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억 개의 삶, 60억 개의 행복

‘행복’이라는 단어를 쓰기에 주저하게 되는 요즈음입니다.
그러나 저는 ‘행복’을 주제로 한 페이퍼를 한 열 편 가량 써볼까 합니다. 시일이 좀 걸리겠지만.
그렇게 마음 먹은 데는 아마 문제가 생길 때마다 피해가지 않고 정면돌파하는 저의 스타일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자료는 우리 집 바른생활사나이 것인데 뭐 지적소유권 문제로 고소는 하지 않을 테고 저도 행복에 관한 책은 여러 권 갖고 있어서 글을 쓰는 데는 문제가 없을 듯 합니다. 

여름내내 무리를 한 탓인지 찬바람이 불자 체력이 많이 떨어져 조금은 고전하고 있습니다.
어느 누군들 그렇지 않겠습니까마는 저도 컨디션 핑계로 제 앞의 일을 미뤄둘 수 없는 형편이라...그래도 어제 한 스무 시간 쯤 자고 나니까 비로소 눈이 좀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새벽기도 마치고 자동차를 타고 새벽 바다를 찍으러 갔습니다.
발견한 것 한 가지...새들도 발자국이 있었습니다.
새는 날아다니는 짐승이라 발자국은 별로 생각해 보지 않고 살지 않습니까. 

 
몽류병자처럼 둥둥 떠다니는 것 같은 생활 속에서도 틈틈이 퍼즐을 맞추었습니다.
그 중간에 퍼즐에 관한 수필을 하나 썼습니다.

‘행복’은 우리가 행복에 관한 책을 읽고, 이야기를 듣고, 생각을 하고....그래서 행복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다고 해서 행복해 지는 것은 아닌 줄 압니다.
행복은 연습이고, 훈련의 결과입니다.
몇 년 전에 읽고 넣어둔 책을 다시 책장에서 책상으로 옮겨왔습니다.
요즈음 틈틈이 다시 읽고 있습니다.
『행복의 공식』
 

 

 

 

 

  

우리의 두뇌에는 행복에의 길이 있습니다. 당연히 그 길을 저장하는 시스템도 있습니다.
지구상에 60억의 인구가 살고 있다면 60억 개의 삶이 있고, 행복에 이르는 길도 60억 개가 있습니다.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개별적인 삶을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60억개의 삶 하나하나가 특별하고 가치있는 것이 아니겠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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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 2010-10-19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로 새들의 발자국이 참으로 인상적이네요..

gimssim 2010-10-19 15:32   좋아요 0 | URL
새 발자국을 보고 잠시 멍했었어요.
그리고 혼자 중얼거렸지요.
'아, 새들도 발자국이 있구나!'
이 외에도 내가 놓치고 사는 것은 또 얼마나 많을까.
얼마전, 우리 사진선생님 '사진가는 극장에 가서도 제일 늦게 나오는 사람'이라야 된다네요.
저는 사진가는 아니지만 그 말도 충격이었어요.
마지막 순간도 놓치지 않는 게 사진가의 자세라는 말이겠지요.
인생도 그렇게 살고싶다는 생각을 해보았어요.
내 삶은 지구상에 단 하나의 삶이므로...

2010-10-19 13: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19 15: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anca 2010-10-19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 발자국이, 정말 너무 이뻐요. 단풍 같아요...중전님, 저도 요새는 몸을 좀 챙겨야 겠다고 생각해서 커피도 줄이고 걷기도 하고 그러고 있는데 사실 하루 됐답니다.^^;; 중전님도 건강하고 행복해지시기를 바랍니다.^^

gimssim 2010-10-20 07:23   좋아요 0 | URL
몸을 챙기는 건 정말 중요해요. 사람이 살아가면서 우선순위를 정해가며 해야되는 네 가지가 있다고 해요. 그중에 건강을 챙기는 것은 급하진 않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해요.
저도 두 달 전부터 하루에 한시간 이상 운동해요. 운동도 중독인가봐요. 바빠서 그냥 지나친 날은 밤 열시에 집 옆 학교 운동장을 한 시간 돌고 옵니다.
사진 찍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사실은 체력이 바탕이 되어야 해요.
그리고 한 십 년 쯤 뒤에 킬리만자로에 한 번 가볼까 하는 꿈이 있지요.
커피라...이것도 중독이어서, 여름엔 한동안 끊었는데 요즘은 열심히 마시고 있지요.
커피 끊은 얘기 ...페이퍼에 올려 볼까요?

마녀고양이 2010-10-19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쉴 수 있는 페이퍼네요.
블랑카님의 댓글처럼, 새 발자욱이 너무 이뻐서 저대로 계속 있었으면 싶어요.
벌써 날이 추워졌는지....
바다 사진을 보니 손이 곱아들어요.

환절기, 건강 챙기시고..... 행복 나눠주셔서 감사드려여~

gimssim 2010-10-20 07:29   좋아요 0 | URL
님들의 서재를 가만히 들여다 보면 다 나름의 특색이 있음을 느낍니다.
저는 그 다양성이 마음에 듭니다.
저의 페이퍼는 전문적인 글쓰기와는 거리가 멀어요.
그럴만한 능력도 없고, 저는 책을 읽는 궁극적인 목적이 삶에의 적용이라 생각하는 사람이라 책에 대한 내용보다는 제 삶의 결에 대해서 더 많이 쓰게 됩니다.
마녀고양이님이 숨을 쉴 수 있는 페이퍼라 하신데는 제 글이 그런 의미에서 좀 편하게 느껴져서 일겁니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지구에서 가끔은 내리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내려서 제 서재에 오시구랴.

비로그인 2010-10-20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지금현재 행복한데..
그렇더라도 행복의 질과 지속가능성에 대해서 숙고하는 편이지요.

