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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김초엽 지음 / 허블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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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스포일러 포함

 

 

소문으로 듣던 책을 이제야 읽었다. 2020년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 실렸던 <인지 공간>을 읽고 겨우 이 유명한 책을 읽을 결심을 했다.

 

사실 수상작품집에서 <인지 공간>을 만났을 때는 조금 놀랐었다. SF소설은 장르 소설 중 하나라고 생각했고, 작품성을 떠나서 순수문학의 울타리 바깥에 있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수상되는 작품들이 다양해지는 것은 반갑고 기쁜 일이다.

 

이 책은 단편이 7편 실려있다. 우주 너머로 사고를 확장한 단편이 그 중 과반수이다. 표제작인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또한 먼 미래의 우주 정거장으로 우리를 데리고 간다. 쉽사리 상상할 수 없는 미래 우주의 한 지점에서 인물들이 느끼는 감정들은 지구에 발을 딛고 있는 우리의 감정들과 닮았다. 다만 그들의 상황이 더 극적일 뿐이다.

 

사실 나는 우주에 관한 이야기에 별 흥미가 없다. 고등학생 시절 공부 못하는 학생의 특성에 맞게 이 과목 저 과목을 기웃거렸는데, 지구과학만은 친해지지 못했다. 아직도 나는 어마어마하게 큰 숫자들을 감당할 깜냥이 안된다.

 

그래서 이 책에서 와닿았던 이야기들은 <감정의 물성>이나 <관내분실>같은 이야기였다. 특히 <관내분실>은 내가 늙어 죽을 때 쯤이면 비슷한 시스템이 생기지 않을까 싶었다. 내가 도서관에 보관되는 입장이라도 주인공의 엄마와 같은 선택을 할 것 같다. <감정의 물성> 또한 언젠가 정말 이런 발명품이 나올 것 같아서... 감정을 손에 넣고 만지작거릴 수 있다는 것. 내가 제어할 수 있는 물성을 가진 감정이라니 매혹적이지 않은가.

 

가장 마지막 단편인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 다른 비행사들은 백인 남성인데, 최재경이 동양인에, 여성에, 출산 경험이 있는 비혼모라는 점이 너무 현실 같아서 소름이었다. 몇 년전 영화 <스타트렉>의 동양인 캐릭터인 술루가 스타트렉 최초의 LGBT 캐릭터라는 것이 밝혀졌던 게 떠올랐다. 새 시대에 발 맞추어 다양성은 확보해야겠으나 다른 백인 남성 캐릭터를 놔두고 하필 동양인 캐릭터에 또 다른 소수자 특성을 부여한건 왜일까. 소설의 결말에서 진실이 밝혀진 후에도 여전히 가윤이 재경 이모의 제일가는 이해자인 점이 좋았다.

 

소설 속 인물들은 우리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 그렇지만 기술의 발달로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 주인공들이 부딪히는 장애물이나 고민들에 공감할 수 있는 이유이다. <스펙트럼>에서 루이가 희진을 가리켜 '놀랍도록 아름답'다고 표현했던 것처럼 변하지 않는 것들은 놀랍도록 아름답다.

우리는 심지어, 아직 빛의 속도에도 도달하지 못했네. 그런데 지금 사람들은 우리가 마치 이 우주를 정복하기라도 한 것마냥 군단 말일세.-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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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09-13 22: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꼭 읽어야 할 책 같군요. 이런 분야에 제가 약하거든요.
비현실적인 내용을 다루는 책을 읽어도 그 속에서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이 있어요. 그런 게 신기합니다. 해리포터 시리즈도 그렇죠.

파이버 2020-09-13 22:49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해리포터 시리즈는 이제 공감을 넘어서 어린시절을 함께한 그리움까지 느껴져요
 
[eBook] 별을 위한 시간
로버트 A. 하인라인 지음, 최세진 옮김 / 아작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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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모두 읽고 표지를 다시 보았다. 소설의 내용을 표지에 모두 담은 디자이너 분의 능력이 놀랍다. 내용에 충실할 뿐만 아니라 예쁘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일러스트이다.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중력의 임무》의 표지도 깔끔하면서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까지 읽으니 출판사에 호감이 간다.

 

이 책은 1956년에 발표된 SF 소설이므로 시대상을 감안하고 보았다. 아빠와 엄마의 전통적인 캐릭터성과 그 밖의 캐릭터들의 고정관념에 따른 성역할들을 흐린 눈으로 보며 넘어갔다. 그래도 소설에 등장하는 학자들에 여성 캐릭터들을 분배해놓음으로써 면죄부를 주고 싶다. 뒤로 갈수록 부모님 이야기가 나오지 않기도 하고.... 우주선 안이라는 환경 안에서는 나름 신경 쓴 듯하다.

