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마록 2 : 국내편 - 완결
이우혁 지음 / 엘릭시르 / 201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퇴마록-국내편>의 백미를 꼽는다면, 단연 '생명의 나무'와 '초치검의 비밀'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생명의 나무' 편은 드디어 퇴마일행 4명이 모두 힘을 합쳐 '악령의 힘'을 물리치는 대서사시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이었으며, '초치검의 비밀'에서는 퇴마사들의 능력이 더욱 빛을 발하며 각각의 개성이 확연히 드러나는 걸작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퇴마(또는 구마)의 힘은 '영능력자'마다 결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 힘을 합친다거나 도움을 준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쉽게 이해하려면, 무당이 굿판을 벌이며 한창 신들리는 대목에 이르러서 마침내 악령을 물리치려는 대목에서 누군가 찬송가를 부르며 주님을 찾는 성경구절을 외거나 찬송가를 목청껏 부른다면 서로의 힘을 북돋기는커녕 도리어 악령의 힘에 영력자들이 다치고 말 것이다. 그런 판국에 기공술 같은 '외공'을 다루거나 '검기'를 뿜어내며 귀신을 썰어버리겠다고 나선다면 홍수를 불로 막겠다며 횃불을 들고 설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이렇게 서로 다른 '유파'의 영능력자들에게 힘을 보태주는 '힐러'가 등장해서 나머지 영능력자의 힘을 더해주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한마디로 말도 안 되는 '어불성설'이 <퇴마록>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인 셈이다. 이렇게나 서로의 개성이 뚜렷한 서로 다른 퇴마사들이 한데 어울릴 수 있는 딱 한 가지는 바로 '악을 물리치는 힘'에 있지 않고, 악령조차 '구원의 대상'으로 삼는 따뜻한 마음에 있기 때문이다. 4명의 서로 다른 영능력자들의 힘을 한데 모을 수 있는 비결은 바로 여기에 있는 셈이다.

 

  퇴마사의 수장격인 박윤규 신부는 기이한 경험 때문에 늦은 나이에 가톨릭 신부가 되었으나 악령으로부터 가여운 사람의 영혼을 구원하는 '구마행위'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결국 엄청난 영능력을 얻었지만 그 힘을 인정받지 못하고 '파문'을 당한다. 그럼에도 박신부는 전혀 개의치 않고 더 많은 사람과 영혼을 구제하기 위해 퇴마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자 다짐할 뿐이다. 박신부의 영능력은 그리스도 신앙에서 말하는 '성령의 불꽃, 아우라'다. 대개는 박신부가 들고 다니는 '은십자가'에서 아우라가 뿜어져 나오지만 기도력을 발하면 온몸을 통해서 그 힘을 발휘하며, 자신 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들을 보호할 수 있을만큼 넓게 펼쳐낼 수도 있다. 아우라는 주로 악령을 제어하는 힘을 발휘할 뿐, '물리적인 타격'은 전혀 줄 수 없지만, 박신부의 아우라는 종종 악령뿐 아니라 영적인 힘이 실린 사물까지도 물리칠 수 있는 일종의 '보호막 구실'을 할 수도 있다. 심지어 승희의 도움을 받을 땐 아우라를 광폭으로 넓힐 수도 있고, 때때로 구체 형태로 뿜어서 내던질 수도 있다.

 

  기공술의 익힌 이현암은 '태극기공'을 홀로 익히다 주화입마에 빠져 죽을 고비를 맞았는데, 한빈거사를 만나 기이한 도움을 받아 주화입마에서 풀려나고 파사신검, 사자후, 부동심결을 익혔으나, 물귀신에게 죽임을 당한 여동생 현아를 구하지 못한 죄책감과 복수심에 불타서 무리하게 수련을 하다가 또 다시 주화입마를 당했는데, 또 다시 도혜스님의 공력을 받아 수십 년의 내공을 전수받게 되는 무술의 달인으로 등장한다. 이처럼 외공과 내공을 모두 갖춘 기인이 등장하기란 매우 어려운 법인데, 마침맞게 이현암에게도 아킬레스건과 같은 결점을 갖게 되었다. 바로 무리하게 고난도의 기공술을 익히다 꼬여버린 기혈 때문에 엄청난 내외공을 갖춘 고수임에도 겨우 상반신과 오른팔에만 기공을 모으고 뿜어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엉켜버린 기혈을 뚫기 위해 '해동밀교'의 도움을 받으러 갔다가 박신부와 주술의 신동 장준후와 만나게 된다.

 

  세상의 모든 주술을 다룰 수 있는 천재아이 장준후는 '해동밀교'의 수제자이자 유일한 전수자로 등장한다. 원래 밀교라는 것은 인도에서 유래하였는데, 그 뿌리는 '불교'와도 인연이 깊고, '도교'의 신선술과도 맥락을 같이 하며, 우리 토종신앙에 해당하는 '무당'의 모든 결을 한 몸에 흡수한 인재 중의 천재인 소년으로 등장하였다. 이 세 가지 유파는 공통적으로 '부적술'을 다루는데, 따라서 장준후는 동양의 모든 술법을 다룰 줄 아는 영능력자로 보아도 무방하다. 허나 불교과 도교, 무속신앙이라는 것조차 서로 다른 결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이를 통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손치더라도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래서 이를 가능케 하기 위해 소설속에서는 '해동밀교'라는 비밀종파를 만들어서 서로 다른 주술을 한데 엮어낼 수 있도록 '5대 호법(장로)'가 몰래 기른 수제자라는 보충설명까지 하였다.

