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갑 - 김영갑 5주기를 추모하며
양인자 외 지음, 김영갑 사진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며칠 전, 아홉 명의 아줌마들이 제주도에 다녀왔다.
한 달에 한 번, 부부동반으로 남편의 고등학교 동기 모임이 있었다.
몇 년 동안 우정을 다지며 모임을 가졌드랬는데 어느 날 요즘 아이들 말로 하자면 남자들이 배신을 때렸다.
부인들이 끼여 있으니 저녁식사를 하고 좀 진한(?) 진도를 나가기가 어려웠는지 여자들을 따로 모이라는 것이었다.
남자들의 좁은 소견(내 생각에는 그렇다는 말이다)에 몇 번 모이다가 말겠지, 생각을 했을 터이다. 그런데 이 여자들이 너무 재미있게 모임을 이끌어 오지 않았겠는가.
오히려 남자들 모임이 시들해지는 조짐을 보였다.
두해 쯤 지나자 다시 합치자는 것이었다.
물론 여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소리를 높였다. “아, 됐거든!”
그 여자들이 뭉쳐서 한겨울, 눈이 펑펑 내리는 제주도에 다녀왔다.

이번에 제주도 여행에서 빠뜨릴 수 없는 일정은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에 가 보는 것이었다.
김영갑은 1957년 부여에서 태어났지만 제주도를 사랑하여 제주도의 아름다운 모습을 사진으로 남긴 사진가이다.
그는 루게릭 병으로 갔지만 나는 그의 사진을 보면서 그가 신의 노여움을 사서 더 이상 이 세상에 남아있지 못하게 된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제주의 중산간을 찍은 그의 사진들을 보면 신의 비밀의 문에 들어서 있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의 영혼과 열정이 부러웠다. 그래서 며칠동안 몸살을 앓았다. 
 생전의 그의 방 

주인장의 인사

그를 기념하며
그를 기념하며 

이 책은 그의 저서는 아니고, 그의 5주기를 추모하며 그를 가까이 했던 사람들이 쓴 글이다.
한 사람을 두고, 그를 사랑했던 이들이 각자의 마음 속에서 꺼낸 기억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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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2-15 0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에는 못 가봤지만,
<그 섬에 그가 있었네>를 읽은 독자로서 그를 사랑합니다~

남편 친구들 부인끼리의 모임이라니 너무 좋은데요. '아~됐거든'에 완전 동감!ㅋㅋㅋ

gimssim 2011-02-15 20:03   좋아요 0 | URL
<그 섬에 내가 있었네>는 아껴두고 있어요.
제주도 가시는 길이 있으면 꼭 들려보시기를 ...
사진에 별 관심이 없는 아줌마들이랑 가다보니
영 마음 내켜하지 않길래 하루 저 혼자만 빼서 가겠다고 엄포를 놓아서
모두들 다녀왔답니다.
완전 감동 그 자체였어요.
 

  

새해가 벌써 두주일이나 지나가버렸지만 야심한 시각에 시내에 나갔다가
사진 한장 찍어왔기로 곁들여 새해인사 드립니다.
오늘 재래시장에 갔더니 몇 달 전보다 물가가 많이 올라서 잠시 시름에 잠겼드랬습니다.
다시금 '희망 2011'을 떠올려봅니다 

 

새해 벽두에 다른 사람들에 묻어서 사진전시회를 열고 있습니다.
다시 '부잣집 맏며느리'로 갈일도 없는데 얼굴은 왜 이렇게 자꾸만 보름달이 되어가는지요.
그래도 행복한 척 맘껏 웃어봅니다. (이 사진은 일주일만 걸고 내릴참입니다.)

*** 지난 연말부터 글을 올리지 못했더니 그래도 안부를 궁금해 하시는 분이 계셔서 나름 행복합니다.
이런저런 일로 마음 고생을 좀 하고 있고, 그 와중에 이제 곧 장교로 임관할 아들이 미리 대기업에 입사하게 되어서 시린 마음 한 켠에 따뜻한 불을 지펴주고 있습니다.

