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세스 에메랄드 3 - 소중한 보물을 찾다 이사도라 문 시리즈
해리엇 먼캐스터 지음, 심연희 옮김 / 을파소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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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세스 에메랄드 3 : 소중한 보물을 찾다>  해리엇 먼캐스터 / 심연희 / 을파소 (2025) [원제 : Emerald and The Lost Treasure(2024)]

[My Review MMCLII / 을파소 20번째 리뷰] '이사도라 문' 시리즈에서 또 하나의 작품이 나왔다. <마녀 요정 미라벨>에 이어 <프린세스 에메랄드>로 이야기를 확장시킨 것이다. 왜 확장이란 표현을 썼냐면 '이사도라 문' 시리즈는 기본적으로 '요정에 관한 이야기'인 탓에 숲이 울창한 깊은 산속이거나 너른 들판을 배경으로 한 '육지'였지만, 이번 시리즈에서는 '인어'가 주인공인 덕분에 아주아주 깊고 넓은 바닷속을 배경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야기의 배경이 '바다'이기 때문에 확장이란 표현이 어울릴 것 같았다.

우리의 주인공은 '에메랄드 공주'다. 하지만 애초의 주인공이었던 '이사도라 문'과 친구였던 인어는 다름 아닌 '마리나'여서 직접적인 연결점이 없었다. 하지만 해리엇 먼캐스터 작가가 <프린세스 에메랄드>를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시점에 등장했던 <이사도라 문, 인어와 헤엄치다> 편에서 에메랄드가 등장하면서 이사도라 문 시리즈의 새로운 이야기 바통을 이어받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이사도라 문' 이야기가 종결된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공간적 배경이 되는 무대를 '바닷속'으로 확장시키기 위해서 새 캐릭터를 만든 것으로 짐작한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는 '바다'를 소재로 해서 이야기할 것이 정말 많기 때문이다. 앞선 이야기에서 언급했던 '해양 쓰레기'나 '미세 플라스틱' 문제는 점점 심해지고 있으며, 이런 속도로 바다환경을 오염시켜 버린다면 인간은 말할 것도 없고 모든 지구생명체들의 절멸을 불러올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지금 전세계 정치, 경제, 종교, 민족을 위시한 국제사회의 갈등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지금 당장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정도로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는 각계 각층의 전문가들이 한 목소리로 '위기 상황'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 그 증거이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심각한 것이 바로 '환경오염'으로 인한 지구생태계가 아주 빠르게 파괴되고 있다는 것이다. 해양쓰레기는 점점 늘어나고 있고, 일본 핵발전소 오염수는 지금도 멈추지 않고 '방류중'에 있다. 하나 뿐인 지구를 이렇게 오염시켜 나간다면 과연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체가 위협을 받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느냔 말이다.

그렇다면 이런 심각성을 매일 '경고'하고 기분 나쁘고 암울한 소식만을 계속 이야기하면 이런 문제가 진정 해결될 수 있을까? 물론, 위기 경고도 중요하고, 듣기에 기분 나쁘지만 '있는 사실, 그대로'를 숨김 없이 '보여주기'하는 것도 꼭 필요한 법이다. 그러나 그런 '팩트'만으로 해결되진 않는다. 사람들은 '비극'보다 '희극'을 보며 소망을 빌고, 꿈과 낭만을 보여주어야 희망을 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필요하다. 이를 테면, 쓰레기 무단 투기로 더러워진 골목길을 깨끗하게 만들기 위해서 CCTV를 설치하고 법적 처벌을 하겠다는 '경고'보다는 골목길 분위기를 화사하게 바꾸고 담장에 꽃과 같은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넣는 것으로 '쓰레기 무단투기'를 하지 않게 만들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지금 우리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아름답고 낭만적인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번 <프린세스 에메랄드 3>에서는 에메랄드와 학급의 친구들이 바닷속 쓰레기를 주우면서 깨끗하게 청소도 하고, '재활용품'을 구분할 수 있는 수업을 하다가 해초 사이에 엉켜있는 귀여운 곰인형 버티를 주웠다. 에메랄드는 곰 인형이 너무 귀여워서 갖고 싶었다. 하지만 그 곰인형에게는 이미 '주인'이 있었다. 육지에서 살고 있는 '잭'이라는 이름의 소년이었다. 그리고 그 소년이 적은 듯한 메시지도 함께 적혀 있었다. '이 곰 인형을 주운 사람은 꼭 돌려주세요'라고 말이다. 에메랄드도 소중히 여기는 '불가사리 인형'이 있었기 때문에 인형을 잃어버린 잭의 마음을 너무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인어가 '육지'에 올라갈 수는 없었다. 왜냐면 물밖에서 숨을 쉬는 것까진 할 수 있어도 '다리'가 없어서 걸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인어의 피부는 물밖에서 오래 견딜 수가 없었다. 너무 건조해지면 비늘이 벗겨지고 심하면 갈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육지에 사는 잭에게 인형을 돌려줄 방법도 없었다.

그러다 떠올린 좋은 방법이 있었다. 바로 마리나의 친구인 '뱀파이어요정 이사도라 문' 말이다. 그 친구에게 부탁을 하면 곰 인형을 잭에게 돌려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서둘러 편지를 써서 갈매기 편에 보내 이사도라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렇게 해서 이사도라 가족은 다시 한 번 바닷가로 찾아와 '마리나와 에메랄드'를 만나게 된다. 그런데 이 때 이사도라 문만 온 게 아니었다. 이사도라의 사촌언니인 '마녀요정 미라벨'도 함께 온 것이다. 그리고 에메랄드의 사정을 듣고 난 뒤에 '함께' 잭을 찾아보자는 제안을 하게 된다. 왜냐면 미라벨은 마녀이기 때문에 요정보다 더 강력한 마법을 부릴 줄 알기 때문이다. 비록 미라벨이 부리는 마법이 서툴기도 하고 실패를 하는 경우도 많아서 '불안정'하긴 하지만 말이다. 그 때문에 미라벨에게는 늘 '말썽꾸러기'라는 수사가 따라 붙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만큼은 큰 실수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성공한 마법으로 인해 '인어들은 새로운 모험 이야기'를 펼칠 수 있었다. 과연 어떤 마법을 부렸던 것일까?

