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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조영웅전 5 - 악비의 유서
김용 지음, 김용소설번역연구회 옮김, 이지청 그림 / 김영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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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y Review MDCCLVIII / 김영사 27번째 리뷰] 5권 줄거리의 핵심은 남송의 명장 악비가 남겼다는 '무목유서'의 행방이다. 이 '무목유서'는 김용 무협 3부작인 <사조영웅전>과 <신조협려>, 그리고 <의천도룡기>까지 모든 이야기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기 때문에 알아두면 유용하다. 허나 '무목유서'는 실존하는 책은 아니다. '정충보국(精忠報國 : 사사로운 감정 없이 한결같은 마음으로 나라의 은혜를 갚다)'는 글자를 등에 새기고 전투에 임했다는 '무목 악비'라면 아마도 그런 책을 남기지 않았을까 싶어 글쓴이가 '가상'으로 만든 아이템이다.


  거두절미하고, 결국 '무목유서'는 곽정이 갖게 된다. 그리고 금나라에 맞서 싸운다. 이는 <신조협려>에서도 마찬가지이며, <의천도룡기>에서는 남송도, 금나라도 멸망했기 때문에 원나라에 의해 멸시 당하는 한인들이 훗날 명나라를 세운다는 '역사적 흐름'에 발맞춰 '무목유서'가 유용하게 쓰여진다. 그렇다면 '무목유서의 등장'은 바로 한인들의 '애국심 고취'를 위해서 만들어놓은 것일테다. 아무리 '절대고수'라 하더라도 '군대'를 상대로 싸워서 이길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남송'이 멸망할 때까지 송나라 군대를 이끌고 혁혁한 공을 세운 장군은 '악비'가 유일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래서 <사조영웅전>에서도 무림고수를 등장시켜 '금나라'를 무던히도 괴롭히지만, 결국 금나라가 망한 것은 '몽골부족'을 통일한 테무친, 즉 '칭기즈칸'에 의해서다. 남송은 칭기즈칸에게 숟가락만 얻어서 '금나라'를 멸망시키는데 일조하지만, 결국 칭기즈칸에 의해 남송도 풍전등화의 신세가 되고 만다. 그러다 <신조협려>에서 쿠빌라이칸에게 남송이 멸망하게 되는데...그건 나중의 이야기다.

  4권에서 곽정과 황용은 혼약을 하게 되지만, 주백통 때문에 산통이 깨지고 만다. 딸의 혼약이 이루어지며 우여곡절 끝에 곽정을 사위로 맞아들였지만, 곽정의 의형이 된 주백통이 자신도 모르게 '구음진경'을 익혀버린 탓에 천하오절보다 더 강한 '절대고수'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황약사도 어쩔 수 없이 주백통을 도화도에 더 묶어두지 못하고 풀어주게 되는데, 하필 '황약사의 호의'를 주백통이 무시(?)하고 '꽃배'를 선택하고 만 것이다. 이 '꽃배'는 겉모습은 화려하고 아름답지만 사실은 배바닥을 허술하게 만들어서 바다에 몰고 나가면 반드시 침몰하고마는 '죽음의 배'였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 배를 주백통이 '도화도 탈출용'으로 선택하고 말았으니, 육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죽을 운명을 스스로 선택한 셈이다. 그런데 황약사도 순순히 이실직고를 하며 그 '꽃배'에 타지 못하게 했으면 좋았으련만, 그 배가 '자신의 처(황용의 어머니)'와 관련된 사연이 있는 배였던지라 차마 그 속내를 주절주절 이야기하기 싫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 '꽃배'애 주백통과 홍칠공, 곽정까지 모두 태워 내보냈는데, 그만 바다 한가운데서 침몰해버리고 만 것이다.

  그렇게 5권은 시작부터 바다에서 허우적거리는 '무림고수들'이 등장한다. 어찌어찌 먼저 도화도를 떠난 '구양봉의 배'에 의해 세 사람은 구조되지만, 뱃전에 오르자마자 티격태격 싸움을 벌이더니 '곽정 일행'과 '구양봉 일행' 모두 바다에 빠져버리게 되고, 마침맞게 곽정을 구하기 위해 배를 몰고 왔던 '황용'도 그 싸움에 휘말려서 일행들은 모두 '외딴섬'에 표류하고 만다. 주백통만 빼고 말이다. 그렇게 '섬 생활'을 함께 하던 와중에 홍칠공과 곽정, 그리고 황용은 '구음진경'을 연마해서 무공이 상당히 높아졌고, 이를 탐한 '구양봉'은 세 사람을 계속 괴롭히게 된다. 이미 바다에 빠진 곽정 일행을 구조하는 과정에서 '구음진경'을 탈취한 구양봉은 아직 자신조차 수련하지 못했지만, 날로 무공이 높아지는 세 사람을 보고서 죽일 결심을 했기 때문이다. 까닭인 즉슨, '구음진경'을 외우고 있는 곽정과 이를 익힌 황용과 홍칠공을 죽이기만 한다면 '구음진경 필사본'을 갖고 있는 자신만이 '구음진경'의 무공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에 미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나쁜 맘을 먹은 탓에 구양봉의 조카인 '구양극'은 커다란 바윗돌에 두 다리가 깔려서 망가져버리는 불우한 일을 당하고 만다. 사실 조카라고 알려져 있지만 몰래 형수와 사통해서 낳은 '친아들'이었다. 어찌어찌 뗏목을 만들어서 섬을 탈출하지만, 홍칠공은 구양봉의 독수에 의해 '독사의 독'에 중독되었고, 간신히 목숨은 건졌지만 끝내 무공을 모두 잃어버리고 만다. 다행히 '구음진경' 속에 치료법이 있었으나 너무 늦게 알아내었기에 홍칠공은 무공을 되살리지 못하고 만다. 그래서 자신의 뒤를 이어 황용에게 '타구봉법'을 전수해주며 '개방의 방주' 자리를 물려주게 된다.