일월 한 달은 더 빈둥거릴 참입니다.

올해의 희망사항은 '행복'에 관한 페이퍼를 열편 쓰는 것입니다.
좋은 사진도 좀 많이 찍었으면 좋겠습니다.
아. 그리고 돈도 좀 벌었으면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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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01-17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전도 하시고 ^^.. 멋지십니다.
그간 여러 일이 있으셨나 보네요~
올해는 희망하시는 것들에 더 다가서는,, 그런 날들로 가득하시길 빌겠습니다.

gimssim 2011-01-18 07:47   좋아요 0 | URL
살아가면서 온전히 나 자신만이 행복한 일도 한가지쯤은 하고 살고자 결심했드랬지요.
사진 찍은 일이 그 중 하나예요.
잘 되지 않아서 꿀꿀할 때도 있지만...
바람결님도 행복한 한 해 되세요.

프레이야 2011-01-17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전님 사진 반가워요.
사진전시회 축하드립니다.
새해 복 듬뿍 받으세요.^^

gimssim 2011-01-18 07:48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반갑습니다.
감사드리고 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행복하세요.^^

라로 2011-01-17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알라딘에 자주 들어오지 못했어서
이제야 인사를 드리게 되었네요~~.
많은 일이 있으셨군요!!
하지만 뭣보다 축하할 일이 더 많으신것 같아 기뻐요!!
희망2011!!
저도 한 해 동안 기억하겠습니다~.
행복한 2011년이 되시길요.^^

gimssim 2011-01-18 07:49   좋아요 0 | URL
나비님의 페이퍼를 읽어보니
기원하지 않아도 이미 많이 행복하신 것 같아요.
늘 그렇게 아름답고 따뜻한 글...주세요.^^

울보 2011-01-17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사진전을 하시는군요,
정말 멋진 분들이 많은곳이 알라딘이군요,,

gimssim 2011-01-18 07:51   좋아요 0 | URL
개인전이 아니고 그냥 묻어가는 거지요.
멋진 분들이 많은 곳이긴 하지요?
아름다운 한 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순오기 2011-01-18 0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갑습니다, 복많이 받으시어요~중전님!
일주일만 거는 중전님 사진도 봤으니 올해도 대박입니다~ ^^

gimssim 2011-01-18 08:06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도 복많이 받으세요.
올해도 왕성한 활동 기대해도 되겠지요.
그러려면 우선 건강부터 잘 챙기시구요.^^

양철나무꾼 2011-01-18 0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해외 여행이라도 가셨나보다 했었어요.
잘 지내시는 듯 하니...됐습니다.^^

gimssim 2011-01-18 07:52   좋아요 0 | URL
제주도에 갔다왔으니 해외여행을 하긴 했네요.
잘 지내시지요?
올한해도 책많이 읽고 많은 걸 나누는 한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느린산책 2011-01-18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중전님 멋쟁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gimssim 2011-01-18 16:19   좋아요 0 | URL
ㅎㅎㅎ
감사^^
가슴뭉클님도 복많이!

마녀고양이 2011-01-18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중전언니, 안 그래도 너무 뜸하셔서 바쁘신가 했어요.
일단... 새해 좋은 일 가득하시고 건강하셔염!

그리고 사진전 축하드려염.... 대단하셔염... 하기사 올려주신 사진이 항상 멋진걸요!

gimssim 2011-01-19 07:10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도 마음에 원하는 일들을 많이 이루시는 한해가 되기를...
축하해 주심에 감사드리고 더욱 분발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집니다.

2011-02-01 04: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14 23: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으흠... 슬쩍 자랑질(?)

