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그러나 눈이란 참으로 알 수 없는 감각기관이어서 사람에 따라 똑 같은 것도 다르게 보이기 마련이다. 바로 그 똑 같은 뜨거운 땅이 데이비드에게 정체를 알 수 없는 조개, 해면동물, 해초들로 반짝거리며 환영의 손짓을 보냈다. 학생들이 안면을 트고, 서로 추파를 던지고, 길게 늘어선 침대 중 자기 자리를 고르는 동안, 데이비드는 슬그머니 해변으로 내려가 평생 처음으로 소금기 밴 바닷물에 손가락을 담갔다. 까맣고 부드러운 돌 하나를 집어 들었다가 이어서 녹색을 띤 돌을 집어 들었다가 하는 사이, 그의 머릿속에는 앞으로 평생 그를 따라다닐 다급한 마음이 흘러넘쳤다.


(57)

넌 중요하지 않아라는 말은 아버지의 모든 걸음, 베어 무는 모든 것에 연료를 공급하는 것 같았다. “그러니 너 좋은 대로 살아.” 아버지는 수년 동안 오토바이를 몰고, 엄청난 양의 맥주를 마시고, 물에 들어가는 게 가능할 때마다 큰 배로 풍덩 수면을 치며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아버지는 언제나 게걸스러운 자신의 쾌락주의에 한계를 설정하는 자기만의 도덕률을 세우고 또 지키고자 자신에게 단 하나의 거짓말만을 허용했다. 그 도덕률은 다른 사람들도 중요하지 않기는 매한가지만, 그들에게는 그들이 중요한 것처럼 행동하며 살아가라는 것이다.


(76)

그건 그렇고, 데이비드는 다윈이 신을 없애버리기는 했지만, 자신의 추구는 여전히 고귀한 일이라 여겼다. 그는 자연의 사다리의 형태, 그러니까 모든 동물들과 식물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고 지위가 정해져 있는지를 드러내줄 가장 높은 청사진에 대한 추적을 계속 이어갔다. 다만 이제는 그 질서를 만드는 것이 신이 아니라 시간이라고 믿는 점만 다를 뿐이었다. 그 청사진은 여전히 가장 결정적이고 많은 것을 알려줄 비밀들을 품고 있을 터였다. 데이비드는 물고기의 해부학적 구조를 상세히 들여다보는 것은 우리의 진짜 창조 이야기, 인간을 만드는 데 어떤 생명의 실험들이 필요한지를 알아내기 위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그가 하는 일은 다른 생물들의 우연한 실수와 성공들 속에 쓰여 있는, 잠재적으로 인류가 더욱더 진보하도록 도와줄 실마리들을 찾는 것이었다. 이는 키를 잡고 있는 창조주의 존재가 없다는 점만 제외하면 아가시의 사명과도 그리 다르지 않았다.


(93)

철학에는 어떤 것들이 이름을 얻기 전까지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는 사상이 있다. 이 사상은 정의, 향수, 무한, 사랑, 죄 같은 추상적인 개념들이 천상의 에테르적 차원에 머물면서 인간이 발견해줄 때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누군가가 그것들의 이름을 만들어낼 때 비로소 존재하기 시작한다고 본다. 이름으로 불리는 순간 개념은 현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실재가 된다. 우리는 전쟁, 휴전, 파산, 사랑, 순수, 죄책감을 선언할 수 있고, 그렇게 함으로써 사람들의 삶을 바꿔놓을 수 있다. 이렇듯 아이디어를 상상의 영역에서 세상의 영역으로 끌어오는 운송 수단인 이름 자체는 엄청난 힘을 갖고 있다. 그런데 이 사상에 따르면, 이름이 존재하기 전까지 개념들은 대체로 불활성 상태에 있다고 한다.


(132-133)

사람은 결코 흔들리지 않으며 불에 타지 않는다는 것, 그것이 그 지진과 화재가 준 교훈이다. 그가 지은 집은 무너지기 쉬운 카드로 지은 집이지만, 그는 집 밖에서 서 있고 다시 집을 지을 수 있다. 위대한 도시를 건설하는 것은 경이로운 일이다. 그보다 더 경이로운 일은 도시가 되는 것이다. 도시란 사람들로 이루어지며, 사람은 영원히 자신이 창조한 것들보다 높이 올라가야 한다. 사람의 내면에 있는 것은 그가 할 수 있는 모든 일보다 더 위대하다.


(181)

우생학은 1883년 유명한 박식가이자 찰스 다윈의 고종사촌인 프랜시스 골턴이라는 영국의 과학자가 만든 단어이다. <종의 기원>이 처음 출간되었을 때 골턴은 사촌의 책을 읽고 깊은 영감을 받아, 그 책을 내 정신 발달 과정의 신기원이라고 불렀다. 지구에서 생물의 배열을 결정하는 자연석택의 힘이 존재한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자마자, 그는 인류의 지배자 인종을 선별할 수 있도록 그 힘을 조작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떠올렸다. 요컨대 가난, 범죄, 문맹, “정신박약”, 방탕함 등 그가 피와 관련된 것이라고 잘못 알고 있는 특징들을 교배함으로써 말이다. 그는 마음에 안 드는 사람들의 집단을 말살시키는 이 기술을 우생학이라고 불렀다. “좋은출생을 뜻하는 그리스어를 조합해 만든 단어다. 그리고 그는 자기-다윈의 사촌인!-말을 들어줄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얼핏 과학적으로 들리는 유럽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는 계획에 관해 이야기했다.


(195)

스턴은 한 연구팀과 함께 수년간 그 기록들을 분석했고, “부적합자란 말이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떤 부류의 사람들이 그 범주 안에서 살아갔는지에 관한 그림을 완성할 수 있었다. 스턴의 글에서 알 수 있듯 부적합하다고 여겨진 사람들은 성적으로 문란하다고 판단된 젊은 여자들, 멕시코와 이탈리아, 일본 이민자의 아들과 딸들그리고 성적인 전형에서 벗어난 남녀들이었다. 다른 연구들은 과도하게 치우친 비율로 많은 유색인 여성들이 불임화의 표적이 되었음을 보여주었다. 미국 정부는 1970년대 초에 아메리카 원주민 여성2500명 이상을 강제로 불임화했음을 인정했다. 노스캐롤라이나 우생학위원회는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수백 명의 흑인 여성들을 찾아내 불임화했다. 그리고 당혹스럽게도 1933년과 1968년 사이 푸에르토리코 출신 여성 중 약 3분의 1이 미국 정부에 의해 불임화되었다.


