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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톡 12 ㅣ 삼국지톡 12
무적핑크 지음, 이리 그림, 와이랩(YLAB) 기획.제작 / 문학동네 / 2026년 1월
평점 :
<삼국지톡 12> 무적핑크 / 와이랩(YLAB) / 문학동네 (2026)
[My Review MMCCCXLIII / 문학동네 48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리뷰전문잡지 <책이 있는 구석방> 일백일흔두 번째 리뷰는 뿔뿔이 흩어졌던 유비삼형제가 다시 모이고 '관도대전'은 조조의 승리로 장식되고 바야흐로 '적벽대전'이 시작하는 <삼국지톡 12>다. 수많은 <삼국지> 가운데 이토록 '관도대전'을 극적으로 펼쳐낸 작품은 없었다. 어릴 적 막역한 친구로 지냈던 조조와 원소가 서로의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서 피하지 못할 격전을 펼쳐내고 승부가 나기까지 두 인물의 세세한 감정 묘사가 아주 뛰어났고, '관도대전'을 둘러싼 주변인물들이 펼쳐낸 극적효과까지 아주 잘 나타났다. 이미 '소설 삼국지'나 '정사 삼국지'에 익숙한 독자라 하더라도 이 책 <삼국지톡>에서 펼쳐낸 '미묘한 감정선'까지 읽어내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비록 웹툰만화로 그려낸 '만화 삼국지'이지만 역사의 깊이를 헤아리기 위해서라도 꼭 읽어봐야 할 것이다. 그럼 책 속으로 풍덩 빠져 보자.
<삼국지톡 12> 관점 포인트 : 이미 완결된 웹툰이지만 이리 '단행본'을 보는 까닭은 잊을만 하면 읽고 또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죽치고 앉아서 만화책만 읽을 수 있는 '만화방'이 거의 사라졌지만 한창 유행할 때도 가지를 않았다. 그 까닭은 만화책 한 권을 2시간 남짓 읽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픈해서 마감까지 하루종일 읽는다고해도 10권을 채 읽지 못했기에 차라리 '구매'를 해서 읽곤 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런 불리한 독서습관이 딱 하나 장점을 가지고 있으니, 바로 '오래 기억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 나는 한 번 읽은 책의 내용을 오래 기억하는 편이다. 그래서 다 읽은 책은 책꽂이에 꽂아두고 '책등'만 지긋이 바라보고 있으면 책의 내용이 줄줄줄 머릿속에 떠오르곤 한다. 그 맛에 책을 사고 소장하는 편이다.
그런데 '전자책'이 나오면서 양상이 조금 달라졌다. 종이책보다 싼 맛에 '전자책'을 즐겨보고는 있는데, 최근에는 '노안 이슈' 때문에 활자가 작은 편인 '종이책'은 잘 읽지 못하고 있다. 이 책도 [주석]에 해당하는 내용이 깨알 같은 활자로 적혀 있어서 '종이책'으로 볼 때는 돋보기를 들이대야 하고, '전자책'으로 볼 때는 두 손가락으로 '확대'하며 읽어대곤 했다. 싼 맛에, 확대까지 좋은 장점도 있는 전자책이지만, 종이책처럼 오래 기억하기는 곤란을 겪고 있다. 자주 눈에 띄어야 '기억'을 떠올리기라도 할 텐데 전자책은 '리더기'에서 검색을 하기 전까지는 어느 구석에 쳐박혀 있는지 감도 안 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정말 감명 깊게 읽은 책은 오직 '종이책'만 구매하는 편이다. 집안에 책들이 산맥을 이루고 있어 처치곤란이긴 하지만 말이다. 암튼, <삼국지톡> 시리즈가 소장하기 충분하다는 이야기를 이리 길게 나불거렸다.
<삼국지톡 12>의 주요 내용은 유비가 조조의 품에서 '감금 아닌 감금 생활'을 청산하고 서주로 도망갔다가 조조의 공격에 삼형제가 뿔뿔이 흩어진 전편의 내용에 이어 유관장 삼형제와 더불어 조자룡까지 합류하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한편 조조는 '관도대전'에서 70만 대군의 원소군을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맞짱을 뜨자니 '병력'이 부족했고, 성을 지키고 버티자니 '식량'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조조는 '작전상 후퇴'를 결심하지만 '순욱'이 따끔한 일침을 놓는다. 10만이 안 되는 조조군이 굶주리고 있다면 원소군은 70만 병력을 먹여야 하니 열 배는 더 힘겨운 싸움이 될 것이라고 말이다. 이때 마침맞게 원소 진영의 책사였던 '허유'가 조조를 찾아온다. 그리고 조조에게 원소군의 병참기지가 '오소'에 있다고 알려준다. 그리고 오소를 지키는 장수는 '순우경'이라는 사실도 알려준다.
