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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 과학자 프래니 3 - 투명 인간이 된 프래니 엽기 과학자 프래니 3
짐 벤튼 지음, 박수현 옮김 / 사파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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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 과학자 프레니 3 : 투명 인간이 된 프래니>  짐 벤튼 / 박수현 / 사파리 (2022) [원제 : Franny K. Stein, Mad Scientist #3: The Invisible Fran (2004)]

[My Review MMLXVI / 사파리 6번째 리뷰] 아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굉장히 강렬한 것들이다. 크기에서 압도하거나, 힘이 굉장히 쎄거나 미모가 아름다운 것 등이 바로 그런 것이다. 이런 성향은 누가 가르쳐준다기보다는 '그냥 아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눈길을 사로잡는 것이 반드시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분히 '상대적'이며 아이들마다 나름의 '개인적인 취향'이 다른 만큼 제각각이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아직 미성숙하다는 이유를 들어 '아이들의 취향'을 훗날 '돈벌이에 유리한 것'으로 만들어주려 애쓸 필요도 없고, 단지 '아이들이 좋아하는 성향'을 잘 캐치해서 아이들 스스로 마음껏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주는 것으로도 충분하다는 점이 굉장히 중요하다. 부모님들이나 선생님들 가운데 굳이 '경제적인 성공'이 아이들에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이 든다면, 부모 자신들이 재벌이 되어서 아이들을 '재벌 2세'로 만들어주는 것이 더 확실한 방법일테고, 선생님이 '경제적 지식'을 풍부하게 쌓아서 아이들에게 '올바른 투자방법'으로 어른이 되었을 때 창업자본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훨씬 더 안정적이고 바람직할 것이다. 그런 훌륭한 어른들(!)이라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경제적인 성공'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이 '자기만의 꿈'을 실현하는 것이라는 명백한 사실을 제대로 가르쳐야 할 의무가 있음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책 <엽기 과학자 프래니> 시리즈를 읽다 보면 '괴짜 주인공'이 등장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우려를 먼저 걱정할 수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엽기 과학자 프래니'의 말과 행동이 엉뚱한 정도를 넘어서 '상식적'으로도 해서는 안 될 일을 서슴지 않고 저지르는 모습을 엿보게 되기 때문이다. 이번 3편에서도 프래니는 학교 선생님의 수업시간에 '취미생활'에 대해서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다른 아이들은 '아일랜드 전통춤 추기', '예쁘디예쁜 쿠키 만들기', '희귀한 우표 모으기' 등의 취미생활을 발표했는데, 그런 아이들에게 프래니는 아주 엉뚱하다 못해 기괴하고, 심지어 때려부수기까지 하는 '엽기 과학'을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딴죽(?)을 걸었기 때문이다. 프래니 딴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엽기 과학'에 대해서 다른 친구들이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것에 대단히 의아해하고, 그 때문에 매우 속상해하기까지 한다. 프래니 마음 속에서는 지난 1편과 2편에서 프래니 자신이 보여준 활약(!)에 대해서 친구들이 감명 깊었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그런 기대와는 다르게 아이들은 프래니가 좋아하는 취미에는 별다른 관심을 보여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싫어하는 내색까지 비추는 모습에 짜증이 날 지경이었다.

그러다 묘수를 떠올렸는데, 프래니는 '카멜레온의 변신술(?)'에서 영감을 얻어 '투명인간'이 되는 약을 만들어서 직접 복용을 하였다. 프래니는 '엽기 과학자'였기 때문에 그런 일 정도는 아주 쉬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안정적(?)으로 투명인간이 된 프래니는 등교를 해서 학교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게 된다. 그리고서 '엽기 과학'에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친구들에게 다가가 '목소리'를 들려준다. 프래니가 투명인간이 되었기 때문에 실제로는 친구 곁에서 말을 한 것에 불과했지만, 아이들은 몸은 볼 수 없고 '목소리'만 듣고서, 그 목소리가 '자기 내면의 소리'라고 착각을 하게 되었고, 그 소리의 내용이 '엽기 과학을 좋아해야 한다'는 내용이었기에 친구들도 비로소 '엽기 과학'에 점점 빠져들게 되고 만다. 프래니로서는 정말 기분 좋은 일이었다. '엽기 과학'에 관심이 많아진 친구가 생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내면의 소리'를 듣고서 엽기 과학에 관심(?)이 생긴 친구들은 자신들이 '엽기 과학자'가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겉모양만 '엽기 과학자'가 되었을 뿐, 실제로는 '그럴 만한' 실력을 갖추지 못했다. 그런데도 '엽기 과학자의 흉내'를 내기 시작했는데, 마침 맞게 프래니가 자신의 취미인 '엽기 과학의 솜씨'로 만든 '머리 둘 달린 로봇'이 있었는데, 가짜(?) 엽기 과학자들이 그 로봇을 멋대로 '개조'하기 시작했다. 제대로 된 실력은커녕 '기초 지식'조차 없던 어설픈 엽기 과학자들이 손 본 로봇의 상태는 어땠을까? 한마디로 엉망진창이었다. 로봇은 엉뚱하게 작동되기 시작했고, 엉뚱한 일만 저지르더니 끝내 학교 이곳저곳을 엉망진창으로 망가뜨리며 다니기 시작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프래니는 비로소 '자신의 실수'를 깨닫게 되었다. 저마다 잘하는 것이 같을 수는 없고, 각자 잘하는 것을 열심히 할 때 가장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서 자신의 로봇이 엉망진창으로 만든 학교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은 프래니 자신밖에 없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그렇게 엉망진창 망가진 로봇이 학교를 더 많이 엉망진창으로 만들기 전에 막아낼 수 있을까? 혼자만의 힘으로 막을 수 없을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물론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속담이 있지만, 로봇에 대해서 아무 것도 알지 못하는 친구들이 과연 무슨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혹시 친구들이 '잘하는 것들'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과연 이번에도 프래니는 위기에 빠진 학교를 구해낼 수 있을까? 결말과 방법이 궁금하다면 직접 읽어보는 것이 좋다.

우리는 잘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을 아주 중요한 덕목으로 추켜세우곤 한다. 분명 맞는 말이다. '땀(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면서 어떤 분야든 잘 하는 사람(전문가)가 되기 위해서 '1만 시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굳게 믿고 있다. 하지만 이런 '땀'을 배신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 바로 별로 노력하지 않는 것 같은데 뛰어난 실력을 뽐내는 '천재'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노력 대신에 '뛰어난 재주'를 가졌기에 그저 '즐기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그리고 천재 정도면 '즐기는 것'이 맞긴 하다. 그렇다면 '노력'보다 중요한 것은 '즐기는 것'이랄 수 있다. 근데 즐기는 것은 '천재들의 특권'이 아닌가? 솔직히 이건 아니다. 굳이 천재가 아니어도 '즐기는 것' 정도는 누구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말하는 '열심히 하는 사람'보다 '좋아하는 사람'이 더 뛰어나고, '좋아하는 사람'보다 '즐기는 사람'이 훨씬 더 나은 성과를 거둔다는 이야기도 '즐기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하는 말이다. 그렇다. 자신이 잘 하는 것을 즐기면서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자세인 것이다. 그러면 굳이 천재가 아니어도 뛰어난 성과를 얻을 수 있다.

