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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일로 : 선제공격 작전 ㅣ 헤일로
에릭 나이런드 지음, 정호운 옮김 / 제우미디어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헤일로 : 선제공격 작전> 에릭 나일런드 / 정호운 / 제우미디어 (2015) [원제 : Halo : first strike]
[My Review MML / 제우미디어 3번째 리뷰] 이 책의 출판연도는 2015년이지만 '원작소설'은 2003년에 나온 듯 싶다. 더구나 엑스박스 게임을 원작으로 삼았으니 아마도 시나리오는 90년대 작일 것으로 짐작한다. 뭐, <스타크래프트>를 비롯해서 <디아블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등은 모두 '원작게임'이 대히트를 치고 난 뒤에 '스토리작가'들이 창작의 살을 덧붙여서 만들어낸 이야기다. 그래서 게임과는 전혀 다른 결의 소설이 등장하기도 하는데, 이게 '개인적인 취향'에 맞으면 그야말로 감동인 것이고, 그 반대의 경우엔 그냥 망작으로 치부하기 일쑤다. 이와 정반대의 경우가 <듄>의 경우다. 프랭크 허버트의 원작소설이 대히트를 치고서 여러 편의 드라마, 영화, 심지어 게임까지 속속 나왔지만, 모두 '원작소설'만도 못하다는 평가를 받곤 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창작의 세계는 '개인의 취향'이 전적으로 반영된다는 이야기로 매듭 짓겠다.
<헤일로>의 경우엔 '드라마'가 압권이었다. 스토리는 전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방향으로 통통 튀었고, '한국 배우'가 출연해서 한국어를 쓰는 종족으로 열연했으며, 화려한 전투씬보다는 '우주대전쟁'을 벌일 수밖에 없는 미스터리가 가득했고, 감춰진 비밀을 파헤치고자 하는 등장인물들 간의 캐미가 정말 박진감이 넘쳤기 때문이다. 더구나 내 기준으로 봤을 때 '유명배우'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런데도 내 시선을 사로잡을 정도로 배우들의 연기는 '흡인력'이 강했고, 그렇기에 '스토리'에 푹 빠져들 수 있었다. 뭐, 밑도 끝도 없이 '지구인'과 '외계인(코버넌트)'이 사활을 건 전쟁을 벌이는 것에 대해서는 도통 이해할 수 없었지만, 화면 가득 내 '호기심'을 유발하고 '시선'을 사로 잡으니 푹 빠져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소설 <헤일로>는 그런 드라마의 감동과는 완전히 결이 달랐다. 일단 '드라마'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우주전쟁'이 벌어진 까닭을 찾아보려 했으나 실패했다. 현재까지 나온 시리즈의 순서는 1권 <리치 행성의 함락>, 2권 <플러드>, 3권 <선제공격 작전>, 4권 <오닉스의 유령>, 5권 <크립텀>, 6권 < 프라이모디움>, 그리고 마지막 7권 <사일렌티움>인 듯 싶다. 이 가운데 내가 읽은 책은 <사일렌티움>, <플러드>, 그리고 이 책 <선제공격 작전>이다. 그러니 7권, 2권, 3권 순으로 읽은 셈이다. 그리고 <사일렌티움>을 빼곤 2, 3권의 내용은 온통 싸움 뿐이다. 왜 싸우는 것인지 알려주면서 치열하게 싸운다면 '공감(?)'이라도 할텐데, 그저 무시무시하고 무지하게 쎈 강적하고 전투를 벌인다는 '어려움'만 늘어놓고 있으니, 그저 그런갑다 싶을 뿐, 다른 느낌을 느낄 수가 없었다. 그럼 1권 <리치 행성의 함락>을 읽으면 '우주 전쟁의 서막'을 읽을 수 있을 것 같긴 하지만, '드라마'에서도 왜 싸우는지 설명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마도 1권에서조차 그런 설명은 없을 것으로 보여진다. 그저 인류가 거주하고 있는 '리치 행성'에 무자비한 외계종족 코버넌트가 난데 없이 등장해서 인류는 최악의 위기, 절멸의 위기에 빠지게 되었다는 절박감만 내세웠을 것으로 짐작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우주 전쟁'인데 '함대함 전투'씬은 그저 싱겁게 끝나버리고 만다. 인류보다 앞선 기술력을 가진 코버넌트 함선들이 열악한 전력을 가진 지구 함대를 그야말로 손쉽게 궤멸 시켜버리고 '리치 행성'까지 처참하게 파괴 시켜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함선 '필라 오브 어텀'에 탑승한 전투원들이 '헤일로'에 불시착하고, 그곳까지 쫓아온 코버넌트와 그곳에서 마주한 '플러드'라는 괴물과 조우하면서 모든 생명체를 창조한 '선조'라는 존재를 알게 된다. 하지만 그 비밀을 파헤칠 여유도 없이 모든 생명체를 '감염'시켜 돌연변이화 시키는 플러드를 막기 위해서 선조들이 남긴 유물, 헤일로를 폭파시키고 마는데, 그로 인해 조난 아닌 조난을 당한 리치 행성의 생존자(스파르탄 117, 마스터 치프를 포함)들이 속속 모이면서 <선제공격 작전>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하지만 이야기의 공간적 배경은 다시 '리치 행성'과 '지구'로 왔다갔다 한다. 알고보니 코버넌트의 공격으로 함락되기 직전의 리치 행성은 코버넌트 함대의 퇴각으로 인해 '파괴'되지 않았고, 이 사실을 모르는 주인공(마스터 치프)과 지구 함대는 리치 행성을 포기하지만, 우연찮게 마주한 '정체불명의 신호'를 접하고서 리치 행성에 생존자가 있음을 알게 된다. 그곳에서는 '헬시 박사(스파르탄 대원을 창조한 천재 박사)'가 남은 생존자들과 함께 코버넌트의 비밀을 탐색하고 있었고, 반격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마침맞게 마스터 치프가 합류해서 그 '선제공격 작전'을 성공한다는 이야기로 전개가 된다.
