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은 세계사 10 - 세계의 화약고 서남아시아 분쟁 벌거벗은 세계사 10
최호정 그림, 이현희 글, 박현도 감수, tvN〈벌거벗은 세계사〉제작팀 기획 / 아울북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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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Review MCMLXX / 아울북 31번째 리뷰] 우리가 흔히 '중동'이라고 부르는 지역은 '유럽'을 기준으로 잡고서 부르는 지역명이다. 유라시아 대륙의 서쪽에 치우친 '유럽국가'가 자신들을 중심으로 동쪽에 있는 광활한 아시아국가들을 구분하는데, '중동 아시아', '극동 아시아'라고 부른 것이다. 이것을 우리가 그대로 차용해서 쓰는 것이 바람직할까? 물론, 서구 유럽국가들이 이런 명칭을 아무런 편견 없이 쓰고 있다면 별문제가 없겠지만, 사실 '문명화'에 앞장선 서양에 비해서 '비문명화'된 동양 국가를 낮잡아 부르는데에서 기원한 명칭이기에 '같은 아시아국가'끼리 그런 저열한 명칭법을 따를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래서 이 책에서처럼 '서남아시아'라고 고쳐서 부르는 것이 좀더 객관화된 지역명이라 여겨진다. 그렇지만 앞으로는 더 나은 명칭으로 고쳐부를 필요성도 있을 것이다. 워낙 이들 지역이 '분쟁'이 심했던 곳이기에 '편견'도 없고, '분쟁'도 없는, '평화'로운 지역이길 바라는 마음에서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앗살라무 알라이쿰(당신에게 평화가 있기를)'이라는 아랍어 인사말에서 '살람(평화)'이라는 말을 따와서 '살람 아시아'라는 명칭으로 부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이 책에서 언급하는 '서남아시아 국가'들 중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이란을 중심국가로 소개하고 있다. 먼저 사우디아라비아는 610년 메카의 상인이었던 무함마드가 신의 계시를 받고 이슬람교를 전파했는데, 무함마드를 중심으로 뭉친 부족들이 아라비아반도를 통일하고 오랫동안 유목민으로 살아왔다. 그러다 1932년 '사우드 가문'이 아랍 부족을 통일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 왕국이 탄생했고, 38년에 대규모 유정이 발견되면서 서남아시아 국가들 중에서 가장 부유하고 강력한 국가로 자리잡았다. 한편, 이라크는 고대 4대문명 가운데 하나인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일어난 곳에 자리잡았다. 오늘날 이라크의 수도인 '바그다드'는 8세기부터 14세기 이슬람 문명의 황금기를 이끈 중심지였고, 16세기부터는 오스만 투르크 제국의 지배를 받다가 1차 세계대전 후 1932년에 독립했다. 그러다 1979년에 대통령이 된 사담 후세인이 석유를 차지해서 '서남아시아 패권'을 잡으려고 이란과 쿠웨이트를 연달아 침공했지만, 끝내 실패했고 2003년에 사담 후세인이 사망하면서 정권이 무너졌고, 이후 미국의 간섭과 이슬람 교파 간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현재까지 이라크는 정치적, 사회적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이란은 고대 페르시아 문명의 중심지로 1935년에 '아리안의 나라'라는 뜻의 이란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오랫동안 이슬람 세력이 나라를 다스렸으나 1930년대 '서구식 근대화 정책'을 펼쳐서 자유로운 나라로 꽃을 피웠으나 '경제적 불평등'이 심해지며 혼란이 가중되다가 1979년 이슬람교 성직자 호메이니가 주도한 '이란 혁명'이 일어나서 이슬람 공화국으로 새롭게 탄생했다. 현재까지 이란은 '이슬람 원리주의'를 바탕으로 국가를 이끌어 왔다.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서남아시아 국가'들은 대부분 1차 세계대전 이전에는 오스만 투르크 제국의 영향력 아래 놓였다가 1차 세계대전에서 독일 편을 들었던 오스만 투르크 제국이 패전을 하자 승전국이었던 영국의 영향력 아래 놓였다가 1932년쯤에 '신생국'으로 독립하게 된다. 이들 지역이 '승전국의 전리품'으로 전락한 까닭은 바로 '석유'라는 자원이 많이 매장된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32년쯤에 그 유정이 동이 난듯 싶자 영국은 선심을 쓰듯 '독립국'으로 인정해주었다. 하지만 이미 빼앗길 자원을 다 빼긴 상태로 독립을 이루는 것은 허울 뿐이었다. 그렇게 대부분의 영토가 사막지형인 탓에 가난을 면치 못하다가 '미국의 도움'으로 새로운 유정을 발견하게 되고, 이를 '무기(?)'로 삼아 서남아시아 국가들은 빠르게 '부유국'으로 발돋움하게 된다. 바로 'OPEC(석유수출국기구) 설립'으로 말이다. 석유 생산량을 조절해서 '산유국의 지위'를 누리게 되었고, 이를 통해서 '석유 수입국'들의 정책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를 '석유에너지'가 군사적, 정치적, 경제적 위치에서 아주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이 기구를 통해서 가장 많은 부를 차지한 나라가 바로 '사우디아라비아'였다. 그곳에서 가장 많은 유정을 연달아 찾아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사우디아라비아의 급성장은 '미국'에게도 절호의 기회가 되었다. 1차 세계대전 직후까지도 세계는 '대영제국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었는데, 영국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사이가 벌어졌을 때 미국이 치고 들어와 '밀월관계'를 형성하면서 석유를 거래할 때 반드시 '미국 달러'만으로 거래를 한다는 조건을 성사시키자 전세계는 빠르게 '미국 달러화'를 구하려 애를 썼고, 이는 자연스럽게 미국의 화폐가 '기축통화'가 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되었다. 석유는 반드시 필요한 에너지 자원이었고, 그 에너지를 사려면 '미국 달러'가 필요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이로써 미국은 자국 화폐를 '기축통화화'시켜서 좋고, 사우디아라비아는 불안전한 국방력을 미국의 도움으로 안정화시키는 서로에게 '윈윈'인 관계를 이어나갔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가 'OPEC 설립'을 해서 석유생산량을 통제하려 하자, 미국은 'IEA(국제에너지기구) 설립'으로 대응하며 석유수입국끼리 도움을 주고 받거나 '대체에너지'를 만드는데 협력을 이끌며 '산유국의 농간'을 견제하는 주도하는 역할을 맞게 된다. 이래저래 미국은 '패권국가'로 발돋움하며 세계 초강대국 국가로 한층 성장하게 된다.