(226-227)

어떤 사람에게 민들레는 잡초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 똑 같은 식물이 훨씬 다양한 것일 수 있다. 약초 채집가에게 민들레는 약재이고 간을 해독하고 피부를 깨끗이 하며 눈을 건강하게 하는 해법이다. 화가에게 민들레는 염료이며, 히피에게는 화관, 아이에게는 소원을 빌게 해주는 존재다. 나비에게는 생명을 유지하는 수단이며, 벌에게는 짝짓기를 하는 침대이고, 개미에게는 광활한 후각의 아틀라스에서 한 지점이 된다.


(228)

우리는 중요해요. 우리는 중요하다고요!

인간이라는 존재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방식으로 이 지구에게, 이 사회에게, 서로에게 중요하다. 이 말은 거짓말이 아니다. 질척거리는 변명도, 죄도 아니다. 그것은 다윈의 신념이었다! 반대로, 우리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만 하고 그 주장만 고수하는 것이야말로 거짓이다. 그건 너무 음울하고 너무 경직되어 있고 너무 근시안적이다. 가장 심한 비난의 말로 표현하자면, 비과학적이다.


(242)

, 만약 당신이 아직도 물고기처럼 보이는 모든 것들을 과학적으로 타당한 한 집단에 몰아넣겠다는 고집을 버리지 못하겠다면 그렇게 해도 된다. 바늘이 있는 폐어들과 실러캔스를 당신 생각에 그들이 당연히 소속된 곳인 물속에 송어와 금붕어와 함께 밀어 넣을 수 있다. 그리고 그 범주를 어류라고 부를 수도 있다! ,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그들과 공통 조상을 지닌 모든 후손이 함께 포함될 수 있도록 몇몇 다른 생물들도 어류라는 집단에 집어넣어야 한다.

물가에 걸터앉아 있는 개구리들은 어떨까? 그 개구리들도 발로 차서 같은 물속에 집어넣어라.

저 하늘 높이 나는 새들은? 그 새들도 물에 빠뜨려라.

소들은? 물론 소들도 들어간다.

당신의 엄마는? 당연히 어류다.

어떤가? 그럴듯한가? 그렇지 않다면, 과학적으로 좀 더 논리적인 일은 어류란 내낸 우리의 망상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어류는 존재하지 않는다. “어류라는 범주는 존재하지 않는다. 데이비드에게 너무나도 소중했던 그 생물의 범주, 그가 역경의 시간이 닥쳐올 때마다 의지했던 범주, 그가 명료히 보기 위해 평생을 바쳤던 그 범주는 결코, 단 한 번도 존재한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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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MIDNIGHT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프란츠 카프카 외 지음, 김예령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평점 :
품절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시리즈 MIDNIGHT 세트 아홉 번째 안톤 체호프의 <6호 병동>을 읽었단다. 안톤 체호프는 주로 단편 소설을 많이 쓴 러시아 작가로만 알고 있었지, 그의 작품을 읽어본 적은 없었단다. 이번에 읽은 것이 처음이야. 아빠가 이번에 읽은 책에는 중편이라고 해야 할 <6호 병동><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이렇게 두 작품이 실려 있었단다. 단 두 편이었지만 안톤 체호프의 작품을 제대로 맛볼 수 있었던 기회였던 것 같구나.


1.

먼저 <6호 병동>에 관한 이야기부터 해줄게. 6호 병동은 정신 병동이었어. 다섯 명의 환자와 문지기 니끼따가 6호 병동의 주요 인물들이었어. 환자 중에는 이반 드미뜨리치라는 자가 있었어. 이반은 법원의 집행관을 하다가 서른세 살에 피해망상이 심해져서 병원에 들어왔어. 그는 어렸을 때 부유한 집안에서 책도 좋아해서 엄청 많이 읽었어. 그런데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고 가세는 급격히 기울어졌어. 어느 날 갑자기 경찰에 체포될 것 같다는 망상에 사로잡혔다가 그것이 심해져서 6호 병동에 들어오게 되었대. 이곳이 병동이긴 하지만, 한동안 아무 의사도 오지 않았어. 그런데 어느 날부터 어떤 한 의사가 자주 이곳을 방문한다는 소문이 돌았어. 그 소문의 내막은 이랬단다.

안드레이 에피미치 라긴이라는 의사가 있었어. 안드레이는 의사로써 성실한 적은 거의 없고, 의료 진료에 늘 회의를 느끼고 있었고, 언젠가부터는 거의 진료를 하지 않았어. 그의 보조 의사가 주로 진료를 했지. 그의 유일한 행복은 책 사는 것이었어. 월급의 절반을 책 사는 데 썼단다. 어느 날 6로 병동에 우연히 갔다가 이반 드미뜨리치를 만나 대화를 나눴는데, 그 동안 이곳에서 느껴보지 못한 지적 희열을 느끼게 되었어. 이반의 해박한 지식으로 지적이면서 철학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었어. 얼마나 그 동안 이런 대화를 원했던가.

그 날 이후 안드레이는 이반과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 자주 6호 병동에 찾았단다. 6호 병동을 자주 가서 환자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안드레이의 동료의사와 친구들은 안드레이가 미쳤다고 생각하기 시작했어. 이런 소문으로 인해 그는 의사 자리에서도 쫓겨나게 되었지. 그를 돕겠다고 어떤 동료의사는 그에게 약을 주기도 하고, 어떤 친구는 그를 자주 찾아와 말을 걸고 여행을 함께 데려가기도 했어. 하지만 안드레이에 필요한 것은 지적인 대화인데, 그것을 할 수 있는 이는 주변에서 이반뿐이었던 거지. 그를 이해하지 못한 동료 의사들과 친구들에게 화까지 냈단다. 결국 동료 의사 중 한 명이 그를 속이고 6호 병동에 데려갔는데, 이번에는 의사로써가 아니라 환자로써 데리고 간 것이란다. 안드레이는 입원, 아니 6호 병동에 감금되었단다. 그는 자신이 감금되었다고 생각하지만, 그의 동료나 친구들은 모두 다행이라고 생각했지. 그가 잘 치료 받으면 다시 정상인이 될 것이라고 말이야. 병원에 감금된 이후 안드레이는 분노하고 화를 냈단다. 그도 그곳 상황을 잘 알고 있었어. 이곳을 나갈 수 있는 방법은 죽음뿐이라는 것을그가 6호 병동에 온지 얼마 뒤 그는 뇌일혈로 그만 죽고 말았단다.