 

  마지막으로 현승희는 고고학을 전공한 유학파로 초기에는 별다른 영능력이 없는 캐릭터였다. 하이텔 연재 당시에도 애초부터 등장 계획이 없던 캐릭이었다고 할 정도였으니, 국내편에서는 별다른 능력조차 보여주지 못하고 만다. 다만 승희의 아버지가 사물을 생각만으로 움직일 수 있는 염력자인 관계로 승희도 애초부터 대단한 초능력을 소유할 것이라는 단초만 주어졌다가, <퇴마록>의 이야기가 점점 확장되면서 승희가 갖게 되는 영능력도 점차 대단하게 발전하게 된다. 따라서 '말세편'에서는 4명의 퇴마사들 중에서 가장 뛰어난 능력을 갖추게 되는데, 아직 '국내편'에서는 그 힘에 눈을 뜨지 못하고, 다만 승희의 몸속에 '애염명왕'을 품고 있는 '아바타라(화신)'의 현신인 탓에 큰 힘을 밖으로 뿜어낼 수는 없지만, 최소한 자신의 몸은 보호할 수 있는 영능력자이면서, 동시에 다른 퇴마사에게 자신의 힘을 보태줄 수 있는 능력과 약간의 투시력(독심술)을 발휘하기도 하지만, 다른 퇴마사에 비하면 '엑스트라(보조 출연자)' 역할밖에 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내기도 한다.

 

  이런 4명의 퇴마사들이 처음 힘을 합쳐 활약하는 '생명의 나무'편에서는 수메르의 흑마술사들과 대결을 펼쳐야 했다. 특히, 브리트라라고 불리는 '거대한 뱀'을 불러 영생을 바라는 사악한 집단과의 대결이 압권이었다. 원래 뱀을 숭배하는 종교집단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자주 출현하였다. 그 가운데 '브리트라'는 인도신앙에서 등장하는 악신으로 사악한 힘으로 사람을 유혹해서 영혼뿐 아니라 육체까지도 불살라 사라지게 만드는 악마로 등장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뱀이 허물을 벗고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 태어나는 것을 보고 '영생'을 누릴 수 있는 신비한 동물로 여기곤 했다. 하지만 그 때문에 사악한 집단은 '뱀'을 숭배하는 것만으로도 영생을 누릴 수 있다며 신도들을 속이는 '사이비 종교'가 동서고금을 가리지 않고 끊임없이 나타나 수많은 사람들의 영혼을 홀려 인생을 망치게 하곤 만들었다. 박신부를 비롯한 퇴마사들은 이러한 '사악한 종교'로부터 잘못된 믿음으로 삶을 송두리채 망치고 마는 어리석은 짓을 막고자 힘을 모으게 된다.

 