그래서 조조군은 원소군의 복장으로 위장을 하고 '오소'로 진격해 원소진영의 병참을 불사르는데 성공하지만, 원소 진영 한복판에서 조조는 거대한 원소군에 쫓기며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이한다. 그런데 그 순간 원소의 지병이 도지며 원소가 쓰러지고 만다. 과거 원씨 가문의 적장자로 인정받기 위해 모진 시련을 겪으면서 얻었던 지병이다. 하지만 원소의 목숨이 딱 여기까지라니! 너무나도 가혹한 운명이 아니겠는가. 이제 조조군을 격파하고 하북 일대를 호령할 일만 남았는데 말이다. 그렇게 '프린스 원소'는 운명을 달리 한다.
그럼 조조군의 승리로 마무리가 되었을까?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부자는 망해도 3대를 가고, 준치는 썩어도 준치라고 했다. 프린스 원소 한 명 죽었다고 '원씨 가문'이 한순간에 망할 까닭이 없다. 그런데 망했다. 원소의 자식이 원담, 원희, 원상 순서인데 맏이 원담이 후계자가 아니라 셋째 원상이 정식 후계자라는 유언이 공개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원담은 조조에게 귀의하고, 원상은 기주로 틀어박히니 형제간의 '골육상쟁'이 시작될 찰나였다. 그럼 조조는 무얼 했을까? 형제끼리의 싸움을 부추기며 저들끼리 서로 망할 것을 기다렸다. 물론 아주 고상하고 우아하게 말이다. 그렇게 싸우다 지친 원소의 자식들을 조조는 하나씩 제거하기 시작한다. 처음엔 원담, 다음엔 원희, 원상 순서로 말이다. 왜 조조는 자신의 우세한 형국을 앞세워서 원씨 가문을 쳐부수는 방법이 아닌 저들끼리 싸움을 부추기고 서서히 옥죄여 가면서 저들 스스로 파멸에 이르기를 기다렸던가?
조조로서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왜냐면 원소가 차지했던 지역이 너무도 광활했기 때문이다. 나폴레옹이 '대륙봉쇄령'을 어기고 영국과 밀무역을 한 러시아를 정벌하러 대군을 보냈지만 러시아의 광활한 땅을 소수의 병력을 다 정복하지도 못하고 한겨울 동장군에게 처참한 패배를 맛본 것에는 비할바 아니겠지만, 그래도 조조의 소규모 병력으로는 원소진영을 일거에 섬멸하는 방식으론 그 땅을 다 점령할 방법도 없고, 그 지역 백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길도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조조는 곽가의 조언을 받들어 원씨 형제끼리 싸우다 지치는 걸 기다렸고, 원희와 원상이 유주 깊숙이 '공손씨 세력'에 도움을 받으러 도망쳤을 때에도 진격을 멈추고 느릿느릿 진군하며 '다른 사람의 손을 빌어서' 원씨 가문을 멸문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조조는 최종적인 승리를 거두고 화려한 개선을 하려 했지만, 그 사이에 아끼던 참모 곽가가 어린 나이에 요절해버린 소식을 듣게 된다. 조조는 비통하고 참담한 소식을 접하고 목놓아 울어버린다.