간혹 실제에서도 멀쩡한 사람을 정신병자로 취급하여 정신병원에 가둬두는 무서운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단다. 특히 정신병원의 의사가 이 속임수에 관여하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이 책에서는 그런 속임수가 아니고, 주변 사람들이 안드레이가 미쳤다고 믿고 있어서 선의의 차원에서 안드레이를 입원시킨 것으로 보이지만 말이야. 이럴 때 어떻게 내가 정상이라고 설득을 시킬까. 전문 의사가 이 사람은 정신질환이 있다고 하면 그걸 어떻게 아니라고 설득할 수 있을까. 쉽지는 않을 것 같구나.

이 이야기는 안드레이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가서, 안드레이의 말은 다 진실일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어. 안드레이는 억울하게 병원에 감금된 상황으로 말이야. 그런데 혹시, 안드레이가 진짜 정신질환이 걸렸고, 그 자신이 모르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대부분의 정신 질환 환자는 자신이 정상이라고 생각하니까 말이야.


2.

두 번째 작품은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이 소설은 제목이 독특해서 익숙한 작품이란다. 이 소설은 실제 지은이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라고 하는구나. 주인공 드미뜨리 드미뜨리치 구로프는 얄타라는 섬에서 2주간 휴가 중이었어. 드미뜨리는 유부남이지만, 바람도 많이 피우는 사람인데 이번에 그의 눈에 들어온 여자는 개를 데리고 해변가를 산책하는 부인이었어. 그 부인은 늘 비슷한 시간에 개를 데리고 해변가를 산책했기 때문에 작업꾼 드미뜨리가 접근하는 게 어렵지는 않았어. 그 부인에게 말을 걸어 대화를 하기 시작했고, 그녀가 결혼을 했다는 사실, 얄타에는 혼자 와서 한 달 간 휴가중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지. 물론 이름도 알아냈어. 안나 세르게예브나.

이후 자주 같이 산책을 하게 되었고, 안나를 알게 된 지 일주일 만에 드미뜨리는 안나에게 기습 키스를 했단다. 당황하는 안나. 안나는 윤리를 중시하고 착실하고 순진한 사람이었어. 안나도 드미뜨리가 맘에 들었지만, 윤리적으로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했어. 생각은 그렇지만, 사랑의 감정이라는 것이 윤리에게 질 수 있는 감정이 아니지. 안나와 드미뜨리는 자주 데이트를 했단다. 그러던 어느날 남편이 눈병이 심하게 나서 돌아오라는 전갈을 받았어. 안나는 집으로 돌아가야 했고, 이 일로 그만 만나자고 했어.

그렇게 안나는 돌아갔고, 드미뜨리도 모스크바로 돌아왔단다. 모스크바로 돌아온 드미뜨리.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점점 안나 생각만 떠올랐어. 드미뜨리는 결국 참지 못하고 안나가 살고 있는 S시로 무작정 갔단다. 그리고 안나의 집까지 찾았어. 엄청난 부잣집이었지. 드미뜨리는 우연히 만난 것처럼 하려고 엄청 노력을 했단다. 안나가 뮤지컬을 간다는 것을 알게 되고, 뮤지컬 극장에 가서 결국 안나를 만나게 되었단다. 안나는 깜짝 놀라면서 자신이 모스크바로 가겠다면서 헤어졌어.

그 만남 이후 안나는 이런 저런 핑계를 대고 모스크바에 와서 드미뜨리와 밀회를 나누었단다. 드미뜨리는 처음으로 진정한 사랑을 하게 되었다고 생각했어. 안나도 마찬가지였어. 하지만, 그들의 밀회는 행복했지만 늘 불안했단다. 어떻게 하면 밀회가 아니고 마음 놓고 사랑할 수 있을까. 그들은 이 어려운 문제를 안고 사랑을 시작하는 것으로 소설은 끝이 났단다.

그들의 사랑은 어떻게 되었을까? 읽는 이는 그들의 사랑을 응원할까? 아빠로서는 그래도 소설 속 주인공이니까, 진정으로 만난 사랑이니 어떤 식으로든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다가도 문득 드미뜨리가 그 전에도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이 떠올라, 안나가 상처 받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안톤 체호프의 두 개의 작품을 맛보기로 읽었다고 했는데, 두 작품 모두 괜찮았단다. 나중에 기회 되면 체호프의 다른 작품들도 함 읽어봐야겠구나. 아빠의 구매 이력을 조회해 보니 안톤 체호프의 책을 두 권 구매했었구나. 언제 샀었지? ㅠㅠ 그 책이 어디에 숨어 있는지 먼저 찾아봐야겠구나.


PS:

책의 첫 문장: 병원의 마당에 그리 크지 않은 별채가 있다.

책의 끝 문장: 그렇지만 두 사람은 그 끝이 아직 멀고 멀어, 이제야 겨우 아주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 시작됐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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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7-22 13: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시 단편은 체호프죠~!! 이제 거의 다 읽으셨네요. <타임 머신> 한편 남으신거 아닌가요? ^^

bookholic 2022-07-23 23:35   좋아요 1 | URL
ㅎㅎ 네 맞습니다... 한 편 남았습니다.
이번 주말이 가기 전에 리뷰 남기겠습니다~~
즐거운 주말 되시고요..^^
 
역사저널 그날 조선 편 6 - 인조에서 경종까지 역사저널 그날 조선편 6
역사저널 그날 제작팀 지음, 신병주 감수 / 민음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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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태정태세문단세

예성연중인명선

광인효현숙경영

정순헌철고순

요즘 너희들이 이것을 노래에 맞춰 부르고 있더구나예나 지금이나 조선시대 26명의 왕을 순서대로 외우는 것은 앞 한 자씩 따서 일곱 개씩 묶어서 외우는 이 방법이 최고인 것 같구나. 아빠가 가끔씩 읽는 <역사저널 그날> 시리즈. 이번에는 제6권을 읽었단다. 왕으로 따지면 셋째 줄 광인효현숙경영에서 인효현숙경이렇게 다섯 명의 왕이 살던 시기를 다루게 된단다.