이사도라 문 시리즈의 주인공들이 총 출동한 이번 이야기는 '스케일'도 컸지만, 던지는 '메시지'도 결코 가볍지 않다. 우리가 일상에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인형'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소중한 보물로써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아주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에 누구나 '애착 인형' 하나쯤은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그 인형을 정말 소중히 여기는 어린이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에서도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캐릭터 곁에 항상 '존재'하는 동물이나 인형 캐릭터가 등장한다는 사실도 잘 아실 것이다. 이건 어린이 애니메이션의 '기본 공식'처럼 지켜지고 있는 규칙인 셈이다. 이건 어린이들에게 '깜찍하고 귀여운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거듭 확인시켜 주는 셈이다. 그런 소중한 존재를 '잃어버렸을 때' 느끼는 상실감은 엄청날 것이다. 이럴 때 어른들은 '새 인형'을 사주는 것으로 대신하려 들지만, 그 방법이 잘 먹혀 들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예로 들기에도 끔찍한 일이지만, 부모에게 소중한 자녀를 잃어버렸다고해서 '또 다른 자녀'로 대체할 수 있겠느냔 말이다. 그 상실과 아픔을 위로 받기도 전에 '새로운 대체품(?)'으로 무마시키려는 방법은 정말 끔찍한 일이니 함부로 그러지 말았으면 싶다. 그 슬픔과 고통이 가라앉을 때까지 한없이 달래주는 것이 먼저란 얘기다. 어린이들에겐 정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보물일테니 말이다.

그리고 그 소중한 보물을 원래 주인에게 되찾아주는 여정은 아주 큰 감동을 선사한다. 현실에서는 쉽게 찾을 수 없는 정말 낭만적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버려진 물건은 먼저 주운 사람이 임자다'라는 건은 전세계적인 불문율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의도치 않은 불상사로 '잃어버린 물건'과 함부로 '버린 물건'을 같은 취급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니 '임자 없는 물건'일지라도 함부로 가지거나 하기 전에 '원래 주인에게 되돌려 주려는 노력'을 꼭 해야 할 것이다. 그런 노력이 귀찮고 힘들다면 차라리 '있던 그 자리'에 그냥 내버려두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원래 주인도 '버린 물건'이 아니라면 '찾으려는 노력'을 분명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배려는 우리 대한민국이 세계 최고로 잘 하고 있다. 이런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일상'에서 펼쳐지고 있다는 얘기다. 임자 없는 물건을 탐내지 않고, 잃어버린 사람에게 되돌려 주는 배려 깊은 행동을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는 것에 전세계인이 감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낭만적이고 이름다운 이야기가 일상이 되는 상상만으로도 즐겁지 않은가. 우리 모두가 꼭 만들어야 할 미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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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도라 문, 눈꽃 축제에 반하다 이사도라 문 시리즈 18
해리엇 먼캐스터 지음, 심연희 옮김 / 을파소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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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도라 문, 눈꽃 축제에 반하다>  해리엇 먼캐스터 / 심연희 / 을파소 (2025) [원제 : Isadora Moon And The Frost Festival(2023)]

[My Review MMCLI / 을파소 19번째 리뷰] 아름답고 낭만적인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화려한 축제'를 무척 좋아한다. 하지만 30세 이후로 가본 적이 없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도 봄이면 '유채꽃 축제', 가을이면 '코스모스 축제'를 개최하고 마지막날 밤이면 어김없이 불꽃놀이로 하늘을 수놓고 있지만, 참가한 적은 한두 번이 고작이다. 20대까지는 '남자친구'하고 밤새 술을 마시며 돌아다니기도 했지만, 서른 살이 넘어가니 남자들끼리 화려한 축제를 찾아다니며 낭만을 즐기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 되었기 때문이다. 참가한 사람들의 대부분은 '젊은 연인들'이고, '부부동반'이거나 '자녀들의 손을 잡고' 나선 이들이었기 때문이다. 그속에서 '중년 남성'이 무리(?)를 지어 다니는 모습은 정말이지 꼴불견 가운데 베스트라는 것을 자각하고 난 뒤에는 축제를 멀리하게 되었다. 그저 먼 발치에서 '저곳은 아름답겠구나'하는 정도로 달래고 있을 뿐이다. 올 겨울도 '여우목도리' 장만하지 못했고, '토끼같은 자녀'랑 손잡고..쿨럭쿨럭..난 글렀다.

<이사도라 문> 시리즈가 어느 사이에 '확장'이 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마녀 요정 미라벨>(2020)과 <프린세스 에메랄드>(2023)가 '이사도라 문'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왔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다. 빠른 시일 내에 읽고 리뷰를 쓰긴 하겠지만, 언제나 그렇듯 '장담'은 못한다. 물론 '빠른 시일'이라는 것에만 해당하고, '리뷰'는 꼭 쓴다. 실제로 몇 년 뒤가 될지라도 말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는데, 먼저 '내 주머니'가 그리 넉넉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간'이 나올 때마다 바로바로 사서 읽을 처지는 못 된다. 그나마 몇 년 전까진 '리뷰어 선정'을 하는 책에 무진장 공을 들여서 엄청나게 많은 책을 빠르게 리뷰할 기회라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인스타그램'을 통하지 않고서는 신간 리뷰어가 될 기회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왜 인스타그램이 중요하냐고? 내가 '페이스북(메타)'에는 글을 올리지만 '인스타그램'에는 글을 올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쓰지 않다보니, '신청할 기회'마저 거의 박탈(?) 당한 듯한 기분이 든다. 그래서 예전처럼 다시 '도서관 대출'을 통해서 책을 빌려보는 통에 '신간 리뷰'를 거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이사도라 문>시리즈도 도서관에 비치된 책이거나 '대출 가능'해야 겨우 리뷰를 올리고 있는데, 어린이 인기도서이다보니 대출순서에서 밀리고, 도서관이기에 '최신간'이 비치되기까지는 적어도 반 년 가까이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그렇다면 '대형서점'이라도 발품을 팔았는데, 나이가 드니 그것도 힘에 부치는 요즘이다. 정말 한창때는 '반디앤루스'나 '종로서적', '영품문고' 등지에서 바닥에 기대 앉아서 신간을 읽는 낭만을 즐겼는데...그것도 이제는 옛 추억이 되었다.

