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비곡 소오강호 1
김용 지음, 박영창 옮김 / 중원문화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고등학교 다닐 때 친구들이 수업시간 몰래 보던 소설이 있었어. <영웅문>이라고… 당시 아빠는 책 읽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만화책도 아닌데 그렇게 소설책에 빠져 읽은 친구들이 좀 이해가 가질 않았지.
대단한 책벌레들이네, 이러면서… 그랬다가 군대에
있을 때(군대 이야기해서 미안~) 아빠도 <영웅문>의 세계에 빠져 들었단다. 그리고 나중에 커서 김용의 <영웅문> 시리즈가 정식 번역되어 출간되었을 때, 다시 한번 옛 기억을
살리면서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구나.
<사조영웅전>, <신조협려>, <의천도룡기> 강호에서 펼쳐지는 영웅호걸들의 이야기들… 세월은 빨리 흘러서 그것을 읽은 것도 어느덧 십오 년이 되었구나. 김용은
위 세 작품 말고도 많은 무협지를 남겼고, 영화, 드라마로도
많이 만들어졌단다. 위 세 작품 말고 다른 작품들도 읽어보겠다고 아빠가 몇 년 전에 인터넷 서점에서
싼 가격에 판매되어 산 책들이 있어. 오랜만에 불쑥 김용의 소설을 읽고픈 생각이 들어서 하나 꺼내 든
것이 바로 <소오강호>란 책이란다.
이 책은 <동방불패>란
영화로도 만들어져서 유명한 소설인데, 영화 <동방불패>도 인기를 끌긴 했지만, 소설과 내용이 많이 다르다고 하더구나. <소오강호>는 또 얼마 전에(그것도 몇 년 된 것 같은데…) 정식 번역본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단다. 그럼 아빠가 그 전에 사 둔 것은 정식이 아니었나 보구나.
음, 그래도 줄거리는 같겠지… 하면서 그냥 읽기로
했단다. <소오강호>는 모두 여덟 권인데 한번에
쭉 읽어도 좋겠지만, 드라마 보듯이 주말마다 한 권씩 읽을 계획으로 책을 집어 들었단다. 자, 그럼 어떤 이야기가 실려 있는지 간단히 해줄게.
1.
남국 복건성의 복위표국의 주인 임진남의 아들 임평지가 사냥을 나섰다가 술집에서 시비가 붙어서 실수로 사람을 한
명 죽였단다. 강호의 세상에서는 그럴 수 있는 법. 그 일이
있고, 복위표국 임진남의 수하들이 하나 둘 죽었단다. 임진남의
수하들이 많이 죽고, 임진남 부부는 임평지와 함께 도망을 갔어. 복위표국의
사람들을 모두 죽인 이들은 다름 아닌 청성파 사람들이었단다. 임평지가 실수로 죽인 사람이 청성파 관주의
아들이었거든..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것에 대한 복수는 핑계였고,
청성파가 복위표국 사람들을 공격했던 이유는 임진남 집안에 대대로 내려오는 <벽사검보>라는 유명한 비서를 빼앗기 위함이었지. 그렇다고 청성파가 나쁜
무리들이냐, 그것도 그렇다고 할 수 없었어. 이 소설이 펼쳐지는
강호에서 나쁜 무리들은 “마교”라는 집단의 사람들이었거든. 청성파는 그런 마교에 속하지는 않았으니까… 그런데 하는 짓을 보면
청성파 사람들도 그리 착한 사람 같지는 않구나.
도망을 간 임진남 부부와 임평지는 결국 청성파 무리들에게 붙잡히게 되었고, 술집의
노인과 소녀가 나타나 임평지만 간신히 구해 주었단다. 임평지는 청성파들이 부모님을 형산으로 잡아갔다는
사실을 알고, 꼽추로 위장을 해서 형산으로 향했단다.
…
형산에서는 얼마 뒤 형산파의 장문인 유정풍 대협의 은퇴식이 예정되어 있어서 강호의 호걸들이 다들 형산에 모여들고
있었단다. 소문에 의하면 형산파에서 유정풍과 막대선생이라는 이가 세력 다툼을 했는데, 막대선생에게 밀려 은퇴한다고 하더구나. 화산파 사람들도 유정풍의
은퇴식에 참석하기 위해 형산으로 오고 있었단다.
