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한 수학의 땅, 툴리아 : 지하실의 미스터리 - 중학교 수학 1-1 개념이 담긴 흥미진진한 이야기 신비한 수학의 땅 툴리아 1
권혁진 지음, 차에 그림, 김애희 감수 / 유아이북스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신비한 수학의 땅, 툴리아 1 : 지하실의 미스터리> 권혁진 / 김애희 / 유아이북스 (2020)

[My Review MMCLXXXV / 유아이북스 1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전문리뷰지 <책이 있는 구석방> 열네 번째 리뷰는 '중등 수학의 개념'을 다잡을 수 있는 수학 소설책이다. 흔히 '수학 동화'로 불리고 있지만, '예비 중등을 위한 개념서'를 표방하고 있으니 '청소년 배려 차원'에서 동화보다는 조금 더 수준 높은 '소설'이라 부르는 게 나을 듯 싶다. 물론 소설 속 주인공도 '예비 중등'이고 말이다. 사실 '수학 소설책'은 이미 하나의 장르화가 되었다. 해마다 수학 개념이나 수학 기초를 잡아줄 소설책이 즐비하게 나오고 있지만, 솔직히 '재미'가 없는 경향을 띠는 편이다. 아무래도 '수학교과서'의 내용을 답습할 수밖에 없고, 그러다보면 아무리 재미난 이야기로 꾸며졌다고 하더라도 본질은 '교과서'인 것이 금방 탄로가 나고, 이야기는 점점 '참고서'처럼 바뀌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재미를 추구하다보면 소설이 아닌 '동화책'마냥 이야기의 전개과정이 너무 심플해지는 모양새가 되어 재미 없는 딱딱한 책이 되곤 했다. 그런데 이 책은 달랐다. 책을 잡자마자 끝이 날 때까지 단숨에 읽게 하는 마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과연 무엇이 달랐던 것일까?

<신비한 수학의 땅 툴리아 1> 관점 포인트 :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한 편의 '추리소설'을 읽는 느낌이 강했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탐정이나 괴도가 등장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범죄수사물'을 읽는 듯한 느낌에 빠져들면서 자연스레 중등 수학의 기초와 개념이 탄탄해지는 경험을 독자들에게 선사하기 때문에 '추리소설'도 읽고 '수학 개념'도 잡는 마당 쓸고 돈 줍는 기쁨을 만끽할 수 있었다. 그런 덕분에 '수학 동화책'도 얼마든지 재밌게 만들려면 만들 수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사실 '중등 수학'을 처음 접하는 예비 중등생들에게 기본 개념을 잡기 위한 첫걸음이 대단히 중요하다. 왜냐면 '초등수학'과 '중등수학'이 개념부터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미지수'에 관한 식도 'ㅁ'나 'ㅇ'와 같은 도형으로 수식을 만들던 초등수학이 중등수학부터는 'x'나 'y' 같은 '문자'로 수식을 만들기 때문에 처음엔 황당하고 당황스러울 수 있다. 또한, 초등수학은 '자연수의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중등수학에서는 자연수를 포함한 '정수'를 넘어 '유리수''유리수가 아닌 수(일명 '무리수')'까지 범위를 넓혀서 거의 '실수 범위'까지 확장시키기 때문에 좀 더 넓은 사고력을 확장시키지 않으면 수학문제 풀이에 접근조차 하지 못하고 '수학을 포기하는 대열'에 낑기게 되는 불운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 안타까운 것은 이런 수학의 기초 개념을 '공교육'에서는 더는 가르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젠 '사교육'에서 기초와 개념을 다잡은 뒤에 '공교육'에서는 공부 실력을 뽐내는 기회만 제공해준다는 것으로 바뀌어 버렸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요즘 학생들은 '사교육'이 필수가 되었다. 그런데 사교육은 기본적으로 '문제풀이'와 '공식암기'만 열을 올릴 뿐, 학생들마다 다른 학습 수준과 단계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막무가내식으로 '공식'과 '풀이방식'만을 무차별적으로 강요할 뿐이라는 것이다. 이런 방식의 사교육은 학생을 '절벽'에서 밀어버리고 살아 올라오는 우등생(?)만 확실히 키워주겠다는 방식이기 때문에 '내신관리'나 '대입수능'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만을 위한 수업을 빠르게 진행한다는 점에서 엄청 불친절하다. 이런 불공평한 사교육이나마 잘 적응하고 알아서 공부해준다면 정말 훌륭하고 고마운 학생인 셈이다.

그렇다면 뒤쳐진 학생들의 처지는 어떨까? 안타깝지만 결국 버림받고 홀로 극복해야 하는 처지로 전락한다. 이 때문에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학생)'에 대한 관리와 대처는 거의 없다시피 하다. 그럼 이대로 수포자가 되어야만 하는 걸까? 다행히 공부를 하겠다는 의지가 굳은 학생이라면 얼마든지 방법은 있다. 공교육과 사교육에서 종사하는 선생님들 가운데 이렇게 절실히 도움을 바라는 학생이 있다면 '기초부터 차근차근' 가르칠 용의가 있는 훌륭한 선생님이 얼마든지 계시기 때문이다. 멀리서 찾지 않아도 된다. 바로 내가...쿨럭쿨럭..비록 '논술쌤'이긴 하지만 어떤 과목이라도 기초가 부족한 학생들이라면 기꺼이 학생의 눈높이에 맞춰서 도와줄 테니 말이다.

