으로 되실 겁니다~~^^

쎄인트 2021-12-16 16: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2021 ‘서재의 달인’ 축하드립니다~!!

bookholic 2021-12-16 22:42   좋아요 3 | URL
ㅎㅎ 고맙습니다....
어느새 1년이 또 휙 가버렸네요~~
2021년 마무리 잘 하시고요~~

이하라 2021-12-16 16: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서재의 달인 축하드립니다 ^^

bookholic 2021-12-16 22:43   좋아요 2 | URL
늘 먼저 축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내년에는 코로나가 이유 없이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

thkang1001 2021-12-16 20: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bookholic님! ‘2021 서재의 달인!‘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bookholic 2021-12-16 22:54   좋아요 3 | URL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와 연말, 행복하게 보내세요~~

서니데이 2021-12-16 17:5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bookholic님, 올해의 서재의 달인과 북플마니아 축하합니다.
행복한 연말과 좋은 하루 되세요.^^

bookholic 2021-12-16 23:36   좋아요 3 | URL
서니데이 님, 고맙습니다~~
내년에서 축하받고 싶네요 ㅎㅎ
오늘부터 또 열심히 책 읽고, 글 쓰고 그러겠습니다~~^^

강나루 2021-12-16 18:1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bookholic님, 2021서재의 달인 축하드려요.

bookholic 2021-12-16 23:25   좋아요 4 | URL
강나루 님, 고맙습니다~~~
내년에도 알라딘 서재에서 좋은 인연 이어가요~~^^

새파랑 2021-12-16 19:0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북홀릭님 서재의 달인 당선 축하드려요. 이건 딸과 아들에게 비밀로 안하셔도 될거 같아요 ^^

bookholic 2021-12-16 23:26   좋아요 4 | URL
고맙습니다...
알라딘 서재의 달인이 된 것은 모르고,
이유는 모르지만 알라딘에서 주는 선물은 알고 있어요...
그 선물은 아이들에게~~^^

mini74 2021-12-16 22: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북홀릭님 축하드려요. 따님 아드님께 자랑하셔도 되지 않나요 ㅎㅎㅎ 전 넘 좋을 듯 합니다.

bookholic 2021-12-16 23:34   좋아요 3 | URL
고맙습니다...ㅎㅎ
아이들에게는 서재의 달인 선물을 나눠 주는 것까지만요^^
mini74 님, 즐거운 연말 되세요~~^^

청아 2021-12-17 09: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북홀릭님 저도 축하드립니다!!
1년간 함께해 주셔서 감사해요ㅎㅎ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bookholic 2021-12-17 19:39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늘 좋은 책들 소개 감사합니다~~
2021년도 함께 해요^^

scott 2021-12-24 11: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북홀릭님! 행복 가득 !
메리 크리스마스!!

🎄 ℳ𝒶𝓇𝓇𝓎 𝒞𝓇𝒾𝓈𝓉𝓂𝒶𝓈 🎅🏻
  ∩ ∩  / ̄`>O
  い_cノ (ニニニ)
 c/・・ っ (>∀<* )
 (˝●˝ )___とと )
  ヽ  ⌒、 |二二二|
  しし-し ┻━┻

bookholic 2021-12-26 05:54   좋아요 0 | URL
Scott 님, 요거 제가 좀 늦게 봤네요~~^^
고맙습니다~~
이제 한 주 남은 2021년도 잘 마무리 해보아요~~
 















(11)

아이다운 아이였던 적이 없는 나는 런던의 거대한 로열 앨버트 홀에 들어선다. 수천 명은 족이 된다. 살아 숨 쉬는 육체를 이끌고 이곳으로 모요든 사람들. 음악을 통해서 거룩하고 신성한 숨결을 듣고, 느끼고, 호흡하기 위해서. 그것에 시종하는 것이 내가 하는 일이다. 그 숨결, 하모니의 숨결은 나의 영원한 열망이다.

청중들에게 인사한다. 박수 소리가 잦아든다. 어떤 남자가 잦아든다. 어떤 남자가 기침을 한다. 피아노는 잠자코 나를 기다린다. 의자에 앉고, 음악은 시작된다. 모든 것이 펼쳐진다. 음악은 그들이며, 나 자신이며, 당신이며, 침묵을 갈구하는 우리이다.


(26-27)

이와 같은 과거에 대해서 아버지는 통 말씀을 안 하신다. 그렇지만 나는 아버지의 음성에서 징용자의 절규를 듣는다. 아버지의 목청 속에는 강제로 빼앗긴 모국어가 담겨 있다. 그리고 그의 두 손에는 일본인들의 구타가, 몸속에는 과학의 이름으로 실험쥐 신세가 된, 마치도 없이 생체이식을 당한 한국인들의 몸이 담겨 있었다. 아버지의 어깨에는 도저히 먹여 살릴 수 없었던 집안의 무게가, 뱃속에는 장남의, 한 남자의, 한 아이의 분노가 한 짐이었다.


(34-35)

아무튼 내가 전적으로 존중받는다고 느끼는 유일한 공간은 피아노 앞에서였다. 영혼이 느끼는 행복감은 한참 후에나 찾아오게 된다. 이 시점에서 나는 아직 피아노를 일종의 의무로 받아들였다. 내면적인 명령. 나의 임무. 아무도 나에게 신동을 만들기 위한 교육법이라든지 아주 세세한 전문적 방식에 따라 손가락, 손목, 팔 놀리는 법, 자세를 유지하는 법 등을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이 나에게 얼마나 큰 행운인지를 아직 나는 모르고 있었다. 이 작은 피아노 학원을 다닌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지를 짐작조차 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아무도 나에게 신동들이 강요받는 몸짓을 강요하지 않았으니까. 그렇다, 그것은 분명 다행이었다. 내 몸은 여전히 자유로울 수 있었으니까. 간혹 내가 사람들에게서 고양이처럼 연주한다는 소리를 듣는 것은 아마도 그 때문일 것이다.


