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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세계사 - 고대 로마부터 21세기 실리콘밸리까지 인류사를 결정지은 기업의 탄생과 진화
윌리엄 매그너슨 지음, 조용빈 옮김 / 한빛비즈 / 2024년 3월
평점 :
[My Review MDCCLVI / 한빛비즈 143번째 리뷰] 기업의 목적은 무엇일까? 아마 대부분 '이윤추구'라고 답할 것이다. 맞는 말이다. 이윤을 남기지 못하는 기업은 '존재가치'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쉽게 말해 '열심히 일해서' 남 좋은 일하고, '뼈 빠지게 일해서' 남에게 다 퍼주는 기업은 오래 존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기업이 추구하는 '이윤'은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 걸까? 이 물음에 대해 자본주의체제는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을 명언으로 삼아 무한대로 잡았고, 공산주의체제는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들이밀며 굶어죽지 않을 만큼이라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세계시장에서 공산주의는 패배했다. 그리고 당연히 '자본주의'가 승리했다. 그런데 자본주의가 지니고 있는 문제점은 전혀 해결되지 못했다. 마르크스가 그렇게나 '경고'하고 '경계'했는데도 그 문제점은 제동장치를 잃어버린 것처럼 '돌진'을 했고, 그로 인해 오늘날의 자본주의는 여러 가지 폐해를 선보이며 스스로 문제점을 만들어내며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결국 기업의 원초적인 목적인 '이윤추구'에 제동을 걸 무엇이 필요하다는 점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게 된 셈이다.
이 책의 맺음말에는 자본주의체제의 기업이 절대로 해서는 안 될 8가지가 제시되었다. 하나는 '국가를 위태롭게 하지 마라', 둘은 '장기적으로 생각하라', 셋은 '주주와 공유하자', 넷은 '경쟁하라, 공정하게', 다섯은 '직원들을 제대로 대우하라', 여섯은 '환경을 파괴하지 마라', 일곱은 '모든 파이를 혼자 다 가지려 하지 마라', 마지막은 '너무 빨리 움직이지 말고 너무 많은 틀을 깨지 마라'다. 제시된 제목만 보이도 이 책이 말하고자하는 바가 무엇인지 감이 잡히지 않은가? 그렇다. 오늘날의 기업이 너무나도 '이윤추구'에 매몰된 바람에 '비도덕적/비윤리적인 기업'이 양산되었고, 그로 인해 작게는 한 나라의 경제가 '기업'에 의해 좌지우지 되고 있으며, 크게는 지구 전체가 '기업'에 의해 황폐해져 가고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거기다 기업의 경제활동으로 인해 '한 인간'이 마땅히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조차 묵살되는 현장을 우리는 두 눈으로 '목격'하고 있다. 그런데도 아무도 '바른 말'을 하지 못한다. 그랬다가는 기업에 '생계'를 맡겨 놓은 처지라서, 차마 기업의 나쁜 행태에도 아무 말을 하지 못하고 그저 기업에 종속되어 하루하루를 살아가곤 한다. '다음 차례'는 자신이 아니기만을 바라면서 말이다.