 

이 책의 두 가지 키워드는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과 쌍둥이이다. 시간의 상대성으로 인하여 지구에 남아있는 쌍둥이와 광속에 가깝게 움직이는 우주선 안의 쌍둥이의 시간이 서로 다르게 흘러간다. 여기까지는 널리 알려진 쌍둥이 역설이다. 자, 여기에 쌍둥이는 일반 사람들과 다른 특수한 관계라는 세간의 미신을 끼얹으면 어떻게 될까?

 

이 소설은 돈이 정말 정말 많은 가상의 단체를 등장시켜 우리의 상상을 현실로 실현한다. 정말 이런 일이 가능하다면 당사자인 쌍둥이들의 관계는 어떻게 될지, 물리학은 어떤 변화를 맞을지에 대해 나름 상상의 날개를 펼친다.

 

이야기를 읽을 때 상대성이론에 대한 물리학 지식이나 우주에 대한 천문학 지식은 크게 필요 없다. 만약 영화<인터스텔라>를 이미 보았다면 이해는 더 빨라진다. 여기에 부드럽게 읽히는 번역과 빠른 전개가 이야기를 읽는 재미를 더한다.

 

물리학은 쌍둥이의 관계와 성장을 묘사하기 위해 이용당했다고 표현해도 과장되지 않을 정도로 화자 톰에 대한 심리 묘사가 돋보인다. 나는 쌍둥이가 아니지만 앞부분에 톰이 팻에 대하여 생각하는 부분이 첫째로서 공감이 갔다. 쌍둥이라도 형제 관계는 애증인가 보다.

 

결말이 100퍼센트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해피엔딩에 닫힌 결말인 점에 별 네 개를 준다. 나머지 별 하나는 매끄러운 번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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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오랜만에 교보문고에 가서 과학 코너를 구경했다. 그리고 집어온 이 책. 세 가지 이유(1. 과학 도서 2. 요시다케 신스케의 귀여운 그림 3. 가이도 다케루 글)로 안 살 수가 없었다.

 

띠지가 특이하게 세로로 되어있다. 그래서 책갈피로 썼다.

 

책장을 넘길수록 고등학교 때 생물2까지 공부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리보솜, RNA... 이름만 기억나고 기능은 기억나지 않았다. 그렇지만 어차피 책에서 친절하게 설명해주니 괜찮았다.

(찾아보니 이제 '생명과학'으로 과목명이 바뀌었다. 아, 세월...)

 

책의 제목이 원서의 제목과 거의 같다. 읽고나면 이보다 더 내용에 충실한 제목이 없다. 말 그대로 몸의 지도를 그리는 것이 목표이자 이 책의 존재의의이다. 정말로 이 책을 읽고 나면 몸 속 장기들이 어디에 들어가 있는지 간단하게나마 그릴 수 있다.

 

차례를 보면 정말 몸 속 장기들을 하나하나 설명하는 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부끄럽지만 책을 읽기 전 그렸던 몸의 지도를 공개한다. 없는 기억을 짜내어 그렸는데, 지금보니 음식물이 지나가는 길만 충실하게 그려놓았다. 장기 위치, 특히 신장 위치가 좀 이상한데, 우리 몸이 입체인데 평면에 그리려니 저렇게 되었다고 변명해봅니다....

 

'이 책을 집에 비치하는 구급상자로 삼게 된다면,'이라는 저자의 바람처럼 내 머릿속의 몸 지도가 희미해질때면 꺼내어보는 책이 될 듯 하다.

 

책의 말미에 오톱시 이미징(Autopsy imaging, Ai) 도입에 대한 저자의 주장이 나온다. 저자가 쓴 소설들에서 이미 접했던 기술이라서 낯설지 않았다. 의사로서 자신이 지닌 능력으로 의료 시스템을 개선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몸의 지도를 그리며 몸의 비밀을 밝혀보자.- P5

몸은 우리에게 단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자산이다. 우리 몸과 우리는 언제나 함께한다. 그러니까 우리는 우리 자신의 몸을 누구보다도 잘 알아야 한다.- P11