나가는 글 : 이 책은 1권과 2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1권은 중등 수학 1학년 1학기의 교과 내용을 친절하게 담고 있어서 '스토리텔링 학습'을 하듯 차례대로 읽기만 하면 저절로 중등수학의 기초와 개념을 다잡을 수 있게 꾸며져 있다. 앞서 언급한대로 '추리소설'을 읽는 느낌이기 때문에 재미는 이미 보장되어 있다. 이야기의 시작은 어느날 갑자기 엄마가 사라진 사건에서 출발한다. 단서는 오랜만에 만들어 놓은 '오믈렛'과 컴퓨터로 프린팅이 된 '편지 한 장'이 전부다. 따라서 엄마가 직접 만든 오믈렛도, 직접 쓴 편지도 아닐 수 있으며, 곧 돌아온다는 내용도 믿을 수 없다. 오히려 엄마가 납치될 가능성만 높을 뿐이다. 그런데 편지의 내용은 엄마가 사라진 의문과 함께 '할머니 집으로 가라'는 내용이 담겨 있어서 의문투성이다. 왜 하필 할머니 집에서 '겨울 방학'을 보내라는 것일까? 그런데 할머니 집에 도착하자 사건은 더욱 깊어지기만 한다. 왜냐면 할머니도 집에 계시지 않고, 심지어 오랫동안 집을 비워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때 마침 창밖에서 집안을 기웃거리는 수상한 그림자를 목격하게 되는데, 과연 그 수상한 그림자의 정체는 누구이고, '수학'은 언제부터 배울 수 있는 거냐는 생뚱맞은 의문이 들 때부터 책속의 이야기에 흠뻑 빠지게 된다. 그렇다고 너무 의심하지는 마라. 당신이 이 책을 다 읽을 때즈음이면 이미 '수학의 천재'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중등 수학에 마스터했음을 온몸으로 느끼게 될테니 말이다. 2권의 내용을 기대해주길 바란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호시우행 2026-01-17 20: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미 삼십대 성년이 된 두 딸을 통해 느낀 교훈은 수학은 가급적 어릴 적에 기초를 잡아야 한다는 사실이었어요.

異之我_또다른나 2026-01-17 21:49   좋아요 1 | URL
정말 좋은 지적이시네요. 언어영역과 마찬가지로 수리영역도 ‘조기교육‘은 필요합니다.

물론 선행학습이 아닌 ‘기초 개념 확립‘ 차원에 한정해서 말이죠. 너무 앞서서 배울 필요는 없지만 기초는 탄탄하게 말입니다. 그래야 언제든 필요할 때 ‘심화학습‘이 가능하거든요. 사실상 가장 중요한 것은 ‘기초‘에서 ‘심화‘로 넘어갈 수 있는 능력 함양이거든요. 이때 학생들은 훌륭한 선생님들의 도움이 절실한데 공교육에선 찾기 힘들고 사교육에서는 엄청난 비용을 요구하고 있어서 학생들의 실력차가 ‘부모님의 경제력‘으로 판가름이 나고 있는 현실이 참 안타깝죠.
 
주토피아 2 : 디즈니 애니메이션 그림책 더모던 디즈니 애니메이션 그림책
신시아 리우 지음, 핀바 코일.올가 T. 모스케다 그림, 박혜원 옮김 / 더모던 / 202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주토피아 2 : 디즈니 애니메이션 그림책> 신시아 리우 / 박혜원 / 더모던 (2025)

[My Review MMCLXXXIV / 더모던 1번째 리뷰] 며칠 아팠다. 급체로 인한 컨디션 저하에 매서운 추위까지 겹쳐서 몸살까지 단단히 걸리고 말았다. 그 덕분에 줄줄이 일상이 무너지고...암튼, 오랜만에 고품격 월간 리뷰전문지 <책이 있는 구석방>을 다시 오픈한다. 열세 번째 책은 지난 연말에 화려하게 개봉했던 디즈니 애니메이션 <주토피아 2>의 줄거리를 담은 '애니메이션 그림책'이다. 사실 어릴 적부터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꿈과 환상을 키워주던 소중한 추억이었기 때문에 지금도 사랑과 애정으로 즐겨보는 만화영화임에는 틀림 없다. 내 또래 분들 뿐만 아니라 지금의 MZ세대들 또한 그럴 것이다. 그런데 그런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요즘에는 좀..그렇다. 그런 여러 이야기를 담아보려 한다.

<주토피아 2 : 디즈니 애니메이션 그림책> 관점 포인트 : 벌써 많은 분들이 <주토피아>를 관람 하셨을 테고, <주토피아 2>도 그런 인기에 입어서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은 애니메이션임에는 틀림 없다. 그래서 <주토피아 2>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호평인 편이다. 한때는 '본편보다 좋은 속편은 없다'는 공식이 판을 칠 정도로 '후속작=망작'이라는 소문이 무성했던 시절도 있었지만, <터미네이터 2>의 대흥행 이후로 이런 공식을 더는 내세우지 않고 있다. 물론 가끔은 그런 경우도 없지 않지만, 최근의 작품들은 대부분 '좋은 작품'으로 팬들에게 보답하는 편이다. <주토피아 2>도 그랬다. 그런데 이런 '명작 애니메이션'을 '그림책'으로 옮겨 놓았을 경우에는 어떨까?

