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2041 - 10개의 결정적 장면으로 읽는 인공지능과 인류의 미래
리카이푸.천치우판 지음, 이현 옮김 / 한빛비즈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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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설하고, AI(이하 '인공지능')가 인류에게 미치는 영향은 긍정적일까? 부정적일까? 그 결과는 전적으로 '인간'에게 달려 있다. 다시 말해, 인간이 '인공지능'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말이다. 이를 테면, '칼, 그 자체'는 아무런 의미도 없지만 요리사는 맛난 음식을 만드는 '도구'로 쓰고, 살인자는 잔혹하게 사람을 해치는 '도구'로 쓴다는 말이다. '인공지능'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 의미로 보면, 우리가 지금 '인공지능'으로 맞이할 미래가 밝을지, 어두울지 점치는 것은 우스운 일인 셈이다. 결국 '인공지능'도 인류에겐 하나의 도구일 뿐이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이란 도구를 유용하고 바로 쓸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이 뒤따라야 한다.

 

  이제껏 수많은 책들이 '인공지능'을 다뤘지만, 이 책처럼 <SF소설>과 <과학저널>을 한꺼번에 다루는 책은 이 책이 유일할 것이다. 그만큼 신선했고, 다소 복잡한 '과학적 설명'도 상상의 나래를 펼쳐서 풀어낸 <SF소설>로 이해할 수 있으니 그닥 어렵다는 생각도 들지 않고, 딱딱하기만 했던 '인공지능 이야기'를 술술 풀어내었다. 그래서 단언컨대, 이 책은 '수작(秀作)'이다.

 

  하지만 뛰어난 작품을 읽고 난 뒤에 느껴야만 하는 '여운'은 매우 길었다. 하나같이 '인공지능'이 펼쳐낼 미래사회가 황홀할 정도로 편리했지만, 그에 반한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인공지능'에 대한 긍정과 부정을 동시에 선보여 주면서 '생각해보라'고 질문을 던져주었단 말이다. 예를 들어, '딥러닝'에 대해서는 보험사의 예를 보여주면서 '당신의 개인정보'를 넘겨주는 대신에 '보험료'를 파격적으로 깎아주겠다고 제안한다. 경제적인 부담을 덜고 싶은 이들은 보험사에 '개인정보'를 공개해주는 대가로 보험료를 50%만 부담하는 옵션을 선택할 것이다. 이렇게 모인 '개개인의 정보'를 인공지능의 딥러닝 방식으로 처리해서 개개인에게 딱 알맞은 '건강정보'를 미리 알려주며 가입자의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이런 '딥러닝'을 바탕으로 제공되는 '개인맞춤 알림 서비스'는 대단히 유용할 것이다. 가게에서 과자를 사고 '카드결제'를 하고 나면 보험사에서는 곧바로 [그 과자에는 복숭아/땅콩 알러지가 있는 분께는 위험할 수 있으니 섭취할 때 주의해주십시오]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실제로 '땅콩 알러지'가 있는 사람이라면 뭣 모르고 구입한 과자를 잘못 섭취하다 위험에 빠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또는 '위치추적 정보'까지 제공한 가입자는 자신이 가고 있는 길거리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위험요소'를 사전에 알려주며 만에 하나 가입자가 사고를 당하거나 위험에 처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를 기울일 수 있을 것이다. 여성가입자에겐 [전방 80m 오른편에 '성범죄자'가 주거하고 있으니 우회하길 바랍니다]와 같은 메시지로 가입자의 안전에 최선을 다해 대단히 만족스런 서비스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맞춤 서비스'가 마냥 좋기만 할까? 보험사가 개개인에게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가지고 '딥러닝'한 인공지능이 알려주도록 서비스하는 것은 가입자를 위해서 하는 일이 절대 아니다. 보험사로서는 가입자가 사고를 당하지 않고 건강을 지키는 것이 회사이익이 더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방대한 정보를 이용해 가입자가 '보험금'을 타지 않도록 철저히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정보제공이 자칫 '빅브라더의 감시'처럼 느껴지게 될지도 모른다. 물건 하나만 사도 가입자의 '안전'을 위해 '알고 싶지 않은 정보'까지 제공해서 기분이 상하게 된다거나 너무나도 속상한 일이 있어서 술 한 잔 걸치고 맘껏 취하고 싶은데 알림메시지로 건강을 지키라는 시시콜콜한 알림으로 짜증을 유발할 것이다. 심지어 좋아하는 이성친구가 생겼는데 '보험사의 알림서비스'가 교제를 방해하는 메시지를 보내거나 임의적으로 '정보차단'을 시켜서 상대방과 만나는 것조차 방해(?)를 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어떨 것 같은가 말이다.

