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우영 삼국지 올컬러 완전판 1
고우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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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영 삼국지 올컬러 완전판 1> 고우영 / 문학동네 (2021)

[My Review MMCCVII / 문학동네 27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전문리뷰지 <책이 있는 구석방> 서른여섯 번째 리뷰는 대한민국 '만화 삼국지' 가운데 최고봉을 자랑하는 <고우영 삼국지 올컬러 완전판 1>이다. 나는 고우영 화백이 2005년에 별세하셨을 때, 화백의 유작들을 탐독했었는데, 벌써 20년이 훌쩍 흘렀다. 그런 의미로 해마다 연초가 되면 늘상 읽던 <삼국지>였기에 올해는 고우영 화백의 <삼국지>부터 다시 읽어볼 작정이다. 새삼 다시 읽으니 예전에 읽었던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새롭게 다가왔다. 1978년에 신문에 연재를 시작했다지만 당시에 유년 시절을 보내던 내가 읽었더라도 뭔 내용인줄 몰랐을 것이다. 그러다 90년대에 들어서 '단행본'이 나왔기에 틈틈이 보다가 새천년이 넘어서 결국 화백께서 고인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읽기 시작했었다. 당시엔 만화책 사볼 돈도 궁하던 시절이었고, 한창 먹고 사는데 바쁘다보니 책을 들여다볼 여유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2005년 독서논술지도사 자격을 취득하고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하던 즈음에 화백의 별세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에게 고우영 화백의 만화책은 좀 유별나게 다가온다. 그럼 책속으로 들어가 보자.

<고우영 삼국지 올컬러 완전판 1> 관점 포인트 : 80년대, 90년대까지만 해도 '올컬러 만화'는 참 드물었다. 거의 대부분 '흑백 만화'였고, <소년 챔프>나 <아이큐 점프> 같은 '주간 만화잡지'의 표지나 일러스트 정도가 컬러로 나오던 시절이었다. 참 대한민국 최초의 월간 만화잡지 <보물섬>을 잊을 뻔 했다. 한 권에 500원이나 하던 ㅎㅎ. 암튼 <고우영 삼국지>도 처음엔 흑백으로 먼저 접했다. 그런데 역시 만화는 '컬러판'으로 봐야 한다. 그래야 한 눈에 싹 들어오고 '손글씨'가 아닌 '서체'로 프린팅이 되어 '가독성'도 대단히 높아졌다. 특히나 고우영 화백의 손글씨는 깨알같기로 유명해서 읽을 때 애를 먹기 일쑤였다. 암튼 흑백판이 아닌 '문학동네'에서 새로 출간한 올컬러판이 훨씬 좋다는 점을 밝힌다.

암튼 <삼국지>는 '정본'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오늘날에는 나관중이 직접 쓴 판본이 전해지지도 않으며, 굳이 '원본'이니, '정사'니, '완역본'이니 따지며 읽을 필요도 없다. 왜냐면 아무 것이나 읽고 즐기면 그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읽으려면 '10권의 분량'이라는 압박감에 수많은 <삼국지> 가운데 하나만 골라서 읽어보려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조금 팁을 줄 수 있다. 대한민국 정치색이 '보수 성향'이라면 <이문열 평역 삼국지>를 권하고, '진보 성향'이라면 <황석영 정역 삼국지>를 권한다. 또한 순수한 재미를 추구하는 독자라면 <요시카와 에이지 삼국지 원전 완역판>을 권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최신판이자 완성도를 추구한다면 <박상률 완역 삼국지>를 추천한다. 이 넷 중에 하나만 골라 읽어도 충분할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삼국지>의 원전격은 다름 아닌 <고우영 삼국지>가 되겠다. 실제로 읽어보면 느낄 수 있겠지만, <고우영 삼국지>를 읽다보면 '이문열'을 읽는 느낌도 나고, '황석영'을 읽는 느낌도 나며, '요시카와 에이지'를 읽는 듯 하면서도, '박상률'의 신작을 읽는 느낌도 나기 때문이다. 그것이 무슨 까닭이냐면 <삼국지>를 읽는데 가장 중요한 핵심이 '해석'이기 때문이다. 시기적으로는 '요시카와 에이지'가 쓴 <삼국지>가 가장 먼저 출간했지만, 이조차 '중국 판본의 삼국지'를 일본 독자들의 입맛에 맞게 '재해석'한 소설이다. 그걸 참고 삼아 한국의 고우영 화백이 '한국 독자의 입맛'에 맞게 재해석을 가미했고, 그걸 바탕으로 '이문열 평역', '황석영 정역', '박상률 완역'의 순서로 펴냈다. 물론 각각 '저본'으로 삼은 책들은 다르지만 역시나 <삼국지>는 '해석'이 묘미인 셈이다. 전문가가 아닌 이상 일반 독자라면 '재미'를 추구하기 마련이고, <삼국지>의 재미는 색다른 해석이 가미되어야 읽을 맛이 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색다른 해석의 재미를 가장 뚜렷하게 느낄 수 있는 판본은 역시나 <고우영 삼국지>를 꼽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고 고우영 화백이 얼마나 촌철살인의 해석을 가미했던지, 연재 당시에 군부독재정부의 '검열'에 원본이 누더기가 될 정도였다. 검열 기준은 첫째, 야하면 안 되고, 둘째, 사회비판은 허용 안 되며, 셋째, 욕설이나 비속어도 불허했다. 이를 달리 말하면 <고우영 삼국지>는 80년대 기준으로 충분히 에로틱 했고, 독재정부 비판의식이 가득했으며, 사회적으로 억압된 불만욕구의 분출을 하기 위해 속시원한 욕설과 비속어 등을 마구 사용했다는 점이다. 물론 오늘날의 시선으로 본다면 전혀 에로틱하지도 않고, 군부독재를 겨냥한 비난이 맞나 싶고, 욕설이라기보다는 어느 지역의 구수한 사투리를 적어놓은 듯 싶을 것이다. 세월이 흘러서 언뜻 눈에 띄지 않지만, 당시를 살아본 독자라면 그 정도만으로도 엄청난 '수위조절 실패'였기 때문에 검열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던 엄혹한 시절이었음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다행히 현재는 '무삭제판'으로 그 모든 풍자와 해학을 다 엿볼 수 있다. 이런 풍자와 해학에 대한 내용은 후속편에서 좀더 심층적으로 다뤄보겠다.

