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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도라 문, 휴가를 즐기다 이사도라 문 시리즈 11
해리엇 먼캐스터 지음, 심연희 옮김 / 을파소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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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도라 문, 휴가를 즐기다>  해리엇 먼캐스터 / 심연희 / 을파소 (2021) [원제 : Isadora Moon Goes on Holiday]

[My Review MMXCV / 을파소 12번째 리뷰] 어린이책을 읽으며 논술수업을 준비하다 보면 늘 두 가지를 주의 깊게 살펴보기 마련이다. 첫째는 '재미'다. 물론 어른을 위한 수업도 재미가 없으면 수업의 효과는 반감이 되고 만다. 하지만 어린이들은 '재미가 전부다'. 모든 수업은 '재미'가 없으면 시작도 할 수 없고, 아무리 좋은 수업 목표를 잡았다고 하더라도 말짱 꽝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수업에 집중할 수 있는 재미난 책을 고르고 또 고르지만, 문제는 또 하나가 있다. 바로 책의 주제가 어린이들에게 딱 들어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어린이도 깊이 공감하며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바로 잡기 위한 의지를 불태울 수 있게 하느냐가 관건인 것이다. 그래서 둘째는 다름 아닌 '교훈'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좋은 교훈이라도 '교장선생님 훈화'처럼 한 귀로 듣고 한 귀를 흘려버려서는 안 된다. 그렇기에 어린이도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주제가 담긴 어린이책을 골라야 비로소 논술수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재미와 교훈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책이 무엇일까? 다름 아닌, <이사도라 문, 휴가를 즐기다>다. 이 책의 재미는 벌써 11번째 시리즈라는 점만 보아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다. 흔히 하는 말로 "한 번도 안 읽은 어린이는 있어도, 딱 한 권만 읽은 어린이는 없다"는 책이 바로 '이사도라 문' 시리즈다. 이번에는 오랜만에 이사도라의 가족 모두가 즐거운 휴가를 떠나게 되었다. 그것도 온 가족이 공짜로 비행기를 타고 해변을 낀 호텔로 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여름, 바닷가, 그리고 아름다운 호텔! 이 정도면 최고의 여름 휴가 아니겠는가? 나는 모솔이라 가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지..쿨럭쿨럭

자, 그럼 이렇게 완벽한 낭만이 가득한 '휴양지'에서 이사도라 문이 마주하고, 어린이들에게 심어줄 '교훈'은 과연 무엇일까? 그걸 밝히기에 앞서 이사도라 문은 바닷속에서 이미 만났던 '인어 친구'를 다시 만나게 된다. 오랜만에 다시 만난 둘은 마법 소라의 도움을 받아 바닷속에서도 숨을 쉴 수 있게 된 이사도라와 마음껏 수영을 즐기며 신 나는 시간을 보내게 되는데, 그때 도움이 필요한 바다거북을 만나게 된다. 온 몸에 그물을 휘감고서 옴짝달싹하지 못한 채 마지막 숨을 몰아쉬고 있는 가엾은 바다거북을 발견한 것이다. 이사도라와 인어 친구는 서둘러 그물을 끊어버리고 바다거북을 살려내지만, 조금만 늦었다면 어떤 광경을 보게 되었을까? 상상하기도 싫은 장면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이쯤 되면 어린이들이 마주할 '교훈'이 무엇인지 감이 오지 않는가? 바로 바다에 함부로 버려진 어마어마한 양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로 이 책의 주제다. 지금도 태평양 한가운데 커다란 섬처럼 이리저리 떠다니는 '쓰레기섬'에 관한 뉴스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물론, 이 책에는 그런 '정보'가 담겨 있지는 않다. 그러나 논술수업을 준비할 때는 그런 '최신뉴스'도 함께 곁들여서 배경지식으로 쌓을 수 있어야 한다. 인간이 바다에 버리는 쓰레기 양이 얼마나 많으면 그 광활한 태평양 한가운데 '쓰레기섬'이 만들어졌겠느냔 말이다. 그것도 한 개가 아니라고 한다. 지금까지 보고된 것만 해도 3개나 된다고 하고, 지금 이 순간에도 점점 커지고 갯수가 더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쓰레기섬은 왜 생겨난 것일까? 그건 인간이 쓰레기를 엄청나게 버린다는 사실로 결론 내릴 일이 아니다. 왜냐면 '썩지 않는 쓰레기'를 함부로 버린 결과가 이런 재앙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바로 '플라스틱' 말이다.