한편, 유대교, 그리스도교, 이슬람교, 세계 3대 유일신 종교의 성지인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심상찮은 움직임이 포착된다. 바로 '이스라엘 건국'에 관한 유대인들의 발빠른 행보가 시작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의 발단은 머나먼 고대 유대국가로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중요한 것은 유대인들은 아주 오래전에 '예루살렘'에서 쫓겨나 전세계로 뿔뿔이 흩어져서 살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예루살렘을 중심으로한 '팔레스타인 지역'에는 수천 년동안 수많은 유목민들이 떠돌며 살고 있었다는 점이다. 일정한 거처를 마련하지 않는 유목민들의 특성상 이곳에서는 강력한 국가가 형성되지 못했고, 오스만 투르크 제국이 1차 세계대전에서 패전을 하면서 '유대인들의 이주'가 시작되자 서서히 문제가 불거지게 된 것이다. 그 문제의 발단은 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에게 있다. 영국은 전쟁의 승리를 선점하기 위해 '팔레스타인 지역'을 다스리고 있던 아랍 고위 관료에 접근해서 아랍이 영국을 도우면 '팔레스타인 건국'을 도와주겠다는 '후세인 맥마흔 서한'을 교환한다. 하지만 아랍의 도움으로도 전황이 바뀌지 않자 1917년에 이스라엘과 접촉해서 똑같은 제안을 한다. 이를 '벨푸어 선언'이라고 한다. 그리고서 1차 세계대전에서 승리를 거뒀다. 이에 아랍쪽과 이스라엘쪽이 동시에 '약속'을 이행하라고 요구하자 영국은 난감해진다. 왜냐면 영국은 이미 프랑스와도 조약을 맺고 전쟁에서 승리하면 오스만 제국이 지배하는 땅을 나눠갖기로 비밀협정을 맺었기 때문이다. 이를 '사이크스 피코 협정'이라고 하는데, 일단 영국은 이 협정대로 프랑스는 '시리아'를, 영국은 '팔레스타인'과 '메소포타미아(이라크)' 지역을 통치하게 된다. 그러자 영국은 팔레스타인 땅에 누가 거주할 수 있도록 했을까? 바로 '돈 많은 유대인들'이었다. 유대인은 거액을 돈으로 팔레스타인 땅을 사들였고, 유대인의 땅이 생겼다는 소식은 삽시간에 퍼져나가 전세계 유대인들이 '유대인의 땅'으로 몰려든 것이다.

원래 살고 있던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애초에 자신들이 살고 있는 땅에 '자신들의 나라'를 건국하고자 했으나 영국이 '사기(!)'를 친 셈이고, 푼돈에 눈이 먼 땅주인들은 '유대인의 돈'이 탐이 나서 마구마구 팔아재꼈던 것이다. 그러자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영국에 항의를 했고 영국은 잠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요구를 들어줬지만, 이번에는 유대인 '시온주의자'들이 반발을 하면서 '팔레스타인 지역'은 곧 분쟁지역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곧이어 '2차 세계대전'이 벌어졌고, 분쟁보다 더 혹독한 전쟁이 치뤄지면서 엄청난 혼란은 계속 이어졌다. 그러다 2차 세계대전이 종결되자 '팔레스타인 문제'는 국제연합(UN)에 넘겨졌고, 국제연합은 '분할안'을 통과시켰다. 그리고 곧바로 '이스라엘 건국'을 선포했다.

그러자 '이스라엘 건국'을 인정할 수 없었던 이집트는 아랍 연합국들을 주도하며 이스라엘과 전쟁에 돌입했는데, 이것이 '1차, 2차, 3차, 4차 중동전쟁(1948~1973)'이다. 총 4차례의 전쟁에서 모두 이스라엘이 승리를 하며 이스라엘이 이집트의 '시나이 반도'까지 점령하자, 이집트는 서둘러 이스라엘과 협정에 들어가 '이집트 이스라엘 평화 조약'을 맺고 시나이 반도를 돌려받는다. 이 조약은 아랍국가들의 반발을 샀고, 이집트 국민들도 반대하고 나섰다. 하지만 '유대인의 나라'를 세우겠다는 이스라엘사람들의 염원(시온주의)이 워낙 강했고, 유대인들의 돈도 훨씬 많았다. 그래서 '이스라엘 건국'은 당시 강대국들의 승인을 빠르게 받을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지배'는 더욱더 확고해져만 갔다.

하지만 '팔레스타인사람'들도 가만 있진 않았다. 반이스라엘 항쟁을 주도하는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가 조직 되어 '제1차 인티파다'를 이끌었다. 팔레스타인사람들도 자신들의 '국가건설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그렇게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양측의 희생이 커지자 미국은 '오슬로 협정'을 맺어 중재를 하기로 했고, 팔레스타인은 '자치 정부'를 수립하는 쾌거를 얻었다. 그렇지만 이스라엘은 얼마 지나지 않아 '오슬로 협정'을 무효화 선언을 하고 팔레스타인은 '제2차 인티파다'를 선보이며, 더 강력한 시위를 하는 '하마스'를 조직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강경 투쟁에 맞선다는 명분으로 '분리 장벽'을 건설하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분리'하는 것을 넘어 사실상 '팔레스타인 고립'을 형성했다. 그리고 현재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은 '가자 전쟁'을 치루며 절대 양보없는 전쟁을 서슴지 않고 있고, 그로 인한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일방적인 희생은 인종청소(대학살)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다시 앞서 '석유에너지'를 둘러싼 이권다툼을 되돌아가면 '이라크 후세인 정권'의 탐욕으로 인한 '이란 이라크 전쟁(1980~1988)'이 발발한다. 미국이 주도하여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거대한 유정을 발굴한데 이어 '서남아시아' 각 지역에서 연달아 '석유 유정'이 발견되었고, 이를 통해서 '서남아시아' 국가들은 엄청난 부를 얻게 되었다. 그런데 엄청나게 많은 양을 '이란'이 차지하고 있었던 게 화근이었고, 이를 탐낸 '사담 후세인 정권'이 더 큰 화근이었다. 79년 '이란 혁명'이 일어나자 '이슬람 원리주의'를 표방하면서 이란의 침체된 경제와 경제 불평등을 해소하려는 혼란이 막 수습되려던 순간이었다. 이런 빈틈을 절호의 기회로 여긴 후세인은 '석유 에너지'를 독차지하기 위해서 이란을 침공했고, 두 나라는 전쟁에 돌입했다. 하지만 전쟁 발발 7일만에 후세인은 원하던 지역을 차지하자 '종전 선언'을 했다. 그러나 이란은 이를 거부했고, 지리한 전쟁이 이어져 무려 8년간이나 대치를 했다. 여기에 미국은 대놓고 이라크를 편들어서 이라크가 차지하는 '석유 에너지'를 빼앗겠다는 계산을 하게 되는데, 전쟁이 좀처럼 끝나지 않자, 결국 후세인은 '평화 협정'을 맺고 전쟁을 종결한다. 하지만 두 나라는 '산유국'이란 지위를 이용해서 엄청난 무기를 사들여 '소모전'을 펼쳐기에 전쟁이 끝날 때즈음에는 두 나라 모두 경제 파탄이 날 지경이었다.