나가는 글 : <고우영 삼국지 올컬러 완전판 1>의 차례는 1장 '황건당 (Yellow Club)', 2장 '도원결의', 3장 '십상시의 난과 네로 동탁'이다. 흔한 <삼국지> 스토리라는 것을 눈치 챘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만의 특색은 없는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다른 <삼국지>에서는 이 대목에서 주인공으로 다름 아닌 '유비 현덕'을 등장시키기 때문이다. 이렇게나 어지러운 난세에 영웅이 탄생했는데, 그 이름이 유비이고, 그는 중산정왕의 후예로 무너져가는 한 황실을 다시 일으켜 세울 불세출의 영웅이 납시니 모두가 주목하시라...라면서 일장 연설조로 이야기를 술술 풀어나가는데 반해서, <고우영 삼국지>에서는 단연 '연인 장비'가 주인공이다. 황건당이 등장하기 이전에 '장비'가 돼지고기를 팔며 한바탕 소란을 피우고, 도원결의를 맺기 위해 '장비'가 유비를 찾아나서며 질질 끌고가다시피 한다. 십상시의 난으로 어지러운 형국에서 탁현 누상촌에서 모병을 한 뒤에 거병을 주도한 것도 '장비'가 되겠다.

그럼 <고우영 삼국지>에서는 왜 유비가 아니라 '장비'를 주역으로 내세운 것일까? 그건 다름 아니라 '삼국지'를 서민 중심적인 관점에서 재해석을 했기 때문이다. 도대체 황건당이 왜 일어나게 되었단 말인가? 백성들이 먹고 살 길이 막막하자 도적떼가 되어 난리가 난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 대부분의 <삼국지>는 그런 백성들의 고충을 이야기하면서 얼마 지나지 않아 엉뚱하게도 '온갖 영웅들'을 등장시켜 영웅들의 활극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렇지만 <고우영 삼국지>는 그렇지 않다. 시종일관 못 먹고 못 살겠다고 고충을 토로하는 '가난한 백성들의 이야기'를 연이어 풀어낸다. 그리고 이런 빈곤한 백성들의 고충을 제대로 들어주는 이를 '진정한 영웅'으로 추켜세우고, 그렇지 못한 영웅들은 '난세의 간웅'으로 싸잡아 비판한 것이다. 이런 구도로 읽으면 <삼국지>에서 왜 유비가 진정한 영웅이고, 조조가 난세의 간웅인지 여실히 증명이 되지 않느냔 말이다. 이게 정말 '신의 한 수'다. <고우영 삼국지>를 읽는 맛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런 식이기에 '고달픈 백성들'을 위한 행보를 걷지 않은 여러 군웅들은 뛰어난 능력을 갖췄어도 한낱 필부이거나 악당으로 치부할 수 있는 것이다. 황건당의 장각이 그렇고, 치세의 능신으로 평가받는 조조도 그렇고, 4대에 걸쳐 재상을 누렸던 원소도 그렇고, 혼세에 대담한 능력을 발휘한 손견도, 이리 같은 야욕만 가득한 동탁도, 의리도 없이 배신만 일삼는 여포도, 백성들이 도탄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데도 권력과 금은보화에만 관심이 쏟던 십상시와 하진 남매, 수많은 고관대작들, 심지어 영제, 소제, 헌제까지 죄다 무능한 필부이거나 악질적인 악당에 불과한 것이다. 오직 딱 하나 '유비, 관우, 장비 삼형제'만이 도탄에 빠진 백성을 구하고저 몸을 일으켰으니 대단한 영웅일 수밖에 없다는 아주 명약관화하고 이해하기 쉬운 플롯 전개가 아니겠는가.

