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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정통 만화 삼국지 9 - 영웅의 최후
나관중 원작, 천웨이동.량샤오롱 글.그림 / WISDOM(위즈덤) / 2016년 8월
평점 :
[My Review MCMXC / 위즈덤(WISDOM) 9번째 리뷰] 9권에서는 '삼국지의 영웅들'이 하나둘 죽음을 맞이한다. 이미 수많은 군웅들이 죽었지만, 관우, 장비, 유비, 그리고 조조의 죽음은 무게감이 다르다. <삼국지연의>를 초반부터 이끌던 진정한 주인공들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국지'를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팬들조차 유비가 입촉 이후 사망한 이후부터는 관심도가 시들해져서, '그 뒤의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누가 등장하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허다할 정도다. 그럼 이 네 명의 영웅들이 어떻게 평가받고 있는지 살펴보자.
유비가 '서천땅'을 차지하기 위해서 떠나고 '형주땅'을 지키고 있던 장수는 관우다. 방통이 갑자기 죽자 제갈량은 서둘러 유비의 곁으로 가면서 관우에게 형주를 맡기고는 다짐을 받아두는데, '조조와는 서로 맞서고, 손권과는 손을 잡아라'는 내용이었다. 까닭이 무엇일까? 제갈량이 주장했던대로 '천하삼분지계'에 따라서 북위, 동오, 그리고 서촉으로 형세가 갈라지게 되면, '형주'의 중요성은 반반으로 갈라진다. 물론 형주는 매우 중요한 요충지인 것에는 틀림없다. 물자가 풍부하고, 인재가 많으며, 교통이 수월한 곳이라서 이곳을 차지하고 있는 이점이 매우 중요했다. 그러나 유비가 '서촉'을 차지하고 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서천땅은 '천혜의 요새'와 같은 지형적 유리함과 동시에 '풍요로운 자원'으로 축복을 받은 곳이다. 그러니 서촉은 수비는 한결 쉬워지고 물자는 풍족하니, 굳이 '형주'가 없어져도 큰 문제가 없는 곳이 되었다. 다만, 수비가 쉽다는 것은 나아가 진출하기도 어렵다는 뜻이니 '중원'으로 나아가는 길목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형주'를 차지하고 있다면 여전히 유용하다는 점에서 꼭 필요한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형주땅'을 손권이 유난히 탐을 내고 있다는 것에서 이해득실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서촉과 동오는 북위라는 어마어마한 '공동의 적'을 마주하고 있는 형국이니, 서로 긴밀하게 손을 잡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서로 손을 잡고서 '적벽대전'이라는 달콤한 승리를 맛보기도 했다. 그런데 그 달콤한 가운데 대부분을 유비가 차지하고 말았다. 이는 제갈량의 꾀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유비는 더 큰 땅을 차지할 한 밑천 단단히 잡음과 동시에 손권에게 담보를 맡기고 이윤을 챙길 수 있는 '형주땅'을 아주 잘 이용해 먹었다. 그리고서 형주보다 더 큰 이익을 볼 수 있는 '서촉'을 차지했으니, 그만 돌려주어도 전혀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었다.
