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앞의 생 (특별판)
에밀 아자르 지음, 용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5월
평점 :
품절


그 유명한 《자기 앞의 생》을 이제야 읽었다. 전에도 한두 번 주절댄 바 있거니와 축생 따위의 같잖은 것이 가당찮게 베스트셀러에 대한 반감이 있어 그동안 읽지않고 힘써 버티고 있었는데, 남들이 모두 좋다고 하는 데는 역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헛되이 전해진 이름은 없더라는 이야기. 이건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늙으면 뭐든지 계속 버티기가 조금 곤란해진다. 골육이 약해져 뼈에는 구멍이 숭숭 뚫리고, 관절은 수시로 쑤시고, 조여주면서 버티는 근육은 한번씩 풀어져 참 황당하게도 본인의 의도와는 전혀 무관하게(아니,,,의도에 반하여) 몸속에 갈무리되어 있던 내용물들을 밖으로 조금 찔끔 내보내기도 한다. 내용물은 물론 밑에서 나오지만 앞 쪽으로 나올 때도 있고 뒤로 나올 때도 있다. 보석처럼 영롱하게 빛나는 젊은이들은 이런 이야기를 무슨 안드로메다로의 우주여행 비슷한 이야기로 여기겠지만 시간이란 놈은 북조선이 호기롭게 쏘아올린 대포동 미사일보다도 훨씬 더 날쌘 것이어서, 인간이나 축생이나 개나 소나 뭐든지간에 세월가면 찌그러지고 쭈그러지고 삭고 닳아 결국은 썩어 흙이 되는 것이다. 말인즉슨 발광(發光)을 하고 발광(發狂)을 하고 용천을 하고 승천을 해도 결국에는 한 웅큼 부토로...한 덩어리 똥떵거리로....돌아가는 것이 인생이라는 말씀되겠다. 어머!!! 이야기가 너무 멀리 나갔네. 호호호

 

각설하고, 비록 철은 지났지만 어쨌든 아직도 회자되고 있는 유명한 대중가요 ‘모모’의 ‘모모’가 마하엘 엔더(이것도 별 쓸데도 없는 이야기인데, 옛날엔 ‘미카엘 엔더’ 라고 했다. 외국어 표기법이 어떻게 바뀌어지고 있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는데, ‘까라마...’ 어쩌고를 쓴 유명한 러시아 작가를 혹자는 ‘도스토예프스키’라고도 하고 또 혹자는 ‘도스또예쁘스끼’라고도 하고 또 다른 혹자는 ‘토스토옙스키’라고도 하면서 혹자들 입맛대로 주절거리니 우리 고명하신 작가께옵서 어느날은 ‘도’선생도 되었다가 다른 날은 ‘토’선생도 되었다가 또 ‘또’선생도 되고 뭐 그렇다. 고호는 고흐가 되었고, 노통은 노통브가 되었고, 리건은 레이건이 되었고, 소생은 축생이 되었다. 다행이다. 뭐라도 되어서...)의 소설 <모모>의 그 ‘모모’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혹 계시는지 모르겠다. 한심한 소생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그런줄 알았다. 소생은 작년 연말인가 ‘모모’를 부른 가수에 대한 신문기사를 보고 그 모모가 그 모모가 아니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아 부끄럽다....음...

 

금일에야 이 책을 읽으니 ‘모모’의 노래 가사 중에 나오는 ‘인간은 사랑없이 살 수가 없다는 것을’, ‘너무 기뻐서 박수를 치듯이 날개짓하며, 날아가는 니스의 새들을 꿈꾸는’ 이 구절들이 모두 책 속에 그대로 나오는 문구였다. 옛날에는 ‘날아가는 니스’ 가 과연 무슨 말인가 약간 의아하기도 했던 것이관대, 뭐 나름의 깊은 의미가 있을 것이라 홀로 짐작하고 애써 궁구하여 보지는 못하였다. 아둔한 소생은 다만 ‘니스’가 날아간다고 생각했었는데 ‘니스’는 프랑스의 도시 이름이니 날아갈 리가 없고, 날아간 것은 역시 새였다. 아무렴!

 

쓸데없는 이야기 하나 더. 또다른 철지난 유행가 중에 ‘걸어서 하늘까지’라는 노래가 있다.(드라마 주제곡이기도 하다) 가사 중에 ‘...말이 없이 살아가라고, 아주 쉽게 충고하지만, 세상 사는 어떤 사람도...’ 이라는 구절이 있다. 소생의 친한 친구 중 한 명(이 친구의 별명은 ‘장소팔’이다. 짐작하셨다시피 역시 유유상종이다.)은 이 구절 ‘아주 쉽게 충고하지만’을 ‘아저씨께 충고하지만’ 이라고 불렀다. 소생도 그런 줄 알았다. (왜 유유상종이겠는가?) 물론, 왜 아저씨에게만 충고를 해야하나??? 아줌마에게는 과연 필요없나??? 하는 생각도 잠깐은 하기는 했지만, ‘아저씨께’가 ‘아주 쉽게’로 밝혀지자 우리는 모두 깜짝 놀랐다. 왜 아니겠는가!!! 노래를 한번 들어보시라. 분명히 아줌마가 아니라 아저씨에게 충고하고 있다.