그럼 '쓰레기섬'을 발견했으니 치우고 없애버리면 될 일 아니겠는가? 어차피 '쓰레기'로 만들어졌으니 불태워버리면 깔끔해질 수도 있겠다. 그러나 쉬운 일이 아니다. 플라스틱을 함부로 태우면 어떤 결과를 낳겠는가? 바로 '유독 가스(다이옥신)'가 대기에 그대로 방출될 것이며, 거대한 섬 크기를 불태운다면 그 유독 가스의 양도 어마어마할 것이다. 그리고 그 유독 가스를 아무런 조치도 없이 흡입한 '생태계의 생물들'은 아주 적은 양만으로도 죽음에 이르게 될 것이다. 그럼 불태우지 않는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수거'해서 안전하게 처리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막대한 비용'이 든다는 점이 단점이다. 그리고 그 막대한 비용을 어느 나라가 치뤄야 할까? 한두 국가가 해결하기에는 천문학적인 비용이라 감당할 수 없을테고, 전세계가 모두 합심해서 그 비용을 대야만 할 것이다. 그런데 전세계가 얼마씩 걷어야 할지 논의하는데만 수 년이 걸릴 것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쓰레기섬을 수거해서 치우려는 의지도 없어서 결국엔 토론만 하다가 아무런 성과 없이 흐지부지 끝낼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렇다고 아무런 대책도 없이 방치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일까? 그렇지 않다. 썩지 않고 바다에 그대로 방치된 플라스틱 쓰레기의 운명은 결국 '미세 플라스틱'이 되어 모든 생태계 생물의 몸속으로 돌고 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엄마의 뱃속'에 있는 태아까지도 미세 플라스틱을 품고 있다고 한다. 왜냐면 엄마가 섭취한 음식에 포함된 '미세 플라스틱'이 태아에게까지 전달된 것이라는데, 그게 아무런 문제도 일으키지 않으면 좋겠지만, 크기가 작은 태아일수록 상대적으로 '미세 플라스틱'조차 미세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정말 운이 좋아야 한다고도 한다. 그렇다면 엄마가 '해양의 음식'을 섭취하지 않으면 안전할까? 안타깝지만 바닷속 플랑크톤까지 이미 미세 플라스틱이 점령했고, 그 플라크톤을 섭취한 물고기를 바닷새가 먹고, 바닷새가 싼 똥이 육지를 오염시켰고, 육지에서 자란 풀에 미세 플라스틱이 함유되어 있으며, 그 풀을 뜯어 먹은 초식동물과, 그 초식동물을 잡아 먹은 육식동물에 이르기까지 미세 플라스틱이 없는 곳은 존재하지 않을 정도다. 맞다. 이미 '대기중'에도 미세 플라스틱은 가득 찼다. 그래서 호흡하는 것만으로도 우리 몸속에 들어와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그 '쓰레기섬'에 이미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을 정도란다. 그 섬에 쥐떼도 살고 있으며, 그 플라스틱 섬은 둥지 삼아 온갖 작은 해양생물들이 서식하고 있어, 그 쓰레기섬을 주변으로 수많은 생물종들이 살아가고 있단다. 더 최악인 것은 그 '쓰레기섬'이 햇볕에 그대로 노출되어서 자연스럽게 파괴되고, 분해되어 '미세 플라스틱'이 점점 늘어나고, 그 안의 생태계를 통해서 점점 더 짙게, 점점 더 광활하게 오염되고 있단다. 이쯤 되면 벌써 재앙 수준으로까지 위험수위가 올라간 상태다. 이런 상태인데도 세계 각국은 아무런 조치도 하고 있지 않다. 지금도 어업활동을 통해서 버려지는 '해양 쓰레기'는 바닷속과 저 깊은 해저까지 차곡차곡 쌓이고 있으며, 태풍과 홍수로 인해서 육지에 방치되었던 '쓰레기'들이 한꺼번에 바다로 밀려와서 그대로 환경오염을 시키고 있다.

그런데 아주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 책 <이사도라 문, 휴가를 즐기다>에서도 해결 방법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고사리손 같은 어린이들이 직접 나서서 말이다. 바로 이사도라 문 가족과 인어 친구의 가족들이 힘을 합쳐서 '해변 호텔 앞'에다 바닷속 쓰레기를 건져다 쌓아 놓은 것이다. 이렇게 쌓아 놓은 엄청난 양의 쓰레기산을 보면서 무엇을 깨달으면 좋을까? 우리 어린이 친구들은 이미 그 해답을 알고 있다. 문제는 어른들이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럼 우리 어린이들이 커서 어른이 되면 '해결'할 수 있을까? 우리 어린이들은 기발한 아이디어로 분명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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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도라 문, 무대에 오르다 이사도라 문 시리즈 10
해리엇 먼캐스터 지음, 심연희 옮김 / 을파소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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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도라 문, 무대에 오르다>  해리엇 먼캐스터 / 심연희 / 을파소 (2020) [원제 : Isadora Moon Puts on a Show(2019)]

[My Review MMLXXXIV / 을파소 11번째 리뷰] 뱀파이어 무도회가 열린단다. 이사도라 문의 아빠가 무척 기대하는 행사이기도 하다. 1년 중 가장 밤이 긴 달밤에 개최되는 무도회인데, 올해는 무척 특별하다. 바로 아빠의 딸 이사도라가 처음으로 참가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기 때문이다. 더 특별한 까닭은 올해는 '개기 월식'이 있는 '붉은 달'이 뜨는 밤이기 때문이다. '레드 문'이라고도 불리는 개기 월식은 '지구의 그림자'가 달을 완전히 가리는 때에 일어나는 천문현상이다. 이때는 달의 고도가 가장 낮기도 하고, 밝게 떠오르는 보름달이 가장 낮게 뜨는 바람에 서양 사람들은 가뜩이나 으스스한 기분이 드는 달밤인데, 한밤중에 그 달이 점점 가려져서 흐릿하게 보이니 더 으스스한 분위기를 자아낸다고 한다. 하지만 태양에 비해 지구가 턱없이 작기 때문에 '반그림자'에 의해서 완전히 빛을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흐릿하게 보이는 현상일 뿐이다. 그래서 부분적으로 가려질 때보다 완전히 가려졌을 때 '더 붉게' 빛나 보인다.