(36)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나는 형편없는 수준의 피아노 앞에 앉게 되면 그날은 연주회를 망쳐버리고는 했다. 그런데 이제는 있는 그대로의 피아노를 받아들인다. 최선을 다하다 보면 악기쯤은 잊게 된다. 나는 악기가 아니라 음악과 사랑하는 관계이므로, 중요한 것은 표현할 수 없는 것조차 표현하려는 욕망이다. 중요한 것은 음악에 대한 나만의 독특하고 개인적이며 직관적인 욕망이다. 중요한 것은 내면의 침묵이다. 피아노는 그저 그곳으로 데려가주는 사공일 뿐이다.


(63)

드디어 자유로울 수 있는 곳. 내가 음표들을 통해서 암울한 분노를 폭발시킬 수 있는 것은 축복이었다. 내 안에서 솟구치는 격랑은 내가 그때까지 모르고 있던 곳으로 나를 이끌었다. 음악이 나를 잡아당기고 이끌었다. 내가 거기에 기대서 내 몸을 지탱할 수 있도록. 완전히 낯선 이 세계에서 음악만큼은 나만의 동굴, 나의 피난처, 내가 몸을 웅크리고 안길 수 있는 가장 은밀하고도 친숙한 존재였다. 피아노 앞에만 앉으면, 그곳이 어디건, 나는 내 집에서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90-91)

독창적인 해석이란 없다. 뚜렷하게 유일무이한 진정성 있는 해석이 있을 뿐이다. 비극적인 음악이라고 해서 반드시 비극적으로 연주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 아차피 그 음악은 비극적일 수밖에 없다. 연주하는 사람이 음악과 하나가 된다면, 연주자가 감히 그 정도까지 자기 자신이고자 한다면 결국 그 자신은 숨결과 하나가 되며 우리가 라고 알고 있는 그 나가 사라지게 될 테니까. 음악과 한 몸이 되는 것. 음악을 연주하고 해석하는 것을 멈추고 음악이 우리의 영혼을 아예 관통하는 것. 마침내 존재하기 위해서 사라지기.


(92)

템포란 무엇인가? 음악에서 템포는 환상에 불과하다. 그저 작곡가가 실마리를 주는 하나의 방식에 불과하다. 한 인간이 마음에서 우러나와 어떠한 말을 속삭일 때 누가 그 어떠한 속도로 말을 하는지 따위에 신경을 쓰겠는가? 표현이 먼저이다. 열광하면 그것이 속도를 결정한다. 음악은 템포에 의해서 시작되지 않는다. 음악은 템포 속에 갇혀 있지 않다. 오히려 그와 반대로, 음악이 템포를 창조하는 것이다.


(109)

어떤 작품을 연주할 준비가 되었다는 것은 도대체 무슨 뜻일까? 준비가 되었다는 것은 우리가 그 작품과 함께하지 않으면 우리 삶의 의미마저 사라지는 듯한 것을 뜻한다. 준비가 되었다는 것은 피아노 앞에 앉아 있느라 밥 먹는 일마저 잊어버리는 것이며, 손가락이 몹시 아프고, 밤에도 연습을 하기 위해서 문득 잠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것을 뜻한다. 준비가 되었다는 것은 나의 몸 안에서 음표들이 펄떡거리는 소리를 듣는 것이며, 열광이 나의 몸을 휘감는 것을 뜻한다. 준비가 되었다는 것은 자신의 모든 것을 맡기고 자신을 전적으로 작품에 내어주는 것을 뜻한다. 준비가 되었다는 것은 아무런 이유도 없이, 지혜가 있든 없든 개의치 않고 오직 열망만을 믿음과 토대로 삼아 나아가는 것을 뜻한다.


(138)

나는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 육체는 하나의 옷에 불과하며, 죽을 때는 아무것도 가지고 가지 못한다는 것을. 내가 아무리 재산이 많다고 해도 그것을 저세상에 가져갈 수 있는가? 나에게는 오히려 영원히 지속되는, 저세상에서도, 그 어디에서도 함께하는 나의 영원한 본질을 풍성하게 키우는 것이 진정으로 지혜롭고 온당한 것이었다. 내면의 본질적인 아름다움, 보이지 않는 섬세한 아름다움의 영원한 재산. 나는 그 재산을 끊임없이 늘리고 싶었다. 더불어 지금 열여섯 살의 내가 접한 불교의 신선한 가르침과 매일매일의 경험에서 얻는 깨달음은 조금씩 내 안에 새로운 자산이 되어갔고 탐험의 공간을 만들었다.


(140-141)

훗날 서대산인 성담 스승님께서 그분의 트레이드 마크인 유머와 간명함으로 나에게 한마디 해주셨다.

부처가 되기보다 부처럼 행동하라. 부처행을 하는 자가 부처님이니 깨달음을 찾으려고 허망하게 시간을 보내기 말고 지금 즉시 각자 자리에서 부처행을 하라. 부처행이란 나 아닌 것이 없으면 나도 없다는 걸 깨달아 모든 생명이 행복하도록 도우면 부처행이다

그렇다. “절대적인 완전함을 계속 찾으며 헤맬 것이 아니라 지금 즉시 여기에서 그 절대적인 완전함을 삶과 음악으로서 표현하면 된다. 왜냐하면 그 절대적인 완전함, 즉 정신의 본질, 온전하고 완전한 참나는 영원한 영원부터 언제나 내 안에 있었고 영원히 있을 진정한 이므로, 그것은 표면적인 자아”, 혹은 껍질에 불과한 가 아닌 나의 진정한 본질이므로.


(159)

많은 음악인들에게 큰 혼동이 되는 이 문제에 대해서 훗날 서대산인 성담 스승님은 그분만의 특유의 명쾌함으로 이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해주셨다.

