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집으로...
내일이 추석이군요.
자기가 태어난 곳을 향하여, 집으로 향하여 "앞으로 갓!" 해야 하는 때입니다. 귀소본능이지요.
바쁜 일이 있어서 눈팅도 거의 못하고 제 서제에도 오랜만에 들어와 봤더니
고맙게도 제 안부도 물어주시고, 글도 기다리시는 분이 있네요.
좀 상처받은 영혼이라... 님의 글을 읽고 가슴이 찡했습니다.
지난 금요일 사진 수업에 갔다가 새로 생긴 도서관에 갔었지요.
학생 문화회관 안에 있는 도서관인데, 공연장, 전시장, 체육시설이 있고 3층에 도서관이 있었어요.
1층 사진전을 보고 도서관으로 갔었는데 문을 여는 순간, 왜 그랬는지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온통 하얀 벽에 아직은 듬성듬성 꽂힌 서가의 책들...
짧은 순간이었지만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고, 이것저것 마음을 쓰며 동동거리며 살아야 하는 현실에 조금은 센티멘탈해졌던 것 같습니다.
고속버스로 내려오는 아들을 태워서 갈려면 두어 시간 정도의 여유가 있어서
소나무가 도서관 안을 기웃거리는 창 가에 앉아서 책을 읽었드랬지요.
그리고 아무리 바쁘지만 대출을 안할 수가 없어서 <김서령의 家> <고흐를 만나다>를...
집은 그 사람의 영혼에 다름 아닙니다. 보통의 사람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니까요. 어머니의 자궁과 같지요. 생명은 거기에서 출발합니다. 예수쟁이의 시각으로 보자면 가정은 천국의 모형입니다. 물론 가정과 집은 다르지만 그래도 따로 떼어 내어서 생각할 수만은 없습니다.
결혼을 하고 나서도 여러 번 이사를 다녔지만 집에 들어가면 ‘집이 나를 받아주는구나’ 하는 느낌이 드는 집은 한 번 밖에 없었어요.
나이가 드니 노후에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그 중 하나가 집 문제입니다. 어떤 날은 그냥 편하게 작은 아파트에서 살고 싶다가도 어떤 날은 내 육신을 그렇게 방치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두어 해 전, 엄마, 아빠의 고향 마을에 땅을 조금 사두기는 했습니다만 이것도 아직 결정을 못해서 동네 한가운데 살 것인가, 동네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살 것인가 갈등하고 있습니다.
동네에선 조금 떨어졌지만 경치가 좋은 곳. 280평
동네 한가운데 있긴 하지만 높은 곳에 위치하여서 동네가 내려다 보이는 곳. 360평
또 어떤 날은 다 부질없는 짓이야. 집 짓는 돈으로 한 이 년씩 마음에 드는 곳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저는 오늘 쯤 하던 일 마무리 짓고, 내일은 일찍 시댁에 갑니다. 저녁 무렵에 돌아올 생각입니다. 딸은 집에 오지 못했고 아들은 목요일 귀경합니다.
그리고 나면 또다시 중년 부부만 남아 때로 친밀하게, 때로 무덤덤하게 살아가게 되겠지요.
어릴 적엔 다락방에 새옷이랑, 신발이랑 사놓고 추석이 되기까지 수도 없이 들락거렸는데 그 단발머리의 소녀는 어디로 갔을까요?
갑자기 가슴이 아려서 남편에게 한 마디 해 봅니다.
“추석인데 나 새옷 한 벌 사줘!”
***아름다운 추석 명절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