의학의 기본은 우리의 몸, 우리 자신에 대한 사용 설명서, ‘내 몸의 지도‘이다. 몸의 지도를 그릴 수 있다는 것은 우리 자신을 아는 것이고, 우리 자신을 알면 쉽게 절망하지 않게 된다. 우리가 슬퍼할 때도, 괴로워할 때도, 우리의 몸은 묵묵히 우리를 지지하며 계속해서 일하고 있으니까.- P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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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0-07-25 06: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귀엽습니다!^^
 
과학하는 여자들 - RNA, 극지 연구, 과학수사, 인공근육, 수학 정수론
김빛내리 외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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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과학 기술인을 꿈꾸는 여학생들을 위하여 생명 과학, 수학, 극지 연구, 과학 수사, 화학 공학 분야의 다섯 분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옛날 고등학생이었을 때 공학도의 삶을 다룬 책을 읽으며 공학에 대한 꿈을 가졌었다.(그 꿈은 수능을 말아먹으면서 끝났다.) 그 책의 저자가 남성이었던 것을 떠올리면 여성 과학자에 대한 책이 나온 것이 반갑다. 더불어 이런 훌륭한 롤 모델을 가진 현재 공학도를 꿈꾸는 여학생들이 부러워졌다.

김빛내리 교수님의 글 중에 이런 대목이 있다.
'당시 여고에서는 보통 생물과 화학을 선택했으므로 물리를 깊이 배울 기회가 없었다.'
네이버에 검색해보니 김빛내리 교수님이 1969년생이시라고 한다. 그렇다면 위 이야기는 대략 80년대 후반의 여고 상황일 것이다. 나도 여고에서 이과반이었고 위의 교수님의 말씀대로 생물과 화학을 배웠었다. 나는 물리를 가장 좋아했었기에 그 때 물리2 반이 있던 남고가 부러웠다. 지금의 여고는 어떤지 잘 모르겠다. 사실 과목 개설은 다수결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기에 현실적으로 모든 학생들 만족할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옛날 생각이 나서 잠깐 씁쓸해졌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오래인 지금은 공학도에 대한 꿈은 옛날 추억이 되었다. 오랜만에 과학자를 꿈꾸게 하는 글을 읽으면서 옛날 여고생 때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다만 이 책에서 답답했던 점은 육아에 대한 부분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굳이 과학자가 아닌 직장맘으로서의 어려움을 읽을 수 있었다. 가정과 일을 양립할 수 있는 세상이 빨리 찾아오기를 바란다.

*옛날에 인상깊게 보았던 광고이다.
과학자를 꿈꾸는 아이들에게 길잡이 역할을 해주는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올랐다.

현대모비스 '노벨프로젝트 광고'
https://youtu.be/UmISVSpq8S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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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로 전해 내려오던 하드 sf의 결정판!‘ 책 뒷편의 홍보 문구이다. 하드sf라는 말을 여러 번 들었기에 대충 뜻을 알고 있었으나 인터넷에 다시 검색해 보았더니 ‘과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한 sf소설‘이라고 한다. 작가가 임의로 만든 설정들이 아닌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과학 지식을 기반으로 한 소설이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그리고 겁도 났다. 이것도 머리가 아프면 어떻하지?

이러한 걱정은 이 책의 첫머리에서 사라졌다. 1챕터인 ‘겨울 폭풍‘을 묘사한 구절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장을 읽는 순간 이 책은 영구 소장하기로 결정하였다. 이 책의 주인공은 특별한 외계 행성의 상선 선장인 발리넌이다. 그들의 지식 수준은 과학을 잘 알지 못하는 나와 비슷했기에 지구인 찰스와 외계인 발리넌의 대화에서 전갈처럼 생긴 발리넌에 이입하며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이제는 백지 상태가 된 갖가지 물리학과 화학 법칙들을 억지로 떠올리니 책을 읽는 데 크게 어려운 점은 없었다. 새로운 행성들에 대한 묘사도 재미있고 신선한 점이 컸고, 문장들이 어렵지 않고 술술 읽혔다. 또 끊임없이 적당한 긴장감으로 벌어지는 사건들도 흥미진진하였다. 가끔 sf 영화들을 보면서 느꼈던 불편한 점(최근에 보았던 영화들 중에는 ‘에드 아스트라‘) 대신 과학 지식에 대한 등장인물들의 열망을 오랜만에 느꼈다. 그런 점에서 결말까지 완벽했다.

책 말미의 저자 후기를 보면 저자가 어떤 행성을 모티브로 새 행성을 창조하였는지, 왜 그러한 자연환경이 나오는지를 여러 가지 과학적 용어를 이용하여 묘사하였는데 자신이 만든 세계에 대한 진심 어린 애정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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