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해서 '다독'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독서논술지도 20년 경력이라면 믿어주실만도 하리라 믿고 말씀드리는 거다. 그럼에도 대다수의 학부모와 학생 들은 '숫자'에 민감한 편이다. 그리고 끊임없이 되묻는다. 초등학생은 몇 권 정도 책을 읽으면 좋겠느냐고 말이다. 그래서 난 자신있게 대답해준다. [초등 1000권 / 중등 500권 / 고등 500권]해서 모두 2000권의 책을 독파하면 서울대 갑니다요~ 라고 말이다. 이렇게 자신있게 말하는 근거는 다름 아니라 '배경지식'이 풍부해지기 때문이다. 탁 까놓고 말해서 '요리사'가 꿈인 학생이 <요리책> 2000권을 읽었다면, 요리박사가 되고도 남을 것이다. 그렇게 '배경지식'을 빵빵하게 탑재하고서 본격적으로 '요리공부'를 시작하면, 세계적인 요리사는 못 되더라도 박학다식한 '요리' 컬럼리스트가 되어 전세계 맛집투어를 다니며 <요리책>을 직접 저술하며 먹고 사는 걱정없이 살 수 있을 것이다. 안 그런가?

 

  단순 계산을 해서, 초등6년, 중고등 6년, 12년 동안 2000권의 책을 읽는다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 절대 아니다. 1년은 12달이니까 12 X 12=144달이다. 2000권을 144로 나누면 약 14권(13.88)이 나온다. 한 달에 14권 정도 읽으면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를 다시 4주로 나누면 14 ÷ 4=3.5권으로 일주일에 3~4권 정도를 독파하는 독서습관을 기르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물론 초등시절에는 '그림책(약 32~36쪽 분량)'과 '동화책(약 150~200쪽 분량)'이니 일주일에 5권 이상 읽는 습관 들이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문제는 중고등시절이다. 워낙 학습분량이 넘쳐나는 시절이다보니 책읽는 시간이 절대 부족한 탓이다. 그럼에도 초등시절부터 꾸준히 독서를 해온 학생이라면 중고등시절에도 시험공부, 수행평가 하는 와중에도 틈틈이 독서를 해나갈 수 있다. 중고등학생이 읽어야 할 청소년책들이 대략 250~300쪽에 육박하고, 그 분량을 훌쩍 넘는 일명 '벽돌책'도 있긴 하지만, 역시나 '독서습관'이 충족된 학생들이라면 어렵지 않게 읽어나갈 수 있다.

 

  그런데 정작 이런 질문을 던지는 학부모나 학생 들이 대부분 초등 고학년(5~6학년)이거나 중학생이라서 '학창시절의 절반'을 넘겨버린 경우가 대부분이란 점이 문제다. 그럴 때도 나는 어김없이 '2000권의 분량'을 제시한다. 아직 절반의 시기가 남았으니 '주당 7권'의 독서습관을 기르라고 말이다. 그렇게 1년의 시절을 넘기면 그 뒤부턴 순풍에 돛단듯이 술술 읽어나갈 수 있을 것이고, 그만큼 배경지식도 풍부해져서 '모르는 지식'이 없게 될 것이라고 덧붙이곤 한다. 1년은 52주이니 일주일에 7권씩 1년을 꾸준히 읽으면 364권을 읽게 되고, 그렇게 5년만 더 읽으면 1820권을 읽으니 얼추 2000권이 되는 숫자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다독'은 수많은 독서습관 가운데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럼에도 '숫자'에 민감하고, '숫자'로 각인해야 이해가 빠른 분들에게 살짝 귀띔해주는 바다. 12년 동안 2000권의 책을 읽게 하라고 말이다. 그럼 서울대 정도는 가뿐하게 들어갈 것이다. 그렇게나 많은 '배경지식'을 쌓았는데도 서울대 정도도 못 들어간다면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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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많은 사람들이 묻는다. 그렇게 많은 책을 읽는 비결이 뭐냐고 말이다. 물론 그 질문에 앞서 "왜 그렇게 책을 많이 읽느냐?"고 먼저 묻곤 하지만, 별로 대답하고 싶지는 않다. 왜냐면 진지하게 묻는 질문이 아니라 "넌, 좀 이상한 사람 같아"라는 뉘앙스를 풀풀 풍기기 때문이다. 요즘 같은 세상에 '볼것'이 얼마나 많고, 재밌는게 얼마나 많은데 책따위나 읽고 있는게 그냥 신기해서 묻는 질문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러다 종종 진짜 책 좀 읽어보고 싶은데, 그게 잘 안 되서 '독서비결'을 묻는 사람들을 만난다. 그러면 좀 진지하게 대답해주는 편이다. 물론, 두 번째 질문조차 그저 형식적인 질문인 경우가 많기에, 그냥 대충 얼버무리는 경향이 없지는 않지만, 대부분은 최선을 다해서 '나만의 다독 비결'을 자세히 말해주는 편이다.