뭐, 그렇다고 해서 '내 리뷰'를 고대하시는 분들도 없는 마당이니 '리뷰한다'는 약속조차 나 혼자만의 다짐일 뿐이다. 매년 300편의 리뷰를 다짐하지만, 늘 그 언저리에서 그치고 마는 것도 크게 실망할 것이 없다. 그저 '나와의 약속'을 어겼다는 자책을 할 뿐이고, 내년에 기필코 300편의 리뷰를 완성하리라는 새로운 다짐을 하며 '자기합리화'를 할 뿐이다. 내 주변에는 '내 리뷰'를 읽어주는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가족도 읽지 않고, 친구들도 '그래, 썼구나'라는 정도라서 그저 나 혼자만 책 읽고 리뷰 쓰는 '별종 취급'을 받을 뿐이다. 그나마 '블로그 지인분들'께서 간간히 읽어주시고 좋아요와 댓글을 달아주실 뿐이다. 정말이지 그분들마저 없었다면 '리뷰'는 쓰지도 않고 '독서'만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폭발적(?)인 인기는 없다. 그건 내 리뷰가 그리 큰 가치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종종 남기는 리뷰도 '혼잣말같은 리뷰'를 쓰곤 한다. 책의 줄거리도 무시하고, 나 혼자만의 '사고의 흐름'에 따라,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을 위주로 끄적거릴 뿐이다. 그 정도로도 내 기억속엔 '책의 내용'이 다 기억나기 때문이다. 그 기억이 가물가물해질 즈음에 다시 읽고 했던 습관이 어릴 적부터 있었는데, 그 습관을 대신해서 '리뷰'를 쓰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래서 2회차, 3회차 리뷰의 경우에 앞서 쓴 리뷰와 완전 다른 리뷰를 쓰는 것도 그 때문이다. 나는 '같은책'으로 10번의 리뷰를 쓰라고 하면 완전 다른 10편의 리뷰를 쓰기도 하니까 말이다.

이런...또 샛길로 빠져버렸다. 이 책 <이사도라 문, 눈꽃 축제에 반하다>는 겨울 축제를 맞아 엄마의 자매인 '겨울요정'의 마을축제에 초대를 받아 참석하게 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사도라의 아빠는 뱀파이어고, 엄마는 요정인데, 더 정확하게는 '여름 요정'이라서 꽃을 피우게 할 수 있는 마법을 부릴 수 있다. 하지만 엄마의 자매는 '겨울 요정'이기에 꽃이 아니라 '눈꽃'을 만들 수 있는 요정이다. 그래서 이사도라네 가족은 좀처럼 구경하기 힘든 '겨울풍경'을 배경으로 화려한 눈꽃 축제에 초대를 받아서 한껏 들뜬 상태다.

먼 여행을 마치고 드디어 참석하게 된 '눈꽃 축제'는 정말 경이로웠다. 온세상을 하얗게 덮어버린 눈으로 이루어진 풍경에 아름다운 감탄사를 늘어 놓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눈꽃 축제장은 정말이지 넓고 또 넓었다. 이사도라네 가족이 하루종일 돌아다녀도 모든 놀이기구를 탈 수 없고, 모든 매장을 다 구경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축제에 참석한 요정들도 엄청나게 많았다. 이렇게나 많은 이들로 분비는 '혼잡한 장소'에서 흔히 일어나는 사건은 무엇일까? 한 가지 힌트를 더 첨가하자면, 가족이 함께 참석한 축제 현장이다. 맞다. 길을 잃어버린 '미아 사건'이다.

나 어릴 적인 70~80년대만해도 어린이 미아 건수가 상당히 많았다. 베이비부머 세대인 탓도 있어서 '어린이의 수'가 많은 반면에 그 많은 어린이를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은 그리 많지 않았던 탓에 해마다 어린이날이나 크리스마스 같은 축제가 많은 날에는 '미아보호소'에 어린이들이 넘쳐났고, 길을 잃은 어린이를 보호하고 있거나, 그런 어린이를 찾는다는 '방송'이 쉴 새 없이 이어지곤 했다. 그리고 정말 불행한 일이지만 그런 '미아 사건'이 어린이 유괴 사건이나 사망 사건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종종 발생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어릴 적의 기억은 정말 많은 사람들의 틈바구니에서 엄마아빠의 손에 이끌려 이리저리 끌려다니기 바빴던 것만 기억이 날 정도다. 놀이동산, 동물원, 남산 타워, 전국 각지의 국립공원 등등 정말 많은 장소가 떠오르긴 하는데, 뭘 제대로 보거나 재밌게 즐겼던 기억보다 정말 사람이 많아서 '줄'을 길게 서서 기다리거나 겨우 찾아낸 '나무 그늘 아래'서 김밥 서너 개 먹은 것만 기억날 뿐이다. 하도 엄청난 인파에 휩쓸리다보니 집에 갈즈음에는 파김치가 되어서 귀가하는 차편에서 잠이 들었다가 깨고 나면 아침이었다는 기억만 남아 있을 뿐이다. 낭만을 좋아하는 내게 이런 기억은 정말이지 낭만적이지 않은 기억일 뿐이었다.