  그리고 '초치검의 비밀'은 강화도에 감춰져 있던 '단군의 신물(흔히 '천부인'으로 불리며, 칼, 방울, 거울로 알려져 있으며 '천부삼인'이라 부르기도 한다)'을 빼앗으려는 일본 세력과 이를 저지하려는 국내의 지킴이들이 벌이는 대활극이다. 이 작품에서는 퇴마사들의 능력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덜 알려진 다른 유파의 능력자들까지 총출동하는데, 암튼 이 작품 한 편만으로도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도 좋을 정도로 탄탄한 시나리오를 전달하고 있다. <퇴마록>의 매력을 이 한 편에 다 쏟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특히, 한국과 일본의 역사적 정황까지 겸하 '팩션'을 담고 있기 때문에 이야기가 더 실감이 나고, 흔히 말하는 '국뽕'의 느낌도 가미되어 있으나, 단군을 섬기는 신앙이 '홍익인간(널리 이롭게 하라)의 정신'을 강조하고 있기에, 아무리 우리를 침략한 외적이라하더라도 목숨은 소중한 것이라는 메시지가 더 강하기 때문에 감히 '인류애'로 승화시킨 드라마라고 소개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 매력을 잠시 소개하자면, 우리 나라 강화도에 대단한 영능력의 소유자들이 속속 모여들었다는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그것도 '한날 한시'에 말이다. 여기에 신문기자와 퇴마사들까지 합류하여 대난장을 벌이게 되는데, 그 까닭은 다름 아니라, 고려말로 추정되는 5백명이 넘는 왜구들의 시체들이 온전한 형태의 해골 모습으로 출토되었기 때문이다. 신문기자들은 당연히 '역사적인 자료가 발굴되었다'면서 취재를 하러 도착했지만, 퇴마사들은 그보다는 심상치 않은 영의 기운이 강하게 뿜어져 나왔기에 행여 사람들이 다칠까 걱정이 되어 강화도에 왔던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5백이 넘는 왜구들이, 그것도 한 방향으로 자세를 잡은 채 가지런하게 출토된 것이 수상쩍기 그지 없기에, 이들이 단순한 도적질을 하러 온 왜구가 아니라 애초에 수상한 목적을 갖고 출병한 군대였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유추하게 된다. 아닌 게 아니라, 수상한 왜구의 해골들이 온전한 형태의 모습으로 하나둘 땅속에서 솟아나게 되고, 이를 더욱 진행시키려는 '3명의 일본 영능력자들'과 여러 유파에서 한데 모여든 스무 명 남짓의 국내 영능력자들의 한 판 대결이 시작된다. 과연 왜구들의 목적은 무엇이었으며, 왜 그들이 '일왕의 삼종신기' 가운데 하나인 '초치검'을 들고 왔으며, 그 초치검으로 우리 땅에서 훔쳐가려고 했던 것은 무엇이었던 걸까? 이야기를 직접 읽기 전에는 단순한 호기심뿐일테지만, 일단 읽기 시작하면 가슴속에서 울컥 치밀어오르는 '왜놈들의 시커먼 속셈'이 속속 들어나게 되고, 영능력자들의 술수가 더해지면 더해질수록 점점 깊이 빠져들어서 헤어나올 수 없는 '몰입의 즐거움'을 만끽하게 될 것이다. 설마 아직도 <퇴마록>을 읽지 않은 독자가 있다면, '초치검의 비밀'부터 읽어도 좋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만화로 배우는 멸종과 진화 한빛비즈 교양툰 31
김도윤(갈로아) 지음 / 한빛비즈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솔직히 말해서, 김도윤 작가의 전작에 비해서 '몰입도'가 떨어지는 편이다. 이런 얘기를 했다가, 저런 얘기를 했다가...한빛비즈 교양툰의 선봉을 맡아 대쪽이 갈라지듯 쭉쭉 펼쳐나간 <곤충의 진화>와 <공룡의 생태>는 그야말로 '압권'이었는데 말이다. 그렇지만 <멸종과 진화>는 앞선 두 권의 책의 '연장선'이면서, 또 다른 이야기를 꺼내기 위한 새로운 '도입부'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의 책에서 '진화'는 빼놓을 수 없는 화두이고, 이제 그 진화의 새로운 시작을 펼쳐내기 위해서 '멸종'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여섯 번째 대멸종'에 직면한 상황이다. 지난 다섯 차례의 대멸종이 그랬듯이 멸종은 '지구생명체'에게 치명적이었고, 특히 가장 번성했던 종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방식으로 지금껏 쭉 반복되었다. 그렇기에 이번 여섯 번째 대멸종은 현재 가장 번성하고 있는 '인간종'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안겨줄 것이 틀림없다. 그리고 그 결과는 '인류의 절멸'일 것이다. 그래서 지질학적 분류로 오늘날을 '인류세'라고 부르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까닭이기도 하다. 어쨌든 대멸종의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있다.

 

  그런데 그 멸종의 시작이 '언제'일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 편이다. 소행성 충돌이 원인이라면 '지금 당장'일 수도 있고, 기후변화가 원인이라면 '수십 년 안'이라고도 보고 있으며, 초대륙의 등장이 원인이라면 '대략 5천만 년 뒤'가 될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번 멸종의 원인은 '인간' 때문일 거라는 확신이 가장 뚜렷하다는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인간활동으로 인해 지구환경은 엄청나게 급격한 변화의 징후를 보이고 있으며, 갑작스런 환경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되고 마는 것이 '진화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환경에 적응하면 살아남고 적응에 실패하면 죽고 마는 것이 '진화의 매커니즘'이란 말이다.

 

  그런데 이토록 급격한 환경변화를 '인간'이 주도하고 있는 모양새가 심상치 않은 것이 문제다. 마치 인간은 결코 멸종의 대상이 아니라는 듯이 환경변화의 원인들에 대해서 경각심조차 갖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지구온난화이고, 이렇게 따뜻한 지구는 역설적이게도 지구를 꽁꽁 얼려버릴 '지구동결현상', 쉽게 말해 '빙하기'를 더 빨리 부른다는 말이다. 이처럼 급격한 환경변화로 인한 '생태계의 멸종'은 지금 빠르게 '진행중'인 상태다. 너무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생물의 멸종은 '생태계의 다양성'을 파괴시켜, 멸종의 속도를 더욱 촉진시키는 것이 문제이며, 이렇게 다양성이 무너진 생태계에 '대멸종'까지 겹치게 되면 지구에 다시 생물이 번성하게 되기까지도 엄청난 시간이 소요될 것임에 분명하다. 만약 그렇다면 대멸종이 휘몰아친 와중에도 살아남은 '소수의 인간들'의 생존마저 그 확률이 더욱 희박해질 수밖에 없으리라.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바로 '이것'이다. 대멸종의 시나리오 속에서 인류조차 '생존'을 장담하지 못하는 현실을 직시해보자는 말이다. 우리는 흔히 지난 역사를 통해서 미래를 예측해보자고 말하곤 한다. 그렇다면 지난 '대멸종'을 통해서 곧 닥칠 '지구의 미래'에 대해서 고민해보는 것도 자연스러울 것이다. 그런데 지난 '대멸종'의 가르침은 바로 '멸종'이었다. 가장 번성했던 종들이 결코 피할 수 없었던 '종의 절멸'을 말이다. 인간도 그렇지 않겠느냔 말이다. 진화의 나무에서 수없이 갈라진 가지들 중에 더는 이어지지 못하고 끝을 맺은 '종의 운명'을 떠올리잔 말이다. 인간이라고해서 유유히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종의 진화'는 계속 이어지겠지만, 인류는 더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조금쯤이나마 '겸손'해져야 하는 것이 아닐까? 현재 인간이 먹고사는 문제를 고민할 때에 '환경적응' 같은 것들은 절대로 고려대상이 아니라는 점이 대멸종을 더 빠르게 부르는 현실 앞에서 깊이 깨달아야 할 '무엇'이 반드시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빠르게 무너지고 있는 생물 다양성을 지킨답시고 '멸종위기종 지정', '생태보존구역 설정', '치어 방류', '채식주의' 등등 열일하고 있긴 하지만, 고작 그런 일을 한다고 대멸종을 막을 수 있겠느냔 말이다. 다시 말하지만, 대멸종은 '인간의 힘'으로 결코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할 것이다.