우리가 위대한 한 작곡가의 세계 속으로 깊이 들어갈 수 있다면, 그 음악은 깨달은 자의 음악이므로 우리 또한 그 작곡가의 진정한 본질에 도달하게 됩니다. 그때 우리는 그와 하나가 되며 우리 자신의 진정한 본질에도 도달합니다. 왜냐하면 각자가 가지고 있는 개체성에도 불구하고 그때는 소위 말하는 하나가 된 의식과 연결되기 때문이죠. 온 세계를 놓고 볼 때, 어떤 존재도 다른 존재와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으나, 참자아, 즉 정신의 본질이라고 하는 것은 모두 하나이며 그것이 바로 우주의 의식입니다. 그때는 연주자와 작곡가 각각의 개성이 공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은 반드시 필요한 상호의존이 됩니다. 그렇게 해서 그 둘은 하나가 되니까요.”


(175)

음악은 바람의 소리에서 처음으로 생겨났으며, 강물이 흘러가는 소리, 물고기들의 움직임이 모두 음악의 원천이다. 음악은 안양의 다리 밑에도, 어린 나의 두 눈을 휘둥그렇게 만들던 나른한 물풀들의 움직임에도 이미 있었다. 음악은 자연이다. 또한 자연의 메아리다. 음악은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이 만들어내는 불규칙적인 흐름의 완벽함을 듣게 해준다. 반복되는 프레이징으로 모래사장을 향해 밀려와서 부서지는 파도. 하지만 밀려올 때마다 각각 늘 유일하며 개별적인 파도.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이어지는 새의 노래. 억수처럼 쏟아지는 비와 봄날의 이슬비. 내면의 숨결에 몰아치는 열대 계절풍, 영혼의 루바토, 쿵쿵 뛰는 심장, 점점 더 빨리 뛰었다가, 겁을 먹기도 하며, 순간 평온을 되찾는 우리의 심장. 감정이 고조되면서 빨갛게 달아오르는 두 볼. 축축하게 젖은 손. 살아 있는 육체!


(177)

음악에는 끝이 없다. 음악은 작곡가 개인의 스타일이나 개성을 초월한다. 그리고 연주자는 연주를 통해서 자신만의 감수성과 개별성을 더함으로써 창조 작업을 이어간다. 즉 연주자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낯선 것, 모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 일시적 불안감과 맞서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거장의 발걸음이 아니겠는가.

서대산인 성담 스승님은 실패에 대해서 이렇게 이야기하신다. “실패란 존재하지 않는다. 또다른 한 번의 경험을 쌓았을 뿐이고 한 번 더 반복했을 뿐이다. 그리고 오로지 반복이 부족했음을 발견한 위대한 순간이다. 언제나 다시 하면 더 나아지는 법, 포기하지 않는데 어떻게 실패가 존재한단 말인가.”


(183-184)

유명한 작곡가들의 이름을 단 이 콩쿠르들은 모두 그들의 이름을 내세워서 그들의 이름을 걸고 진행하는데 고작 몇 명에게 상을 주고 그 나머지 몇 백 명들의 마음은 무너뜨리고 상심하게 했다. 정작 그 창조자들은 이런 비즈니스에 어떻게 반응할까? 정말 그들의 이름이 경쟁을 앞세워 음악도들을 모으는 비즈니스에 쓰이는 것을 그들은 원할까? 그들의 독립적인 정신이 그것을 허락했을까? 의문이다. 나는 그런 것들로부터 멀어지고 싶었다. 하지만 벨기에 왕가에서 개설했다는, 음악에 열중하는 데에 나무랄 데 없이 훌륭한 삶의 조건을 제시하는 그 기관의 이름을 처음으로 접하자 나는 나의 인생의 마지막 시험에 도전해보기로 결심했다. 이제 겨우 스물 살밖에 안 되었지만 내 안의 무언가는 휴식을 필요로 했다. 아니, 내 안에 있는 그 무언가는 이제 보살핌을 필요로 했다.


(198-199)

내 나이 이제 스물한 살. 나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퀸 엘리자베스 뮤직채플에서 편안히 일주일에 한 번씩 레슨받으며 이 무대, 저 오케스트라와 연주해달라는 요청을 따르면서 사는 새로 얻게 된 안락한 삶. 아니면 음악의 이름으로 영위하게 될 진정으로 살아 숨 쉬는 삶”, 직접 맞서고 스스로 찾아나가야 하는 삶, 그러나 어떤 종류의 안전도 보장되지 않는 삶. 나 자신이 너무도 잘 아는 독립적인 삶. 폭풍의 역경이 몰아치고 가뭄이 와도 감수해야 하고 극복해야 하는 삶. 내가 열두 살 때부터 휴식도 안정도 없이 살아온 삶. 그리고 그 삶은 또다시 나를 요구하고 부르고 있었다. 음악을 위하여. 나는 어느 누구도 아닌 음악에 몸을 맡긴 사람이니까. 내가 외로울 때 나를 지켜주고 살펴준 것이 음악이기 때문에. 음악이 내가 넘어졌을 때 일으켜주었으니까. 내가 추위에 떨 때 음악이 나를 품에 안아주었으니까. 두려움에 떨 때도. 음악이 나의 잡을 기다려주는 사람이라고는 한 명도 없는 곳으로, 프랑스로, 벨기에로, 유럽으로 나를 이끌어주었고 나의 꿈을 이루어주었으니까. 음악이 나의 엄마가 되었으니까. 지금의 내가 되기까지 나는 음악에게 빚을 졌다. 존재할 수 있는 이 영광을 삶이 우리에게 준 것을 알고 최선을 다해 살면서 그 은혜에 보답을 해야 하듯이, 나는 음악에 보답해야 했다. 더 이상 피아노를 통해서 엄마를 구할 것이 아니라 음악 그 자체에, 그 음악에게 나 자신을 송두리째 바칠 것이다. 결심이 섰다. 이곳을 떠나리라.