이런 달밤이니 뱀파이어들이 무도회를 연다고 해도 지나친 상상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저러나 '레드 문'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사도라 문'이 더 중요하다. 난생 처음 참가하는 '뱀파이어 무도회'인데, 그 대회에 참가한 뱀파이어들은 '무대' 위에 올라 장기자랑을 하는 것이 전통이라는 설명에 이사도라는 흥분 반, 걱정 반 상태에 놓이게 된다. 아빠와는 달리 '뱀파이어 요정'인 이사도라가 가장 잘하는 특기는 '발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사도라는 뱀파이어 무도회에서 '발레 공연'을 보여주려 했는데, 아빠는 뱀파이어들은 그런 공연은 좋아하지 않는다고 칼로 자르듯 단호하게 조언하자 이사도라가 걱정을 하게 된 것이다. 이런 이사도라는 안중에도 없이 아빠는 자신이 어릴 적에 했던 장기자랑을 자랑 삼아 늘어놓았다. 200명이나 되는 관중 앞에서 아빠는 뾰족한 이빨을 잘 닦는 요령을 보여줘서 상을 탔다는 이야기를 말이다.

오, 정말이지 안 될 말이다. 이사도라는 그런 공연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래서 다른 장기는 없냐고 물었더니, 아빠는 수백 년의 전통을 지닌 가문의 보물을 꺼내더니 이사도라에게 건내준다. 바로 '머리빗'이었다. 그 빗으로 머리카락이 흩어지지 않게 잘 빗으면 뱀파이어들이 자신에게도 깔끔하게 머리카락을 정리하는 비결을 물어 올 것이라며 자랑을 늘어놓았다. 뱀파이어들은 원래 깔끔한 몸단장을 좋아하기 때문이란다. 이제 이사도라는 체념을 했다. 뱀파이어 무도회에서 '발레 공연'을 보여주었다간 망신을 당할 것만 같았다. 그래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아무런 공연 준비도 하지 않고, 할 의욕도 잃어버리고 말았다. 이빨 닦기나 머리 빗기 따위는 연습할 필요도 없는 공연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무도회 날이 되었지만, 이사도라는 어깨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뱀파이어 요정인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가장 자신 있는 것은 '요정'처럼 우아하게 무대를 누비는 발레 공연이었지만, 아빠의 말씀대로라면 뱀파이어들은 그런 공연을 절대 좋아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으리으리한 무도회장에서 우연히 아라민타라는 여자아이가 '발레 복장'을 하고 계단에 앉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 여자아이도 '발레'를 좋아하는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뱀파이어들이 발레를 싫어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계단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모양이라고 이사도라는 짐작했다. 하지만 그 아이는 놀랍게도 아빠가 '인간'인 뱀파이어 휴먼이란다. 그리고 '인간'처럼 아름답게 발레 춤을 추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고 한다. 그렇게 둘은 우연히 만나서 '사고'를 칠 계획을 짠다. 뱀파이어들이 아무리 발레 공연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도, 자신들이 사랑하는 '발레'를 보여주겠다고 말이다. 까짓 것, 최악의 상황이라 할지라도 즐겁고 신 나는 '발레 공연'을 보여줄 뿐이고, 이사도라와 아라민타는 아름다운 춤을 보여줄 것이기 때문이다. 자, 이제 무대 위에서 공연이 시작되었다. 아라민타와 이사도라는 모든 뱀파이어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 최고의 발레 공연을 보여주었다. 과연 관중들의 반응은 어떠했을까?

가끔은 '자신의 재능'이 아무 것도 아니라는 생각에 의기소침해질 때가 있다. 열심히 준비했고, 최선을 다했지만, 다른 이들의 반응이 뜨뜨미지근한 경우도 간혹 마주 하게 된다. 그럴 때에는 어떡해 해야 할까? 엉엉 울면서 무대를 망쳤다고 속상해 해야만 할까? 아니면, 자신의 존재 가치가 아무 것도 아니라고 한탄을 해야 할까? 그렇지 않다. 그럴 필요도 없다. 자기만의 재능은 온전히 자신의 것이기에 아주 소중하다.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 '인정'을 받으면 가치가 높아지고, '비난'을 받으면 가치가 낮아지는 것이 결코 아니다. 왜냐면 '나만의 재능'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세상에서 유일한 것이기 때문이다. 단 하나밖에 없기에 '특별하다'고 할 수도 있다. 그 특별함을 아직 인정받지 못했다면, 그들이 아직 재능을 이해하기에 부족한 것일 수도 있다. 아니면 '인정'을 받기에 자신의 실력이 조금 미흡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니 자신만의 특별한 재능을 좀 더 갈고 닦을 필요가 있고, 특별한 재능이니만큼 다른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주는 방법도 있다. 때론, 펼쳐보인 재능 때문에 '비난'을 받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건 '특별한 재능'이긴 하지만, 남들 앞에서 보여주기 민망하거나 부적절한 재능일지도 모른다. 그럴 때에는 '특별한 재능'을 남들 앞에서 함부로 보여주어선 안 된다. 거듭해서 비난을 받는다면 더욱더 그렇다. 정말 그렇다면 '비난 받는 이유'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아야만 한다. 그리고 부적절한 부분을 '고쳐서' 다시금 재능을 뽐내면 된다.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재능'을 결코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이다. 재능에 '자신감'을 더하면 재능이 더욱 돋보이게 될 것이다. 만약 '부적절한 재능'이라서 비난을 받았다면, 부적절했음을 솔직히 사과하고, 적절하게 고쳐서 재능을 펼칠 수 있어야 한다.