솔직히 '기대 이하'였다. 너무 큰 기대를 했다기보다는 '좋은 그림책'이란 기준에서 많이 벗어난 그림책이라서 그렇다. 상영시간이 100분이 훌쩍 넘는 분량을 꼴랑 28쪽 분량에 다 담으려면 어떤 각색..아니, 어떤 '짜깁기'가 필요한 걸까? 이런 점에서는 차라리 동화책 분량에 해당하는 <주토피아 2 무비동화>를 권하는 바다.

그럼 '좋은 그림책'이란 어떤 책일까? 그림책은 우선 '글'보다 '그림'이 주인공이 되는 책이다. 그런 의미에서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고스란히 '그림책'에 담는다는 것은 어쩌면 굉장히 유리하게 작용할 것만 같다. 사실이 그렇다. 애니메이션에서 '명장면'만 따와서 그림책에 담아 놓는 것만으로도 훌륭할테니 말이다. 이럴 경우 '애니메이션'을 먼저 감상한 독자라면 '그림책'에 멈춰져 있는 장면을 보더라도 '살아서 움직이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테니 얼마나 장점이겠느냔 말이다. 하지만 여기엔 엄청난 단점이 숨겨져 있다. 다른 <그림책>에서 느낄 수 있는 엄청난 강점이 '디즈니 애니메이션 그림책'에서는 절대로 찾을 수 없는 치명적 단점이 되고 만 것이다. 다름 아닌 '상상력' 말이다.

어린이 독자들이 30쪽 안팎의 그림책을 보면서 30분이 넘도록 그림책에 푹 빠져 있는 경우를 보았는가? 아이들은 왜 펼쳐진 그림책에서 '다음 장'으로 넘기지 않고 하염없이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어떤 어린이 독자들은 그림책을 보면서 혼자서 웃고 떠들고 흥얼거리며 '자기만의 세상'에 푹 빠져 몰입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어른 독자들은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이런 장면을 볼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좋은 그림책'이 갖고 있는 무한한 장점이다. 이 어린이는 지금 '상상력'이란 날개를 활짝 펴고 훨훨 날고 있는 것이다. 그럼 말이다. 꿈과 환상의 나라 '디즈니 애니메이션 그림책'도 아이들이 그렇게 넋을 놓고 몰입해서 읽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느냐는 계산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좀처럼 그럴 수 없을 것이다. 이 그림책으로는 '상상력'이 아닌 '회상'만 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분명 '애니메이션 속 명장면'이 분명한데, 그 명장면이 '무한한 상상력'을 불러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저 '다음 장면은 어떻게 이어졌더라?'라는 기억 속 회상만 가득하다는 것이다. 이런 그림책으론 '상상력'을 무한히 발휘하기 솔직히 힘들다.

더구나 <주토피아 2>의 줄거리는 대단히 심오한(?) 편이다. 1편도 그랬지만 '토끼 경찰'이 도시에서 발생하는 미스테리한 사건을 해결한다는 '기본 얼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고, 그런 사건 추리과정을 통해서 비리를 타파하고 정의를 되살리는 영웅담이 멋지게 펼쳐지기 때문에 엄청 감동적인 내용을 엄청난 스케일에 담아 펼쳐 보인 명작이다. 이런 명작은 '어린 관객'과 '어린 독자'들에게 어떻게 보일까?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정의구현' 같은 내용은 너무 어렵기만 하다. 대신에 예쁘고 귀여운 동물들이 춤과 노래를 하는 것은 엄청 기억에 남을 것이다. 그런데 춤과 노래가 기억나는 '애니메이션'을 '그림책'에 고스란히 담을 수 있을까? 이런 점에선 사실상 '꽝'에 가깝다.

나가는 글 : 그럼 이 책 <주토피아 2 : 디즈니 애니메이션 그림책>은 엉터리로 아무런 가치가 없을까?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이 책은 어린이 독자가 아닌 '어른 독자를 위한 그림책'이기 때문에 나름의 가치에 손색은 전혀 없다. 더 정확히 말하면, 디즈니 애니메이션 <주토피아 2>의 열렬한 광팬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선물을 제공한 셈일 것이다. 비록 몇 장 되지 않은 그림책에 불과할테지만, 바쁜 현대인에게는 '숏츠'를 대신할 수 있는 아날로그 감성 물씬 담긴 그림책으로 보는 것이 더 낫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어린이 독자'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어른 독자'를 겨냥했으며, 엄마가 이 그림책을 보며 감동의 추억에 흠뻑 빠져 있는 장면을 보고, 자녀가 '감동하는 엄마의 표정'을 보며 함께 기뻐하게 되는 행복 전염력을 여실히 보여주는 그림책일 것이다. 그런 까닭에 이 책을 <주토피아> 광팬들에게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린세스 에메랄드 2 - 바다 요정을 만나다 이사도라 문 시리즈
해리엇 먼캐스터 지음, 심연희 옮김 / 을파소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프린세스 에메랄드 2 : 바다 요정을 만나다>  해리엇 먼캐스터 / 심연희 / 을파소 (2024) [원제 : Emerald and The Sea Sprites (2023)]