 

  얼핏 보아서는 '믿기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인공지능'이 펼쳐낼 미래는 우리의 상상 이상으로 실현시킬 수 있다. 이런 '인공지능의 능력'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하지만 단순히 미래를 예측하는 것에 그쳐선 안 될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인공지능'은 유용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그 유용한 도구가 '어떻게' 하면 바람직하게 쓰이고, '어찌' 하면 불행을 초래하게 되는지 유심히 지켜본 뒤에 '우리 모두가 함께 사는 세상'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 깊은 고민이 필요하단 말이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서 '1차 농업혁명', '2차 산업혁명', '3차 인터넷혁명' 등 여러 혁명을 거쳤고, 각각의 혁명 뒤에 있었던 '긍정'과 '부정'에 대한 평가도 내렸다. 농업혁명으로 인해 사냥을 하며 힘든 떠돌이생활을 청산하고 한 자리에 머물러 사는 '정착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허나 농업으로 생산된 양이 늘어날수록 '잉여생산물'을 착복하는 세력이 등장하게 되었고, 주류에서 밀려난 대다수의 사람들은 죽을 때까지 '농사'만 짓다가 배불리 먹지도 못하는 가난을 겪게 된다. 더구나 태풍과 가뭄 등 자연재해까지 겪게 되면 굶어죽는 이들이 수없이 많았다. 산업혁명은 어땠는가. 산업의 발달로 인해 더할나위 없는 물질적 풍요를 누리는 세상이 되었지만, 한편에선 농촌을 떠나 도시로 몰려드는 '이촌향도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자신의 노동력을 헐값에 팔아버리는 가난한 도시 노동자들이 인권유린을 당하면서도 사장의 눈치를 보면서 하루하루를 고단하게 보내는 슬픔을 자아냈고 말았다. 인터넷혁명으로는 누구나 '정보의 바다(인터넷)'를 향해할 수 있게 되는 '기회'를 얻었지만, 정작 '정보의 가치'를 선점하는 특정세력들만 부를 독차지하는 불평등을 초래하고 말았다. 예를 들어,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마크 주커버거, 일론 머스크 같은 사람들은 '최고의 부자'가 되었지만, 그 나머지 사람들은 그저 '이용자'로 전락해버리고 만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4차 인공지능혁명'은 어떤 식으로 펼쳐질 것인가? 역시나 '인공지능 기술'을 선점하는 것이 핵심관건이 될 것이다. 선점 당하고 난 나머지는 아무 것도 할 것이 없을 것이다. 왜냐면 인공지능의 실현을 가능하게 한 것은 다름 아니라 '빅데이터'인 까닭이다. 어마어마한 정보를 누가 먼저 '선점'했느냐도 중요하지만, 그렇게 어마어마어마한 정보량을 모을 수 있는 '방법'이 더 중요한 셈이다. 그래서 '인공지능혁명' 이후에는 '후발주자'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게 된다. 이는 '인공지능 기술'을 다루는 거의 모든 사업이 그렇다. 그렇다면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단연 '빈부격차'가 어마무시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지금의 '부익부빈익빈'보다 훨씬 더 큰 격차일 것이다.

 

  더구나 '인공지능 기술'은 하나같이 '개인정보'를 핵심으로 삼고 있다. 그만큼 '사생활'은 공개될 수밖에 없고, 그렇게 노출된 개인정보는 나쁜 의도를 품고 있는 이들의 '좋은 먹잇감'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미래 사회에는 '정보공개'가 자연스러운 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너나할 것 없이 '공개'된 상황에서 굳이 '비밀'로 잠그는 행동이 부자연스러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감추고 싶은 비밀'이 있는 법이다. 특히나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모으는 '인기 있는 사람'의 경우엔 정보공개가 독이 될 것은 뻔하다. 또한, 약소국들의 지도자의 공개된 정보는 강대국의 좋은 먹잇감(?)이 될 가능성도 높다. 또한, 공개된 정보를 '다룰 수 있는 사람'을 누구로 뽑을 것인가도 깊은 고민이 될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개인정보'를 누구 손에 맡겨야 안전하고 공정할 것이냔 말이다.

 

  이처럼 과학기술이 점점 발달하면서 우리 사회가 더욱 요구할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도덕심'이다. 공명정대하고 진실되고 믿을 만한 사람에게 '인공지능 기술의 능력'까지 맡겨놔야 할 것인데 '언제나' 믿음직한 사람을 도대체 어디서 찾을 수 있겠느냔 말이다. 운 좋게 찾았다고 한들 '다음 주자'도 믿음직할 것이라는 근거는 희박할 지경이다. 그러다보니 '인공지능 기술'이 개발된다해도 전적으로 일상에 활용해서는 안 된다는 부정적인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아주 틀린 말도 아니니 귀기울여 들어야 할 대목이고 말이다.