그런데 이런 상황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한 '관우'에게 형주를 맡겨 놓고 있었으니 끝내 사달이 나고 만 것이다. 이는 전적으로 '관우의 책임'이 크다. 그리고 '제갈량의 방조'도 한몫 단단히 했다. 먼저 '관우의 책임'부터 따져보자. 결과적으로 형주를 지키다 관우는 목숨을 잃는다. 무인으로서 이보다 더 큰 영광은 없겠지만, 문제는 자신의 죽음으로 일단락된 것이 하나도 없이 더 큰일을 연쇄적으로 발생시키고 말았다는 점이다. 장비의 죽음과 유비의 죽음에 '관우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있었을까? 만약 관우가 전장에서 죽지 않고, 천수를 누리다 죽었다면, 장비와 유비도 그렇게 비명횡사하듯 서둘러 죽음을 재촉하지 않았을 터이니 말이다. 그렇다면 관우는 왜 죽었나? 그건 하릴없이 부린 '고집'과 쓸데없이 벌인 '만용' 때문이었다. 일찍이 관우가 제갈량의 조언대로 '손권이 내민 손'을 꼿꼿하게 거절하지 않고 유연하게 잡았더라면, 유비가 이제 막 얻은 서촉땅을 탄탄하게 자리매김한 뒤에 당당히 중원으로 나아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관우가 쓸데없이 '형주'를 지키고야 말겠다는 일념만으로, 또한 자신이 최고의 무장이라는 자만으로 인해서 결국 '맥성'에서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고야 만다. 죽는 것보다 더 치욕스런 '포로'로 잡혀서 손권에게 끌려가 죽임을 당했고, 손권은 그 책임을 조조에게 떠넘기기 위해서 '관우의 머리'를 조조측으로 보내버린다. 만약 여기서 관우가 손권에게 잠시 몸을 의탁하고 있다가 훗날을 도모하는 여유(?)를 보였다면 어땠을까? 비록 형주땅을 손권에게 빼앗겼지만, 관우를 무사히 되돌려 받고서, 후일을 도모할 수도 있고, 또는 더욱 굳센 '촉오동맹'을 맺어 북위와 맞서 싸울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관우의 만용으로 인해 그러한 모든 변수를 일거에 불식시켜버리고 말았다.
이런 무책임한 관우의 죽음인데도, 관우는 추앙의 대상이 되었다. '의(義)'를 높이 사서 곳곳에 '관우의 사당'이 지어졌고, 심지어 민간신앙에서는 '신'으로 추대를 받아 국난극복과 같은 큰 어려움을 맞이했을 때 간절히 소원을 비는 구심점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우리 나라에도 '관우의 묘(동묘)'가 있을 정도로 동북아시아에서 '관우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봤을 땐, 이런 관우가 숭상되는 모습은 의아할 수밖에 없다. 엄청난 실책으로 서촉을 빠르게 망국의 길로 가게 만든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그가 보여준 '의리'는 대단하다고 할 수 있으나, 그와 동시에 그가 보여준 '똥고집'은 절대 본받을 만한 것이 없음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역사서에서 '장비'에 대한 평가는 오히려 관우를 능가하는 면이 없지 않다. <삼국지연의>에서는 그가 머리(지혜)는 없고, 오로지 힘(무력)만 가진 괴력의 장수로 묘사되지만, 소설속에서도 간간히 등장하는 '장비'가 무력이 아닌 지략으로 거둔 승전보는 그가 애초부터 단순무식한 위인이 아니라는 것을 반증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그가 '의형(역사서에는 '도원결의' 장면도 없다. 그러니 유관장 삼형제라는 것은 나관중의 픽션의 소산으로 볼 수도 있다)의 죽음'에 분노하다 과음으로 제 몸도 가누지 못하는 사이에 부하들에게 죽임을 당하는 장면은 참으로 어처구니 없다. 실제 역사서에서도 이 장면은 자세히 나오지 않기에, 그저 허구일 뿐이라고 짐작하지만, 장달과 범강이 장비의 목을 가지고 동오의 손권에게 투항한 사실만큼은 진실이니, 이를 통해서 분석해보자.