 

  그렇다고 '최후의 순간'까지 막 살자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이미 지난 대멸종 때에는 가장 번성했던, 가장 큰 피해를 보았던 종들은 그저 수수방관만 할 수밖에 없었지만, 현재 가장 번성한 인간종은 '할 수 있는' 희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인간은 지구생물 가운데 유일하게 '자신이 가진 힘'으로 무엇이라도 해볼 능력을 갖춘 종이다. 그렇다고 대멸종까지 막을 수는 없겠지만, 급격한 환경변화에 최대한 잘 적응해볼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도 사실이다. 아쉽게도 인간종의 육체적 조건은 '급격한 환경변화'에 제대로 적응할 수 없는 나약함, 그 자체지만,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과학기술'로 어떡해서든 대멸종을 이겨낼 힘을 쥐어짜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학기술만 맹신해서는 결코 이겨낼 수 없다. 아무리 고도로 발달했을지라도 화산, 지진, 태풍 같은 자연적인 재해를 막을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결국은 인간의 과학기술이 해내야 할 일은 '원래의 자연상태'를 유지시켜, '생물의 다양성'을 무너뜨리지 않고 지켜내는 일이다. 그것이 바로 <멸종과 진화>의 매커니즘을 이해하고 생태와 환경을 '복원'시키는 일을 가능케 할 것이다. 물론 그에 앞서 정신 좀 차리고 자연환경을 소중히 여기는 자세부터 취하는 것이 시급하고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리아스 생각하는 힘 :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 1
호메로스 지음, 진형준 옮김 / 살림 / 201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리아스>는 그리스와 트로이 사이에 벌어진 전쟁을 이야기한 '서사시환(敍事詩環: 서사시를 모아 이야기 순서대로 모은 것)' 중 두 번째 작품이다. 순서대로 제목을 나열하면, <퀴프리아>(스타시노스), <일리아스>(호메로스), <아이티오피스>(아르크티노스), <소 일리아스>(레스체스), <일리오스의 함락>(아르크티노스), <귀향>(아기아스 또는 에우멜노스), <오디세이아>(호메로스), <텔레고네이아>(에우감몬) 순이다. 따라서 전체적인 이야기는 '파리스의 심판'으로부터 시작해서 '오디세우스의 이타케 귀환'까지 이어졌기에 전반적인 서사는 대부분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다. 그렇지만 호메로스가 쓴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단편적인 내용만 남아 있기 때문에 나머지 작가의 이야기들마저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에 '같이' 수록되어 널리 읽히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 까닭으로 <일리아스>의 시작과 끝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 정확하게 모르는 독자들이 훨씬 많을 것인데, 정확히 짚어보자면, '트로이 전쟁'이 발발한 지 9년이 지나고 '아킬레우스'가 아가멤논에 의해 분노로 시작해서 트로이의 명장 헥토르가 아킬레우스에게 죽임을 당하고 11일동안 장례식이 치뤄지는 것으로 <일리아스>는 막을 내린다. 너무나도 유명하고 '트로이 전쟁의 발발 원인'으로 꼽히는 '파리스의 심판'은 <일리아스>의 앞의 이야기에 해당하고, 더 유명한 '트로이의 목마'가 등장하고 그리스연합군의 승리는 <일리아스>의 이야기가 끝나고, 아킬레우스가 아킬레스건에 화살을 맞아 죽고 난 뒤에 벌어지는 이야기들이다. 따라서 <일리아스>의 핵심적인 내용은 아킬레우스의 분노로 시작해서 분을 삭히는 내용까지인 셈이다.