그러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 이라크의 후세인은 '쿠웨이트 침공'을 한다. 원래 쿠웨이트가 자신들의 땅이었다면서 쿠웨이트의 '유정' 가운데 상당수를 이라크 소유라고 우긴 것이다. 이에 반발한 쿠웨이트는 다른 나라들에게 도와달라 호소를 했고, 역시 '석유 자원'에 눈독을 들인 미국이 발빠르게 '세계 경찰'이라는 이유를 들며 '다국적군'을 모아서 '제1차 걸프전쟁'을 시작한다. 이로써 이라크는 초강대국 미국과 맞서 싸워야 하는 처지로 전락하게 된다. 전쟁은 미국이 이끄는 다국적군의 손쉬운 승리였고, 이라크는 이 전쟁을 계기로 망신창이가 된다. 하지만 미국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서남아시아 지역'의 석유 에너지를 확실하게 확보하기 위해 '제2차 걸프전쟁'을 일으키는데, 전쟁을 시작한 이유는 '이라크 내 대량살상무기 제거'였지만, 이라크 국민만 '제거(!)'했을 뿐, 전쟁이 끝날 때까지 '대량살상무기'는 찾지 못했다. 결국 이 전쟁은 미국의 더러운 욕심만 재확인하는 불명예스런 전쟁이었음이 밝혀졌다. 1차 걸프전은 '9·11 사태'라는 비극이라는 명분이라도 있었지만, 2차 걸프전은 애초에 명분조차 없었음을 확인한 셈이다. 이로써 '서남아시아의 비극'은 석유에너지가 가져온 행운과 불행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서남아시아 지역'의 끊임없는 분쟁을 지켜보면서 국제관계가 냉험한 '힘의 논리'에 의해 결정지어 진다는 것을 재확인할 수 있다. 엄청난 석유에너지 자원을 확보하여 전세계를 주무를 수 있는 '힘'을 가질 수도 있었으나, 강력한 힘을 얻으면 그 주위에 더 강력한 힘을 가진 세력이 견제를 하며 '끊임없이 힘을 고갈시키는 전략'을 펼친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진짜 강대국은 이런 전략에서 결코 휘둘리지 않고 '새로운 힘'을 만들어내고 결국 '힘의 균형'을 이루어 평화를 이끌어낼 수 있지만, 약소국은 결국 자신이 가진 힘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이러 저리 강대국들의 욕망대로 휘둘리다가 '자신의 힘'마저 빼앗기고 설움을 당하고 만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러니 '새로운 힘'을 얻었다고해서 그 힘을 '폭력적'으로 활용하려고 들면 안 된다. 그렇게 되면 다른 세력들이 힘을 규합해서 쳐들어오고 그 힘조차 빼앗아버릴 '명분'을 마련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니 힘을 과시하려 들지 말고 적절히 휘둘러서 상대가 감히 덤빌 수 없게 만들어야 진짜 '강대국'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한정 '강대국의 지위'를 차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상대도 바보가 아닌 이상 '강대국'을 뛰어 넘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덤빌 것이기 때문이다. 그럴 때를 대비해서 '싸움의 규칙'을 바꿀 수 있는 지위권을 확보하고, 그 새로운 규칙을 지지받을 수 있게 여러 '강대국'들과 연대하는 유연성도 갖고 있어야 한다. 서남아시아 국가들 중에는 이런 '규칙'을 그나마 활용할 수 있었던 국가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밖에 없었다. 그리고 현재까지 이 두 나라만이 서구의 강대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국가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두 나라가 온전한 강대국이라고 할 수 있을까? 사우디아라비아의 지위는 '석유에너지' 자원의 풍요로움으로 누리는 지위이고, 이를 대체할 에너지가 나타나는 순간 몰락할 수밖에 없다. 이스라엘은 너무나도 '폭력적인 방법'으로 자신들의 힘으로 상대를 찍어누르는데에 혈안이 되어 있다. 이렇게 폭력적인 방법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 결코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그건 그렇고, '서남아시아 분쟁의 역사'를 통해서 대한민국이 얻을 수 있는 지혜는 무엇일까? 우리는 현재 '문화 강대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세계적인 한류열풍은 식을 줄 모르고 'K-팝'을 시작으로 'K-드라마영화', 'K-음식', 'K-관광', 'K-문화' 등등 점점 그 폭과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여기에 세계 경제 10위권, 국방력 6위권에 랭커 되어 있어서 대한민국은 어느새 '약소국'의 이미지를 벗어나서 '강대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파트너십 국가대열에 낑기게 되었다. 한마디로 강대국들이 만들 '규칙'에 어쩔 수 없이 따르던 지위에서, 강대국들만의 유리한 '규칙'을 새로 만들 수 있고, 이를 지지하게 만드는 연대를 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되었단 말이다. 이는 한국에서 '해주지 않으면' 전세계 여러 나라가 곤란하고 곤혹스런 상황에 쳐하게 되는 반열에 올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물론 한국이 '아니면 안 된다'는 경지에 다다르지는 못했지만, 똑같은 것이라도 '한국이 만든 것'이면 더 좋고 더 재밌다는 나름의 공식이 여러 나라에서 널리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로 확인할 수 있다. 이제 우리가 가진 힘이 무엇인지 더 자세히 알 때가 되었다. 그리고 그 힘으로 무엇을 할지 결정하는 것도 우리가 해야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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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 만화 세계사 - 웃다 보면 세계 역사가 머릿속에 쏙! 3분 만화 세계사
사이레이 지음, 김정자 옮김 / 정민미디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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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Review MCMLXIX / 정민미디어 2번째 리뷰] 우리가 세계사를 읽는 목적은 '서양의 우수성을 배우기' 위해서가 아니다. 인류의 발자취를 거슬러 올라가 전세계 국가의 흥망성쇠를 살펴보며 잘잘못을 따져 배울 점을 선별하기 위해서 읽는 것이다. 그렇기에 세계사를 읽을 때에는 '자국의 역사'를 따로 구분해서 '독단의 역사'로 가둬 두고 '타국의 역사'를 별도로 배울 것이 아니라 '세계적인 흐름'속에 '우리의 발자취'는 어떠했으며, '우리의 흐름'이 세계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서로 살펴보는 방식으로 읽어야 제대로 읽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세계사를 읽는데에는 '흐름'을 잘 파악하는데 역점을 둔 역사책을 읽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이런 방식의 읽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래서 '세계사'는 읽기가 힘들다. 우선, 그 내용의 방대함이 주눅 들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근래에는 '만화' 형식을 빌어서 세계사로 들어가는 관문의 수위를 한껏 낮춘 세계사책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 책 <3분 만화 세계사>도 그런 유형의 책으로 보면 딱이다.

그런데 이 책을 펴낸이가 '중국사람'이라는 것이 아쉽다. 세계사를 읽을 때 조심해야 하는 것 가운데 으뜸이 바로 '저자의 국적'이기 때문이다. 역사는 아무리 '객관성'을 띠려고 해도 '주관적인 해석'이 가미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그렇기에 중국사람이 펴낸 세계사책은 다분히 '중국 중심의 해석'이 담겨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걸러내고 읽을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하다면, '다른 나라의 국뽕 드립(자국중심사관)'까지 아무런 거리낌없이 그대로 흡수해서 '잘못된 선입견이나 편견'을 갖기 쉽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책은 '만화' 형식을 빌어왔기 때문에 무척이나 쉽게 흡수되기 마련이다.

이 책에서 그런 '주관적인 해석'으로 인한 오해를 불러 일으킨 만한 '국뽕 드립'은 중세의 유럽인들이 목욕을 하기 싫어한 까닭이 '중세 유럽 의사들의 무지'에서 비롯되었고, 그런 잘못된 관행 때문에 유럽의 페스트(흑사병)가 일어났다는 내용이다. 물론 저자는 중국인들도 목욕을 게을리하는 문화 때문에 '때놈'이라 불리던 시절이 있었고, 현재에는 목욕문화가 정착되어서 청결해졌는데, 서구 유럽인들도 그런 더러운 시절이 있었으니, 중국인만 부끄러워할 문제는 아니라는 '국뽕 드립'이 저변에 깔려 있는 내용일 것이다. 그런데 이를 그저 우스개소리처럼 재밌는 소재로 삼아 '어린이 독자'들에게 잘못된 선입견을 불러 일으키게 된다면 어쩌겠는가? 가뜩이나 중국사람들이 '자국의 문화'가 세계 최고라는 자부심을 넘어 '모든 인류의 문명'을 중국사람이 만들었다는 해괴망측한 논리를 펴는 짤이 돌아다닐 지경인데, 이런 식의 '주관적 해석'을 우스개꺼리로 삼는 것 자체가 우려스럽다.