중전님의 '행복' 연작 페이퍼를 기대합니다. 하하


gimssim 2010-10-21 09:43   좋아요 0 | URL
지금 행복한 사람이 내일도 행복할 수 있지요.
한사님께 박수를 !
 


우리 시대의 역설(Paradox of our time) / 제프 딕슨

건물은 높아졌지만 인격은 더 작아졌다.
고속도로는 넓어졌지만 시야는 더 좁아졌다.
소비는 많아졌지만 더 가난해지고
더 많은 물건을 사지만 기쁨은 줄어들었다.

집은 커졌지만 가족은 더 적어졌다.
더 편리해졌지만 시간은 더 없다.
학력은 높아졌지만 상식은 부족하고
지식은 많아졌지만 판단력은 모자란다.

전문가들은 늘어났지만 문제는 더 많아졌고
약은 많아졌지만 건강은 더 나빠졌다.
너무 분별없이 소비하고..너무 적게 웃고
너무 빨리 운전하고
너무 성급히 화를 낸다.

너무 많이 마시고 너무 많이 피우며
너무 늦게까지 깨어 있고 너무 지쳐서 일어나며
너무 적게 책을 읽고, 텔레비전을 너무 많이 본다.
그리고 너무 드물게 기도한다.

가진 것은 몇 배가 되었지만 가치는 더 줄어들었다.
말은 너무 많이 하고
사랑은 적게 하며
거짓말은 너무 자주 한다.

생활비를 버는 법은 배웠지만,
어떻게 살 것인가는 잊어버렸고
인생을 사는 시간은 늘어났지만
시간 속에 삶의 의미를 넣는 법은 상실했다.

달에 갔다 왔지만
길을 건너가 이웃을 만나기는 더 힘들어졌다.
외계를 정복했는지 모르지만 우리 안의 세계는 잃어 버렸다.

공기 정화기는 갖고 있지만 영혼은 더 오염되었고,
원자는 쪼갤 수 있지만 편견을 부수지는 못한다.
자유는 더 늘었지만 열정은 더 줄어들었다.
키는 커졌지만 인품은 왜소해지고
이익은 더 많이 추구하지만 관계는 더 나빠졌다.

세계 평화를 더 많이 얘기하지만 전쟁은 더 많아지고,
여가 시간은 늘어났어도 마음의 평화는 줄어들었다.
더 빨라진 고속 철도
더 편리한 일회용 기저귀
더 많은 광고 전단
그리고 더 줄어든 양심

쾌락을 느끼게 하는 더 많은 약들
그리고 더 느끼기 어려워진 행복……  

 

***우리의 삶을 대변하는 것 같아서 인용해 봅니다.
좀 바쁜 아줌마도 이 글을 읽고 문득 생각나는 것이 있어서 퍼즐 한 세트를 샀습니다.
1000조각 짜리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입니다.
옷방을 정리하고 손님이 오시면 한 번씩 꺼내 쓰던 커다란 상위에 퍼즐 조각 1000개를 올려놓았습니다.
역설의 삶을 살아볼까 합니다.  

- 바쁠수록 더 느리게 살기 -  

외출에서 돌아와서 옷도 갈아입지 않고 서너 조각을 맞추고, 책을 읽다가도, 밥을 먹고 나서도, 심지어는 잠자리에 들기 전에도 옷방에 들러 퍼즐을 들여다보곤 합니다.
어제는 밥을 먹고 김치찌개를 데워놓으려고 가스불에 올려놓고 퍼즐 들여다 보다가 냄비를 태워먹은 불상사를 겪었고, 그 냄비를 원위치 시키느라 식초를 넣고 끓였지요. 가스불을 그만큼 더 썼습니다. 연말경에 카메라를 바꿔볼까 싶어서 긴축해야 하는데 말이지요.
무엇 때문에 이렇게 바쁜지, 아무 것도 안할 자유가 내게는 없는지 혼자 용을 써봅니다.
그러다가 이 퍼즐을 생각해낸 거지요.   

‘하루에 얼마간은 모든 것을 잊어버리기’ 

저의 희망사항입니다.
이렇게 하다가는 언제 1000개의 조각을 다 맞출까, 하는 생각은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하늘은 더욱 더 낮아지고, 나무들의 아우성은 더 높아만 갑니다.
갑자기 슈베르트의 숭어가 튀어나옵니다.
세탁기 속의 빨래들이 빨리 꺼내달라고 부르는 소리입니다.
무수리들은 다 어디에 갔는지 중전이 몸소 해야 합니다.

중전 이만 퇴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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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0-10-06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옮겨가야겠어요,,저 시. 정말 가슴에 와 닿아요..

‘하루에 얼마간은 모든 것을 잊어버리기’

저도 어제는 머리가 터지는 줄 알았어요.ㅠㅠ
잊고 비우고 해야 또 다른 걸 채울 수 있는건데..

저는 아직 디카로 버티고 있는데요 중전마마께 필 받아서
사진책(기초) 구입해서 보고 있어요~.ㅎㅎㅎ
님이 괜찮다고 하신 책이라 더 좋아용,,,
뭐,,,그렇다고 사진을 잘 찍을거라고는 생각지 않지만 말이죠,,
저도 곧 빨래가 다 끝날것 같아요.
세탁기가 있어서 새삼 감사해요,,^^;;

gimssim 2010-10-07 10:15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정말 저런 역설의 삶을 우리는 살아가고 있지요.
주객이 전도된 것이지요.

좀 천천히 살고 싶은데 말이지요.
비워야지 채울 수있는 건 진리!
근데 그게 어렵지요. 비우는 게.

마녀고양이 2010-10-07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클림트 퍼즐 1000피스짜리 1년간 도전하다가
결국 꿈꾸는 섬님께 드렸었는데, 이번에 중전언니께서 하시는군요?