 

  그래서 <일리아스>의 주인공은 단연 '아킬레우스'이고, 그가 '분노'한 까닭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작품을 정확히 해석할 수 있는 단초가 된다. 그럼 아킬레우스는 왜 분노하였는가? 그 까닭은 그리스 총사령관인 아가멤논이 무능했기 때문이다. 그가 그리스 연합군을 이끌고 트로이를 공격한 지도 어언 9년에 이를 정도로 전황은 지지부진했다. 그럼에도 아가멤논은 총사령관이라는 이유만으로 '전리품'을 독차지할 생각만 앞세우고, 총사령관인데도 전쟁을 승리할 계책 따위조차 변변히 내놓지 못하는 무능함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나마 전황이 그리스 쪽으로 우세했던 것도 오직 '아킬레우스' 덕분이었을 뿐이다. 그런 상황인데도 아가멤논은 전황이 불리하니 '신의 노여움(아폴론의 분노)'을 풀기 위해 아폴론 신전의 신녀를 풀어주라는 장수들의 건의에 호탕하게 '자기몫'을 내놓기는커녕 내놓은만큼 '자기몫'을 챙기기 위해 아킬레우스의 몫이었던 '브리세이아'를 자기가 차지하겠다고 선언해버린다. 이에 아킬레우스는 자기몫의 전리품도 잃고, 정정당당하게 차지한 전리품을 빼앗기는 명예도 잃고, 사랑하던 여인까지 빼앗기는 상황이 벌어지자 극도로 분노를 하고 '전장'에서 빠져 더는 '전투'에 참전하지 않겠다고 폭탄선언을 해버린다. 그럼에도 아가멤논은 아킬레우스의 분노를 달래기는커녕 자기몫을 챙기는 것으로 일단락을 지어버린다.

 

  이렇게 그리스군의 핵심이었던 '무적의 아킬레우스'가 전장에서 빠져버리자 전황은 역전되어 트로이군이 우세하게 된다. 하지만 그리스를 편드는 신들의 장난에 의해 그리스군도 녹록치 않은 실력을 과시하며 트로이를 밀어붙이게 된다. 이때 파리스가 성난 그리스군을 상대로 '일대일 대결'을 요청하니, 파리스에게 헬레네를 빼앗긴 메넬라오스가 그 대결에 응하면서 잠시 대치상태를 만들게 되었다. 허나 파리스는 애초에 메넬라오스의 상대가 될 재목이 아니었다. 그래서 창 한 자루 던지는 것으로 대결은 메넬라오스의 승리로 끝났고, 파리스는 메넬라오스의 칼에 곧 죽을 지경에 이르게 된다. 그러자 애초에 트로이의 편을 들었던 여신 아프로디테가 파리스를 바람같이 낚아채서 헬레네가 있는 침실로 날려보낸다. 그리고 파리스는 헬레네와 사랑을 나누고, 메넬라오스는 눈 앞에서 감쪽같이 사라진 파리스를 겁쟁이, 비겁자라고 놀리면서 총공격의 선봉에 서니 트로이는 속수무책으로 성벽 앞까지 밀리고 만다.

 

  여기서 '신들의 참견'을 잠시 언급해보자. 그리스와 트로이가 전쟁을 벌이는 대서사시에 신들도 편을 갈라 양측을 응원할 뿐만 아니라 '참견'까지 하며 전쟁의 향방을 바꾸는데 열일을 하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그리스를 편드는 신들은 헤라와 아테나를 필두로 포세이돈(헤라 오빠니까), 헤파이스토스(헤라가 엄마니까), 테티스(주인공 아킬레우스의 엄마니까) 등이고, 트로이를 편드는 신들은 아프로디테(파리스가 황금사과 찜콩했으니까)를 필두로, 아레스(아프로디테의 불륜남이니까), 아폴론(그리스군이 자신의 신전을 탈탈 털어 훔쳐갔으니까), 아르테미스(아폴론 동생이니까) 등등이 아주 시기적절하게 등장해서 전쟁을 북돋우고, 살육을 부추기며, 아주 지랄찬란하게 10년 동안 인간들을 갈갈 해버린다. 하지만 애초에 '트로이 전쟁'을 계획한 것은 신들의 왕인 '제우스'였다. 제우스가 맘 먹은대로, 테티스의 아들인 아킬레우스의 이름이 영원토록 빛날 수 있도록 전쟁을 일으키고 조율했으며, 애초부터 트로이는 이 전쟁으로 멸망할 수밖에 없는 결말을 정해놓았으며, 비록 그리스가 승리를 거뒀을지라도 결코 손쉽게 이기지는 못하도록 10년 동안 수많은 영웅들이 참전하고 비명횡사하도록 안배해놓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우스 이외의 다른 신들은 '보조출연'일 뿐이고, 그런 신들이 열일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모두 '제우스'가 일찍부터 정해놓은 수순이었을 뿐이었다.

 

  그렇다. '트로이 전쟁'은 또 다른 이름으로 '신들의 전쟁'이었던 것이다. 올림푸스에 오른 신들이 두 차례에 큰 위기인 '티타노마키아'와 '기간토마키아'를 극복한 뒤에 저들끼리 단단히 서열을 가리기(?) 위해서라도 한 판 승부를 치룰 수밖에 없었는데, 불사의 몸을 지닌 신들이 싸워봤자 승패를 가룰 수 없는 일이기에 신들을 숭배하는 '인간'으로 하여금 신들의 전쟁을 대신 치르도록 안배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왜냐면 인간들은 '필멸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어차피 '죽을 목숨'이기에 신들이 안배해놓은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을 시험삼아 '대리전'을 펼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신들의 대리전일 뿐이었던 '트로이 전쟁'으로 인해 이름을 길이길이 남긴 것은 '필멸의 존재'였던 인간들의 몫이었다. 무적의 용사 아킬레우스, 지혜보따리 오디세우스, 그리고 조국을 지키다 스러진 영웅 헥토르, 그리고 세계 최고의 미녀 헬레네 등등 이름만 들어도 그들의 업적이 줄줄 흘러 나올 정도로 유명해졌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들을 싸움에 휘말리게 만들었던 '신들의 이름'은 기억조차 나지 않게 되고 말았다. 바야흐로 '신들의 시대'가 저물고 '인간의 시대'가 펼쳐지게 된 셈이다.

