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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들려주는 경제 이야기 - 평등한 세상으로 향하는 진실의 발걸음
야니스 바루파키스 지음, 정재윤 옮김, 임승수 해제 / 롤러코스터 / 2024년 6월
평점 :
[My Review MDCCCLXVIII / 롤러코스터 1번째 리뷰] 이 책은 그리스의 전(前) 재무장관이었던 야니스 바루파키스가 쓴 청소년을 위한 경제책이다. 하지만 나는 '청소년'과 '어린이'를 딱히 구분하지 않으련다. 왜냐면 0세부터 19세까지 '미성년'에 해당하는 아이들의 눈높이는 절대로 '일률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독서수준'을 고려해서 책읽기를 권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만, 그 수준은 절대로 '남'이 결정할 일이 아닌 '어린이', 스스로 결정하고 선택할 일이다. 그러니 책의 리뷰를 전하는 처지에서 따로 구분할 필요는 없고, 읽는 이가 스스로 판단해서 결정하고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서 '초중고'로 따로 구분하지 않았음을 밝힌다. 다만 이 책은 '독서수준'이 조금 높은 어린이가 읽기에 좋은 책이라는 것만 알려주고 싶다. 조기 경제교육 붐이 일고 있는 지금 중·고등학생이 읽기에 적합한 책이라 여겨지는 책이라도 초등생도 얼마든지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책이 많기 때문이다. 이 책 또한 그렇다.
이 책은 두 개의 경제체제를 서로 비교분석하며 미래세대의 주역인 '어린이'들이 직접 어느 경제체제가 자신들에게 유리하고, 자신들이 살아갈 사회에 유익한지 생각해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그렇기에 어린 독자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경제학개론'에나 어울릴 만한 딱딱한 경제용어나 풀이로 쓰여지지 않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재미난 이야기와 봤음직한 <영화>의 줄거리를 소재로 삼아 두 가지 경제체제의 원리를 소개하였다. 두 가지 경제체제란 다름 아닌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말한다. 물론 경제학적인 용어로는 사회주의보다 '공산주의'로 표현하는 것이 더 적합하겠지만, 여기서는 스웨덴이나 덴마크처럼 '북유럽 복지국가의 경제형태'에 걸맞게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사회주의'라는 표현을 썼다. 그리고 최근 그리스 경제상황이 별로 좋지 않은 관계로 '자본주의'보다 '사회주의' 경제체제가 조금 더 바람직한 경제체제인 듯한 인상으로 경제학을 풀어낸 책이라는 것도 밝혀둔다.
그렇다면 '자본주의 경제체제'는 미래세대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나쁜 경제체제란 말인가? 그렇지는 않다. 글쓴이는 '경제체제, 그 자체'는 좋고 나쁜 것을 가릴 수 없다고 말한다. 왜냐면 어느 쪽 경제체제든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런 경제체제속에서 살아가는 구성원들이 어떤 식으로 운영해나가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을 알려줄 뿐이다. 그럼에도 그리스 전 재무장관 출신인 탓에 '자본주의'로 살아본 경험이 그리 아름답지만은 않았다는 것을 상기시켜 주는 대목이 참 많이 나온다. 그러면서 '사회주의' 경제체제의 장점을 살렸더라면 그리스의 현실 경제상황이 이렇게까지 나빠지지는 않았을 수도 있다는 여운을 남기는 것으로 마무리하였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다름 아닌 '자본주의'든, '사회주의'든 양쪽 모두에 장단점이 갖춰져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미래세대의 주역들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민주주의' 정치체제를 완성하고서 자신들에게 적합한 '경제체제'를 완성해나가는 것이 한 나라의 경제질서를 바로 잡는 일이란 것이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면서 말이다. 안타깝게도 현재의 그리스 경제상황은 썩을대로 썩어버린 정치세력들이 집권을 하며 그리스의 경제를 좀 먹고 그리스 젊은 세대들의 미래마저 암울하게 만들고 있지만, 이런 어려운 상황을 타파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 바로 '어린 세대'에게 있음을 당부하고 있다. 부디 어린 세대들은 올바른 '선택'으로 현재의 어른들이 저지른 어리석은 짓을 되풀이 하지 말라면서 말이다.
그렇다면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바로 '불평등'이다. 빈부격차가 극심해지면 자본주의는 순기능이 마비가 되고 온갖 사회문제는 점점 심화되고 해소되는 일이 사라지게 되어 버린다. 이럴 때 가장 필요한 수단이 바로 '부자'들에게 쏠린 부를 '빈자'에게 되돌려 줄 수 있는 수단을 적절하고 효과적으로 써먹어야 하는데, 자본주의의 폐해가 심각해지면 가장 먼저 '정경유착'이 발생해서 부패한 정치인이 장악한 권력으로 부당한 경제수단을 연이어 악용하면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더욱 부추길 뿐이니 한 나라의 경제가 망가지는 일은 순식간이고 절대불변이라는 얘기다.