관우의 죽음으로 유비는 동오를 곧바로 치고자 하나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아직 나라를 제대로 정리하지도 못했고 '복수전'을 벌인다해도 대군을 준비할 여력이 없었던 것이다. 더구나 정황은 급박하게 돌아가 '조조'가 위왕에 등극한 것으로도 모자라, 조조의 사후에 조비가 '헌제'에게서 선위를 받아 황제에 등극하게 되니, 바야흐로 '한나라'는 끝내 망하고 만 것이다. 이와 같은 사실에 분개한 유비는 대소신료의 청으로 '황제'로 등극하길 거부하고 '한중왕'에 올랐다. 조비가 선위를 빙자한 찬탈을 한 것을 확인하고서, 한의 정통을 이어받아 '촉한 황제'로 등극하게 된다. 그리고서 첫 번째 명령이 바로 '동오 토벌'이었다. 손권을 향한 복수전을 치르겠다는 결심이었다. 이에 제갈량을 비롯한 많은 신하들이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만류하지만, 장비가 울면서 유비를 찾아오자 유비는 결심을 철회하지 않게 된다. 이에 들뜬 장비는 속히 '복수전'을 감행하려 부하들에게 독촉을 하던 와중에 그만 죽고 만다. 그에게 부족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짐작컨대 '성급하고 불같은 성미' 때문이었을 것이다. '술'을 좋아해서 끝내 비명횡사한 것이라고 호사가들은 말하지만, 술 좋아한다고 다 장비처럼 비극을 맞이하지는 않기에 '성급한 일반화'라는 오류는 말아야 한다. 한 번 결심하면 물불 안 가리고 '직진'하는 성격은 때론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지만, 태반은 득보다 실이 더 많은 성격이니 고쳐야 할 성격일 것이다. 더구나 쳐부수어야 할 대상은 '손권측 사람들'이지 '자기편 사람들'이 아니지 않은가? 왜 불같은 화를 낼 때 '자기 사람'을 다치게 해야만 했는가 말이다. 참고 참았다가 '적들과 마주한 자리'에서 폭발시켰어야 옳은 방법이었다. 애먼 사람에게 화를 내면 장비처럼 개죽음 당하기 십상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편, 유비의 죽음은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한 날 한 시에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한 날 한 시에 죽기를 맹세한다는 '형제의 맹약'을 지키는 군주를 매력적으로 보아야 할까? 국가의 지도자가 '사적인 일'로 국가의 존망을 좌우하는 결정을 내리는 것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오늘날 '두 번째 현직대통령 파면'을 마주한 대한민국의 위기를 보면 알 수 있지 않은가? '최순실 국정농단'을 감추려다 박근혜는 파면 되었고, '명태균 게이트'를 덮으려다 윤석열도 파면 되었다. 이게 모두 다 '제 식구 감싸기'를 하려다 국가를 파탄낸 일이다. 유비도 대한민국 대통령이었다면 결국 '파면 대상'일 뿐이다. '제 식구(관우의 죽음) 감싸기'를 하다가 모든 군대를 총동원하고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여, 온 국민을 전쟁으로 내몰 위인일 따름이기 때문이다. 물론 유비가 불세출의 영웅인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국가의 위급 상황(황건적의 난, 십상시의 난) 때, 의로운 군대를 이끌고서 난세를 평정하는데 일조하고, 동탁과 조조라는 '황제'를 위협하는 역적들을 처단하기 위해 힘을 모으고 세력을 규합해서 당당히 맞서 싸운 영웅을 깎아내릴 까닭은 전혀 없다. 그런데 그런 모든 위업들이 '복수전' 한 방으로 송두리채 날려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전쟁(이릉대전)도 지고 말았다. 그로 인한 국가의 손실은 막대하고, 장비와 황충, 유봉, 맹달 등등 아까운 인재들을 숱하게 잃어버리고, 수많은 병력과 영토까지 빼앗겨 잃어버리고 말았다. 더구나 자기자신의 목숨조차 보존하지 못하고 죽고 말았으니, 촉한의 미래는 그야말로 풍전등화의 처지로 전락하고 만 셈이다. 그나마 마지막 유언으로 '제 아들(유선)이 차기 황제로 부족하니, 제갈량에게 촉한을 차지하라'고 남긴 것만은 영웅다운 마지막이었으나, 제갈량은 이 유언을 따르지 않는다. 왜 그랬을까? 여러 가지 해석이 분분하지만, 이 책에서는 제갈량이 유비의 성품을 닮아서 그랬다는 해석을 따랐다. 유비도 도겸의 땅, 유표의 땅, 유장의 땅을 함부로 낼름하지 않은 것처럼 제갈량도 촉한의 땅을 함부로 낼름하기보다는 '충(忠)의 길'을 따르는 것으로 족했다는 해석인 셈이다.
