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시리아 제국의 역사 - 국내 최초 출간! 페르시아와 로마보다 먼저 세계 제국의 시스템을 설계한 최초의 제국 ㅣ 더숲히스토리
야마다 시게오 지음, 박재영 옮김, 이희철 감수 / 더숲 / 2026년 4월
평점 :
더숲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아시리아 제국의 역사 : 국내 최초 출간! 페르시아와 로마보다 먼저 세계 제국의 시스템을 설계한 최초의 제국> 야마다 시게오 / 박재영 / 이희철 / 더숲 (2026) [원제 : アッシリア_人類最古の帝国_トンボなし]
[My Review MMCCLIV / 더숲 11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리뷰전문지 <책이 있는 구석방> 여든세 번째 리뷰는 더숲히스토리 다섯 번째이자 국내 최초로 출간되는 <아시리아 제국의 역사>다. '더숲히스토리' 시리즈는 우리가 익숙하게 알던 세계사가 아닌 잘 알지 못했던 세계사를 조명한 시리즈로, 지금까지 나온 책은 <바빌론의 역사>(2021), <비잔티움의 역사>(2023), <히타이트 제국의 역사>(2024), <무굴 제국의 역사>(2025), 그리고 이 책 <아시리아 제국의 역사>가 올해 출간되었다. 그동안 이름은 많이 들어봤지만 그 역사를 집중적으로 파고 들어갈 기회는 거의 없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나라에는 이 들의 역사를 집중조명할 전문가가 거의 없는 형편이고, 있다손 치더라도 책을 내어줄 출판사를 찾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어렵사리 출간할 역사책을 읽어줄 독자가 그닥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 적은 '역사에 관심이 생긴 독자들'조차 유명하고 낯익은 역사책을 찾아 읽지, 이름도 낯선 역사책을 굳이 찾아서 읽을 까닭을 찾기 힘들 것이다. 그래서 더욱더 출간하기가 힘들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이름도 생소한 <아시리아 제국의 역사>를 읽어야 할까?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해서 책속으로 풍덩 빠져 보자.
<아시리아 제국의 역사> 관점 포인트 : 여러분은 <길가메시 이야기>를 알 것이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전설로 전해지는 영웅이야기인데 어떤 언어로 '기록'되어 있는지 아는가? 바로 '아카드 어'라고 한다. 우리는 보통 '길가메시'를 수메르인이 지어낸 이야기로 알고 있지만, 그 이야기가 어떤 언어로 '기록'되어 있는지는 잘 몰랐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니 바로 '아카드 어'라고 한다. 그리고 '아카드 어'를 쓰는 민족이 바로 '아시리아 인'이다. 그들이 입에서 입으로 구전되어 오던 <길가메시 이야기>를 '쐐기문자'로 점토판에 '기록'을 남겼고, 이 '점토판 기록'이 오늘날 가장 최초로 <길가메시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고 전해진 것이다. 만약 아시리아 인이 이런 '기록'을 남기지 않았더라면 구전은 언젠가 끊겼을 것이고,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길가메시 이야기>를 몰랐을 것이다.
좋다. 바쁘게 사는 현대인들은 <길가메시 이야기>를 몰라도 된다. 모를 수도 있다. 몰라도 살아가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역사에 무관심하게 살아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길가메시 이야기>를 전했던 '아시리아 인'에 대한 오늘날의 이미지는 매우 포악하고 잔혹한 짓을 많이 한 민족으로 정해져 버렸다. 왜냐하면 <성경>속에 아시리아에 대한 표현이 남아 있는데, 딱 그렇게,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구약성경> 속에 아시리아 인은 북이스라엘 국가를 침략해서 멸망시켰고, 남유대 국가를 침공했다가 오랜 시일이 지나 전염병이 퍼져서 결국 패배해서 돌아갔다고 적혀 있다. 그럼 <구양성경>은 누가 썼는가? 바로 유대인이 쓴 '기록'이다. '구약'은 유대인의 역사와 상통하기 때문이다. 그후 아시리아는 멸망하고 사라진 뒤, 후세 사람들은 무엇으로 아시리아 인들이 남긴 문화유산을 기억할까? 다름 아닌 <성경>속 '구약 이야기'를 통해서 아시리아 인들을 떠올릴 것이다. 그런데 유대인들은 자신을 침략해서 멸망시키고 해코지한 민족을 '위대하고 아름다운 문화를 남겼다'고 기록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잔인하고 난폭했으며 야만인과 다를 바가 없다고 적어 놓았을 것이다. 왜냐면 역사는 '자신에게 유리하게' 기록하는 것이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유대교에서 갈라진 그리스도교를 믿는 서구인들은 <성경>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아시리아 인'에 대한 이미지가 굳어져 버린 상태였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단다. 