 

  그렇지만 앞서 말했듯이 '인공지능'은 그저 도구일 뿐이다. 과학기술의 발달은 그 누구도 멈출 수 없는 법이고, 인공지능도 언젠가는 만들어지게 된다. 이는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도구'를 유용하고 바람직하게 쓸 준비를 철저히 해야만 한다. '인공지능 기술'로 부의 독점을 거머쥘 경우를 대비해 '부의 분배'를 정책적으로 마련해야 할 것이고, '인공지능 기술'로 감시사회가 될 것을 우려해 '정보공개의 한계'를 적절히 세워 개인의 사생활을 지키면서도 편리한 혜택은 마음껏 누릴 수 있게 하는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이 책의 또 하나의 특색은 모두가 '인공지능'을 디스토피아적인 상상으로 우려를 할 때, 이 책은 '유토피아'를 꿈꿨다는 것이다. 그런 장밋빛 미래가 그려진 <SF소설>이 10편이나 수록되어 있다. 비록 짧은 내용이지만 담아야 할 내용은 모두 담았다. 그리고 각각의 소설이 끝나면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설명이 뒤따랐다. 그 설명이 마냥 따분하지 않은 까닭은 바로 '이야기'로 그 기술을 녹여낸 덕분이다. 그러니 이야기는 재미나게 읽고 과학지식은 쉽게 풀어낸 설명으로 이해도를 높여 '인공지능'이 펼쳐낼 미래를 아름답게 상상할 수 있는 책이다. 앞으로 약 20년 뒤의 세상을 펼쳐냈으니 그리 멀지도 않았다. 그리고 잊지말길 바란다. '도구'는 누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용도'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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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초의 법칙 - 당신을 시작하게 만드는 빠른 결정의 힘
멜 로빈스 지음, 정미화 옮김 / 한빛비즈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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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가 밝은 지 꽤 되었다. 해마다 '새해 소망'을 담아 새해 첫날에 떠오르는 해를 맞이하며 저마다 바람을 말하고, 마음을 다잡곤 하지만, '작심삼일'마냥 오래지 않아 허무하게 흐트러지는 내 자신의 일상을 해마다 되풀이하곤 할 것이다.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겐 영원히 풀리지 않는 숙제처럼 되풀이 되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수많은 코칭전문가가 '자기계발'에 성공적인 경험을 한 선배들이 한결 같이 말하는 것은 '습관 바꾸기'다. 이른바, '성공습관'을 키우는 것이 핵심이고, 그 습관을 꾸준히 이어나가는 것이 관건이라고 입이 아프도록 이야기한다. 그래도 '성공습관'을 형성하지 못해 올해도 여러 종류의 <자기계발서>가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다.

 

  이것 저것 다 봤는데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면, 이 책을 권해본다. 성공습관을 기르는데 걸리는 시간이 '딱 5초'면 충분하다는 자기계발서다. 속는 셈 치고 읽어본다고 해도 너무 괜찮지 않은가? 딱, 5초 손해봤을 뿐이니 말이다. 이 책의 핵심은 딱 두 가지다. 바로 '5초'와 '용기'라는 단어만 기억한다면 놀라운 변화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 장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믿기지 않을 것 같아 글쓴이는 친절하게 여러 명의 '실제 경험담'을 수록해 놓았다.

 

  조금만 더 설명을 덧붙이자면, 어떤 일을 하겠다고 '결심'이 섰다면 망설이지 말고 곧바로 실행하라는 것이 바로 이 책이 말하는 비법이다. 이를 테면, 평소에 늦잠을 자서 일상이 바쁘고 하루가 엉망이 된다면,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는 일을 곧바로 실행하라는 말이다. 너무나 당연한 조언이고, 비법이랄 것도 없지만, 문제는 이런 '기상 미션'이 날마다 계속 반복되는 일상이고, 꾸준히 지속되어야만 하는 일이기에 발생한다. 한두 번은 성공하더라도 그 다음에는 들쑥날쑥하다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 경험을 누구나 경험해봄직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번엔 '딱 5초만' 세어보라고 권하는 것이다. 5초, 4초, 3초, 2초, 그리고 1초를 셈과 동시에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 조그마한 '용기'가 필요할 것이다. 자기 스스로 결심한 일이니 두말 않고 실행에 옮기겠다는 '습관'을 길러보자는 것이다. 많은 지혜가 필요한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할 것이다. 물론,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그냥 몸이 움직이는데로 따라가기만 하면 되는 방법이란 걸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아침 일찍 일어나 하루일과를 시작할 수 있는 습관을 기를 수 있다면, 다른 일도 그다지 어렵지 않게 실천하고, '성공습관'을 기를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여기까지 볼때, <아침형 인간>이라는 책과 매우 비슷하다고 느껴진다. 하지만 그 책은 '하루 일과'를 일찍 시작하는 것이 성공비결의 핵심이라고 말하지만, 이 책, <5초의 법칙>은 침대에서 일어나는 기상 미션을 그저 하나의 예로 제시했을 뿐이다. 그 까닭은 바로 '활성화에너지'가 가장 많이 필요한 활동이 잠에서 깨어나 침대에서 일어서는 것이기 때문이란다. 이는 <몰입>의 글쓴이 미하이 칙센트미하이가 말했듯이, 움직이는 차를 움직이게 하는 에너지보다 멈춰진 차를 움직이게 하는 에너지가 훨씬 더 많이 필요한 것처럼, 이 활동을 하던 사람이 저 활동으로 바꾸는 에너지보다 잠을 자던 사람이 잠에서 깨어나기 위해 쓰는 에너지가 훨씬 더 많다는 이야기에 쉽게 공감할 것이다. 실제로 잠에서 깨어나는 에너지가 하루 반나절 동안 쓰는 에너지와 맞먹는다고 할 정도다. 따라서 멜 로빈스는 그렇게나 많이 소비되는 '활성화에너지'를 단박에 실행에 옮길 수만 있다면 그 어떤 결심이라도 못 이룰 것이 없다고 역설한 것이라 비슷한 듯 하지만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암튼, 글쓴이는 어떤 결심을 달성하는데 '큰 용기'가 필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물론 성공에 다다르기까지 오랜 시일이 걸린다는 것을 감안한데 전체적으로는 '큰 용기'에 버금갈 것이지만, 가장 중요한 '원동력'은 그저 아무 생각없이 실행하는 '작은 용기'만 필요할 뿐이라고 말한다. 멈춰선 바위를 움직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일단 한 번 움직이기 시작한 바위는 조그만 힘만으로도 '계속' 움직일 수 있으며, '작은 요령'만 부려도 방향전환까지 얼마든지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러니 '성공습관'이라는 것도 처음 시작이 매우 어렵고 '활성화에너지'도 많이 소요되는 중차대한 일이라고 말한다.