또 하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아무런 가치가 없는 재능은 없다'는 것이다. 재능은 그 자체로 축복이다. 잘하고 못하고는 '노력의 문제'이고, '실력'은 갈고 닦으면 반드시 오르기 마련이다. 그러니 어떤 재능이라도 마음껏 뽐내며 자랑으로 삼으면 된다. 이때 비로소 '자존감'이 우뚝 서게 된다. 이사도라가 뱀파이어 요정으로서 발레 공연을 뽐낸 것처럼 말이다. 다른 뱀파이어가 좋아하든 싫어하든 그건 절대 중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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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도라 문, 파자마 파티를 하다 이사도라 문 시리즈 9
해리엇 먼캐스터 지음, 심연희 옮김 / 을파소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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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도라 문, 파자마 파티를 하다>  해리엇 먼캐스터 / 심연희 / 을파소 (2020) [원제 : Isadora Moon Has a Sleepover (2019)]

[My Review MMLXXXII / 을파소 10번째 리뷰] 오랜만에 '이사도라 문 시리즈'를 다시 읽었다. 이 책으로 논술수업을 하던 여자아이가 당시 초등학생이었는데,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했으니 말이다. 딱히 독서논술 수업을 하기에 좋은 책은 아니었으나, 요즘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주제가 '나다운 것을 감추지 말고 당당히 드러내라!'이기에 퍼뜩 떠오른 어린이책이 바로 '이사도라 문 시리즈'였기 때문이다. 사실 이사도라 문도 '감추고 싶은 비밀'이 있었다. 바로 '뱀파이어 요정'이라는 사실이다. 아빠가 뱀파이어, 엄마가 요정으로 이사도라 문은 아빠와 엄마의 반반이 섞인 혼혈이다. 그래서 뱀파이어처럼 재빠르고 정확하지도 못하고, 요정처럼 아름답고 우아하지도 못해서, 그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한 외톨이 신세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장점은 있는 법! 뱀파이어 요정이기 때문에 뱀파이어들과 달리 '마법지팡이'를 쓸 줄 알고, 요정과 달리 '남다른 감각'을 뛰어나게 쓸 줄 안다. 그래서 이쪽 저쪽에서도 반쪽이 취급을 당하던 이사도라 문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줄 줄 아는 인간들'이 다니는 학교를 선택해서 쭉 다니게 된다. 그리고 당연히 '인간 친구들'도 많이 사귀게 되었고 말이다. 왜냐면 평범한 인간들에 비하면 '이사도라 문'은 할 줄 아는 것이 너무 많은 다재다능한 친구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재능이 많은 이사도라 문은 수많은 시리즈에서 다양한 사고를 터뜨리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번 <이사도라 문, 파자마 파티를 하다>에서는 학교에서 '케이크 만들기 대회'를 개최한다는 소식을 듣고, 친구들과 함께 최고의 '반짝반짝 케이크'를 만들기 위해서 힘을 모으게 되는데, 이사도라 문과 함께 케이크를 만들게 된 '조이'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기 위해서 조이네 집에 초대를 받게 되는데, 조이가 '파자마 파티'도 겸해서 하자고 제안을 하게 된다. 뱀파이어 요정이기에 인간들이 하는 '파자마 파티'를 해본 적이 없는 이사도라는 정말 해보고 싶은 모양이다.

그렇게 신 나게 파자마 파티를 하면서 조이네 엄마의 도움을 받아 '반짝반짝 케이크'도 완성하게 된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잘 만든 케이크였지만, '최고의 케이크'로 뽑히면 <반짝반짝 케이크> TV쇼 방청권을 부상으로 준다는 이야기에 욕심을 부리게 된다. 인간들에겐 금지된 '마법'을 살짝 부려보자는 제안을 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완성된 이사도라와 조이의 반짝반짝 케이크는 이름 그대로 '반짝반짝' 마법 케이크로 변신하게 된다. 마치 불꽃놀이가 케이크 위에서 펼쳐지는 것 같은 환상적인 아름다움이 가득하고, 보고만 있어도 감탄을 하게 되는 케이크였다. 이 케이크를 내놓기만 하면 <반짝반짝 케이크> TV쇼 방청권은 따논당상일 것이다. 하지만 이사도라는 양심에 찔렸다. 분명 다른 친구들도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케이크를 만들어서 가지고 나올텐데, 자신은 '마법'을 부린 케이크로 상을 타는 것은 마치 '가로채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이에게 이 '마법 케이크'말고, 우리끼리 열심히 해서 만든 '평범한 케이크'를 내놓자고 제안을 한다. 그리고 조이도 찬성을 하는데...과연, '반짝반짝 케이크 만들기 대회'에 출품된 케이크 가운데 1등을 차지할 케이크는 어떤 케이크일까?

세상에는 욕심나는 것들이 참 많다. 그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서 수많은 사람들은 각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물론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욕망을 충족하고자 하는 바람이 너무 커서 '반칙'을 하거나, '편법'을 사용하는 등등 '공정하지 못한 방법'을 써서 1등이 차지해야 할 상을 가로채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그렇게 차지한 '1등'이 과연 영광스러울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의 환호와 박수를 받을 만한 가치가 있을까? 또한, 겉으로는 기쁘고 즐겁겠지만 마음속까지 진정으로 기뻐하고 즐길 수 있을까? 아마도 그럴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공정하지 못한 방법으로 차지한 것이 기쁘고 즐겁고 영광스럽기까지 하다면 '악당'과 다를 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남다른 재능'도 자신의 것인 것은 사실이다. 허나 '공정한 경쟁'을 하기 위해선 '똑같은 기준/잣대'을 들이대고 '동일한 방법'으로 재능 경쟁을 해야만 한다. 이를 테면, 인간은 마법을 쓸 수 없는데, 뱀파이어 요정은 마법을 써서 1등을 차지한다면, 불공정한 경쟁을 한 것이다. 그래선 안 되는 것이다. 특히 친구 사이에서는 더욱더 그래선 안 된다. 특별한 재능으로 친구와 불공정한 시합을 한다면 정말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말 것이다. 그럼 이사도라와 조이가 만든 '반짝반짝 마법 케이크'는 어떻게 되었을까?