오늘날 메소포타미아 고대 유적을 발굴하는 유적탐사팀이 '아시리아 인'들이 남긴 '점토판'을 분석한 결과, 아시리아 제국이 로마제국처럼 초기에는 '공화정 체제'를 만들어 민주적인 제도로 집정관을 뽑아 지도자로 삼아 정치를 이어나갔고, 훗날 제국의 영토가 넓어지자 자연스레 왕이 등장해서 한껏 넓어진 국토를 다스리는 제국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이를 지탱하는 경제체제도 갖추고, 시민들은 다양한 문화예술을 즐기면서 '문명인'과 다를 바 없는 풍요로운 문화를 누리며 살았다는 기록이 생생히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그에 비하면 유대인이 살던 지역은 초라한 변방에 불과했고, 강대국이 주변국을 정복하며 제국의 역량을 어김없이 발휘하는 것은 역사적으로도 자연스러웠기에 '아시리아 제국'을 한낱 야만인처럼 취급하기에는 너무나 적절치 못했다는 결론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그렇다. 우리는 역사를 '기록'을 통해서 들여다 본다. 물론 그 '기록'이 완벽할 수는 없고, 때로는 너무 빈약해서 진면목을 살펴보기에 너무 부족할 수도 있고, 때로는 '승자의 일방적인 기록'이나 '패자의 악의적인 왜곡'으로 잘못된 내용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래서 역사는 팩트체크를 위해서 '교차검증'을 하고 있으며 '하나의 사료'나 '한쪽의 사료'만으로 공정하고 객관적인 역사라고 섣불리 평가내리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그래서 여러 기록이 '한 목소리'로 공명을 이룰 때, 비로소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역사책을 읽으며 다양한 해석을 하며 '역사의 필요성'을 논하게 되는 것이다. 단지 '객관적 사실'만을 역사라고 부르지 않는 까닭이다. 그 사실을 토대로 '역사의 의미'를 재해석하는 것이 진정 역사책을 읽는 까닭인 것이다.
앞서 언급한 <성경>만이 유일하게 남은 기록이었다면 현재까지도 '아시리아'는 어두운 이미지로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고고학적 발견'을 통해서 우리는 <성경>에 남긴 기록이 온전한 것이 아니며 심지어 '왜곡'이 심한 기록이라는 것도 밝혀냈다. 그런데 맨 처음에 질문한 것을 떠올려 보자. 우리가 역사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말이다. 그나마 남아 있는 '기록'은 <성경>이라고 하는 어마어마한 종교적 권위를 가진 '기록'이고, 그 기록에 의해서 '왜곡된 거짓'을 진실인냥 받아들이며 살아가게 될 것이다. 다름 아닌 '힘이 센 강자의 의도'대로 그냥 믿는 일이 벌어지게 된다. 물론 내가 '강자에 속한 집단'이라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약자 집단'이고, 멸망한 줄 알았던 '아시리아인의 후손'이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가짜뉴스에 의한 혐오와 차별을 쏟아지듯 받으며 살게 될 것이다. 더구나 '역사'에 관심도 없으니 제대로 된 항변도 할 수 없고, 그저 당하는 일만 남았을 뿐이다.
그런데 반대로 역사에 관심이 많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강자도 '역사적 진실'을 바로 알고 '가짜뉴스'를 판별하고, '혐오와 차별'을 일삼는 부끄러운 짓을 멈출 것이다. 그리고 잘못된 역사를 바로 잡는 '정의로운 일'에 앞장 서게 될 것이다. 또한, 약자도 '역사적 진실'을 깨닫는 순간, 자신에게 쏟아지는 옳지 못하고 부당한 억압과 차별, 그리고 폭력 앞에서도 당당해질 수 있을 것이다. 역사는 이런 부끄러운 행동을 저지르지 않게 해주기도 한다. 그리고 옳지 못한 일을 바로 잡을 수도 있다.
나가는 글 : 대한민국은 지난 100여 년간 엄청난 격동의 역사를 보냈다. 망국의 슬픔이 가시기도 전에 식민지 백성의 고난이 시작되었고, 뼈를 깎는 고통을 이겨내며 독립을 이뤘지만, 곧이어 터진 전쟁의 아픔을 겪으며 완벽한 굶주림을 겪어야 했고, 그렇게 전쟁이 끝나고 겨우 굶주림을 면했구나 싶더니, 민주주의가 탄압당한 군사독재가 펼쳐졌고, 그 어둡고 처절했던 시절을 민주화항쟁으로 극복하고 이뤄낸 대한민국이 드디어 선진국이 되고, 진정한 강대국으로 성장해서 전세계 인류의 공영과 평화를 이룩하는데 이바지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감격스럽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부강한 대한민국이 되기까지 얼마나 '약소국의 설움'을 당했던가 말이다. 그때마다 고개 숙인 대한민국 국민들을 일어서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자랑스런 우리 역사'다.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를 이어오면서 다른 나라를 침략해서 정복활동을 하지도 않았으면서, 외적의 침략에는 분연히 맞서서 이겨내는 불굴의 의지를 보여준 우리 역사의 끝에 전세계를 호령하는 강대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당당히 힘을 과시하는 대한민국의 위상을 보란 말이다. 우리는 이런 역사를 자랑스러워 해야 하고 세계 만방에 널리 알려야 한다.