(217)

서른 개의 소나타는 이를 테면 각각이 하나의 소설이다. 극한으로 치닫는 치열한 삶을 살았던 한 인간의 인생이 가지는 정수를 기념비적인 작품의 형태로 드러내 보이니까. 그 소나타 전곡을 연주한다는 것은 그 의 전 인생을 다시 사는 것이었다. 그 서른 개의 소나타를 나는 흔히들 습관적으로 해왔던 것같이 연대순으로 분류하는 것이 아니라 주제별로 묶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해야 총 99개의 악장을 효과적으로 파악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명쾌하게 이해되는 음악적 설계도를 완성시킬 수 있으니까 말이다.


(224)

나는 마음 깊이 하모니를 믿는다. 아니, 더 나아가 이 세상에는 하모니가 존재한다는 것을 안다. 그 하모니는 누구도 무너뜨릴 수 없고, 무너질 수도 없다. 어떤 사람들은 그것을 근원이라고도 하고 하나님, , 우주적 의식, 창조주, 알라, 혹은 부처라고들 하는데, 나는 그것을 하모니라고 부른다.


(234)

프랑스에서 연주할 때면 운다. 아주 많이 운다. 친구들이 청중들 속에 앉아 있는데 난 친구들과 함께, 우리 모두가 같이 함께 연주하는 것 같다. 한국에서도 운다. 드디어 전적으로 나의 거처와  강렬하게, 그리고 진정하게 소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곳은 안전과 사랑이 있는 곳, 용서와 평화가 있는 곳이다. 침묵의 거처이기도 하다. 그곳을 내 거처로 삼을수록 더욱 음악은 나에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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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두리 로켓 변두리 로켓
이케이도 준 지음, 김은모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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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한자와 나오키> 시리즈로 유명한 이케이도 준 님의 <변두리 로켓>이란 책을 읽었단다. 이 책은 책 제목이 독특하고, 책 표지 그림이 맘에 들어서 끌렸단다. 아빠는 이케이도 준 님의 소설은 이번이 처음이란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한자와 나오키> 시리즈는 워낙 유명해서 알고 있었지만, 읽어 보지는 않았어.

이번에 읽은 <변두리 로켓>은 재미있고 회사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라서 그런지 공감 가는 내용도 많아서 좋았단다. <변두리 로켓>도 시리즈로 4권까지 출간되어 있던데, 계속 읽어봐야겠구나. 알라딘 인터넷 서점에서 책 소개를 봤더니 이 책은 일본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져서 많은 인기도 끌었다고 하네. 그럼 이 소설에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는지 이야기해줄게.


1.

이 소설의 이야기는 변두리 로켓이라는 말 속에 어느 정도 힌트가 있단다. 변두리라는 말이 우리 사회 주류가 아닌 비주류를 떠오르게 하는 말이잖니. 변두리라는 말답게 이 소설의 주인공은 대기업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중소기업의 사장이란다. 쓰쿠다제작소의 사장 쓰쿠다. 쓰쿠다제작소는 쓰쿠다 아버지가 운영하던 회사인데, 7년 전 쓰쿠다가 물려 받은 것이란다.

사실 쓰쿠다는 남부럽지 않은 대기업에 다니고 있었고, 그곳에서 하던 일은 로켓 개발이었어. 그런데 자신이 참여한 로켓이 발사 실패하고 말았는데 그 잘못이 어쩌다 자신에게 향하게 되어 회사를 그만두었단다. 때마침 아버지의 건강도 좋지 않았어.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이제는 혼자 경영을 해야 한단다. 아버지께서 터를 잘 잡아놓으셔서 회사는 꾸준하게 성과를 냈단다. 대박 같은 것은 없었지만 말이야.

그런데 어느날 대기업을 갑작스런 납품 중지 통보를 받았어. 불량이 있어서 그런 것도 아니고, 대기업 지들 사정에 의해서 그렇게 수주를 끊어버린 거야. 갑작스런 통보에 손해가 이만 저만이 아니었어. 납품을 위해 미리 원자재도 다 사놓았는데 말이야. , 우리나라의 경우 요즘 이렇게 하면 법의 처벌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일본은 안 그런가? 우리나라도 알게 모르게 그런 만행이 아직도 있나? 아무튼 이 일로 쓰쿠다의 회사에는 타격을 입게 되었단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란다. 쓰쿠다 회사의 주력 제품인 소형 엔진인데 나카시마 공업이라는 또 다른 대기업에서 이 엔진에 대한 특허 소송을 걸어왔어. 특허 소송이란 것이 하루 이틀이 걸리는 것도 아니고, 빠르면 몇 개월 길면 몇 년씩 걸린단다. 그리고 소송이 걸린 회사의 제품을 섣불리 구매할 수도 없어. 만약 나중에 소송에 지면 구매한 제품에 대한 AS도 제대로 받을 수 없게 되거든.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소송에서 지면 회사가 그대로 망할 수도 있거든돈줄이 든든한 대기업이 이렇게 소송을 질질 끌면서, 중소기업을 망하게 해서 접수하는 경우가 있는데, 나카시마 공업이라는 대기업이 쓰쿠다제작소에게 그런 작전을 걸어온 것이란다. 쓰쿠다제작소의 최대 위기가 찾아온 것이지.


2.