저는 너무 바삐 달리느라, 퍼즐 맞출 마음의 여유가 없었나봐요.
잠시 멈춰서서..... 숨을 고릅니다.

그런데, 식초로 끓이면 냄비 원상복구되나요? 아하.. 제가 하두 잘 태워먹어서. ^^
좋은 가을되셔여~

gimssim 2010-10-07 10:30   좋아요 0 | URL
구스타프 클림트...
꿈섬님의 페이퍼에서 본 것 같아요.
근데 그게 마고님이 드린건가요?

식초넣고 끓이면 탄 것도 깨끗하게 닦여요.
가스불에, 냄새 땜에 후드까지 돌렸으니...긴축재정은 그저 희망사항이죠.

결실의 계절이니 저도 뭔가 좀 수확을 하려고 합니다.
아름다운 가을 되세요^^

sslmo 2010-10-07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욕심이 아직 많은건지...더디게 가려고 하다보면 느려져,
하루가 쭈욱 늘어난 테이프 마냥 늘어져 버리는 것 같아요.

다른 때는 그걸 발견하면
괜히 초조해져서 가다듬었었는데 말이죠.
이젠 중전님의 '다 괜찮다,상관없다'는 위로에 기대보려구요~

늘상 좋은 깨달음 감사드립니다~!!!

gimssim 2010-10-08 15:06   좋아요 0 | URL
사람은 영적인 동물이라 자기의 상태는 자신이 잘 알아차리지요.
그건 본능이에요.
다 자기의 속도대로 살아가는 거란 생각이 드네요.
여긴 좀 꿀꿀한 가을, 하늘이 잔뜩 흐렸어요.
좋은 오후 되시기를...
 


다시 일상으로...따뜻한 슬픔

징검다리 휴일도 이제 끝이나 갑니다.
다시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너무 오래 무더웠던 탓인지 가을을 맞는 기분이 여느 해와는 다릅니다.
여름을 견뎌내느라 마음이 건조해진 탓인 듯 생각됩니다.
중부지방은 추석전날 기습적인 폭우로 많은 피해가 있었지요.
제가 사는 남부지방은 다시 부활한 무더위로 이삼일 힘들었습니다.
추석날 시댁에 다녀오고, 수요일이라 교회 가서 예배를 드리고
밤늦은 시간, 남편과 아들은 잠들고 홀로 깨어있던 저는 세수를 하기 위해 세면대 앞에 섰습니다.
웬 낯선 이가 건너편에서 저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다소 시름에 잠겨있고, 피곤이 얹혀있는 얼굴이었습니다.
‘내가 이렇게 나이 들어가고 있구나.’
가슴 한켠이 서늘해져왔습니다.
갑자기 쌀쌀해진 밤기운에 흰 면잠옷 위에 곤색 실크 잠옷 하나를 덧입은 모습입니다.
사진 한 장 찍어두고
   

세수를 하고 들어가서 조병준의 <따뜻한 슬픔>의 사진들을 오래 들여다 보았습니다.
맞아요. 저도 따뜻한 슬픔입니다.
 

 

 

 

 


 다음날 서울로 가는 아들을 고속버스 터미널에 내려다 주고 일부러 해안도로를 따라 집으로 왔습니다.
다른 지방에 비가 많이 온 탓이지 온 대지가 말갛게 씻긴 듯한 느낌입니다. 구름이 하늘을 도화지 삼아서 얼마나 많은 그림들을 그려내는지요.
가을이면 하늘이 높아진다는 말에 대해 회의를 품게 되었습니다.
하늘은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더욱더 낮아져서 바로 허리께에 머물러 있는 듯합니다.
철 지난 해수욕장을 지나다가 역시 한 장의 사진을 찍었습니다. 

어린 남매가 노는 모습을 담을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따뜻한 행복일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인생이란 길을 끝까지 가야하는 것인가 봅니다. 


철지난 해수욕장에서 놀고 있는 어느 남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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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09-26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름이 떠다니는 이야기 같아요.
너무 아름다와서 그림같구요. 아..... 크게 뽑아서 가지고 싶어지는 사진이예요.

중전 언니, 추석 잘 지내셨죠?

gimssim 2010-09-28 08:07   좋아요 0 | URL
네에~ 마고님도 추석 잘 지내셨는지요.
저는 모처럼 좀 쉬었습니다.
요 며칠 동안은 정말 구름이 너무 아름다웠어요.
이젠 정말 가을이 맞을까요?

꿈꾸는섬 2010-09-26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석 잘 쇠셨어요?
어느새 찬바람이 불어요. 세수하러 들어간 세면대에 낯선이가 서있다니..그만큼 세월이 흐른 탓인건가요?
철 지난 해수욕장의 풍경, 평화롭네요.^^

gimssim 2010-09-28 08:08   좋아요 0 | URL
좀 생각이 많은 아줌마이지요.
좀 가볍게, 단순하게 살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되네요.

꿈꾸는섬님도 추석 잘 지내셨지요?

sslmo 2010-09-27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이면 하늘이 높아진다는 말에 대해 회의를 품게 되었습니다.
하늘은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더욱더 낮아져서 바로 허리께에 머물러 있는 듯합니다.

오늘은 이 말을 어록에 남겨놓아야겠는 걸요~
중전님,대문 사진이랑 비교하여 머리가 많이 기셨는걸요.
(그리고,소매 레이스 잠옷 넘,넘 귀여우세요~'속닥')

gimssim 2010-09-28 08:13   좋아요 0 | URL
그러네요. 정확하신 눈썰미!
젊었을 땐 대문 사진처럼 커트한 모습이 어울렸었는데
그래서 지난 여름에 한 번 해보았더니
지금의 저와는 안어울리더군요.
그래서 다시 단발 퍼머스타일로 돌아와야겠어요.
성격이 좀 강한 편이니 일부러라도 좀 부드러운 이미지로 가야합니다.
 