 

  그러니 처음 시작하는 그 어려운 일을 '5초 세기'로 극복해보자는 것이다. 그냥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5초를 센 다음엔 파블로프의 개마냥 침을 질질 흘리면서 '시작'해보는 것이다. 그렇게 저질러 본 뒤에 자기 자신에게 찾아온 '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꾸준히' 지속해보는 것이다. 중간중간에 '경제적 어려움'과 같은 새로운 어려움을 맞닥뜨릴 수 있고, 사고나 질병으로 의도치 않게 멈춰서는 일도 생길지 모른다. 하지만 또다시 '5초 세기'를 통해서 새로 시작하면 그뿐이다. 가장 어려운 '시작'을 가뿐하고 성공적으로 실행에 옮기는 습관을 기른다면 세상 그 어떤 일이라도 하지 못할 것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너무 쉬운 방법이라 믿기 힘들다면, 이 책에 수록된 '성공담'을 다시 읽어보길 바란다. 다른 사람들도 해낸 일이라면 당신도 얼마든지 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럼 망설이지 말고..5, 4, 3, 2, 그리고 1. 시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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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인문학 수업 : 뉴노멀 - 대전환의 시대, 새로운 표준에 대한 인문학적 사고 퇴근길 인문학 수업
김경미 외 지음, 백상경제연구원 엮음 / 한빛비즈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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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덧, 코로나의 유행도 수그러들면서 '엔데믹(감염병 주기적 유행, 일명 '풍토병')'을 향해 가고 있다. 2019년 말에 시작하여 이듬해 전세계로 번져나갔고, 2023년이 된 지금도 여전히 '코로나19 감염병'은 여전히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이젠 '마스크'를 쓰지 않고 외출을 하는 것이 이상하게 여겨질 정도가 되었으니, 우리의 일상이 그간 얼마나 달라졌는지 그리 어렵지 않게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비단 마스크 뿐만 아니다. '첨단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해 감염병이 대유행을 하는 시기에도 별다른 경제적, 심리적 타격을 받지 않는 이들이 있는 반면에, 첨단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들은 어쩔 도리도 없이 죽음을 맞이해야만 하는 '극과 극의 상황'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는 현상을 우리 모두가 지켜보았다. 이를 일컬어 '뉴노멀(새로운 일상)'이라고 단순히 말할 수 있을까? 어쩌면 '대변혁', '대격변'이라고 말해도 무방할 것이다.

 

  국가적인 대처방안도 극명하게 차이가 났다. '펜데믹(감염병 세계적 유행)' 초기에는 선진국조차 변변한 대처를 하지 못해 허둥거리기 일쑤였지만, 거대제약회사가 발빠르게 '백신 처방'을 내놓자 확실히 선진국들이 우선적으로 일상을 회복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그에 반해 아프리카, 아시아 대륙의 저개발국가나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인구는 많은데 의료시스템이 뒷받침하지 못하는 일부국가에서는 변변한 의료혜택도 받지 못하고 병원 복도나 길거리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비현실적인 일상을 목도하게 되기도 했다.

