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사람들이 묻는다. 그렇게 많은 책을 읽는 비결이 뭐냐고 말이다. 물론 그 질문에 앞서 "왜 그렇게 책을 많이 읽느냐?"고 먼저 묻곤 하지만, 별로 대답하고 싶지는 않다. 왜냐면 진지하게 묻는 질문이 아니라 "넌, 좀 이상한 사람 같아"라는 뉘앙스를 풀풀 풍기기 때문이다. 요즘 같은 세상에 '볼것'이 얼마나 많고, 재밌는게 얼마나 많은데 책따위나 읽고 있는게 그냥 신기해서 묻는 질문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러다 종종 진짜 책 좀 읽어보고 싶은데, 그게 잘 안 되서 '독서비결'을 묻는 사람들을 만난다. 그러면 좀 진지하게 대답해주는 편이다. 물론, 두 번째 질문조차 그저 형식적인 질문인 경우가 많기에, 그냥 대충 얼버무리는 경향이 없지는 않지만, 대부분은 최선을 다해서 '나만의 다독 비결'을 자세히 말해주는 편이다.
첫 번째 비결은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다'이다. 길을 걸을 때도,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에도, 동영상 시청을 할 때에도 나는 늘 책을 손에 들고 있다. 걸으면서 책을 읽는 것은 '일상'이 되었다. 대중교통을 기다리거나 탈 때에도 손에 책을 펼쳐서 읽는다. 그리고 동영상을 시청하면서도 잠시 잠깐 한 눈을 팔 때에는 책을 펼쳐 단 몇 줄이라도 읽어재낀다. 이미 눈치 채셨겠지만, 난 '짬짬이 독서'라고 해서 틈 날 때마다 책을 읽는다. 이게 내 첫 번째 비결이다.
두 번째 비결은 '완독해야 한다는 강박을 내던진다'이다. 세상에는 재밌는 책이 차고 넘친다. 그러니 내가 읽는책이 마침맞게 재미가 없다면 과감히 던져버리고 재밌는 책으로 갈아타면 된다. 물론 '완독'은 참 멋진 습관이다. 하지만 재미도 하나 없고, 너무 난해하고, 읽기만 해도 졸음이 쏟아지는 책을 만났을 때 '완독'해야 한다는 강박에 매몰되어버리면 책읽기는 '진도'를 나아갈 수 없게 된다. 어쩌면 '그 책'이 여러분이 읽는 마지막 책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 읽다가 재미없으면 던져버려라. 팔아먹을 책이 아니라면 힘껏 던져도 상관 없다.
세 번째 비결은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분야의 책을 읽는다'다. 취향이 확고한 분들이라면 이 방법을 좀처럼 쓰기 힘들겠지만 다양하고 다채로운 독서취향을 가진 분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방법일 것이다. 인문학책 읽다가, 소설책 읽다가, 만화책으로 기분전환시키고, 다시 과학책 읽다가, 동화책 읽다가, 그림책 읽다가, 다시 만화책으로, 인문학책으로, 메뚜기마냥 이책 저책을 넘나들면서 읽으면 생각보다 많은 책을 짧은 기간안에 몽땅 읽을 수 있게 된다. 사람의 기억력은 '비슷한 내용'은 곧잘 헷갈리지만, 확연하게 '다른 내용'이라면 그닥 헷갈리지 않고 오래 기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꽂히는 책'을 만나게 되면 후루룩 읽어내려가며 독파할 수도 있고 말이다.
나는 이런 식으로 한 달에 2~30권의 책을 평균적으로 읽곤 한다. 물론 그 가운데 완독하는 책은 거의 대부분이다. 다 읽기까지 반 년이 넘게 걸리는 책도 있긴 하지만 '언젠간' 다 읽으니 말이다. 한 달이라는 '기간' 안에 다 읽는 책은 고작해야 십여 권에 불과할 뿐이다. 그렇지만 '꾸준한 독서'를 하기에 다달이 많은 책을 읽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그렇기에 나의 독서기록은 언제나 '완성된 리뷰'로만 작성되는 것이다. 읽은 책 기준으로 했더니 헤아리기가 너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