이는 다른 <삼국지>에서는 제대로 맛볼 수 없는 참맛이다. 그 덕분에 여타의 <삼국지>에서는 이놈도 영웅 같고, 저놈도 영웅 같고, 등장인물 모두가 '주인공'으로 읽히고 만다. 앞서 말한 악당과 영웅의 경계가 분명해야 <삼국지>를 읽는 진정한 맛이 날텐데 여타의 <삼국지> 등은 이런 맛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난세의 영웅들의 모험담'에만 치중한 셈이라 읽다보면 어느새 '도탄에 빠진 백성들'이 독자의 시선에서 사라지고 만다. 그런 까닭으로 <고우영 삼국지>에서는 가난한 서민들의 말과 행동을 '대변'하는 인물로 장비를 주인공으로 삼은 것이다. 이 책에서 '장비의 말과 행동'은 다름 아닌 도탄에 빠진 백성들의 목소리이고 사회비판을 하는 핵심 포인트다. 이걸 놓치지 않는다면 <고우영 삼국지>를 제대로 읽은 것이 될 것이다. 2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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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대사 산책 7권 - 간토대학살에서 광주학생운동까지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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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대사 산책 7권 : 간토대학살에서 광주학생운동까지> 강준만 / 인문과사상사 (2008)

[My Review MMCCVI / 인물과사상사 34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전문리뷰지 <책이 있는 구석방> 서른네 번째 리뷰는 <한국 근대사 산책 7권>이다. 시대흐름상 1920년대 일제식민 치하의 상황이 펼쳐져 있다. 흔히 알고 있는 시대 구분법에 따라 일제의 '문화통치기'에 해당하는 시점인데, 1919년 3·1운동이 폭발한 이후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되는 등 강렬한 무장독립투쟁이 활발하던 시기이기도 하다.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대첩이 그것인데, 그것 말고도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맹활약을 하던 시기였기도 하다. 그 가운데 7권에서 주목한 것은 '사회주의의 열풍'이었다. 우리 독립운동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인데, 그간 '분단된 현실'을 감안해서 사회주의 운동은 '공산주의'와 함께 싸잡아서 무시한 덕분에 한동안은 사회주의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이야기조차 꺼내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오죽하면 의열단 단장 김원봉의 이름 석자를 감추려 했고, 윤석열 독재정권 때는 '홍범도 장군의 동상'마저 철거하려 들었겠는가.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은 사회주의 배척현상이 아주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럼 책속으로 들어가보자.

<한국 근대사 산책 7권> 관점 포인트 : 1920년대 일제는 소위 '문화통치'를 실시했다. 그동안 조선인들을 향해 '무단통치'를 일삼고 길거리 한복판에서 발가벗겨 쇠좃매로 피떡이 되도록 치욕을 주던 일본인들은 이제 조선인들을 살살 구슬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조선인들에게 '교육의 기회'로 열어주었고, '취업의 길'도 열어주었으며, '농지개혁' 따위를 통해 조선에서의 곡물생산량 증대를 위해 무던히도 애를 쓰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다 '빛 좋은 개살구'였다는 것을 깨닫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왜냐면 조선민중들은 여전히 굶주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교육의 기회를 열어주었다지만 '돈 많은 일본인 학생'들에게만 편중된 교육을 실시하였고, 가난한 조선인 학생들은 매달 '월사금'을 내지 못해 담임선생에게 매를 맞고 학급생들에게 망신을 당하기 일쑤였다. 그것이 싫으면 자퇴를 해야 했고 말이다. 그래서 조선인들은 '서당'을 만들어 자체적으로 교육을 하려 했지만, 일제는 이마저도 허용하지 않았다. 그 덕분에 조선인의 문맹률은 무려 80%에 육박했다. 그럼에도 전국의 학교에서 1등을 차지하는 것은 언제나 조선인 학생이었다. 최악의 교육환경이었지만 그 속에서 꽃 피운 아름다운 결실이긴 했지만, 이들 우수생들이 모두 독립운동에 매진한 것도 아니었다. 일제의 감시와 유혹에 넘어가 '친일의 길'을 걸은 지식인들이 숱하게 많았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였기 때문에 가난한 노동자와 농민 들은 점점 더 삶이 어려워지게 되었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도 살아날 길이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럴 때 전세계는 '소련의 탄생'과 '사회주의 열풍'이 불기 시작했고, 조선민중들도 이런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기 시작했다. '조선공산당'이 창당된 것이다. 그렇다고 일시에 조선민중들이 '공산주의자'가 된 것은 아니었다. 일제는 자신들의 제국주의(군국주의) 사상에 걸림돌이 되는 '공산주의'를 결코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격한 공산주의보다는 온건한(?) 사회주의 열풍이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갔다. 사회주의란 기본적으로 '공동체주의'를 말한다. 저 혼자 잘나고 잘먹고 잘사는 것을 배격하고, 모두가 고르게 배불리 먹고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믿고 따르고 싶었기에 사회주의는 하나의 '사상(이데올로기)'로 받아들이기보다 '처세의 상식'이 되어 버린 것이다. 몇몇 소수만 잘먹고 잘사는 세상보다 모두가 굶주리지 않고 평등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 있다는데 그걸 마다할 '가난한 민중들'이 있었겠느냔 말이다. 이 좋은 '사회주의'를 마다하는 이가 있다면 정말 욕심꾸러기일 수밖에 없으니, 그런 욕심꾸러기를 혼쭐 내주는 것은 '상식'이라면서 널리 퍼져나갔던 것이다.