그런 탓에 이사도라도 '눈꽃 축제' 현장에서 그만 부모님께 떨어져서 길을 잃고 만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이사도라가 나쁜 행동을 했기 때문은 아니었다. 아이스링크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겨울 요정에게 반해서 넋을 잃고 바라보다가, 그 겨울 요정이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점등식 행사'에 쓰일 별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알고 함께 잃어버린 별을 찾아나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록 '선행'일지라도 축제와 같이 혼잡한 장소에서 부모님과 떨어질 경우에는 반드시 '행선지'를 알리거나 '동행자'가 누구인지 먼저 알려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부모님이 이사도라가 길을 잃어버린 것으로 착각을 하고 걱정이 앞서서 다른 일을 다 제쳐두고 이사도라를 찾아나설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아닌 게 아니라 이사도라의 엄마아빠도 이사도라를 만나지 못해 찾아나선 길이었다. 하지만 너무도 혼잡한 축제 현장이었기에 찾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요즘 같이 '스마트폰'이 대중화 되었고, '길찾기 앱'이나 '위치추적'이 가능한 앱이 스마트폰에 깔려 있기 때문에 아무리 혼잡한 곳일지라도 예전처럼 길을 잃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정말 급박한 상황이라면 '전화통화'를 시도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럼에도 어린이들은 사람이 많이 붐비는 혼잡한 장소에 갈 때는 반드시 '부모님과 동행'하고, '손을 꼭 잡고' 있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특히 볼거리가 많은 축제에서는 잠시라도 한 눈을 팔거나 넋이 나갈 정도로 흠뻑 빠진 상태에서 부모님이나 친구들과 떨어지게 되는 경우가 흔히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끔찍한 사고라도 발생할 수 있으니 절대로 '흩어지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더구나 외국 여행중에 그런 일이 발생했다면 더욱더 큰 일이다. 대한민국처럼 치안이 잘 된 나라가 몇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외국이나 이국적인 장소에서는 절대로 '흩어지는 일'을 방치하면 안 될 것이다.

이런 '안전 교육'을 어린이책으로 할 수 있다는 점에 고마움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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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도라 문, 전학생과 다투다 이사도라 문 시리즈 17
해리엇 먼캐스터 지음, 심연희 옮김 / 을파소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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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도라 문, 전학생과 다투다>  해리엇 먼캐스터 / 심연희 / 을파소 (2024) [원제 : Isadora Moon and The New Girl(2023)]

[My Review MMCXLVI / 을파소 18번째 리뷰] 어린이들 가운데 유독 '낯선 환경', '낯선 사람'에 대해 낯을 가리는 경우가 있다. 나도 어릴 적에 꽤 심한 편에 속했는데 어른이 되어 산전수전 다 겪었는데도 낯을 심하게 가린다. 그래서 사람들이 나와 친해진 뒤에 깜짝 놀라곤 한다. 첫 인상은 과묵한 편이고 때론 무서운 사람처럼 보이는데 말문이 트이고 나면 그렇게 '수다쟁이'일 수가 없다면서 말이다. 심지어 유머러스하고 애교도 많...쿨럭쿨럭

이번 에피소드는 이사도라가 다니고 있는 학교에 새로운 '전학생'이 온 것이다. 이사도라는 특히 반가웠다. 자신도 '뱀파이어 학교'와 '요정 학교'에서 적응을 하지 못하고 '인간 학교'에 와서 새 친구들과 어렵사리 친해졌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로 온 전학생은 그런 어려움 없이 어서 친해지고 싶다는 마음에 다가갔는데, 전학생은 가르릉거리며 발톱을 날카롭게 세우고 냥냥펀치로 공격하는 고양이처럼 다가오는 모든 친구들을 향해 날선 반응을 보였다. 심지어 반친구들이 하는 행동 하나하나를 비난하고 비아냥거리면서 삐딱선을 타는 모양새가 너무 꼴보기 싫을 정도였다. 그렇게 전학생과 데면데면 굴고 있었는데, 담임선생님이 그 전학생과 '같은 모듬'으로 짜서 함께 과제를 해오라는 숙제를 내주셨다. 그런데 전학생은 그 모둠에서마저 이사도라와 다른 친구에게 '싫은 소리'만 하면서 결국 과제는 '따로따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펼쳐지게 되었다. 그러다 결정적으로 이사도라를 비롯해서 다른 친구들이 '좋아하는 인형'과 이야기를 나누며 반친구들에게도 자랑을 하는 자리에서 그 전학생은 차마 '해서는 안 되는 말'을 하고 말았다. "넌 어린애도 아닌데 아직도 인형을 갖고 다녀?"라고 말이다. 이사도라를 비롯해서 다른 친구들 모두 '인형'을 좋아했고, 무척 애착을 갖고 스스럼없이 학교에서도 함께 수업을 듣고 있었는데, 전학생에 의해서 졸지에 모두 인형이나 갖고 노는 철없는 어린애가 되고 말았던 것이다. 이사도라는 이 말을 듣고 눈물이 핑 돌 지경이었다. 분홍 토끼 인형의 슬픔은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그래서 이사도라는 분홍 토끼 인형을 위로하기 위해서 '인형 파티'를 열기로 했다. 파티의 주인공이 '분홍 토끼'인 셈이다. 그리고 파티를 연다는 사실을 반친구들에게 알려주니 모두들 기뻐하며 자신의 인형을 데리고 참석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새로 전학 온 '에이미'라는 전학생에게도 파티에 초대를 하려고 했는데, 에이미는 그 사이에도 친구들에게 미운 소리만 하면서 투덜거리고 있었다. 그래서 이사도라는 생각을 했다. '인형 파티'에 에이미를 초대하면 분명 파티 분위기를 망치게 만들고 말 거라고 말이다. 그래서 초대 이야기를 꺼내지도 않았다. 하지만 다른 친구들에게는 모두 이야기를 했는데 에이미에게만 초대 이야기를 하지 않은 것 때문에 마음이 불편했다. 그래서 엄마에게 조언을 구했더니,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초대를 하라고 말씀하셨다. 에이미에게도 '기회'를 줘야 하고, 파티에 초대조차 하지 않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다음에 또 만난 에이미는 못된 말만 골라하면서 다른 친구들의 기분 따윈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굴었다. 한마디로 밉상이 된 것이다. 그래서 인형 파티의 초대장을 결국 건내 주지 않고 말았다. 그런데 우연히 에이미가 자신만 초대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눈치 챘는지 무척 서운해 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늘상 주머니에 깊숙이 두 손을 찔러 넣고 있었는데, 그날 따라 더 깊숙이 찔러 넣은 듯이 보였다. 도대체 에이미는 왜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일까?