이 책 <이사도라 문 시리즈>는 상당히 소녀소녀한 동화책이기 때문에 씩씩한 남자아이들이 읽기엔 다소 어색한(?) 책이기도 하다. 책의 표지부터 안쪽 삽화까지 온통 분홍분홍하기 때문이다. 내용도 소녀들이 겪을 법한 사건들로 가득하기 때문에 여자어린이들에게 권하는 바다. 요즘 <케데헌> 같은 경우에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큰 인기를 얻고 있긴 하지만, 이 책은 아무래도 소년들은 읽기 힘든 면이 다분하다. 그래도 소녀감성의 견문을 넓히고 싶은 남자아이들이라면 도전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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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 과학자 프래니 3 - 투명 인간이 된 프래니 엽기 과학자 프래니 3
짐 벤튼 지음, 박수현 옮김 / 사파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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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 과학자 프레니 3 : 투명 인간이 된 프래니>  짐 벤튼 / 박수현 / 사파리 (2022) [원제 : Franny K. Stein, Mad Scientist #3: The Invisible Fran (2004)]

[My Review MMLXVI / 사파리 6번째 리뷰] 아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굉장히 강렬한 것들이다. 크기에서 압도하거나, 힘이 굉장히 쎄거나 미모가 아름다운 것 등이 바로 그런 것이다. 이런 성향은 누가 가르쳐준다기보다는 '그냥 아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눈길을 사로잡는 것이 반드시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분히 '상대적'이며 아이들마다 나름의 '개인적인 취향'이 다른 만큼 제각각이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아직 미성숙하다는 이유를 들어 '아이들의 취향'을 훗날 '돈벌이에 유리한 것'으로 만들어주려 애쓸 필요도 없고, 단지 '아이들이 좋아하는 성향'을 잘 캐치해서 아이들 스스로 마음껏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주는 것으로도 충분하다는 점이 굉장히 중요하다. 부모님들이나 선생님들 가운데 굳이 '경제적인 성공'이 아이들에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이 든다면, 부모 자신들이 재벌이 되어서 아이들을 '재벌 2세'로 만들어주는 것이 더 확실한 방법일테고, 선생님이 '경제적 지식'을 풍부하게 쌓아서 아이들에게 '올바른 투자방법'으로 어른이 되었을 때 창업자본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훨씬 더 안정적이고 바람직할 것이다. 그런 훌륭한 어른들(!)이라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경제적인 성공'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이 '자기만의 꿈'을 실현하는 것이라는 명백한 사실을 제대로 가르쳐야 할 의무가 있음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책 <엽기 과학자 프래니> 시리즈를 읽다 보면 '괴짜 주인공'이 등장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우려를 먼저 걱정할 수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엽기 과학자 프래니'의 말과 행동이 엉뚱한 정도를 넘어서 '상식적'으로도 해서는 안 될 일을 서슴지 않고 저지르는 모습을 엿보게 되기 때문이다. 이번 3편에서도 프래니는 학교 선생님의 수업시간에 '취미생활'에 대해서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다른 아이들은 '아일랜드 전통춤 추기', '예쁘디예쁜 쿠키 만들기', '희귀한 우표 모으기' 등의 취미생활을 발표했는데, 그런 아이들에게 프래니는 아주 엉뚱하다 못해 기괴하고, 심지어 때려부수기까지 하는 '엽기 과학'을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딴죽(?)을 걸었기 때문이다. 프래니 딴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엽기 과학'에 대해서 다른 친구들이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것에 대단히 의아해하고, 그 때문에 매우 속상해하기까지 한다. 프래니 마음 속에서는 지난 1편과 2편에서 프래니 자신이 보여준 활약(!)에 대해서 친구들이 감명 깊었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그런 기대와는 다르게 아이들은 프래니가 좋아하는 취미에는 별다른 관심을 보여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싫어하는 내색까지 비추는 모습에 짜증이 날 지경이었다.