정말 뜬금없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엄청난 시나리오다. 더구나 광활한 우주를 배경으로 저리 '퀀텀 점프'를 하니 정신이 없을 지경이다. 그리고 매번 등장하는 전투씬은 전쟁을 방불케 할 정도로 자세한 묘사를 하는데, 의아한 것은 '우주 전쟁'인데 '지상전' 전투가 거의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그럴 거면 그냥 '행성' 하나를 골라잡아서 거기서만 싸워도 되련만...하필 '우주선 내부'에서 싸우는 장면이 참으로 많다. 뭐, <스타워즈>에서도 '광선총'이 난무하는 시대에 굳이 '광선검'으로 대결하는 제다이들이 다 해먹...쿨럭쿨럭
게임에 흠뻑 빠진 유저들은 엄청 좋아할 테지만, 정작 '게임'을 접해보지 못한 일반독자로서 <헤일로>는 살짝 난감한 소설이었다. '드라마'는 엄청 재밌게 봤는데, 그 재미와는 다분히 결이 다르고 '스토리'도 사뭇 다르게 진행되어서 그냥 '다른 작품'이라고 해도 괜찮을 정도였다. 뭐, 20여 년 전에 출시되자마자 읽었다면 재미나게 즐겼을지도 모르겠지만, 이젠 '전쟁'을 소재로 한 작품에는 재미를 느끼기에 불편한 감이 없지 않다. 더구나 실제로 전쟁을 겪는 듯한 생생하고 자세한 서사도 흥미를 느끼기에 죄송할 따름이다. '전쟁영웅'이 그리 위대해 보이지도 않게 되었고 말이다. 그나마 '코버넌트'라는 외계종족이 왜 지구인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 난 것인지 이유라도 알면 '그 전쟁'에서 꼭 승리해야만 하는 명분이 밝혀져서 속이라도 시원하겠는데, 그마저 밝혀주지 않으니 코버넌트가 나쁜 짓을 했는지, 지구인이 나쁜 짓을 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저 서로 죽고 죽일 뿐이다. 도대체 뭣땜에??
다수의 과학자들은 '지적 외계생명체'가 존재하고, 그 존재가 지구를 방문할 정도의 첨단과학기술을 가지고 있다면, 절대로 '지구정복' 같은 목적을 드러내고 접근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곤 한다. 우주여행이 얼마나 힘든데 그걸 엄청난 비용을 들여서 겨우 '행성정복' 같은 것을 목적으로 군대를 보낸다는 것이 굉장히 수지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이란다. 지구에서도 고작 나로호 우주선 하나 쏘아올리는데 10조가 드는데, 엄청난 화력의 무기와 군대를 태우고서 은하계를 넘으려면 어마어마한 자금이 들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고작해야 '탐사 목적'으로 우주선을 쏘았을 것이고, 그 우주선의 목적은 '평화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고로 '우주전쟁' 같은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이 나오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우주전쟁'은 그야말로 상상속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버라이어티다.
한편, 이 소설에 주목할만한 점은 '코타나'라는 AI(인공지능)가 등장한다는 점이다. 거의 완벽하게 '인간처럼 생각하는 AI'로 등장해서 주인공인 마스터 치프와 '교감'하는 대목이 나오는데, 멀지 않은 미래에는 '코타나'와 같은 인공지능을 누구나 이용하며 '교감'을 나누고 '업무'도 같이 하고 '꿈(희망)'도 같이 꿔보는 색다른 세상이 펼쳐질 것 같았다. 코버넌트 종족들도 '인공지능'을 개발했기에 코타나와 대결하는 장면도 등장하는데, 거의 '해커와 크래커' 간의 대결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신선하긴 했다. 그런데 외계종족은 어떤 OS를 기반으로 삼기에 인류가 쓰는 '코딩'과 서로 호환이 되는 걸까? 그러고 보면 외계인들도 USB 잭을 꽂아서 사용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면 참 궁금하다. 외계인들도 MS윈도우를 쓰는 것인지 말이다. 뭐, 원자 단위의 '양자컴퓨터(?)'를 사용할 26세기쯤 되면 당연히 서로 호환에 무리가 없는 정보기술의 첨단을 똑같이 걷게 되는 걸까? 신기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