누구에게나 말 못할 비밀 하나쯤은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더구나 그 비밀이 '전학을 오게 된 것'과 연관이 있다면 더욱더 그럴 수밖에 없다. 물론 '비밀'은 아무도 모르는 게 좋다. 굳이 밝혀져서 부끄럽거나 비난을 받을 일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리고 그 비밀을 감추고 있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 큰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이라면 굳이 '비밀'을 밝힐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에이미는 너무 못되게 굴고 있다. 에이미에게 예쁘다거나 신고 있는 신발이 세련되었다는 칭찬을 하는데도 툴툴거리며 내뱉는 말이 정말 싸가지 없게 느껴질 정도였다. 더구나 친구가 하는 말을 무턱대고 믿지 못한다고 말하고 '거짓말쟁이'로 몰아가는 것을 보면 정말이지 성격이 나쁜 아이처럼 오해를 받아도 할 말이 없을 정도다. 이전에 학교에서 어떤 일을 당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새로 전학 온 학교에서 반친구들에게 아무런 이유도 없는 비난을 해대는 것은 너무 무례한 일이기도 하고 말이다. 과연 에이미에게는 어떤 비밀이 감춰져 있는 것일까?

우리는 '받은 대로 되돌려 주는 것'을 공정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가장 오래되었다는 함무라비 법전에도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간단한 법을 정해 모든 사람들에게 공평무사함을 전달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너무 끔찍하지 않은가? 상대가 나에게 '상처'를 주었다고 나도 똑같이 '상처'를 내야 속이 시원하다면 그 속에서 사는 사람들은 과연 행복할까? 물론 당장에 '복수'해줬다는 생각에 기분이 풀릴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아픈 만큼 상대로 아파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편하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면 아파하고 있는 상대가 언제 또 다시 나에게 복수를 해올지 알 수 없어 두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복수는 복수를 낳을 뿐, 진정한 해결을 위해선 오직 용서뿐이다'라는 말도 있는 것이다. 일단 용서를 하게 되면 상대가 복수할 거라는 두려움을 잠재울 수 있다. 그리고 용서를 한 나는 상대적으로 '선한 행동'을 한 셈이라 '도덕적 우위'를 점할 수 있다. 혹시라도 상대에게 용서를 했는데도 또다시 복수를 감행한다면 그 사람은 '나쁜 사람'으로 사회적 낙인이 찍히고 말 것이다. 그리고 사회구성원들은 모두 의견을 모아 '나쁜 사람'을 응징하려 들고, 힘을 모아서 더는 '나쁜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섣불리 '복수'를 하기보다는 통 크게 '용서'를 하는 행동이 훨씬 더 이득이 되는 셈이다. 물론 '힘의 균형'을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만 가능한 이야기다. 만약 힘의 불균형이 현저한 상황이라면 '강자'에게 당한 '약자'가 용서를 하는 행위는 아무런 효용이 없게 된다. 왜냐면 약자가 감히 강자에게 복수를 할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시 에이미의 '나쁜 행동'을 다시 곰곰이 생각해보자. 에이미는 왜 밑도 끝도 없이 반친구들의 호의를 무시하고 못된 말과 행동으로 반친구들에게 상처를 주는가 말이다. 혹시 이전에 다니던 학교에서 '몹쓸짓'을 당한 것은 아닐까? 그래서 '상처'를 이미 많이 받고 있는 불안한 상태였고, 새로 온 학교에서 모든 게 '낯선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채 툭하고 튀어나온 말과 행동이 '못되게 나온 것'은 아닐까? 자신이 받은 상처로 인해 아픈 상황인데, 그 아픔을 혼자서 감내하지 못하고 아무 것도 모르는 친구들에게 '무차별 공격'을 한 것은 아닐까? 그런 자신에게 실망하고 새 친구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갖고 있지만, 이전에 받은 상처가 너무 커서 새 친구들에 대한 믿음이 굳지 못해서 '무차별 공격'을 거두지 못하고 계속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히 의심스럽다.

