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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원의 영어 대모험 1 - 인칭 대명사, 만화로 시작하는 이시원표 초등영어 ㅣ 이시원의 영어 대모험 1
이시원 지음, 이태영 그림, 박시연 글, 시원스쿨 기획 / 아울북 / 2020년 1월
평점 :
<이시원의 영어 대모험 1 : 인칭 대명사> 이시원, 박시연 / 아울북 (2020)
[My Review MMCLVI / 아울북 38번째 리뷰] 어릴 적에는 '외국어'에 조금 재능이 있어 보였다.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기본적인 인사말 정도는 아주 쉽게 배웠다. 그런데 경제적으로 가난했던 탓에 돈을 내고 수강신청을 하며 배울 수는 없었고, '초급용 독학 교재'를 사서 어느 정도 익히는 것까지는 늘 순탄했는데, '중급'을 넘어가면서부터 고비를 맞게 되었다. 독학을 하는 처지이다보니 '교재의 내용'을 달달 외우는 것까지는 되는데, 그 이상으로 수준이 늘지 않게 된 것이다. 그래서 내 스스로도 잘하고 있는 것인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 전혀 가늠할 수가 없었고, 그저 달달 외운 '기본 문장'만 혼자서 외고 또 외었다. 그러다 성인이 되어 명동 한복판에 있는 회사에 취직을 했는데, 운 좋게 외국인을 만나 '독학'한 실력을 뽐내 보려 했더니...웬걸! '말문'이 턱 막힌다는 기분을 그때 처음 느꼈다. 머릿속에서는 외국인이 하는 말 뜻이 이거겠거니 싶어서 그에 걸맞는 대답을 하려고 했는데, 그게 도통 '문장'이 되어서 나오질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대충 뜻은 전달될 수 있게끔 '아는 단어' 몇 개를 주워섬기며 말을 할 뿐이었다. 그렇게 영어도, 일본어도, 형편 없는 실력을 갖고 있던 탓에 제대로 된 문장을 한 번 말하지 못하고 어버버 거릴뿐이었다. 중국인의 경우에는 '듣기 실력'이 형편 없었던 것인지 말 한마디 이해하지 못해 입도 뻥끗하지 못했고 말이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는 소원 하나는 다름 아니라 '영어 좀 잘 배워보자'는 것이었다.
나도 학창시절에 영어사전을 통째로 외우고, 영어교과서 달달 외워서 영어시험을 치르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그 시절에는 그렇게 하는게 영어공부를 잘 하는 것인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어른이 되고 보니 그런 식으로 학습한 것은 '외국인과 자연스런 대화 한마디'할 수 없는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공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히려 '동사 하나'를 배웠더라도, 그 동사로 수없이 많은 다양한 문장을 만들어서 이럴 땐 '이런 문장', 저럴 땐 '저런 문장'으로 쓰는 것이 자연스럽더라는 그런 느낌적인 느낌으로 영어공부를 해야 실력이 쑥쑥 늘어난다는 이야기를 귀띔으로 얻어 들을 수 있었다. 정말 맞는 말 같았다. 우리도 '모국어'인 한국말을 할 때 '머릿속에 문법구조에 알맞는 문장'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떠올린 다음에 말을 하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말은 그냥 기계적으로(!) 내뱉은 거였던 것이다. 더구나 영어는 상황에 어울리는 '기본 문장'을 먼저 말하고 난 뒤에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을 덧붙이는 방법으로 대화를 하면 더 쉽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러니 '어법'이나 '문법'이 맞는지 틀리는지 따지는 것은 나중이고, 먼저 자연스런 대화를 하기 위해서 먼저 일상적으로 꺼내는 '기본 문구'를 자신 있게 빠르고 정확한 어투로 시작하는 것이 외국어를 익히는데 유리하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내 딴에는 '이 상황'에 딱 맞는 영어 문장의 시작은 어떻게 말하면 좋을까..라는 생각을 머릿속에 먼저 떠올리다보니, 일단 '말문'이 턱하고 막혀버리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내 생각과 엄청 잘 맞는 '영어 학습만화'를 찾아냈다. 바로 이 책 <이시원의 영어 대모험>이다. 맞다. "영어가 안 되면 시원스쿨 닷컴!"이라는 멜로디가 익숙한 바로 그 '이시원'이 맞단 말이다. 영어 단어는 하루에 딱 한 개씩만 외우고, 그렇게 외운 단어를 수없이 많이 '활용'해보면서 기본 문장에서 확장하여 일상에서 많이 쓰이는 문장을 다양하게 써보면서 '영어 회화'를 쉽게, 다시 말해, '말문'이 트이게 하는 방법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루에 한 단어씩, 한 달이면 30개의 단어를 마스터 할 수 있고, 일 년이면 365개의 단어를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게 되니, 초등 6년동안이면 무려 2000개의 단어를 외우고, 수많은 활용을 해보면서, 다양한 문장을 만드는 연습을 충분히 했을테니, 일상 대화 같은 '수준'은 훨씬 뛰어넘는 수준급 외국어 가능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다 중고등 시절에 좀 더 자신만의 '전문분야'에 어휘까지 섭렵하게 되면 거의 모국어 수준으로 외국어를 구사할 수 있지 않겠는가 말이다. 이런 코드가 나에게 딱 맞았다.