그렇기에 아이들에게 '노력'의 아름다움을 가르치되, 그 노력보다 더 중요한 것이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즐기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물론 아이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충분히 깨닫고 난 뒤에야 가능한 일이다. 자신의 소질이 무엇이고, 재능은 무엇이며,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잘 인지하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될 것이다. 그걸 깨닫기 위해서는 '친구들의 개성과 취향을 존중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내가 보기에 '시시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함부로 대하지 않고, 정말 좋아하고 잘 하는 것을 하고 있을 때 정말 즐거워하는 '친구의 표정'을 잘 캐치해야 자신이 잘 하는 것도 쉽게 찾을 수 있기 마련이다. 자신도 '그런 행복한 표정'을 짓게 만드는 일이 반드시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잘 모르겠어도 '친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친구들이 '어떤 일'을 할 때 행복한 표정,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 분명 힘들어 죽을 것처럼 지친 기색이 명백한대도 열정을 뿜뿜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감탄할테니, 이런저런 취미를 겪으면서 진정으로 자신에게 딱 맞는 일을 찾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엽기 과학자 프래니>를 읽으면서 정말 이런 깊은 생각까지 할 수 있을까? 앞서도 말했지만 아이들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흠뻑 빠져드는 '무엇'이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그것을 마음껏 즐기게 여건을 마련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아이들도 성장을 하면서 자연스레 '옥석'을 가리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왜냐면 각자 나름의 '견문'을 쌓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그런 '견문'과 '실력'을 갖추고 깊은 고민에 빠졌을 때,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다. 물론 아이들에게 도움을 줄 사람은 가장 가까이에 있는 부모님과 선생님 들이고 말이다. 그때 무슨 말을 하며 도움을 줄 것인가? 그저 '돈 많이 버는 방법'에만 골머리를 썩히고 있는 자신의 실패담(?)만 들려줄 것인가? 아니면 미약한 점이 없지 않지만 나름 '인생을 즐기면서 행복하고 보람 되게 살고 있는' 자신의 성공담(!)을 들려줄 것인가? 정답은 뻔하지만 '취향 존중'은 해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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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나라 오즈 - 완역본 오즈의 마법사 시리즈 2
L. 프랭크 바움 지음, 존 R. 닐 그림, 최인자 옮김 / 문학세계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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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마법사 2 : 환상의 나라 오즈>  라이먼 프랭크 바움 / 최인자 / 문학세계사 (개정판 2023 / 초판 2007) [원제 : The Marvelous Land of Oz(1904)]

[My Review MMLXIII / 문학세계사 5번째 리뷰] <오즈의 마법사>를 모르는 독자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 '뒷이야기'가 있다고 한다. 무려 13편이나 말이다. 그런데도 까맣게 모르고 있었던 까닭은 무엇일까? 솔직히 말하면 <오즈의 마법사 1편>만큼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회오리바람을 타고 우연찮게 '오즈'라는 신비한 나라에 도착한 도로시와 토토는 허수아비와 양철 나무꾼, 그리고 겁쟁이 사자와 함께 신 나는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인데, 이것이 참 재밌다. 딱히 교훈을 주는 내용도 없이 그저 신비하고 놀라운 이야기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이 책이 처음 쓰여진 게 1900년이라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다. 100여 년이 훌쩍 지난 지금 읽어도 재밌긴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당시의 어린이 독자들은 <오즈의 마법사>를 읽고 난 뒤에 어떤 느낌이었을까? 요즘처럼 '볼 거리'가 넘쳐나는 시절도 아니었기에 어린이 독자들이 '후속작'을 써달라고 작가에게 편지를 쓰고 또 썼단다.

그런데 정작 프랭크 바움이라는 작가는 <오즈의 마법사>의 뒷이야기를 쓸 생각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애초에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났기에 '하고 싶은 것'은 마음껏 하며 살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가 하는 일은 그리 잘 된 것이 없었단다. 그러다 아내와 장모의 권유로 글을 쓰게 되었는데, 그마저도 '어른들을 위한 쓴 책'들은 별로 인기를 끌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다 우연히 '마더 구즈(서양판 '옛날 옛적 이야기')' 책들이 좋은 반응을 얻어서 결국 <오즈의 마법사>까지 쓰게 되었고, 이게 대박을 터트린 셈이다. 그렇게 큰 성공을 거둔 뒤에 또다시 '어른책'을 몇 편 써냈는데,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했단다. 그러다 3년 뒤에 어린이독자들의 편지에 힘을 얻어서 <오즈의 마법사> 후속작을 기획했고, 이듬해에 2편에 해당하는 <환상의 나라 오즈>를 쓰게 되었단다. 바로 이 책이다. 어린이독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프랭크 바움은 죽는 날까지 '오즈 시리즈'만 쓰다 마지막 14권을 쓸 당시에 병원에서 지내고 있었으며, 마지막 책이 출간되는 것도 보지 못하고 죽고 말았다고 한다.

이렇게나 사랑받은 책들인데, 왜 우리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것일까? 이런 의문을 품고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그 까닭은 어렵지 않게 알아챌 수 있었다. 애초에 '후속작'을 쓸 생각이 전혀 없었기도 했지만, 더 이상의 '상상력'이 발현되지 않았기에 이런 졸작(?)이 탄생한 것이라고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뒷이야기'에 목말랐던 당시의 어린이들은 다시 시작된 '신비한 오즈 이야기'에 열광을 했고, 작가는 '떨어지는 영감'을 붙잡아 쥐어 짰지만 별소득이 없자 '독자들이 보낸 편지의 요구사항'을 참고(?) 삼아서 뒷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가는 느낌이 다분할 정도였다. 한마디로 '개연성 부족'이 몰입감을 많이 떨어지게 만든다.

이를 테면, 전편에서 '사기꾼'으로 밝혀진 오즈의 마법사에 앞서 오즈를 다스리던 왕이 있었고, 그 왕은 이미 죽었지만 그가 남긴 유일한 혈육인 '오즈마 공주'가 오즈의 적통 왕위승계자라는 이야기가 2편의 주된 줄거리다. 그런데 이야기의 시작은 난데 없이 '팁'이라는 소년이 등장한다. 그런 까닭에 주된 줄거리를 알기까지 소설의 중반부까지 모두 읽어야만 '핵심 이야기'에 겨우 돌입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기까지 '팁'이란 소년이 못된 마녀 몸비에게 노예처럼 억울하게 지내고 있었고, 그 마녀에게서 탈출을 감행하는데 하는 김에 '호박머리 잭'이라는 동료와 함께 떠나게 되는데, 이 호박머리 잭을 살아 움직이게 만든 것이 마녀 몸비라는 조금은 억지스런 상황으로 시작한다. 처음 읽는 독자라면 도대체 왜 그래야만 했는지 전혀 알 수도 없고,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사건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팁은 '위대한 마법사'가 살고 있다는 오즈로 떠나게 되고, 처음엔 뚜벅뚜벅 걷다가 힘이 들어서 말을 타고 달려가고 싶은데, '없던 말'을 구할 수 없으니 못된 마녀에게서 훔쳐낸 마법가루를 이용해서 '목마'를 하나 만들게 된다. 그리고 그 말을 타고 팀과 잭은 오즈로 향하는데, 허술하게 만들었기에 여러 가지 사건사고를 겪게 된다는 설정을 깔아놓았다.