하지만 이런 '추론'을 하기엔 초등학생 수준으로 너무 복잡하고 어렵다. 그저 직감적으로 눈치를 챘을 예리한 친구들이 있을지는 몰라도, 속마음을 얘기하지 않는 친구의 속사정까지 빠삭하게 알아챌 도리는 없는 셈이니까 말이다. 이럴 때 가장 좋은 방법은 '허심탄회한 대화'다. 자신의 허물까지 속시원히 말 할 수 있는 대화의 장으로 초대하는 것이 가장 좋다. 하지만 '말을 물가까지 끌고 올 수는 있어도, 억지로 물을 마시게 할 수는 없다'는 속담도 있지 않은가. 에이미가 굳게 다문 입을 열게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지혜는 '강한 힘'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따뜻한 마음'에 사르르 녹여내는 것이라는 사실도 알 필요가 있다. 과연 굳게 닫아 건 전학생 에이미의 마음을 활짝 열게 할 방법은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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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도라 문, 인어와 헤엄치다 이사도라 문 시리즈 16
해리엇 먼캐스터 지음, 심연희 옮김 / 을파소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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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도라 문, 인어와 헤엄치다>  해리엇 먼캐스터 / 심연희 / 을파소 (2023) [원제 : Isadora Moon Under The Sea(2022)]

[My Review MMCXLV / 을파소 17번째 리뷰] 제목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이번에도 '인어 마리나'가 등장해서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마리나가 이사도라를 초대해서 '바닷속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에피소드를 진행하는데, 놀랍게도 '마리나'가 주인공이 아니었다. 또 다른 인어 '에메랄드 공주'가 등장하게 되는데, 이 인어가 앞으로 <이사도라 문> 시리즈를 이어 <프린세스 에메랄드>라고 하는 또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이 책을 읽은 뒤에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미 또 하나의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바로 <마녀 요정 미라벨>도 있었다.

이렇게 놓고 보면, 해리엇 먼캐스터 작가의 소설은 '혼혈'을 소재로 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이끌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홈페이지 주소에 'uk'라고 적혀 있는 것을 보면 '영국 작가'인 듯 싶다. 다른 작품도 많은 것 같으니 기회가 닿으면 죄다 읽어볼 작정이다. <이사도라 문> 시리즈가 얼마 남지 않아서 후딱 읽고 마무리를 지으려고 했는데, 혹 떼려다 혹을 더 붙이고 만 셈이 되었다. 내가 이래서 리뷰어 활동 20년 만에 '읽을 책 목록'만 산더미처럼 늘어나고 말았다. 암튼,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지고 말았는데, 해리엇의 작품 세계 가운데 <이사도라 문> 시리즈에서 파생된 작품들은 뱀파이어요정이나 마녀요정과 같은 종족 간의 '혼혈'을 다루고 있거나, 인어 공주 델피나의 아빠와 에메랄드의 엄마가 '재혼'을 했기에 에메랄드도 평범한 인어였다가 새아빠가 인어 세계의 왕이었기 때문에 새로 공주가 된 것이다. 뭐 자세한 이야기는 <프린세스 에메랄드> 시리즈를 통해서 이야기 하도록 하겠다.

이처럼 '혼혈'을 이야기의 소재로 삼은 것은 영국 사회가 '다인종 다문화 사회'이기 때문일 것이라 짐작한다. 요즘 같은 세계화가 무르익은 시대에 어느 나라든 '다문화 사회'가 아닌 나라가 없겠지만, 영국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는 별칭으로 불릴 정도로 제국주의 시절에 전세계에 식민지를 거르렸었고, 현재도 '영연방 국가(과거에 영국의 식민지였던 나라들이 독립하여 세운 국가)'들과 친목을 다지며 잘 지내고 있다는 사실에서 '소설과의 유사점'을 착안할 수 있겠다. 그리고 <이사도라 문> 시리즈에서 이렇게 다양한 종족들이 별다른 갈등도 없이 사이좋게 지내며, 심지어 '인간이 아닌 존재'가 '인간'과도 잘 어울리며 지낸다는 설정이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영국이 과거에 저지른 '나쁜 행위'를 무마하기 위해서 '과도한 설정'을 하고 허물을 애써 덮고 '포장'하기에 급급했다는 비판을 하고 싶지는 않다. 내가 그런 비판을 할 정도로 '영국의 역사'를 세세히 알고 있지 못하고, 영연방국가들의 외교 관계에 대해서도 빠삭하게 알고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사도라 문> 이야기의 큰 장점은 '큰 갈등' 없이 밋밋한 이야기만 늘어놓는 것 같지만, 그 평화로움(?) 속에서 오히려 '더 큰 감동'을 얻게 되는 장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소소한 행복의 소중함' 말이다. 별다른 일도 발생하지 않고, 사건이라고 해봐야 크게 문제 삼을 것도 없는 아주 작은 소동들이 벌어질 뿐이지만, 아직 작고 어린 '이사도라 문'에겐 심각한 문젯거리로 보일 수도 있다. 이를 테면, 오래된 성으로 견학을 갔는데 '꼬마 유령'을 만나서 즐겁게 놀았다는 이야기 말이다. 학생 신분으로 '체험학습'이라는 목적을 외면하고 '딴짓'을 하다가 작은 소동을 마주친 것인데, 그마저도 뱀파이어요정이기 때문에 유령을 보고도 인간처럼 놀라거나 기절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정말이지 밋밋하고 싱겁기 그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작은 소동에서 어린이독자들은 '소중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꼬마 유령이 늘 외롭게 지내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꼬마 유령은 간간히 찾아오는 인간들과 친구가 되고 싶어서 '나타났을' 뿐인데, 인간들은 유령이 나타났다며 기절하고 도망가기 바빴다. 그런데 이런 사실 뒤에는 '꼬마 유령이 무척 외로웠다'는 사실이다. 놀래키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고, 그저 함께 놀고 싶었던 것 뿐이다. 이런 사실을 발견한 어린이독자들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자신의 주변에 '꼬마 유령'처럼 홀로 외롭게 지내는 친구는 없는지 찾아보지는 않을까? 해리엇 먼캐스터 작가는 바로 이런 이야기를 쓴다. 아마도 '다문화 사회'가 일상으로 펼쳐지는 영국에서 모두가 함께 잘 살기 위해서는 '나와 다른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들의 목소리'에 경청하는 자세가 소중하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지 않은가?