  한편, 자신의 딸이 곽정을 구하러 도화도를 빠져나갔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챈 황약사는 딸을 찾기 위해 배를 몰고 나갔지만 찾지 못했다. 그러다 바다 위에서 우연히 만난 '완안홍열 일행'과 마주치며 '황용'이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 사실 이는 '거짓말'이었지만 처음 만난 이들에게서 '거짓말'을 듣게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황약사는 딸의 죽음이 '곽정' 탓이라는 억지를 부리게 되었고, 곽정이 이미 죽었다(거짓말)니 그의 스승인 '강남육괴'를 죽여서 분풀이라도 해야 겠다며 떠나버린다. 이 사실을 모르는 곽정 일행은 홍칠공의 마지막 유언을 들어주기 위해 '황궁'으로 숨어들어간다. 황궁주방에서만 만든다는 '음식(원앙오진회)'을 훔쳐먹기 위해선데, 마침맞게 '무목유서'를 찾으러 황궁에 몰래 숨어든 완안홍열 일행과 마주치며 싸움을 벌이게 되었고, 곽정 혼자서 악전고투를 벌이다가 '완안강(양강)'의 배신으로 곽정은 옆구리에 비수가 꽂힌 채 큰 부상을 입고 만다. 그리고 곽정을 살리기 위해서 또다시 '구음진경'에 수록된 '치료법'을 시행하다가 황약사를 우연히 만나게 되는데...

  김용의 소설 가운데 <사조영웅전>이 제법 등장인물이 많은 편이다. 그러다보니 줄거리가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고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 자주 전개되면서 약간의 식상함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어릴 적에 읽을 때에도 <사조영웅전>은 다른 소설에 비해서 손이 덜 가기도 했다. 그럼에도 '곽정과 황용'이라는 두 캐릭터의 매력이 담뿍 들어 있기 때문에 <사조영웅전>을 읽지 않고서 김용의 다른 작품을 논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럼에도 너무 많은 등장인물 때문에 눈이 돌아갈 수도 있으니, '떼거리'로 묶어서 이해를 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일단 '곽정'을 주축으로 한 '강남칠괴', '전진칠자와 그 제자들과 주백통'으로 묶을 수 있고, '황용'을 주축으로 한 '도화도 문파(황약사, 진현풍, 매초풍, 육승풍, 곡영풍)와 자식들'을 묶을 수 있으며, '완안홍열과 그 떨거지들(구양극, 사통천, 후통해, 양자옹, 평련호, 영지상인, 그리고 완안강)'로 묶어버리며, '천하오절'에 속하는 동사 황약사, 서독 구양봉, 북개 홍칠공, 그리고 이미 죽은 중신통과 아직 등장 못한 남제를 한데 묶어버리고서 이야기 흐름을 따라가다보면, 이런 '묶음들'이 세트로 함께 등장해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고 보면 보다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그리고 <사조영웅전>의 초반과 후반에만 등장하는 '칭기즈칸과 몽골친구들'이 등장할 텐데, 이들은 '곽정'과 늘 함께 등장하니 그리 낯설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한 번 이야기가 전개되면 '십여 명'이 함께 등장해서 줄거리를 이어나가기 일쑤라서 여전히 혼란스럽기 그지 없을 수밖에 없다. 그럴 땐 어김없이 '곽정과 황용'이 주축이 되어 있으니 너무 이야기가 번잡스러워진다 싶으면 '곽 앤 황'에게만 집중해도 무방하다. 그렇게 두세 번 탐독하다보면 어느 정도 적응하면서 '묶음세트'도 하나씩 풀어헤치며 혼란스러움을 극복하고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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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12가지 원칙 - 불안한 영혼을 위한 랄프 왈도 에머슨의 내면 수업
마크 마토우세크 지음, 이지예 옮김, 랄프 왈도 에머슨 원전 / 한빛비즈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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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y Review MDCCLVII / 한빛비즈 144번째 리뷰] 19세기 초 미국 독립사상가이자 '개척정신의 선구자'인 애머슨은 니체가 말한 '초인(위버맨쉬)'의 원형을 제시한 것으로 유명하고, 소로가 쓴 <월든>의 기초를 제공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럼에도 우리에게 랄프 왈도 애머슨은 낯설기만 하다. 그가 썼다는 <자기신뢰>라는 책이 미국과는 달리 우리에게 그닥 익숙한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의 책을 고대 그리스로마 철학의 한 학파인 '스토아 철학'에서 유래되었다고 이야기한다면 달라질 것이다. 스토아의 정신이 '자연의 법칙'에 순응하며 '덕', '의무', '공동선'을 강조하였다는 점을 떠올린다면 '애머슨의 12가지 원칙'도 어렵게 다가오지 않을 것이다.

  스토아 학파는 헬레니즘 시대에 '제논'에 의해서 창시되었다. 아킬레우스와 거북이의 달리기 경주를 떠올리게 하는 '역설'의 입담꾼 '제논'과는 이름만 같을 뿐이다. 제논이 만든 스토아 철학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윤리적인 물음으로 시작한다. 이 물음은 자연스레 '믿고 의지할' 무엇이 사라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불안에 떨게 되었기 때문이다. 바로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로스가 드넓은 땅을 정복하며 곳곳에 자신의 이름을 딴 도시를 건설하며 '그리스의 위대함'을 세상에 알렸으나, 그가 33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요절하면서 그가 만든 제국은 곧바로 분열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 사람들의 '세계관(코스모폴리탄: 세계시민)'도 덩달아 허물어지게 되었다. 이렇게 혼란스런 시대에는 '진리탐구' 대신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더 많은 고민을 하기 마련이다. 그렇게 에피쿠로스의 '쾌락주의', 디오게네스의 '견유학파'가 유행할 즈음에 제논의 '스토아 학파'도 탄생하게 되었다. 그는 고대 그리스 '소크라테스의 가르침'에 심취하며, 올바른 도덕철학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가 가르친 장소가 '긴 복도를 따라 기둥이 늘어선 회랑(스토아 포이킬레)'이었기 때문에 '스토아 학파'라고 이름 붙여진 것이다. 그리고 믿고 의지할 것 없는 혼란한 세상을 바로 세울 수 있는 유일한 가치는 '덕'이라고 보았고, 그 '덕'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자연의 법칙에 순응하는 삶(섭리)'이었다. 제논은 만물을 구성하고 변화시키는 원천을 '불'이라 설명하면서(유물론), 이것이 우주와 세계에 '조화'와 '법칙'을 구성하는 근본적인 힘이라 믿었단다.

