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귀 꽤나 뀌면서 책 좀 읽는다 하는 인사들의 독서 인생의 시작은 대개 세계문학전집과 함께 시작된다. 소년소녀세계문학전집. 소생의 경우는 계림문고였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소생이 국민학교 6학년 때 이미 계림문고 세계명작 시리즈를 물경 200권 가까이 모았던 것 같다. 그때 벌써 장래의 모범장서가의 싹수가 노랗게 보였던 것이다.
방귀 뽕뽕 뀌면서 책 좀 읽는다하는 독서인들이 꾸는 헛된 꿈 중에 세계문학전집 완독이 빠지지 않는다. 소생은 아마 입대전인지 후인지 기억이 가물하지만 어쨌든 20대 초반에 세계문학전집 완독에 도전했다. 동서문화사판 세계문학전집. 그때나 지금이나 책은 사서 본다 주의자인 소생은 한 권 사서 한 권 읽는 각개격파식으로 완독에 도전했지만 그게 어디 아무나 할 수 있는 만만한 일인가. 한 30권 정도 읽었던 것 같다. <죄와 벌>이니 <악령>이니 하는 소설들을 꿍꿍거리며 열심히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 뒤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열린책들 세계문학전집, 을유문화사 세계문학전집 등을 무슨 경제개발 5개년 계획 같은 거창한 계획을 세워서 시도했지만 판판이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이제 독서가에서 장서가로 진화한(퇴화인가?) 돼지는 당연하게도 세계문학전집 완독이 아닌 완비를 새로운 목표로 세웠는데 이게 또 만만한 일이 아니다. 호연지기를 뽐내던 시절에는 4대문학전집(민음사,문학동네,열린책들,펭귄)을 완비하겠다고 큰 소리로 꿀꿀거리기도 했으나 이제는 민음사 하나 만이라도 완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