이번 에피소드에서도 '재혼 가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새아빠의 딸 델피나 공주와 새엄마의 딸 에메랄드가 재혼을 해서 '새로운 가족'이 형성되었다. 더구나 새아빠가 인어 세계의 왕이기 때문에 이번 재혼으로 새엄마는 '왕비'가 되었고, 에메랄드도 '공주'라는 신분을 새로 받게 된 것이다. 물론 에메랄드에게는 '친아빠'가 살고 있다. 그리고 친아빠의 새여자친구도 있고 말이다. 꽤나 복잡한 구조를 이야기하는 것이 해리엇 작가의 특색인 듯 싶지만, 그런 복잡한 구조가 '큰 갈등'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지는 않다. 그런데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바로 '에메랄드'와 '이사도라'의 갈등이 크게 부각 되었다. 에메랄드가 심한 장난을 치고 성격도 이상하게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델피나 공주와 사사건건 부딪히는 장면이 연출되었고, 델피나와 친한 마리나는 델피나를 위로하면서 에메랄드를 이상한 성격의 소유자로 몰아붙이기까지 한다. 마리나가 초대한 이사도라도 영문도 모른 채 '이상한 행동'만 일삼는 에메랄드를 전혀 이해할 수 없어 그저 '못된 아이'로 오해하고 말이다. 그러다 파티가 끝나고 모두가 잠든 한밤중에 에메랄드가 혼자 울고 있는 소리를 듣게 된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이사도라는 에메랄드를 위로해주게 되고 둘은 '이상한 사건(?)'에 휘말려 깜깜한 바닷속으로 모험(?)을 떠나게 되는데...

어린이에게 어른들의 세계는 정말 이해하기 힘들다. 특히 '이혼과 재혼'이라는 제도는 어린이들에게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올 뿐이다.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이 뒤바뀌는 일'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분명 '아빠와 엄마'는 있는데, 더는 '함께 살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첫 번째 충격을 준 것으로 모자라, 본 적도 없는 낯선 사람을 '새아빠와 새엄마'로 불러야 한다고 두 번째 충격을 준다. 그리고 세 번째 충격은 '본 적도 없는 형제자매'가 새가족이랍시고 등장하는 것이다. 물론 이 모든 것을 천천히 진행되고 아이가 직접 '선택'하게 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해주기도 하지만, 대개는 돌발상황처럼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재빨리 처리해버리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 과정은 어린이에게 정말 감당하기 힘든 충격일 뿐이다. 에메랄드의 경우가 바로 이렇다. 엄마와 아빠가 왜 헤어지는 결정을 한 것인지 이해하기도 힘들었을 텐데, 엄마에게 새아빠라는 존재가 등장하고, 아빠에겐 새여자친구가 등장한다. 에메랄드는 졸지에 두 명의 아빠와 두 명의 엄마가 생기는 셈이다. 그리고 엄마가 낳지 않은 형제자매를 받아들여야 하고, 엄마가 낳은 형제자매라도 아빠는 다른 '씨 다른 형제자매'다. 또한 아빠쪽에서도 '본 적도 없는 형제자매'를 받아들여야 할 수도 있고, 새엄마가 낳은 형제자매도 엄마가 다른 '배 다른 형제자매'를 인정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쯤 되면 머리가 돌아버릴 지경이지 않은가. 그런데 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에메랄드, 본인'은 너무나도 혼란스러운데 어른들은 나름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잘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혼란 상태가 지속되면 어린 자녀는 어른들에 대한 '배신감'을 느끼고 '불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해리엇 작가의 작품속에서는 '이런 복잡한 일련의 사건'은 싹 사라지고, '복잡한 구조'만 남아 혼란스러움을 전해주지만, 그 속에서 나름의 평화와 소소한 행복을 찾아내며 아름다운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이것이 해리엇 작가만의 매력 포인트라고 할 수 있겠다. 어린이 독자들도 해리엇 작가의 이런 점을 좋아하는 것은 아닐까? 복잡한 어른들의 세계에서 탈출해서 '아름다운 요정과 놀라운 뱀파이어가 함께 어울어져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곳에서 포근함을 느끼고, 그 속에서 소소한 행복감을 찾아내어 마음의 평안을 얻고 따뜻해진 마음을 만끽하게 해주는 즐거움을 맛보고 있는 것은 아닌 지 새삼 느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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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도라 문, 마법 수두에 걸리다 이사도라 문 시리즈 15
해리엇 먼캐스터 지음, 심연희 옮김 / 을파소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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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도라 문, 마법 수두에 걸리다>  해리엇 먼캐스터 / 심연희 / 을파소 (2023) [원제 : Isadora Moon Gets The Magic Pox(2022)]

[My Review MMCXLI / 을파소 16번째 리뷰] 이사도라 문이 학교에 '땡땡이'를 쳤다. 까닭인 즉슨, 다음주 월요일에 '수학시험'을 볼 거라고 선생님께서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물론, 수학을 좋아하는 학생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변명일 것이다. 나도 수학을 좋아했던 학생이었기에 이런 이유가 이해는 되지 않았지만, '주목'받는 것은 무척 싫어했기 때문에 수업시간에 의자에서 일어서는 것조차 힘들어 했던 기억은 있다. 특히, 날짜를 기준으로 '호명'을 하던 선생님이 있으면 그냥 그 이유만으로도 싫어했다. 내가 좋아하는 과목 선생님일지라도 말이다. 그래서 내 번호가 42번이었으면 끝자리가 2일인 날은 그냥 학교에 가기 싫은 기분이 되곤 했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구구단 시험'을 보겠다는 선생님 말씀에 이사도라는 기겁을 하고 '땡땡이'를 결심하게 된다. 뱀파이어 학교에서도, 요정 학교에서는 '구구단 시험'을 봤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뱀파이어요정'인 자신이 구구단을 잘 할 까닭이 전혀 없다는 결론에 다다른 이사도라는 그런 맘을 갖게 된 것이다.