 

  오늘날의 우리가 <일리아스>를 읽어야 할 필독서로 꼽는 이유는 고대인들이 감동했던 대목과는 사뭇 달라야 할 것이다. 고대인들은 '그들만의 영웅'이 전장의 꽃으로 산화하며 아름답고 처절하게 죽어가는 영웅적인 서사에 매료되어, 자신들도 전장에 나서면 그들처럼 용감히 싸우겠다고 다짐했을지 모르겠다. 허나 현대인들에게 <일리아스>는 그리 감동적이거나 격동적인 장면은 없을 것이다. 고작 전리품 하나 때문에 삐쳐서 전장에 나가지도 않고 동료 전우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아킬레우스가 어떻게 해서 '영웅'이랄 수 있겠느냔 말이다. 더구나 아무리 전쟁터에서 벌어진 일이라곤 하지만 적장 헥토르의 시신을 훼손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자신의 분풀이로 삼아 능욕을 저지르는 아킬레우스는 그저 미치광이에 불과할 따름이다. 어찌 이런 이야기에 감동 운운할 수 있겠느냔 말이다. 그러니 오늘날의 독자가 이 책을 읽고서 느껴야 할 바는 '다른 곳'에서 찾아봐야 할 것이다.

 

  그건 다름 아닌 '신 중심'에서 '인간 중심'으로 생각의 틀이 바뀌는 전환적인 시각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물론 기원전 12세기 즈음에 벌어진 전쟁을 기원전 8세기 즈음에 살던 작가가 써낸 고대의 서사라는 점에서 완전히 '신 중심'적인 사고방식을 벗어날 수는 없었으나, 현재의 독자들이 <일리아스>를 읽을 때에는 자연스레 '신 중심'적인 사고방식이 아닌 '인간 중심'의 사고방식으로 읽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일리아스>를 신들이 정한 '운명'을 거슬러 저마다의 운명을 개척하려는 '인간의 의지'를 엿볼 수 있게 된다. 비록 고대 독자들의 눈에는 벗어날 수 없는 숙명적인 인간의 삶 때문에 더욱더 신을 경배하게 되었을지 몰라도, 현대의 독자들은 '정해진 운명' 따위는 없다는 관점으로 <일리아스>를 바라볼 수밖에 없게 만든다. 다시 말해, 아킬레우스는 비록 죽었을지언정 그의 영웅다운 용맹스러움을 배울 수 있으며, 헥토르도 비운의 죽음을 당하지만, 침공하는 적들과 맞서 조국을 수호하고, 백성을 지키며, 사랑하는 자신의 가족뿐만 아니라 이름 하나 남기지 못하고 전장에서 죽어가는 병사들의 가족들까지 염려하며 지키려는 진정한 수호자의 모습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10년 동안 벌어진 전쟁으로 모두가 죽고, 남겨진 것도, 얻은 것도 거의 없이, 오직 '허무'만 남게 되는 전쟁의 쓸모없음을 깨닫았으면 좋겠다. '트로이 전쟁'은 그리스 연합군의 승리로 끝을 맺고, 트로이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패망해버리고 만다. 그리고 남은 전리품과 인질들은 남김없이 그리스 참전장수들의 몫으로 분배된다. 전쟁의 원인으로 꼽혔던 '그리스 최고의 미녀 헬레네'도 원래의 남편이었던 메넬라오스에게로 되돌아가고 만다. 그리고 극적으로 탈출한 아이네이아스 만이 후손을 남겨 '로마'를 건설하게 되었다고 베르길리우스가 노래했지만, 진위 여부는 여전히 논란중이다. 하지만 10년 전쟁으로 탕진한 것에 비한다면 초라한 승리였을 것이다. 이렇게 전쟁의 끝자락은 언제나 허무하다. 승자도 물론이거니와 패자는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도 이렇게 무익한 전쟁을 끊임없이 벌이려고 하는 것일까? 고작 몇몇 사람들의 명예와 이득을 위해서 그토록 많은 인간들의 목숨이 제물로 바쳐져야 한단 말인가? 도대체 국가나 민족의 자존심이 무어 그리 대단하길래 수많은 국민들의 목숨을 제물로 바쳐야 한단 말이냐? 결국엔 '이름' 하나 남기지 못하고 사라질 뿐인데 말이다.