 

  한편, 비현실적인 일상은 우리 생활 곳곳에서 벌어지게 되었다. 가장 먼저 '비대면수업'이나 '재택근무' 같이 사람과 사람이 '한 장소'에서 만나지 않고도 일상을 누리게 된 것이다. 물론 이런 편리한 일상도 차이는 극명했다. 선진국들은 발빠르게 '비대면' 시스템을 구축해 일상을 빠르게 회복해나간 반면에 그렇지 못한 나라들은 '펜데믹의 수렁' 속에서 변변한 대책도 마련하지 못한채 맨몸으로 부딪혀나갔던 것이다. 그로 인해 '코로나바이러스의 변이'는 무서운 속도로 변화해나갔고, 그때마다 전세계는 '새로운 변종바이러스'와 싸우는 공포를 계속 느낄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바뀌어가는 것일까?

 

  '뉴노멀'은 다시 예전의 일상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는 것은 전제로 한다. 이미 첨단 과학기술의 맛(?)을 본 인류가 예전처럼 퇴보할 수 없다는 얘기도 되겠지만, '감염병 세계적 유행'이라는 공포를 함께 느낀 인류가 예전과는 확연히 다른 일상을 겪어 나가게 될 거라는 전망이었다. 하지만 이 책이 출간된 지 3년이 되어가는 지금을 보면 '다시 예전의 일상'으로 되돌아가고 싶은 욕구가 더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아무리 '첨단 과학기술의 맛'을 느꼈다고 해도 인류가 받아들이는 '체감속도'는 현저히 느릴 수밖에 없는 모양이다. 이를 테면, 마스크를 쓰고 다니면서 '감염병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져서 서로가 조심하고 서로를 배려하며 '느림과 불편'을 감수하던 사람들이, 마스크를 벗고 다녀도 된다는 '시그널(신호)'가 보이기 시작하자 조금쯤의 '느림과 불편'에도 짜증을 내기 시작했단 말이다. 이제 곧 '마스크 해제'라는 정부의 방침이 나올 전망이라 여기저기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는 상황이 연출되곤 한다.

 

  그 사이 우리는 '이태원 참사'를 겪었다. 오랜만에 다시 '예전의 일상'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시그널이 나오자 너나할 것 없이 '자유'를 만끽하기 위해 모인 젊은이들에게 충격적인 사고 소식을 전한 것이다. 이는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인재(人災)'였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안전사고에 대한 의식이 높아졌기에 '참사발발' 이전부터 경찰서와 소방서에 안전조치를 취해달라는 요구전화가 빗발쳤지만, 끝내 '위기대응 메뉴얼'이 없었다는 어처구니 없는 당국의 변명과 정부의 무책임하고 안일한 대처로 결국 애꿎은 젊은 목숨만 안타까울 뿐이고, 남겨진 유족들의 가슴엔 대못을 박아버리고 말았다. 이게 과연 '뉴노멀'이란 말인가? 아무리 '첨단 과학기술'이 날로 발달한다지만 결국 그 혜택은 '일부계층의 점유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또한, 그 혜택 또한 전혀 '공평하지' 못한 방법으로 이루어져 극심한 사회적 갈등과 대립을 유발하게 될 것이다. 이런 것은 우리가 절대 바라지 않은 '뉴노멀'일 것이다.

 