한편, 영어를 배우면서 늘 부족하다고 느꼈던 것이 '외국어'만 습득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외국의 문화'까지 동시에 배우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언어'와 '문화'를 동시에 가르쳐주는 실력파 강사는 많지 않다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이 책에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비결이 감춰져 있었다. 1권의 주제는 '인칭대명사'였는데,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던 '앵글로색슨 족'의 잉글랜드 정복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허나 실제로 앵글로색슨 족의 잉글랜드 정복 내용이 담겨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은 '역사적 진실'을 추구하는 책이 아니라 '효과적인 영어학습 비법'을 소개해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대신, 앵글로색슨 족이 구사하던 '영어'라는 언어가 앵글로색슨 족의 문화에 고스란히 간직되어 있다는 내용이 실려 있었는데, 그건 '앵글로색슨 족'이 북방 유목민 출신이라 '자기 편 사람'과 '자기 편이 아닌 사람'을 구분하는 것이 아주 중요했다는 내용이었다. 왜냐면 초원은 평평한 곳이라 적이 쳐들어왔을 때 도망갈 곳이 없다. 그러다보니 피아식별(적과 아군을 구별하는 방법)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 생존과 직결된 핵심적인 특징이었던 것이다. 이런 앵글로색슨 족만의 특성이 '영어'에 아주 잘 나타나 있는데, '인칭 대명사'가 바로 그것이라는 설명이었다.
뭔가 귀에 쏙쏙 들어오는 '띵강의 느낌'이 들지 않는가. 그래서 '인칭 대명사'를 배우며 가장 핵심이 되는 문장으로 [Who am I? I am a warrior!]를 골랐다. "나는 누구? 나는 전사다"였다. 이 한 마디 '기본 문장'을 배우기 위해서 무려 100쪽이 넘는 분량을 허투루 날려먹으며 지루할 정도의 긴 서론을 이야기하며 뜸을 들였다. 그런데 이 '기본 문장'이 나오고 난 뒤부터는 그야말로 '문장 활용의 대환장'이었다. I am, You are, He is/She is, We are, They are를 '주어'로 삼아서 '가족'의 호칭과 '직업'의 이름을 섞어가며 다양한 문장을 만들고, 반복하고, 잊지 않도록 문제 푸는 방식으로 계속하였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영어로 '나는 누구이고, 직업은 무엇이다'라는 가장 기본적인 문장 하나를 머릿속에서 절대로 잊지 않게 되었다. 학창시절에 '인칭 대명사'는 문장보다 '표'가 가장 먼저 떠오르곤 한다. 1인칭, 2인칭, 3인칭, 단수, 복수라는 조그만 표를 만들어서 각각의 칸에 I, You, He, She, It, We, They 같은 것을 써놓고, 그에 알맞는 Be동사를 살짝 변형시켜서 I am, You are, He is...등등 다양한 조합법만을 암기시킬 뿐이었다. '인칭 대명사'를 배웠는데, 이걸 언제 어느 때 써먹어야 할지 가르쳐주지는 않고, 그저 '문장 쓰임새'만 달달 외워 시험을 치르게 할 뿐이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어보니 '인칭 대명사'는 간단하게는 '내편'과 '남편'을 구분할 수 있게 해주고, 기본 문장만으로도 가슴 뜨거워지게 만들 수 있는 명문장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깨칠 수 있었다.
이를 테면, "우리는 한국인이다. 한국인은 평화를 사랑하지만, 위대한 전사이기도 하다. 그래서 늘 전쟁에서 승리한다."라는 문장으로 써먹을 수도 있다. "We are Korean. Koreans love peace. But A Great warriors. So Always We Victory in War." 맞는 문장인지는 모르겠다. 이 책을 읽고서 배운대로 바로 써먹어 보았기 때문이다. 내가 외국어를 배우면서 달달 외운 문장이 아닌 '배운대로 바로 써먹은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많이 늦었지만 이 책으로 영어를 배워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