 

전직 창녀이자 아우슈비츠에서 살아 돌아온 유태인 할망구가 창녀들이 낳아 버린 자식들을 맡아 키운다. 모모는 그 아이들 중 한명이다. 모모는 모하메드의 줄임말이다. 모모는 아랍인이고 이슬람교도다. 힘없는 늙은이들, 역시 힘없는 버려진 아이들, 유대인, 아랍인, 여장남자, 창녀들....저 밑바닥에서 이것저것 끌어모은 느낌이다. 인물 설정이 다소 작위적이라는 생각도 든다. 연이나 어쨌든 소설은 잘 읽히지만 독후에는 마음이 쓸쓸하고 속이 허하다. 로맹 가리하면 역시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가 먼저 떠오른다. 책 뒤에 있는 작가 연표를 보고 인터넷에서 ‘진 세버그’를 찾아봤다. 숏카트 머리의 보이쉬한 미인이 검색된다. 그녀가 흑인인권운동가였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로맹 가리와 별거 중에 진 세버그가 임신을 하자 FBI는 진이 흑인 아이를 가졌다고 비열한 모략을 했다. 나중에 진은 그녀의 차 뒷자석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사인은 과음후 치사량의 약물복용. 진 세버그 사망 일년 후 로멩가리도 권총 자살.

 


댓글(21) 먼댓글(0) 좋아요(4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그재그 2016-03-07 20: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자기앞의 생...너무 좋아하는 작품인데 여기서 보니 또 반갑네요~
리뷰 잘봤습니다.

붉은돼지 2016-03-07 20:29   좋아요 0 | URL
저도 그 명성만 듣고 있다가 이제서야 읽게 되었습니다...
제가 쓴 잡글은 `리뷰`라기에는 보시다시피 얼또당또 않습니다.
그냥 `자기 앞의 생`으로 부터 연상된 쓸데없는 이런저런 이야기들입지요 ^^;;;

탕기 2016-03-07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석처럼 영롱하게 빛나는 젊은이들은 이런 이야기를 무슨 안드로메다로의 우주여행 비슷한 이야기로 여기겠지만 시간이란 놈은 북조선이 호기롭게 쏘아올린 대포동 미사일보다도 훨씬 더 날쌘 것이어서, 인간이나 축생이나 개나 소나 뭐든지간에 세월가면 찌그러지고 쭈그러지고 삭고 닳아 결국은 썩어 흙이 되는 것이다.˝

아아! 이 구절은 언젠가 (아마도 제가 2~30년이 지나고 난다면) 인용하고 싶을 정도로 와닿는군요! 아니, 제 나이에 와닿는다고 하면 혼쭐이 나겠죠... 그래도 참지 못하고 그 구절을 이면지에 옮겨가겠습니다.

『자기앞의 생』은 저도 붉은돼지 님처럼 `베스트셀러 반항증`이라는 중증에 걸려 있는 까닭에 서재에서 뺐다가 꼽았다가 다시 뺐다가 거꾸로 꼽곤 하는... 저의 불치병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그런 대표작이라... 읽어봐야겠죠? ㅎㅎ

붉은돼지 2016-03-08 09:22   좋아요 0 | URL
저도 옛날에는 은근히 베스트셀러에 대한 반감이 있어서 `베스트셀러`라고 하면 일부러 안보고는 그랬습니다만.... 사실 사람들이 많이 사서 읽은 책들은 다 나름의 무언가가 있는것 같습니다.
탕기님께서 아직 <자기 앞의 생>을 안 읽으셨다고 하시니 언제 시간날 때 함 읽어보심이....
술술 잘 읽힙니다. 양도 많지가 않구요...^^

CREBBP 2016-03-07 21: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그렇군요. 저도 그 모모가 저쪽 모모인줄 알았는데, 마치 음성지원되는 목소리처럼 기억하고 있는 대목이 바로 그 가사에 있는데 말이죠 `할아버지 사람은 사랑이 없어도 살 수가 있어요?` 라고, 마지막 부분의 클라이맥스(?) , 창녀가 병들어 온동네 사람들이 동원되던 난리부르스와 그 이후의 그 절절함은 말씀하신 대로 앞부분의 작위적인 부분을(그런데 그 작위적 이란 부분도 번역에서 우러나오는 말투 때문일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더라는)을 완전 상쇄시켰다는 생각이에요. 리뷰글 너무 재밌어서 즐겁게 읽었습니다.

