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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진 가방 속의 페미니즘 - 동네 주치의의 명랑 뭉클 에세이
추혜인 지음 / 심플라이프 / 2020년 9월
평점 :
전문직업인이 쓴 에세이는 이미 많이 나오고 있지만 늘 읽을 때마다 신선함과 감동을 준다. 이웃님의 서재에서 좋은 평을 보았던 기억이 있어 책을 집어 들었다.
책 제목의 "페미니즘"은 익숙하면서도 낯선 의미였다. 네 글자의 짧은 단어에 누구나 평등하게 돌보고 돌봄을 받을 수 있는 공동체에 대한 가치가 담겨있다. 사람답게 살기 위해 너무나 당연한 것이지만 너무 쉽게 소홀이 되는 것.
10여 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이웃들과 함께 돌봄의 가치를 실천하는 모습이 뭉클했다. 글쓴이가 옆사람에게 먼저 다가가 공명을 하는 사람이기에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모인 것 같다. 왕진 의사로서의 일화를 하나씩 열어볼 때마다 사회의 일부분으로서 최선을 다하는 그의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직장에서 틈틈이 시계분침을 바라보는 내가 부끄럽게 느껴졌다. 나는 다른 사람의 마음에 공명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일까? 내가 속한 공동체에서 다른 사람에게 돌봄을 실천하는 사람인걸까?
가슴을 콕콕 찌르는 자기 반성을 제쳐 두고서라도 책장은 재미있게 술술 넘어갔다.(도서관 반납일에 급박했던 탓도 있다....) 언젠가 저자가 속한 공동체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를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표지의 캐릭터는 왜 긴 치마를 입고 있는 것일까? 긴치마는 은근 불편할 터인데...
장애인들이 시설을 떠나서도 행복하게 살 수 있으려면, 휠체어가 이동할 수 있는 길도 필요하고 발달장애인이 등록할 수 있는 운동센터도 필요하다. 장애인 친구와 함께 차를 마시러 갈 수 있는 카페도 필요하고 식당도 도서관도 필요하다. 집들과 골목도 장애인이 살 수 있도록 수리되어야 한다. 장애인이 시설을 벗어나려면 동네가 준비되어야 한다. 결국 폭력과 학대를 예방하는 것도, 탈시설을 가능하게 하는 것도 모두 지역사회 시민의 힘인 것이다. - P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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