대부분 이런 식이다. 전체적인 줄거리를 다 알고 있으면 '아하! 그래서 그랬구나' 싶은 내용인데, 처음에 읽을 때에는 이게 <오즈의 마법사> 시리즈가 맞기는 한가? 싶을 정도로 낯선 느낌이 든다. 그나마 1편에 나온 주인공인 허수아비와 양철 나무꾼이 합류하면서 이제야 비로소 '오즈의 마법사'가 맞구나 싶지만, 이미 이야기는 중반이 넘었다. 그리고 난데 없이 등장한 '소녀들'로만 구성된 군인들이 뜨개질 나무꼬챙이를 무기 삼아 오즈의 에메랄드 성을 점령하더니 우두머리 소녀인 '진저 장군'이 허수아비 왕을 내쫓고 새로운 '오즈의 여왕'으로 등극하고 만다. 졸지에 성을 빼앗긴 허수아비는 성을 되찾기 위해서 양철 나무꾼이 황제로 머물고 있는 뭉크킨 나라로 갔다가 성을 되찾으려 했지만 실패하고, 더 큰 힘을 얻고자 착한 마녀 글린다가 살고 있는 남쪽 나라로 찾아간다. 그곳에 도착해서 도움을 얻으려 했는데 '정식 왕위승계자'는 허수아비가 아니라 지금은 사라진 '오즈마 공주'의 살았는지, 죽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는 엉뚱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여기에 수긍한 허수아비와 일행들은 글린다와 함께 오즈의 성을 탈환하기 위해 떠나는데...결론부터 말을 하자면 결국엔 '오즈마 공주'를 무사히 찾아내고 오즈의 에메랄드 성의 주인으로 자리매김을 한다는 결말이다.

전편인 <오즈의 마법사>에서는 처음부터 확실한 목적이 있는 여행을 떠났다. 도로시는 고향인 캔자스로 돌아가는 소원을 이루기 위해서 위대한 마법사 오즈를 찾아나선다. 여행 도중에 만난 허수아비는 똑똑해지고 싶어서 위대한 마법사에게 '뇌'를 만들어 달라는 소원을 빌기 위해서였고, 양철 나무꾼은 인간이었지만 사랑하는 여인의 배신으로 인해 따뜻한 마음도 잃고 차가운 몸뚱이만 남게 되었기에 '심장'을 얻고 싶어서였다. 마지막으로 합류한 겁쟁이 사자는 '용기'를 얻기 위해서 오즈의 마법사를 찾아 여행을 떠난다. 이렇게 4명의 주인공들은 각각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서 머나먼 여행길을 떠났고, 숱한 위기와 신 나는 모험을 겪었지만 서로를 끈끈하게 이어주는 우정과 용기, 그리고 지혜를 펼치며 결국은 모두 바라던 소원을 이루게 되는 '해피엔딩'을 맞이한다.

그런데 후속작인 <환상의 나라 오즈>는 수많은 등장인물이 등장하지만 그들의 '목적'이 무엇인지 당최 알 수가 없다. 그저 '작가의 필요'에 의해서 급조 된 듯 합류하게 된 느낌마저 들기 때문이다. 서둘러서 오즈에 가기 위해서 '달리는 목마'를 만들어내고, 포위된 에메랄드 성에서 탈출하기 위해 '날으는 검프(사슴을 닮은 동물)'를 만들어 등장시키고, 에메랄드 성을 탈환하기 위해서 '글린다의 군대'가 동원된다. 애초에 허수아비가 잘 다스리고 있던 에메랄드 성을 빼앗은 '진저 장군'의 전쟁 목적도 허술하다. 빨래하고 설거지하는 것이 힘들고 하기 싫으니 에메랄드 성에 널려 있는 '에메랄드 보석'을 훔치러 수많은 소녀들이 모였고, 그런 소녀들을 이용해서 '진저 장군'이라 불리는 소녀는 허수아비를 내쫓고서 '여왕'으로 등극한 뒤에 오즈의 모든 남자들에게 여자가 하는 허드렛일을 강요하는 법을 만들고, 여자들은 예전의 남자들처럼 놀고 먹는 일을 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게 과연 '소녀들'이 전쟁을 일으킬 만한 정당한 명분이 되리라 보는가? 훗날 '글린다의 군대'가 동원되어 '진저 여왕'을 내쫓은 다음에 '오즈마 공주'가 정식 여왕으로 승계를 받은 뒤에 오즈의 남자들은 환호성을 외쳤단다. 더는 힘든 집안일을 하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란다. 그러면 오즈의 여자들은 어땠을까? 역시 남자들과 똑같이 환호했단다. 그 까닭은 남자들이 만든 '맛없는 음식'을 더는 먹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고, 여자들은 모두들 본래에 하던 '힘든 집안일'을 즐거이(?) 받아들이고 자신이 차린 맛있는 음식을 남자들과 맛있게 먹었단다. 이럴 거면 '전쟁'은 왜 한 것일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이라지만, 이건 좀...

이런 식으로 '개연성'이 매우 부족한 이야기가 계속 이어져서 솔직히 크게 감동을 받은 것이 없다. 100여 년 전 어린이들은 '환호'를 했을지 몰라도 21세기 어린이들은 그닥 '환호'할 것 같지 않다. 그럼에도 뒷이야기가 무려 12편이나 남았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본편보다 나은 속편은 아닌 셈이지만, 이렇게나 얼렁뚱땅 펴낸 '속편'은 나머지 12편을 위한 '서론'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하는 희망을 품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새롭게 등장한 오즈의 진정한 주인공 '오즈마 공주'가 어떤 일을 펼쳐낼지 궁금하기도 하며, 아직 재등장할 기회가 없었던 '도로시'와 '겁쟁이 사자'가 남았다. 그리고 허수아비와 양철 나무꾼이 펼쳐낼 모험이야기도 아직 제대로 펼쳐 보이지도 않았다. 그런 관점으로 '희망'을 걸어본다면 나머지 뒷이야기는 좀 더 다채롭게 이야기가 펼쳐질지도 모를 일이다. 뭐,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는 속담도 있지 않은가. 속은 김에 제대로 속아보려 한다. 남은 12편의 이야기도 좀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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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 과학자 프래니 2 - 거인 큐피드의 공격 엽기 과학자 프래니 2
짐 벤튼 지음, 박수현 옮김 / 사파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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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 과학자 프래니 2 : 거인 큐피드의 공격>  짐 벤튼 / 박수현 / 사파리 (2022) [개개정판(2005)] [원제 : Franny K. Stein, Mad Scientist #2: Attack of The 50-Ft. Cupid]

[My Review MMXLIII / 사파리 5번째 리뷰] 외국의 동화책은 우리와 달리 '흥미와 재미' 위주로 쓰여진 경우가 많다. 또한, 어린이들의 흥미를 돋울 수 있다면 때로는 '과격한 연출'까지 허용해도 무방한 듯 싶다. 물론 '상상의 범주' 안에서만이긴 하지만 말이다. 이 책 <엽기 과학자>시리즈도 그런 경우에 속한다. 제목부터 꽤나 과격하지 않은가? 그럼에도 '어린이의 눈높이'에는 딱 맞는 듯 싶다. 그건 이 책을 읽는 어린이 독자들의 눈빛과 책 읽는 자세를 보면 짐작 할 수 있다. 초롱초롱 눈빛은 말할 것도 없고 눈 깜빡임도 확연히 줄어들고 책 읽는 자세는 각양각색이지만 어떤 자세든지 간에 책을 든 두 손에 흔들림이 전혀 없다는 것이 그 명백한 증거다. 학부모의 시선에서는 자녀가 '교과서'를 그렇게 읽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고, 적어도 성적향상에 도움이 될 것 같은 '학습만화'를 볼때라도 그랬으면 정말 좋겠다는 아쉬움 가득한 눈빛을 보내지만, 어린이 독자들은 자신들의 부모가 그러거나 말거나 <엽기 과학자>를 맹렬히 읽는다.