  그렇다면 바람직한 '뉴노멀'을 맞이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마침맞게 이 책의 제목이 '인문학 수업'이라는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교양을 쌓고 철학적인 삶을 위해서는 '인문학 공부'가 해법이기 때문이다. <논어>에도 '온고지신'이라는 말이 있다. 옛 지식을 통해 새로움을 터득해 나간다는 말에 '뉴노멀의 해법'이 담겨 있다고 본다. 우리의 미래는 매우 빠르게 변모해나갈 것이다. 인공지능로봇, 감염병, 생명공학, 뇌과학 등등 기존의 패러다임을 한순간에 무너뜨리고 새롭게 세울 변수가 너무나도 많다. 수많은 과학자들이 2040년을 주목하고 있고, 세계의 석학들도 2050년을 정점으로 인류가 내리막길을 걸을 것이라는 '경고성 멘트(!)'를 아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 모두는 세계경제위기 속 국지적인 전쟁과 분쟁, 그리고 갈등을 멈추지 않고 있다. 쇼펜하우어가 말했듯이, 우리 인간은 B에서 D로 향하는 기차를 타고 가는 형국이다. 탄생(Birth)에서 죽음(Death)으로 말이다. 하지만 그 사이에는 선택(Choice)가 있다. 결국,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서 삶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지녔단 말이다. 그 기회는 말할 것도 없이 '인문학'에서 찾을 수 있고 말이다. 내 삶을 '어떻게' 만들어갈지 궁금하다면 '인문학'을 들춰보아야만 한다. 내 삶이 '위기'에 빠졌다면 더더군다나 '인문학'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그리고 세상이 달라지는 것 같다면 그 원인도 '인문학'에서 찾아봐야 한다. 물론 인문학이 직접적인 해답을 내놓지는 않는다. 신탁의 예언이나 점쟁이의 점괘처럼 두루뭉술하고 아리송할 따름이다. 하지만 지나고보면 딱 들어맞는 예언이었고, 신통한 점괘였던 것처럼 느꼈던 적이 있을 것이다. 바로 그것이 당신이 놓친 '인문학이 제시한 기회'였다는 것만 알아도 좋다. 나 자신의 철학은 바로 '거기'서부터 시작할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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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꼭 필요한 것만 남기기로 했다 - 내 삶이 가벼워지는 21일 프로젝트
조안 타탐 지음, 조민영 옮김 / 한빛비즈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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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필요한 것을 줄여가는 일은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다. 2005년에 난 '논술쌤'으로 새출발을 하며 '두 번째 삶'을 시작하며 거실 한 켠을 꽉 채우는 거대한 책꽂이를 장만했더랬다. 그리고 그 책꽂이에 책 한 권을 꽂으며, 이 책꽂이에 책이 가득할 때즈음에 난 '최고의 논술쌤'이 되어 있을 거라는 주문을 걸어두었다. 18년이 지난 지금, 난 주문대로 '최고의 논술쌤'이 되었지만, 책은 책꽂이가 모자라 '한 개의 작은방'을 가득 채우고, '또 다른 작은방'을 서서히 잠식해나갈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이 작은 집구석에 어느새 책이 16000여 권의 책으로 넘쳐나게 된 것이다. 그간 '오래되고 낡은 책들'을 약간 버리긴 했지만, 나머지는 한권 한권에 켜켜이 쌓아둔 추억들이 있다는 핑계를 변명삼아 버리지도 못하고, 누구를 주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다시 읽지도 않으면서 그저 먼지만 쌓여가고 있다. 그렇다. 난 '모으는 재주'는 있어도, '버리는 재주'는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비움의 비결'을 배우고자 이 책을 펼쳐들었지만, 생각과는 달리 물건들이나 방구석을 '신박하게 정리'를 할 수 있는 비법이 적힌 책은 아니어서 아쉬움이 컸더랬다. 대신 '마음'을 비우고, '일상'을 가볍게 할 수 있는 [21일간의 프로젝트]가 낱낱이 적혀 있었다. 간단히 소개하자면, '333 비법' 같은 것이다. 3달 동안 33벌의 옷으로 생활해보는 방법인데, 옷장 속의 옷을 '한 눈에 찾을 수 있'을 정도로 가볍게 만드는 비법이다. 일단 '버릴 수 있는 옷'과 '꼭 입을 옷'으로 구분해놓은 뒤에 '낡은 옷', '유행이 지난 옷', '스타일이 같은 옷', 그리고 '두 번 다시 입지 않을 옷' 따위는 미련없이 버리고 비우는 것이 핵심이다. 그리고 남은 33벌의 옷만으로 3달을 버텨보는 것이다. 일단, 옷장이 가벼워지니 '라이프스타일'이 확연히 달라지게 될 것이고, 옷장 속의 옷을 '한 눈에' 다 찾아볼 수 있기 때문에 뒤적거릴 필요없이 '스타일'을 결정할 수 있어서 시간도 확연히 줄어들게 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볍게 비웠기' 때문에 어떤 옷이 나에게 딱 맞는지, 내게 더 필요하고, 꼭 필요한 옷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할 수 있게 된단다.

 

  하지만 난 이런 비결을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왜냐면 난 '단벌신사'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옷이 얼마 없다. 1년 내내 '똑같은 옷'을 입고 다니고, 속옷도 딱 3벌로 빨아입기 때문이다. 가끔 새옷을 사 입기도 하지만 5년에 한 번 살까말까하는 정도라서 '쇼핑'이랄 것도 없다. 앞으로 5년간 더 입을 정도의 무난한 옷이면 그뿐이다. 옷 쇼핑에 걸리는 시간도 길어야 1시간 남짓...그것도 시장(그렇다. 난 백화점도 안 간다)에 갔다오는데 걸리는 시간을 말한다. 그러니 난 이 책 속에 적힌 나름의 비법들을 '내 일상'에 접목시킬 것들이 그닥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방정리'나 '수납법' 따위에 대해서 깊이 알고 싶었는데 말이다.

 

  그렇지만 내가 괜히 '최고의 논술쌤'인 것만은 아니다. 옷 정리하는 비법을 통해서 '책 정리하는 방법'을 모색해볼 수도 있다는 것을 한 눈에 간파했기 때문이다. 일단, 나에게 '꼭 필요한 책'이 아니라고 생각되는 것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우선 '낡고 오래된 책들'이 눈에 들어왔다. 물론 오래된 책이라도 무작정 버리지는 않을 것이다. '추억'이 쌓인 책들을 함부로 버릴 수는 없는 법이니 말이다. 그 가운데 '두 번 다시 읽지 않을 책'은 꼭 버릴 것이다. 그리고 '서평이벤트'로 받은 책도 그동안 계속 쌓아두었는데, 사실 이 책들이 내방을 가득 채우고 있는 주범이다. 역시 '두 번 읽지 않을 책'은 모조리 아웃이다. 특별한 '출판사의 책들'은 애정을 담아 보내주었으니 차마 버리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남을 줄 수도 없으니 나의 '애장본'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밖의 출판사는 얄짤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사놓고 읽지도 못한 책들'이다. 이리저리 시간에 쫓겨 그저 책꽂이에 꽂아둔 채 '장식용'이 되어버린 책들인데, 일단 이 책들은 서둘러 '읽고', '리뷰'하고, '선별'할 것이다.