이에 따라 조선민중들은 '계급 투쟁'에 대해 깨우치게 되었다. 마르크스가 말한 '자본가(부르주아)'와 '노동자(프롤레타리아)'의 영원한 투쟁의 역사의 현장을 몸소 겪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부당함을 느낀 조선민중들은 일제를 향해 '노농 투쟁'을 하기 시작했다. 조선노농총동맹을 결성하고 사회주의 사상에 입각해서 '원산총파업' 등을 일으켰던 것이다. 물론 일제의 탄압으로 파업은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사회주의 독립운동가들은 이때를 시작으로 더욱 가열차게 활약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광주학생운동은 '민족의 단결'을 부르짓는 계기가 되었다. 단순한 학생들간의 싸움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아이 싸움이 어른 싸움으로 번졌다'고 평가절하하는 이들은 매국노로 찍힐 정도로 민족감정은 들끓었기 때문이다. 일제 당국은 가해자인 일본학생들은 처벌하지 않고 조선학생만 강력한 처벌을 하자 이에 불만을 표출한 조선학생들은 동맹휴학을 하고 부당함을 소리 높였다. 그럼에도 일제는 별다른 철회조치를 하지 않자 전국 194개 학교에서 학생 54,000여 명이 시위를 이어 나갔다. 학생운동이 '항일운동'으로 번져나간 것이다. 일제시대 3대 운동으로 3·1운동, 6·10만세운동, 그리고 '광주학생운동'을 꼽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광주학생운동은 1929년 10월 30일 열차내에서 일어난 사건이 발단이 되어 우발적으로 시작된 것이 아니었다. 26년 11월 3일에 결성한 '성진회'라는 학생 비밀결사가 이미 조성되었고, 이들 학생들은 자발적으로 '항일운동'을 해오고 있었는데, 일제가 조선인 학생들에 대한 처우를 부당하게 일삼자 전국적으로 학생운동으로 봉기하게 되었던 것이다.

나가는 글 : 이렇게 가난하고 못사는 것도 억울한데 사사건건 공평치 못하고 부당한 일이 연속적으로 일어나자 조선민중들은 가만 있지 않았다. 3·1운동으로 시작된 대대적인 '독립투쟁의 역사'가 끊이지 않았지만, '무장독립 투쟁'이 쉽지 않게 되자 조선민중들은 '계급 투쟁'과 '노농 투쟁'으로 독립운동을 이어나갔던 것이다. 더구나 사회 곳곳에서 '조선인 차별 정책'이 개선되기는커녕 점차 심화되는 현실을 깨닫고 '민족적 투쟁의식'이 불타올랐다.

하지만 일제는 아직 사그라들지 않았다. 1차 세계대전 승전국의 지위를 얻고 '세계정복의 야욕'은 더욱 키워나갔고, 그 결과로 중국내 영토를 침략하며 급기야 만주와 몽골를 넘어 중국 대륙 전체를 집어 삼키겠다는 야심을 감추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 벌어지던 조선민중들의 투쟁은 일제의 강렬한 탄압과 수탈로 짓밟히고 있었다. 일제의 '야만성'은 간토대학살로도 잘 드러난다. 일본 관동지방을 휩쓴 대지진으로 대혼란이 일고 수습이 쉽지 않을 것 같자 '일본정부'는 유언비어를 날조해서 위기를 극복하고자 했다. 바로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타고 방화와 강도, 심지어 부녀자 강간을 일삼는다는 헛소문을 퍼뜨렸던 것이다. 이에 성난 일본인들은 자경단을 조직해 '조선인'을 색출해서 학살했다. 무려 10만 명이 넘었다고 한다. 조선인을 판별할 수 있는 방법은 "쥬엔고쥬세엔(10엔 50전)"을 발음해보라는 것이었다. 일본인만 발음할 수 있다는 'ㅈ'과 'ㅊ'의 중간 발음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죽여버렸다고 한다. 그로 인해 조선인만 죽은 것이 아니라 외모가 비슷한 중국인과 몽골인 등도 죽었고, 일부 장애가 있는 일본인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한 죄'를 물어서 죽여버렸다고 물타기(?)를 하며 조선인들의 분노를 가라앉히려 했지만, 희생자의 대부분이 '조선인'이었던만큼 일본 정부의 책임을 강력하게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간토대학살'로 인한 중국과 몽골의 진상조사와 사죄, 그리고 배상까지 일본정부는 일사천리로 해결했는데 반해, 대한민국은 이에 대한 '진상조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물론 의식 있는 '일본지식인들'이 일본정부에 진정서를 내고 문제의 해결을 신속히 할 것을 촉구하고 있지만, 정작 최대 희생자를 낸 대한민국 당국이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있어 미적지근하다고 한다. 심지어 대한민국 국민 가운데 상당수가 '간토대지진'으로 인하 발생한 '대학살'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게 그냥 덮힐 사안인가? 한일간의 대결이 벌어지면 '가위바위보'도 지면 안 된다는 반일정서가 팽배한 대한민국에서 왜 이러는 것일까?