 

  이런대도 전쟁 운운하는 놈들이 있다면, 그놈이 바로 '독재자'가 틀림없다. 그런 독재정권의 하수인이 되어 전쟁을 지지하는 세력이 있다면 나라를 망칠 원흉이 틀림없으므로 반드시 솎아내길 바란다. 전쟁이 벌어지더라도 강력한 무기와 막강한 화력으로 속전속결로 밀어붙이면 이득만 남는 전쟁을 할 수 있다며 달콤한 유혹을 하는 놈들이 있다면, 그건 '무기매매상인'이 틀림없다. 한마디로 전쟁을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는 골빈놈이니 주디를 꼬매뿌려도 무방하다. 절대로 '전쟁'은 아니 될 말이다. <일리아스>를 제대로 읽은 독자들이라면 '반전'은 상식일 것이다. '필멸의 존재'인 인간의 관점으로 읽으면 그렇게 읽을 수밖에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드디어 1700 리뷰를 찍었다. 올해 부지런히 달리면 2000 리뷰를 달성할 수도 있겠다. 평일에는 리뷰 못 쓰는 경우도 있지만, 책은 날마다 읽고 있으니, 다달이 2~30편의 리뷰를 쓸 수 있을 것이다. 리뷰는 <어린이책>을 위주로 쓰려고 한다. 논술쌤이라는 직업병 때문이기도 하지만, 요즘에는 '어린이책'의 수준이 참 높아져서 어른들(학부모)이 읽기에도 좋고, 청소년들이 읽어도 '지식'과 '교양'을 쌓을 수 있는 책이 참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시 도서관과 서점을 둘러보며 좋은책이 있으면 소개하는 리뷰를 써보려 한다.


  독서앱 가운데 [북모리]라는 앱에서 '새로운 기능'을 발견했다. 새로운 것에 민감한 편이 아니라서 예전부터 있던 기능일텐데, 이제사 발견하게 되었다. '연간통계' 카테고리 안에 여러 가지 통계 자료를 정리해놓은 것이 있어서 올해부터 써보려 한다. 아쉽게도 정확한 통계치는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다. 카테고리 안에 담긴 '데이타'가 오류를 일으키기 때문인데, '페이지 수'도 군데군데 엉터리로 작성된 것 투성이고, '저자'나 '출판사' 통계의 경우에는 '같은 저자, 출판사'일 경우라도 '따로' 카운팅을 하는 오류를 찾을 수 있었다. 이를 테면, [차유진, 정재승]과 [정재승, 차유진]을 따로 분류하여서 한꺼번에 통계치를 잡지 않았고, [주니어랜덤코리아]와 [주니어RHK]도 다른 출판사로 분류가 되어 있어 애초부터 '함께' 카운팅이 되지 않는 현상을 보였다. 이런 사소한 차이가 1년치 통계로 잡히게 되면 '심각한 오차'를 내기에 여러 차례 오류수정을 요구한 듯 싶으나, 한 달이 멀다하고 새로 출간되는 도서를 수시로 업데이트하는 마당에 '방대한 데이터'를 수정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런 까닭에 그냥 참고 삼아, 나름 뿌듯한 느낌만 얻을 수 있는 대략적인 통계자료로 만족해야 할 듯 싶다.


  암튼, 페이지 통계는 약 400쪽에서 약 700쪽에 달하는 책들이 1위부터 5위까지 자리했고, 책 타입은 압도적으로 종이책이 많으나, 갈수록 전자책을 읽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 것은 부정할 수가 없다. 노안이 찾아오니 쬐끄만 인쇄글자는 눈에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전자책은 '글자크기'를 조정할 수 있어서 점점 전자책에 의존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아직 오디오북은 관심밖이다. 남이 읽어주는 책은 머리에 쏙쏙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 통계는 큰 변화가 없겠지만, 5권이상, 10권이상, 15권이상 되는 시리즈를 한 해 동안 읽게 된다면 의미 있는 통계자료가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근래 가장 중요시 여기는 통계자료는 단연 '출판사 통계'다. 이벤트 서평 위주로 리뷰를 쓸 때는 150~200여 개에 달하는 출판사의 1~2편의 리뷰가 고작이었지만, 올해부터는 이벤트 서평을 확 줄였기에 유의미한 출판사 통계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 1월까지의 통계는 <아울북>과 <다산어린이>가 4편씩 공동 1위를 하였다.


  다시 [어린이책]을 리뷰하기 시작하니 리뷰의 수가 확연히 늘었다. 하지만 리뷰가 좀 산만해진 경향이 있는 듯 싶다. 다 쓰고 난 뒤에 깔끔하고 명쾌한 기분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땐 좀 쉬엄쉬엄 쓰면서 '영감'을 얻으려 여러 책들을 섭렵하곤 했는데, 이번에는 걍 달려보려고 한다. 쓰다 보면 뭔가 달라지는 것이 있을 테니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정재승의 인류 탐험 보고서 1 - 위대한 모험의 시작 어린이를 위한 호모 사피엔스 뇌과학
정재승.차유진 지음, 김현민 그림, 백두성 감수 / 아울북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재승의 인간탐구보고서>에 이어 <정재승의 인류탐험보고서>가 출간되었다. 뭐, 어린이책이 집중호우처럼 쏟아져 나오는 시대이니 그리 놀랄만한 일도 아니지만, '인간탐구'를 마치지도 않은 상황에서 '인류탐험'으로 시리즈를 확장시킨 것을 보면 뭔가 깊은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드라마도 '시즌1'이 끝난 뒤에야 '시즌2'가 나오는 법인데 말이다. 책의 서문에서는 '인간탐구'는 뇌과학을 다룬 과학책이고, '인류탐험'은 고고생물학을 다룬 역사책이라고 소개하고 있지만, 크게 뭉뚱그려서 과학과 역사를 합친 [빅 히스토리]적 관점으로 보아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바야흐로 '학문의 경계'를 허무는 통섭의 시대에 발맞춰서 어린이책 출판에서도 그 경계가 무색할 정도로 다양한 책이 등장하는 것은 전혀 어색하지 않은 일이긴 하다.

