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 혼자만 레벨업 8 - 완결
추공 지음, 이백 그림 / 파피루스(디앤씨미디어) / 2019년 8월
평점 :
<나 혼자만 레벨업 8> 추공 / 파피루스(디앤씨미디어) (2019)
[My Review MMXXXVI / 파피루스(디앤씨미디어) 8번째 리뷰] 아무 것도 없는 무(無)의 공간에서 '절대자'는 무료함을 잊기 위해 여흥을 즐기려 한다. 그래서 창조해 낸 것이 바로 '지배자'와 '군주' 들이다. 그리고 그 여흥의 흥미를 돋우기 위해서 둘 사이에 싸움을 붙였다. 절대자는 흥겨웠다. 지배자와 군주 들의 싸움이 치열하면 치열할수록 좋았고, 팽팽하면 팽팽할수록 흥겨웠기 때문이다. 허나 지배자도 군주 들도 어엿한 생명이 있는 존재들이기에 죽거나 사라지지 않기 위해서는 피가 튀고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살육전'에서 최선을 다해서 싸웠다. 서로를 향한 '파괴 본능'만을 앞세워서 말이다. 그렇게 치열한 전쟁 속에서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각자가 가지고 있는 '전투 특성' 때문에 힘의 균형이 깨지기 시작했다. 숱하게 싸우고 또 싸우고 난 뒤에야 깨진 균형이지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그 균형은 점점 극명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바로 '죽음의 왕, 그림자 군주'의 힘 때문이었다.
애초에 7명의 지배자와 9명의 군주 들은 서로의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였다. 그렇게 엎치락 뒤치락 싸움이 계속 되는데, 결국은 지배자와 군주 들도 '죽음'을 겪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은 '절대자'가 창조한 존재인 까닭에 죽음을 경험하더라도 '완전 소멸'은 되지 않는 존재들이었다. 하지만 지배자와 군주 들을 따르는 종(부하)들의 경우엔 달랐다. 그 종들은 죽고 난 뒤에 '그림자 군주'를 따르는 '그림자 군단'에 합류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애초에는 7명의 지배자들과 9명의 군주들이 나뉘어서 싸워도 서로 대등할 수 있었지만, 나중에는 '그림자 군주' 홀로 모든 지배자들과 하늘을 뒤덮을 정도의 지배자 군단들과도 맞서 싸울 정도로 어마어마한 힘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지배자'들은 점점 패색이 짙어지게 되었고, 그렇게 해서 싸움에 질 때마다 '윤회의 잔'을 이용해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패배를 뒤집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일이 반복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절대자가 창조한 존재들의 경우에는 아무리 '시간'을 거스른다고해도 '과거의 기억'까지 지울 수는 없었다. 다시 말해, 지엄한 존재들의 경우에는 '윤회의 잔'을 뒤집기 이전의 기억까지 다 가지고 '똑같은 시간'만 되풀이 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수 차례로 거듭해서 싸우다가 '군주들'이 배신을 하고 말았다. 그림자 군주가 거느린 '그림자 군단'이 너무 커져서 힘의 균형이 깨지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림자 군주를 제외한 나머지 군주들이 지배자와 맞서서 홀로 싸우고 있는 그림자 군주의 뒷통수를 쳐버린 것이다. 그렇게 지배자와 그림자 군주가 치열한 싸움 끝에 둘 다 기진맥진해진 상황에 '나머지 군주들'이 먼저 그림자 군주를 제거하고, 그림자 군주에 의해 제압 당한 '지배자들'도 모두 제거해버린 것이다. 이때 배신을 지휘한 우두머리가 바로 '파멸의 군주, 용제'다. 다른 군주들에 비해서 어마어마한 힘을 가진 그가 자신과 유일하게 맞서 싸울 수 있다고 여긴 '그림자 군주'를 제거하기로 했던 것이다.