물론 21세기를 살아가는 대한민국이 '과거'에 발목이 잡혀서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과거의 진상'을 낱낱이 밝혀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덮고 넘어가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미래로 나아가는 일은 착착 나아가면 된다. 그리고 과거의 문제도 척척 해결해나가면서 해야 한다. 이게 대한민국이 강대국이 되어야 할 분명한 이유다. 이전까지는 우리가 '약소국'을 면치 못했기에 온갖 설움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 억울한 일이 있어도 참고 화가 나도 웃으며 넘겨야만 했다. 허나 이제 강대국이 된 대한민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잘못된 과거를 바로 잡고 감히 대한민국을 함부로 대할 수 없게 만들어야 한다. 이제야 비로소 그날이 온 것 같지 않은가. 나는 그리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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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 브레인, 멘탈 모델 - 효과적인 학습법, 장기 기억의 체계화, 인지 부하 관리까지 머리를 탁 트이게 할 14가지 학습과학 원리
짐 힐.리베카 베를린 지음, 박영민 옮김 / 프리렉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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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 브레인, 멘탈 모델 : 효과적인 학습법, 장기 기억의 체계화, 인지 부하 관리까지 머리를 탁 트이게 할 14가지 학습과학 원리> 짐 힐, 리베카 베를린 / 박영민 / 프리렉 (2026) [원제 : Mental Models : How understanding the mind can transform the way you work and learn]

[My Review MMCCV / 프리렉 2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리뷰전문지 <책이 있는 구석방> 서른네 번째 리뷰는 <퍼스트 브레인, 멘탈 모델>이라는 책이다. 이 책은 '자기계발'을 위해 읽어도 좋지만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학 선생님이라면 '인지 학습'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엿볼 수 있는 책으로 활용해도 좋을 것이다. 그렇다고 딱히 새로운 이론을 제시한 것은 아니라서 교육학적인 팁을 얻는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읽으면 좋을 듯 싶다. 교육학을 전공한 분들이 읽기에는 그닥 높은 수준의 책은 아니기 때문이고, 관리자나 리더가 읽으면 유용한 팁을 얻을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라고 보면 좋을 듯 싶다.

<퍼스트 브레인 멘탈 모델> 관점 포인트 : 아이들을 가르치는 논술쌤으로서 '퍼스트 브레인'(첫 번째 뇌)과 '멘탈 모델'(생각 유형)이 뜻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몰랐다. 퍼스트가 있으면 세컨드도 있다는 것인데, '두 번째 뇌'는 또 뭐란 말인가? 낯선 용어였다. 그래서 검색을 좀 해봤더니 '퍼스트 브레인'은 (창의적인) 생각을 뜻하고, '세컨드 브레인'은 퍼스트 브레인을 뒷받침하는 기억을 가리키는 용어인 듯 싶다. 쉽게 말하면, 원초적인 '무의식'을 인위적으로 발달시킬 수 없으니 '의식'에 해당하는 경험과 기억하는 영역을 숙달시켜서 '퍼스트 브레인'을 활성화시키자는...뭐, 그런 말씀인 듯 싶다.

그런데 이런 내용은 '메타 인지 학습'을 다룬 인지과학에서 많이 다뤘던 내용으로 이미 오래전부터 많이 언급했고, 학습현장에서도 이미 활용되고 있는 내용이라 그리 특별할 것은 없다. 이 책에서도 '단기기억(작업기억)'을 '장기기억'으로 옮기기 위해 효과적인 학습법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 역시도 '메타 인지 학습법'에서 자주 다뤘던 내용들이다. 그렇다고해서 이런 학습법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실제 현장에서 근무하는 작업자에게 매우 유용한 학습법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학교에서 수업을 받는 학생들에게도 '성적향상'을 할 수 있는 유용한 학습법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단기기억'에서 '장기기억'으로 옮기는 학습법은 반드시 익혀야 하는 아주 중요한 개념이다.

그럼 단기기억(작업기억)은 무엇이고, 장기기억은 무엇인가? 우리의 뇌는 하루동안에 일어난 모든 활동을 뇌에 저장한다. 이렇게 저장된 데이타를 '기억'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처음 배울 때에는 '기억'에 오래 남지 않는다. 왜냐면 인간의 뇌는 기본적으로 '망각 코드'가 심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망각은 축복이다'라고 이야기하곤 하는데, 만약 우리 인간의 뇌가 한 번 기억한 것을 평생 잊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물론 좋은 기억, 기쁜 기억, 행복한 기억은 그 자체로 즐거움을 줄테지만, 슬픈 기억, 무서운 기억, 끔찍한 기억 따위가 평생 남아 있다면 인간은 자신의 삶을 저주하며 괴로워할 것이 틀림없다. 그래서 인간의 뇌는 '단기기억' 시스템으로 기본적으로 기억을 휘발시키며 (기억을 지우는) 망각을 기본 시스템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근데 문제는 학습을 하고, 시험을 볼 중요한 학습 내용도 '1차적'으로 단기기억에 저장한다는 사실이다. 쉽게 말해, 배운 뒤 돌아서면 까먹기 마련이란 말이다.

그럼 '장기기억'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평생 잊지 않는 기억을 말한다. 장기기억의 유용함은 언제든 필요할 때 바로 꺼내서 써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앞서 인간의 뇌는 모든 기억을 1차적으로 '단기기억'에 저장한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단기기억'이 어떻게 '장기기억'으로 바뀌게 된다는 것일까? 그건 바로 '반복학습'으로 가능하다. 쉽게 말해, 잊을 만하면 '한 번 더' 학습하고, 잊을 만 하면 '또 한 번 더' 학습하는 방식으로 단기기억으로 망각되기 전에 다시 '저장된 기억'을 되살리고, 또 되살리는 반복학습을 하게 되면 우리의 뇌는 평생 잊지 않는 '장기기억'으로 간직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를 테면, 어릴 적에 배운 '구구단'이나 '노래가사'는 평생을 흥얼거리면서 언제 어느 때든 꺼낼 수 있지 않은가 말이다. 그렇게 잊어버리지 않는 기억을 '장기기억'이라고 한다. '반복학습'을 통해서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바꿀 수 있고 말이다.