더 큰 문제는 이 책이 '초등 고학년'을 대상으로 한 '어린이책'으로도 분류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하더라도 '세계사'책은 반드시 어른이 먼저 읽고 자녀에게 '좋은책'을 골라주는 번거로움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한쪽으로 치우친 편향된 역사관'을 갖게 될 위험성이 높아지게 된다. 그래서 '만화' 형식의 책은 반드시 '학부모의 검열(!)' 과정을 거친 책만 골라주도록 해야 할 것이다. 훌륭한 부모라면 꼭 '세계사'책 만이라도 '독서지도'를 해주시길 바란다. 아울어 이 책은 아이들이 심심풀이라도 그냥 읽게 하면 '편향된 세계사 가치관'을 형성할 위험성을 갖고 있다. 그러니 정 읽히고 싶다면 '부모님과 함께 읽기'를 권장한다.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과정된 드립'이다. 예를 들어, 진시황이 만리장성을 독려하면서 수많은 백성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사실은 맞지만, 그렇게 백성들을 죽인 까닭이 '오로지 머리카락을 지키기 위해서만은 아니었다'는 점도 함께 예를 들어주는 것이다. '만리장성 건축'이라는 혹독한 정책이 불러온 진시황의 폭정이 백성들에게 굉장히 많은 악영향을 끼쳤는데, 그 가운데 '한 부분'으로 머리카락을 소중히 여기던 옛날 동양사람들(중국사람들만 머리카락을 소중히 여긴 것도 아니라는 점)이 머리를 자를지언정 머리카락을 자를 순 없다며 저항을 했었다는 '일부 기록'도 있다는 사실을 주지시켜주어야 한단 말이다. 그런 지도가 없으면 어린 독자들은 '진시황이 머리카락을 자르는 악취미 때문에 폭군이라 불렸다'라는 잘못된 선입견을 배울 수 있기에 하는 말이다. 이는 '일부'만 부각시키는 바람에 '전체'를 잘못 이해하는 어리석음을 저지른 셈이다. 역사를 이런 식으로 공부하게 되면 큰일난다. 물론, '관심 폭발'이라는 점에서 아주 작은 긍정적인 면모를 찾을 수 있지만, 이는 '역사 왜곡'을 통해서 잘못된 역사관을 심어주며 역사 교육에 성공했다고 자부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이다.

이런 우려는 비단 이 책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전세계 '만화' 형식의 세계사책들이 똑같이 갖고 있는 걱정거리다.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먼나라 이웃나라>도 마찬가지 우려를 품고 있다.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읽었던 '유럽의 역사'가 실제 유럽독자들이 이 책을 읽었을 때의 거부감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우리식의 국뽕 드립'에 취해서 즐겁게 읽은 역사책이 사실은 '다른 나라의 역사'를 왜곡하고, 그들의 관점에서 굉장한 '실례'를 범하는 일이 될 수도 있음을 경계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할 것이다.

그렇다고해서 이 책을 매도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음을 밝힌다. 우리는 '반면교사'라는 아주 고차원적인 학습법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잘못된 부분'을 찾아서 '바르게 인식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더 훌륭한 학습 효과를 얻을 수도 있음을 우리는 잘 안다.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직접적인 경험을 늘려나가는 것이 아주 훌륭한 '체험'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듯, '간접 체험'에 해당하는 독서를 통해서도 똑같은 경험을 훌륭히 해낼 수 있다. 그걸 완수해낼 때 비로소 '독서지도의 참맛'을 느낄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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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세계사 7 - 새로운 나라 미국의 탄생과 위기 극복 벌거벗은 세계사 7
최호정 그림, 김우람 글, 김봉중 감수, tvN〈벌거벗은 세계사〉제작팀 기획 / 아울북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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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Review MCMLIII / 아울북 30번째 리뷰] 미국이 이상해지고 있다. 비단 미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이 다들 이상하긴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상한 지도자들에게도 한결같은 '공통점'이 한 가지 있다. 바로 '자국이기주의'를 무한대로 늘리고 있다는 점이다. 얼마 전까지만해도 '세계화'를 외치며 전세계를 '하나의 경제권'으로 만들어 '자유무역'을 확대하자고 똘똘 뭉치더니, 어느 순간부터 '자유무역'에 대해서 손절하기 시작했다. 그 대표적인 나라가 바로 미국이고 말이다. 더구나 '트럼프 미 대통령'이 재선을 하자마자 '관세카드'를 꺼내들고 연일 경제적 압박을 하고 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MAGA, Make America Great Again)'는 구호를 내세우며 미국 안에 '공장'을 세우지 않으면 미국은 '무역적자'를 면치 못할테니, 미국에 물건을 팔고 싶으면 미국인 노동자를 고용해서 미국인들을 부자로 만들든지, 아니면 '관세폭탄'을 받든지, 알아서 설설 기어라라는 고압적인 자세로 날마다 엄포를 늘어놓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과연 미국의 이익을 우선으로 하는 정책인 것인지 잘 모르겠다. 무역이라는 것이 '서로 이익'을 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지, '일방적인 이익'을 내는 쪽이라면 성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뭐, 당장이야 초강대국 미국에게 어깃장을 대놓고 놓을 나라는 없을 테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꼴랑 4년밖에 안 될 것인데, 막상 미국내 공장을 짓겠다고 하더라도 '실효성'이 있을 것인지 의심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기껏 공장을 지었더니 그에 상응하는 '이익'을 얻을 수 없거나, 경제정책 기조가 바뀌기라도 하면 '막대한 손실'을 볼 수도 있을테니 어쩔 수 없이 신중한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기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어디로 튈지 예상도 되지 않는 인물인데, 막말처럼 내뱉은 말을 그저 밀어붙이기만 하고 있으니, 전통적인 미국 동맹국들조차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과연 미국의 이런 정책들이 향후 전세계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 것인지 궁금해진다.

미래가 궁금해지면 어쩔 수 없이 '과거'를 되돌이켜 보아야 한다. 현재시점이 '과거의 미래'로 가정한다면 과거시점은 '과거의 현재'일 수 있으니, 우리는 과거의 역사를 되돌이켜 보는 것으로 미래의 역사가 어떻게 만들어가는지 '예측가능한 검증'을 시도해볼 수 있게 된다. 다시 말해,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불확실한 미래를 어느 정도 예측가능한 미래로 가정하고, 조금이나마 불확실성을 낮추고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마련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초강대국 미국'이 만들어진 과정을 살펴보고, 미국의 앞날을 점쳐볼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점쳐본 미래가 꼭 맞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아주 틀리다고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왜냐면 우리네 역사가 완전 똑같지는 않지만 늘 '반복적인 모습'을 연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사공부는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이 책 <벌거벗은 세계사 7>에서는 미국의 탄생과 경제 발전, 그리고 대공황의 극복까지 다루고 있다. '미국 혁명'이라고도 불리는 미국의 독립전쟁 과정은 세계 최초의 '대통령제 국가'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프랑스 혁명의 영향을 받아 자유와 평등의 사상을 바탕으로 세상에 없던 새 나라를 건국했지만, 어렵사리 건국한 초창기의 미국은 가시밭길이 매우 험난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은 '명백한 운명'이라는 계시를 받은 듯이 영토를 넓혀가며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게 된다. 가히 '신의 축복'이라고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광활한 대륙과 비옥한 토지를 바탕으로 미국인들의 마음속에 '프론티어 정신'을 심어주게 된다. 단순한 '도전정신'을 넘어선 미국인만의 자부심이 녹아 있는 사상으로 자리매김을 한 것이다.