나가는 글 : 이렇게 '관도대전'은 대미를 장식했고 바야흐로 '적벽대전'이 시작되려 한다. 조조는 드디어 벼르고 별렀던 '형주의 유표'와 잘도 도망다니던 '유비'까지 싹다 잡아들이려 한다. 그리고 내친 김에 '강동의 손권'까지 굴복시키려 한다. 그렇다. 손책이 아니라 손권이다. 관도대전이 한창이던 때에 손책도 젊은 나이에 비운의 죽음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이야기로는 '도사 우길'을 죽인 탓이라고 하지만, 기실 '관도대전'이 한창일 때 손책은 원소의 밀서를 받고 조조의 후방을 급습하려 했다. 그런데 이 사실을 안 조조는 손책에게 높은 벼슬을 내리며 회유하려 들지만, 손책은 그따위 벼슬보다 '천자'를 노리고 있었다. 그리고 천하를 호령하려는 원대한 꿈을 꾸었으나 이렇게 손책이 조조의 뒤통수를 칠 것이란 '사실'을 조조에게 알리려던 허공의 첩자를 우연히 잡고 손책이 그 사실을 알자, 손책은 허공을 배신자라면서 사형에 처한다. 이에 분을 품은 '허공의 식객 셋'이 주인의 복수를 하겠다며 손책을 급습하는데, 천만다행으로 치명상을 피했는지, 화타의 의술이 훌륭했던지 손책은 다시 살아난다. 그러다 우길을 죽여 만백성의 참된 주군은 '한낱 도사'따위가 아니라 '손책'이라는 것을 알아주지 않는 토착세력 때문에 분을 참지 못하고 화를 내다 다친 상처가 터져서 비명에 죽고 만다.
<삼국지톡> 웹툰에서는 이런 세세한 설명은 피하고 우길을 죽인 뒤에 뒤따라 죽을 것을 안 손책이 자신의 동생 손권에게 당부하는 말 한마디로 '함축'했다. "전쟁터에서 싸우는 것은 내가 더 낫지만, 나라를 잘 다스리는 것은 네가 나보다 더 낫다"는 말을 전한 뒤에 말이다. 어린 손권을 위해 주유를 비롯한 황개, 정보, 한당 등 충신들에게 잘 돌봐줄 것을 부탁하지만, 그들 뒤에 서있는 강동의 토착세력들은 '손책의 죽음' 앞에서도 싸늘한 눈빛만 교환하고 있을 뿐이다. 손책은 용감하게 싸우고 정복할 줄은 알았지만, '정치'는 잘 몰랐던 것이다. 정복을 해서 영토를 넓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복한 지역의 백성을 잘 다스리기 위해서는 '토착세력(허공 등)'의 마음까지 사로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걸 손책은 잘 못해서 불의의 습격을 당해 젊은 나이에 요절하고 만 것이다. 그럼 손권은 어떻게 잘 나갈 것인가? 한편, 유표의 품에서 '눈칫밥'을 먹으며 하루하루를 연명해가고 있던 유비는 '비육지탄'이라 하소연하며 뒤룩뒤룩 살만 찌고 아무 것도 해놓은 것이 없는 자신을 한탄하고 있다. 과연 유비의 앞날은 어떻게 될 것인가?
기존의 '소설 삼국지'와 '만화 삼국지'와 <삼국지톡>이 큰 차별을 둔 점은 다름 아닌 인물간의 '감정 묘사'가 탁월하다는 점이다. 이는 <조선왕조실톡>을 쓴 '무적핑크(변지민)'가 가장 잘 표현한다. 그래서 원소를 '프린스'로 표현한 것도 대단히 신선했다. 소설이나 만화에서 원소는 대개 '우유부단한 인물'의 대명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소는 삼대에 걸쳐 고관대작을 지낸 명문가 집안의 장자였기 때문에 대단한 귀공자 타입으로 묘사되곤 한다. 그러나 원체 우유부단하고 과감성이 없는 인물로 묘사된 탓에 그저 '무능한 재벌 4세' 정도로 묘사되는 것이 고작이다. 그런데 <삼국지톡>에서는 '프린스'로 화려하게 등장했다. 그것도 주인공인 '조조'보다 훨씬 더 멋지고 화려하게 말이다. 이는 철저한 역사 고증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무적핑크'만의 특색을 살려 새롭게 등장인물을 재탄생시킨 셈이다. 거기다 말과 행동 하나하나에 녹아 있는 '세련미'는 정말이지 흰 쌀밥, 그 자체다. 그런 프린스 원소와 건곤일척을 놓고 싸우는 조조는 정말 처절하게 맞서 싸운다. 어릴 적에는 단 한 번도 이긴 적이 없는 상대로 말이다.
'관도대전'을 이렇게 화려하게 장식해놓았으니 '적벽대전'은 또 어떤 미쟝센을 보여줄지 기대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