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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노말리
에르베 르 텔리에 지음, 이세진 옮김 / 민음사 / 2022년 5월
평점 :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얼마 전에 엄마가 우리 집에 <아노말리>란 책이 있냐고 물어봤어. 아빠는 처음 들어보는 책 제목이라서
없다고 했지. 그리고는 무슨 책인가 검색해봤단다. 2020년
공쿠르상 수상작이더구나. 이 역대 공쿠르상 수상작 중에 가장 많은 판매를 기록한 책이기도 했대. 평점들도 좋고… 그래서 잽싸게 구해서 아빠가 먼저 읽어보았단다.
소설 제목 <아노말리>는
이상, 변칙, 모순이라는 프랑스 말이란다. 이 책을 읽을 때 책 소개도 안 보고, 리뷰도 안보고 읽은 것이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책을 다 읽고 책 뒷면에 책소개을 읽어보니 그 책소개도 읽어보지 않고
책을 읽을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만큼 책에 대한 내용을 최대한 모른 상태에서 읽은 것이
재미를 더한 것 같구나. 이 정도 이야기하면 너희들도 무슨 큰 반전이 있는가 보다 하겠구나. 반전이라기 보다는 중간에 예상치 못한 설정이 나와서 책장 넘기는 속도는 더 빨라지게 되더구나.
이 책의 지은이는 에르베 르 텔리에라는 사람인데, 아빠의 기억력으로
지은이의 이름을 오랫동안 외우기는 쉽지 않겠구나. 소설 제목도 낯선 외국어라서 기억하기 쉽지 않을 텐데
말이야. 아무튼 아빠는 참 재미있게 읽었단다. 아빠의 취향에
잘 맞았다고 할 수 있지.
1.
소설의 시작은 블레이크라고 하는 사이코패스의 이야기로 시작한단다. 그래서
범죄스릴러 소설인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읽기 시작했어. 블레이크라는
이름은 본명을 아니고, 스릴러 소설가 이름에서 따온 가명이었어. 그는
청부 살인을 하기 시작했는데, 사전에 철저한 준비로 늘 완전 범죄였단다. 블레이크는 그렇게 청부 살인을 하지만, 겉으로는 평범한 가정을 가진
사람이란다. 그의 본명은 조. 주변 사람이나 가족들은 그를
평범하지만 성공한 사업가로 알고 있단다. 플로라라는 아내가 있고, 아이도
둘이 있단다. 처음에는 블레이크라는 가명을 썼지만, 청부
살인이 늘어나면서 20개가 넘는 가명을 만들었단다. 얼마
전 청부 살인을 위해 파리발 뉴욕행 비행기를 탔다가 난기류로 고생한 적이 있었단다.
…
빅토르 미젤이라는 별로 안 유명한 작가가 있단다. 자신의 작품은 별로
없고, 번역으로 근근이 먹고 살고 있는 50대 남자란다. 몇 년 전 첫눈에 반한 여인을 잊지 못하고 있는 순정남이기도 해. 그런데
그 여인을 어떤 모임에서 스쳐 지나듯 만난 거라서 이름도 모르고 이젠 얼굴도 가물가물해. 빅토르는 얼마
전 미국에서 번역상을 받게 되어 뉴욕행 비행기를 탄 적이 있단다. 그 비행기에서 죽음의 공포를 느낄
만한 난기류를 경험했어. 빅토르는 파리로 돌아와서 번뜩 떠오른 영감으로 소설 <아노말리>를 썼단다. 하지만
당시 빅토르는 심한 우울증을 겪고 있었고, 소설을 다 쓰자마자 자살로 삶을 마감했단다. 그런데 그 소설이 대박이 났어.
…
뤼시라는 영화 편집자가 있단다. 미녀이고 아이가 있는 미혼모였어. 뤼시를 따라다니는 앙드레라는 사람이 있었어. 뤼시도 앙드레에게 아주
마음이 없는 건 아니라서 데이트도 했단다. 데이트한 장소 중에 한국 식당도 있더구나. 굳이 한국 식당에서 데이트를… 요즘 전세계적으로 한식이 유행이라고
하더니 거짓말은 아닌가 보구나. 이런 소설에서도 한국식당이 등장하는 걸 보니… 앙드레가 미국 출장을 갈 일이 있어서 뤼시도 함께 갔었는데, 그때
엄청난 난기류를 만나서 고생했단다.
아빠가 등장인물을 한 명씩 소개해주고 있는데, 마지막은 거의 비슷하구나. 엄청난 난기류를 만났다. 너희들도 예상했겠지만, 등장인물들은 모두 같은 비행기를 탔던 거야. 파리발 뉴욕행 비행기.
그 비행기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나? 뤼시는 얼마 후 경찰이 찾아오기까지
했단다.
2.
뉴욕에 살고 있는 데이비드는 몸이 안 좋아서 의사인 형을 찾아가 검사를 받았단다. 검사 결과는 최악이었단다. 췌장암
4기. 너무 늦게 발견되어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급격하게 악화되어 죽고 말았단다. 음, 이 사람도 그 비행기를 탔던 사람인가?
…
클라크라는 미국 군인이 있었어. 아내는 에이프릴이고 리엄과 소피아라는
아이들이 있었어. 클라크는 무척 엄하면서 무서운 아버지이자 남편이었단다. 그들은 파리로 가족 여행을 갔다가, 클라크를 제외한 에이프릴, 리엄, 소피아만 비행기로 뉴욕으로 돌아왔단다. 바로 그 난기류가 엄청났던 비행기. 얼마 후 FBI가 그들을 찾아와 그들을 데리고 갔단다. 조애나라는 젊은 변화사도
그 비행기를 탔었는데 마찬가지로 FBI가 찾아왔단다. 슬림보이라고
하는 나이지리아 출신 R&B 가수도 그 난기류 심한 비행기를 탔었어. 슬림보이는 최근에 엄청난 인기를 얻어 전세계적으로 유명해지게 되었단다. 그도 FBI가 찾아와서 데리고 갔어.