이런 일이 일어나니 당장 주거래 은행에서도 더 이상 대출을 해줄 수 없다고 했어. 쓰쿠다제작소의 경리부장인 도노무라라는 사람이 있어. 일본은 은행에서 각 회사에 경리나 회계 업무를 보는 사람을 파견할 수도 있다고 하는데 도노무라도 그렇게 은행에서 파견 온 사람이란다. 이 사태의 본질을 뻔히 알고 있는 도노무라는, 성심 성의껏 쓰쿠다를 도와주게 된단다. 쓰쿠다의 사람됨을 알고 존경하고 있었거든. 도노무라의 의견에 따라 회사의 보장성 예금을 깨면 1년 정도 버틸 수 있다고 했어. 그리고 벤처 회사들을 지원해주는 벤처캐피탈에서 1.5억엔을 빌리면 회사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고

그러니까 1년 안에 나카시마 공업과 소송에서 이겨야 하는 거야. 그러려면 기술 전문 변호사가 필요한데, 쓰쿠다제작소의 전담 변호사 다나베는 기술 변호에 익숙지 않았어. 첫 심리에 대박으로 깨지고 말았단다. 쓰쿠다는 이혼한 전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어. 사실 며칠 전에 전 아내가 전화를 걸어와서 기술 변호사를 소개해준다고 했는데 자존심 때문에 거절했거든이젠 회사의 운명이 걸려 있기 때문에 앞뒤 가릴 것 없었어.

전 아내로부터 특허 전문 변호사 가미야를 소개 받았는데, 가미야는 완전 선수였단다. 심지어 적군인 나카시마 공업과 일도 같이 했었대. 그러다가 비윤리적인 행태에 더 이상 같이 일을 안하고 오히려 나카시마 공업에게 손해를 보는 이들의 변호를 맡아준다는 거야. 가미야는 먼저 쓰쿠다제작소의 진단을 해 보았어. 5년 전 쓰쿠다가 쓴 특허가 너무 허술해서 빈 틈이 많다고 했어. 그런 빈 틈을 나카시마 공업에서 노리고 소송을 한 것이라고그리고 다른 특허들도 빈틈이 있으니 특허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면서, 쓰쿠다제작소의 특허들을 빈틈없이 다시 등록했단다. 그리고 나카시마공업에 역소송을 걸었단다. 정면승부인 거지.

또다른 대기업 데이코쿠 중공업이란 회사가 나온단다. 이 회사는 우주 항공 관련 민간 기업으로 스타더스트 프로젝트라는 위성 발사 사업을 하고 있었어. 데이코쿠 중공업에서 최근에 수소엔진을 자제 개발하여 시범 비행을 앞두고 있었단다. 그들이 개발한 수소엔진시스템에 대해 특허를 등록하려고 했더니 이미 세달 전에 등록이 되어 있다는 거야. 분명 개발을 시작할 때 특허 조사를 할 때는 없었는데 말이야. 그 특허를 등록한 회사는 쓰쿠다제작소라는 중소기업이라는 거야.. 아하, 가미야 변호사가 특허를 재정비를 한 효과가 단단히 나타나는구나.

울며 겨자 먹기로 데이코구 중공업에서는 그 특허로 사기로 결정하고, 자이젠 부장이 쓰쿠다제작소를 찾아왔단다. 특허 값으로 20억엔을 제안했단다. 이 돈이면 현재 회사를 몇 년을 더 버틸 수 있는 금액이야. 그런데 쓰쿠다에게 그 특허는 자식과 같은 존재였어. 자식을 돈 주고 팔 수 없는 일이잖아. 쓰쿠다는 거절했단다. 그 대신 특허 사용료를 받고 대여하는 것은 허용하기로 했단다. 하지만, 그건 또 데이코쿠 중공업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었단다. 1차 협상 결렬.


3.

가미야 변호사의 활약으로 나카시마 공업과 맞소송은 56억엔이라는 화해금을 받아내면서 승리를 거두었단다. 와우다시 회사는 안정을 찾아갈 수 있겠구나. 그런데 데이코쿠 중공업과의 일은 어쩌지? 데이코쿠 중공업의 자이젠 부장은 자신의 상사를 설득해서 대여라도 하자고 했어. 왜냐하면 자신들의 사업에 있어 수소엔진시스템은 필수적이거든. 다시 개발하려고 해도 적어도 2~3년이 걸리고그러면 경쟁사들이 앞서갈 수 있고 말이야.

결국 특허 대여를 하기로 하고 다시 쓰쿠다제작소를 찾아갔단다. 그런데 그 사이에 쓰쿠다의 방침은 또 바뀌어 있었어. 소송에도 이겨서 굳이 특허를 팔지 않아도 됐거든. 그는 자신의 꿈을 다시 이뤄보고 싶었어. 로켓의 부품, 그것도 아주 중요한 수소밸브시스템을 직접 만들어 납품하고 싶다고 데이코쿠 중공업 자이젠 부장에게 이야기했어. 데이코쿠 중공업 입장에서는 동의할 수 없는 제안이란다. 아빠도 이건 데이코쿠 중공업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구나. 로켓의 아주 중요한 부품인데, 그걸 거래를 한 적이 한번도 없는 중소기업에 맡긴다? 쉽지 않을 것 같아. 다른 사업도 아니고 위성을 쏘아 올리는 로켓인데 말이야. 품질이 확인된 자사 제품을 쓰고 싶겠지.

이 건은 데이코쿠 중공업뿐만 아니라 쓰쿠다제작소 직원들 사이에도 의견이 갈렸단다. 왜냐하면 수소밸브시스템의 특허를 가지고 있는 것이랑 실제로 제품을 만드는 것이랑은 천지차이거든. 편하게 특허 사용료를 받아도 돈을 벌 수 있는데, 힘들게 그 제품을 만든다고? 그랬다가 로켓이 실패하면 그 책임을 모두 져야 할 수도 있고 말이야. 하지만 직원들을 하나하나 설득했지.

그리고 데이코쿠 중공업 자이젠 부장이 스쿠다제작소의 제조 현장을 둘러보고 크게 감명을 받았단다. 대기업 수준의 제조 시스템과 품질 시스템이 자신들보다 뛰어나 보였거든. 믿을 만했어. 자이젠 부장은 데이코쿠 중공업 상사들을 설득했단다. 그리고 테스트를 받게 되었어. 쓰쿠다제작소는 데이코쿠 중공업의 깐깐한 테스트 항목들을 모두 합격하였단다. 그렇게 해서 로켓의 중요 부품인 수소밸브 시스템을 납품하게 되었어.