얼마동안 서재에 글을 올리지 못했군요.
이삼일에 한 번 정도 들르기는 했습니다.
무엇이 그리 바쁜지, 좀 단순하게 살고 싶은데 말이지요.
지금도 DVD로 짧은 영화 <빨간풍선> 한 편 보고, 빨래하고 나니 청소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곳곳에서 먼지가 ‘나 좀 들어내달라’고 아우성을 칩니다.

그래도 애써 외면을 하고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글을 올리지 않는다고 독서를 게을리 한건 아니고
요즘에는 박노아의 <드림 DREAM>과
<에코 체임버 ECHO CHAMBER>을 눈으로 보았습니다.


 

 

 

 

 

묻어서 슬쩍 자랑...한겨레신문에 제 사진이 눈에 불을 켜고 보아야 할 정도로 자그마하게 한 장 실렸답니다. 


 # 가을, 건조주의보 

낙엽, 쓰레기, 공터, 버려진 거울...
그래서 다소 어수선한 도시의 거리

건조주의보가 내린 내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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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0-12-01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자랑하실만 하세요.ㅎㅎ 축하드려요.
추운 겨울 건강하세 나시길 바래요.^^

gimssim 2010-12-01 22:48   좋아요 0 | URL
12월 첫날입니다.
꿈섬님도 건강 잘 챙기시고 한 해의 마무리 잘 하시기를^^

순오기 2010-12-01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한겨레신문에서 확인하고 싶은데요.
오늘 신문이면 세븐일레븐에서 있겠다~~~~~ 이따 영화보러 가다가 찾아볼게요.^^
축하드려요~~~~

gimssim 2010-12-01 22:50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오랫만입니다. 그쵸?
벌써 한 해의 마지막 달에 왔네요.
연말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어제 신문인데?

양철나무꾼 2010-12-04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사진 넘 좋아요~
한참 쳐다봤어요.

걸거리에 버려진 타일 거울에 비친 풍경이군요.
거울에 허연 종이 같은 뭔가도 묻어 있구요.
신문 찾아서 다시 보고 싶어요.
남편 회사에서 한겨레 신문 보는 데 안 버렸을라나~~~

중전님,잘 지내시죠?^^

gimssim 2010-12-04 22:04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좀 오랫만이지요?
연말이라 이래저래 마음이 바쁩니다.

우리 남편은 주제가 뭐냐고, 뭐든 명확하게 머리에 들어와야 하는 사람이라.
저는 그냥 도시의 을씨년한 풍경, 도시의 고단한 느낌이 좋은 것 같은데, 모두 그렇게 공감하는 것은 아닌듯 합니다.

겨울의 길목입니다.
좋은 시작 되시기를!

2010-12-24 12: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02 08: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11-01-08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으로 유명인사가 되는 것 아닙니까? 늦게나마 축하드려요.^^^
요즘 무엇을 하시기에 새 글이 올라와 있지 않은거죠? 바쁘신가봐요.
저의 바쁜 일은 끝났습니다. 그래서 한가로운 새해를 맞이했습니다.
즐거움이 가득한 새해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gimssim 2011-01-17 21:18   좋아요 0 | URL
바쁜일 끝나셨다니 축하드리고...
연말 연초, 많이 바빴습니다.
제주도 갔다가 지난 주말에 돌아왔고...
이제 자주 뵙도록 해야지요.

페크pek0501 2011-01-15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먼 여행이라도 떠나셨나요? 왜 안 나타나시는 거죠? 궁금.......

gimssim 2011-01-17 21:19   좋아요 0 | URL
pek0501님!
기다리는 분이 계셔서 행복합니다.
저 나타났어요. ㅎㅎ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 

                           ....... 어느, 중년 남자의 두려움 


  

