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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공구 - 공구와 함께 만든 자유롭고 단단한 일상
모호연 지음 / 라이프앤페이지 / 2022년 8월
평점 :
1. 올해 초 이사를 오면서 부쩍 집 인테리어 영상을 보거나 어플을 들락거리는 일이 많아졌다. 친구와 함께 이케아에 가서 즐겁게 구경도 하고 책상 하나와 의자 하나를 사서 조립하느라 전동 드라이버도 샀다. 왜나하면 우리집에 있는 5단 책장을 예전에 손으로 일일이 나사를 돌리다가 내 손목 관절도 같이 맷돌처럼 갈리는 경험을 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동 드라이버가 무서워서 지금 우리집에 있는 책상과 의자는 친구가 전동 드라이버로 뚝딱 해줬다...
2. 반려공구를 읽으며 공구에 대한 무서움이 덜어질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결과만 놓고 말하자면 그동안 잘 몰랐던 공구들을 자세히 알 수 있어 좋았지만 아직 무섭다 이다... ‘톱‘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 대학 시절 무서움을 참으며 톱질했던 기억이 떠오르고(그 때 별모양 냄비받침을 만드느라 톱을 이 방향 저 뱡향 썰어 댔다.) ‘커터‘ 이야기를 읽으면 옛날 종이를 자르다가 검지 손가락 회 떴던 기억이 떠오르고 ㅠㅠ 글쓴이는 분명 용감한 사람일거다.
3. 목차를 보면 드라이버, 드릴, 톱 등 우리가 공구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1부, 도구와 공구의 경계에 있는 것들이 2부에 자리잡고 있다. 공구라고 생각치 못했는데 들어가 있던 도구들은 자, 사포, 가위, 글루건, 접착제 등등 다양했다. ‘실리콘과 실리콘건‘(179쪽)으로 뚝딱 집을 보수하는 글쓴이의 모습을 보며 멋있다고 생각했다.
4. 그나마 인테리어 유투브나 어플을 들락거리면서 관심이 생겼던 건 재봉틀(212쪽)이다. 만약 재봉틀을 배운다면 첫째로 키가 작아 늘 수선이 필요한 바지의 수선비를 아낄 것이고, 둘째로 요즘 유행하는 예쁜 천을 떼다가 작은 패브릭 가림막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5. 책을 읽으며 하나하나 관심을 주지 않고 살던 공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가구를 만들고, 재조립하고, 집을 수선하는 작가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이사하면서 수납형 침대의 서랍장 밑판이 뜯어(?)졌는데, 만약 글쓴이라면 타카를 집어들고 뚝딱 고쳐냈겠지란 생각이 든다. 공구를 사용하는 일은 ˝내 생활의 어려움을 나의 힘으로 해결한다는 효능감, 그리고 타인에게 기대지 않아도 된다는 해방감(9쪽)˝을 느낄 수 있는 일로써 매우 멋짐을 책을 통해 배웠다.
6. 그렇지만 손재주가 없는 사람은 맡기는게 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