  이러한 '조화와 법칙'으로 만물을 설명하려는 스토아 학파를 미국적인 것(개척정신)과 절충하여 쓴 저서가 바로 <자기신뢰>라는 책이다. 그리고 이 책의 영향을 받은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월든>을 써서 '자연속에 순응하며 사는 삶'의 고귀함을 선보였고, 부당한 것에 마땅히 '저항'하는 도덕으로 올바른 세상을 만들려고 하였다. 한편 프리드리히 니체는 그의 저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초인(위버맨쉬)'의 영감을 얻었고, '신은 죽었다'고 주장한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스토아 학파'는 유물론적인 사상이었기 때문에 중세시대처럼 맹목적으로 믿고 따르는 '신'은 필요없다고 말한 것이다. 그보다는 '도덕정신'에 입각한 올곧은 신념(?)만이 우리가 사는 세상을 빛내줄 것이라며, 그러한 신념을 가진 '초인'은 어디에서 찾아와 혼란한 시대에 좌절과 절망에 빠진 당신을 구원하러 오는 것이 아니라 '당신 스스로' 초인이 되어 '스스로' 좌절과 절망을 이겨내는 것이라고 설명한 것이다.

  이 책 <인생의 12가지 원칙>도 그런 '애머슨의 정신'에 입각해서 쓰여진 책이다. 마치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것처럼 자기 내면에서 그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는 '위대한 정신'을 끌어낼 수 있는 방법을 선보여주었다. 가장 핵심적인 사상은 바로 '덕의 깨달음'이다. 당신 자신에게서 찾을 수 있는 '거인'을 꺼낼 수만 있다면, 당신이 어디에 있든 그 '거인'이 늘 당신과 함께 한다는 사실만 깨닫게 된다면, 당신은 뭐든 될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명료한 진실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명심해야 할 것은 그 거인은 '착하다'는 사실이다. 자기 자신에게 뿐만 아니라 온 인류에게 무한한 이익을 선사할 정도로 '순수한 덕'이 그 거인의 핵심이다. 그러면 나머지 '원칙'들도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고 저절로 통하게 될 것이다.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는 대단히 '혼란스런 시대'를 살고 있다. 정치는 갈 길을 잃고 갈팡질팡하고 있으며, 경제는 세계 어디에서든 '불안정'하며, 이렇게 혼란스런 상황에서 우리는 진정 '믿고 의지할' 무엇이 무엇인지 몰라 헤매고 있을 따름이다. 이럴 때 '절대 신'과 같이 맹목적으로 믿고 따를 만한 대상이 등장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지 모르겠으나,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가 '중세시대'처럼 맹목적인 믿음으로 위기를 타파해나갈 수 있겠느냔 말이다. 그렇게 믿을만 한 신이 없다면 우리가 그간 '옳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도덕적 올바름'을 다시금 되새길 필요가 있다. 나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해서 기꺼이 자신조차 희생할 수 있는 '옳음' 말이다. 물론 한사람 한사람의 믿음은 큰 힘을 발휘할 턱이 없다. 하지만 나에게 주어진 방패(능력)를 내 옆사람을 지켜주는데 쓰고서, 나 자신의 몸을 지키는 방패는 '내 옆사람'을 믿음으로서 빌릴 수 있다면, 우리가 사는 사회는 쬐끔 더 '감동적'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믿음(신뢰)을 바탕으로 더 나은 '올바름'을 추구하게 된다면, 너나 할 것 없이 우리 모두가 그렇게 '믿고 의지할 수 있을' 무엇을 갖추게 된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더 나아질 것이 틀림없다.

  그렇기에 '자기신뢰'는 기본이다. 나를 믿고 의지할 만한 사람으로 만든 다음, 그 믿음을 주위에 퍼뜨리며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자기신뢰'를 쌓아나가게 만든다면 우리가 사는 사회는 반드시 살기 좋은 세상이 될 것이다. 그렇게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자기신뢰'로 마주하게 된다면 어떤 어려운 문제라도 풀어낼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게 된다. 그렇게 '자기인생'을 개척해나가면 '더 많은 인생'도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아주 '긍정적인 힘'으로 말이다. 이 책 <인생의 12가지 원칙>은 그런 애머슨의 '믿음'을 쉽게 풀어서 쓴 책이기도 하다. 이제 당신의 인생을 빛나게 해줄 차례다. 선한 영향력으로 온 세상을 밝게 물들이길 바란다.

한빛비즈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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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조영웅전 4 - 구음진경
김용 지음, 김용소설번역연구회 옮김, 이지청 그림 / 김영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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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y Review MDCCLIV / 김영사 26번째 리뷰] <사조영웅전>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대목이 등장한다. 바로 '곽정과 황용의 약혼'이다. 이야기 초반에는 '완안강과 목염자의 비무초친(무예로 베필을 구한다)'가 나왔다면, <사조영웅전>의 진정한 주인공인 곽정과 황용이 '운명적인 만남'에 이어 장인어른(동사 황약사)께 두 사람의 혼례를 약조 받게 되는 극적인 스토리가 전개되었다. 그것도 [구음진경]이란 절세무공비급이 동시에 등장하며 이야기를 한층 더 고조시켰다. [구음진경]은 곽정이 여섯 살 무렵에 이미 등장했었다. 진현풍과 매초풍이 '구음백골조'와 '최심장'이라는 악랄한 무공을 선보이며 이미 한 차례 등장했었는데, 이번에 그 [구음진경]의 전체가 드러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무공을 '곽정'이 완벽하게 익히게 된다. 이로써 곽정은 '동사서독 북개남제 중신통'이라는 무림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정도로 무공실력이 크게 증진되었다. 그리하여 '또 하나의 영웅 후보'가 성립된 셈이다.