 

  본격적인 인류탐험의 시작에 앞서, 아우레 행성에 살고 있는 외계인들이 지구, 그것도 먼 옛날의 지구로 찾아와 모험을 떠나는 사연이 1권 전체의 줄거리다. 호모 사피엔스일 것으로 보이는 '쿠'라는 인류의 조상 때문에 아우레인들이 살고 있는 아우레 행성이 박살이 나고 말았는데, 아우레 행성을 예전처럼 살기 좋은 환경으로 바꾸기 위해 그 '쿠'라는 인류가 아우레 행성에 도착하지 못하도록 '과거의 시간'으로 되돌아가서 '사건을 조작'하는 것이 이번 탐험대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다.

 

  그렇다면 아우레 행성은 왜 박살이 나게 되었을까? 여기에 중요한 과학적 단서가 두 가지 등장하는데, 하나는 '인공지능'이고, 다른 하나는 '인공태양'이다. 우주의 모든 행성은 스스로 밝게 빛나는 항성의 주위를 돌고 있다. 그리고 행성이 '생명'을 품기 위해서는 '골디락스'라고 하는 항성과 행성 사이의 적당히 떨어져 있는 안정적인 궤도를 돌아야만 한다. 물론 '골디락스 궤도'를 돌고 있는 행성이라고 모두 생명체가 살고 있는 것도 아니고, 생명체가 있더라도 '고도의 지식'을 갖춘 영장류가 살고 있어야 우주 여행이 가능할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 지구인들이 우주의 다른 곳에서 살고 있는 외계인을 만나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우주 여행이 가능할 정도로 과학이 발전한 외계종족에겐 현재의 지구인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이미 겪었을 것이다. 바로 지구온난화로 인한 대멸종 시나리오 같은 것 말이다. 그래서 아우레 행성인들도 갈수록 척박해지는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인공태양'을 띄워서 아우레인들이 살기에 쾌적한 행성환경을 조성하려고 했으나, 사소한(?) 조작 실수로 인해서 '인공지능'이 오작동을 일으켰고, 그로 인해 '인공태양'이 아우레 행성으로 추락하고 만 것이다. 그 때문에 아우레의 고도문명은 고작해야 '문명의 쓰레기'나 주우며 근근히 먹고 사는 초라한 행성으로 박살이 나고 말았다.

 

  그런데 그렇게 박살이 나게 된 원인이 바로 '쿠'라는 인류의 오판 때문이었고, 그로 인해 '인공지능'의 오작동과 '인공태양'의 추락으로 이어지는 대재앙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의 주인공들은 '아우리온'이라는 타임머신을 타고서 '웜홀'을 지나 과거의 지구행성으로 '쿠'를 찾아 탐험을 떠났고, 이후의 이야기는 '쿠'를 찾아 시간탐험을 하면서 '초기 인류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훌륭한 탐험일지를 써나가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렇게 <정재승의 인류탐험보고서>라는 시리즈가 또 하나 등장하게 되었다.

 

  그런데 말이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공상과학적인 내용'이 그저 상상의 산물이기만 할까? 그건 아니다. 가까운 미래에는 인간보다 훨씬 똑똑한 '인공지능'이 탄생할 것으로 이미 예약이 되었고, '인공태양'을 만들기 위한 실험은 이미 성공적(?)인 결과를 확인했으므로 얼마든지 필요하면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점점 뜨거워지는 지구를 차갑게 식히기 위해 태양과 지구 사이에 거대한 차단막(!)을 만들자는 계획도 진행중이라고 한다. 벌써 지구인들이 과학기술이 이만큼이나 발달한 셈이다. 그런데 왜 안 만들고 있냐고? 그건 '천문학적인 액수'가 필요한 초거대 프로젝트이기 때문이고, 동시에 그걸 실제로 '실현'했을 경우에 벌어질 예상치 못한 치명적인 실수가 있을 수도 있다는 '위험성' 때문에 조심, 또 조심히 실행여부를 검토, 또 검토하며 신중에, 또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 한 가지도 엄청난 돈이 필요하고, 그로 인한 영향이 긍정적일지 부정적일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하며, 결정적으로 단 한 번의 실수나 오류로도 인류가 멸망할 수도 있을 위험천만한 일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류는 이미 되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지구환경을 황폐하게 만들버리고 말았다. 과학자들이 그토록 경고했건만, '기후변화'는 경고를 넘어 '기후위기'라고 불리며 하루라도 빨리 '탄소중립'을 넘어 '탄소배출제로'를 달성해야만 지구온난화로 인한 자연재해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고, 다시 살기 좋은 환경으로 되돌리는데 걸리는 시간을 하루라도 더 빨리 줄일 수 있다고 한다. 그렇기에 인간은 앞서 말한 '초거대 프로젝트'들을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실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요즘 들어 '인류 절멸', '여섯 번째 대멸종' 같은 끔찍한 시나리오에 대해서 언급을 자주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인류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 먼 과거로 떠난 아우리온 탐험대의 모험를 통해서 살펴보도록 하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