그렇지만 미국은 경제발전의 길목에서 '남북전쟁'이라는 위기를 맞이 한다. '노예제도 존폐 문제'로 촉발되었다고도 오해하지만, '노예 해방'이 주목적은 절대 아닌 '미국내 경제문제'로 인한 갈등이 심화된 탓에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이라고 보는 것이 더 옳을 것이다. 링컨 대통령이 당선될 당시의 미국은 남북으로 첨예한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었다. 미국의 남부는 전통적으로 '목화 농장'과 같은 농경을 주력산업으로 하고 있었기에 부족한 노동력을 보충하기 위해서라도 '노예제도'가 절실히 필요했다. 이에 반해 미국의 북부는 공장제 산업이 급속히 발달하여 날마다 '공산품'이 쏟아져 나오던 때였다. 이렇게 물품이 많이 양산된 경제체제에서는 물건을 소비할 수 있는 '노동자 확보'가 절실했다. 그래서 무일푼 노동력을 제공하는 노예를 없애는 것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았다. 이렇게 미국내에서는 상반된 시선을 갖고 있을 즈음, 유럽에서는 '노예해방'을 주장하는 사상가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과거 제국주의시절의 폐해에 대한 일련의 반성적 분위기가 싹 튼 것인데, 문명을 전파하는 입장에서 비윤리적인 노예제도를 개선하고자 하는 의식이 싹트고 있던 시절이었기에 미국내에서도 이런 분위기에 동조하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져 간 것이다.

하지만 미국 남부의 농장주들은 반갑지 않은 분위기였다. 힘든 노역을 값싼 노동력으로 착취할 수 있는 '노예제도'를 반대한다면 애써 재배한 '생산물'을 유럽에 수출하는 것으로 경제적 부를 유지하던 남부 농장주들에겐 큰 타격이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내에서 '노예제도 폐지'에 대한 여론이 점점 늘어나자 '남부 7개주'가 연방 탈퇴라는 강한 조치를 취한 것이다. 이에 '미국의 분열'을 방관할 수 없었던 링컨 대통령은 전쟁을 선포했다. 하지만 전쟁 초기에는 '북부군'이 불리했다. 전쟁물자는 풍족했으나 전쟁을 지휘할 지휘관들이 대부분 '남부 출신'이라 남부군을 지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쟁은 어파피 '물량공세'를 이길 수 없는 법이다. 전황은 다시 북부군에게 유리하게 돌아섰다. 그러자 남부군은 '유럽'에 군사지원요청을 한다. 영국과 프랑스의 도움을 받는다면 '북부군'은 양쪽에서 협공을 받아 불리해질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링컨 대통령은 그 유명한 '노예해방선언'을 해버린다. 당시 유럽에선 '노예제도 폐지론'이 우세했는데, 미국내 전쟁에서 '노예제도'를 찬성하는 남부군을 돕게 된다면 여론의 뭇매를 피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링컨의 예상은 적중했고, 유럽은 '남북전쟁'에 불참하게 된다. 그렇게 '게티스버그 전투'를 승리하며 전쟁은 북부가 차지하게 된다. 이로써 '노예제도 폐지'는 명문화하게 된다.

그렇지만 진정한 노예해방은 그후로도 오랫동안 실현되지 못한다. 법률상으로는 '흑인노예'는 있을 수 없었지만, 법률의 빈틈을 노리고 '흑인노예'는 계속 존속했으며, '흑인'은 미국시민권이 없다는 법률 판결을 내세워서 흑인들의 인권은 오래도록 보장받지 못했다. 이런 암울한 현실속에서 미국내 '흑백갈등'은 점점 고조되었고, 지금까지도 미국은 '인종차별'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하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은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한다. 프론티어 정신에 이은 '뉴프론티어 정신'으로 미국인들의 자부심은 하늘을 찔렀고 결국엔 우주정복까지 해낼 기세였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승리를 거두고서 새로운 '패권국가'로 거듭난 미국은 대영제국의 뒤를 이어 명실상부한 '세계제일 강대국'으로 등극하게 된다. 그리고 맞이한 경제호황은 미국인들에게 엄청난 부를 안겨 준다. 하지만 그런 호황은 오래가지 못한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유럽의 경제 사정'이 차츰차츰 나아지면서, 미국에서는 '과잉생산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농업은 말할 것도 없고 공장 산업에서 쏟아지는 물품이 날개 돋힌 듯 팔려나가는 기세가 점점 꺾여나갔기 때문이다. 주식 투자 붐이 일 때는 '사는 족족, 대박 행진'을 거듭했지만, 경기가 한풀 꺾이자 주식 시장에는 '거품'이 끼기 시작했다. 판매는 점점 감소하는데 투자는 계속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거품이 더는 버티지 못하고 꺼지기 시작하자 주가는 겉잡을 수 없이 곤두박질을 쳤고, 급기야 '검은 목요일' 사태가 발생했다. 이튿날 떨어진 주가에 '사자 열풍'으로 반등을 하기도 했지만, 주말이 지나고 월욜이 되어 뒤늦게 소식을 접한 투자자들의 투매현상이 일어나면서 주가는 다시 곤두박질 치기 시작했다. 이를 감당하지 못한 수많은 공장들은 문을 닫았고, 은행은 대출금을 돌려받지 못해 파산해버렸다. 하루 아침에 실업자가 된데다 저축한 돈마저 잃어버리고 투자한 주식은 휴짓조각이 되어 버리니 미국의 경제는 폭망해버렸다. 이를 '대공황'이라고 한다.