  이제 본격적인 '무림고수'가 등장한다. 바로 '동사서독 북개남제 중신통'이라 불리는 다섯 명이다. '천하오절'이라고도 불린다. 각각 동서남북 그리고 중앙의 '방위'에 다섯 명의 무림고수를 나열한 이름인데, 그 이름에서 그 인물의 성격까지 알 수 있다. 먼저 '동사 황약사'는 도화도의 주인으로 성격이 괴팍하고 종잡을 수 없다하여 붙인 이름이다. 그가 창안한 탄지신통, 낙영신검장, 난화불혈수, 옥소검법 등의 무공은 변화무쌍함과 동시에 초식 하나하나가 절정에 다달았다. 이런 절정의 무공뿐 아니라 머리도 똑똑하여 다양한 학문의 조예가 깊다. '서독 구양봉'은 서역 백타산의 주인이다. 이름 그대로 '독'을 다루는 능력이 타고나서 엄청난 수의 뱀을 다루며 음험한 기운을 내뿜어 <사조영웅전>의 '악역'을 자처한다. 그의 무공 중에 '합마공'은 몸을 움추렸다 한 방향으로 일격을 내뿜는 단순한 무공이지만, 그 내공의 응집력은 어마무시한 까닭에 '절대무림고수'조차 합마공을 정면에서 마주하며 이겨내지 못할 정도다. 다음으로 '북개 홍칠공'은 이미 등장해서 곽정과 황용의 사부가 되었지만, 다시 소개하자면, 거지들의 우두머리로 '개방의 18대 방주'를 맡고 있다. 그의 대표적인 무공은 '힘' 위주의 외가무공인 '항룡십팔장'이고 '곽정'이 물려받았으며, '대나무 막대기'를 무기로 삼은 '타구봉법'은 신묘한 기술로 개를 때려잡는 무공인데, 훗날 황용이 개방 방주를 맡게 되면서 홍칠공에게 전수를 받는다. 아직 '남제'는 등장하지 않았으나 '대리국의 황제'이며, '일양지'라고 하는 절세무공으로 천하를 들었다놨다하는 불세출의 무림고수이다. 마지막으로 '중신통 왕중양'은 전진교의 창시자다. 그에 대해선 잠시 소개를 미루고, '천하오절'에 대해 마무리하련다.

  '천하오절'은 앞서 말한 다섯 명의 무림고수를 일컫는 말인데, '화산논검대회'에서 무공의 우열을 가린 뒤에 불린 이름이다. 명색이 '대회'란 이름이 붙었는데, 마땅히 '목적'이 있었을 것이다. 그 목적은 다름 아닌, [구음진경]의 소유를 정하려 했던 것이다. 대회는 7일 낮밤 동안 쭉 이어졌고, 다섯 명 가운데 '왕중양'이 가장 강했고, 나머지 네 사람은 서로 '무승부'로 끝맺었다. 그래서 [구음진경]은 왕중양이 차지하게 되었다. 그런데 '해적판'에서는 [구음진경]의 유래에 대해서 뚜렷하게 밝히지 않았었는데, '정식 라이센스'를 받은 이 책에서는 그 유래를 밝혔다. 바로 '황상'이라는 도사가 5000권이 넘는 '도교'에서 유래한 경전을 집대성한 뒤에 저절로 엄청난 무공을 쌓게 되었는데, 그 무공과 맞대응할 수 있는 무림고수는 '명교(나중에 <의천도룡기>에 등장하는 서역의 종파)의 사대천왕' 뿐이었는데, 황상은 혼자의 몸으로 중과부적이었으나 용케 살아남았고, 복수를 하기 위해 다시금 경전속의 무공들을 하나하나 되새겼는데, 그 수련기간이 무려 40년이 흘러버린 것이다. 그런데 정통한 '내공수련'을 겸한 탓에 황상은 오히려 늙지 않고 건강해진 반면에 황상보다 무공이 높았던 적수들은 이미 늙어 죽은 지 오래 되었던 터라 복수는커녕 허탈감만 느끼게 되었단다. 그렇게 '인생무상'을 느끼고 나서 자신이 쌓은 절세무공을 한 권의 책으로 써놓았으니, 그것이 바로 [구음진경]이었단다. 천하오절은 바로 그 무공비급이 세상에 다시 나오게 되자 서로 차지하기 위해서 '화산논검대회'를 열었던 것이다.

  왕중양에 대해서 좀 더 이야기하자면, 그는 천하오절 가운데 유일한 '실존인물'이다. 그는 '전진교'를 창시하였는데, '전진교'는 12세기 중국 도교 종파의 하나로, '금련정종'이라고도 불렀다. 그리고 왕중양의 제자에 해당하는 '전진칠자'도 모두 실존인물이다. 순서대로 '단양자 마옥', '장진자 담처단', '장생자 유처현', '장춘자 구처기', '옥양자 왕처일', '광녕자 학대통', '청정산인 손불이'다. 전진파의 도사들은 도교에만 국한되지 않고 '유교, 불교, 도교'의 일치를 주장하며 교세를 확장했더랬다. 그중 옥양자 왕처일은 금나라 세종에게, 장춘자 구처기는 몽골 칭기즈 칸에게 초빙을 받아 '불로장생의 비법'을 강의하는 등 '남송시대'에 대대적인 유명세를 이끈 교파였다. 이후 윤지평, 이지상이 물려받은 교단은 원나라 헌종 때까지 흥하다가 '몽골제국'이 확장하면서 불교가 크게 흥했고, 불교의 위세에 위축되며 명맥이 끊기게 되었다. 저자 김용은 이들 실존인물을 소설속 '정중앙'에 배치시켜 놓고 '구음진경'이라는 무공비급을 곁들여서 실제 역사와도 같은 '흐름'을 전개시키며 독자들에게 유쾌한 몰입감을 선사하였다. 이렇게 '실제 역사'와 '허구 소설'을 이어주는 역할을 '가상 인물'들로 연결시킨 것이다. 바로 왕중양에게 의형제 '노완동 주백통'이 있었다는 설정이다. 비록 왕중양은 오래 살지 못했지만, [구음진경]을 차지한 뒤에 그 무공을 취하지 않았다. 그가 [구음진경]을 차지한 까닭은 너무 강력한 무공이 세상에 퍼졌을 때, 부도덕한 인물들이 힘만 믿고 악행을 저지를까 걱정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왕중양은 자신은 물론, 자신들의 제자에게도 '그 무공'을 배우고 익히지 못하게 유언을 남겼다. 그런데 왕중양의 유지를 받아 [구음진경]을 갖게 된 주백통의 실수로 세상에 유포되었고, 그 무공이 세상을 할딱 뒤집어 놓게 되었다는 스토리를 전개시킨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구음진경]의 무공을 최초로 전수받게 된 인물이 너무 착해서 탈인 '곽정'이라는 점이다. 물론 곽정에게 '구음진경의 무공'을 가르치다 본의 아니게(?) 무공을 익혀버리고 만 '주백통'도 엄청난 무공실력을 갖게 되어서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점점 더 흥미진진해지는 이야기에 흠뻑 빠져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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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조영웅전 3 - 항룡십팔장
김용 지음, 김용소설번역연구회 옮김, 이지청 그림 / 김영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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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y Review MDCCLII / 김영사 25번째 리뷰] 2권에 이어지는 줄거리는, 금나라 여섯번째 황자 완안홍렬의 궁궐에 초빙된 무림고수들과 곽정, 황용 사이의 대결이 펼쳐진다. 완안홍렬은 남송을 일거에 물리칠 수 있기를 바라며 여러 무림고수들을 섭외한 뒤에 악비가 숨겨둔 '무목유서'라는 비급을 찾아달라고 요청을 한다. 이를 우연히 들은 곽정과 황용은 금나라의 음모를 저지하려 들지만 중과부적으로 인해 여러 고수들에게 도리어 포위되고 만다. 이렇게 곽정과 황용의 탈출기가 그려지면서 완안강(훗날 양강)의 스승인 매초풍이 등장하고, 장춘자 구처기, 그리고 곽정의 사부들인 강남육괴까지 마침맞게 등장해서 곽정과 황용이 무사히 벗어날 수 있게 된다. 그사이 양철심과 포석약도 궁궐에서 도망을 치지만 얼마 가지 못해 잡히게 되고, 자신들 때문에 곽정과 황용을 비롯한 구처기와 왕처일, 그리고 강남육괴까지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을 맞이하자 스스로 자결을 하여 위기를 일단락 시킨다. 그렇게 두 부부의 사후에 곽정과 양강은 의형제로 맺어지게 되고 자신들의 부모를 죽인 원수 완안홍렬에게 복수하겠다고 다짐을 하며 훗날을 기약하며 헤어진다.