아빠가 조선시대 왕 중에 안 좋아하는 왕을 뽑으라고 하면 가장 먼저 손에 뽑는 왕이 인조란다. 지난 5권에서 인조의 무능함을 잘 볼 수 있는 병자호란의 이야기가 있었는데, 이번 6권에서는 병자호란 이후부터 시작한단다. 병자호란에서 조선은 왕세자인 소현 세자가 8년간 청나라 볼모라 잡혀가 당시 청나라 수도인 심양에 머무르게 된단다. 그 긴 세월 힘든 외지 생활을 하고 돌아왔을 때 감격이 얼마나 대단했을까. 하지만, 돌아온 지 두 달 만에 죽고 말았단다. 조선 왕가의 여러 의문사 중에 가장 독살이 명백해 보이는 죽음이 바로 소현 세자의 죽음이 아니었을까 싶단다. 심지어 조선왕조실록 마저 독살의 의심된다고 써 있다고 했어.

그렇다면 누가? 가장 강력한 용의자는 소현 세자의 아버지 인조라고 하는구나. 소현 세자가 8년간 볼모로 있었지만, 소현 세자는 청나라로부터 인정을 받았고, 심지어 조선의 왕도 소현 세자로 바꾸려는 말도 서슴지 않고 했대. 그래서 인조는 소현 세자를 아들이 아닌, 정치적 적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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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허태구) 병자호란 이후 청나라는 조선을 통제하고 압박하는 수단으로 심양에 볼모로 와 있던 소현 세자를 활용합니다. 인조가 말을 안 들으면 왕위 교체론을 들먹이면서 인조를 긴장시키죠. 인조는 삼전도에서 항복하면서 반정의 명분을 스스로 허물지 않았습니까? 이런 상황이었기 때문에 광해군을 몰아낸 친명배금(親明排金)이라는 명분으로 누군가가 다시 반정, 즉 쿠데타를 일으켜도 하등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죠. 게다가 소현 세자의 장인, 즉 강빈의 친정아버지 강석기가 척화파의 지지와 신망을 받았습니다. 정치적 구도가 이렇게 짜인 이상 부자간의 정이 아무리 애틋했다고 하더라도 인조와 소현 세자의 관계는 아주 작은 불씨와 오해에도 큰 분란으로 악화될 소지가 다분히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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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현 세자가 죽은 다음 보인 인조의 행보도 소현 세자의 죽음 뒤에 인조가 있나? 하는 의심을 사게 했단다. 장례식도 대충 하고, 상복도 얼마 안 입고 바로 벗어버렸다는 거야. 아들이 젊은 나이에 횡사를 했는데 말이야. 그리고 후계자도 이상했어. 원래 세자가 죽으면 세자의 아들 즉 세손이 서열 1위가 되는데, 인조는 둘째 아들 봉림대군을 세자로 정했다고 하는구나. 이러니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고, 심증은 있는데 물증은 없는 경우가 되었단다. 소현 세자가 심양과 북경에 있으면서 신식 문물을 많이 접하고 왕으로 재질을 많이 쌓게 되었다고 하는데, 소현 세자가 왕이 되었다면 후기 조선의 모습이 많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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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그날) 훌륭한 리더였다는 희망을 버리고 싶지 않았던 거죠. 지금까지 했던 얘기를 종합해 보면 볼모를 자처했던 희생정신, 용골대에게 호통친 담력, 서양의 과학과 문물을 받아들이는 개방성, 거기다가 사업 수완까지 있네요. 그래서 소현세자가 왕이 되고, 봉림대군이 뒤에서 무()를 좀 키워서 받쳐 줬다면 지금 우리가 아는 조선보다는 좀 나은 조선이 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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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시기에 조선을 서양에 소개한 유명한 사람이 한 명 등장한단다. 바로 그 유명한 하멜. 그는 네델란드 동인도 회사 소속으로 일본으로 가던 배가 폭풍우를 만나 제주도에 표류하게 되는데 모두 36명이었단다. 아빠는 하멜이 조선에 표류했을 때 이렇게 많은 사람이 같이 왔는지는 몰랐어. 그들이 처음 왔을 때 말이 안 통했는데, 당시 조선에는 조선인으로 귀화한 네덜란드 사람 박연이 있어서 그를 통해서 하멜 무리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어. 박연은 귀화하고 26년이나 조선에서 살고 있었는데, 조선에서 오래 살아서 모국어를 까먹어 하멜을 처음 만났을 때는 하멜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기도 했다는구나.

조선 사람들은 하멜의 무리를 환대를 해주지는 않았단다. 그들은 조선의 이곳 저곳을 끌려 다니면서 노동에 참여도 해야만 했어. 그러면서 죽은 이들도 꽤 되고 말이야. 하멜에 조선에 머물렀다가 돌아갔다고 해서 환대를 받으면서 잠시 머물다 간 줄 알았는데, 생고생을 하면서 무려 13년이나 있다가 극적으로 탈출했다고 하더구나. 당시 하멜과 조선을 탈출한 사람은 고작 여덟 명뿐이었다고 하는구나. 그리고 고국에 돌아가서 조선에서 경험을 바탕으로 <하멜 표류기>를 쓰게 된 건데, 그 책이 크게 히트를 쳤다는구나. 이 책도 제대로 한번 읽어봤으면 좋겠구나.

….

나선정벌이라는 말이 있어. 아빠도 학교 시간에 들어본 것 같긴 한데 정확히 어떤 것인지 몰랐단다. 청나라는 러시아와 전쟁을 벌이고 있었는데 계속 지게 되자, 조선에 지원병을 보내라는 요청, 아니 명령을 내렸어. 조선을 그걸 거부할 힘이 없어서, 조총부대 200여명을 파견했다고 하는구나. 두 차례에 걸쳐 참전했는데 두 차례 모두 큰 승리를 했대. 그 전쟁은 나선정벌이라고 하는구나. 여기서 나선(羅禪)은 러시아인을 음역한 것이라 하는구나. 아무튼 그 나선정벌의 승리에 기여를 한 것이 바로 조선의 조총부대였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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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박금수) 전투 결과를 보면 러시아군의 배는 총 11척 중 7척이 불에 탑니다. 그리고 러시아 지휘관 스테파노프를 포함해서 총 220여 명이 전사합니다. 조청 연합군의 피해는 전사 120여 명인데, 그중 조선군 전사자는 총 8명밖에 안 되는 일방적인 결과였고요. 이상으로 2차 나선정벌의 전투 경과보고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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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들이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와도 나라에서는 그들에게 보상도 해주지 않았어. 청나라를 위해 싸운 거니까 말이야. 나라에서 싸우라고 시켜 놓고 말이야. 그래도 당시 전쟁기록을 <북정록>이라는 일기에 상세히 적은 신유 장군이 있어서 당시 상황과 그들의 업적을 알 수 있다고 하는구나. 신유 장군은 처음 알게 된 분인데, 오랫동안 기억해야겠구나.