그렇다면 이 책에서 말하는 '퍼스트 브레인', 다시 말해, '창의적 생각 만들기'를 원활하게 돕기 위한 '세컨드 브레인'(기억)을 활용하는 유용한 학습법이란 무엇을 말하겠느냔 말이다. 그건 꾸준한 반복 학습으로 '장기기억'으로 확실히 기억을 저장해놓는 학습을 지향해야 한다는 말이다.

나가는 글 : 우리 일상에서 '퍼스트 브레인'(창의적 사고력)을 폭발적으로 활용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애초에 '창의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많은 경험을 쌓고, 모방을 통해 실수와 실패를 반복하면서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야말로 '성공의 지름길'인 셈이다. 대단히 거창한 이야기인 것 같지만 사실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우리가 익숙히 알고 있는 '성공 공식'을 그대로 써먹으면 된다.

하지만 사람마다 '학습 방법의 차이'는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통해서 여러 방법 가운데 자신에게 딱 맞는 방법을 찾아 부단히 노력하면 된다. 이 책에는 대단히 유용한 방법들이 소개되어 있지만, 그 모든 것을 다 따라할 필요는 없다. 현명한 독자라면 한두 가지 방법만 캐치해서 '자신의 것'으로 소화한 뒤에 부지런히 써먹으면 분명히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내 눈에 들어왔던 유용한 방법은 '인지 과부하'로 인한 관리적 손해를 자초하지 말라는 대목이었다. 우리의 기억력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마치 컴퓨터의 '메모리'와 '저장공간'이 한정되어 있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인간의 뇌는 '무한한 잠재력'을 갖고 있기에 '저장공간'조차 무한하다는 착각에 빠진다. 그래서 모든 학습자가 부지런히 노력하고 실력을 갈고 닦으면 무조건 성공할 수 있을 거라는 달콤한 말을 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기억에는 한계가 있고, 사람마다 '인지 학습'을 할 수 있는 학습량은 다르다. 물론 부단히 노력하면 '한계'를 극복하고 '기억의 총 용량'을 늘릴 수도 있겠으나, 어쨌든 '인지 과부하'를 면할 수는 없다. 그럴 땐 '기억을 분산시켜야 한다'. 마치 박물관 큐레이터처럼 '넓은 공간'에 띄엄띄엄 전시된 작품들처럼 '기억을 중요도에 따라 선별하고 불필요한 것을 제거하는 관리 방식'을 터득해야 과부하를 줄일 수 있단다. 그러니 모든 기억을 다 저장하려 들지 말고 '좋은 작품'만 골라서 전시하듯 기억을 관리하라는 말이다.

다가올 미래에는 인간을 대신해서 '인공지능'이 우리의 기억을 대신할 것이다. 그때 유용한 관리자가 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 활용법'을 터득해야 한다. 막말로 인간이 '인공지능의 기억'을 뛰어넘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말이다. 그때가 되면 인간이 인공지능보다 더 많은 '기억'을 저장하겠다는 무모한 도전은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떤 능력을 길러야 할까? 바로 '퍼스트 브레인'이다. 인간은 '창의적인 생각 만들기'에 전념해야 한다. 이걸 잘 하려면 '세컨드 브레인'에 해당하는 '기억'을 잘 다루고 연마한 사람일 것이다. 단순히 '수많은 기억'을 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저장된 기억'을 적재적소에 적확하게 잘 활용하는 인재가 훨씬 유용하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멘탈 모델'을 잘 짜야 할 것이다. 현재까지는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되살리면서 '퍼스트 브레인'을 잘 활용해야겠지만, 머지 않을 미래에는 '기억'에 관한 것은 인공지능에게 맡기고, 인공지능이 갖고 있는 '장기기억'을 잘 활용해서 '퍼스트 브레인'으로 완성해내는 능력이 절실한 시대가 올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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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승의 인류 탐험 보고서 7 : 수군수군 호모 사피엔스 - 어린이를 위한 호모 사피엔스 뇌과학 정재승의 인류 탐험 보고서
정재승.차유진 지음, 김현민 그림, 백두성 감수 / 아울북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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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승의 인류탐험보고서 7 : 수군수군 호모 사피엔스> 정재승, 차유진 / 백두성 / 아울북 (2023)

[My Review MMCCIV / 아울북 47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전문리뷰지 <책이 있는 구석방> 서른세 번째 리뷰는 어린이 뇌과학 공부를 위해서 출간한 <정재승의 인류탐험보고서 7>이다. 이 책은 <정재승의 인간탐구보고서>의 '이전 작품'의 성격을 띠고 출간되었기에 두 시리즈를 함께 읽으면 좋은 책이기도 하다. 모두 10권으로 구성되어 있고, 현재는 완간된 상태다. <인간탐구보고서>는 계속 출간중이고 말이다. 기본적으로는 '아우레 행성의 외계인', 즉 '아우린'들이 지구에 와서 활약하는 줄거리를 기본으로 삼고 있는 것도 두 시리즈가 같고, 외계인이 '인간(인류)'을 탐구하면서 '뇌과학'의 개념을 익힌다는 점도 같다. 다만, <인간탐구보고서>는 좀더 '과학적인 접근'으로 인간의 생각과 마음을 분석하고 있다면, <인류탐험보고서>는 '역사고고학적인 접근'으로 인류의 기원을 탐구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이렇게 다른 점이 분명한데도 아우린들이 전체적인 이야기 줄거리를 끌고 가고 있는 탓에 어린이들은 재미에 흠뻑 빠져서 읽기만해도 '역사와 과학'에 대한 관심이 부쩍 상승하게 되는 유익한 책이다. 그럼 본격적으로 <정재승의 인류탐험보고서 7>의 내용속으로 들어가보자.