  그뒤에 곽정과 황용은 홍칠공이란 거지와 우연히 마주치게 되는데, 그가 바로 화산논검대결에서 '다섯 명의 무림고수' 가운데 한 명인 '북개'다. 그는 거지들의 모임인 '개방'의 방주이고, '항룡십팔장'과 '타구봉법' 등 외가무공의 달인이다. 이 만남을 통해 곽정은 홍칠공에게서 '항룡십팔장'을 전수받게 된다. 항룡이란 이름에 걸맞게 '용이 내린듯'한 강력한 외공을 다루며 주로 손바닥으로 치고 때리고 막는 '공격 겸 방어술'의 최고 무술이다. 십팔장이란 동서남북을 쪼개 주위 십육방위와 함께 머리 위와 다리 아래까지 모두 '십팔방위'를 철통같이 막을 수 있다는 뜻이다. 무공의 기초가 탄탄한 곽정이 홍칠공의 '항룡십팔장'까지 더하게 되니 곽정의 무술실력은 한층 업그레이드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홍칠공은 아직까지 정식으로 '제자'를 받아들인 적이 없기 때문에 곽정과 황용에게 무술(황용에겐 '소요유' 등)을 전수했지만 '사제지간의 예'를 올리지는 않았다. 그래서 곽정에게도 '항룡십오장'만을 전수하며 진짜 제자가 되지는 못했다.

  한편, 홍칠공과 헤어진 곽정과 황용은 태호의 주인인 '육승풍'과 만나 기이한 인연을 맺는다. 육승풍은 동사 황약사의 제자로 진현풍, 매초풍이 사부님을 배반하고 '구음진경'을 훔쳐 도화도에서 달아나자 분노한 황약사에 의해 다리가 절단나서 무공을 모르는 '앉은뱅이' 선비로 신분을 감추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 그의 집에 황약사의 딸인 황용이 찾아들었으니 묘한 인연이 시작된 셈이다. 황용은 그녀 나름대로 도화도의 '기문둔갑술'과 흡사한 풍경에 놀라움을 감추고 육승풍을 몰래 관찰한다. 그러는 사이에 매초풍이 완안강을 구하기 위해 육승풍의 집으로 들이닥친다.

  완안강이 육승풍의 집에 잡혀오게 된 까닭은 친부친모의 죽음에도 '부유한 삶'을 포기하지 못하고 완안홍렬의 아들로 남았고, 이번 남송정벌을 위해서 '남송과 몽골'이 서로 연합하지 못하도록 방해하기 위해 출병을 했던 것이다. 이를 육승풍의 아들이 강남 태호 근방의 영웅들을 모아서 '금군의 야욕'을 기습했고, 그 결과 완안강이 사로잡혀 오게 된 것이다. 이렇게 완안강이 잡혀오자 그를 사랑하는 목염자가 몰래 찾아와 완안강을 구해주겠다고 약조를 했고, 그 약조로 완안간의 사부인 '매초풍'에게도 연락이 닿아 육승풍의 집으로 들이닥친 것이다. 그런데 매초풍은 혼자 온 것이 아니었다. 눈먼 매초풍의 뒤를 따라 '청의서생'이 함께 따라왔는데, 그가 바로 '동사 황약사'였던 것이다.

  황약사의 이야기를 먼저 하기에 앞서 '철장수상표 구천인'에 대해서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화산논검' 당시에 초청을 받았을 정도로 대단한 무공의 소유자였고, 호남의 '철장방' 방주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는 송나라 사람이면서도 '금나라'에 포섭되어 한족을 배신하게 된다. 그래서 육승풍의 집에 귀한 손님으로 모셔져서 대접을 받으면서 육승풍과 곽정, 황용, 그리고 강남육괴까지 모두 '곧 멸망한 송을 배신하고 금을 받들 것'을 요구한다. 이에 엄청난 무공의 소유자인 구천인과 목숨을 건 대결을 펼쳐지게 되는데, 웬걸! 구천인의 무공이 곽정 한 사람만 못할 정도로 허술하기 짝이 없더니, 엄청난 내공을 지닌 것처럼 보여주었던 것이 사실은 모두 '눈속임'에 불과했다는 사실까지 밝혀지게 된다. 그가 정말 '철장수상표 구천인'이 맞는 걸까?