화산파는 <소오강호>의
공식 주인공 영호충이 대사협으로 있는 조직이니, 잠깐 소개를 해볼개.
화산파의 장문, 그러니까 리더는 악불군이라는 사람이고, 악불군의
아내 악부인도 무공이 뛰어난 사람이란다. 그리고 영호충은 어렸을 때 부모를 잃고 악불군이 키워서, 영호충은 악불군와 악부인은 부모님이자 선생님으로 대했단다. 악불군의
딸 악영산이 있었는데, 영호충은 악영산에게 사랑의 감정을 가지고 있었단다. 악영산도 어렸을 때부터 영호충을 잘 따랐단다. 영호충이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설명해 주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정의롭고 착하면서도 호탕하기도 하고 아무튼 무협지의 주인공이
갖출 수 있는 것은 다 갖춘 듯 했단다. 아참, 외모도 준수하고… 아참, 술도 잘 먹고..
…
화산파는 오악검파 중의 한 파였는데, 오악검파는 화산파, 숭산파, 태산파, 항산파, 형산파 이렇게 다섯 개 파가 마교에 맞서 싸우자면서 맺은 연맹 같은 것이었단다. 그들은 모두 다른 파이지만, 마교와 비교하여 자신들은 정교라고 했어. 마교와 싸울 일이 있으면 합심을 다시 싸우고 이번처럼 행사가 있으면 모여서 축하해 주기도 했어.
2.
오악검파의 일원인 항산파 사람들도 형산에 왔는데. 항산파는 비구니
스님들로 이루어졌단다. 정일사태가 젊은 비구니들을 데리고 유정풍 은퇴식에 참석하기 위해 형산에 왔어. 그런데 항산파 사람들이 이상한 이야기를 했단다. 영호충이 색마로
유명한 전백광과 친구를 맺고 항산파의 젊은 비구니 스님 의림을 잡아 두고 있다는 거야. 이 일로 항산파의
정일사태는 화산파에게 화를 냈는데, 얼마 후에 의림이 도착해서 그 동안의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단다.
의림은 전백광에게 잡혀서 희롱을 당하고 있었는데, 영호충이 나타나서
꽤를 써서 전백광을 꼼짝 못하게 하고 의림을 탈출시켰다는 거야. 영호충이 무공으로는 전백광을 이기지
못해서 기질을 발휘했다는 거지. 그런데 그런 와중에 전백광과 싸움을 피할 수 없어서 싸우다가 중상을
입었고, 나중에 그곳에 온 청성파 두 사람에게 죽음을 당했다는 거야.
의림이 영호충의 시신을 끌고 오다가 의림도 힘이 빠져 정신을 잃었고, 다시 깨어보니 영호충의
시신이 사라졌다고 했어. 그래서 혼자 형산에 왔다는 거야.
앞서 이야기했지만, 영호충의 정의롭다고 했잖아. 그런 정의로움이 난처함에 빠진 의림을 구출해 주려고 했던 거란다. 형산파
유정풍의 은퇴식에 청성파 관주 여창해도 왔었는데, 의림의 이야기를 듣고 곤란한 입장이 되었단다. 청성파 사람들이 영호충을 죽였다고 하니 말이야…
...
그런 호걸 무리들 사이에 꼽추로 변신한 임평지도 한쪽 구석에 앉아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단다. 부모님 소식을 들으려고 말이야. 그런데 그의 외모가 이상하다 보니
눈에 띌 수 밖에 없었지. 변장을 해도 티 안 나게 해야지, 꼽추라니… 호걸들이 임평지에게 누구냐고 자꾸 추궁하여 묻자, 임평지는 목고봉의
손자라고 거짓말을 했단다. 목고봉은 꼽추이지만 무공이 아주 뛰어난 사람으로 유명하거든. 그런데 잠시 뒤 목고봉이 그 자리에 나타났어. 목고봉은 임평지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걸 알았지만, 그 상황이 재미있어서 임평지의 거짓말을 맞받아쳐 주었단다. 그러면서 목고봉은 임평지를 데리고 그곳을 떠났단다. 하지만 목고봉이
그리 착한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안 임평지는 그에게서 도망을 갔고, 나중에 화산파 사람들과 만나게 되어
악불군의 제자가 되었단다.