그렇게 파멸의 군주에 의해서 제거된 '지배자들'은 마지막 힘을 짜내어서 '광휘의 파편'을 지구 곳곳으로 보냈고, 그 파편 조각이 몸속에 스며든 인간들은 엄청난 에너지원인 '마나의 영향력'을 받아 '국가 권력급 헌터'로 거듭 나게 되었다. 그리고 아직 '마나의 양'이 충분하지 않은 지구를 찾아온 '파멸의 군주(용제)'의 종(카미쉬)을 보내 '광휘의 파편 조각'마저 제거하려 했으나, 전세계 국가 권력급 헌터들이 모여서 카미쉬를 물리치는 위업을 펼친 것이다. 한편, 군주들에 의해 배신을 당한 '그림자 군주'는 자신이 '죽음의 신'인 탓에 완전히 소멸되지는 않았다. 허나 파멸의 군주에게 당한 데미지가 너무 컸기에 회복하기에 너무 오래 걸릴 것으로 짐작되자, 한 가지 묘책을 내놓게 된다. 바로 '설계자'의 도움을 받아서 '자신의 뒤'를 이을 후계자를 키우려 한 것이다. 마치 지배자들이 '광휘의 파편 조각'으로 국가 권력급 헌터를 만들어낸 것처럼 말이다. 암튼, 그렇게해서 '설계자'에 의해 낙점을 받은 후계자가 바로 E급 헌터, 성진우였다.
E급 헌터는 '일반인'과 거의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마나의 힘'이 약한 헌터로 각성한 자다. 그래서 게이트를 통해서 나타나는 마수들과 싸울 힘을 갖고는 있지만, 마나의 힘이 없어 싸울 수 없는 일반인처럼 마수들에 의해 '일방적인 학살'을 당할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일을 맡게 된 셈이다. 그렇게 약한 헌터가 바로 '성진우'였다. 그런데도 성진우는 '죽음'을 무릅쓰고 던전을 돌면서 마수 사냥에 나섰다. 왜냐면 초창기 헌터로 각성한 아버지는 던전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해서 '행방불명'이 되었고, 생계를 책임지던 어머니는 '익면증'에 걸려서 잠이 든 것처럼 쓰려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나 뿐인 동생의 학비와 생활비를 구하기 위해서 '소년 가장'이 되어 버린 성진우는 큰 돈을 벌 수 있는 '헌터의 일'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필 E급 헌터로 각성하는 바람에 원하던 큰 돈은 벌지도 못하고, '헌터협회'에서 주최하는 던전 사냥에 참가하는 대가로 받은 지원금으로 값비싼 어머니의 치료비와 동생의 학비를 겨우겨우 마련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지원금을 다 써버린 성진우는 변변한 무기나 방어구도 구하지 못하고 겨우 마련한 칼 한 자루를 들고서 겨우겨우 던전을 돌았던 것이다.
그렇게 몇 번의 던전 참가를 통해서 얻게 된 별명이 '최약 병기'였다. 가뜩이나 약한 E급 헌터로 각성한데다 변변한 무기도 없이 E급이나 D급 게이트를 돌고 있었기에 붙은 별명이었다. 사실 던전 게이트에 들어가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보다 '등급'이 낮은 마력을 뿜어내는 게이트라면 별탈이 없겠지만, '동급'이거나 '상위' 등급의 게이트에 들어가서 마수 사냥을 한다는 것은 '목숨'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잠깐의 방심만으로도 마수들의 공격에 순식간에 목숨을 잃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성진우도 D급 게이트에 참가했다가 심각한 치명상을 받은 적이 여러 번이었다. 심지어 자신의 등급과 동급인 E급 게이트에서도 가장 약한 마수인 '고블린'에게 치명상을 당할 정도로 약해 빠진 헌터였던 것이다. 그러니 헌터들에게 게이트 참가를 권할 때에 8명 이상의 헌터로 구성을 하는 것을 규정으로 정할 정도였다. 그래도 게이트는 끊임없이 나타났고, 헌터의 수는 늘 부족했기 때문에 '협회'에서도 헌터들이 생명을 잃어버릴 정도의 위험한 배정은 하지 않게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성진우 헌터가 참가하는 던전은 늘 '최약체 마수'만 등장한다는 공식(?)이 소문으로 나돌 지경에 이르게 된다. 그만큼 '안전한(?) 레이드'라는 보장이었기에 성진우가 참가하는 게이트 사냥은 안심하고 참가할 수 있다고 여긴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안심하고 참여한 게이트에서 '이중 던전' 사고가 발생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 '이중 던전'은 바로 그림자 군주의 의뢰를 통해서 '설계자'가 꾸민 게이트였던 것이다. 