그래서 '마녀 요정'인 미라벨에게 전화를 걸었다. 장난스런 마법을 즐겨하는 미라벨이라면 학교를 땡땡이 치고 싶을 때 쓰기에 딱 좋은 '장난 마법'을 많이 알고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예상은 적중했다. 미라벨은 그럴 때를 대비해서 이미 많은 장난 마법을 알고 있었고, 그 가운데 세 가지 마법을 이사도라에게 알려줬지만, 이사도라는 그 가운데 가장 말썽이 덜 날 것 같은 '마법 수두' 작전을 시도하고자 했다. 그렇지만 정작 실제로 마법을 사용할 마음은 없었다. 단지 '알고만 있어도' 언제간 쓸 수 있을 거라는 생각 때문에 안심이 될 것 같아 미라벨에게 가르쳐 달라고 했던 것이다. 하지만 미라벨은 이사도라가 말은 그렇게 해도 결국엔 쓸 거라고 알고 있었다. 모르면 몰라도 '알고' 있는데 하지 않기는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어린이라면 이 말의 뜻이 무엇인지 금방 알 것이다. 암튼 이사도라는 '알고만' 있겠다는 마법 수두 비법을 결국 실행하고 만다. 그것도 너무 많이 말이다. 그래서 자기 얼굴에만 발라서 '마법 수두'만 걸린 것처럼 보여주고 싶었는데, 결국엔 더 커다란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쓰고 남은 '마법물약'을 그냥 풀숲에 쏟아서 버려버리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 마법물약이 살아있는 생물에게 닿기 시작하자 일은 점점 겉잡을 수 없이 커져 버리고 마는데...

학창시절에 땡땡이 치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가졌을 것이다. 막상 땡땡이를 치고 나면 '별다른 일'을 할 것도 없고, 애써 둘러댔던 거짓말 때문에 오히려 '집안'에만 꼼짝없이 갇혀서 재미나게 놀지도 못하고 심심한 나날을 보낸 경험도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왕따 문제'나 '집단 괴롭힘' 같은 심각한 문제로 인해서 학교에 가기 싫은 '심각한 사건'도 종종 발생하고는 하지만 말이다. 암튼 예전과는 완전히 다른 학창시절을 경험하고 있는 요즘 어린이들에게 어른들이 큰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성을 느끼곤 한다. 그러니 학부모의 '과거 경험'에만 비춰서 어린이들의 고민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고 들면 안 될 것이다. 부모와 자녀 사이에 관심도 많이 가지고, 대화도 많이 나눠서 더 큰 사고가 일어나지 않게 미연에 방지하는 것도 꼭 필요한 일이다.

어쨌든, 이사도라는 '수학시험'을 보지 않기 위해서 꾀를 부리다 된통 더 큰 사건을 일으키고 말았다. 그런데 왜 이사도라는 '수학시험'을 싫어했던 것일까? 이사도라는 자신이 '뱀파이어요정'이기 때문에 수학시험을 잘 보지 못할 것이라고 단정 짓고 있다. 하긴 미국에서는 '구구단'을 특별히 외우지 않고, "2 곱하기 4는?", "정답은 8" 이런 식으로 '긴 문장'을 노래도 아닌 대화하는 형식으로 공부한다고 한다. 물론 여기에 '곱셈 요령'을 미리 파악하고 2x4는 2+2+2+2라는 식으로 '2를 4번 더하는 것'과 같은 값을 가진다는 식으로 이해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가르친다고 한다. 우리 나라도 '같은 방식'으로 곱셈구구를 가르치지만, 이런 이해를 하기도 전에 선행학습으로 '구구단'을 달달 외워서 학습을 진행하고 있어서 무척 빠른 진도를 나간다고 한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에 '큰 수'를 개념이해 시키기 위해서 100이라는 숫자를 가르치려면 '매일 하나씩' 25명의 학생에게 병뚜껑을 가져오게 한 뒤에 교실 한 켠에 쌓아두게 하면서 4일째 되는 날에 100이라는 숫자가 완성 되었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게 하는 수업을 선생님이 진행한다고 한다. 그렇게 40일 동안 모으면 '한 학기동안' 1000이라는 큰 수도 배울 수 있다고 한다. 이런 방식으로 1000이라는 숫자를 '여러 묶음'으로 나누면서 수를 가지고 배울 수 있는 학습을 실제로 '체감'하는 수업으로 차근차근 진행한다는 교습법을 듣기도 했다.

마치 <죽은 시인의 사회>에 나오는 키팅 선생님처럼 말이다. 문학 수업이지만 교실에서 나가 교정을 '각자의 걸음'으로 걸으며 '자신만의 특징'을 파악하고 잘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파했다. 교과서에 나온 문학을 '천편일률적인 지식습득'으로 대신하고, '대입시험에서 고득점을 받는 것'을 지상목표로 설정하는 교육은 출세에 도움이 될지는 몰라도 자기 자신에게는 아무짝에도 쓸데가 없는 '죽은 지식'이라고 말이다. 그래서 각자 나름의 깨달음을 얻고, 그것을 실현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학생의 본분이며, 학교는 그런 교육을 시킬 의무가 있는 것이다. 그러니 '구구단'같은 간단한 학습을 시킬 때에도 어린이들이 '수학의 개념 이해'를 넘어 '곱셈의 원리'로 세상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을 '최고의 목표'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물론 그것 말고도 가르쳐야 할 것이 정말 많은 선생님들에겐 너무 강도 높은 숙제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야기가 딴 데로 샜는데, 암튼 이사도라는 자신이 '구구단'을 잘 하지 못할 거라는 잘못된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실제로 해보지도 않고서 말이다. 이건 아주 잘못된 일이다. 뱀파이어라서, 요정이라서, 여자라서, 세상에서 할 수 없는 일은 단연코 없다. 물론 '힘든 일'이 될 수는 있겠지만, 하기에 힘든 일과 아예 할 수 없는 일은 엄연히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런 선입견은 절대로 가지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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