그렇다면 어린이 독자들이 이 책 <엽기 과학자>시리즈를 읽는 것은 올바른 독서 습관을 들이는데 도움이 될 것인가? 결론만 먼저 말하자면, 그렇다고 할 수 있다. 그 첫 번째 이유는 무슨 까닭에서든 '책을 읽는 시간'이 늘어나는 점은 절대적으로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독서는 특별한 시간을 내서 읽기 매우 힘들다. 학업과 취미로 하루 일과를 다 보낼 수 있는 '학창시절'이라도 다량의 독서를 해내는 어린이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면 한 달에 수십 권의 책을 읽어내는 어린이 독자들은 과연 무슨 비결이 있기에 해낼 수 있는 것일까? 그건 바로 '책 읽는 시간'을 일부러 내서 읽었기 때문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든 손에서 책을 놓지 않고 '짬 날때마다' 책 읽는 습관이 있는 어린이가 그처럼 수십 권의 책을 달마다 읽어낼 수 있는 것이다.

나도 아침 일찍 출근해서 저녁에 퇴근하면 하루 일과의 대부분이 훌쩍 지난 시간이다. 그렇게 퇴근 후에 씻고 밥 먹고 스트레스 풀 겸 'OTT 시청'하고, '책리뷰'하려고 글쓰기를 1편을 마치고 나면 보통 밤 10시쯤이다. 도대체 언제 '책'을 읽었기에 거의 날마다 '리뷰'를 쓸 수 있는 것일까? 비결은 '수불석권'이다. 집을 나설 때에는 늘상 책 한 권을 손에 들고 나선다. 그리고 걸어갈 때 1쪽, 버스/지하철 기다릴 때 2쪽, 버스/지하철 타고 이동할 때 3쪽, 업무시간 마치고 휴게시간에 5쪽, 점심 먹고서 커피 한 잔 하면서 10쪽 등등 틈날 때마다 손에 들고 있는 책을 잠시 펼쳐서 읽는 버릇이 있다보니, 늘 리뷰를 쓸 수 있는 것이다. 근래에는 '노안'이 찾아와서 '종이책'보다는 '전자책'을 읽곤 한다. 요즘 사람들 늘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다니지 않은가. 나도 늘 손에 스마트폰(갤럭시 Z폴더6)을 펼쳐서 '전자책'을 손쉽게 읽곤 한다. 더구나 전자책의 장점은 '여러 권의 책'을 동시에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인문학'을 읽다가 '어린이책'을 잠시 읽고, '소설책'을 읽다가 '만화(웹툰)책'도 곧잘 읽는다. 이렇게 꾸준히 책을 읽는 습관이 몸에 베기 위해선 어릴 적에 '책속에 푹 빠져 본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니 자녀가 책을 집중해서 읽을 때에는 웬만해선 그냥 냅두는 것이 좋다. 그게 설령 '만화책'일지라도 일단 '그 경험'을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그냥 두는 것이 낫다.

그렇다. 책은 '시간'내서 읽으면 얼마 읽지 못한다. 그냥 '짬'날 때마다 읽어재끼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독서법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그 다음에 중요한 것이 바로 '몰입'이다. 사람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고작해야 '5분'이라고 한다. 그런데 집중을 넘어서 '몰입'의 단계로 넘어서면 그야말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단다. 드라마를 볼 때 많이 경험하지 않는가. 보통 90분 정도 하는 '한 회 분량의 드라마'를 초집중해서 보다보면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그 자세 그대로' 꼼짝도 하지 않고서 몰입해본 경험들 말이다. 독서도 그렇다. 자기 수준에 딱 맞는 책을 읽을 때 '몰입의 경험'을 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어린이들은 '장난'이라는 것에 금세 푹 빠지는 경향이 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 때 곁에서 유심히 지켜본 분들은 그걸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어른들은 그런 '장난'을 유치하게 생각해서 쉬이 집중하지 못하고 그만 두곤 하지만, 어린이들은 절대 그렇지 않다. 진짜 자신에게 딱 맞는 '장난'을 마주하게 되면 자신이 가진 에너지를 다 소모할 때까지 절대 그만 두는 법이 없이 자꾸 반복을 하면서라도 계속하게 된다. 어릴 때에는 이런 경험이 무척 중요하다. 그게 소위 '적성'이고 '소질'이기 때문이다. 그걸 인위적인 방법으로 하지 못하게 막거나 '규율'이나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억지로 못하게 만들면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작용이 더 크니 엄청 신중하게 고려하고 감안하셔야 한다.

그런데 그런 '몰입'이 독서라면 어떨 것 같은가? '장난'을 치는데 독서의 양상으로 반응을 보인다면 어쩔 것 같은가? 당신의 자녀라면 '로또' 맞은 것보다 훨씬 좋을 것이다. 책 읽는 어린이의 미래는 매우 밝다 못해 눈부시고, 꿀 수 있는 꿈의 한계가 끝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자녀를 둔 부모들은 걱정을 쌓고 또 쌓는다. 자녀가 책을 읽는 시간이 늘어나고 책을 즐겨 읽어서 기쁘긴 한데, 그게 하필 <엽기 과학자> 같은 '폭력적인 성향'이 강하고 '자극적인 소재'가 담긴 책들만 즐겨 읽어서 걱정이라고 말이다. 아닌 게 아니라 학부모들은 기왕이면 예쁘고 고운 동화책을 즐겨 읽었으면 싶고, 감동적인 책이라면 더 좋아서 은근히 '고전명작동화' 같은 것들을 집안 거실 책꽂이 즐비하게 꽂아놓고 자녀에게 읽기를 강요(?)하곤 한다. 물론 좋은 책들인 건 맞다. 근데 안 읽어서 탈이다. 괜히 '고전'의 정의가 누구나 다 알지만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인게 아니다. 어른들도 안 읽는 고전명작인데, 어린이라고 읽고 싶겠는가 말이다. 적어도 고전명작을 어린이들에게 읽히려면 부모님들이 먼저 읽고서 그 책들이 얼마나 재밌는 책들인지 생생하게 말할 수 있을만한 실력을 먼저 쌓으셔야 할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그냥 아이들이 스스로 찾아서 읽는 책을 권해주는 것이 훨씬 더 낫다. 독서논술쌤이라는 직업이 괜히 있는..쿨럭쿨럭