그러다 묘수를 떠올렸는데, 프래니는 '카멜레온의 변신술(?)'에서 영감을 얻어 '투명인간'이 되는 약을 만들어서 직접 복용을 하였다. 프래니는 '엽기 과학자'였기 때문에 그런 일 정도는 아주 쉬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안정적(?)으로 투명인간이 된 프래니는 등교를 해서 학교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게 된다. 그리고서 '엽기 과학'에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친구들에게 다가가 '목소리'를 들려준다. 프래니가 투명인간이 되었기 때문에 실제로는 친구 곁에서 말을 한 것에 불과했지만, 아이들은 몸은 볼 수 없고 '목소리'만 듣고서, 그 목소리가 '자기 내면의 소리'라고 착각을 하게 되었고, 그 소리의 내용이 '엽기 과학을 좋아해야 한다'는 내용이었기에 친구들도 비로소 '엽기 과학'에 점점 빠져들게 되고 만다. 프래니로서는 정말 기분 좋은 일이었다. '엽기 과학'에 관심이 많아진 친구가 생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내면의 소리'를 듣고서 엽기 과학에 관심(?)이 생긴 친구들은 자신들이 '엽기 과학자'가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겉모양만 '엽기 과학자'가 되었을 뿐, 실제로는 '그럴 만한' 실력을 갖추지 못했다. 그런데도 '엽기 과학자의 흉내'를 내기 시작했는데, 마침 맞게 프래니가 자신의 취미인 '엽기 과학의 솜씨'로 만든 '머리 둘 달린 로봇'이 있었는데, 가짜(?) 엽기 과학자들이 그 로봇을 멋대로 '개조'하기 시작했다. 제대로 된 실력은커녕 '기초 지식'조차 없던 어설픈 엽기 과학자들이 손 본 로봇의 상태는 어땠을까? 한마디로 엉망진창이었다. 로봇은 엉뚱하게 작동되기 시작했고, 엉뚱한 일만 저지르더니 끝내 학교 이곳저곳을 엉망진창으로 망가뜨리며 다니기 시작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프래니는 비로소 '자신의 실수'를 깨닫게 되었다. 저마다 잘하는 것이 같을 수는 없고, 각자 잘하는 것을 열심히 할 때 가장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서 자신의 로봇이 엉망진창으로 만든 학교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은 프래니 자신밖에 없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그렇게 엉망진창 망가진 로봇이 학교를 더 많이 엉망진창으로 만들기 전에 막아낼 수 있을까? 혼자만의 힘으로 막을 수 없을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물론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속담이 있지만, 로봇에 대해서 아무 것도 알지 못하는 친구들이 과연 무슨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혹시 친구들이 '잘하는 것들'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과연 이번에도 프래니는 위기에 빠진 학교를 구해낼 수 있을까? 결말과 방법이 궁금하다면 직접 읽어보는 것이 좋다.

우리는 잘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을 아주 중요한 덕목으로 추켜세우곤 한다. 분명 맞는 말이다. '땀(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면서 어떤 분야든 잘 하는 사람(전문가)가 되기 위해서 '1만 시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굳게 믿고 있다. 하지만 이런 '땀'을 배신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 바로 별로 노력하지 않는 것 같은데 뛰어난 실력을 뽐내는 '천재'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노력 대신에 '뛰어난 재주'를 가졌기에 그저 '즐기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그리고 천재 정도면 '즐기는 것'이 맞긴 하다. 그렇다면 '노력'보다 중요한 것은 '즐기는 것'이랄 수 있다. 근데 즐기는 것은 '천재들의 특권'이 아닌가? 솔직히 이건 아니다. 굳이 천재가 아니어도 '즐기는 것' 정도는 누구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말하는 '열심히 하는 사람'보다 '좋아하는 사람'이 더 뛰어나고, '좋아하는 사람'보다 '즐기는 사람'이 훨씬 더 나은 성과를 거둔다는 이야기도 '즐기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하는 말이다. 그렇다. 자신이 잘 하는 것을 즐기면서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자세인 것이다. 그러면 굳이 천재가 아니어도 뛰어난 성과를 얻을 수 있다.

그렇기에 아이들에게 '노력'의 아름다움을 가르치되, 그 노력보다 더 중요한 것이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즐기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물론 아이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충분히 깨닫고 난 뒤에야 가능한 일이다. 자신의 소질이 무엇이고, 재능은 무엇이며,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잘 인지하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될 것이다. 그걸 깨닫기 위해서는 '친구들의 개성과 취향을 존중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내가 보기에 '시시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함부로 대하지 않고, 정말 좋아하고 잘 하는 것을 하고 있을 때 정말 즐거워하는 '친구의 표정'을 잘 캐치해야 자신이 잘 하는 것도 쉽게 찾을 수 있기 마련이다. 자신도 '그런 행복한 표정'을 짓게 만드는 일이 반드시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잘 모르겠어도 '친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친구들이 '어떤 일'을 할 때 행복한 표정,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 분명 힘들어 죽을 것처럼 지친 기색이 명백한대도 열정을 뿜뿜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감탄할테니, 이런저런 취미를 겪으면서 진정으로 자신에게 딱 맞는 일을 찾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엽기 과학자 프래니>를 읽으면서 정말 이런 깊은 생각까지 할 수 있을까? 앞서도 말했지만 아이들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흠뻑 빠져드는 '무엇'이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그것을 마음껏 즐기게 여건을 마련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아이들도 성장을 하면서 자연스레 '옥석'을 가리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왜냐면 각자 나름의 '견문'을 쌓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그런 '견문'과 '실력'을 갖추고 깊은 고민에 빠졌을 때,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다. 물론 아이들에게 도움을 줄 사람은 가장 가까이에 있는 부모님과 선생님 들이고 말이다. 그때 무슨 말을 하며 도움을 줄 것인가? 그저 '돈 많이 버는 방법'에만 골머리를 썩히고 있는 자신의 실패담(?)만 들려줄 것인가? 아니면 미약한 점이 없지 않지만 나름 '인생을 즐기면서 행복하고 보람 되게 살고 있는' 자신의 성공담(!)을 들려줄 것인가? 정답은 뻔하지만 '취향 존중'은 해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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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나라 오즈 - 완역본 오즈의 마법사 시리즈 2
L. 프랭크 바움 지음, 존 R. 닐 그림, 최인자 옮김 / 문학세계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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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마법사 2 : 환상의 나라 오즈>  라이먼 프랭크 바움 / 최인자 / 문학세계사 (개정판 2023 / 초판 2007) [원제 : The Marvelous Land of Oz(1904)]