 

  첫 번째 비결은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다'이다. 길을 걸을 때도,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에도, 동영상 시청을 할 때에도 나는 늘 책을 손에 들고 있다. 걸으면서 책을 읽는 것은 '일상'이 되었다. 대중교통을 기다리거나 탈 때에도 손에 책을 펼쳐서 읽는다. 그리고 동영상을 시청하면서도 잠시 잠깐 한 눈을 팔 때에는 책을 펼쳐 단 몇 줄이라도 읽어재낀다. 이미 눈치 채셨겠지만, 난 '짬짬이 독서'라고 해서 틈 날 때마다 책을 읽는다. 이게 내 첫 번째 비결이다.

 

  두 번째 비결은 '완독해야 한다는 강박을 내던진다'이다. 세상에는 재밌는 책이 차고 넘친다. 그러니 내가 읽는책이 마침맞게 재미가 없다면 과감히 던져버리고 재밌는 책으로 갈아타면 된다. 물론 '완독'은 참 멋진 습관이다. 하지만 재미도 하나 없고, 너무 난해하고, 읽기만 해도 졸음이 쏟아지는 책을 만났을 때 '완독'해야 한다는 강박에 매몰되어버리면 책읽기는 '진도'를 나아갈 수 없게 된다. 어쩌면 '그 책'이 여러분이 읽는 마지막 책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 읽다가 재미없으면 던져버려라. 팔아먹을 책이 아니라면 힘껏 던져도 상관 없다.

 

  세 번째 비결은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분야의 책을 읽는다'다. 취향이 확고한 분들이라면 이 방법을 좀처럼 쓰기 힘들겠지만 다양하고 다채로운 독서취향을 가진 분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방법일 것이다. 인문학책 읽다가, 소설책 읽다가, 만화책으로 기분전환시키고, 다시 과학책 읽다가, 동화책 읽다가, 그림책 읽다가, 다시 만화책으로, 인문학책으로, 메뚜기마냥 이책 저책을 넘나들면서 읽으면 생각보다 많은 책을 짧은 기간안에 몽땅 읽을 수 있게 된다. 사람의 기억력은 '비슷한 내용'은 곧잘 헷갈리지만, 확연하게 '다른 내용'이라면 그닥 헷갈리지 않고 오래 기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꽂히는 책'을 만나게 되면 후루룩 읽어내려가며 독파할 수도 있고 말이다.

 

  나는 이런 식으로 한 달에 2~30권의 책을 평균적으로 읽곤 한다. 물론 그 가운데 완독하는 책은 거의 대부분이다. 다 읽기까지 반 년이 넘게 걸리는 책도 있긴 하지만 '언젠간' 다 읽으니 말이다. 한 달이라는 '기간' 안에 다 읽는 책은 고작해야 십여 권에 불과할 뿐이다. 그렇지만 '꾸준한 독서'를 하기에 다달이 많은 책을 읽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그렇기에 나의 독서기록은 언제나 '완성된 리뷰'로만 작성되는 것이다. 읽은 책 기준으로 했더니 헤아리기가 너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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