딴에는 <엽기 과학자> 같은 책들이 너무 과격해서 문제라고 딴죽을 걸 정도면 굉장히 독서 수준이 높은 부모님이기에 칭찬을 해주고 싶다. 자녀가 읽기에 앞서 부모가 먼저 읽는 것이 매우 훌륭한 '독서지도법'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부모님들에게 묻겠다. 이 책 <엽기 과학자>의 내용중에서 어느 부분이 그토록 우려할 정도의 '과격함'인지 콕 찝어서 말씀해주시길 바란다. 프래니가 무모한 과학실험을 해서 집을 폭파시키거나 괴상망측한 괴물을 만들어내는 장면이 그런 것으로 보이는가? 그렇게 볼 수도 있다. 아주 정확한 지적이기도 하다. 그런데 나는 되묻고 싶다. 부모님들이 어렸을 적에는 무엇을 하면서 놀았느냐고 말이다. 곤충채집을 한답시고 잠자리채를 들고서 산으로 들로 뛰어나가 나비, 잠자리, 매미 따위를 엄청나게 잡으시지 않으셨던가? 그렇게 잡은 곤충들은 어떤 운명을 맞이했던가? 혹시 잡아온 나비가 맘껏 뛰놀 수 있는 '나비정원'을 가꿔놓고서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도록 해주셨던가? 잡은 잠자리 날개를 손가락 사이에 끼지 않고 행여나 잠자리가 좁은 채집통에 갇혀있지 않도록 손가락이나 손등 위에 올려놓고 사뿐사뿐 걸어다니셨던가? 그렇지 않으셨을 것이다. 애써 잡은 곤충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날개가 상하든 말든 손으로 함부로 잡고서 손땀을 가득 묻혀서 두 번 다시는 그 곤충들이 스스로 날아다니지 못하도록 망쳐놓기 일쑤였을 것이다. 물론 알고서 그러지는 않으셨을 것이다. 다들 모르고서 그런 '폭력적인 행동'을 하니까 말이다. 그러다가 지치면 땅바닥을 기어다니는 개미를 잡아다 똥꼬를 핥기도 하고 다리를 하나씩 떼어내거나 신발이나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가며 개미를 학살(?)했던 경험은 없으셨던가? 만약, 그런 경험이 있으셨다면 어른이 된 지금은 무엇을 하고 있으십니까? 혹시 어릴 적 경험을 살려서 '학살자'가 되셨던가? 전혀 그렇지 않다. 나도 소시적에 그렇게 많은 곤충과 벌레, 양서류 등을 대상으로 못된 장난을 쳤지만, 지금은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순둥이 어른이 되어 있지 않은가 말이다. 쿨럭쿨럭! 그러니 어린이 독자가 이 책 <엽기 과학자>를 읽었다고 해서 폭력적인 것에 물들까봐 걱정이 드신다면 전혀 그럴 것 없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장난'은 장난일 뿐이다. 몇몇 소수의 사이코패스가 벌이는 '엽기행각'이 전하는 끔찍함 때문에 소중한 자녀는 그런 '폭력'에 절대 접근조차 하지 못하도록 하고 싶다는 마음은 충분히 알겠지만, 그런 염려는 붙들어 놓으셔도 좋다고 말씀드린다. 이 책 <엽기 과학자>에 담긴 내용은 그렇게 읽으면 안 된다. 오히려 '소수자(외톨이) 조차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서 따뜻한 품에 안아주려는 담임선생님의 포근함'에 주목하길 바란다. 엽기 과학자로 보여주는 천재과학자 프래니는 사실 '현실에서는 너무도 특출나서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외톨이 유형의 친구'를 연기하고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생님은 프래니가 '따돌림'을 받지 않을 수 있도록 프래니에게 '또래 친구들하고 쉽게 어울릴 수 있는 방법' 따위를 아주 고심고심해서 보여주며 프래니를 적극적으로 도와주려고 하고 있는 것을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프래니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개성'까지 없애려 들지는 않는다. 아무리 외톨이를 벗어나 보통의 친구들처럼 잘 어울릴 수 있게 된다고 해도 '프래니만의 개성'까지 사라지게 만든다면, 그건 더이상 '프래니'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프래니는 자신의 독특함은 아주 잘 살리면서 외톨이가 아닌 친구들과도 잘 어울릴 수 있는 '소녀 영웅'이 되는 것으로 이야기의 끝을 맺곤 한다. 물론 그 위기가 '프래니의 실수'로 인해서 벌어진 것이긴 하지만, 프래니는 '악의적인 마음' 같은 것은 없다. 그저 누구나 할 수 있는 평범한 실수로 인해서 큰 위기를 맞지만, 프래니는 소중한 선생님과 반친구들을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서 자신의 재능을 제대로 실력발휘하게 된다. 그렇게 매번 위기를 극복해내는 프래니를 선생님과 반친구들도 아주 좋아하게 된다. 이게 바로 <엽기 과학자>에서 반드시 읽어야 할 핵심이다. 그저 짓궂은 장난만 치는 '괴짜'가 아니라 말이다.

그런 까닭에 요즘 <엽기 과학자>를 즐겨 읽는 어린이들도 처음에는 프래니가 저지르는 실수와 실패한 과학 실험에 주목하지만, 시리즈를 거듭해서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실수투성이 프래니를 따뜻하게 환영하는 선생님과 반친구들을 보면서 '안심'하곤 한다. 현실에서 어린이들은 누구나 실수와 실패를 한다. 그것도 아주 많이 말이다. 그럴 때마다 어린이들은 가슴이 조마조마하기 마련이다. 누가 꾸지람을 하지는 않을까? 어떤 애가 실패했다고 큰소리로 놀려댈까? 하고 말이다. 그때 '프래니'가 위기를 극복하고 실수를 만회하는 장면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자신도 프래니처럼 실수나 실패를 만회할 수 있는 '능력'이 있지 않을까? 되새겨보기 마련이다. 그리고서 힘을 얻게 된다. 다음에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십분 살려서 결코 실수하지 않겠노라고 말이다. 어린이들은 대다수 '순수한 탓'에 책 속의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가르쳐주지 않아도 잘 하는 편이다.

자, 이제 다시 한 번 <엽기 과학자>를 읽어보자. 여전히 말썽꾸러기만 보이는가? 아니면, 쉽게 친해지는 방법을 몰라서 '외톨이'가 되었지만, 위기가 닥치자 좋아하는 선생님과 친구들을 구하기 위해서 자신이 가진 온갖 재능을 쏟아부어서 모두를 위기에서 구해내는 마음씨 착한 프래니가 보이는가? 이 책에는 엄청난 장난이 가득하지만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자신보다 남을 위해서 자신의 재능을 쏟아붓는 아름답고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소녀가 보인다. 이제는 잘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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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 과학자 프래니 1 - 거대한 도시락 괴물 엽기 과학자 프래니 1
짐 벤튼 지음, 박수현 옮김 / 사파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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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 과학자 프래니 1 : 거대한 도시락 괴물>  짐 벤튼 / 박수현 / 사파리 (2022) [개개정판: 초판 2005년] [원제 : Franny K. Stein, Mad Scientist #1: Lunch Walks Among Us (2003년)]

[My Review MMXXXIX / 사파리 4번째 리뷰] 내가 독서논술선생이 되던 해는 2005년이었다. 그때만 해도 대입수능시험에 '논술'이 적극 반영되던 시절이었고, 수시와 정시 모두 '논술'을 요구하는 대학도 많던 때였다. 심지어 '논술' 성적만으로 대학 문턱을 넘을 수 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그야말로 '독서논술'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던 시절이었다. 그 당시에 초등논술은 그야말로 대세였다. '아침독서캠패인'을 1993년부터 시작했던 '한우리독서논술'을 필두로 '주니어플라톤', '솔루니' 등등 논술시장은 점점 확장해나가고 있었다. 덩달아서 '어린이책'도 서점가를 강타했다. 정말 다양한 어린이책들이 즐기했고, 학부모들은 책을 고르는 것이 너무 힘들 정도로 매달 새로운 어린이책들이 수천 권씩 쏟아져 나왔다. 그 가운데 내 눈을 사로잡았던 책이 있었는데 바로 이 책 <엽기 과학자 프래니>(전10권) 시리즈였다. 누가 봐도 딱 고르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책이었다. 물론 학부모들만 빼고 말이다.