또 한 분 기억해야 할 사람이 있는데 바로 대동법을 실행시키는데 큰 공을 세운 김육이라는 분이란다. 이 분은 다른 책에서도 자주 뵌 분이긴 하지만 업적은 정확히 몰랐는데, 대동법 하면 김육이라고 할 정도로 대동법 실행에 큰 공을 세운 사람이라고 하는구나. 서민들이 얼마나 고마워했냐면, 그가 죽고 나서 그에게 보답하자면서 십시일반 돈을 모아 기념비까지 세웠다고 하는구나. 대동법은 부패한 조세제도를 서민을 위해 혁신적으로 바꾼 개혁 제도란다. 오늘날 정치인들이 보고 배워야 할 사람이라고 생각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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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

(신동주) 그렇죠. 대동법이 시행되면서 세금을 다 쌀로 바치니까 국가에 필요한 물품을 직접 제작해야 할 필요가 생깁니다. 그러다 보니 수공업과 상업이 발달하면서 유통경제가 발달하죠. 또한 유통 과정에서는 당연히 화폐가 필요합니다. 이런 방면에서 김육은 선구적 모습을 보였죠. 십전통보라는 화폐를 주조해서 유통하려 했고, 수차도 보급하는 등 개혁적이고 실용적인 성과가 상당히 많아요. 이런 내용을 보면 ? 조선 후기 실학자의 모습 아니야?’라는 생각이 탁 들잖아요. 보통 실학자들은 재야의 약자들이에요. 정치권에서 소외되었던 사람들인데, 김육은 영의정까지 맡으면서 최고 핵심의 자리에서 실용적이고 개혁적인 여러 가지 정책을 시행했다는 점에서 세상에 미쳤던 효과가 훨씬 더 컸다는 점을 주목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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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여인천하로 유명한 숙종. 그의 재위기간이 무려 46년이나 되는데 주변에 극적인 여자들이 많아서 드라마에 출연해도 늘 조연으로 나오는 숙종. 이 책에서는 그를 주연으로 생각해고 그의 업적을 이야기해보자 했단다. 숙종은 조선의 왕 중에 가장 정통성이 있는 왕이라고 했어. 왕비에게서 태어난 맏아들로 왕을 이어받아 어린 나이에도 강력한 왕권을 행사했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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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

조선의 왕 중에서 정통성으로 가장 우위에 있는 왕은 누구일까? 스물일곱 명의 조선 왕 중에서 적장자는 문종과 단종, 연산군, 인종, 현종, 숙종, 순종으로 총 일곱 명이다. 그리고 적장자 출신의 왕 중에서 가장 존재감이 있는 왕은 현종과 명성왕후의 외아들로 태어난 숙종이다. 숙종이 즉위했을 당시 조선은 중기부터 시작된 당쟁이 절정에 오른 시기였고, 그만큼 신하들의 위상이 컸다. 그러나 열네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왕이 되었지만, 숙종은 결코 신권에 휘둘리지 않았다. 오히려 정통성을 바탕으로 강력한 왕권을 행사해 나가는 왕의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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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네 살에 왕위에 올라 당시 서인의 거두 예순여덟 살 송시열과 맞장을 뜨기도 했으니 대단하시네. 당시 당파싸움이 한창이던 때였는데, 숙종은 그 당파싸움을 이용하여 왕권을 강화했어. 서인과 손을 잡기도 하고 남인과 손을 잡기로 했지. 아무튼 그의 가장 큰 숙제는 왕권 강화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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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

(노대환) 숙종은 기본적으로 왕권을 강화한다는 것이 본인의 지상 과제입니다. 그래서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남인과 손을 잡든 서인과 손을 잡든, 아니면 자신의 외척과 손을 잡든 문제가 아닙니다. 숙종은 상대방을 견제할 수 있다면 어느 세력과도 손을 잡을 수 있죠. 그런데 남인이 결정적으로 발목을 잡힌 이유는 우리 이제 북벌하자. 북벌하려면 새로운 군사 기구가 필요하지 않겠냐.”라며 도체찰사부라는 것을 만들자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이게 괘씸하게 보인 거죠. ‘이 녀석들이 병권까지 도전하는구나.’ 이건 숙종에게 못마땅한 것이니 어떻게 보면 남인 스스로 발목을 잡힌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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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백두산까지 국토를 확장하고, 조선의 땅이라고 못박은 백두산 정계비를 세운 것도 숙종이라고 하는구나. 숙종이 여인천하 속에서 작은 왕이 아니었던 야심 많은 왕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좋은 기회였단다.

그렇다고 숙종의 여인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빼먹고 갈 수 없었지. 인현왕후와 장희빈, 그리고 그 밖에 여인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이야기는 아빠가 그 이전에도 여러 책 리뷰에서 이야기를 해주었기 때문에 오늘은 생략할게.

장희빈이 결국 사약을 먹었지만 그의 아들은 결국 왕위에 오르는데 바로 경종이었단다. 숙종이 왕위에 오랫동안 머무르다 보니 경종은 세자 시절이 조선의 왕 중에 가장 길었다고 하는구나. 무려 30. 왕 위에 오른 경종은 노론의 막강한 힘을 막아내야 했어. 노론은 후자가 없는 경종을 압박하며 동생을 세제로 삼으라고 했고, 그 세제에게 대리청정을 시키라고 했어. 젊은 왕이 버젓이 살아 있는데 겁도 없이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은 노론이 그만큼 막강하다는 거였지. 경종은 반란을 꾸몄다는 이유로 반대파를 죽이기도 했지만, 심성이 착한지라 세제를 죽이지는 못했어. 그러다가 젊은 나이에 그만 죽고 말았단다. 그 이후 왕위에 오른 이가 바로 경종의 동생으로 세제로 있던 영조였단다.

여기까지가 <역사저널 그날 6>의 이야기란다. 역사책을 읽을 때는 참 재미있게 읽는데, 그 기억이 오래 가지 않아서 너무 안타깝구나. 너희들에게 이야기해주려고 해도 기억이 뒤죽박죽슬프다. 나이를 먹으면 정말 기억능력이 점점 떨어지는 건가?