….

그리고 첫 시험 발사발사 준비 과정에서 스크린에 비정상 수치가 확인되어 중단되었단다. 데이코쿠 중공업에서는 그 책임을 쓰쿠다제작소에 떠 넘기려고 했단다. 쓰쿠다제작소의 쓰쿠다와 직원들은 밤을 새가면서 원인 분석을 했고, 그 원인이 데이코쿠 중공업에서 만든 필터라는 것을 증명했단다. 데이코쿠 중공업에서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고 말이야. 수리를 한 후 다시 시험 발사. 이번에는 성공적으로 발사되어 우주 속으로 날아갔단다.


4.

아빠가 짧게 이야기한다고 중간중간 나오는 회사 직원들 사이의 사람 사는 이야기들은 빼먹었는데, 가족 같은 직원들과 함께라면 어떤 어려움도 헤쳐 나갈 수 있다는, 약간은 뻔한 교훈도 느꼈단다. 그리고 이 책에는 좋은 문구들도 여럿 있었어. 그 중에 아래 글이 좋았단다. 식상하지만 늘 꿈을 가지라고 말이야. 아빠는 그동안 너무 1층에서만 아등바등 살았던 것 같아. 2층은 생각도 못해보고 말이야. 이제라도 조금씩 2층을 쌓아 올려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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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3)

난 말이야. 일이란 이층집과 같다고 생각해. 1층은 먹고 살기 위해 필요하지. 생활을 위해 일하고 돈을 벌어. 하지만 1층만으로는 비좁아. 그래서 일에는 꿈이 있어야 해. 그게 2층이야. 꿈만 쫓아서는 먹고 살 수 없고, 먹고 살아도 꿈이 없으면 인생이 갑갑해. 자네도 우리 회사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나 꿈이 있었을 거야. 그건 어디로 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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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책을 읽다 보니, 얼마 전에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 기술로 쏘아 올린 첫 로켓 위성 누리호도 떠오르더구나. 비록 완벽한 성공은 아니었지만, 어찌 첫술에 배부르랴. 이번 실패를 발판 삼아 다음에는 꼭 완벽한 성공을 할 수 있기를 바라며 이상 마치련다.


PS:

책의 첫 문장: 이제 시작이로군. 아아, 두근두근하는 걸.

책의 끝 문장: 커튼콜이 없는 무대에서 담담하게 뒷정리 작업이 시작됐다.


"손으로 만드는 편이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거든요. 물론 백 퍼센트 다는 아니지만 가능한 부분은 수작업으로 만듭니다. 수작업으로 하면 기계로 만들 때에 비해 생각할 여유가 생기고 발상이 유연해져요. 예를 들어 구멍을 뚫다가 아무래도 조금 옆쪽이 낫겠다고 느끼거나, 조립하기 전에 설계의 미비점을 알아차리기도 하죠. 완성 후에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확률도 수작업이 오히려 낮고요. 결과적으로 시제품 공정의 효율이 오르는 셈이에요." - P218

쓰쿠다는 인정하고 말했다. "하지만 그런 회사는 시시하지 않아? 자네가 말하는 확률은 결국 돈을 버느냐 마느냐의 확률이잖아. 하지만 돈만 벌면 될까? 더 큰 꿈을 가지고 재미있는 일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그런 확률을 따져봐도 되지 않겠어?" - P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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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2-12 23: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작품 일드 추천합니다 ^^

bookholic 2021-12-13 00:07   좋아요 1 | URL
제가 본 유일한 일드는 <노다메 칸타빌레>인데요...
또 한번 도전을 해볼까용?^^
 
인류의 기원 - 난쟁이 인류 호빗에서 네안데르탈인까지 22가지 재미있는 인류 이야기
이상희.윤신영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15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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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 인류는 어디서 왔는가? 이것에 대한 연구는 계속 되고 있고, 아직 정확한 답을 찾지는 못한 것 같아. 진화에 의해서 오늘날의 모습을 가졌을 텐데, 그 첫 출발은 무엇이었는지는 아직도 연구중인 것 같아. 이번에 읽은 책도 그런 인류학을 전공한 분께서 인류의 기원은 무엇인가에 대해서 적은 글들을 모아 놓은 책이란다.

너희들도 학교 교과서에서 오스트랄로피테쿠스니 네안데르탈인이니 배웠잖아. 그래서 아빠가 이 책을 읽고 나서, 너희들에게 더 많은 이야기를 해주면 좋겠다고 하고 읽게 되었단다. 물론 과학 교양 서적은 아빠의 관심 분야라서 읽은 이유도 있고 말이야. 이 책의 지은이는 캘리포니아 대학교 인류학과 교수인 이상희 교수님과 <과학 동아> 윤신영 편집장님의 공저란다. 이 글들은 <과학 동아>에 연재했던 글들을 모은 책이라고 하는데, 인류학에 대한 이야기라서 어려우면 어쩌나 하고 책을 폈는데, 책을 읽기 편하게 잘 써주셨단다.

그리고 높임말을 사용하여 써주셔서, 직접 이야기를 해 주시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단다. 지은이 이상희 교수님은 흔치 않은 인류학을 전공하셨고, 미국의 대학교에서 교수님을 하고 있다니 대단한 분이신 것 같았단다. 교수님이 그 동안 학생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들을 모은 것이라고 하는데, 앞서도 이야기했듯이 아빠와 같은 아마추어들도 이해하기 쉽게 적어 주셨단다. 22개의 꼭지로 되어 있는데,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서 차례를 보고 자신이 관심 있는 주제 먼저 읽어도 좋을 것 같더구나.


1.