  한편, 황약사의 등장으로 황용은 도화도로 되돌아가게 되고 곽정을 비롯해서 여러 고수들이 도화도로 가게 된다. 그 뒤의 이야기는 4권에 이어진다. 드디어 '절대무림고수'들이 등장했다. 바로 '동사서독 북개남제 중신통'이라는 다섯 명과 함께, 이들과 대결을 할 뻔했던 '철장수상표 구천인'까지 등장했다. 아직 '서독'과 '남제', 그리고 명운을 다한 '중신통'은 이야기에 본격 등장하진 않았지만, 곧이어 등장할 것이 분명하고, 이미 죽은 '중신통'을 대신해서 그의 의동생으로 등장하는 '노완동 주백통'이 곽정과 의형제를 맺으며 본격적으로 등장할 것이다. 이야기는 점점 더 흥미진진해질 터이니 기대하셔도 좋다.

  <사조영웅전>은 총 8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중 3권까지는 '서론'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그래서 본격적인 '무협지'의 성격보다는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스토리가 전개되어 장황한 느낌이 들어 살짝 지루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중간중간이나마 '곽정과 황용의 만남'을 다루면서 기대를 불어넣어두고 있기에 그닥 심심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참에 '중국사'에 대해 잠깐 정리하고 넘어가는 것이 좋을 듯 싶다.

  이 책의 시대적 배경은 '남송시대'다. 여진족이 발흥하여 송나라를 괴롭한 결과 '북송'에 해당하는 강남 이북 지역(장강 이북)은 모두 '금나라의 영역'이 되었다. 이렇게 금나라가 강력한 힘을 발휘하여 '남송'을 압박하고, 몽골을 비롯해서 주변 국가들과 대치된 상황이 전개된다. 하지만 현대의 중국사의 관점은 이들 모두를 '중국사'로 끌어안고 있다. 그런데도 이런 '소수민족'에게까지 '한족정통론'에 입각한 중국사를 강요하며, 거대한 용광로처럼 모두를 한데 뭉뚱그리려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민족차별'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어찌보면 '소수민족 차별'을 하면서 '한족 우대'를 강화하고 있으니, 그들이 말하는 '하나의 중국'이라는 거대한 수레바퀴가 제대로 굴러갈지 의문스럽기까지 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에서 보여지는 '한족, 여진족, 몽골족'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그들의 후손에 해당하는 '현대의 중국 독자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자못 의문스러울 따름이다.

  앞서 말했듯이 <사조영웅전>의 주제는 '영웅이란 무엇인가?'다. 그러면서 '영웅의 조건'으로 애국을 말하고 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애국의 주체'는 한족이다. 아무리 '여진족'과 '몽골족' 가운데서 영웅적 위상을 타고난 인물이 등장한다고 해도, 그들을 '영웅'이라 단정짓기 어려운 숙제를 안고 있다는 말이다. 왜냐면 여진과 몽골의 영웅이 '애국'을 위하면 자연스레 '송나라'에 위해를 가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 '한족'을 괴롭히는 영웅은 영웅이라 칭할 수 없다는 기조를 바탕으로 깔아두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곽정이 칭기즈칸의 부마이고, 곽정이 칭기즈칸 덕분에 '살길'이 열렸던 은덕이 있더라도, 곽정은 '한족'이 까닭에 민족을 배신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몽골이 송나라를 도와(?) 금나라와 함께 싸울 때에는 '우방'이었기에 문제가 없었던 일도, 금나라가 멸망한 뒤에는 배은망덕하게 남송을 공격한 몽골이 '적대국'이 될 수밖에 없다고 선언해버린다. 이런 이야기를 읽은 현대 중국의 '내몽골족'과 '만주족'은 어떤 기분이 들겠느냔 말이다. 그들도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며 통크고 대범하게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다르다'라고 '하나의 중국'에 동조할 수 있을까?

  이런 '역설적인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중국인들은 대국(大國)적인 관용정신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어차피 '하나의 중국'을 내세울 것 같으면, '소수민족차별'과 같은 억압적인 정책을 버리고 '소수민족과 한족'을 평등하게 대우하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각각의 고유문화를 포용하는 정책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그런데 현대 중국의 정책은 '공정(工程, 역사왜곡)'으로 일관하고 있다. 다시 말해, 역사왜곡까지 서슴지 않으면서 '하나의 중국'으로 아우르는 역사연구프로젝트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며 온갖 폐해를 일삼고 있는 점이다. 이로 인해 티베트인, 신장 위그루인, 내몽골인, 그리고 연변조선인 들의 '고유한 문화'를 말살하고, 중국의 문화(한족중심)와 사상을 강요하고 있다. 그리고 끝내는 '소수민족'을 한족으로 동화시킨 뒤에 오직 '한족만을 위한 애국정신'을 강조할 속셈이다. 그런데 그게 쉬운 일일까? 한족도 '청나라'때 변발을 강요 당하면서도 스스로 '한족'임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으면서 말이다.