[My Review MMCLXIV / 을파소 22번째 리뷰] 아무리 내가 실력 좋은 독서논술쌤이라고는 하지만 제대로 갈피를 잡지 못하는 책이 하나 있다. 바로 '소녀 감성'이 물씬 나는 그런 어린이 동화책이다. 물론 나도 어릴 적에 '문학의 밤'에 흠뻑 취하기도 하고, '순정소설' 좀 섭렵하던 '문학소년'이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남자는 남자다. 이런 나를 당혹스럽게 한 어린이책이 바로 <이사도라 문>이었다. 도무지 '갈등'이라고는 없고, 매번 사건을 일으키는 주인공이 등장하긴 했지만, 어린 소녀가 겪는 갈등이라고는 친한 친구하고 '사소한 말다툼'을 한 것이 전부이고, 어린 소녀가 저지른 말썽이라고는 '예쁜 물건'을 다루다 실수로 망가뜨린 것이 고작이다. 시작부터 끝까지 이렇게 잔잔하게(!) 이야기가 흘러가고 있는 것을 보면 과연 이 책에서 무슨 '주제'를 고를 수 있고, 무엇으로 '비판적 사고력'을 기를 수 있을지 전혀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그렇게 아무런 소득도 없이 '또 한 권의 책'을 읽었구나 싶을 때, 이 책을 읽고 있는 어린 소녀 독자들의 표정을 보고서야 무릎을 탁 치게 된다. 얼굴에 행복한 표정으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아무런 갈등도 없고, 사건사고도 없고, 그저 하염없이 사랑스럽기만 한 주인공과 등장인물들 간에 펼쳐지는 꽁냥꽁냥한 이야기가 소녀들의 감성을 활활 불태우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남자인 내 가슴에는 그런 '불꽃 감성'이 타오르지 않는다. 그저 밋밋한 이야기일 뿐이다. 하지만 소녀 독자들에겐 '아름다운 감성' 한 스푼이 보충된 듯 흐믓한 미소를 지으며 연신 재밌다고 재잘거린다. 그래서 문득 '그래, 그거면 충분하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 권의 책을 읽으면서 무슨 큰 영광을 누리겠다고 '보물찾기'하듯 주제를 찾아 눈을 부라릴 것이냔 말이다. 하릴없는 일이다.

이 책 <프린세스 에메랄드 2>에는 에메랄드와 델피나 공주가 '가리비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산호초 숲'으로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 산호초에 '신비롭고 귀여운 바다 요정이 살고 있다'는 이야기가 책에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 명의 공주들은 '바다 요정'을 찾아 저멀리 모험을 결심한 것이다. 아빠와 엄마도 모르게 말이다.

여기까지 읽으면 아름답고 신비한 모험이야기가 펼쳐질 것만 같지만, 사실 '두 페이지' 분량이 지나기도 전에 모험은 끝나고 '바다 요정'이 실제로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모험은 끝이 난다. 아까부터 밋밋하다고 말씀드리지 않았던가. 모험을 떠나는 도중에 '깊은 바다'를 지나야 했기 때문에 햇빛이 잘 들어서 늘 환한 '가리비 도시'와는 달리 햇빛 한 줌 들어오지 않는 깜깜한 바다를 지나야 한다는 이야기 한 줄로 모험이 끝나버린 것이다. 그리고 '산호초 숲'에서 발견한 바다 요정과 만나서 재미나고 신 나게 놀다가 시간이 너무 늦어서 서둘러 귀가를 하려 한다. 이때 '뜻밖의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에메랄드와 델피나와 어울려 놀던 바다 요정 세 마리가 졸졸 뒤따라왔던 것이다. 깊은 바다를 지날 때에는 너무 어두웠기 때문에 아무 것도 볼 수가 없었고, 그래서 바다 요정이 쫄쫄쫄 따라오는 것도 몰랐다가 환한 바다에 도착했을 때 그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소녀 독자들의 머릿속에는 동네 약수터에 올라갔다가 우연히 만난 '야생 동물'이 너무 귀여워서 신 나게 놀다가 그 야생 동물이 소녀들을 쫄래쫄래 뒤따라 온 것을 상상하고 있었을 테다. 그런데 델피나는 '바다 요정'을 자신들의 왕국에 초대하자고 말한다. 얼마나 소녀 독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을까? 귀여운 '야생 동물'을 만난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신 났었는데, '바다 요정'을 자신이 살고 있는 집으로 초대하는 상상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마침맞게 에메랄드는 아주 커다랗고 아름다운 '인형의 집'을 갖고 있었다. 그곳을 '바다 요정'이 머물 곳으로 정하고, 두 공주님은 '바다 요정'을 정성껏 손님 대접을 해주겠다고 다짐했다. 소녀 독자들은 '길고양이'를 우연히 만났는데, 자꾸 뒤를 쫓아오길래 아예 지신의 방으로 초대를 해서 재밌고 낭만적으로 놀이를 하는 상상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처음엔 에메랄드의 '인형의 집'에서 재미나고 신 나게 놀던 '바다 요정'이 점점 생기를 잃어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다 요정은 아주 작은 생물이기 때문에 짧은 모험이었는데도 아주 '긴 여정'이었고, 그 덕분에 바다 요정은 기진맥진한 상태다. 그래서 조금 쉬면 괜찮아지겠거니 했지만, '바다 요정의 상태'는 점점 나빠지기만 했다. 하긴 '야생 동물'도 무리하게 집에서 길들이려 하다간 '소중한 생명' 하나를 무고하게 죽게 만드는 나쁜 일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야생 동물'이 우연히 집으로 들어와서 함께 살아가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고 한다. 하지만 곧바로 원래 살던 곳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만약 그 '야생 동물'이 알고 보니 '천연기념물'일 경우에는 고액의 벌금과 실형까지 살 수 있게 된다. 더구나 야생 동물은 사람이 쉽게 길들일 수 없다. 그리고 병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 접중'도 단기간에 여러 차례 맞춰야 하는데, 동물병원에서는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엄청난 비용이 들 수도 있다. 그러니 '길고양이'나 '야생 새' 등과 같은 동물이 살갑게 굴더라도 절대 집에서 기르겠다는 마음을 품어서는 안 된다. 야생의 꽃이 가장 아름다운 때는 '원래 있던 자리'에 살아 숨쉬며 향기를 뿜어내고 자태를 뽐낼 때 그렇다. 야생 동물도 그렇다. 암튼 생기를 잃어가는 '바다 요정'을 살리려면 서둘러서 바다 요정이 원래 살던 '산호초 숲'으로 되돌려 보내는 수밖에 없다. 에메랄드와 델피나 공주가 바다 요정을 살릴 수 있게 될까?