[My Review MMLXIII / 문학세계사 5번째 리뷰] <오즈의 마법사>를 모르는 독자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 '뒷이야기'가 있다고 한다. 무려 13편이나 말이다. 그런데도 까맣게 모르고 있었던 까닭은 무엇일까? 솔직히 말하면 <오즈의 마법사 1편>만큼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회오리바람을 타고 우연찮게 '오즈'라는 신비한 나라에 도착한 도로시와 토토는 허수아비와 양철 나무꾼, 그리고 겁쟁이 사자와 함께 신 나는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인데, 이것이 참 재밌다. 딱히 교훈을 주는 내용도 없이 그저 신비하고 놀라운 이야기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이 책이 처음 쓰여진 게 1900년이라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다. 100여 년이 훌쩍 지난 지금 읽어도 재밌긴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당시의 어린이 독자들은 <오즈의 마법사>를 읽고 난 뒤에 어떤 느낌이었을까? 요즘처럼 '볼 거리'가 넘쳐나는 시절도 아니었기에 어린이 독자들이 '후속작'을 써달라고 작가에게 편지를 쓰고 또 썼단다.

그런데 정작 프랭크 바움이라는 작가는 <오즈의 마법사>의 뒷이야기를 쓸 생각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애초에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났기에 '하고 싶은 것'은 마음껏 하며 살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가 하는 일은 그리 잘 된 것이 없었단다. 그러다 아내와 장모의 권유로 글을 쓰게 되었는데, 그마저도 '어른들을 위한 쓴 책'들은 별로 인기를 끌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다 우연히 '마더 구즈(서양판 '옛날 옛적 이야기')' 책들이 좋은 반응을 얻어서 결국 <오즈의 마법사>까지 쓰게 되었고, 이게 대박을 터트린 셈이다. 그렇게 큰 성공을 거둔 뒤에 또다시 '어른책'을 몇 편 써냈는데,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했단다. 그러다 3년 뒤에 어린이독자들의 편지에 힘을 얻어서 <오즈의 마법사> 후속작을 기획했고, 이듬해에 2편에 해당하는 <환상의 나라 오즈>를 쓰게 되었단다. 바로 이 책이다. 어린이독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프랭크 바움은 죽는 날까지 '오즈 시리즈'만 쓰다 마지막 14권을 쓸 당시에 병원에서 지내고 있었으며, 마지막 책이 출간되는 것도 보지 못하고 죽고 말았다고 한다.

이렇게나 사랑받은 책들인데, 왜 우리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것일까? 이런 의문을 품고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그 까닭은 어렵지 않게 알아챌 수 있었다. 애초에 '후속작'을 쓸 생각이 전혀 없었기도 했지만, 더 이상의 '상상력'이 발현되지 않았기에 이런 졸작(?)이 탄생한 것이라고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뒷이야기'에 목말랐던 당시의 어린이들은 다시 시작된 '신비한 오즈 이야기'에 열광을 했고, 작가는 '떨어지는 영감'을 붙잡아 쥐어 짰지만 별소득이 없자 '독자들이 보낸 편지의 요구사항'을 참고(?) 삼아서 뒷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가는 느낌이 다분할 정도였다. 한마디로 '개연성 부족'이 몰입감을 많이 떨어지게 만든다.

이를 테면, 전편에서 '사기꾼'으로 밝혀진 오즈의 마법사에 앞서 오즈를 다스리던 왕이 있었고, 그 왕은 이미 죽었지만 그가 남긴 유일한 혈육인 '오즈마 공주'가 오즈의 적통 왕위승계자라는 이야기가 2편의 주된 줄거리다. 그런데 이야기의 시작은 난데 없이 '팁'이라는 소년이 등장한다. 그런 까닭에 주된 줄거리를 알기까지 소설의 중반부까지 모두 읽어야만 '핵심 이야기'에 겨우 돌입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기까지 '팁'이란 소년이 못된 마녀 몸비에게 노예처럼 억울하게 지내고 있었고, 그 마녀에게서 탈출을 감행하는데 하는 김에 '호박머리 잭'이라는 동료와 함께 떠나게 되는데, 이 호박머리 잭을 살아 움직이게 만든 것이 마녀 몸비라는 조금은 억지스런 상황으로 시작한다. 처음 읽는 독자라면 도대체 왜 그래야만 했는지 전혀 알 수도 없고,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사건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팁은 '위대한 마법사'가 살고 있다는 오즈로 떠나게 되고, 처음엔 뚜벅뚜벅 걷다가 힘이 들어서 말을 타고 달려가고 싶은데, '없던 말'을 구할 수 없으니 못된 마녀에게서 훔쳐낸 마법가루를 이용해서 '목마'를 하나 만들게 된다. 그리고 그 말을 타고 팀과 잭은 오즈로 향하는데, 허술하게 만들었기에 여러 가지 사건사고를 겪게 된다는 설정을 깔아놓았다.