…
곡비연이라는 여성 호걸이 나타나서 의림을 데리고 기녀원이라는 곳을 데리고 갔단다. 의림은 기녀원이라는 곳이 비구니 스님이 오지 못할 곳이라는 것에 얼굴을 붉혔지만, 곡비연이 의림을 그곳으로 데리고 온 이유는 그곳에 영호충이 있었던 거야. 죽은
줄 알았는데 살아 있는 채로 말이야. 하지만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위중한 상태였어. 의림은 항산파의 특효가 대단한 영약을 가지고 있었는데, 의림은 그
약을 여호충에게 먹이고 바르고 해서 영호충이 정신을 차리게 되었단다.
의림은 정신이 든 영호충을 데리고 기녀원을 떠났는데 그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도망 신세가 되었어. 둘이 같이 다니면서 의림은 영호충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되었단다. 의림은
비구니 스님이라서 사랑을 할 수 있는 처지인데 말이야. 그 사랑의 감정 때문에 의림은 괴로워하면서 갈등을
했단다. 영호충은 의림의 보살핌과 영약으로 점점 회복해 갔단다.
3.
다시 형산파 유정풍의 은퇴식 이야기를 해줄게. 그가 은퇴식을 앞두고
있는데, 관원, 그러니까 나라의 관리가 찾아와서 황제의 성지라고
하면서 읽어 내려갔어. 유정풍에게 벼슬자리를 준다는 내용이었어. 그
자리에 있던 영웅 호걸들이 다들 수군수군댔단다. 유정풍이 은퇴를 하려는 이유가 바로 벼슬을 하기 위함이었다고… 다들 유정풍에 배신감을 느끼고 있었지. 그런데, 오악검파의 한 파인 숭산파 사람들이 수십 명 몰려와서 유정풍의 은퇴식을 미루라고 요구했어. 그 이유는 마교 교주인 동방불패과 관계를 해명하라는 요구였단다. 이건
또 무슨 소리.. 정교인 형상파의 리더가 마교 교주와 관계가 있다고?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놀랬어. 유정풍은 그 내용을 거부하지
않고 잘 설명했어. 그들을 설득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 그는
마교 출신 곡양과 친구가 되었다는 거야. 곡양과 친구가 된 이유는 음악을 위해서라고 했어. 자신은 칠현금을 연주하고 곡양은 퉁소를 연주하는데, 앞으로는 음악에만
몰두하기 위해서 무림을 떠나기로 했다는 거야. 그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서라고 말이야. 하지만 숭산파 사람들은 마교의 곡양과 친구를 맺었다는 사실에 다른 꿍꿍이가 있다고 유정풍의 말을 믿지 않았단다. 그러면서 그 자리에 참석한 다른 오악검파 사람들에게도 선택을 하라고 했어. 유정풍의
말을 믿을 거냐, 말 거냐. 유정풍의 말을 믿건 안 믿건
둘째 치고 마교 출신과 친구를 맺었다는 것만으로도 그와 같은 편이 될 수 없다고들 생각했단다. 심지어
유정풍이 몸을 담고 있던 형산파의 제자들도 모두 유정풍과 등을 졌단다.
…
여기까지 1권의 이야기란다. 아빠가
밀린 독서편지를 따라잡는다고 중간중간 이야기를 훅훅 떼어먹고 이야기를 해서 간혹 앞과 뒤에 연결이 안 되는 부분도 있는데 이해해 주길 바라고, 나중에 너희들도 김용의 소설들에 빠질 날이 있으면 그 때 풀 스토리의 재미를 느끼면 되니까...
자, 그럼 오늘은 이만 마칠게.
PS:
책의 첫 문장: 싱그러운 꽃내음이 봄의 훈풍에 실려 오는 남국의 봄날이었다.
책의 끝 문장: 어느 누구든 우리 은사를 해치고자 한다면 나를 먼저
죽이도록 하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