인류학은 어떻게 연구하는가. 오래된 인류의 화석과 유골들을 찾고 그 화석의 연대를 측정하고, 화석들의 상태를 보고 당시의 생활상을 추측하곤 한단다. 그런 화석이 많은 것도 아니니 적은 양에서 그 오래 전의 일을 추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 것 같구나. 100 퍼센트 정확하지는 않지만, 지금까지의 인류학자들과 과학자들에 의해서 밝혀진 인류의 진화에 대해서 간단히 이야기해볼게.

인류의 가장 오래된 기원은 너희들도 잘 알고 있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로 약 400만 년 전에 살았다고 하는구나. 오스트랄로피테쿠스를 인류의 기원으로 생각하는 것은 땅에서 직립 보행을 했기 때문이란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도 아파렌시스와 아프리카누스 등으로 세분화하여 진화하였고, 200만년 전에 호모에렉투스가 나타난단다. 호모 에렉투스는 돌로 만든 도구를 사용하기도 하고, 그런 도구를 이용해서 동물을 잡아 먹으면서 육식을 시작하게 되었대.

그런 인류는 더욱 진화를 거쳐 약 20만 년에서 15만 년 전에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한단다. 당시 호모 사피엔스 말고도 인류와 비슷한 다른 인류들이 존재했고, 그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이 네안데르탈인이란다. 아빠도 예전에 다른 책에서 그런 내용은 본 적이 있어. 그 책에서는 네안데르탈인은 현생 인류와 다른 인류로 지금은 멸종되었다고 했어. 하지만 현생 인류의 유전자 분석을 해보면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도 있다고 하는구나. 그래서 호모 사피엔스가 홀로 진화한 것이 아니 아니라 네안데르탈인을 비롯하여 다른 인류들과 교류하면서 오늘날 현생 인류가 된 것이라 이야기해주셨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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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263)

현생 인류가 한곳이 아니라 다양한 지역에서, 홀로 세계로 진출한 게 아니라 각 지역에서 존재하던 여러 인류와 만나 교류하면서 동시 다발적으로 진화했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이것이 오늘날 볼 수 있는 광범위한 지역적 다양성의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들이 모두 현생 인류의 한 식구인 것은 물론이고요. 이런 생각은 현생 인류가 어느 한 시점에 홀로 아프리카에서 태어난 게 아니라 여러 지점, 여러 시점에서 다발적으로 태어났다는 생각으로 이어집니다. 바로 아프리카 기원론의 맞수인 다지역 연계론(다지역 진화론)’입니다. 네안데르탈인과 현생 인류가 서로 교류하며 유전자 이동을 통해 계속 하나의 종으로 진화해 왔다는 다지역 진화론은 최근의 유전학 연구 결과와도 부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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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 책에는 이런 직선적인 진화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처음 출현한 이후 인류가 진화해 가면서 같게 된 인류의 특징들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어. 왜 그런 특징을 가질 수밖에 없었냐, 이런 내용으로 말이야. 예를 들어 어른이 왜 우유를 마시게 되었나? 사람의 피부는 왜 흰 사람이 있고 검은 사람이 있냐? 인류는 왜 걷게 되었는가? 인류는 왜 농사를 하게 되었는가? 등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는 이야기들도 많이 있었단다.

몇몇 그런 이야기를 소개해 볼게.,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수다를 하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유대 관계를 돈독히 하는 수단으로 쓰이잖아. 왜 인류는 그렇게 수다를 많이 떨까? 진화적인 측면에서 볼 때 인류는 다른 덩치 큰 짐승들에 비해 힘이 약해서 그들을 잡기 위해서는 서로 간에 소통으로 정보를 주고 받아야 그 덩치 큰 짐승을 잡기 수월했다는 거야. 그래서 언어가 생기고 정보의 주고받는 주요 기능이 바로 수다라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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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

직립 보행을 하게 된 인간은 그 손에 주먹도끼를 쥐어 봤자 광활한 아프리카의 초원에서는 가소롭기 짝이 없는 존재입니다. 가련한 인간의 혼자 힘으로는 짐승을 잡기에 역부족이었기 때문에 집단 수렵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집단 수렵 활동을 위해서는 탄탄한 사회 구조가 필요했습니다. 게다가 사계절마다 변하고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빙하기의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집단적인 정보 취합체가 절대적으로 필요했습니다. 인간에서 사회생활은 여가를 활용하기 위한 취미 생활이 아닌, 처절한 생존 전략이었습니다. 그리고 원활한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 개개인에 대한 정보와 이해가 필수입니다. 그러한 정보를 수집, 교환하고 이해하기 위해서, 소통의 수단으로 언어가 발생하고 발달하였으며 그 주된 기능이 바로 수다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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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털이 사라진 이유는 주로 낮에 움직이기 때문이래. 많은 맹수들이 야행성이라서, 그 맹수들이 활동하지 않는 낮이어야 약한 동물들을 노려 사냥할 수 있으니 말이야. 맹수들이 야행성인 이유는 털이 많아서 더운 낮에 움직이기 어렵기 때문이라는구나. 그럼 반대로 인류는 맹수들을 피해 낮에 움직이는데, 털이 있으면 역시 금방 지치겠지. 그래서 털이 점점 없어지는 진화를 한 것이라고 하는구나.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법. 털이 없어지자, 자외선이 직접 피부에 노출되는 것이야. 그런 자외선을 차단하는 것이 멜라닌이라는 색소인데, 이 색소가 피부에 있다고 하는구나. 그런데 이 멜라닌 색소가 많으면 피부도 검어진대. 아프리카의 첫 번째 인류는 피부색이 검정색이었을 것이라고 하는구나. 아프리카에서 태어난 인류의 후세는 세계 곳곳으로 퍼져 나가는데, 햇빛이 덜 뜨거운 북쪽 지방에서는 자외선이 약해서 멜라닌 색소가 필요 없게 되었단다. 오히려 멜라닌 색소가 많으면 자외선 속의 비타민 D를 흡수하지 못하게 되었어. 그래서 북쪽 사람들은 자외선 속 비타민 D를 흡수하기 위해 멜라닌 색소가 없는 방향으로 진화하게 되었대. 그래서 다양한 피부색의 인류가 나타난 것이란다. 그렇게 피부색은 진화에 의한 것인데, 오늘날에도 몰염치한 이들 중에 피부색으로 가지고 차별하고 무시하는 이들이 있는데, 공부 좀 제대로 받고 오라고 이야기해주고 싶구나.