이렇게 말하면 기업은 '사회악'인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기업, '자체'가 나쁜 것은 결코 아니다. 그 기업을 운영하는 '나쁜 경영자'가 진짜 원흉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업에서 일을 하는 '종사자'들은 착한 경영자보다 나쁜 경영자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왜냐면 나쁜 경영자가 '더 많은 이익(성과)'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나쁜 경영자를 핑계(?) 삼아 자신들의 소소한 이익추구를 정당화시킨다. 최소한 자신들은 '시키는대로' 했을 뿐이라면서 말이다. 또한 기업(주식회사)에 자금을 지원한 '투자자'들도 자신들에게 '최대한의 이익'을 가져다주는 나쁜 경영진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 왜냐면 자신들은 기업의 '주인(주주)'이면서도 경영에 대한 책임을 전혀 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저 '더 큰 이익'을 선사하는 경영진에 박수를 보낼 뿐이다. 그런 기업의 행태로 인해 한 사회와 국가, 그리고 지구 전체에 어떤 악영향을 끼치는지에 아무런 관심도 두지 않는다. 그렇기에 기업의 '이윤추구'에 적절한 제동장치가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제동장치보다 더 필요한 것이 바로 '기업 윤리'다. 이는 비단 '기업가'에게만 요구하는 자질이 아니다. 인간이라면 당연히 지켜야 한 '도덕'과 '윤리'적 규범이 있어야 하고, 이것에 하등 상관치 않는 '짐승'같은 인간들에 대해 적절히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선량한 인간들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당하는 것은 물론이고, 선량한 인간들이 무리 지어 살아가는 아름다운 사회도 망가지고, 든든한 울타리를 제공하는 국가시스템도 허물어지게 되며, 우리 모두가 살아가는 지구환경까지 황폐하게 만드는 것은 순식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윤추구'를 하는 기업에 적절한 '윤리도덕'이란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그러나 기업의 이윤추구에 '잣대'를 들이대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윤택한 삶을 가져다주는 '경제적 풍요로움'에 한 번 맛을 보게 되면 누구라도 '최대한의 이윤추구'에 정당성을 부과하려 들기 때문이다. 거대 자본, 그 자체로 막대한 이윤을 가져다주는 '은행업(메디치 은행)'과 '주식회사(동인도회사)'를 보라. 그들은 자신들의 이익만 취한 것이 아니라 '주거래자'에게까지 거대 자본의 편리함과 윤택함을 선사했다. 하지만 '기업의 오너'가 한순간에 타락하게 되자 메디치 가의 몰락과 함께 국가(피렌체)의 운명까지 멸망에 이르게 하였고, 동인도회사의 타락과 함께 인도제국은 단박에 '식민지노예'가 되어 버렸고, 이를 수수방관한 대영제국은 '전범국가(?)'와 다를 바가 없게 되었다. 그리고 '최대의 이윤'을 얻기 위해서 가장 악랄한 수단까지도 허용해 버렸는데, 바로 '독점기업(유니언 퍼시픽 철도회사)'의 등장이고, '대량생산체제(포드 자동차회사)를 만든 것이다. 이들은 각각 시장경제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불러왔으며, 동시에 끔찍한 '악영향'을 가져왔다. 독점은 경쟁상대가 없는 상태이니 '무한이익'을 취할 수 있었고, 대량생산으로 '단가'를 낮춰 다른 경쟁사보다 더 많은 이익을 가져왔지만, 그로 인한 '근무환경'은 저질적이고 열악하게 바뀌며 인간을 '컨베이어밸트의 부속품'으로 전락하게 만들었다. 어디 이뿐인가? 하나의 국가보다 더 큰 '다국적 기업(액슨)'이 만들어지자 국민에게 권한을 위임받은 정부관계자조차 '기업 오너'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까 노심초사하게 만들었고, '기업사냥꾼(KKR)'들의 등장으로 거대한 기업조차 '상품'으로 전락해버려 사고 팔아 넘길 수 있게 되자, 그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어버린 사람들의 애환을 달래줄 마땅한 것이 무엇인지 갈피조차 잡을 수 없게 되어 버렸다. 모두 '기업의 이윤추구'를 합리화하는 과정에서 생성된 '피해 사례'다.
과연 자본주의는 이러한 피해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까? 거대 기업은 '최대한의 이윤추구'를 통해서 이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할 수 있느냔 말이다. 아직까지는 없는 듯 싶다. 자본주의의 '희생양'이 된 이들에겐 '게으름(나태)'이라는 낙인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눈물 젖은 빵을 먹는 이들에게 자본주의는 비난을 퍼붓곤 한다. "그러길래 부지런히 일해서 풍요롭게 살아야지. 왜 '게으름'을 피워서 가난해졌느냐?"말이다. 거기까지만 해도 비참할 지경인데, "가난은 나랏님(엄청난 부자)도 고치지 못하는 '망국의 병'이니, '각자도생'은 기본옵션인 거 알고 있지?"라며 비아냥거리기 십상이다. 그러면서 '자본주의'를 찬양하고, 복지정책 같은 것은 하등 불필요한 것이라고 망발을 아낌없이 퍼붓는다. 어차피 '개돼지'들에게 희망 따위는 사치라면서 말이다.