미국발 경제대공황은 전세계로 뻗어나갔다. 그나마 식민지를 갖고 있던 '제국주의 국가들'은 자신들이 받을 경제적 타격을 식민지인들에게 떠넘기는 방식으로 어찌어찌 버텼지만, 그마저도 없었던 '신흥제국주의국가'들은 여지없이 경제적 타격을 받게 되었다. 이때 의외로 경제대공황을 잘 버티던 국가가 바로 '소비에트 연방국가'였으니, 공산주의국가들이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비웃으며 자신들의 우위를 자랑할 수 있는 호시절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그런 호시절도 오래 가지 못했다. 미국의 경제대공황은 '뉴딜 정책'으로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물론 '뉴딜 정책'이 모든 것을 해결하는 만능열쇠를 제공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물꼬를 마련하고, 경제회복의 신호탄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다. 자본주의가 '회생할 수 있다'는 능력을 선보여 준 셈이다. 이에 반해 공산주의는 '제자리걸음'으로 더 큰 경제성장을 보여주지 못하고 답보상태에 빠져버렸고, 곧이어 터진 '제2차 세계대전'으로 전세계는 다시 재편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전쟁이 끝난 뒤에 이어진 '냉전'은 경제체제를 양극화시켰고, 그 양극단에 있는 '이데올로기(이념) 대결 양상'으로 20세기 내내 크고 작은 전쟁을 일삼더니, 1990년대 공산주의는 완전한 패배를 선언하고 말았다. 소련연방이 해체되었고, 독일은 통일되었다. 그리고 맞이한 21세기는 바야흐로 '미국의 패권주의'가 판을 치는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미국의 패권도 종종 흔들렸다. '팍스 아메리카나'로 영원할 것 같았지만 '9·11 테러', '금융위기사태', '아프가니스탄 패전' 등등 미국의 위상을 깎아내리는 일련의 사건들이 줄기차게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제 다시 '트럼프 시대'가 도래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가장 예측불가한 '지도자'가 미국의 행정부를 장악해버린 셈이다. 이제 미국은 어디로 갈 것인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그럼에도 우리는 대비해야 한다. 그 대비에 따라서 우리의 미래가 결정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걱정만 하고 있을 것도 아니다. 위기는 곧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우리가 미국에 대해서 철저히 공부하고 대비한다면, '미국발 위기'가 위기만은 아닐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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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세계사 9 - 인류 최악의 전염병과 바이러스 벌거벗은 세계사 9
tvN〈벌거벗은 세계사〉제작팀 기획, 이현희 글, 최호정 그림, 송대섭.장항석 감수 / 아울북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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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Review MCMLII / 아울북 29번째 리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인류는 '전염병과 바이러스'에 관한 관심도 부쩍 늘어났고, 새로운 질병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그래서 이제는 초등학생도 '감염병 대유행'에 대한 지식도 많이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질병에 대해서 '대처방법'까지도 잘 알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알고 있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다르다. 팬데믹이 지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올해 '독감대유행'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장소에선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 에티켓을 잘 지키지 않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기침예절'이라고 할 수 있는 것도 잘 지켜지지 않는 장면도 상당히 많이 볼 수 있다. 가뜩이나 '탄핵정국'이라 대규모 집회를 빈번하게 치루고 있는 요즘인데, 자칫 '대규모 감염'이 다시 일어나게 된다면 지난 팬데믹 때와는 달리 속수무책으로 전염을 일으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서는 다시 한 번 '감염경로'를 상기시키고 '마스크와 손씻기' 같은 위생수칙을 지켜나가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다.

그럼 우리는 인류를 위협한 전염병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과거의 사례를 살펴보면 '전염병'이 대유행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질병으로 고통을 받다가 죽었다는 기록이 상당히 많다. 고대 로마제국을 멸망에 이르게 한 전염병은 '말라리아'였단다. 이탈리아 반도의 늪지대가 확대되면서 늘어난 인구수를 감당하지 못하고 불결한 지역까지 거주지를 늘려나가는 바람에 모기의 창궐을 방치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말라리아'에 감염되어 넓은 지역으로 전염시켰고, 그로 인해서 로마제국은 인구절감으로 인해 외적의 침입을 막아내지 못했고, 경제도 위축되면서 끝내 멸망했다고 한다. 물론 말라리아가 직접적인 멸망 원인이 될 수는 없었겠지만, 수많은 원인 가운데 하나로 작용하게 되었다고 볼 수도 있단다.

또한, 14세기 중세유럽 인구의 1/3을 사망케 한 전염병은 '흑사병 대유행'이었다. 쥐벼룩이 옮기는 '페스트균'에 의해서 온몸이 타들어가는 듯 '까맣게 죽어가는 병'으로 '블랙 데쓰'로 불리기도 했다. 그래서 이 전염병의 이름이 '흑사병'이다. 이 질병이 유독 중세유럽에서 기승을 부린 까닭은 '소빙하기(14~17세기)'에 접어들어 기근이 만연해서 면역력이 약해진데다가 기독교인들의 풍습(?)으로 '목욕'을 하지 않고, '하수도시설'이 없어 거리거리마다 똥오줌이 가득한 불결한 환경이 한몫 하였고, 전염병의 원인이 '쥐벼룩'이라는 것을 모르고 쥐들(특히, 곰쥐)이 창궐하는 것을 방치했으며, 또한 '호흡기(비말감염)'를 통해서도 감염이 되었는데, 질병에 걸리자 신에게 기도를 드리고 치료를 바란다다면서 '교회와 성당'으로 몰려드는 바람에 더욱더 많은 사람들이 감염되었다고 한다. 더구나 '흑사병'은 아침에 걸리면 저녁에 죽을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는 질병이라서 여러 모로 '중세유럽인들'에게는 치명적인 감염병이었던 셈이다.

한편, 20세기로 넘어오면서 새로운 감염원인을 파악할 수 있었다. 바로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이다. 물론 그 이전에도 '바이러스'는 있었지만 맨 눈으로는 볼 수 없을 정도로 작기 때문에 '현미경'이 발명된 이후에야 원인으로 지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첫 시작은 바로 '스페인 독감'이다. 사실 이 독감은 미국 캔자스 주에서 최초로 발병했다. 그렇기에 이름을 굳이 붙이자면 '미국 독감' 또는 '캔자스 독감'이 되어야 할 텐데, 어이 없게도 이 감염병이 대유행하던 시기가 1918년으로 '제1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접어들 때였다. 이 독감의 특성이 초기 증상은 '감기'와 다를 바가 없는데, 갈수록 증상이 심해지다가 온몸이 파랗게 변하는 '청색증'을 보이다 심한 고열과 함께 환자가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하지만 독감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미국은 전쟁에 참전했고 '독감'에 걸린 병사를 유럽에 파견해 버렸다. 1차 세계대전은 지독한 '참호전'이 펼쳐졌고, 이 참호는 '불결한 환경'으로 최고봉을 찍을 정도로 악명 높았다. 그래서 미군 병사가 옮긴 '독감 바이러스'는 삽시간에 전 유럽에 퍼져나갔다. 그런데 '전시상황'이었기에 이런 감염병이 돌고 있다는 사실을 각국 정부는 감추고 있었고, 당연히 언론도 보도할 수 없었다. 그런데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지 않았던 '에스파냐(스페인)'에서만 이런 대유행 사실을 최초로 보도하자 전세계는 깜짝 놀라게 되었고, 자국에도 번지고 있는 '독감 대유행'을 스페인 언론을 통해서 보도하기 시작하게 되니, 독감의 명칭을 엉뚱하게도 '스페인 독감'으로 짓게 되었다. 애초에 '스페인'하고 아무런 관련이 없던 '피해 당사국(?)'인데 억울하게 최초로 보도했다는 이유로 그렇게 명명된 것이다. 어쨌든 '스페인 독감'은 전세계 5000만 명이나 사망하게 이른 끔찍한 감염병이었고, 감염원인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조류독감)'이 인간에게까지 전염된 사례로 밝혀지게 되었다.

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90년 뒤, 2009년에 '신종플루'라는 이름으로 다시 유행하게 되는데, 이때는 감염경로가 '조류'에서 '돼지'를 거쳐 '인간'에게 감염되는 사실을 밝혀냈다. 조류독감이 인간에게 곧바로 전파되지는 않았지만, '돼지'를 매개로 해서 새로운 '연결고리'가 생겨나게 된 셈이다. 이런 일을 계속 발견된다.