PS:

책의 첫 문장: 1637 1 30, 인조는 삼전도로 나아가 청 태종 앞에 무릎을 꿇었다.

책의 끝 문장: 이어달리기할 때 제일 많이 하는 실수가 배턴을 전달하다가 놓치는 건데, 배턴 터치를 정확하게 해 준 공로는 우리가 인정해줘야 할 것 같아요.


(계승범) 조선 측 전사자가 생기지 않습니까? 그래서 신유가 거의 분노하다시피 하면서 일기를 쓴 게 나오는데, 원래는 원거리에서 불화살을 쏴서 적의 함선을 일단 불태우고 그다음에 소통하러 가려 했습니다. 그런데 청나라 총사령관이 러시아 함선에 적재되어 있을 값나가는 물건들이 아깝다면서 불태우지 말고 배 위에 올라가서 러시아군을 직접 제압하라고 지시하죠. 그러니까 청나라 군대와 같이 움직이던 조선권도 선종에 있던 부대가 근접전을 벌이다가 전사자가 많이 생기고요. 신유가 그걸 보고 저 장수의 탐욕만 없었으면 죽지 않았을 우리 병사가 죽었다며 울분을 토합니다. - P112

(최태성) 조선이 건국되고 난 뒤인 15세기를 이끌었던 세력이 훈구파였죠. 이 훈구파가 16세기에 사람에 의해서 물러납니다. 그리고 사림은 인사권을 놓고 동인과 서인으로 분당되는데, 이후 정여립 모반 사건과 정철의 건저의 같은 사건이 일어나면서 동인이 정권을 잡습니다. 그런데 동인도 서인을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를 놓고 강경파인 북인과 온건파인 남인으로 나뉩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겠지만, 북인이 광해군과 연결되었잖아요. 그래서 광해군이 인조반정으로 실각하면서 북인도 몰락합니다. 이제 남은 건 남인과 서인이죠. 현종 때의 예송 논쟁과 숙종 때의 환국 정치를 거치면서 이 두 세력이 충돌하는데, 최종적인 승자는 바로 서인이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서인도 남인을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에 따라서 강경파인 노론과 온건파인 소론으로 나뉘는데, 노론을 이끌던 대표적 인물이 바로 송시열이었고, 소론을 이끌던 인물이 윤증이었습니다. - P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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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사회
문윤성 지음 / 아작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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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이번에 읽은 <완전사회>란 소설은 인터넷 서점에서 우연히 알게 된 소설이란다. 일단 겉표지가 좀 옛스러웠어. 그래서 오히려 눈길을 주었단다. SF라는 말이 아닌 사이언스 픽션이라고 써 있는 것도 눈길을 끌게 했어. 이런 표지 디자인의 이유가 있었단다. 이 소설은 무려 50년이 넘은 소설이란다. 50년 전에 우리나라에도 이런 SF 소설이 있었다니, 놀랍더구나. 어쩌면 당연한 일인데 아빠의 선입견으로 그 시절에 우리나라에는 SF 소설이 없을 거라고 생각한 것 같구나.

지은이는 문윤성. 본명은 김종안 님이라고 하는구나. 약력을 보니 1916년 강원도 철원에서 태어나서 일제 시대 일본인 교사에서 반항하다 퇴학당하고, 광산에서 노동자로 일하면서 소설과 시를 썼다고 하는구나. 그러다가 1946년 단편을 발표했지만, 이후 활동을 하지 않다가 1965 <주간한국> 1회 추리소설 공모전(SF 소설 공모전이 아니라 추리소설 공모전이다)에서 <완전사회>로 당선되었고, 1967년 정식 출간했다고 하는구나. 추리소설의 과학화를 주장했다고 하셨다고 하는구나. 그 이후 소설들을 계속 발표를 하셨고, 2000년에 돌아가셨다고 하는구나. 우리나라 SF를 출발 주자라 할 수 있는 이를 이제서야 알게 되다니아빠가 너무 무심했구나. 아빠가 이번에 읽은 책은 2018년에 재출간한 책이란다.


1.

50년 전 작품이라고 하지만, 그리 낯설지 않단다. 이 책은 1985년에 개정판을 내면서 제목을 <여인공화국>바꿨고, 그 이후 조금씩 손을 보셨다고 하는구나. 1985년은 제5공화국 시절이고, ‘OO공화국라는 말을 즐겨 쓰던 시기라서 여인 공화국으로 했던 것 같구나. ‘여인 공화국보다는 원 제목인 완전 사회가 좀더 좋아 보이는구나.

, 그런 소설 속 이야기를 들려줄게. 인류는 완전인간을 선정해서 미래로 보내려는 계획을 세웠고, 그런 사람들은 지원을 받았는데, 한국의 우선구라는 평범한 회사원이 선정되었단다. 그는 남태평양의 작은 비커츠 섬에 그가 미래로 갈 기지가 있었어. 다른 SF와 비슷하게 저체온 상태로 잠들기로 되어 있었어. 그 비커츠 섬에는 미래에 어떤 일이 날지 모르니 그를 지키기 위한 무기 등 장비가 갖추어져 있었고, 그를 보호하기 위한 사람들로 작은 마을을 이루었어. 그리고 그는 만반의 준비를 언제 깨어날 지 모른 채 잠이 들었단다.

그는 잠깐 자고 일어났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은 161년이 흘러버렸단다. 161년이 흐른 지구의 모습은 우선구가 생각했던 지구의 모습과 전혀 달랐어. 주변에는 여자들만 있었고, 그를 인류의 조상이나 선배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한낱 실험대상으로 취급했단다. 우선구를 깨운 뒤에 미래인들은 소노본이라는 곳의 병원에 감금시켰어. 그는 거기 갇혀 있으면서 미래 사회에 적응하려고 애썼어. 세계는 하나의 정부로 통합되어 있었고, 남자들은 없이 모든 구성원이 여자들로만 이루어진 세상이었어.

우선구는 그들의 언어인 헤민어도 배웠어. 이 헤민어는 한글의 변형이라서 쉽게 배울 수 있었어.  예전이라면 너무 억지 설정이라고 하겠지만, 한류의 열풍이 불고 한글의 우수성이 널리 알려진 최근에는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리고 책을 통해 장비도 익히고 기술도 익혔단다. 하지만 그는 계속 갇혀 있었고, 감시의 대상이었어.