  이렇듯 '소수민족 말살정책'의 일환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현대 중국의 '하나의 중국' 프로젝트는 이웃나라를 넘어 전세계를 '중국'의 발 아래 놓겠다는 야욕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다. 종이의 원조가 한나라 때 '채륜'이 만든 것이 최초라면서 '페이퍼'의 어원으로 불리는 '파피루스'조차 부정하기에 이르렀고, 전세계 무술은 모두 '중국무술의 아류'라고 폄훼할 뿐만 아니라, 한류열풍을 틈타 '한국 고유의 문화'까지 모조리 '중국의 것을 베낀 수준'이라고 폄훼하는 꼬라지를 보고 있으면, 얼탱이가 없을 정도다. 그런 까닭에 나는 '중국'을 '中國'라고 불리는 까닭을 大國이라고 불리기엔 속갈딱지가 벤댕이보다 작고, 小國이라고 불리기엔 땅덩어리가 너무 크니 그 '중간격'인 중국이라고 부르는 것이 딱 적당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국은 대국다워야 대국인 것이다. 이 책이 쓰인 1970~80년대만 하더라도 중국은 혼란스럽기 그지 없었다. '2차 국공내전' 이후 모택동은 중국의 정치, 경제, 사회 전반적으로 무능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이후 등소평이 '일국양제'의 지혜로 홍콩문제를 돌파해 우리에게 익숙한 '홍콩의 부흥'을 이끌기도 했다. 이 소설도 그 부흥의 흐름에서 탄생한 소설이고 말이다. 그래서 <사조영웅전> 속의 내용이 현대 중국의 기조와 잘 들어맞지 않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우리는 중국이 '대국'으로 거듭날 수 있는 방안도 이 책의 내용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그보다 더 큰 포용정신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필요할테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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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록 외전 : 그들이 살아가는 법 퇴마록 외전
이우혁 지음 / 엘릭시르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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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y Review MDCCL / 엘릭시르 6번째 리뷰] <외전>은 '디테일'이 중요하다. '국내편'과 '세계편'으로 숨가쁘게 이어지는 퇴마사들의 활동 사이사이를 꼼꼼하게 메꾸어줄 '또 다른 이야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퇴마사들이 악령을 물리치고 원혼을 달래주는 활동 이외에 '어디에 모여 사는지' 궁금했고, 초등학교 3학년에 다닐 나이 어린 준후는 '학교'에 왜 안 다니는지, 비교적 젊은 두 남녀인 현암과 승희는 '연인 사이'로 발전할 수 없는 것인지, 그리고 박신부와 장준후, 이현암, 현승희, 네 명의 퇴마사 이외에 다른 등장인물은 '무얼'하며 지내는지 등등 말이다.

  이 책 <퇴마록 외전 : 그들이 살아가는 법>에선 그러한 궁금증들을 모두 풀 수 있다. 첫 화인 <그들이 살아가는 법>에서는 '해동밀교 본산'이 송두리채 날아가버리고 박신부와 이현암, 그리고 장준후가 '퇴마사'로 합류하면서 박신부의 집에서 함께 살아가는 일상을 '담담, 그 자체'로 보여준다. 서로 '다른 길'을 걷던 세 명이 함께 한 집에서 잘 어울어져 살았을 것 같았지만, 서로 '지향하는 바'가 달라서 한 자리에 함께 식사를 하는 것조차 힘겨울 수밖에 없었다. 가톨릭의 신부는 교리상 '속세'에서 벗어난 삶을 살지만 가려야 할 음식이 그닥 없는 편이다. 그래서 힘겨운 퇴마의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싱싱한 회'를 곁들여 푸짐한 몸매에 맞게 푸짐한 상을 차려 먹곤 했는데, 현암과 준후는 각각 '도가 계열'과 '밀교(불교와 무속) 계열'인지라 '육식'을 비롯한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고 있었기에 '밥과 채소 위주의 식단'을 준비했어야 하는데, 처음 함께 모인 자리인지라 그것조차 준비가 미흡해서 '라면'으로 떼우는 장면을 연출했다. 그것조차 '스프'를 거의 넣지 않은 심심한 라면을 말이다.

  두 번째 편인 <보이지 않는 적>에서는 '증오'라는 악령과 한바탕 싸움을 펼친다. '미워하는 마음'인 증오는 아무런 이유도 까닭도 없이 '미워하는 마음'만으로도 나타나기에 아무리 대단한 능력을 가진 퇴마사라고 하더라도 쉽사리 '제압'할 수 없는 악령이었다. 거대한 악과 싸울 때는 혼신의 힘을 다해 사악한 무리와 목숨을 걸고 싸웠지만, 사소한 악과 싸울 때는 그럴 수 없어 더욱 힘들기만 했다. 물론 '증오심'이 한 사람의 마음속에 있을 때엔 그리 큰 위협을 주지도 않지만 잡기는 더욱더 힘들어지고, 증오하는 마음이 '집단화'가 되면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기에 퇴마사들의 능력으로도 제압할 수 없는 큰 일이 되기 십상이다. 그런데 이런 증오심이란 '평범한 사람'에게서도 나타나고, 금새 또 자취를 감춰 '다른 사람'에게로 옮겨갈 수도 있는 탓에 애꿎은 희생자를 절대 만들지 않겠다고 다짐한 '퇴마사 일행'들은 사소하디 사소한 증오라는 악령 때문에 곤혹을 치룰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우리는 퇴마사들의 신념을 엿볼 수 있다. 악의 무리와는 혼신의 힘을 다해 맞서 싸우지만 '죄 없는 사람'에게는 결코 주술을 쓰거나 공력을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사악한 영'에 빙의가 된 사람을 퇴마사들을 죽이려고 달려들지만, 퇴마사들은 결코 '인간'에게 능력을 발휘하지 않는다. 오직 '사악한 영'에게만 타격을 줄 수 있는 방법으로 퇴마행을 할 뿐이다. 그로 인해 퇴마사들은 '죽을 고비'를 숱하게 겪게 된다. 왜 이렇게 사서 고생을 하는 것일까? 범죄자들 중에도 '주범'이 있는 반면에 그를 돕는 '공범'도 있어서 공권력을 행사하는 공무원들이 '주범'을 잡는데 방해를 하는 '공범'에게는 '공무집행방해'를 죄목으로 삼아 체포하고 벌을 내리곤 하는데 말이다. 그러니 사악한 영혼에 홀딱 넘어가 '악행'을 저지른 사람들도 혼내주어야 마땅할 것이다. 그런데도 저들은 '아무 것도 모른다', 그저 사악한 영에 의해 '의식'과 '의지'를 잃고서 악행을 저지를 뿐이라면서 저들의 목숨조차 돌보지 않고 '뜻하지 않은 희생'을 최소한으로 줄이려고 한다. 그냥 단박에 일을 해결하고 '더 큰 희생을 치룰 수 없으니' 어쩔 도리가 없는 경우에는 '희생을 감수하고' 퇴마행을 하면 좋으련만 결코 그러지를 않는다. 그래서 '답답한 마음'이 떠나질 않는다.

