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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록 1 : 세계편 ㅣ 퇴마록
이우혁 지음 / 엘릭시르 / 2011년 12월
평점 :
<퇴마록>의 본격적인 이야기는 '세계편'일 것이다. 세계관이 확장되면서 '퇴마사'들의 캐릭터도 좀 더 분명해졌고, '블랙서클'이라는 대립적인 세력이 등장해서 '퇴마사'들의 활약이 더욱 돋보여졌기 때문이다. 더구나 좀비나 흡혈귀, 늑대인간 등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서양귀신'들이 총출동을 하니 더욱 즐거울 수밖에 없다. 글쓴이가 밝히길 '들녘본'과는 다르게 '엘릭시르본'에서는 후반부의 이야기를 새로 썼다고 하니 더욱 기대가 된다.
<퇴마록 세계편 1>에는 좀비가 등장하는 '비어 있는 관', 유체이탈 능력자가 등장하는 '그 남자는 매일 밤 나를 부른다', 그리고 세계편에서 가장 화려한 연출을 장식하는 '세크메트의 분노'가 실려 있다. '비어 있는 관'에서 처음 '퇴마사'들은 '블랙서클'과 만나게 된다. 이들을 '블랙서클'이라고 부르는 까닭은 아직 밝혀지지 않지만, 그 멤버에 속한 인물이 죽음에 이르게 되면 '검은 회오리'가 발생하면서 영혼도 남기지 않고 빨아들이고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블랙서클'에 관한 아무런 흔적도 남지 않아서 미스테리하다. 1편에서는 좀비를 다루는 호웅간이 등장하는데, 요즘 우리가 너무나도 익숙하게 알고 있는 좀비와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원래 '부두교'에서 조종하는 좀비는 '살아있는 시체'가 아니다. 그보다는 특정한 약물에 취해서 '죽은 것'처럼 보일 뿐이다. 얼마나 죽은 듯 싶은지 의사조차 '사망선고'를 할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호웅간에 의해 좀비가 된 사람은 '생체활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하루종일 일을 해도 전혀 피곤해하지 않는 노동자로 부려 먹는다고 한다. 아직 살아있기에 '음식'도 먹고, '잠'도 자지만, 의사소통은 거의 불가능하고, 오직 '주술사'의 명령에만 복종하기 때문에 힘든 노동에 부려먹기 딱 좋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미 '죽은 시체'를 되살려내서 부려먹는 악질적인 호웅간도 있었던 모양이다. 이렇게 '죽은 시체'를 되살려낸 경우엔 살점이 썩어들어가고 뼈가 드러나는 경우도 있다는데, 그럼에도 살아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고 한다. 이렇게 죽은 시체가 아니라 살아있는 좀비의 경우에는 '소금'을 아주 미량이라도 섭취하게 되면 주술에서 풀려나 정신을 되찾는다고 한다. 그래서 아직도 부두교가 활발한 '아이티'에서는 정신적으로 이상행동을 하는 사람에게 소금을 일부러 먹이는 관습이 있을 정도라고 한다. 암튼, '퇴마사'들은 이번 편에서 좀비들과 대환장 결투를 벌이며 '블랙서클'이란 조직에 대해 처음 인지하게 되고, 이렇게 거대한 검은 세력과 맞서기 위해서 '검사출신'인 백호라는 인물과 조우하게 된다. 이 인물은 향후 '말세편'까지 퇴마사들과 함께 활동을 하면서 엄청난 조력자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뒤이은 '그 남자는 매일 밤 나를 부른다'에서는 유체이탈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능력자가 등장하는데, 그보다 더 중요한 인물이 바로 '언어학의 천재, 서연희'가 퇴마사들과 합류하기 때문이다. 퇴마사들이 세계 여행(?)을 하는데 있어 절대적인 캐릭터인데, '12개 국어'에 능통한 언어천재지만 퇴마사들과는 달리 '영적 능력'이 전혀 없는 평범한 일반인이다. 하지만 아무런 영능력이 없지만, 두 가지 특기를 발휘할 수 있어서 퇴마사들의 '짐'이 되지는 않는다. 하나는 '심연의 눈'이라는 능력이다. 특히, 블랙서클의 일원에게는 톡톡히 능력을 발휘하게 되는데, 바로 '연희의 눈'과 마주치게 되면 '닫혔던 마음'이 활짝 열려 버리는 효과를 낳는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승희의 투시력(독심술, 마음을 읽어내는 능력)'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게 되는데, 결정적인 순간에 연희의 심연의 눈이 활약을 하게 되면서 당당하게 '퇴마사들과 함께 하는 동료'가 된다. 다른 하나는 '염체가 담긴 낡은 구리십자가'다. 염체는 '사념(생각)'에 의해서 만들어지는데, 소설속이 아닌 '실제'로도 가능한 능력이라고 한다. 그래서 집념이 가득한 '생각'을 담아 물체를 마음대로 조종할 수도 있고, 살아있는 생명체와 똑같은 존재를 만들어서 조종할 수도 있다고 한다. 연희가 갖고 있는 구리십자가에 바로 그 '염체'가 담긴 것이고, 그 염체가 '연희의 수호신' 역할을 하며 위기 때마다 도움을 주곤 한다. 그런데 그 '염체'는 바로 블랙서클의 일원이었던 어떤 남자가 전해준 것이다. 처음 등장했을 땐 악당으로 등장했으나 연희의 '심연의 눈'과 마주한 다음에는 자신의 행동을 뉘우치고 '선한 마음(좋은 추억)'만을 담은 염체를 만들어 자신의 유일한 유품이었던 '닳아빠진 구리십자가'에 담아서 연희에게 '마음의 정표'로 전해준 것이다.