2.

우선구는 탈출계획을 세웠고, 간신히 탈출해서 다시 비커츠 섬으로 돌아와 숨어 있었어. 그곳에 있던 기록물과 약혼녀였던 장숙원의 일기를 통해서 자신이 잠들어 있는 동안 지구의 역사에서 대해 조금씩 알게 되었단다. 3, 4차 세계 대전이 일어나 거의 모든 인류가 사라지고 전 세계적으로 9천만명 정도만 살아 남았다고 했어. 남은 사람들이 합심하여 다시 재건에 힘쓰게 되었는데, 5차 세계대전이 또 일어났단다. 어떤 과학자가 남자 없이 여자 혼자 아이를 낳는 법을 발견하게 되었고, 폭력적인 남자들 없이도 살아갈 수 있다고 주장했어. 그로 인해 남녀간의 갈등이 생기고 전쟁으로 번지게 되었고, 그로 인해 5차 세계 대전이 일어난 것이고, 이 전쟁에서는 남자는 대패하였고, 생존자들은 일부 지구에 남아 있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화성으로 도망을 갔단다.

세계 대전에 여러 번 발생했지만, 남태평양의 작은 섬 비커츠 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아서 평화로운 섬 마을을 남아 있었단다. 우선구는 비커츠 섬에 있는 통신 장치로부터 괴전파를 통한 남자 목소리를 듣게 되었어. 하지만 그 전파는 어디서 오는 것인지 알 수 없었어.

비커츠 섬에서 지내고 있는데, 신문 기자 리건이 찾아왔어. 리건의 호의적인 모습에 방심했단다. 리건이 쏜 광선 총으로 정신을 잃었단다. 다시 눈을 뜨니 다시 뉴질랜드 본토로 끌려 왔단다. 그러나 이번에는 대우가 달려졌어. 귀빈 대우를 받았어. 이번에는 감시와 통제는 이어졌어. 귀빈 대우를 한다고 하지만 그것도 여전히 감시와 통제. 그가 불만을 토로하며 다시 탈출. 하지만 그는 커다란 전기감옥소에 갇히고, 벌레들의 공격과 배고픔에 죽을 위기에 빠지게 되었어. 다행히 아까 그 신문기자 리건이 친구 루비와 함께 우선구를 살려주었단다. 비커츠의 섬에서 리건이 보인 행동도 우선구를 살리려는 순수한 마음이 있었다는 것이야.

리건이 데리고 온 친구 루비는 최고지도자의 조카였어. 이 미래 사회에서도 빽이 통하는가 보구나. 이때부터 좀 안정적인 생활을 했어. 물론 감시 당하는 건 어쩔 수 없었지만지구 상의 유일한 남자일 수도 있으니 말이야. 이 미래 지구에서는 남자라는 것은 적()의 대상이니 그에게 자유가 주어진다고 해도 감시를 완전히 풀 수 없는 점 이해했단다.

그는 점점 미래 사회에 적응을 했어. 아무리 균일화된 세계이지만 이들에게 불만을 가진 이들이 있었고, 이 세계정부에 반대하는 세력의 시위에 끌려가 참여했다가 감옥에 갇혀 3년 노동형의 벌을 받고 했어. 그리고 어떤 이들에 의해 강제 탈옥되었는데 알고 보니 어떤 종교의 교주가 되어달라는 부탁을 받기도 했어. 다시 잡혀와 감옥에 갇히게 되었지만 말이야.

그는 감옥에서 나와서는 자신이 보고 느낀 이 사회를 빗대어 단편 소설 <미래 전쟁>을 썼어. 이 소설의 전문이 액자식 구성으로 실리기도 했어. 지은이 문윤성의 감각이 뛰어나다는 생각이 들었어. <미래 전쟁>에서는 채식주의자와 육식주의자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전쟁을 그렸는데, 이 소설이 대박 히트를 치게 되었단다. 그 소설은 여성 대 남성 사이의 전쟁을 빗댄 작품이라고 볼 수 있었어. 그래서 지구인들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화성에 살고 있는 이들, 그러니까 남자들과 다시 교류하려는 움직임도 보였단다.

이 소설이 1967년이라서 그 이후 등장하는 신기술들을 모르는 상태에서 썼지만, 이 소설에서 등장하는 미래의 기술들이 낯설지가 않았단다. 오늘날 우리의 일상들과 유사한 기술들이 담겨 있었거든. 읽기 전에도 그랬지만, 읽고 나서도 지은이 문윤성 님이 정말 창의적이고 정말 글 쓰는 재능이 있는 분 같구나. 나중에 기회가 되면 문윤성 님의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구나.


PS:

책의 첫 문장: 인간 사회의 영원한 꿈.

책의 끝 문장: 완전인간이란 감정이 무딘 모양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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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7-17 06: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1967년이라니 우리나라 sf의 계보도 만만찮네요.

bookholic 2022-07-17 18:34   좋아요 2 | URL
그렇죠? 1967년에 놀라고, 작가의 상상력에 놀랐습니다..^^

scott 2022-08-10 16: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북홀릭님 이달의 당선 추카! 합니다
계신곳 비 피해 없으신지요
서울 무섭게 이틀 폭우로 ㅠ.ㅠ

bookholic 2022-08-11 00:45   좋아요 0 | URL
다행히 동네 배수가 잘되고 있는 것 같아요...^^
Scott님도 비 피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축하해 주셔서 감사도 하고요...

mini74 2022-08-10 16: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분 이름을 딴 문학상이 있더라고요. 축하드립니다 *^^*

bookholic 2022-08-11 00:47   좋아요 0 | URL
문윤성 문학상이 있군요...
오늘 받은 적립금으로 수상집을 구매해야겠네요.
좋은 정보 고맙고, 축하해주신 것도 고맙습니다...^^

그레이스 2022-08-10 16: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방금전에 문윤성 문학상에 관한 알림 읽고 왔는데....!

bookholic 2022-08-11 00:47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문윤성 문학상을 통해 제2의 문윤성이 등장하기 바래 봅니다..
즐거운 하루 되시고요~~

새파랑 2022-08-10 17: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역시 북홀릭님~!!
북홀릭님 이름의 문학상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축하드려요 ^^

bookholic 2022-08-11 00:49   좋아요 1 | URL
ㅎㅎ 고맙습니다.
그보다 ‘새파랑 문학상‘이 더 있어 보입니다.^^

서니데이 2022-08-10 21: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bookholic 2022-08-11 00:49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서니데이 님도 비 조심하시고,
즐거운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이하라 2022-08-10 23: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추리소설 부문에 응모했던 소설로는 여겨지지 않는 스토리인데
아마도 서술 방식이 미스테리한가 짐작해 보았습니다.
이런 수준의 SF소설이 1967년에 있었다니 놀랍기만 하네요.