붉은돼지 2016-03-08 09:37   좋아요 0 | URL
모모는 생을 쫓아가는 시계바늘이다. 여기서 아마 시간도둑이 등장하는 모모를 많이들 떠올리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인터넷을 보니 `모모`가 78년도 대학가요제 입상 곡이더군요....
인간은 사랑없이 살 수가 있는지 어떤지 소생은 잘 모르겠지만....뭐 축생 쯤이나 되고보면 사랑도 좋기는 하지만 역시 밥 없이는 살 수가 없는 것이죠.....네...^^;;;;

oren 2016-03-07 21: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붉은돼지 님의 글을 읽으니 저도 <로맹 가리>를 읽고 나서 장문으로 쓴 글 속에 `감만준의 모모`를 슬쩍 집어넣었던 기억이 납니다. 붉은돼지 님과 아주 닮은 이유로 말이지요. 제가 쓴 글에서는 `김만준의 모모`뿐 아니라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와 `가마우지`까지도 꽉꽉 우겨넣었었지요. 물론 진 세버그의 사진도 빼놓지 않았었구요. 로맹 가리도 대단하지만, 에밀 아자르도 참 대단한 인물이더라구요... http://blog.aladin.co.kr/oren/7383466

붉은돼지 2016-03-08 09:49   좋아요 0 | URL
모모에 새들은 페루에가서....에 가마우지에 진 세버그....등등 꽉꽉 우겨 넣은 글 잘 읽었씁니다.ㅎㅎㅎ

전쟁영웅, 외교관, 저명한 소설가, 여배우와의 사랑....생각해 보면 한 세상 멋지게 살았던 것 같습니다. 물론 아픔과 상처도 있었겠지만 말입니다....^^

북다이제스터 2016-03-07 22: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모가 모하메드 였네요.
오늘도 또 하나 더 배웁니다. ^^

붉은돼지 2016-03-08 09:50   좋아요 1 | URL
모모는 아랍소년이고 이슬람교를 믿고 있더군요 ^^

기억의집 2016-03-07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을 고등학교때 읽었어요.,그 때 이 책 화제만발이어서 사다 읽었는데..저는 마지막에 울었던 것 같아요. 후에 에밀 아자르가 로맹가리라는 걸 알았어요. 다기 읽으면 작위적일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붉은돼지 2016-03-08 09:55   좋아요 0 | URL
지금 읽으시면 아마 감상이 또 다를 겁니다. 우시지는 않을 듯....
제가 작위적이라고 한 이유는 등장인물들이 소위 비주류에 소외된 계층 인물들만 일부러 끌어모은 것 같아서 그렇게 말한 것입니다. 독거노인, 버려진 아이, 창녀, 유대인, 유럽의 아랍인, 여장남자, 가난한 흑인들 등등 말이죠 ^^

cyrus 2016-03-08 11: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렸을 때 `프로포즈`로 알고 있었는데, 방송에서 `프러포즈`로 나오길래 잘못된 건 줄 알았습니다. ^^;;

붉은돼지 2016-03-08 12:33   좋아요 1 | URL
프로포즈가 더 라임이 맞는 것 같습니다. ㅎㅎㅎ^^

서니데이 2016-03-08 2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붉은돼지님,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붉은돼지 2016-03-09 12:28   좋아요 0 | URL
서니데이 님 덕분에 좋은 저녁시간이 되었습니다. ㅎㅎ

에이바 2016-03-08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모는 철부지 모모는 무지개 모모는 생을 쫓아가는 시곗바늘이다... 리뷰 읽으니 가사가 귓가에 맴도는 듯 해요. 자기 앞의 생 딱 한 번 읽었는데, 저 역시 붉은돼지님이 말씀하시는 베스트셀러에 대한 반감 때문인지 크게 기억에 남아 있질 않아요. 오히려 로맹가리의 영화같은 생애만 또렷하게 기억에 남아있군요. 이렇게 좋다고 하시니 한 번 더 읽어봐야겠습니다. ^^

붉은돼지 2016-03-09 12:32   좋아요 0 | URL
모모의 이야기도 참 소설같지만..사실 소설이지만.ㅎㅎ 로맹가리의 그야말로 파란만장한 삶도 정말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이야기일겁니다... 다른 읽을 책도 수두룩 빽빽한데 굳이 이 소설을 한 번 더 읽으실 필요는 없을 듯 하다는 게 소생의 소견입니다. 이 책보다는 차라리 `로맹가리와 진 세버그의 사랑이야기`인가 뭔가 하는 책을 한번 읽어보심이.... ㅎㅎㅎ

한 번 더 읽어보실 필요는

에이바 2016-03-09 12:42   좋아요 0 | URL
ㅋㅋㅋ 결국 말만 이렇디 한참 후에야 읽을 게 뻔해요. 로맹가리의 삶, 두 사람의 관계에 관해서는 이미 다양한 채널(?)을 통해 알고 있어서... 책소개는 감사합니다. 언젠가 읽을 수 있겠죠...? ㅎㅎㅎ

비로그인 2016-03-14 20: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롤리팝에서 알파벳으로 바꿨습니다.
붉은돼지님 좋은 하루되세요.

붉은돼지 2016-03-15 08:51   좋아요 0 | URL
개명하셨군요 ^^ 알파벳님~
알아서 모시겠습니다. 호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