여기까지만 보면 '야생 동물'을 함부로 다루면 안 된다는 것이 이번 책의 주제인 듯 싶다. 하지만 <이사도라 문>도 그렇고, <프린세스 에메랄드>에서도 온 가족이 화목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엔딩'을 마무리하고 있다. 솔직히 이 부분은 나조차 '감동스럽긴' 마찬가지다. 나 어릴 적 부모님은 하루가 멀다하고 '부부싸움'을 하셨기 때문에 온 가족이 다 함께 모여서 '화목하고 다정하게' 저녁 식사를 해본 적이 없다. 살림이 넉넉치 못해서 '맞벌이'를 하셨는데, 어렵사리 시간을 내서 다 같이 모인 식사시간에도 '부부싸움'을 하지 않으면 다행일 정도였다. 그래서 동화책 속에서나마 이런 '화목한 장면'이 연출되면 몹시 부러워했었다. 그래서 이 대목을 읽을 때는 나도 살짝 '감동'을 느끼곤 했다.

그러다 문득 '재혼가정'도 이렇게 아름답고 화목하게 살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떠올리자 생각이 많아졌다. 기존의 '서양 동화책'에서는 재혼을 한 엄마 아빠 때문에 남겨진 자녀가 모진 고생을 하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는데, 이 책은 완전 달라서 온통 '긍정적 이야기'만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아주 큰 차이점을 엿볼 수 있었다. 그런데 또 '재혼가정'인데도 '긍정적인 이야기'만 늘어놓고 마냥 좋다고 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의심스럽기도 했다. 그런데 이 또한 이 책을 흐믓하게 읽고 있는 소녀 독자들의 미소를 보면서 의심을 지우게 되었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이 책의 장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린세스 에메랄드 1 - 어느 날 공주가 되다 이사도라 문 시리즈
해리엇 먼캐스터 지음, 심연희 옮김 / 을파소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프린세스 에메랄드 1 : 어느 날 공주가 되다>  해리엇 먼캐스터 / 심연희 / 을파소 (2024) [원제 : Emerald and The Ocean Parade (2023)]

[My Review MMCLXII / 을파소 21번째 리뷰] '뱀파이어요정 이사도라 문'에서 등장한 인물을 새로 주인공으로 내세운 '파생상품(?)'이 나왔다. 벌써 2명이나 배출했던 모양이다. 그 주인공은 바로 '마녀요정 미라벨'과 '프린세스 에메랄드'다. 일단 이 세 시리즈가 함께 '이사도라 문 시리즈'로 진행될 모양이다. 그럼 이것이 전부일까? 배경을 살짝 지구밖 '우주'로 넓혀본다면 이사도라 문이 '별똥별'로 착각했던 '빛의 요정 노바'가 있었다. 해리엇 작가라면 얼마든지 그러고도 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암튼 이제 읽기 시작한 <프린세스 에메랄드>에 대한 리뷰를 시작해본다.

에메랄드는 '인어'로 등장한다. 바닷속에 살고 있는 '반인반어'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인어가 부르는 노래에는 묘한 마력이 담겨 있어서 뱃사람들을 유혹해서 잡아먹는 괴물로도 옛이야기에서는 등장한다. 우리는 흔히 인어(Mermaid)이라 표현하지만 고대 그리스에서는 '세이렌(Siren)'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희곡 <오디세이아>에서 주인공 오디세우스가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을 방해하는 괴물로 등장해서 유명하다. 하지만 다른 원전에서는 '세이렌'의 모습이 인간의 모습에 새의 날개를 달고 있는 괴물로 묘사되기도 하며, 같은 모습을 가진 '하피(Harpie)'로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해리엇 먼캐스터가 그린 '인어의 세계'에서는 이런 설정이 모두 나타나지 않는다. 그저 그리 깊지 않아 햇살이 환하게 비치는 '가리비 왕국'이라 불리는 산호초 숲에 살고 있고, 유럽의 어느 작은 마을의 풍경과 정경이 펼쳐지는 다분히 '인간적인 모습'을 더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그러니 <프린세스 에메랄드>를 읽으면서 기존의 설정 같은 것을 전혀 참고할 필요는 없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한 <인어공주>와도 완전 다르다.