집으로...집으로...

내일이 추석이군요.
자기가 태어난 곳을 향하여, 집으로 향하여 "앞으로 갓!"  해야 하는 때입니다. 귀소본능이지요.
바쁜 일이 있어서 눈팅도 거의 못하고 제 서제에도 오랜만에 들어와 봤더니
고맙게도 제 안부도 물어주시고, 글도 기다리시는 분이 있네요.
좀 상처받은 영혼이라... 님의 글을 읽고 가슴이 찡했습니다.

지난 금요일 사진 수업에 갔다가 새로 생긴 도서관에 갔었지요.
학생 문화회관 안에 있는 도서관인데, 공연장, 전시장, 체육시설이 있고 3층에 도서관이 있었어요.
1층 사진전을 보고 도서관으로 갔었는데 문을 여는 순간, 왜 그랬는지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온통 하얀 벽에 아직은 듬성듬성 꽂힌 서가의 책들...
짧은 순간이었지만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고, 이것저것 마음을 쓰며 동동거리며 살아야 하는 현실에 조금은 센티멘탈해졌던 것 같습니다.
고속버스로 내려오는 아들을 태워서 갈려면 두어 시간 정도의 여유가 있어서
소나무가 도서관 안을 기웃거리는 창 가에 앉아서 책을 읽었드랬지요.
그리고 아무리 바쁘지만 대출을 안할 수가 없어서 <김서령의 家> <고흐를 만나다>를...  

                                                                                 

 

 

 

 

 


집은 그 사람의 영혼에 다름 아닙니다. 보통의 사람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니까요. 어머니의 자궁과 같지요. 생명은 거기에서 출발합니다. 예수쟁이의 시각으로 보자면 가정은 천국의 모형입니다. 물론 가정과 집은 다르지만 그래도 따로 떼어 내어서 생각할 수만은 없습니다.

결혼을 하고 나서도 여러 번 이사를 다녔지만 집에 들어가면 ‘집이 나를 받아주는구나’ 하는 느낌이 드는 집은 한 번 밖에 없었어요.

나이가 드니 노후에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그 중 하나가 집 문제입니다. 어떤 날은 그냥 편하게 작은 아파트에서 살고 싶다가도 어떤 날은 내 육신을 그렇게 방치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두어 해 전, 엄마, 아빠의 고향 마을에 땅을 조금 사두기는 했습니다만 이것도 아직 결정을 못해서 동네 한가운데 살 것인가, 동네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살 것인가 갈등하고 있습니다. 


동네에선 조금 떨어졌지만 경치가 좋은 곳. 280평

동네 한가운데 있긴 하지만 높은 곳에 위치하여서 동네가 내려다 보이는 곳. 360평 

또 어떤 날은 다 부질없는 짓이야. 집 짓는 돈으로 한 이 년씩 마음에 드는 곳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저는 오늘 쯤 하던 일 마무리 짓고, 내일은 일찍 시댁에 갑니다. 저녁 무렵에 돌아올 생각입니다. 딸은 집에 오지 못했고 아들은 목요일 귀경합니다.
그리고 나면 또다시 중년 부부만 남아 때로 친밀하게, 때로 무덤덤하게 살아가게 되겠지요.

어릴 적엔 다락방에 새옷이랑, 신발이랑 사놓고 추석이 되기까지 수도 없이 들락거렸는데 그 단발머리의 소녀는 어디로 갔을까요?
갑자기 가슴이 아려서 남편에게 한 마디 해 봅니다.
“추석인데 나 새옷 한 벌 사줘!” 

***아름다운 추석 명절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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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0-09-21 1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때로는 친밀하게 때론 무덤덤하게~~ 다정하게요~~
마음에 드는 곳으로 옮겨다니는것도 괜찮다 싶지만 그래도 가능하다면 부산스럽게 이사 짐싸기 힘드니깐 동네에서 조금 떨어졌지만 경치 좋은곳에 한표입니다^^

gimssim 2010-09-23 21:53   좋아요 0 | URL
김서령의 집을 읽었더니 점점 더 집 짓기가 어려워질 듯 합니다.
경치 좋은 곳에 집을 짓고, 그 집을 가꾸며 살기엔 또 얼마만큼의 에너지가 들까, 생각해봅니다.
사실은 그게 살아가는 것인데 말이지요.
나이가 드니 '굳세어라 금순아'로 살아온 저도 별수 없나 봅니다.ㅎㅎ

sslmo 2010-09-25 0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글도 사진도 정겹고 따뜻해요.

전 집에 대해 이중적인데요.
어떤 때는 뜨뜻한 온돌방이 있는 집에서 그렇게 살고 싶기도 하고,
어떤 때는 떠도는 집시처럼 자유로운 영혼을 꿈꾸기도 해요~^^

근데여~
몇백평,몇백평...땅 얘기를 하시니까 왠지 복부인의 냄새도 살짝~~~
(넘 버릇 없나요?헤에~~~~~^^)

gimssim 2010-09-25 21:07   좋아요 0 | URL
이래서 국토의 균형발전이 꼴 필요하다는 생각.
이땅들은 지방하고도 시골에 있는 땅이라 그래봐야 서울의 비싼 아파트 두세평 값 밖에 안할 걸요.