….
지금까지는 비행기 탑승자들 중 일부를 이야기 주었는데, 이번에는 비행기를
타지 않은 사람이 나온단다. 에이드리언이라고 하는 MIT 교수이자
확률전문가였어. 대학원 다닐 때 그가 내세운 가설 때문에 비행기 사고 관련 정부 비밀 요원이라는 직함도
있었는데, FBI의 호출을 받았어. 그가 오랫동안 비밀 요원으로
있으면서 호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단다. 그만큼 긴급 상황이라는 거지. 에이드리언이 간 곳에서는 FBI뿐만 아니라 정보 모든 주요 부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단다.
비밀 공군기지에 파리에서 온 보잉787기 비상 착륙해 있다고 했어. 그런데 비행기에 탄 사람들, 그러니까 기장, 부기장, 승객들 모두가 이미 세 달 전에 동일한 비행기를 타고 착륙했었다는
거야. 그리고 그들은 오늘 날짜를 세 달 전인 3월 10일로 알고 있다는 거야.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걸까?
갑자기 소설은 SF로 점프를 했단다.
똑같은 비행기가 똑같은 승객을 태우고 3달 뒤에 또 나타났다. 이걸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미국 정보와 FBI는 이런 일을 경험하지 못했으니, 어떻게 할지 모르고 일단 사람들은
감금시켜 놓았단다. 그리고 3개월 전에 탑승했던 사람들을
찾아 불러보았던 거야. 그런데 이 비행기의 기장인 데이비드는 이미 죽었다고 했어. 앞서 아빠가 등장인물 소개할 때 췌장암 말기 환자인 데이비드를 소개했었는데,
그 사람이 바로 이 비행기의 기장이었어.
승객들을 모두 격리하고 있었는데, 한 명이 빠져 나갔단다. 가짜 여권을 가지고 있던 블레이크. 아마 자신의 신분이 들통났다고
생각했겠지. 그는 그곳에서 빠져 나와 다시 다른 가짜 여권으로 파리로 돌아왔단다. 자신의 집에서 그는 무엇을 봤을까. 그래 3개월 정도 더 늙은 자신을 봤지… 그는 왜 그렇게 되었는지 알아볼
생각도 없이 또 다른 자신을 죽여버렸단다. 그리고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고 일상으로 돌아갔단다. 연쇄살인마의 사이코패스가 무엇을 이야기하겠니.
3.
이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각계 각층 전문가와 종교인들이 모두 모였지만, 뾰족한
답을 얻을 수 없었단다. 그나마 설명 가능한 것이 소설이나 영화 속에만 이야기되었던, 이 세상이 프로그램화된 것이었어. 프로그램이 오류가 생겨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말이야. 미국 정부는 더 이상 이 사실을 숨길 수 없다고 생각하고 공개하는 것을 준비했어. 먼저 당사자인 프랑스 정부에 이 소식을 알리고, 중국 정부에도 알렸단다. 그런데 중국 정부도 깜짝 놀랐어. 사실은 자신들도 두 달 전에 그와
비슷한 일이 일어났고, 여전히 그 진실을 숨기고 두 달 째 사람들을 감금하고 있었거든. 역시 중국답구나.
미국과 프랑스 정부는 더 이상 숨기지 않고 함께 일반인들에게 공개를 하기로 하고, 당사자들끼리도 만나는 자리를 마련했단다. 그러니까 이 이상한 현상에
대해서 적응을 하자는 것이었지. 나랑 똑 같은 사람을 거울이 아닌 실물로 만나는 것은 기분이 정말 이상할
것 같구나. 어떤 이는 함께 협력하려고 하는 이도 있지만, 적대적으로
대하는 경우도 있었단다. 가족 구성원은 한 명씩인데 나만 두 명? 기분이
이상할 것 같구나. 아빠가 그런 상황이라면 멀리 떠나서 혼자 지낼 것 같구나.
그런데 그 세 달 사이에 자살을 한 빅토르 같은 이에게는 또 한번의 기회가 온 거야. 그리고 췌장암 4기인 빅토르는 어땠을까? 이번에는 한두 달 일찍 치료를 일찍 시작하였단다. 과연 살아날 수
있을까? 아니면 끔찍한 경험을 가족들에게 두 번 주게 될까?
….
소설은 그렇게 새로운 아노말리에 대해서 적응하는 것으로 소설이 끝이 났단다. 그리고
마지막은 예상 가능한 일이 하나 더 벌어지는 것과 함께….
독특한 설정의 소설이었고, 지은이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좋았단다. 이 세계는 정말 프로그램된 세상일까? 아빠도 그런 생각을 많이 해
본 적이 있는데, 아주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다만 지구의 생태계를 프로그램 하는데 굳이 이 광활한 우주를 만든 이유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말이야. 지은이 에르베 르 텔리에의 작품 중에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책은 이 책이 유일한데, 나중에 출간되는 책이 있다면 또 읽어보고 싶구나.
PS:
책의 첫 문장: 누군가를 죽이는 것,
그건 아무것도 아니다.
책의 끝 문장: “어 내 생도프 소 속 의 한 처 리 한 느 성과
반 많 자에 ㅇ ㅣ ㅎㅑㅇ ㅁ1 ㅇ ㅏ ㅁ ㅇ ㅅ ㄹ ㄲ ㅡ 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