유독 '어린이책'은 선택하는 사람에 따른 '편차'가 심하다. 책을 읽어야 할 어린이들은 두 번 고민하지 않고 바로 뽑아 들고 읽으려 들지만, 정작 '그 책'을 사줄 수 있는 경제적인 여력은 학부모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어린이책'이 학부모들의 '검열'에 불통을 받는 것은 아니다. 대개의 학부모들은 '책 제목'에 약하다. 그래서 '초등 몇 학년이 꼭 읽어야 할'이라거나 '초등교과서에 꼭 나오는'이라는 책 제목을 보면 바로 사주는 편이다. 왜냐면 학부모들이 '그 책'을 읽지 않을 것인데, '제목, 자체'가 초등학생이 반드시 읽어야 한다고 적혀 있지 않느냔 말이다. 그러니 자신들은 안 읽어도 알만 한 내용일테고, 초등학생인 자녀들은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일테니 두 말 않고 지갑을 열곤 한다. 그러나 그렇게 사준 책을 순순히 읽을 '초등학생'은 거의 없다. 대부분은 공부방 책꽂이에 수년 간 꽂혀 있다. 재활용 버리는 날에 거의 '새 책'으로 버려지곤 한다. 그렇지만 아이들이 '읽고 또 읽는 책'은 따로 있다. 바로 이 책 <엽기 과학자 프래니> 같은 책이다. 이런 책은 사 놓으면 무조건 '본전'은 뽑는다. 아이들이 책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읽고 또 읽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학부모들은 또 고민에 빠진다. 분명 '이 책' 같은 책은 학교 시험에도 나오지 않을 것이며, 성적 향상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것이 확실하며, 읽어서 정서함양에 좋을 것 같지 않은 책을 줄기차게 읽어재끼는 아이들을 보면서 한숨을 쉬기 때문이다. 정작 학부모들은 '이 책'을 한 번도 읽어보지 않았으면서 섣불리 판단하곤 한다. 물론 읽어본 어른들도 한 말씀 하시곤 한다. "아이들은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걸까요?" 정말 이해 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말이다. 하긴 학부모들이 어렸을 시절에는 이따위 '어린이책'이 전무했던 것이 사실이다. 엽기적인 내용일 뿐더러 처음부터 끝까지 '괴물'만 나오는 이런 책들을 읽는 어린이는 분명 나쁜 어린이가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으면서 말이다.

그렇다면 어른들에게 되묻겠다. 당신들은 왜 '막장드라마'를 욕하면서 계속 보고 있느냐고 말이다. 답하기가 곤란할 것이다. 아무런 '교훈'도 없이 '막장'만 가득한 드라마를 실컷 욕하면서 또 보고 있는 당신을 스스로도 답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다 궁여지책으로 '재밌다'는 한 마디만 할 것이다. 교훈적으로 아무런 이득도 없지만 그저 '재밌기' 때문에 보고 또 본다고 말이다. 어른들의 삶이 하룻동안 얼마나 스트레스 받는 일이 많느냔 말이다. 그럴 때 '막장드라마'를 보면서 '국쌍(이준석 후보 때문에 '심한 말'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진 않겠다)'에게 상소리를 날려주는 재미로 본다고 핑계를 댈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아이들도 하룻동안 학교 가랴, 학원 가랴, 숙제 하랴, 어른 못지 않게 엄청 바쁜 스케쥴을 소화하면서 스트레스가 엄청 쌓였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재밌는 어린이책'이 필요한 셈이다. 바로 이 책 <엽기 과학자 프래니> 같은 책들 말이다.

이 책의 내용은 정말 별 것 없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소녀가 한 명 나오는데 아주 '귀여운 과학 소녀'다. 과학 실험을 아주 좋아한다. 그래서 어른들도 힘들어하는 어려운 실험도 뚝딱뚝딱 거릴 짧은 시간에 척척 해내는 놀라운 천재 소녀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과학 소녀가 좋아하는 것은 보통의 또래 여자아이들과는 조금 다르다. 예쁘고 귀여운 것을 좋아하지만, 그건 '프래니의 관점'에서 보면 완전 다르기 때문이다. 제목에 '엽기 과학자'라는 것에서 귀띔을 얻었다면 바로 맞췄다. 프래니가 귀여워하는 것은 '괴물'처럼 괴상망측한 것들이다. 박쥐나 해골 따위를 좋아하고, 친구들과 하는 야구 놀이에서 '야구공' 대신에 '눈알'을 뽑아다 던지는 상상을 하는 괴짜 과학 소녀였던 것이다. 그런데 이 괴짜 과학 소녀가 엄청난 위기 속에서 학교선생님과 친구들을 구해내는 영웅이 되는 내용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프래니는 '엽기 과학자'답게 괴물 따위를 무서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교에 나타난 괴물을 물리치기 위해서 또 다른 괴물을 만들었고, 프래니가 만든 괴물이 선생님을 납치한 괴물을 물리치고 학교를 구해내자 모든 이들이 프래니를 좋아하게 되었다는 내용으로 마무리 된다.