이달의 당선 축하드립니다. 북홀릭님^^ 기쁜 시간 되세요^^

bookholic 2022-08-11 00:50   좋아요 1 | URL
넵, 늘 축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문윤성 님의 다른 책들도 함 읽어봐야겠어요~~^^
즐거운 하루 되시고요...

꼬마요정 2022-08-11 09: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당선 축하드립니다^^
수상집 리뷰도 기대할게요^^

bookholic 2022-08-11 23:44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문윤성 문학상 수상집도 꼭 읽어보겠습니다~~^^

thkang1001 2022-08-11 12: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bookholic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bookholic 2022-08-11 23:44   좋아요 0 | URL
늘 축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하루 남은 금요일 잘 보내시고, 연휴도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강나루 2022-08-12 07: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bookholic님, 이달의 당선작 되신거 축하드려요^^
즐거운 연휴 보내세요.

bookholic 2022-08-13 23:39   좋아요 1 | URL
넵, 늘 축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강나루 님도 즐거운 연휴 되십시오~~

thkang1001 2022-08-12 09: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bookholic님!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시고, 다가오는 연휴 잘 보내세요!

bookholic 2022-08-13 23:40   좋아요 0 | URL
넵!! 고압습니다~~

러블리땡 2022-08-12 23: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50년된 SF소설이라니 표지가 리뷰 읽고 다시보니 표지가 좀 멋진것 같기도해요 ㅎㅎ 북홀릭님 이달의 당선작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bookholic 2022-08-13 23:41   좋아요 0 | URL
네, 제가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된데는 책 표지가 팔할이었던 것 같습니다..^^
축하해주셔서 고맙고요, 즐거운 주말과 광복절 되시기 바랍니다~~
 















(296)

우주는 공()이다. 존재에는 실재가 없다. 그러니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기 얼마나 좋은 세상이냐? 실재하지 않기에 모든 일이 일어날 수 있고, 깨닫지 못한 이들이 그것을 기적이라 부를 뿐이다.


(333-334)

세계와 자신의 불합치. 어떻게든 이 행성에서 살아갈 이유를 만드는 다른 존재들과 달리 끊임없이 이 행성의 출구를 찾는 존재. 합일되지 않은 세계 속에서 느끼는 고통과 불안. 이해 받을 수 없다는 외로움이 굳어져 만든 마음의 외벽. 동시에 이 세상에 입장해 꼬박 스물네 해를 넘긴 후에야 완전히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이 세상과 이 애의 관계였다. 남들과 같은 길을 걷고 있다고 해서 그것이 그 애에게도 길이 될 수는 없었다. 그 애의 우물은 왜 생겨난 것일까. 유라는 고민했지만 도저히 답을 찾을 수 없었다. 하기야 그 애조차 찾지 못했던 것이었으니 애초에 유라가 알아낼 수 있을 리 없었다.


(351-352)

저는 언제나 더 넓은 세계를 갈망했습니다. 그 욕망만이 저를 움직이게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머물고 있는 세계 밖에 또 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때부터 제 욕망은 오로지 그 세계만을 꿈꿨습니다. 제 바람은 언제나 바깥에서 불어왔습니다. 아무리 배를 타고 멀리 나아간다 한들 그 세계에 발붙이고 있는 한 절대로 도달할 수 없는 세계였습니다. 그곳에 갈 수 없다는 생각만으로 저는 언제나 괴로웠습니다. 당신은 제 고통을 모릅니다. 내가 살고 있는 세계, 그 세계보다 더 큰 세계가 있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갈 수 없는 그 고통 말입니다. 제 안은 텅 비어 있습니다. 저는 욕망을 좇는 것 외에 그 어떤 것도 허용되지 않은 세계에서 태어났습니다. 이제 그 욕망이 그 세계를 벗어나 더 큰 세계를 가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세계가 오롯이 저에게 고통만 준다면, 저는 어디로 가야 합니까?


(387-388)

사고는 순간이다. 잠시 눈을 뗀 사이, 잠시 방심한 사이, 잠시 안심한 사이. 하지만 그것은 사고에 대해 잘 모르는 소리다. 사고는 체계적이고 조직적이고 점층적이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무수히 많은 확률을 좁혀가며 그 순간을 향해 뻗어나간다. 그리하여 지점에 충돌하기 전까지 그 일을 막을 무수한 기회가 있었지만 그것을 감지하지 못할 뿐이다. 그렇기에 사회가 존재하고 국가가 존재한다. 개인이 사고의 질주를 눈치채지 못하고 막을 수 없을 때, 국가가 대신하여 사고의 확률을 미리 막아야 한다. 사회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것은 그 해 일어난 사고의 횟수로 알 수 있다. 충분히 예방할 수 있고 막을 수 있던 숱한 일들이 안일하고 무책임한 사회 곳곳에 넘실거린다. 그러니 사고는 한순간일 수 없다. 사고는 아주 긴 시간 동안 차분히 그 지점을 향해 달려오고 있다. 지도를 보기 위해 숙였던 고개를 들었던 그 순간, 한동안 나타나지 않았던 그 남자가 이인의 눈에 다시 보인 것도 한순간의 사고가 아닌 이전의 일로부터 파생된 사고의 연장선일 뿐이며 그로 인해 운전대를 급하게 틀다 절벽 아래로 차가 떨어진 것도 결국 계획되어 있던 일인 것이다. 누군가로, 혹은 세상의 어떤 불합리한 힘으로부터.


(404-405)

삶과 죽음의 경계는 슬픔의 척도 같았다. 얼마만큼 슬프고 괴로운지를 알리기 위해서는 삶에서 죽음으로 기꺼이 넘나들 수 있어야 했다. 그런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은 거짓된 고통, 거짓된 슬픔 혹은 크지 않은 고통, 크지 않은 슬픔이 되었다. 고통과 슬픔, 좌절과 모멸, 증오와 살의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누간가 살라고 말했다. 죽을 생각이 없는 사람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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