마지막 이야기인 '세크메트의 분노'에서는 다시 한 번 퇴마사들이 총출동을 하며 '고대 이집트 유물'을 둘러싼 비밀을 풀어내고, 깨어나면 인간에 대한 증오가 분노로 온 나라를 피바다로 만들어버린다는 '세크메트'를 깨우려는 블랙서클과 이를 막으려는 퇴마사들 간에 엄청난 대결이 펼쳐진다. 그런데 그 대결보다 더 인상적인 것은 '세크메트의 심장'에서 나온 '세크메트의 눈'이란 보석이다. 이 빨간 보석은 길쭉한 반달모양인데 길쭉한 방향으로 둘로 쪼개져 있다. 그렇게 나뉜 두 조각을 하나씩 서로 다른 사람이 손에 쥐고 있으면, '서로의 생각'을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나눌 수 있게 된다. 이를 테면, '텔레파시' 같은 능력인데, '정신적인 능력'을 갖고 있지 않더라도 아무 조건도 없이 거리에도 구애를 받지 않고 서로 말없이 생각만으로 '의사소통'이 되는 도구를 얻게 된 것이다. 이 '세크메트의 눈'은 승희의 능력을 통하게 되면 '승희의 투시력'으로 제3자의 생각까지 함께 엿볼 수 있게 되며, 연희의 능력을 통하면 '천재적인 언어해독력'으로 별다른 통역 없이도 바로바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준후의 능력을 통하면 준후가 느낄 수 있는 '영적인 감각'으로 퇴마사들을 노리는, 혹은 퇴마사의 도움이 필요한 '영적 존재'와도 소통할 수 있게 된다. 이번 편이 왜 중요한 것인지 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세크메트의 눈'만 있으면 그 어떤 제약과 구속을 받지 않고 '세계관'을 확장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퇴마록 세계편>은 이렇게 퇴마사들의 특징을 더욱 돋보여주는 '고대유물'들이 줄줄이 나온다. 이런 유물의 등장은 '세계편' 뿐만 아니라 '혼세편'과 '말세편'까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훌륭한 도구로 쓰일 뿐 아니라, 퇴마사들의 '능력치'를 더욱 높여주는 용도로도 쓰이게 되니 꼭 알아두면 유용하다.
자, 이제 퇴마사들은 국내를 넘어 세계로 나아간다. '세크메트의 분노'를 해결한 퇴마사들은 국내를 넘어 세계 저편에서 울부짖는 억울한 영혼들의 아우성을 달래주러 떠난다. 그들이 바라는 건 돈도, 명성도 아니다. 어지러운 세상의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자신들의 능력이 끝닿는 데까지 어디든 달려갈 것이다. 이렇게 표현하니 대단한 것 같지만, 뚱뚱한 신부 하나, 조폭 건달처럼 생긴 깍뚜기 하나, 불과 번개를 다루는 한복 입은 꼬맹이 하나, 그리고 앙칼진 눈매에 미니스커트를 즐겨 입는 날라리 아가씨 일 뿐이다. 이렇게 '이세상'에서는 평범하기 이를데 없지만 '저세상'의 관점에서 보면 완전히 다른 네 사람이다. 이들이 바다 건너 섬나라 '영국'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일들을 해결하기 위해 비행기에 올랐다. 다음 편을 기대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