<정재승의 인류탐험보고서 7> 관점 포인트 : 역사 공부를 좋아하고 인류의 기원을 알고 있는 독자라면 한 번 쯤 들어봤을 '호모 사피엔스'가 이 책의 주인공이다. 이미 앞선 책에서 '오스트랄로 피테쿠스', '호모 에렉투스', '호모 하빌리스''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에 대해서 벌써 '호모 사피엔스'까지 넘어 갔음을 짐작할 것이다. 그렇다면 깜짝 퀴즈를 내겠다. 에렉투스는 '직립 보행'이란 특징이 있고, 하빌리스는 '도구'를 잘 다뤘으며, 네안데르탈렌시스는 '근육질의 몸매'를 자랑하고 있다. 그렇다면 '사피엔스'의 특징은 무엇일까? 사피엔스가 '지혜'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라는 것을 알고 있는가? 그래서 우리 명칭으로는 호모 사피엔스를 '슬기 사람'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정답은 '거짓말'이다. 호모 사피엔스는 '거짓말'을 즐겨했을 정도로 '이야기꾼(재담꾼)'이란은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호모 사피엔스가 살던 시기에는 인간종의 친척들도 함께 살고 있었다. 그 가운데 가장 유명한 인간종이 바로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였다. 사피엔스보다 월등한 체격과 큰 두개골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 두 무리간 경쟁에서 네안데르탈렌시스가 훨씬 더 유리했을 것이다. 그런데 사피엔스는 다른 인간종을 멸종(?)시키다시피 하고서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오늘날의 인류고고학자들은 그 원인으로 '인지혁명'을 들고 있다. 사피엔스 무리는 저들끼리 의사소통을 하면서 '사실'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상상력'까지 발휘했던 것이다. 그 덕분에 사피엔스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까지 '만들 수 있'었고, 보이지 않는 것도 '믿을 수 있'었으며, 그 덕분에 허구의 이야기를 만들고, 신을 믿는 종교까지 만들어냈다. 어디 그뿐인가? 인지혁명 덕분에 사피엔스는 '노래'와 '춤' 뿐만 아니라 '이야기'를 꾸며낼 수 있었으며, 심지어 있지도 않은 사실을 만들어서 퍼뜨리는 '거짓말'을 지어내는 능력까지 생겨났다. 이런 거짓말은 단순히 사실과 거짓을 판별하는 것을 넘어 '무리의 결속'을 다지는 용도로도 쓰이게 되었다. 이른바 '소문'과 '믿음'이 힘을 발휘하게 된 것이다.

'소문'과 '믿음'의 힘이란 다름 아닌 '사고력', 즉 '생각하는 힘'이 폭발적으로 향상할 수 있게 했다. 그 덕분에 사피엔스들은 '의사소통'을 하는데 더 구체적으로 할 수 있었고, 그로 인해 '지식 축적'이 활발하게 일어났으며, 각종 '문화예술'로 승화되면서 인류는 더 현명해지게 되었고, 그로 인해서 인류는 생태계에서 포식의 '대상'에서 '주체'로 위치 변화를 가져왔던 것이다. 그래서 사피엔스는 덩치가 작았지만 무리가 의사소통을 하며 협동력을 발휘하면 '매머드' 같은 거대한 동물도 사냥할 수 있었고, 다른 인간종과의 경쟁에서도 유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를 두고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가 다른 인간종들을 학살한 결과 오늘날 '유일한 생존자'로 남게 되었다고 주장하기도 했지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할 수도 있다. 그만큼 인류고고학은 '지식의 원천'이 빠르게 변하는 학문이기도 하다.