책도 읽고, 집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들도 하지만...
결국엔 닥치면 닥치는 대로 살아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꿈꾸는섬 2010-09-26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저도 추석빔 생각이 나더라구요. 요새 아이들이야 옷이며 신발이 넘쳐나는데 저희땐 그렇지 못했잖아요. 명절에 얻어 입던 새옷, 새신발 그립더라구요.ㅎㅎ
새옷 한벌 장만하셨을까요?

gimssim 2010-09-28 08:04   좋아요 0 | URL
ㅎㅎㅎ...
얼마간의 결핍이 오히려 마음을 건강하게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추석빔은 못했고
그래도 섭섭하여 가을이 다 가기 전에
괜찮은 투피스 한 벌 정도는 건질 수 있으면 합니다.
 

태풍의 간접 영향권에 들어서 바람이 몹시 부는 날, 집을 나섰다.
열병식을 하듯 늘어선 모들이 자라고 있는 논과 밭, 병풍처럼 들을 감싸고 있는 산과 산, 산허리를 휘감고 있는 비구름, 그 산들을 끼고 흐르는 강, 가끔씩 모습을 드러내는 기차. 내가 살고 있는 고장의 모습이다.
읍까지는 좋아하는 노래를 두 번 정도 들으면 갈 수 있는 거리이다.
우체국에 잠깐 들러서 떨어져 있는 딸아이에게 편지를 부쳤다.
전화와 팩스, 이메일이 넘치는 세상에 편지라니. 그러나 나는 우체국에 가기를 즐긴다.
유치환의 시를 떠올리면서 우체국 창문을 기웃거리기도 하고, 그 가슴 뛰는 사랑의 감정들을 상상해 보기도 한다.
남편은 이런 나를 보고 현실감이 없다고 혀를 차기도 하지만 나는 이런 나의 모습을 사랑한다.
일상에서는 근검절약하며 살아가지만 감정의 사치야 정신적인 면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는 것을 나이가 들면서 깨달았다.
책을 읽다가도 아름다운 문장을 발견하면 가슴에 보석을 품은 듯 하루 종일 흥얼거리기도 한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나무가 거의 허리를 꺾을 정도로 출렁거리고 있다.
찬거리 장을 보고, 방학이라 잠시 집에 와 있는 아들을 태우고 집으로 가고 싶어서 아들이 다녔던 중학교 운동장 한쪽 귀퉁이에 차를 댔다.
어느 어미인들 그렇지 않을까마는 나는 내 아이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저린다.
마음의 상처를 아는 까닭이다.
자동차 안에 앉아 아들을 기다리면서 시인이 쓴 영화에세이를 읽었다. 
 ‘영화’ 하면 돌아가신 친정 아버지가 떠오른다.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부터 나는 영화 보기를 즐겨하셨던 아버지를 숱하게 따라 다녔다. <마부> <오발탄> <독 짓는 늙은이> <로맨스 그레이> <만추> 같은 영화를 본 기억이 난다.
물론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은 영화의 단편적인 장면들이어서 나이가 들어서야 그 영화들을 다시 보고 제목과 연결을 시켰다.
그 당시에는 영화의 내용이나 뜻을 알 턱이 없었지만 아버지를 따라 극장에 가면 평소에는 구경도 잘하지 못하던 캐러멜이나 비스킷, 사이다를 먹을 수 있었다.
그 재미로 나는 하루만 건너뛰면 ‘아버지, 극장 안가?’ 졸라대곤 했다. 아버지를 닮아서 나도 영화 보기를 좋아한다. ‘흘러간 명화’라고 이름 붙여진,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만들어진 영화를 보면서 나는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절로 간다.
세월이 흘러도 변함이 없는, 사람들의 살아가는 방법과 사랑과 욕망을 본다.
그리고 지금의 내 삶을 본다.
나는 사십 년하고 우수리 몇 년을 더한 세월 위에 있다.
나를 데리고 극장에 가시던 아버지보다 훨씬 더 나이를 먹었다.
나를 세상에 있게 하신 두 분은 이미 곁에 계시지 않고 내 몸을 빌어 다시 두 생명이 이 세상으로 왔으니 자연의 섭리 중에 이처럼 놀랍고 신비로운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자주 뒤를 돌아보는 건 나이가 들어가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지난날들에 대한 안타까운 향수 탓일 것이다.
가끔 얼굴을 들고 차 유리창을 사정없이 때리며 내리는 비를 바라보았다.
폭우에 잠겨버린 운동장 위로 회색하늘이 아주 낮게 드리워져 있다.
이상하리 만치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그동안 너무 바쁘게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갈래로 얽혀있던 줄들이 하나 둘 끊어지면서 마음이 낮게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고요하게 다가오는 이 평화. 잠시 그 감정에 몸과 마음을 맡긴다. 눈을 감는다.
어느 한 순간인들 마음을 바닥까지 내려놓고 쉰 적이 있었던가.
늘 나의 신경의 줄을 팽팽하게 당겨져 있어서 슬쩍 건드리기만 해도 끊어질 것만 같았다. 내 마음은 물기 하나 머금지 않은 마른 장작 같았다.
그러나 이제는 길가의 이름 모를 들꽃에게도, 무심하게 흐르는 시냇물에게도, 이른 새벽이면 낮게 내려와 있는 밤하늘의 별들에게도, 옷깃을 스치는 한 줄기 바람에게도 마음을 열고 싶다.
그전에는 부대끼며 사느라고 그런 것들은 감정의 사치인 줄 알았다.
그러나 삶의 여백이나 내면의 평화는 미래의 것이 아니라 현재의 것이 아닌가.
비로소, 그것이 오늘을 사는 힘이 아닐까 하는 자각이 들었다.
자질구레한 일상사와 몇 개의 상념, 몇 조각 감정의 무늬들이 모여서 하루를 이룬다.
그 하루하루가 날줄과 씨줄로 엮이면서 우리의 생애가 되리니. 가족사가 되리니.
지나간 많은 날들 중에 특별할 것도 없는 어느 한 날이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아있는 경우가 있다.
바로 오늘 같은 날이다.
아무 것에도 방해받지 않고 자동차 안에 앉아서 책을 읽다가 가끔 비 오는 학교 운동장을 바라보기도 하고, 삼십 년의 세월을 건너뛰어 유년의 뜰을 거닐기도 하면서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이 세상에 계시지 않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한다.
어제도 오늘과 다를 바 없었고 내일도 오늘과 비슷할 터인데 그 지나온 세월들을 한꺼번에 펼쳐놓고 보니 참으로 많은 일들이 내 곁을 스치고 지나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문득 허리를 펴서 백미러에 얼굴을 한 번 비춰본다.
바로 중년의 내 어머니의 모습을 거기에서 본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의 끝자락에 설 때쯤이면 세월의 풍화작용으로 기쁨이나 슬픔의 감정은 모두 소멸되어 버리고, ‘아, 그런 날이 있었지’ 하며 마음에 가득 찬 평화를 느끼게 해준, 폭우에 잠긴 운동장만을 회상하게 될 터이다.
내가 그러했던 것처럼 아이들은 자라 어느덧 내 품을 떠나고, 우리 부부만 남아서 느리고 고요하게, 이 세상에서 가족으로 엮여 살아온 세월을 이야기할 것이다.
일생의 굽이굽이에서 느꼈던 감격이나 환희, 또 가슴 에이는 슬픔이나 연민조차도 이 땅에서 가족으로 살면서 얻을 수 있었던 축복이리라.
뜨거운 한 잔의 차에도 온전한 위안과 감사를 느낄 때쯤이면 이마의 주름살을 세는 대신 마음의 주름살을 세는 일은 없을 것인가. 희망사항이다.