정말 간단하지 않은가? 그런데 살짝 깊이 들여다보면 전혀 간단치 않은 '상상의 샘'을 건드릴 수 있게 된다. 바로 프래니의 멋진 상상력 말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기발한 상상력'을 발휘하는 아이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경향이 있지만, 서양에서는 조금 다른 모양이다. '기발한 상상력'을 발휘하면 영웅 대접을 곧잘 해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나라에서는 '영웅'은커녕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할 뿐이다. 모든 아이들이 똑같은 행동을 해야지 조금이라도 '튀는 행동'을 하면 곧바로 특별한(?) 취급을 받기 일쑤다. 분명 아이들은 저마다 다르고 독특한 개성을 지니고 있음에도 '하는 행동'은 조금이라도 다르면 안 된다. 속담에도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할 정도로 '튀는 행동'은 금기시 하는 분위기다. 책 속에서 서양의 아이들도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저마다 다른 '다양한 겉모습'을 갖고 있지만, '하는 행동'은 거의 비슷했다. 수업 시간에는 반듯하게 앉아서 수업에 열중해야 했고, 수업 시간인데도 '모두가 아는 내용'일거라 생각하면 궁금해도 질문을 해서는 안 되며, 점심 시간이면 모두가 똑같은 모양과 맛의 '햄샌드위치'를 꺼내서 먹고 있다. 그런데 프래니만 다르다. 수업 시간에 독특한 눈빛을 반짝이며 선생님의 수업에 열중했고, 수업 시간인데도 선생님에게 궁금한 것을 질문했으며, 점심 시간에는 다른 아이들처럼 '햄샌드위치'를 꺼내는 것이 아니라 마녀가 끓이는 수프 같은 것에서 끈적끈적한 음식을 꺼내먹으려 했고, 번쩍번쩍 날이 바짝 선 칼에 채소와 고기를 꽂아서 화로 위에서 굽는 쇼를 펼치며 점심 한 끼를 해결하곤 했다. 반 아이들은 이런 프래니를 '친구'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달라도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건 '겉모습'일 뿐이다.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자. 프래니가 좋아하는 것들이 괴상망측한 모양을 한 '괴물 같은 것'일지는 몰라도 착한 마음씨를 갖고 있다. 그래서 프래니는 친구들이 괴로워하는 '망층한 모양새'를 바꾸어서라도 친구들을 놀래키지 않고 가깝게 지낼 수 있도록 '프래니, 자신의 모습'을 귀엽고 예쁜 스타일로 바꿀 정도였다. 물론 이런 변화는 친구들이 환영했다. 그리고 그렇게 변신(?)한 프래니와 사이좋게 놀기도 했다. 하지만 프래니는 새 친구들과 재미나게 놀고 있지만, 마음속까지 진심으로 즐겁지는 않았다. 왜냐면 그건 '자신의 본래 모습'이 아니고, 속마음까지 속이면서 다른 친구들과 어울려야 하는 것에 힘듦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다 '사건'이 발생했다. 친구들이 함부로 버린 '쓰레기'에서 그만 버려서는 안 되는 '공업용 쓰레기'가 포함되는 바람에 무서운 괴물 제조법이 완성(?)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상상력을 기반으로 하는 어린이책이다. 어째서 아이들이 공부하고 뛰어노는 교실 쓰레기통에서 '공업용 쓰레기'가 나올 수 있느냐고 따지지는 말자. 윤석열도 뜬금없이 계몽..쿨럭쿨럭..암튼 따지지 말자. '상상력'을 발휘해서라도 말이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괴물이 바로 '게호박 괴물(일명 '게물')'이다. 그 '게물'은 끔찍한 모습과 어울리게 담임선생님을 납치해서 아주 높은 깃봉 꼭대기로 올라가버리는 나쁜 괴물이었다. 반 친구들은 오줌을 지리고 놀라서 비명을 지를 정도로 혼비백산하여 난리법석을 피웠다. 하지만 괴상망측한 것을 사랑(?)하는 프래니는 그따위 괴물의 모습을 보고 조금도 놀라지 않는다. 오히려 침착한 모습을 보여주고서 나쁜 괴물을 물리칠 방법을 떠올리려 애쓴다.

그러다 떠올린 방법은 바로 '햄으로 만든 착한 괴물'이었다. 아이들이 점심 식사로 싸온 '햄샌드위치'에서 빼낸 햄에 쓰레기통에 남아 있는 '공업용 쓰레기 찌꺼기'를 섞어서 괴물을 만들어냈는데, 프래니의 '뛰어난 바느질 솜씨'가 아주 일품이었기에 겉모습은 프래니 마음에 쏙 드는 괴상망측한 모습이었지만, 프래니의 마음을 닮아 아주 착한 괴물이 탄생하게 된 것이었다. 괴물의 모습은 쉽게 상상할 수 있도록 '프랑켄슈타인'의 모습과 닮았다. 이제 햄과 바느질 솜씨로 만들어낸 괴물에 '생명'을 불어넣어야 한다. 과연 무엇으로 햄 괴물에게 생명력을 불어넣어 줄 수 있을까? 바로 '건전지'였다. 메리 셀리가 쓴 <프랑켄슈타인>에서도 박사가 괴물에게 '전기충격'을 주지 않았던가 말이다. 프래니는 천재 과학 소녀였기 때문에 그런 지식은 정말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었다.

그렇게 생명력을 얻은 '햄 괴물'은 프랑켄슈타인처럼 엄청난 괴력을 뽐내며 교실의 한 쪽 벽을 허물고 곧바로 선생님을 납치한 '게물'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간다. 그리고서 '게물'과 한 판 승부를 벌이고 선생님도 무사히 구해낸다. 그리고 프래니는 선생님과 친구들의 환영을 받으며 이야기는 마무리 된다. 정말 간단한 내용이지 않은가? 그런데 살짝 깊이 들여다보니 그 속에서 무엇을 찾을 수 있었던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내가 찾아낸 것은 바로 '착한 마음씨'였다. 이 책 <엽기 과학자 프래니>가 그저그런 괴상망측한 내용만 담겨 있었다면 어린이 독자들에게 크게 환영받지 못했을 것이다. 아무래도 '프래니'의 엽기적인 행동에서 장난이 심하고 말썽만 부리는 친구가 떠올랐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등학생 또래의 어린이들은 심한 장난과 못말리는 말썽에 '나쁜 마음'을 담는 경우가 그렇게 많지 않다. 의외지만 십중팔구는 그렇다. 분명히 '악의적인 장난'과 '못된 심보'를 가진 친구들이 있긴 있지만, 대개는 '본의'가 전혀 그렇지 않은 장난과 말썽이 대부분이라는 것을 알아주면 좋겠다. 그런데 이 책에서 프래니가 그런 '장난꾸러기'들의 본심을 잘 드러내어주는 장면이 많기에, 어린이 독자들이 '대리만족'을 하는 듯도 싶다. 물론 모든 장난을 다 이렇게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때로는 친해지고 싶은데 '친해지는 방법'을 모르고 '친구들의 속마음'도 잘 몰라서 엉망진창으로 장난을 치고 못 말리는 말썽을 피우는 방법을 써먹는 친구들이 곧잘 있어서 하는 말이다. 이런 친구들을 전문용어로 '관종'이라고 부르기도..쿨럭쿨럭