인간이 살고 있는 소도시..아니 '작은 왕국'을 너무도 빼닮은 가리비 왕국에 오스터 왕이 있다. 그런데 인어의 왕이 새로 결혼을 한 모양이다. 등장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짐작할 수 있는 '배경묘사'나 '등장인물 소개'가 전혀 없고, 그저 '새아빠', '친아빠' 등과 같은 이름만 나와 있기 때문에 전혀 알 수 없다. 그저 짐작할 뿐인데, 에피소드가 이어지면서 자연스레 소개하는 대목이 나올 것이라 확신(?)할 뿐이다. 암튼, 에메랄드는 새 아빠가 '인어 왕국을 다스리는 왕'이기 때문에 에메랄드의 친엄마 코랄은 자연스럽게 '왕비'가 되었으며, 코랄의 딸인 에메랄드는 당연하게도 '공주'가 되었다. 그럼 에메랄드는 공주가 되었으니 왕국에서만 살고 있는 걸까? 그건 아니란다. 일 년 중 절반에 해당하는 6달은 친아빠 데이스가 살고 있는 집에서 머문다고 한다. 이렇게 에메랄드는 새아빠와 친아빠로 '두 명의 아빠'가 있다.

한국에서는 이혼 가정의 아이들이 '아빠쪽'이나 '엄마쪽' 가운데 한 쪽의 집에서만 살게 되며, 대체로 다른 쪽의 집에는 '접근'하는 것을 차단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에 서양에서는 '양육권'을 소유한 쪽에서 자녀를 기르기는 하지만, '친권'을 가지고 있는 다른 쪽에서도 자녀를 만날 수 있는 권리를 폭넓게 인정해서 자녀가 양쪽의 집을 왔다갔다하는 일이 자유스러운 모양이다. 그래서 '두 명의 아빠'를 모두 사랑하는 에메랄드의 모습이 살짝 낯설게 느껴지는 것도 있다. 그래도 가장 이상적이고 바람직한 '가족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이혼사유'에는 다툼이 원인이 되기도 해서 이혼한 뒤에는 두 번 다시 볼 일이 없는 경우가 태반이라서 더욱 그렇다. 암튼 '이혼가정'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더 자세히 하도록 하고...

이 책 <프린세스 에메랄드 1>의 내용은 새로 공주로 등극한 '에메랄드'를 왕국의 시민들에게 소개하기 위한 '마차 퍼레이드'가 거행된다는 일정이 잡혔던 것이다. 물론 왕국의 '로열 패밀리'를 새로 소개하는 자리이기도 하기 때문에 왕실 가족이라면 누구라도 '불참'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에메랄드는 이 퍼레이드에 참석하고 싶지 않은 기분이다. 왜냐면 낯설고 쑥스럽기 때문이다. 더구나 자신은 '애초에 공주도 아님'이었기 때문에 자신이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주'로 인정받는 것, 인정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서 에메랄드는 퍼레이드에 빠지고 싶어한다.

하지만 오스터 왕에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왕족이면서 퍼레이드에 불참을 한다니 있을 수 없다고 '강한 어조'로 한마디 할 것으로 짐작할 것이다. 그런데 오스터 왕은 달랐다. "퍼레이드에 불참하겠다고, 잘 알았다. 하지만 퍼레이드 시작하기까지 시간이 남았으니 다시 한 번 잘 생각해보고 참석여부를 알려 주렴. 정말 가고 싶지 않다면 가지 않아도 좋으니까" 이렇게나 자상한 아빠라니, 더구나 새아빠인데 말이다. 너무 젠틀하다.

자, 여기서 이 책의 주제가 나왔다. 마음이 불편한 자리에 억지로 참석하지 않아도 좋다는 메시지 말이다. 우리 어린이들은 그런 경험이 정말 많다. 어른들의 경조사에 어린이들은 '억지로' 참석하여 하루 종일 기분이 좋지 않았던 경험을 정말 많았을 것이다. 나도 어릴 적에 그랬으니까 말이다. 더구나 결혼식에 참석하거나 장례식 등 '격식'이 필요한 장소에서 아이들은 정말 어색할 따름이다. 배려 많은 어른들이라면 그런 격식을 갖춘 행사에 '아이들의 몫'이라도 남겨두어서 '할 것'이라도 마련해주면 덜 심심하겠지만,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요구하는 것이라고는 '경건한 자리인 만큼' 얌전히 앉아만 있길 바랄뿐이다. 그런 불편한 자리에 불편한 마음으로 참석할 바에야 차라리 가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아이들도 꽤 많을 것이다. 여기 에메랄드 공주도 딱 그런 심정이다.

더구나 '평범한 소녀'였던 에메랄드가 느닷없이 '공주'라는 고귀한 신분이 되었다. 한창 친구들과 신 나게 놀 궁리만 할 법한 나이 어린 소녀인데, 이것저것 격식을 따지고 예절을 따지는 '왕국 생활'이 쉬울 까닭이 없다. 그래도 에메랄드는 '공주답게' 행동하려고 무척 애를 쓰고 있었다. 나에게 딱 맞는 옷을 입어야 '옷맵시'도 살아나고 '자신감'도 뿜뿜하는 법인데, 에메랄드는 공주에 딱 맞는 행동이나 말을 할 자신이 없어서 탈이다. 그저 털털하게 온 왕국 산호초를 천방지축으로 헤엄치며 뛰놀고 싶을 뿐이다. 그런데 이제는 '마차 퍼레이드'를 하며 온 왕국에 에메랄드 자신이 '공주'라는 사실을 알려야 할 판이다. 정말이지 너무 부담스런 자리가 아니겠는가.