2014년에는 '에볼라 바이러스'가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최초 발병했는데, '과일박쥐'에게서 '인간'으로 감염된 사례이고, 2003년에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스'로 대유행했고, 2012년에는 '메르스'로,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대유행을 했다. 이는 각각 '사스'가 박쥐-사향고양이-인간에게, '메르스'가 박쥐-낙타-인간에게, '코로나19'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아마도 박쥐-천산갑 또는 사향고양이-인간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한 2003년 '원숭이두창(엠폭스)'으로 알려진 천연두 감염병도 '원숭이-프레리도그-인간'에게 감염전파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렇게 새로운 감염병 대유행은 '인수공통감염'을 기본 매개로 전파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이를 막기 위해서 감염의 원인인 '야생동물'을 멸종시켜야 하는걸까? 그건 옳지 않은 방법이다. 야생동물을 '인위적인 방법'으로 말살시켜버리면 당장은 살기좋은 세상이 되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이는 결국 '생태계 균형'이 파괴되어 생태계의 일부인 '인간의 삶'까지 말살시켜버리는 최악의 결과를 낳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인간도 '자연의 일부'이니 자연속에서 어우러져 살아갈 궁리를 해야지 자연환경을 훼손하고서는 결코 살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만 한다. 그렇다면 인간이 '야생동물'과 밀접한 접촉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걸까?

결국, '인간'이 문제의 원인이라는 각성을 해야 한다. 80억명의 인구가 지구 곳곳의 터전을 독차지하고 있기에 '야생동물'이 살 수 있는 서식지가 자꾸 파괴되어 사라진 탓에 인간과 야생동물의 '접촉'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 새로운 감염이 발생하지 않도록 '밀접 접촉'을 차단하는 방법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러기 위해선 야생동물이 인간의 활동공간으로 들어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런데 인간의 탐욕이 '아마존 밀림'을 불태우고 '경작지'로 만들어 경제적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남미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세계적으로 인간은 '야생동물'과 따로, 또 같이 살아갈 궁리가 아니라 '야생동물의 서식지'마저 인간의 터전으로 삼고 경제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려고만 하고 있으니, 결국은 살 곳을 잃어버린 야생동물은 자꾸만 인간들이 사는 곳으로 넘어오게 되고, 그렇게 '접촉'을 늘려나가다 보니 '인수공통감염 경로'가 활짝 열려 버린 것이다.

이제 인간은 감염병 대유행을 쉴 틈 없이 겪어야만 할 것이다. 다행히 '코로나19 팬데믹'은 잘 넘어갔다. 하지만 머지 않은 시기에 또다시 '새로운 감염병'이 어떤 동물의 감염매개로 삼고 인간에게 질병을 퍼뜨릴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고 인간이 살 곳과 야생동물이 살 곳을 '따로' 격리 시킬 방법도 없다. 지구는 딱 하나 뿐이기 때문이다. 지구가 엄청나게 큰데도 인간의 탐욕은 그보다 훨씬 더 크기에 결국 '인수공통감염'이라는 고리를 끊어내고, 인류를 질병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조만간 '인간'이 인수공통감염의 연결고리를 자처해서 야생동물의 멸종을 부추길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멸종이 '인간'이 아니라서 참 다행이라고 안심하고 있다가 '생태계 파괴'로 인해 한꺼번에 몰살 당하는 대멸종을 겪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때는 멸종 당하는 이유도 알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최후를 맞이할지도 모를 일이다. 지금이라도 '야생동물'이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한다면, 그런 비참한 최후는 막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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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 토끼
김지윤 지음 / 반달(킨더랜드)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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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Review MCMXXXVI / 반달(킨더랜드) 1번째 리뷰] 사실 '유아'와 '어린이', 그리고 '청소년'에 대한 정의는 굉장히 모호하다. 몇 살, 몇 개월부터 정확하게 어린이와 청소년을 구분할 것인지, 그 구분을 '나이'로 할 것인지, '지능수준'으로 할 것인지, '인지발달'이나 '정서발달'로 정할 것인지, 그 어떤 것도 우리 사회는 정한 것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미성년에 속하는 아이들을 유아, 어린이, 아동, 소아, 청소년, 미성년 등등 다양하게 부르고 있으며, 여기에 무슨 기준을 따른 것인지 명확하게 밝힌 적도 없다. 그저 '학령'을 기준으로 만6세부터 초등학교 학생으로 부르고, 6년 동안의 초등교육을 2년 단위로 나눠서 '저학년(초등1,2학년)', '중학년(초등3,4학년)', 그리고 '고학년(초등5,6학년)'으로 부르는 것을 가장 선호하는 편이다. 그리고 초등학교에 입학 전을 '유아'로 부르고, 중학교에 진학한 이후부터 '청소년'이라고 부르길 선호하는 경향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사실 이런 구분법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단지 학년에 따른 '교과편성'을 달리 했을 뿐, 정작 이를 받아들이고 배우는 '학생들의 수준편차'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만6세 아이들인데도 어떤 아이들은 이미 초등3학년 수준의 학업능력을 갖추고 있는 반면에, 어떤 아이들은 '한글'과 '셈'도 제대로 떼지 못하는 이상한 현상이 공존하게 되고, 실제로 1학년 학생들의 수업내용은 '한글'도 떼지 못한 학생은 전혀 이해하지 못할 뿐더러, 그 내용의 '수준'도 어른이 겨우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고난도 수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학교는 아이가 들어갔는데 공부나 숙제는 학부모가 도맡아서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심지어 담임선생도 학습진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들에겐 '별도의 학원(공부방) 수업'을 듣고 학교에 보내주길 바라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도대체 학교선생들은 뭘 가르치는...쿨럭쿨럭

각설하고, '그림책'은 유치원에 다니는 어린 아이들만 읽는 책으로 오해하는 분들이 많아서 서론이 길어졌다. 하지만 적어도 '초등3학년'까지는 그림책을 부모님과 함께 읽으며 '배경지식'과 더불어서 '감성지능'까지 함께 익히는 것이 바람직할 정도다. 특히 '침대맡에서 부모가 읽어주는 그림책'은 아이들에게 '정서안정'에도 매우 효과적이다. 그러니 '그림책'은 어린 시절에 절대적으로 많이 읽어주는 것이 아주 유용하다. 그렇다고해서 '다양한 그림책'을 읽어주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도 아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책 서너 권을 반복적으로 읽어줘도 무방하다. 오히려 '익숙한 이야기'가 아이들을 안심시켜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늘 새로운 이야기를 읽어주어야할 부담감을 덜게 되어 부모님의 얇아진 지갑 걱정도 날려 버릴 수 있다.

그럼, 아주 어릴 때는 부모가 대신 읽어주는게 맞겠지만, 한글을 떼고, 스스로 책을 읽을 나이가 충분히 되었다면 '그만' 읽어줘도 무방한 것은 아닐까? 정답은 '반반'이다. 물론 아이가 스스로 읽는 것을 좋아한다면 그리해도 좋다. 하지만 부모님께 읽어달라고 조르는 아이라면 계속 읽어주는 것이 더 낫다. 이때 부모가 사정이 있어서 읽어줄 수 없다면, 아이에게 '지금은 읽어줄 수 없는 사정'을 충분히 설명해주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고 "네 나이가 몇 살이데, 아직까지 응석을 부리는 거야", "이젠 너도 컸으니 스스로 읽는 습관을 들여야 해"라는 이유를 들면서, 억지로 떼어내려고 한다면, 아이가 '독서'를 싫어하는 계기로 작동할 수도 있으며, 아이의 정서에 긍정적인 반응을 얻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게 된다. 그러니 젖을 떼고, 이유식으로 넘어가는 시기처럼 윽박지르며 반강제적인 상황을 연출하기보다는 아이가 스스로 책을 읽으려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부모와 함께 책을 읽으며 즐기는 시간을 오래 끌고 나가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학부모가 '그림책'에서 아이들에게 읽어주어야 할 것이 무엇일까? '그림책'은 글보다 '그림'이 우선인 책이다. 그러니 '글자'만 읽어주는 단순한 독서법이 아닌 '그림'을 읽어주는 고난도의 독서법을 부모가 먼저 선행해서 보여주어야 한다. 이는 '그림'에서 스토리를 찾아내는 방법이다. 흔히 '스토리텔링'이라는 방법이 바로 이것이다. 물론 학부모는 '독서전문가'가 아니기에 한 권의 그림책으로 원하는 것을 모두 뽑아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간단한 비법'만 알아도 웬만한 전문가 뺨 칠 정도로 잘 할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길 바란다.