대부분 이런 식이다. 전체적인 줄거리를 다 알고 있으면 '아하! 그래서 그랬구나' 싶은 내용인데, 처음에 읽을 때에는 이게 <오즈의 마법사> 시리즈가 맞기는 한가? 싶을 정도로 낯선 느낌이 든다. 그나마 1편에 나온 주인공인 허수아비와 양철 나무꾼이 합류하면서 이제야 비로소 '오즈의 마법사'가 맞구나 싶지만, 이미 이야기는 중반이 넘었다. 그리고 난데 없이 등장한 '소녀들'로만 구성된 군인들이 뜨개질 나무꼬챙이를 무기 삼아 오즈의 에메랄드 성을 점령하더니 우두머리 소녀인 '진저 장군'이 허수아비 왕을 내쫓고 새로운 '오즈의 여왕'으로 등극하고 만다. 졸지에 성을 빼앗긴 허수아비는 성을 되찾기 위해서 양철 나무꾼이 황제로 머물고 있는 뭉크킨 나라로 갔다가 성을 되찾으려 했지만 실패하고, 더 큰 힘을 얻고자 착한 마녀 글린다가 살고 있는 남쪽 나라로 찾아간다. 그곳에 도착해서 도움을 얻으려 했는데 '정식 왕위승계자'는 허수아비가 아니라 지금은 사라진 '오즈마 공주'의 살았는지, 죽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는 엉뚱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여기에 수긍한 허수아비와 일행들은 글린다와 함께 오즈의 성을 탈환하기 위해 떠나는데...결론부터 말을 하자면 결국엔 '오즈마 공주'를 무사히 찾아내고 오즈의 에메랄드 성의 주인으로 자리매김을 한다는 결말이다.

전편인 <오즈의 마법사>에서는 처음부터 확실한 목적이 있는 여행을 떠났다. 도로시는 고향인 캔자스로 돌아가는 소원을 이루기 위해서 위대한 마법사 오즈를 찾아나선다. 여행 도중에 만난 허수아비는 똑똑해지고 싶어서 위대한 마법사에게 '뇌'를 만들어 달라는 소원을 빌기 위해서였고, 양철 나무꾼은 인간이었지만 사랑하는 여인의 배신으로 인해 따뜻한 마음도 잃고 차가운 몸뚱이만 남게 되었기에 '심장'을 얻고 싶어서였다. 마지막으로 합류한 겁쟁이 사자는 '용기'를 얻기 위해서 오즈의 마법사를 찾아 여행을 떠난다. 이렇게 4명의 주인공들은 각각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서 머나먼 여행길을 떠났고, 숱한 위기와 신 나는 모험을 겪었지만 서로를 끈끈하게 이어주는 우정과 용기, 그리고 지혜를 펼치며 결국은 모두 바라던 소원을 이루게 되는 '해피엔딩'을 맞이한다.

그런데 후속작인 <환상의 나라 오즈>는 수많은 등장인물이 등장하지만 그들의 '목적'이 무엇인지 당최 알 수가 없다. 그저 '작가의 필요'에 의해서 급조 된 듯 합류하게 된 느낌마저 들기 때문이다. 서둘러서 오즈에 가기 위해서 '달리는 목마'를 만들어내고, 포위된 에메랄드 성에서 탈출하기 위해 '날으는 검프(사슴을 닮은 동물)'를 만들어 등장시키고, 에메랄드 성을 탈환하기 위해서 '글린다의 군대'가 동원된다. 애초에 허수아비가 잘 다스리고 있던 에메랄드 성을 빼앗은 '진저 장군'의 전쟁 목적도 허술하다. 빨래하고 설거지하는 것이 힘들고 하기 싫으니 에메랄드 성에 널려 있는 '에메랄드 보석'을 훔치러 수많은 소녀들이 모였고, 그런 소녀들을 이용해서 '진저 장군'이라 불리는 소녀는 허수아비를 내쫓고서 '여왕'으로 등극한 뒤에 오즈의 모든 남자들에게 여자가 하는 허드렛일을 강요하는 법을 만들고, 여자들은 예전의 남자들처럼 놀고 먹는 일을 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게 과연 '소녀들'이 전쟁을 일으킬 만한 정당한 명분이 되리라 보는가? 훗날 '글린다의 군대'가 동원되어 '진저 여왕'을 내쫓은 다음에 '오즈마 공주'가 정식 여왕으로 승계를 받은 뒤에 오즈의 남자들은 환호성을 외쳤단다. 더는 힘든 집안일을 하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란다. 그러면 오즈의 여자들은 어땠을까? 역시 남자들과 똑같이 환호했단다. 그 까닭은 남자들이 만든 '맛없는 음식'을 더는 먹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고, 여자들은 모두들 본래에 하던 '힘든 집안일'을 즐거이(?) 받아들이고 자신이 차린 맛있는 음식을 남자들과 맛있게 먹었단다. 이럴 거면 '전쟁'은 왜 한 것일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이라지만, 이건 좀...

이런 식으로 '개연성'이 매우 부족한 이야기가 계속 이어져서 솔직히 크게 감동을 받은 것이 없다. 100여 년 전 어린이들은 '환호'를 했을지 몰라도 21세기 어린이들은 그닥 '환호'할 것 같지 않다. 그럼에도 뒷이야기가 무려 12편이나 남았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본편보다 나은 속편은 아닌 셈이지만, 이렇게나 얼렁뚱땅 펴낸 '속편'은 나머지 12편을 위한 '서론'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하는 희망을 품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새롭게 등장한 오즈의 진정한 주인공 '오즈마 공주'가 어떤 일을 펼쳐낼지 궁금하기도 하며, 아직 재등장할 기회가 없었던 '도로시'와 '겁쟁이 사자'가 남았다. 그리고 허수아비와 양철 나무꾼이 펼쳐낼 모험이야기도 아직 제대로 펼쳐 보이지도 않았다. 그런 관점으로 '희망'을 걸어본다면 나머지 뒷이야기는 좀 더 다채롭게 이야기가 펼쳐질지도 모를 일이다. 뭐,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는 속담도 있지 않은가. 속은 김에 제대로 속아보려 한다. 남은 12편의 이야기도 좀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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