이러한 비도덕적인 '기업윤리'와 부도덕한 마인드를 지닌 '기업오너'를 그저 바라만 봐야 할까? 그래서는 우리가 사는 사회가 재미없어질 것이다. 그렇기에 기업이 타락하지 않도록 '소비자의 역할'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결국 거대 기업도 '상품'과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판매'를 해야 이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거대 기업이 비윤리적이고 부도덕한 짓을 한다면 과감한 '실력행사'에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 소비자 개개인은 별다른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하지만 거대하게 '뭉친' 소비자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즉,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테면, '불매운동' 같은 것이 있다. 비윤리적인 '기업제품(갑양유업)'에, 부도덕한 '기업오너(대한항콩)'에 소비자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조심해야 한다. 이런 실력행사가 '기업오너'에게 타격을 주어야지 '그 밑선'에 폐해를 끼치는 것으로 그치고 만다면, 결국 '없는 자들끼리의 다툼'이 되고 마니까 말이다. 그리고 정작 '기업오너'들은 오만하게도 '찻잔속의 폭풍'으로 취급하며 호로록 해버리고 말 것이 틀림없다. 이를 위해 '범국가적인 실력행사'가 필요할 수도 있다. 전세계에 걸쳐 있는 '다국적 기업' 같은 경우에 한 국가에서 제재를 가해봐야 그냥 '철수'해버리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이는 한 나라의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도, 정작 '다국적 기업'에는 흠집조차 내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럴 때도 전세계적인 '올곧은 소비자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 다시 말해, '소비자 연대'가 필요하단 말이다. 다국적 기업이 특정 국가에서 '횡포'를 부린다는 소식에 즉각적인 반응을 보여주어야 한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꼭 필요한 일이다. 기업의 이윤추구가 지구마저 파괴하는 '무분별함'을 보여주는 마당에 가만 냅둘 수가 있느냔 말이다. 그래서 '착한 기업'을 찾아내는 노력도 함께 필요하다. 지구를 지키고, 국가를 안정시키며, 사회를 아름답게 만드는데 큰 기여를 하는 '착한 기업'을 발굴해내 돈쭐내줘야 한다. 이런 긍정적인 사례가 쌓이고 또 쌓여서 모든 기업이 착해지기 위해 저마다 노력하는 '기업생태'를 만들어 낸다면 우리는 가장 살기 좋은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그런 시대가 없었다. 왜냐면 소비자가 '연대할 수 있는 마당'이 없었기 때문이다. 여기저기에서 벌어지는 '소식'을 전달할 메신저가 없던 시대에는 기업들의 횡포가 극에 달해도 그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타락한 기업 때문에 '국가'조차 망해서 없어질지경에 이르러도 어디 하소연할 구석조차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달라졌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일을 '생중계'처럼 빠르게 전달할 수 있는 매체가 생긴 것이다. '페이스북'이 그렇다. 물론 이것이 '언론'도 아니고, '사회고발' 기능이 탑재된 것도 아니다. 그저 '메신저'일 뿐이다. 전세계 누구든 '친구'가 될 수 있는 메신저가 '소비자의 연대'를 이끌어내는 도화선이 될 수도 있다. 물론 '관심'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리고 '가짜뉴스'를 선별해낼 수 있는 현명함도 갖춰야 한다. 뭐, 거대 기업의 횡포에 맞서기 위해서는 반드시 갖춰야 할 역량이겠지만 말이다.
이 책 <기업의 세계사>는 거대한 역사적 변화속에서 익히 알려졌거나, 혹은 감춰졌던 '기업의 진실'이 담겨 있다. 건실한 기업이 타락하는 순간 역사는 소용돌이 치기 시작한다는 것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세계사의 흐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이 '경제사'였음을 잊지 않았다면, '경제 주체'의 한 축을 맡고 있는 '기업의 세계사'에도 큰 관심을 가져야만 할 것이다. 그리고 한 기업이 역사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알면, '경제 주체'의 또 다른 한 축을 맡고 있는 개개인의 '가계'가 해야 할 역할에도 눈을 뜨게 될 것이 틀림없다. 이 책이 바로 당신에게 그 안목을 선사할 것이다.
한빛비즈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