그런데 하기 싫은 일을 억지스럽게 해서 잘 된 적이 많겠는가? 아님 그 반대로, 잘 못 된 수준을 넘어 폭망할 적이 더 많겠는가? 당연히 후자일 것이다. 그럼 억지스러운 일을 할 필요가 없어야 한다. 그런데 격식이니, 예절이니, 전통이니 떠들면서 완전히 강요를 하게 된다면...발버둥을 쳐서라도 '거부의사'를 확고히 표현하고 불참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그렇지만 그럴 경우에는 인어 왕국의 왕인 '새아빠'의 처지가 참 곤란해질 것이다. 분명 왕국의 시민들은 새로이 '공주'가 생겼다는 소식을 전해들었을텐데 얼굴조차 비추지 않는 일이 발생한 것이기 때문이다. 과연 에메랄드의 최종선택은 무엇일까? 새아빠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서 가장 아름다운 표정으로 차창밖을 향해 손을 흔들어줄 것인가? 아니면, 퍼레이드와 에메랄드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으니, 그럴 시간에 친구를 만나서 마음껏 뛰어노는 것이 훨씬 더 큰 이득이 된다고 생각하고 불참할 것인가? 자, 이제 최종결정을 내려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두구두구두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린세스 에메랄드 3 - 소중한 보물을 찾다 이사도라 문 시리즈
해리엇 먼캐스터 지음, 심연희 옮김 / 을파소 / 202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프린세스 에메랄드 3 : 소중한 보물을 찾다>  해리엇 먼캐스터 / 심연희 / 을파소 (2025) [원제 : Emerald and The Lost Treasure(2024)]

[My Review MMCLII / 을파소 20번째 리뷰] '이사도라 문' 시리즈에서 또 하나의 작품이 나왔다. <마녀 요정 미라벨>에 이어 <프린세스 에메랄드>로 이야기를 확장시킨 것이다. 왜 확장이란 표현을 썼냐면 '이사도라 문' 시리즈는 기본적으로 '요정에 관한 이야기'인 탓에 숲이 울창한 깊은 산속이거나 너른 들판을 배경으로 한 '육지'였지만, 이번 시리즈에서는 '인어'가 주인공인 덕분에 아주아주 깊고 넓은 바닷속을 배경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야기의 배경이 '바다'이기 때문에 확장이란 표현이 어울릴 것 같았다.

우리의 주인공은 '에메랄드 공주'다. 하지만 애초의 주인공이었던 '이사도라 문'과 친구였던 인어는 다름 아닌 '마리나'여서 직접적인 연결점이 없었다. 하지만 해리엇 먼캐스터 작가가 <프린세스 에메랄드>를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시점에 등장했던 <이사도라 문, 인어와 헤엄치다> 편에서 에메랄드가 등장하면서 이사도라 문 시리즈의 새로운 이야기 바통을 이어받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이사도라 문' 이야기가 종결된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공간적 배경이 되는 무대를 '바닷속'으로 확장시키기 위해서 새 캐릭터를 만든 것으로 짐작한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는 '바다'를 소재로 해서 이야기할 것이 정말 많기 때문이다. 앞선 이야기에서 언급했던 '해양 쓰레기'나 '미세 플라스틱' 문제는 점점 심해지고 있으며, 이런 속도로 바다환경을 오염시켜 버린다면 인간은 말할 것도 없고 모든 지구생명체들의 절멸을 불러올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지금 전세계 정치, 경제, 종교, 민족을 위시한 국제사회의 갈등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지금 당장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정도로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는 각계 각층의 전문가들이 한 목소리로 '위기 상황'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 그 증거이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심각한 것이 바로 '환경오염'으로 인한 지구생태계가 아주 빠르게 파괴되고 있다는 것이다. 해양쓰레기는 점점 늘어나고 있고, 일본 핵발전소 오염수는 지금도 멈추지 않고 '방류중'에 있다. 하나 뿐인 지구를 이렇게 오염시켜 나간다면 과연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체가 위협을 받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느냔 말이다.