먼저, 등장인물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림책속에서 '주인공'을 찾아내는 것인데, 몇 번만 하면 아이들도 '주연'과 '조연'을 구분할 수 있다. 방법은 여러 가지지만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숨은그림찾기'하듯 그림책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밝혀내는 것이다. 이 그림책 <복숭아 토끼>는 '제목'에서부터 주인공이 누구인지 암시하고 있다. 그래서 주인공 찾기가 굉장히 쉽지만, 다행히 책의 그림속에 주인공인 '토끼'가 제법 잘 숨어 있다. 더구나 우리 '민화' 형식의 그림체가 아주 형형색색 알록달록하게 강렬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색채 감각'을 익히기에도 아주 효과적인 그림책이다. 그렇게 '주인공 찾기'를 하면서,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훑어보기'를 하는 것이다. 그럼 아이들은 그림책을 '읽는 것'이 아닌 '주인공 찾기 놀이'로 이해하게 된다. 즉, 책을 읽는 '부담감'이나 '거부감'을 줄일 수 있다. 독서교육이 힘든 까닭은 아이들이 책을 '놀이'가 아닌 '학습'으로 인식해서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 가장 큰 원인이다. 그러니 독서는 곧 '놀이'라는 공식으로 아이들을 이끌어주어야 한다.

자,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었다면, 이제 본격적인 '스토리텔링'을 해줘도 된다. 만약 아이가 아직도 책을 읽을 준비가 덜 되었다면, 아까의 놀이 단계를 계속적으로 반복해도 좋다. 물론 놀이책을 다양하게 바꾸면서 해도 좋고, 같은 책으로 놀이를 계속하게 될 때는 아주 조금씩 '주인공 토끼'가 하는 이야기인 것처럼 대강의 줄거리를 살짝살짝 가미해도 좋다. 중요한 것은 처음부터 '글자 강박'에 들려서 글자부터 읽으려는 시도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아직 아이가 '한글떼기 전'이라면 글자부터 읽을 게 아니라 '말'부터 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어차피 '한글'을 떼기 전이라면 '아는 글자', '익숙한 글자'만 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전체를 리딩하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다. 아이가 '알고 있는 글자', '이해하고 있는 글자'부터 유혹을 하면서 차근차근 천천히 학습하길 바란다. 그리고서 '그림'만으로 대강의 스토리를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훨씬 더 즐거운 독서가 될 것이다.

이때, 될 수 있으면 '전문성우'의 흉내를 내면 좋다. 최대한 등장인물에 어울리는 목소리를 연출하면 '몰입도'가 높아진다는 말이다. 또한 '상황'에 맞는 목소리로 리딩을 하면 아이들은 부모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상상'을 하게 되고, 부모가 가리키는 '그림'에 주목을 하면서 이야기에 따라서 '그림'이 생동감 넘치게 움직이는 환상에 빠지게 될 수도 있다. 이는 '연상법 훈련'이기도 하지만, 아이들은 그런 능력을 타고 났으니 특별히 가르치려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저 학부모는 아이와 함께 즐거운 책읽기에만 열중하면 된다. 억지로 읽어주는 건 생각도 하지 말고 말이다. 물론 아이의 상상력에 뒤쳐져서 학부모가 미처 쫓아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테지만, 그럴 때에는 아이에게 '스토리텔링'을 맡겨도 좋을 것이다.

그럴 땐 학부모가 적절히 '발문(질문)'을 던지면서 아이가 더욱더 스토리에 몰입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때 주의할 점은 '간단한 질문'이 아닌 '구체적인 질문'을 던져야만 한다. 그래야 아이들이 대답을 하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그 반대로 '간단한 질문'을 하면서 '구체적인 답변'을 요구하게 되면 아이는 '짧은 표현력'으로 대답할 말을 잊어버리고 답을 하는 부담감에 입을 꼭 다물 수도 있다. 그러니 최대한 질문은 구체적으로 길게 하고, 아이는 답을 말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해주어 '말문'부터 틔일 수 있도록 해주면 좋다. 여기서 명심하면 좋은 것이 바로 '칭찬'이다. 아이가 무슨 답을 하든 모두 정답처리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과할 정도로 칭찬을 퍼부어주어라. 그래야 아이의 말문을 빨리 틔우고, 독서가 즐거운 일이라는 것을 습득하게 된다. 이런 경험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건 당연지사다. 칭찬을 해서 춤을 추는 건 고래만이 아닌 것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독서의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아니면 '즐거운 독서'를 함께 하고서, "또 읽어줘"라는 무한 되돌이표에 빠져들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독서시간을 '타이머'로 맞춰놓고 하는 방법도 있고, '횟수'로 맞춰 놓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또는 '밥이 다 될 때까지', '아빠가 퇴근할 때까지'라면서 '상황'으로 독서 종료를 맞춰 놓을 수도 있고, '특별한 글자'가 책 속에서 나오면 '그 글자'가 나올 때까지만 읽어주겠다고 정하는 방법도 있다. 물론 '특별한 그림'이 나오면, "오늘은 여기까지다"라면서 끝맺기를 해도 좋다. 이때 중요한 것은 '약속정하기'다. 새끼손가락 꼭꼭 걸고서 "약속은 반드시 지키는 거, 알고 있지?"라면서 생활규칙을 지키는 일도 매우 중요한 일이라는 것도 알려주어야 한다. 이때 돌발상황으로 아이가 울면서 떼를 쓴다면, 무작정 달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엄마도 규칙 때문에 어쩔 수 없어. 하지만 내일 다시 엄마랑, 또는 아빠랑 함께 다시 읽어줄게. 자, 약속!"이라면서 '새로운 약속'을 지켜야 바람직한 것이라고 가르쳐 주면 좋을 것이다.

끝으로 이 그림책 <복숭아 토끼>는 우리 민화를 그림으로 선보여주고, 등장인물도 '민화'속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동물로 가득 채웠다. 그런데 우리 민화속의 동물들에겐 '특별한 의미'가 있다는 사실도 함께 알아두면 좋을 것이다. 토끼는 '다산'과 '장수'를 상징하고, 복숭아도 '장수', 봉황은 '왕'을 상징하며, 물고기는 '번성'과 '출세'를 의미하고, 호랑이는 '액막이'와 '산신령', 포도는 '다산'과 '풍요', 수탉은 '벼슬', 그리고 흑룡은 '수호신'이자 '비'를 내리는 영험한 동물을 뜻한다고 한다. 그렇게 그림에 등장하는 동물이나 문양만 보고도 그 그림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으니, '예술적 교양'을 함양하는데에도 아주 탁월한 그림책이다. 더구나 우리 만화는 '강렬한 색채'를 사용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색감'을 훈련시키는데에도 아주 훌륭할 것이다. 그림책이 비싼 이유도 바로 이렇게 '활용도'가 매우 높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기왕 책을 구매하셨다면 뽕을 뽑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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