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일상으로...따뜻한 슬픔

징검다리 휴일도 이제 끝이나 갑니다.
다시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너무 오래 무더웠던 탓인지 가을을 맞는 기분이 여느 해와는 다릅니다.
여름을 견뎌내느라 마음이 건조해진 탓인 듯 생각됩니다.
중부지방은 추석전날 기습적인 폭우로 많은 피해가 있었지요.
제가 사는 남부지방은 다시 부활한 무더위로 이삼일 힘들었습니다.
추석날 시댁에 다녀오고, 수요일이라 교회 가서 예배를 드리고
밤늦은 시간, 남편과 아들은 잠들고 홀로 깨어있던 저는 세수를 하기 위해 세면대 앞에 섰습니다.
웬 낯선 이가 건너편에서 저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다소 시름에 잠겨있고, 피곤이 얹혀있는 얼굴이었습니다.
‘내가 이렇게 나이 들어가고 있구나.’
가슴 한켠이 서늘해져왔습니다.
갑자기 쌀쌀해진 밤기운에 흰 면잠옷 위에 곤색 실크 잠옷 하나를 덧입은 모습입니다.
사진 한 장 찍어두고
   

세수를 하고 들어가서 조병준의 <따뜻한 슬픔>의 사진들을 오래 들여다 보았습니다.
맞아요. 저도 따뜻한 슬픔입니다.
 

 

 

 

 


 다음날 서울로 가는 아들을 고속버스 터미널에 내려다 주고 일부러 해안도로를 따라 집으로 왔습니다.
다른 지방에 비가 많이 온 탓이지 온 대지가 말갛게 씻긴 듯한 느낌입니다. 구름이 하늘을 도화지 삼아서 얼마나 많은 그림들을 그려내는지요.
가을이면 하늘이 높아진다는 말에 대해 회의를 품게 되었습니다.
하늘은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더욱더 낮아져서 바로 허리께에 머물러 있는 듯합니다.
철 지난 해수욕장을 지나다가 역시 한 장의 사진을 찍었습니다. 

어린 남매가 노는 모습을 담을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따뜻한 행복일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인생이란 길을 끝까지 가야하는 것인가 봅니다. 


철지난 해수욕장에서 놀고 있는 어느 남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녀고양이 2010-09-26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름이 떠다니는 이야기 같아요.
너무 아름다와서 그림같구요. 아..... 크게 뽑아서 가지고 싶어지는 사진이예요.

중전 언니, 추석 잘 지내셨죠?

gimssim 2010-09-28 08:07   좋아요 0 | URL
네에~ 마고님도 추석 잘 지내셨는지요.
저는 모처럼 좀 쉬었습니다.
요 며칠 동안은 정말 구름이 너무 아름다웠어요.
이젠 정말 가을이 맞을까요?

꿈꾸는섬 2010-09-26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석 잘 쇠셨어요?
어느새 찬바람이 불어요. 세수하러 들어간 세면대에 낯선이가 서있다니..그만큼 세월이 흐른 탓인건가요?
철 지난 해수욕장의 풍경, 평화롭네요.^^

gimssim 2010-09-28 08:08   좋아요 0 | URL
좀 생각이 많은 아줌마이지요.
좀 가볍게, 단순하게 살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되네요.

꿈꾸는섬님도 추석 잘 지내셨지요?

양철나무꾼 2010-09-27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이면 하늘이 높아진다는 말에 대해 회의를 품게 되었습니다.
하늘은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더욱더 낮아져서 바로 허리께에 머물러 있는 듯합니다.

오늘은 이 말을 어록에 남겨놓아야겠는 걸요~
중전님,대문 사진이랑 비교하여 머리가 많이 기셨는걸요.
(그리고,소매 레이스 잠옷 넘,넘 귀여우세요~'속닥')

gimssim 2010-09-28 08:13   좋아요 0 | URL
그러네요. 정확하신 눈썰미!
젊었을 땐 대문 사진처럼 커트한 모습이 어울렸었는데
그래서 지난 여름에 한 번 해보았더니
지금의 저와는 안어울리더군요.
그래서 다시 단발 퍼머스타일로 돌아와야겠어요.
성격이 좀 강한 편이니 일부러라도 좀 부드러운 이미지로 가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