원숭이와 유인원의 차이를 몰랐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는 금방 이야기를 해줄 수 있겠구나. 꼬리가 있으면 원숭이, 꼬리가 없으면 유인원그런데 긴팔원숭이라는 동물이 있는데, 이 동물은 유인원인데 이름에 원숭이를 붙여 놓아서 혼란을 주고 있다고 하는구나. 비전공자가 이름을 처음 붙여 놓았나 보네. 아무튼 다음에 놀이동산에 가서 동물들을 보면, 원숭이인지 유인원인지 유심히 봐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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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9-300)

유인원과 원숭이를 볼 때 가장 눈에 띄고 분명한 차이는 꼬리의 유무입니다. 꼬리가 있으면 원숭이이고, 꼬리가 없으면 유인원입니다. 절대 혼동할 수 없는 차이입니다. 그런데 유인원 중 마지막으로 게놈이 밝혀진 기번(gibbon)의 한국어 명칭이 바로 긴팔원숭이입니다. 유인원의 이름이 긴팔원숭이인 이상, 혼돈스러운 명칭을 바로 잡는 일은 매우 어려울 것만 같습니다. 참으로 유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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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도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이 실려 있어, 너희들도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이 되면 읽어봐도 좋을 것 같아.

여러 인류 기원설들이 있어. 진화론이 대세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어떤 절대적인 존재가 만들었다는 창조를 믿는 사람들도 있단다. 그런데 아빠는 예전부터 외계 유입설이 마음이 가더구나. 지구 환경에 가장 못하는 인류. 인류가 그렇게 지구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이유가 바로 외계에서 온 생명체라는 썰…. 불시착한 우주선이든, 멸망 직전에서 탈출한 우주선이든…. 유난히 밤 하늘을 많이 쳐다보는 인류는 그들의 유전자에 새겨진 오래 전 고향을 쳐다보는 것은 아닐는지

오늘은 이상.


PS:

책의 첫 문장: 2001, 저는 캘리포니아 대학교 리버사이드 캠퍼스 인류학과에서 조교수로서의 새로운 삶을 새작하기 위해 캘리포니아로 왔습니다.

책의 끝 문장: 인간은 어디에서 왔으며 어떻게 지금의 모습으로 있게 되었는가?


이런 동물에게 서열 경쟁에서 우위를 지키게 하는 특징은 두 가지입니다. 몸집과 송곳니입니다. 수컷에게는 이 두가지가 최대한 크고 강할수록 유리하겠죠. 유인원 가운데에서 이런 특성을 보이는 종이 있을까요? 바로 고릴라가 그렇습니다. 고릴라는 암수 사이에 몸집, 두개골, 송곳니 크기가 대단히 큰 차이를 보입니다. 암수 사이의 크기 차이는 수컷끼리의 경쟁을 알려 줍니다. 암컷에 비해 수컷의 몸집이 크면 클수록 수컷끼리의 경쟁이 매우 치열했음을 나타내지요. 실제로 고릴라는 짝짓기를 할 때는 수컷이 미리 힘 대결을 펼쳐 서열을 정해 두고, 가임기가 되면 높은 서열을 지난 수컷만 암컷에 접근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 P40

후기 구석기 시대 이후 현대까지, 평균 수명과 노년층의 수는 계속 늘었습니다. 하지만 하나 변하지 않은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과거 평균 수명이 50세이던 시대에도 할머니, 할아버지는 손주가 어느 정도 클 때까지 살아 있었습니다. 즉 3대가 함께 살았습니다. 그 이후 수명이 대폭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이 추세를 고려하면 평균 수명이 75세가 된 지금 증손주가 클 때까지 증조부모가 살아 있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 4대가 공존해야 하죠. 그런데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어떤 사람들은 칠순이 되도록 증손주는커녕 손주를 보기도 힘듭니다. 예전에 비해 결혼과 출산 연령이 올라갔기 때문입니다. - P113

두뇌가 커진 것도 역시 걷기 덕분입니다. 도구를 만들고 사용하려면 뛰어난 지능이 필요합니다. 언어를 사용할 만큼 복잡한 사회생활을 하려고 해도 지능이 필요하고, 이는 곧 큰 두뇌를 의미합니다. 하지만 두뇌는 그냥 커질 수 없습니다. 두뇌는 지방으로 이뤄진 기관입니다. 고지방, 고단백의 식생활이 필수입니다. 이런 식생활은 도구를 이용해 고기를 정기적으로 확보하고 섭취한 이후에야 가능했습니다. 모든 게 두 발로 걸은 이후에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이뤄진 일입니다. - P182

현생 인류가 한곳이 아니라 다양한 지역에서, 홀로 세계로 진출한 게 아니라 각 지역에서 존재하던 여러 인류와 만나 교류하면서 동시 다발적으로 진화했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이것이 오늘날 볼 수 있는 광범위한 지역적 다양성의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들이 모두 현생 인류의 한 식구인 것은 물론이고요. 이런 생각은 현생 인류가 어느 한 시점에 홀로 아프리카에서 태어난 게 아니라 여러 지점, 여러 시점에서 다발적으로 태어났다는 생각으로 이어집니다. 바로 아프리카 기원론의 맞수인 ‘다지역 연계론(다지역 진화론)’입니다. 네안데르탈인과 현생 인류가 서로 교류하며 유전자 이동을 통해 계속 하나의 종으로 진화해 왔다는 다지역 진화론은 최근의 유전학 연구 결과와도 부합합니다. - P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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