그러면 사회주의 경제체제는 이러한 자본주의의 폐해를 애초에 막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란 말인가? 꼭 그렇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는 가능성이 있다고 단언한다. 왜냐면 사회주의 경제체제는 애초에 '빈부격차'를 방지할 수 있는 '부의 평등'을 주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회주의 경제체제의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은 '한정된 자원'의 낭비를 애초에 막을 수 있다는 점이다. 왜냐면 꼭 필요한 물건만큼만 생산하면 그뿐이기 때문에 자본주의처럼 우리의 하나 뿐인 지구환경을 황폐하게 만드는 어리석은 짓을 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장점만 있다면 어느 국가가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택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사회주의 경제체제에도 단점은 있다. 바로 '정치세력', 다시 말해 국가의 권력을 쥐고 있는 정치인들이 '절대 부패'하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착한(?) 정치인들이 욕심(?)으로 가득한 경제인들의 경제활동에 적절히 개입하고 부의 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공평무사한 정책만을 실행할 수 있도록 국민들 하나하나가 올바르고 공정한 시민의식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필요조건', 또한 충족시켜야만 한다. 이걸 어느 정도 실현한 국가들이 바로 '북유럽의 복지국가들'이고 말이다. 그러니 절대 실현불가한 이야기는 아니란 말이다.
그러나 한 번 정국이 불안정해진 나라에서 이러한 선진적인 시민의식이 발현하고, 그 싹이 터서 성숙한 민주질서를 갖추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일이 걸리고, 피를 부르는 혁명이 자행되겠는가 말이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것이 바로 '경제발전'이라는 사실은 이미 '대한민국'이 증명한 팩트다. 그런 대한민국조차 '경제발전'과 '민주발전'을 이루기까지 지난하고 복잡한 일들이 벌어졌으며,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을 강요받아야만 했는지...그 어려운 일을 실현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잘 알 것이다. 그렇기에 미래세대의 주역이 깨우쳐야만 한다는 것이다. 현실이 암울하다고 '가상현실'로 도망가서 허상의 행복만을 누리려는 나약한 마음을 갖지 말고, 나쁜 현실을 깨뜨리고 나쁜 고리를 끊어나가 궁극적으로 '밝고 희망찬 미래'를 위해 우선적으로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좋은 것이 어떤 것인지는 금세 배울 수 있다. 그러나 좋은 것을 '갖추는 것'은 조금 다른 문제다. 애초부터 좋은 것을 가지고 있다면 아주 좋은 사회이겠지만, 좋은 것을 갖추지 못한 사회에 살고 있다면 '남 다른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노오오오력'을 해서 그 좋은 것을 가질 수 있는 사회라면 아주는 아니어도 좋은 사회일 것이다. 문제는 아무리 노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력을 해도 좋은 것을 갖출 수 없는 '희망 없는 사회'속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이런 사회에서는 어떻게 살아야 잘 살 수 있는 것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새로운 희망을 찾아 '다른 사회'로 떠나는 방법도 있겠지만, 글쓴이는 희망 없는 사회속에서 '희망을 찾으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왜 이런 불가능에 가까운 주장을 하는지 다음의 설명을 들으면 금세 이해하게 될 것이다.
"당신은 '하나 뿐인 지구'가 망가졌다고 '또 다른 지구'를 찾아나설 생각인가?"
이 책의 핵심 주제는 바로 이것이다. 아무리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불평등이 만연한 회생불가능한 국가일지라도 '희망'을 버려선 안 된다는 말이다. 지금 당장은 힘들고 괴로움 속에서 신음하는 일밖에 할 일이 없을 것처럼 보일지라도 한 가닥 희망을 보여준다면 기꺼이 그 희망을 따라 나설 의향이 있다고 말이다. 2차 세계대전 독일 포로수용소에 수감된 사람들도 희망이 없어보였다. 나치 독일군을 쳐부술 소련군(해방군)이 자신들이 위치한 곳으로 오고 있다는 소식이 간간히 들리곤 했지만, 현실은 달라진 것이 아무 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가닥 희망이 샘솟자 '살아남아야 한다'는 의지가 살아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희망은 이루어졌다. 만약 그 의지가 없었다면 희망이 이루어지기도 전에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소련군에게 해방되었다고 희망이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나치주의가 지나간 자리에 공산주의가 시뻘겋게 타올라 희망을 짓밟았기 때문이다. 아직 진정한 희망이 다가오지 못한 까닭이다. 만약 거기서 굴복하고 희망을 의심하며 '좋은 삶'을 포기한다면 그냥 끝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그 희망이 '자본주의'인지, '사회주의'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좋은 것', 내게 '꼭 알맞는 것'이라는 점이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 두 가지 경제체제의 장단점을 깨우쳐 스스로 선택하고 '실현'시키는 방법밖에 없다. 나에게만 '좋은 것'이 아닌 우리 모두에게 공평하게 '좋은 경제체제'가 무엇일지 진지하게 고민해봄직하지 않은가. 이 책은 우리에게 그런 질문을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