그런데 어처구니 없게도 역사를 잘못 배운 이들이 부끄러운 짓을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버젓이 자행하고 있다. 자국의 역사를 수치스럽게 여기며, 다른 강대국들의 비위를 맞추어 '자국의 역사'마저 먹칠을 하고야 마는 멍충이들이 너무 많다. 우리끼리는 얼마든지 싸워도 좋다. 그것이 실리를 두고 싸우는 것이든, 명분을 두고 의견을 다투는 것이든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런데 어이 없게도 우리땅에서 '다른 나라 국기'를 들고서 '다른 나라의 이익'을 위해서 '자국 정부'를 흔들고, '자국민을 헐뜯는' 멍충이를 어떻게 봐줘야 한단 말인가? 이들은 역사를 잘못 배운 이들이다.
한국사든, 세계사든, '역사'라는 한 울타리로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배워야 한다. 그래야 세계속에서 한국이 맥을 같이 할 수 있고, 한국사를 배우는 것으로 세계사를 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계사는 '위대한 역사'로 가치를 높여 다루고, 그런 위대한 역사를 이끌어간 몇몇 강대국들 위주의 '편협한 세계사'를 배운다면 잘못된 역사관을 가지게 되는 셈이다. 그리고 이런 역사관으로 '한국사'를 바라보면 심각한 왜곡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더구나 '세계사'를 서양의 위대함을 증명하기 위해서 배우는 것이 절대 아니다. 비록 세계사가 유럽과 미국 등 서구 중심적인 서술로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역사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한 '하나의 예시'일 뿐이지, 서양의 역사만이 바르고 옳은 것이고, 서양 이외의 역사는 비주류이고, 특이성을 지니고 있다고 '선입견'을 가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기에 세계사와 한국사는 '더불어'서 같은 맥락으로 역사적 흐름을 비교분석하고, 어디에서든 딱 들어맞는 '보편타당한 역사관'을 갖춰야 한다.
이는 아무 역사책 어느 곳을 펼쳐도 다 맞아떨어진다. 그래서 이 책 <아시리아 제국의 역사>를 보아도 '아시리아의 흥망성쇠'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세계사의 흐름을 따르고 있고, 흥한 이유와 망한 이유가 한 눈에 보인다. 그 까닭은 다름 아닌 '똑같은 인간'이 벌여놓은 역사이기 때문이다. 시공간을 넘나들어도 '인간이 사는 모습'은 매한가지다. 아시리아 인이 살아가는 모습과 대한민국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이 유별나게 달라보일 것이 없다. 물론 기원전 23세기와 서기 21세기라는 반만년이라는 '세월의 차이'는 보일 수 있어도, 그들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만들어가는 모습은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의 모습과 다를 것이 없었던 것이다.
끝으로, 이 책을 작게는 '오늘날 중동 국가의 현안'을 파악하기 위한 교양으로 읽어도 좋을 것이다. 미-이란 전쟁이 휴전을 꾀하는 와중에도 '이스라엘'이 전쟁을 확전시키려는 까닭을 '아시리아 제국 내의 민족적 갈등과 해결 방법'을 엿보면서 예측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크게 보길 바란다. 한 제국의 흥망성쇠를 보면서 흥하는 원인과 망하는 원인이 오늘날의 한 국가에서도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아시리아 제국의 멸망할 때의 모습에서 현 미국의 모습이 겹쳐 보이는 부분이 있었다. 그렇다면 미국도 머지 않아 멸망할 징조를 보이고 있다고 볼 수도 있는 셈이다. 물론 그 원인을 해결하고 막으면 '망국의 길'을 걷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시리아의 처참한 말로가 오늘날 미국이 처한 상황과 묘하게 겹치는 부분이 있다. 그리고 아시리아 제국이 위축되는 시점에서 부상한 '메디아 부족'과 미국의 위세가 꺾이고 있는 시점에서 부상하고 있는 '대한민국'도 묘하게 겹쳐 보인다. 물론,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한낱 '메디아 부족'과 견주기엔 적당하지 않지만, 미국의 입장에서 대한민국이 새로운 강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은 분명 위협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물론 이런 흐름을 잘 파악하고 미국이 나름 대처를 잘 한다면 미래는 달라질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대세가 바뀔 것 같지는 않다. 역사는 늘 그런 '페이지'를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모로 아주 흥미로운 역사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