 

  이렇게만 해도 일단 1만 권 이하로 줄어들 것이다. 그런 뒤에 또다시 '같은 작업'을 반복하며 확실히 줄여나갈 계획이다. 일단 '읽고 써야 하는 만큼' 빠른 시일 안에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시작'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 '중고시장'에 되팔 수 있는 책들을 팔기 시작했다. 이벤트나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들은 '책선물'을 하고 있다. 이렇게 시작을 했으니 반드시 끝을 볼 것이다. 나의 장점 가운데 하나가 '결심'을 하면 '끝장'을 보기 때문이다. 또, '한다'고 했으면 꼭 하고, '안 한다'고 하면 절대 안 한다. 그 덕에 난 술담배를 안 한다. 담배는 애초에 피우지 않았고, 술은 끊은 지 4년이 넘었다.

 

  이 책은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비우기'를 결심하기 이전의 모습과 이후의 모습을 책의 앞과 뒤에 그려진 '수레바퀴'에 적어놓고 자신의 결심으로 인해 '나의 모습'이 얼마만큼 변화했는지 주목하길 바라고 있다. 그리고 당신의 변화된 모습에 '자신감'을 갖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갖길 바라는 글쓴이의 마음이 이 책속에 가득하고 말이다.

 

  그리고 '비움의 매력'을 적극적으로 예찬하고 있다. 우리는 건강을 위해서 몸에 좋은 음식을 챙겨먹고, 몸에 꼭 필요한 에너지를 '충전'하여 꽉 채움으로써 누구나 건강해질 수 있다는 믿음을 곧잘 가지곤 한다. 하지만 진짜 건강해지는 비법은 '채움'보다 '비움'을 먼저 시작해야만 한단다. 특히, 현대인들은 '과식의 시대'를 누리고 있는 탓에 '배고픔'보다는 '배부름'으로 인한 질병이 더 늘어나고 있다. 우리의 선조들은 '풍요로운 먹거리'를 누리지 못한 탓에 먹을 수 있을 때 쟁여두고 먹는 식습관 형태로 진화해 온 것이다. 그래서 배고픔은 두 달 이상 버틸 수 있지만, 배부름은 단 두 시간도 버티지 못하고 우리 몸을 키워 '몸속 지방질의 형태'로 쟁여두곤 한다. 이로 인해 '각종 성인병'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현대인의 숙명이고 말이다. 그러니 진정으로 건강해지고 싶다면 우리 몸속을 '비워두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는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도 마찬가지다. 온갖 물건들로 가득그득 채워놓고 만족하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미니멀 라이프'가 대세인 셈이다. 이제는 방구석을 깔끔하게 비워나가면서 살아보자. 그러면 삶이 여유로워지는 것을 느낄 것이다. 그리고 비워나가면 나갈수록 '진짜'로 필요해지는 무엇이 생길 거란다. '그것'으로 내 삶에 신선한 충전을 해나간다면 더할나위 없을 것이다. 나도 방구석 가득한 책들을 비워나가면서 '진짜' 나에게 꼭 필요한 책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싶다. 기대해도 좋다. 홀쭉해질 '나의 행복한 독서 라이프'를 말이다.

 

한빛비즈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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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은 인간다움에게
박정은 지음 / 한빛비즈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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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인문학책으로 세 가지 논점에서 '인간다움'을 논하고 있다. 1부에선 '코로나 시대'를 맞아 달라진 일상을 맞이한 사람들이 겪는 어려움을 이야기하며, 그속에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슬기로움을 이야기했다. 이어지는 2부에서는 어쩌면 불편한 주제인 '21세기 페미니즘'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냈다. 마지막 3부에서는 '낯선이'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방법론을 고찰하고, 대립과 갈등이 아닌 '공존'을 모색하는 마당을 제시했다.

 

  지은이는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살고 있으며, 현재는 이탈리아 로마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이 책을 쓸 당시에는 '로마'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니 말이다. 그리고 수녀이며 학자다. 미국 홀리네임즈대학의 영성학 교수라고도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그래서 책의 내용이 다분히 '종교적'일 것이라 짐작했는데, 딱히 주제가 종교적이지는 않았다. 책제목조차 '인간다움'이 적혀 있으니 말이다. 그저 시종일관 '인간'에 대한 언급만 있을 뿐이다. 딱히 어느 종교적인 관점에서만 논하지 않는 것이 퍽 맘에 들었다.