이 게이트에서 성진우는 '죽을 위기'를 극복하고 '플레이어'로 다시 재각성(?)할 수 있었다. 그리고 플레이어가 된 성진우는 끝없는 레벨업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설계자'의 친절한(?) 안내를 착실하게 따르면서 성진우는 '그림자 군주'가 될 훈련을 착착 해냈던 것이다. 그렇게 레벨 100을 넘기고 진정한 '그림자 군주의 힘'을 다룰 수 있게 될 때쯤, 제주도를 넘어 일본에서 '거인들의 왕(군주 가운데 한 명)'을 제거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죽음의 군주'라는 사실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마주한 엄청난 힘을 가진 '군주들'과 마주하게 되고, 잊고 있었던 '과거의 기억'도 떠올리며 진정한 '그림자 군주'의 힘을 개방하게 된다. 그리고 '파멸의 군주, 용제'와의 한 판 승부를 펼치는데, 결국 최종 승리는 성진우였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성진우가 승리하긴 했지만 '파멸의 군주'가 남긴 상처와 그에게 당한 희생자는 너무도 많았던 것이다. 이렇게 종지부를 찍게 되면 성진우가 '알고 있던 세상'은 한 켠이 무너진 채로 남게 될 것이다. 그걸 받아들이지 못한 성진우는 지배자들에게 '윤회의 잔'을 이용할 수 있게 부탁을 했고, 그 힘을 통해서 '시간'을 되돌릴 작정을 한다. 그렇게 되면 성진우는 이미 '세상을 구한 영웅'이었는데, 처음으로 게이트가 열리기 '이전'으로 시간을 되돌리길 원했기에 아무도 성진우를 기억하지 못하게 될 것이고, 예정대로 '파멸의 군주'는 다시 찾아오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그 때에는 어떻게 '파멸의 군주'를 상대할 것이냐는 지배자의 물음에 성진우는 분명히 말한다. 자기 혼자서 상대하겠다고 말이다. 지배자들의 도움도 필요 없다면서 말이다. 진정한 '그림자 군주'의 힘을 개방한 성진우로서 완전히 불가능한 일도 아닐 테지만, 그럴 경우에는 아무도 성진우를 '기억'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배자들의 경고가 있는데도, 성진우는 소중한 것을 잃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그 결정을 선택한다. 세상은 온전히 지킬 수 있겠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그런 선택을 말이다.
그렇게 성진우는 다시 한 번 '최후의 싸움'을 다시 치루고 승리를 거둔다. 다시 한 번 세상을 구한 영웅이 된 것이다. 다만 이번에는 아무도 그 사실을 알지 못할 뿐이다. 그리고서 이야기는 <외전>으로 이어진다. 사실 이미 끝난 이야기에 이어지는 '뒷이야기'가 김이 빠질 법도 하다. 그런데 <나 혼자만 레벨업>은 그게 아니다. 다 끝난 듯한 이야기를 마무리하고서 '그 뒷이야기'를 하면서 더 신 나고 재미난 이야기를 펼쳐보였기 때문이다. 보통 <외전>의 생명은 '디테일'에 있다. 굵직굵직한 주요 이야기의 빈틈을 완벽하게 메꾸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 혼자만 레벨업>에서는 '외전'이 사실상 '본편'이라고 할 만큼 자세하게 펼쳐진다. 그리고 완전히 달라진 '세계관'으로 다시금 이야기를 펼쳐나가는데, 그 이야기가 훨씬 더 흥미롭다. 마치 '신데렐라'가 왕자와 결혼을 하고 난 뒤에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하고서 끝나버린 이야기의 뒤를 이어나가면서 '어떻게' 행복한지 생생하게 전달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나 혼자만 레벨업>이 바로 그렇다. 성진우라는 존재를 완전히 잊어버린 세상에서 성진우는 다시 '중학생'이 되어서 곧이어 찾아올 '파멸의 군주'를 물리치고 또 한 번 세상을 구한 영웅이 되었으나, 그 사실을 아무도 알지 못하는 세상에 한가롭게 살아간다. 그 이야기가 몹시 흥미롭게 진행되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그리고 그 <외전>마저 끝마쳤을 때, '또 다른 이야기'로 다시 찾아왔으면 하는 아쉬움만 가득할 것이다. 정말 간만에 '여운' 가득한 판타지 소설을 만나고 즐겼다. 기회가 된다면 또 리뷰하고 싶을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