‘엄마’ 하며 아들이 차 문을 두드린다. 

 *** 몇 년 전에 쓴 글이다.
영화의 짧은 추억이 있는 글이어서 파일을 뒤져 골랐다.
이영도 이호우 생가가 바로 옆에 있는 아름다운 고장에서 살았드랬다. 


***
 마무리를 지어야 할 일이 있어서 하루에 대여섯 시간씩 컴퓨터와 씨름을 하는 중간중간 눈팅을 했더랬다. 그러다가 또 낚였다.
바로 이것이다.
지난 주말 주문을 했었는데 어제 왔다. 해야 될 분량에 훨씬 못 미치는 일을 해놓고도 얘들 말로 기념으로 한 편 때렸다. 밤 열두시가 넘은 야심한 시각에.

<로마의 휴일>
수 없이 본 영화이지만, 볼 때마다 처음 보는 영화 같다. 그레고리 팩은 참 잘 생겼다. 선하게 생겼다. 
 

이녀석은 따라온 거다

이번에 보면서 문득 한 생각...둘이 꼭 그렇게 쿨 해야만 했을까?
그전에는 이런 말을 남겼었다.
사랑이란 마음은 두고 몸은 돌아서는 것...중전어록.
아마 나이 탓이라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에 남편에게 더 나이 먹기 전에 하고 싶은 일 세 가지가 있다고 했다.
그 중에 한 가지 ‘가슴 아픈 사랑’이라고 했더니 남편에게 구호가 하나 늘었다.
‘자나깨나 마누라 조심. 자는 마누라도 다시 보자!’
100편이라니...물론 거의가 다 본 영화이다. 이미 갖고 있던 것도 많다.
그러나 읽고 싶은 책을 옆에 쌓아둔 것처럼 많이 행복하다.
나는 우리 친정아버지를 닮아서 영화광이었었다.
오빠도 비록 집안의 반대에 부딪쳐 접었지만 영화감독이 꿈이었었다.
그런데 영화감상이 취미라던 남편은 결혼을 하고 보니 영화맹이었다.
같은 사람도 옷만 갈아입고 나오면 알아보지 못한다.
그래도 아주 가끔은 함께 영화를 보러가곤 한다.
근데 영화를 선정하는 기준이 가히 유년스럽다.
텔레비전에서 관객이 얼마를 돌파했다는 소리가 뜨기 시작하면 극장엘 가자고 조른다.
그래서 본 영화가 <태극기 휘날리며> <실미도> <밀양> <해운대> 등등이다.
전부 다 내 취향은 아니다.
얼마 전 또 입질을 했다. <아저씨>를 보잔다. 젊은 친구에게 문자 날렸다.
개봉관이 어디냐고. 답장이 왔는데 ‘언니, 절대 보지마세요. 너무 잔인해.’
한 번 칼을 뽑은 남편은 절대 그냥 꽂지는 않는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내면 깊숙이 ‘잔인성’이 있다.
오래 전에 고등학교 시절, <대부>를 열 번은 봤었다.
비디오가 없는 시절이었으니 모두 다 극장에서.
그런데 이 잔인성은 ‘인간이기를 포기한 것’ 같아서 마음이 좀 아팠다.
연일 태풍 소식에 마음이 좀 우울하다. 그래도 어쨌든 구월이다.

패티 킴의 <구월의 노래>를 들을 수 있는 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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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9-08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영화감독이 꿈이셨다니 +_+

gimssim 2010-09-09 09:21   좋아요 0 | URL
우리 오빠는 정말 재주가 많아요. 인물도 잘 생겼어요.
엘비스 프레슬리 노래를 잘 불러서 군에서 포상휴가도 나온 적이 있죠.
옛날 얘기네요.
인물좋고 공부 잘하는, 장남이어서 집안의 기대를 외면하지 못했지요.
서울에서 문예창작과 교수로 있어요.
언젠가 물어보았더니...글을 쓰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도 보람있다고.

프레이야 2010-09-09 0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호우 생가에 두어 번 간 적이 있어요.
그곳에서 조금 올라간 곳에 문우가 사셔서 다른 벗들과 갔었어요.
청도, 참 아름다운 곳이더군요.
그 강물, 저도 기억이 납니다.