마지막으로 조조의 죽음은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그의 관상평은 '치세의 능신, 난세의 간웅'이라고 했단다. 이래저래 조조의 평가는 '대단한 능력자'일 수밖에 없는 평가인데, 실제의 삶도 과연 그랬다. 그는 영웅이 갖춰야 할 모든 것을 갖췄고, 심지어 '호색(好色)'까지 갖춰서 그야말로 완벽한 영웅(?)이었다. 그런 그도 끝내는 죽을 운명에 처하게 되는데, 그래도 양심은 있었는지 '황위 찬탈'까지는 하지 않고, '위왕 등극'으로 만족한 삶이었다. 그러나 그의 젊은 시절을 쏙 빼닮았다는 첫째 조비는 아비의 죽음을 슬퍼할 겨를도 없이 '헌제'를 핍박해서 강제로 선양하게 만들고서 세 번의 거절 끝에 '선위'라는 방법으로 황제의 자리에 오른다. 이로써 '한나라'는 망하고 '위나라'가 새로 시작하며, 조조는 죽고 난 뒤에야 '선황'의 자리에 오르는 영예를 차지한다. 한 사람의 인생으로서 더할나위 없는 멋진 인생 아니었나? 그는 '역사의 승리자'였다. 그런데도 뭔가 찜찜하다. 왜 그의 아들은 제 아비의 무덤을 72개나 만들었을까? '가짜 묘'를 만들었다는 것은 그의 죽음이 떳떳하지 못했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그처럼 완벽하고 멋진 인생이 왜 끝이 허무하게 느껴지게 만드는 것일까? 그건 그가 '실리'만 추구하고, '의리'는 그때 그때 다르게 처리했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아주 야박한 평가를 내리는 것이다. 실리를 추구하고, 이득을 쟁취하는 것을 누가 뭐라 하겠는가? 단지, 이득을 많이 챙긴 '부자'를 존경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미국의 현 대통령 트럼프의 관세정책이 많은 비판에 직면했다. 미국을 부자로 만들겠다는 그의 소신을 탓하지는 않지만, 그 소신을 따르기 위해서 취한 정책이 엉터리라서 비판을 받고 있다. 미국 사람들이 '부자'가 되는 것이 싫어서 비판하는게 아니다.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이 그동안 숱한 위기를 극복해나갈 수 있었던 명분(법치주의, 민주주의, 자유평등, 상호호혜 등등)을 스스로 걷어차고 '깡패짓'보다 못한 짓거리를 하며 전세계를 상대로 삥뜯고 있는 모습이 기가 차서 그런 것이다. 물론 미국이 옛날부터 했던 짓을 트럼프도 하고 있을 뿐이긴 하지만, 그나마 옛날에는 '세계평화'를 위해서라는 명분이라도 내세웠지만, 지금은 우격다짐(아메리카 퍼스트)일 뿐이지 않은가 말이다. 결국 조조의 평가는 대단한 능력자이긴 하지만, 전혀 존경받을만한 대상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자, 이제 숱한 영웅들의 죽음을 뒤로 하고, '사마의 vs 제갈량'의 대결이 벌어지는 대격전이 벌어질 차례다. 남은 분량으로 짐작컨대 '오장원에서 지는 별'로 이 책도 마무리 될 것 같다. 즉, '제갈량의 죽음'으로 북위의 승리와 사마의의 아들들이 찬탈을 해서 세운 '진나라'를 끝으로 대미를 장식하게 될 것이다. 이로써 '또 한 편의 <삼국지>'를 정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