며칠 전,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와서 읽고 있다.
한겨레신문 논설 주간을 지낸 김선주의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이다.
그동안 논설위원으로 있으면서 신문에 기고한 칼럼을 모아서 엮은 책이다.  
나는 이이의 세상을 염려하는 따뜻한 시선이 마음에 든다.
그 시선의 아랫자락에는 모성이라는 여성성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이이의 글이 이런저런 사회의 부조리나 문제점, 구조적인 모순, 제도적인 장치의 미비, 인간성의 상실, 인간에 대한 배려나 예의의 부재 등 많은 문제점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래도 따뜻하게 읽히는 것은 그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열심히 읽고 있는데, 남편은 내가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오면 무심한 척 하면서 마누라가 무슨 책을 읽고 있나 알고 싶어서 슬쩍슬쩍 엿보곤 한다.
내 책상 위의 책들을 안보는 것처럼 하면서 제목들을 확인하는 것이다.
“이런 책을 왜 봐?”
남편은 자기의 관심 분야가 아니면 무식하기 그지없다. 아니 무식하다기 보다 아무 생각도 없는 사람이다.
보통 때는 그냥 넘어가는 데 아무래도 이 책이 마음에 걸렸나보다.
그러면 책장을 들춰서 무슨 내용인가 슬쩍 보아도 될 터이지만 그런 수고는 절대 안하는 사람이다.  나는 남편이 말하는 뜻을 알고 있다. 그러나 짐짓 시치미를 뗐다.
“그 책이 왜?”
중년 남자는 중년의 여자가 느끼지 못하는 두려움이 있다.
그 두려움의 근원은 아마 ‘젖은 낙엽 증후군’인 것 같다.
바다 건너서 온 용어이다. 일본에서 한때 유행하였고 지금도 이런 기사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일본은 20년 이상 동거한 부부의 이혼 이른바 '황혼이혼'의 원산지이다. 전후 세대가 은퇴를 하기 시작한 2000년대에 들어서 퇴직 이후의 인생에 대한 별다른 준비 없이 은퇴한 50∼60대 남편들을 ‘누레오찌바’ 즉 ‘젖은 낙엽’이라고 부른다.
구두나 몸에 붙으면 쉽게 떼어지지 않는 젖은 낙엽처럼 퇴직 후 하루 종일 집에 있으면서 집안일을 도와주지 않는 남편을 빗댄 말로 제대로 떨어지지도 않으면서도 쓸모는 없는 존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노부오 쿠로카와박사는 노년기 일본 주부의 60% 이상이 ‘은퇴 남편 증후군’(RHS: Retired Husband Syndrome)에 걸려 있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황혼이혼’이란 단어는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1990년 2363건에 불과했던 황혼이혼은 10년 후인 2000년 1만6978건으로 7배 넘게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에는 2만8261건으로 10년 전보다 2배 가량 늘어난 것으로 집계되었다.
전체 이혼건수에서 황혼이혼이 차지하는 비중도 점점 높아져 1990년에는 전체 이혼 건수 가운데 5.2%에 불과했으나 10년 후인 2000년에는 14.2%로 급증한 뒤 2009년에는 22.8%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이혼부부 열 쌍 가운데 20년 이상을 같이 산 부부가 두 쌍을 넘은 셈이다.
남편들의 편에서 보면 무시무시한 이야기이다.

얼마 전 부부동반으로 여고 동창들 모임을 가진 적이 있었다.
남자들은 고등학교, 대학교를 인문계열, 이공계열 별로 공부를 하게 되고 따라서 졸업을 하고나서 하는 일들도 몇 가지에 국한 되어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여자들은 물론 자신의 일을 따로 갖고 있긴 하지만 남편들의 직업에 따라 살아가는 환경이 다양할 수 밖에 없다.
내 여고친구들의 남편들도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있다.
물론 남편들끼리도 서로 알고 지내고 있다.
한 번 남편들을 대동하고 만났더니 웃기는 건, 이 남편들이 우리 모임을 너무 재미있어 한다는 거였다.
비용을 남자들 쪽에서 댈 테니 다음 번 모임에도 초대를 해달라는 거였다.
우리는 이구동성으로 소리를 높였다.
“아, 됐거든.”