두분이 나누시는 대화를 살며시 엿보고 제 나름대로 싱긋 웃고 있어요.
가슴아픈사랑을 해보고 싶은 중전님, 참 고우신 분이란 생각이 또 들어요.^^

gimssim 2010-09-09 09:36   좋아요 0 | URL
봄이면 복사꽃이 만발하던 아름다운 곳이었는데,
지금은 많이 황폐해졌어요.
대구 부산간 고속도로가 지나고 고속전철도 지나고 해서 동네가 온통 도로에 싸여버렸답니다.
강변에 자그마한 오누이 공원이 있어요.
저도 떠나온 후론 잘 가보지 못했네요.

마녀고양이 2010-09-09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가 예전에 쓰셨다는 글을 읽다가 문득 '토지'를 생각합니다.
토지를 읽는 동안, 읽은 이후 가슴에 휘몰아치던 바람이 기억납니다.

제가 알던 친구가 대부에 광팬이었답니다. 매일 흉내내고,
열변을 토하고, 십여차례 보고.... 저는 그게 참 좋아보였습니다.
열정을 가졌다는 사실 자체가, 멋졌습니다.

문득문득 회상을 하게하는 페이퍼, 감사합니다~

gimssim 2010-09-09 22:17   좋아요 0 | URL
인간 내면의 잔인성, <대부>에서 둘째 아들이 주유소에서 차 안에 있는데 상대조직에서 총질하는 장면이 나와요.
자동차에 갇힌 사람에게 수백발의 총질을 하지요.
벌집처럼 된 자동차...단발머리 여학생이 좋아한 장면이라면 좀 살벌하지요.
형의 복수를 하느라 셋째아들 알파치노, 상대편 보스를 죽이고 시칠리아로 도망.
갑자기 장면이 바뀌면서 화면 가득히 노란 꽃...낮게 깔리는 주제곡.

아, 영화는 나의 힘!

마고님.
저는 때로 회상하는 것...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의 하나에요.
체로키 부족에겐 이런 이야기가 전해온다고 해요.
사람이 부지런히 길을 가다가 잠시 멈춰선다. 왜? 뒤쳐져서 오는 영혼을 기다리느라고.
앞만 보고 달려가는 우리에게 잠깐 멈춰서라는 메시지!

순오기 2010-09-09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용택 시인의 저 책은 1.2권 다 갖고 있어요.
가끔 뒤적거리며 내 기억창고의 영화얘기를 생각하지요.^^
부모의 취향도 유전자 영향인지 환경과 분위기 때문인지 대물림 되는 거 같아요.
한편의 글이 아주 많은 생각을 하게 해서 너무 좋아요!

저 DVD는 나도 탐내고 있는데...
패티김 노래는 역시 가을에 어울리죠. 구월의 노래도, 가을을 남기고 떠난 사람도... 이 노래를 합치면 가슴아픈 사랑이 될 거 같지 않나요?^^

gimssim 2010-09-09 21:50   좋아요 0 | URL
맞아요. 우리 엄마 아빤 제게 좋은 점을 많이 물려주셨지요.
저는 우리 아이들에게 내가 받은 것 만큼 못해준것 같아서 마음이 좀 아파요.
순오기님.
근데 제 친구 말이 우리 나이엔 '가슴 아픈 사랑'은 없다네요.
있는 것은 다만 '가슴 아픈 불륜'이라네요.
그건 불쾌하고 싫어. 난 꼭 '사랑'이어야만 해!
우리 집 바른생활사나이 왈 ;"그래서 어쩌라고?"
ㅎㅎㅎ

비로그인 2010-09-09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가 들며 마음이 낙낙해지는 거 같습니다.
주위를 돌아보게 되고, 그 시선이 좀더 따스해지고 그렇지요.
젊었을 때보다 행복합니다.
뭐, 못난 나 자신을 선선히 받아들이므로 그리 되는 거 같습니다.
날 용서하니, 남도 쉽게 용서하는 거 같고요.

어쨌든 연애 빼고는 다시 젊어지기 싫습니다. 중전님
연애는 어렸을 때 해야 이쁘거든요. 하하
저역시 영화 광팬인데.. 특히 '카사블랑카'의 팬이지요.


gimssim 2010-09-09 21:54   좋아요 0 | URL
나이 들어서 좋은 점도 많아요.
한사님 말씀처럼 '마음이 좀 낙낙해'지지요.
전 아직 용감해서 '내 나이가 어때서?" 큰소리 칩니다만.
'카사블랑카'라... 혹시 한사님이 험프리 보가트 닮으셨나요?
웬지 분위기가 그럴 것 같아서리...

blanca 2010-09-09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마의 휴일 그 쿨한 결말. 그레고리 팩이 구두 뒷축이 대리석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를 내며 궁을 걸어나오는 라스트 씬. 고등학교때 봤는데 잊혀지지가 않아요. 정말 너무 쿨해서...

