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역설(Paradox of our time) / 제프 딕슨
건물은 높아졌지만 인격은 더 작아졌다.
고속도로는 넓어졌지만 시야는 더 좁아졌다.
소비는 많아졌지만 더 가난해지고
더 많은 물건을 사지만 기쁨은 줄어들었다.
집은 커졌지만 가족은 더 적어졌다.
더 편리해졌지만 시간은 더 없다.
학력은 높아졌지만 상식은 부족하고
지식은 많아졌지만 판단력은 모자란다.
전문가들은 늘어났지만 문제는 더 많아졌고
약은 많아졌지만 건강은 더 나빠졌다.
너무 분별없이 소비하고..너무 적게 웃고
너무 빨리 운전하고
너무 성급히 화를 낸다.
너무 많이 마시고 너무 많이 피우며
너무 늦게까지 깨어 있고 너무 지쳐서 일어나며
너무 적게 책을 읽고, 텔레비전을 너무 많이 본다.
그리고 너무 드물게 기도한다.
가진 것은 몇 배가 되었지만 가치는 더 줄어들었다.
말은 너무 많이 하고
사랑은 적게 하며
거짓말은 너무 자주 한다.
생활비를 버는 법은 배웠지만,
어떻게 살 것인가는 잊어버렸고
인생을 사는 시간은 늘어났지만
시간 속에 삶의 의미를 넣는 법은 상실했다.
달에 갔다 왔지만
길을 건너가 이웃을 만나기는 더 힘들어졌다.
외계를 정복했는지 모르지만 우리 안의 세계는 잃어 버렸다.
공기 정화기는 갖고 있지만 영혼은 더 오염되었고,
원자는 쪼갤 수 있지만 편견을 부수지는 못한다.
자유는 더 늘었지만 열정은 더 줄어들었다.
키는 커졌지만 인품은 왜소해지고
이익은 더 많이 추구하지만 관계는 더 나빠졌다.
세계 평화를 더 많이 얘기하지만 전쟁은 더 많아지고,
여가 시간은 늘어났어도 마음의 평화는 줄어들었다.
더 빨라진 고속 철도
더 편리한 일회용 기저귀
더 많은 광고 전단
그리고 더 줄어든 양심
쾌락을 느끼게 하는 더 많은 약들
그리고 더 느끼기 어려워진 행복……
***우리의 삶을 대변하는 것 같아서 인용해 봅니다.
좀 바쁜 아줌마도 이 글을 읽고 문득 생각나는 것이 있어서 퍼즐 한 세트를 샀습니다.
1000조각 짜리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입니다.
옷방을 정리하고 손님이 오시면 한 번씩 꺼내 쓰던 커다란 상위에 퍼즐 조각 1000개를 올려놓았습니다.
역설의 삶을 살아볼까 합니다.
- 바쁠수록 더 느리게 살기 -
외출에서 돌아와서 옷도 갈아입지 않고 서너 조각을 맞추고, 책을 읽다가도, 밥을 먹고 나서도, 심지어는 잠자리에 들기 전에도 옷방에 들러 퍼즐을 들여다보곤 합니다.
어제는 밥을 먹고 김치찌개를 데워놓으려고 가스불에 올려놓고 퍼즐 들여다 보다가 냄비를 태워먹은 불상사를 겪었고, 그 냄비를 원위치 시키느라 식초를 넣고 끓였지요. 가스불을 그만큼 더 썼습니다. 연말경에 카메라를 바꿔볼까 싶어서 긴축해야 하는데 말이지요.
무엇 때문에 이렇게 바쁜지, 아무 것도 안할 자유가 내게는 없는지 혼자 용을 써봅니다.
그러다가 이 퍼즐을 생각해낸 거지요.
‘하루에 얼마간은 모든 것을 잊어버리기’
저의 희망사항입니다.
이렇게 하다가는 언제 1000개의 조각을 다 맞출까, 하는 생각은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하늘은 더욱 더 낮아지고, 나무들의 아우성은 더 높아만 갑니다.
갑자기 슈베르트의 숭어가 튀어나옵니다.
세탁기 속의 빨래들이 빨리 꺼내달라고 부르는 소리입니다.
무수리들은 다 어디에 갔는지 중전이 몸소 해야 합니다.
중전 이만 퇴장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