그렇다면 이런 심각성을 매일 '경고'하고 기분 나쁘고 암울한 소식만을 계속 이야기하면 이런 문제가 진정 해결될 수 있을까? 물론, 위기 경고도 중요하고, 듣기에 기분 나쁘지만 '있는 사실, 그대로'를 숨김 없이 '보여주기'하는 것도 꼭 필요한 법이다. 그러나 그런 '팩트'만으로 해결되진 않는다. 사람들은 '비극'보다 '희극'을 보며 소망을 빌고, 꿈과 낭만을 보여주어야 희망을 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필요하다. 이를 테면, 쓰레기 무단 투기로 더러워진 골목길을 깨끗하게 만들기 위해서 CCTV를 설치하고 법적 처벌을 하겠다는 '경고'보다는 골목길 분위기를 화사하게 바꾸고 담장에 꽃과 같은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넣는 것으로 '쓰레기 무단투기'를 하지 않게 만들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지금 우리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아름답고 낭만적인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번 <프린세스 에메랄드 3>에서는 에메랄드와 학급의 친구들이 바닷속 쓰레기를 주우면서 깨끗하게 청소도 하고, '재활용품'을 구분할 수 있는 수업을 하다가 해초 사이에 엉켜있는 귀여운 곰인형 버티를 주웠다. 에메랄드는 곰 인형이 너무 귀여워서 갖고 싶었다. 하지만 그 곰인형에게는 이미 '주인'이 있었다. 육지에서 살고 있는 '잭'이라는 이름의 소년이었다. 그리고 그 소년이 적은 듯한 메시지도 함께 적혀 있었다. '이 곰 인형을 주운 사람은 꼭 돌려주세요'라고 말이다. 에메랄드도 소중히 여기는 '불가사리 인형'이 있었기 때문에 인형을 잃어버린 잭의 마음을 너무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인어가 '육지'에 올라갈 수는 없었다. 왜냐면 물밖에서 숨을 쉬는 것까진 할 수 있어도 '다리'가 없어서 걸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인어의 피부는 물밖에서 오래 견딜 수가 없었다. 너무 건조해지면 비늘이 벗겨지고 심하면 갈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육지에 사는 잭에게 인형을 돌려줄 방법도 없었다.

그러다 떠올린 좋은 방법이 있었다. 바로 마리나의 친구인 '뱀파이어요정 이사도라 문' 말이다. 그 친구에게 부탁을 하면 곰 인형을 잭에게 돌려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서둘러 편지를 써서 갈매기 편에 보내 이사도라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렇게 해서 이사도라 가족은 다시 한 번 바닷가로 찾아와 '마리나와 에메랄드'를 만나게 된다. 그런데 이 때 이사도라 문만 온 게 아니었다. 이사도라의 사촌언니인 '마녀요정 미라벨'도 함께 온 것이다. 그리고 에메랄드의 사정을 듣고 난 뒤에 '함께' 잭을 찾아보자는 제안을 하게 된다. 왜냐면 미라벨은 마녀이기 때문에 요정보다 더 강력한 마법을 부릴 줄 알기 때문이다. 비록 미라벨이 부리는 마법이 서툴기도 하고 실패를 하는 경우도 많아서 '불안정'하긴 하지만 말이다. 그 때문에 미라벨에게는 늘 '말썽꾸러기'라는 수사가 따라 붙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만큼은 큰 실수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성공한 마법으로 인해 '인어들은 새로운 모험 이야기'를 펼칠 수 있었다. 과연 어떤 마법을 부렸던 것일까?

이사도라 문 시리즈의 주인공들이 총 출동한 이번 이야기는 '스케일'도 컸지만, 던지는 '메시지'도 결코 가볍지 않다. 우리가 일상에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인형'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소중한 보물로써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아주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에 누구나 '애착 인형' 하나쯤은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그 인형을 정말 소중히 여기는 어린이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에서도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캐릭터 곁에 항상 '존재'하는 동물이나 인형 캐릭터가 등장한다는 사실도 잘 아실 것이다. 이건 어린이 애니메이션의 '기본 공식'처럼 지켜지고 있는 규칙인 셈이다. 이건 어린이들에게 '깜찍하고 귀여운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거듭 확인시켜 주는 셈이다. 그런 소중한 존재를 '잃어버렸을 때' 느끼는 상실감은 엄청날 것이다. 이럴 때 어른들은 '새 인형'을 사주는 것으로 대신하려 들지만, 그 방법이 잘 먹혀 들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예로 들기에도 끔찍한 일이지만, 부모에게 소중한 자녀를 잃어버렸다고해서 '또 다른 자녀'로 대체할 수 있겠느냔 말이다. 그 상실과 아픔을 위로 받기도 전에 '새로운 대체품(?)'으로 무마시키려는 방법은 정말 끔찍한 일이니 함부로 그러지 말았으면 싶다. 그 슬픔과 고통이 가라앉을 때까지 한없이 달래주는 것이 먼저란 얘기다. 어린이들에겐 정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보물일테니 말이다.

그리고 그 소중한 보물을 원래 주인에게 되찾아주는 여정은 아주 큰 감동을 선사한다. 현실에서는 쉽게 찾을 수 없는 정말 낭만적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버려진 물건은 먼저 주운 사람이 임자다'라는 건은 전세계적인 불문율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의도치 않은 불상사로 '잃어버린 물건'과 함부로 '버린 물건'을 같은 취급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니 '임자 없는 물건'일지라도 함부로 가지거나 하기 전에 '원래 주인에게 되돌려 주려는 노력'을 꼭 해야 할 것이다. 그런 노력이 귀찮고 힘들다면 차라리 '있던 그 자리'에 그냥 내버려두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원래 주인도 '버린 물건'이 아니라면 '찾으려는 노력'을 분명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배려는 우리 대한민국이 세계 최고로 잘 하고 있다. 이런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일상'에서 펼쳐지고 있다는 얘기다. 임자 없는 물건을 탐내지 않고, 잃어버린 사람에게 되돌려 주는 배려 깊은 행동을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는 것에 전세계인이 감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낭만적이고 이름다운 이야기가 일상이 되는 상상만으로도 즐겁지 않은가. 우리 모두가 꼭 만들어야 할 미래이기도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