어느 강연에서 좀 슬픈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남편은 비행기 조종사였다. 삼십 년을 넘게 하늘에 떠서 일을 하다가 마침내 정년퇴직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처음 얼마간은 그렇게 홀가분하고 좋았다고 했다.
경제적으로 어렵지가 않으니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면서 지내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가족들과 도무지 대화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어느 날, 아내의 친구 모임에 가게 되었다.
옆에서 가만히 들으니 아내의 친구는 자신의 집안일이나 아이들 일을 모르는 것이 없어 보였다.
자신은 생전 처음 듣는 일인데 아내의 친구는 그 모든 사실을 다 알고 아내와 이런저런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을 보고 남편은 절망감을 느꼈다고 했다.

우스개 소리로 요즘 남편은 이사할 때 절대 애완견을 품에서 내려놓지 않는다고 한다.
애완견에 묻어서 기어이 이사 가는 집에 입성을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중년 남자들의 현주소이라면 너무 과장된 것일까.

우리 남편도 이런 대열에서 예외가 아닐 터이다.
그래서 아내의 책상 위에 있는 책의 제목을 보고 잔뜩 긴장했을 것이다.
‘이 마누라가 나 몰래 이별을 꿈 꾸고 있나’ 생각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어느 날, 두 사람이 먹기에는 좀 많은 양의 미역국을 끓인 적이 있었다.
남편이 그것을 보더니 큰 눈이 더 커지며
“미역국을 왜 그렇게 많이 끓여?” 하는 것이었다.
그 때만 해도 남편의 염려를 눈치채지 못하고 심상하게 대답했었다.
“먹을려고.”

물론 이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는 이별이야기가 맞다.
앞부분에서 연예인 부부의 이별, 미국 갑부 부부의 이별을 이야기 하고 있지만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철새정치인에 관해서였다. ‘이해관계가 다르고 꾀하는 바가 다른 정치 집단의 이합집산은 당연한 것이’지만 ‘직업과 학문, 예술에의 열정, 나라와 겨레, 어떤 이상, 사회적 이슈에 몸과 마음이 아플 정도로 헌신했던 터질 것 같은 순간’의 사랑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마는 정치권의 세태를 통탄하고 있는 것이었다.

우리 남편은 유교적인 집안의 장손이다.
많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남존여비’ ‘부부유별’ ‘여필종부’ 따위의 풍속을 가문의 영광처럼 지키는 사람이다.
지금도 내가 무어라고 한 마디 할라치면 ‘한 집에 한 사람씩만 똑똑하자’고 입에 거품을 문다.
똑똑한 사람이 너무 많아서 세상이 이렇게 어지럽다는 것이다.
그런 간 큰 남자가 언제 이렇게 ‘새가슴’ 되었는지 모르겠다.

당신과 절대 찢어지지 않은 테니 안심하라는 각서라도 한 장 써주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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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11-16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젖은 낙엽 증후군, 아, 그렇게 깊은 의미가.. ^^
우습지만 찡한 이야기예요.

저는, 우리 세대의 40-60 사이의 남자분들, 중장년층이 제일 불쌍한 세대가 아닌가 싶어요.
짐도 무겁고, 세상의 변화를 쫒아가기도 힘들고, 자기 것을 딱히 가진 것도 아니고..
회사에 짓눌리다가, 회사를 관두면 무엇을 해야할지 남은 것도 없고.

언니의 글을 읽으니, 신랑에게 좀더 잘해주어야겠어요. ^^

gimssim 2010-11-17 11:38   좋아요 0 | URL
맞아요.
'낀 세대'라고도 하지요.
신랑께 좀 더 잘해주려고 결심했다니 페이퍼를 쓴 보람이 있네요.
좋은 하루!

양철나무꾼 2010-11-16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이런 내용이군요~
그러고 보면 저희 남편은 아직 한참 멀었어요.
국이나 찌개를 넉넉하게 끓여놔도 절대 두번은 안 먹으니,넉넉하게 안 끓이게 돼요.