암튼,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데에는 다 까닭이 있는 법이니 조금쯤은 '그 까닭'을 이해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특히나 '선생님'과 '학부모'는 이런 이해하기 힘든 메시지를 보내는 아이들의 속마음을 이해해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럴 때 이 책이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하는 짓마다 '괴짜'와 다를 바가 없지만, 그건 그저 '겉모습'일 뿐이고, '속마음'까지 들여다보면 겉으로 보이는 것과는 굉장히 다른 착하고 따뜻한 마음씨를 엿볼 수 있게 될 지도 모른다. 그러니 겉으로 드러나는 '말과 행동'으로 어린이의 모든 것을 단정 짓는 것은 위험하다. 물론 어른들이야 그런 '말과 행동'을 함부로 하면 안 되고, 그랬을 경우에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잘 알지만(잘 모르는 어른들은 철컹철컹해야 한다), 어린이들은 아직까지 그런 사리분별까지 잘 못하는 경우도 있을테고, 또 바람직한 '말과 행동'이 무엇인지 잘 몰라서 그럴 수도 있을테니 선생님이나 학부모가 먼저 다가가서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난, 이 책 <엽기 과학자 프래니>를 통해서 참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곤 한다. 사랑스런 자녀와 제자 들이 때로는 '악마처럼' 느껴질 정도로 끔찍한 짓을 저지르곤 할 때마다 '참을 인'을 마음 속으로 세 번 쓰면서, 곰곰이 왜 그런 말과 행동을 했는지 따져보기도 한다. 그러면서 귀여운 소녀도 '박쥐'를 좋아할 수 있고, 귀여운 인형이 아니라 '다른 인형의 목을 따버리는(?) 괴물 이빨을 가진 인형'을 좋아할 수도 있다고 말이다. 칼릴 지브란도 말하지 않았던가. '보이는 사랑'은 정말 보잘 것 없다고 말이다. '보이지 않는 사랑'에 비한다면 말이다. 겉모습은 괴물일지라도 마음씨는 정말 착할 수도 있다. 그러니 함부로 단정 짓지 말고, 무책임하게 속단하지도 말자. 어린이가 가지고 있는 심오한 상상의 세계에서는 어떠한 것도 '가능성'으로 보아야만 할 것이니 말이다. 앞으로 <엽기 과학자 프래니>가 보여주는 상상의 세계에 살짝 주목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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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소녀 루오카 1 - 인어 리듬 매니큐어 마법 소녀 루오카 1
미야시타 에마 지음, 고우사기 그림, 고향옥 옮김 / 가람어린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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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소녀 루오카 1 : 인어 리듬 매니큐어>  미야시타 에마 / 고향옥 / 가람어린이 (2023)

[My Review MMXXXIV / 가람어린이 1번째 리뷰] '마법 소녀' 이야기 이전에는 '요술 공주' 시리즈가 있었다. <요술 공주 세리>, <요술 공주 밍키> 등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요술 공주' 이야기를 쏟아낸 뒤에는 '마법 소녀'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론 <카드캡터 체리>(원제에는 '사쿠라'라는 이름이다)를 가장 좋아했다. "만날 수 없어 만나고 싶은데 그런 슬픈 기분인 걸~"이라는 주제가도 흥얼거렸고 말이다. 특히나 "어둠의 힘을 지닌 열쇠여, 진정한 모습으로 내 앞에 나타나라 너와의 계약에 따라, 나 체라가 명한다. 봉인해제!"라고 외우면 '크로우카드'에 봉인 되었던 마법의 힘이 풀려나며 평범한 소녀였던 체리도 어느새 마법 소녀로 변신하게 되었다. 예쁜 일러스터가 내 마음을 사로...쿨럭쿨럭

암튼, <마법 소녀 루오카> 시리즈에는 '두 소녀'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하나는 하고 싶은 것이 많은 욕심꾸러기 소녀 카오루와 할 수 있는 것이 많은 마법 소녀 루오카다. 두 소녀의 이름이 서로 뒤바뀌어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면 눈썰미가 대단한 셈이다. 애초에 '인간 세계'와 '마법 세계'는 서로 연결이 되어 있지 않는 별개의 세계다. 하지만 두 세계가 아주 떨어진 것은 아니고 몇몇 소수의 사람들에게는 서로 통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있었고, 그 연결고리를 통해서 서로에게 꼭 필요한 도움을 주고 받을 수도 있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아직 어린 두 소녀가 그 통로를 이용할 수 있을 턱이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카오루는 땅에 떨어진 '카드 한 장'을 얻게 되었는데, 그 카드를 손에 들고서 잠시 넘어질 뻔 했다가 '마법의 힘'이 담겨 있는 엘릭서를 구매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원하는 '마법 엘릭서'를 구매(?)했는데, 이 엘릭서라는 것은 마법을 사용할 수 없는 평범한 사람조차 그 엘릭서 안에 담긴 마법을 쓸 수 있는 엄청난 도구였다. 마침 카오루는 합창 대회에서 '피아노 반주'를 맡게 되었는데, 문제는 카오루의 피아노 연주 실력이 그리 썩 좋은 편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런데 엘릭서를 판매하는 거리에 우연히 발을 들여놓게 되었고, 그곳에서 '인어 리듬 매니큐어'라는 엘릭서를 구매해서 아주 유용하게 써먹게 된다. 그 엘릭서의 힘이 담긴 매니큐어를 손톱에 바르기만 하면 피아노를 한 번도 쳐본 적이 없더라도 뛰어난 실력으로 연주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핑크 색깔'에 담긴 엘릭서의 힘은 바로 '아주 즐겁게 연주를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었다. 평소에 카오루는 남들보다 뛰어난 실력을 갖지 못해서 늘 어깨가 축 쳐져 있었는데, 바로 이 '인어 리듬 매니큐어'의 힘을 빌어서 아주 뛰어난 연주 솜씨를 뽐내고 난 뒤에는 '실력'이 뛰어나지 않아도 '즐겁게' 피아노 연주를 즐기다 보면 저절로 연주 실력이 늘고 즐거운 마음으로 피아노 연주를 할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렇게 '신기한 카드'를 얻게 된 카오루의 하루하루가 즐거운 한편으로, '신기한 카드'를 버렸던 원래의 주인이 이야기에 등장하게 된다. 바로 마법 세계의 소녀인 '루오카'다. 그녀의 마법 실력은 '같은 또래'보다 월등히 뛰어나다. 그도 그럴 것이 루오카의 어머니가 마법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마법사'이었기 때문에, 루오카는 집에 있는 '마법책'을 어릴 적부터 곧잘 훔쳐보고 따라 해보았기에 어쩔 수 없이 뛰어났던 것이다. 그렇기에 '마법 학교'에서 또래들이 배우는 마법따위는 선생님들에게 배우지 않고도 이미 알고 있었을 정도다. 그래서 하루하루가 즐겁기는커녕 재미가 하나도 없다. 그런 루오카의 소원은 바로 유일한 가족인 엄마와 함께 있는 것인데, 마법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마법 실력을 가진 엄마이기에 잠시도 루오카와 함께 있어줄 시간이 없어서 루오카는 늘 집안에서 혼자일 뿐이다. 그렇기에 루오카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진 엄마는 루오카가 불편을 느끼거나 하지 않도록 '신기한 카드'를 주고서, 루오카 또래가 가장 좋아하는 '엘릭서 가게'가 즐비한 곳에서 마음껏 쇼핑할 수 있도록 선물을 해준 것인데, 정작 루오카는 그 카드가 전혀 달갑지 않았다. 그래서 아무도 찾을 수 없는 깊은 숲속의 늪에 들어가서 그 '신가한 카드'를 버렸던 것인데, 그게 마침 카오루의 손에 들어갔던 것이다. 과연 두 소녀에게는 앞으로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전형적인 일본의 '마법 소녀'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지만, 전혀 지루한 느낌은 없다. 더구나 '판타지 동화'속에 마법 아이템이나 마법 주문 따위를 소개하며 다양한 굿즈(?) 판매까지 완비하고 있어서 일본스럽구나 싶을 정도지만, 구태의연한 상술과는 상관 없이 '이거다!'하는 느낌적인 느낌이 있는 법이다. 앞으로 펼쳐질 두 소녀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벌써부터 소녀 독자들의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느낌이 들곤 한다. 그럼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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