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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사실 조금은 굉장하고 영원할 이야기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11월
평점 :
"대화는 지속된다. 세상이 두 쪽이 나도, 저녁을 먹은 뒤 여름밤의 산책과 카페에서의 나직한 이야기와 두런거림은 영원히 지속되어야 마땅하다."(1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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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초 본가에 다녀오면서 남아있던 성석제 작가님의 산문집을 마저 읽었다. 기차에서 반쯤 읽었는데, 막상 자취방에 가져왔더니 진도가 나가지 않아 이제서야 완독했다. ^^;; 전체적으로 지난번에 읽었던 또 다른 산문집 [말 못하는 사람]보다 별점 하나를 더 주고 싶을 만큼 마음에 든다.
이번 책은 총 4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 소설 쓰고 있다
- 작가님이 문학에 대한 역사를 살짝 엿볼 수 있는 이야기들
2부 나라는 인간의 천성
- 음식 이야기가 많은데, 가장 마음에 들었던 챕터이다. 성석제의 맛있는 문장들은 읽다보면 허기가 진다.
3부 실례를 무릅쓰고
-가장 글이 많은 챕터지만 술술 넘어간다. 사회 현상들에 대한 단상 모음.
4부 여행 뒤에 남는 것들
-제목 그대로 여행과 관련하여 쓰신 글들이다. 마지막 글인 "여행이 끝나갈 때"가 이 책에 실린 산문 중에서 가장 긴 글인 듯 싶다."되로 주고 말로 받는 여행"(195쪽)이 가장 감동적이었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여행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밍숭맹숭하게 읽었다.
2부 나라는 인간의 천성 中 "홍익인간의 음식"(81쪽)은 발효 음식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 중에서 지역 음식인 '골곰짠지'가 나온다.
무말랭이, 말린 배추 속잎, 무청에 고춧가루, 멸치젓, 조청, 마늘, 생강 등을 넣고 담그는 토속 장아찌 김치. 오도독 씹는 맛과 매우면서도 달큰한 맛이 나 가을 김장철에 별미로 담근다.(두산백과)
검색해보니 김치 양념이 더해진 무말랭이 김치 같은 모습이었다. 간단히 말하면 "무말랭이와 달리 발효가 된 음식이다.(82쪽)""무말랭이에 비해 훨씬 더 영양이 풍부하고 맛이 깊을 수밖에 없는데 씹을 때 나는 꼬드득꼬드득 하는 소리는 머리를 부드럽게 두드리며 나를 낳고 키워준 은혜로운 사람들을 내 머릿속 장광에서 호출했다.(82쪽)"는 표현에 언젠가 만들어 먹어봐야지 하고 검색해보니 정말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라 .... 포기ㅜㅜ
표제작인 [근데, 사실, 조금은, 굉장하고, 영원할 이야기](182쪽)는 사람과 사람이 서로 대화를 나눈 다는 것의 귀중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지금 블로그에 쓰고 있는 이 글도 '근데, 사실, 조금은...'처럼 별 의미 없는 말일지라도 나름의 의미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잠깐 생각해본다.
대화는 지속된다. 세상이 두 쪽이 나도, 저녁을 먹은 뒤 여름밤의 산책과 카페에서의 나직한 이야기와 두런거림은 영원히 지속되어야 마땅하다. - P184
스님은 저장창고가 아닌 장광 안의 항아리에서 지역 음식인 ‘골곰짠지‘를 한 바가지 떠가지고 와서 먹어보라고 권했다. 골곰짠지는 무말랭이와 달리 발효가 된 음식이다. 무를 썰고 널어서 말리되 무말랭이보다는 훨씬 수분이 많이 남은 상태에서 고춧가루와 조청, 고춧잎 같은 양념을 더해 숨쉬는 옹기에서 김치처럼 발효시킨다. 무말랭이에 비해 훨씬 더 영양이 풍부하고 맛이 깊을 수밖에 없는데 씹을 때 나는 꼬드득꼬드득 하는 소리는 머리를 부드럽게 두드리며 나를 낳고 키워준 은혜로운 사람들을 내 머릿속 장광에서 호출했다.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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