  그 까닭을 세 번째 이야기인 <준후의 학교 기행>에서 찾아보자. 대한민국 초등3학년 나이인 '장준후'는 매우 영특한 아이다. 그 어려운 주술을 손쉽게 시연해낼 정도로 말이다. 그래서 자기 또래와 함께 학교에 다니면 준후도 '평범한 일상'도 겪으며 더 넓은 세상을 알아갈 수 있겠다는 마음에 학교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하지만 그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일단 부모님이 없는 관계로 누군가가 '부모역할'을 해야 했는데, 박신부는 '종교에 귀의한 몸'이었고, 이현암은 '초등3학년 아이'의 아빠라기엔 너무 젊었다. 그리고 영특한 아이라고는 하지만 유치원을 다닌 적도 없고 학교도 처음 가는 것이니 '학교수업내용'을 알 턱이 없다. 근데 더 큰 문제는 '또래 아이들'보다 훨씬 더 '어른스럽다'는 점이 준후가 학교에 적응하기 힘들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거기다 '한복'을 즐겨(?) 입는 준후에게 반팔과 반바지처럼 노출(?)이 심한 옷은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거기다 밀교 본산에서 사부님들에게 혹독한 수련을 받아낸 준후에게 '현대식 교육스타일'이 낯설기 그지 없을 수밖에...더구나 여선생님에게는 준후의 몸에 배어 있는 '하늘 같은 사부님의 가르침'을 받듯 깎듯한 예법이 도리어 '반항심'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더구나 또래 친구들도 아무리 똑똑하다한들 준후의 '낯선 행동'을 이해해줄 방법을 모르긴 마찬가지였다. 엄청난 주술력을 가지고 있으니 소위 껄렁거리는 친구들의 협박(?)이 우습기도 하고, 어린 아이들의 욕설조차 준후는 '처음 듣는 말'이라서 뜻을 짐작하지도 못했다. 그렇게 준후의 등교 첫날은 '반나절의 헤프닝'으로 마무리 짓고 말았다. 등굣날이 자툇날이 되었으니 말이다.

  네 번째 이야기인 <짐 들어 주는 일>은 젊은 청춘 남녀인 현암과 승희가 '썸(?)'을 타는 이야기가 펼쳐졌다. 하지만 무술을 수련하는 도사님(?)과 다를 바가 없는 현암에게 '젊은 여자의 대쉬(?)'는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퇴마행을 '함께'하며 동고동락(?)한 사이가 되어 버린 승희는 현암에게 한없이 끌리기만 했다. 더구나 다른 사람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투시력'을 갖고 있는 승희의 처지에 '다른 남자'와 평범한 연애를 꿈꿀 수 조차 없었던 것이다. 이런 특별한 승희를 '있는 그대로' 아끼고 사랑해줄 남자는 '현암'밖에 없는 셈인데, 문제는 이 유일한(?) 남자가 무뚝뚝해도 너무 무뚝뚝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연인사이가 될 수는 없어도 친한 오빠, 동생 사이로 지낼 수만 있어도 원이 없겠구만, 이 남자 '철벽'도 이런 철벽이 없다. 더구나 현암의 왼팔에는 언제나 '월향'이라는 여자(?)가 찰싹 붙어 있다. 그리고 틈만 나면 꺼내 들고 정성들이고 소중히 여기는 품을 볼 때마다 웬지 모를 '질투심'마저 샘솟고 만다. 그래서 승희는 아주 작정을 하고서 '현암과 데이트'를 성사시키려 갖은 애를 쓰게 된다. 그렇게 둘은 '억지 춘향격'으로 백화점 쇼핑을 나서게 되는데...

  이번 외전의 마지막 이야기는 '주기선생 박상준'의 활약이다. 퇴마사들이 블랙서클을 쫓아 영국으로 떠나자 국내에서는 백호를 도와 '골치아픈 일(?)'을 해결해줄 능력자가 마땅히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분신술'처럼 서로 다른 두 곳의 장소에 동시에 나타날 수 있는 '생령술'을 쓰는 최교주라는 살인자를 기소할 수 있도록 도움을 요청하려 '주기선생'의 힘을 빌리려 한 것이다. 이는 백호에게 '어벤져스' 같은 특수요원들을 모으는 계기로 될 수도 있는 일이라 최대한 '주기선생'을 정중하게 모셔온 셈이다. 그런데 박상준은 능력에 비해 퇴마사들처럼 '헌신'하려는 마음이 태부족하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일을 시작도 하기 전에 '돈'부터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5천만 원을 말이다. 그래도 퇴마사들이 자리를 비운 시점에 딱히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없는 백호는 흔쾌히 그러겠다고 약조하고서 '최교주의 범행'을 밝혀내고, '최교주 생포'까지 부탁을 했더랬다. 그런데 주기선생은 단순히 돈만 밝히는 도사는 아니었다. 그렇게 악착같이 번 돈으로 나름 '선행'을 하였기 때문이다. 도가 계열의 도사 체면에 자신의 능력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천박한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퇴마사들과는 사뭇 다른 '퇴마행'을 보여 주었다. 자신의 능력을 뽐내길 좋아하고, 그렇게 뽐낼 바에야 좀 대단한 실력이면 좋으련만, 상대를 압도할 정도로 대단함도 보여주질 못하고, '일처리' 또한 철두철미하지 못해 좀 과격하고 매우 엉뚱한 방식으로 일처리를 하며 '뒷수습'을 하는 백호에게 '또 다른 골칫거리'를 안겨줄 뿐이었다. 결국 '최교주 사건'을 해결하긴 하는데, 더 많은 퇴마사들을 모으려는 백호의 꿈은 지울 수밖에 없게 되고 만다.

  <퇴마록>은 십수 번 읽고 또 읽었지만, <외전>은 이번에 처음 읽게 되었다. 그동안 벼르고 별렀지만 '본편'에 비해 너무나도 늦게 출간(?)했기에 진즉에 구매를 하고서도 선뜻 읽기를 망설여지다가 겨우 읽게 되었다. 그래서 그리 큰 감흥이 오르지는 않았다는 것이 솔직한 느낌이다. 그런데 과거에도 '외전'이 출간되었었다고 일찌감치 이야기를 들었는데, 왜 '외전'을 구하기 힘들었던 것일까? 그 시절에 읽었더라면 이 책도 '추억'의 일부로 남았을텐데, 지금도 내 추억속에서 멋진 활약을 펼치는 '본편'과는 달리 이번 '외전'은 살짝 외따로 겉도는 느낌을 받았다. 어서 '외전'도 내 추억속에 젖어들게 만들어야겠다. 그래야 퇴마사들의 '디테일'이 함께 어울어질 수 있을테니 말이다. 다음엔 '또 하나의 외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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