 

  책 속에서가 가장 인상 깊었던 주제는 '페미니즘'에 대한 이야기를 다룰 때였다. 나는 '남성'이면서 동시에 '페미니스트'이기 때문이다. 물론 수많은 '여성, 페미니스트'들은 이런 나에게 "남자는 페미니즘을 운운할 자격(?)이 없다"고 공격적인 면을 드러내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난 '페미니즘'을 페미니즘이라 얘기하지 않는다. 솔직히 까놓고 얘기를 한다면, '페미니스트'는 다분히 '백인여성만을 위한 이상주의자'로 백인여성이 아닌 유색인에 대한 편견도 심하며, 남성들은 모두 성범죄자, 아니면 예비 강간범 취급을 하는 지독한 편견쟁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 생각에 사로잡힌 여성들이 나를 '페미니스트'로 인정하지 않는 것에는 큰 반감이 없다. 나는 차라리 '여성주의자'라고 불리우고 싶을 뿐이다.

 

  우리 사회에서도 여성에 대한 차별이나 편견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을 잘 알 것이다. 이를 '문제시'하고 바로 잡기 위해 운동을 펼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말이다. 그런데도 그런 불평등을 눈앞에 두고서도 여성을 위한 정책을 마련할라치면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라느니, 남성과 여성을 '편가르기'하려는 모략이라느니...뚫린 입이라고 막말을 일삼는 인간답지 못한 것들이 많아서 아주 가관일지경이다. 여성에 대한 우대정책이라고 여겨진다면 '당신네 엄마를 위한 정책'이라고 생각하면 그렇게 억울하진 않을 것 아닌가. 그리고 당신의 아내와 딸이 살아갈 사회인데, 차별로도 모자라서 모멸감을 느낄 정도의 엉망진창인 사회시스템을 계속 유지하자고 고집부릴 셈이냔 말이다. 당장 '남성'들이 손해를 보는 정책일 것 같아도 큰 그림으로 보면 '인간답게 살기 위한 최소한'일뿐인 것이 훨씬 더 많다. 왜 그런 '최소한 것'조차 열린 마음으로 남성과 여성이 한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단 말인가.

 

  여성 운동은 좁게 보면 '유리천장'을 없애고,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는 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론 '양성평등'을 이루어 남녀차별이 없어진 세상을 만들어 '운동, 그 잡채'를 하지 않아도 되는 당연한 세상을 만드는데 그 목적이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여성 운동'은 여성만이 해야 할 것이 아니라 남성도 동참해야 한다. 그래서 기존의 '페미니즘'이란 명칭을 빼버린 것이다. 너무나도 복잡하다 못해 난잡해진 개념을 다시 '단순화' 시킴과 동시에 '누구'에게나 열린 운동으로 다시 시작하기 위함이다. 물론, '여성 운동'이란 명칭도 이미 어디선가 쓰고 있을 것이 틀림없다. 그리고 수많은 '여성운동가'들이 이미 활약을 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꿈꾸는 '여성주의'를 지향하는 운동을 여자만의 전유물로 삼았을 것이다. 그런 편협함을 깨고 '남성'도 동참할 수 있는 진정한 여성주의운동으로 거듭나길 바랄 뿐이다. 꼭 그래야 하고 말이다. 그래서 남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여성주의자'가 될 수 없다는 이야기는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인간다움'을 이런 관점에서 출발하면 어렵지 않게 될 것이다. 우리는 팬데믹 상황에서도 남을 위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자신도 힘든 상황이지만 나보다 더 힘든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외면'하지 않고 기꺼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던 것이다. 제주도에 낯선 이주민이 왔을 때도, 일각에선 '종교적 배타성'을 앞세워 예멘 난민을 받아들여선 안 된다는 날선 주장을 했지만, 그들이 체류하고 있던 30일 남짓한 기간동안 많은 제주도민들이 그들에게 식사와 잠자리를 제공하며 잠시나마 평안함을 누릴 수 있도록 했다는 소식을 듣고, 새삼 '인간다움'을 느꼈을 것이다. 심지어 AI가 지배할 미래에도 '인간다움'은 필수조건이라고 지은이는 말한다. 그러면서 AI가 '인간다움'을 배우지 못한다면 그들이 인간세상을 지배(?)하도록 내버려두어선 안 된다는 메시지도 담았다. 하긴, '인간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입력했다고 하더라도 '인간다움'을 잃어버린 AI가 인간을 어찌 대할지 우려스럽기도 하다.

 

  우리는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리는 것에 대한 고마움을 잊고 살아간다. 나와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그 속에서' 나도 편안하게 살 수 있다는 명백한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곤 한다. 그러다 '인간다움'을 잃어버리고 나서야 그 소중함을 깨닫곤 한다. 마치, 깨끗한 공기를 당연하게 여기다가 '오염된 공기'를 들이마시고 나서야 콜록거리며 괴로워하다 죽을 것 같은 공포를 느끼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 '공기'도 '인간다움'도 청정함을 유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인간다운' 당신의 도움이 절실하다.

 

한빛비즈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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