이 페이퍼 카피해서 남편 책상에 살포시 올려놔 볼까 봐여~^^

gimssim 2010-11-17 11:39   좋아요 0 | URL
네, '세태만평'에 해당하는 글들이에요.
부드럽게 읽힙니다.
요즈음은 너무 '용감한' 책을 좀 읽기가 거북스러워요.
이가 시원찮아서일까요?

양철나무꾼 2010-11-17 13:05   좋아요 0 | URL
아하하~이 악물고요?
용감한 책 읽으심 안 되겠는걸요.
임플란트를 마우스피스처럼 사용하게 되면 안 되잖아요~^^
(전 이가 튼튼하지는 않은데,충치는 하나도 없어요.
전 나중에 이 땜에 고생할까봐 임플란트 보장되는 보험 들었어용.)

꼼미 2010-12-17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책을 최근에 참 좋게 읽었답니다. 작가의 이야기와 더불어, 이 시대의 소시민으로서, 나이 먹어가는 여자로서, 짧지도 길기도 않게 남은 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겠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지요. 여기서 보니 책도 중전님도 새삼 반갑네요...^^

gimssim 2010-12-18 08:58   좋아요 0 | URL
좋은 책은 긴 여운을 남기지요.
꼼미님 반가와요.
벌써 12월도 중순을 지나고 있네요.
한해의 마무리 잘하시고
새해, 좋은 출발되시기를 바랄게요.
 
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 - 서영은 산티아고 순례기
서영은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함께 걷기에는 조금 힘든

서영은은 <먼 그대>로 나에게 깊이 있게 다가온 작가이다.
사실 이십 대 초반에 이 소설을 읽었을 때보다 이삼 십년의 세월을 건너 지금 읽을 때의 맛이 훨씬 깊다. 이 소설의 저력이다.

그 세월의 중간중간에 산문집을 읽기도 했다.
그러다가 이번에 출간한 『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결었다』를 읽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많이 실망스러웠다.
프로 작가인데 앞뒤의 사족스러운(?) 사실들을 너무 길게 쓰고 있다. 그리고 동행과의 자질구레한 부딪침에 대한 지나치게 세밀한 설명도 거슬린다. 더 심하게 말하면 어느 부분에서 또 어떤 마찰을 빚을까 불안하기조차 하다. 책을 읽는 내내 그 부분이 불편하고 부담스러웠다.
그 정도였다면 작가의 성격에 맞게 결별을 하고 혼자서 순례를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니다’ 싶으면 마음속으로 피를 흘리면서도 끝을 보는 성격이라고 책에서 밝히고 있다.

그리고 작가가 산티아고의 순례를 통해 절대자의 음성을 듣고 내면의 길을 찾고자 하는 간절함은 짐작이 간다. 그렇다고 해도 ‘유언장’은 좀 부담스럽다.
‘물리적인’ 산티아고의 길은 이미 많은 순례자들로 인해 검증된 길이다. 낯선 곳으로의 여행으로 인한 위험부담이 크지 않는 곳이다. 그런데 꼭 책에서 그런 내용들을 밝혀야했을까 하는 의아함이 든다.
아무리 글로 표현하는 작가이기는 하지만 내면에 묻어두고 혼자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앞뒤의 사족(내가 느끼기에)을 빼고, 동행과의 부딪침에 대한 알뜰한 설명을 줄이고 순례의 여정이나 내면의 음성에 좀 더 집중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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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0-11-16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었어요.
제 블로그 어딘가에,박기영이 쓴 '산티아고 가는 길'과 비교 페이퍼도 남겼었던 것 같아요.
누구나 비슷하게 느끼는 부분이 있나 봐요.
저도 그 부분이 참 많이 아쉬웠었 거든요~^^

gimssim 2010-11-17 11:40   좋아요 0 | URL
작가의 뜻인지, 출판사의 메케팅인지...
좀 그런 느낌이 있지요?
저는 제가 너무 까다로운가 생각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