중전님, 하늘이 꾸무룩한데 좋은 페이퍼 잘 읽고 갑니다....옆지기님 자나깨나 마누라 조심, 이 대목에서 웃음이^^

gimssim 2010-09-09 22:20   좋아요 0 | URL
비슷하지만 반대되는 영화가 있어요. 제목을 잊었네. 두 글잔데.
그레이스 켈리가 나오지요.
그 영화는 안쿨합니다.
어느 쪽에서 매달리는 데...역시 학창시절에 보면서
'저게 뭐야, 난 단칼에 끝낸다'고 큰소리쳤었는데
단칼에 끝내는 것도 맘에 안듭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메디슨카운티의 다리> 의 메릴 스트립이...
남편과 자동차를 타고 가면서 크린트이스트우의 자동차와 비껴 지나가면서 자동차 문고리를 만지며 안간힘을 쓰던 그 모습이요.
비는 왜 또 그렇게 오는지...
아마 여자 주인공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 거리에 비오듯이 내 마음 속에 눈물비 오네-
아뽀리네르의 시
역시 사랑이란 '마음은 두고 몸은 돌아서는 것' 아닐까요?


sslmo 2010-09-09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 한 순간인들 마음을 바닥까지 내려놓고 쉰 적이 있었던가.
늘 나의 신경의 줄을 팽팽하게 당겨져 있어서 슬쩍 건드리기만 해도 끊어질 것만 같았다. 내 마음은 물기 하나 머금지 않은 마른 장작 같았다.
그러나 이제는 길가의 이름 모를 들꽃에게도, 무심하게 흐르는 시냇물에게도, 이른 새벽이면 낮게 내려와 있는 밤하늘의 별들에게도, 옷깃을 스치는 한 줄기 바람에게도 마음을 열고 싶다.
그전에는 부대끼며 사느라고 그런 것들은 감정의 사치인 줄 알았다.
그러나 삶의 여백이나 내면의 평화는 미래의 것이 아니라 현재의 것이 아닌가.
비로소, 그것이 오늘을 사는 힘이 아닐까 하는 자각이 들었다.


저 이 부분 읽다가 울었어요.
전 제 자신의 일이나 감정으로는 잘 안 우는데...
처음엔 흐느끼다가 이내 잦아들었다가...
마침내 주체할 수 없는 봇물 터지듯이 터져 꺼이꺼이 울었어요.
직장이라서 좀 창피했어요~

그런데,이젠 한결 나아졌어요.
밖에 빗줄기는 좀 굵어졌는데...오늘 하루도,앞으로도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꾸벅~(__)

gimssim 2010-09-09 22:21   좋아요 0 | URL
저런저런~~~
슬픈 글은 아니었는데 양철나무꾼님의 마음이 좀 그러신건 아닌지요?
저는 좀 대충대충, 어영부영, 설렁설렁 살아오지 않은 건 사실이에요.
아니 많이 빡빡하게 살아왔다는 표현이 맞을 거에요.
제 성격보다는 환경 탓이 컸던것 같아요. 너무 용감한 결혼을 해서...
아마 저 글을 썼을 때부터 줄을 좀 놓은 건 사실이에요.
문제는 저렇게 살면 나보다는 주위의 사람들이 더 힘들어하더라구요.
요즘 저의 희망사항이 '마음 따뜻한 분'으로 돌아오는 겁니다.
몇 년 전, 대학원에 다니면서 수업 시간이 빡빡해서 점심을 먹지 못하는 분들의 간식을 챙겨다닌 적이 있어요,김밥이나 떡, 음료수, 어떤날은 아이스박스에 회를.
그랬는데 길에서 그들을 만났는데 다른 분들한테 저를 이렇게 소개하는 거 아니겠어요?
"아, 여기 이 분은 마음이 따뜻한 분이에요."
그 자리에서 돌아가실 뻔 했다는 거 아닙니까?
그 즈음에 사는 게 너무 힘들어서 제가 "싸움닭'이 되어있었거든요.
아무튼 이제 '싸움닭'과에서 벗어나서 예전에 우리 친정부모님이 키워주신 성품으로 "나, 돌아갈래에에~~~~~~"

라로 2010-09-10 0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헥헥헥
님의 글도 긴데 댓글들도 다 왜이리 긴거래요???ㅎㅎㅎㅎ
넘 오랫만에 오셔서 다들 반가와서 그러신거라 읽는 내내 마음이 참 따뜻했어요~.^^
많이 바쁘신 일이 있으셨군요~.
저는 한동안 바쁘다가 이제 좀 한숨 돌리지만 추석 지나면 다시 바빠질것 같아요,,,
각설하고,

사랑이란 '마음은 두고 몸은 돌아서는 것',,,,으 정말 이 문장을 읽으니까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가 생각 나요~~~.
저는 깊이가 없는 사람이라,,,,

용감한 결혼을 하셨다는 말씀에 동지의식이 팍팍 느껴지면서
저도 뭔가 많은 말들을 풀어내고 싶지만,,,^^;;

님~~너무 반갑다고요~.^^(아 참! 저도 영화광이에요,,,한때 남편에게 영화감독하라고 조르기도,,,쿨럭,,)

gimssim 2010-09-10 07:17   좋아요 0 | URL
그러네요. 댓글도 전부 길군요.
제가 오랫만에 글을 올려서 그런가요?
이참에 댓글을 통해 좀 깊이 있는 대화들을 나눠볼까요?
저는 구월 말까지 바쁘겠어요.
일 끝내기를 눈빠지게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어요.
저는 혼자 잘 노느데 혼자는 절대 못노는 우리집 바른생활.
아내를 컴퓨터에 뺐기고 독수공방 중.
한 마디 안할 수 없어서, "그러게 있을 때 잘하지." ㅎㅎ

라로 2010-09-20 10:10   좋아요 0 | URL
여기다 간단한 인사 드릴꼐요~.^^;;

풍성한 한가위 되시고 두 애인분들과 맛난것도 드시고 사진도 많이 찍으시고 재미난 얘기도 오순도순 나누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gimssim 2010-09-21 07:41   좋아요 0 | URL
저도 인사드립니다.
풍성한 한가위 되시기를요.
저에게 두 애인은 무리인가봐요.
우리 부분 소식인데 한창먹는 녀석이 왔으니,
입에 먹을 것 넣어주느라 정신이 없구만요.
늙은 애인의 질투는 또 뭐래요?
아이가 먹는다면 생각이 없다던 말을 접고 자기도 먹는다고...
하루에 닭 한마리씩 구워냅니다요.

2010-09-19 23: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20 21:4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