암튼, 인류는 '거짓말'을 잘 할 수 있을 정도로 두뇌를 발달시켰던 결과로 오늘날에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할 수 있게 되었다. 거짓말이 꼭 나쁜 의미로만 쓰이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해야 사피엔스들이 '허구의 이야기'를 지었다는 것도 믿을 수 있고, '간절한 기도'를 담아 염원을 빌고, 희망을 품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었기에 생존전략에 유리해지게 된 것이다. 더구나 '동굴 벽화' 같은 예술작품을 남길 수 있는 원천이기도 했다. 만약 사피엔스들이 '거짓말'을 할 줄 몰랐다면 동굴 벽에 굳이 '그림'을 그릴 필요도 없다. 사실관계만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그림'은 그저 그림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서 채집하거나 사냥을 하러 떠나야지, 하릴 없이 동국 벽에 '그림' 따위를 그려서 뭣을 하겠는가 말이다. 동굴 벽에 들소 10마리를 그린다고 배가 부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상력이 풍부해진 사피엔스는 동굴 벽에 '들소 그림'을 그리며 다음 사냥에서 잘 잡히게 '기도'를 할 수도 있었고, 무리에게 사냥방법을 전달하며 '사냥법'을 전수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나가는 글 : 물론 거짓말은 나쁜 짓이다. 남을 속이기 행위이기 때문에 절대 좋은 행동은 아니다. 그런데 거짓말의 '유용성'은 학자들 사이에서도 보편적으로 인정 받곤 한다. 나이 어린 어린이들이 특정 시기가 되면 '거짓말'을 하면서 헤벌쭉 웃음 터뜨리는 행동을 하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 아이의 두뇌는 지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게 된다. 왜냐면 우리의 뇌는 '사실인지'만 하는 것에는 별로 활동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짓말'로 남을 속일 때에는 뇌가 미칠듯이 폭발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하고, 뇌활동 영역도 엄청나게 넓어진다. 기본적으로 남을 속이기 위해서는 똑똑해야 하기 때문이니 이해하는데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나 유용하니 어린이들이 '거짓말'을 해도 혼내지 않아야 할까? 그렇지는 않다. 아이가 잘못을 했는데도 제대로 된 훈육을 하지 않고,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규칙'이나 '도덕'에 대해서 알려주지 않게 되면 심각한 '가치관 혼란'을 겪고, 심하면 '사회부적응자'로 찍혀서 격리시키거나 추방해야 하는 일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거짓말쟁이의 최후에 대해서 너무도 잘 알지 않은가 말이다. 그렇기에 사랑스런 자녀가 '거짓말'을 했을 땐 적절한 훈육을 할 필요가 있다. 그 기준은 우리 사회의 '도덕적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며,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자신에게도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 선에서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따끔하게 훈육해야만 한다. 그리고 거짓말을 일삼다가 다른 친구들에게 '신뢰'까지 잃어버리게 되면 제대로 된 '사람구실'도 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을 명심시켜야 한다.

이 책에서는 '말마따'라는 주인공이 입만 열면 거짓말을 늘어놓는 인물로 등장한다. 그리고 말마따가 한 거짓말로 인해서 '인류 최고의 발견'을 이룩하기도 하고, 마을 사람들을 속인 죄로 인해 무리에서 완전하게 쫓겨나는 일도 발생하게 된다. 그럼 어떤 거짓말이 좋은 거짓말이고, 어떨 때는 나쁜 거짓말이 되는지가 관건일 것이다. 그건 직접 이 책을 읽으면서 배워보시길 바란다. 견문이 불여일견이라 했다. 백날 설명하는 것보다 딱 한 번 '보는 것'만으로도 단박에 깨칠 소중한 지혜보따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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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전문 퐁퐁 학원
박승희 지음 / 한솔수북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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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전문 퐁퐁 학원> 박승희 / 한솔수북 (2025)

[My Review MMCCIII / 한솔수북 8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리뷰전문지 <책이 있는 구석방> 서른두 번째 리뷰는 박승희 작가의 <마음 전문 퐁퐁 학원>이다. 어린이책 명문출판사 한솔수북에서 출간한 따끈따끈한 동화책답게 마음 가득 따스함이 퍼져나가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담겨 있다. 요즘 초등학생들은 '방과후'에 학원이나 공부방을 의무교육처럼 다니고 있다. 그 덕분에 아이들은 아침 8시부터 저녁 6시까지 하루 10시간 가까이 공부, 공부, 또 공부만 하고 있다. 그저 뜨거운 교육열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까? 과거에는 그랬을 수도 있겠지만, 현재는 그보다 '소중한 자녀를 믿고 맡길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부모님이 퇴근할 시간까지 '학교와 학원'에 묶어두고(?) 안심을 하기 위함이 더 크다고 본다.

옛날처럼 한 집에 자녀 셋 이상을 두고 해 질 무렵까지 온 동네 꼬마녀석들이 바글바글하게 놀거리가 풍성하던 시절이었으면 부모들도 초등생 시절만이라도 맘껏 뛰놀라고 할 것이다. 헌데 지금은 한 집에 자녀 수가 한 명인 경우가 태반이다. 거기다 부모님들은 '맞벌이'로 직장에 메인 몸인 경우가 많다. 그렇다보니 하나 뿐인 소중한 자녀가 '퇴근시간 전까지' 그대로 방치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학교에서도 '방과후 수업'을 운영하는 등 노력을 해왔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원활하지 않은 형편이다. 그래서 대다수의 초등생들이 다시 '학원 뺑뺑이'를 돌고 있다. 그런데 말이다. 세상에 이런 학원이 있다고? 내 마음 대로, 하고 싶은 대로, 다 할 수 있는 학원이 있다고? 그 학원이 바로 <마음 전문 퐁퐁 학원>이다. 그럼 그 소문의 학원으로 들어가보자.

<마음 전문 퐁퐁 학원> 관점 포인트 : 이 학원의 선생님은 '퐁샘'이라 불린다. 왜냐면 학원에 들어선 아이들에게 그날그날에 딱 맞는 아이들의 감정에 따라서 딱 알맞은 퐁을 준비해주기 때문이다. 퐁은 만화애니메이션 <포켓몬>에 나오는 캡슐처럼 생겼다. 또는 놀이동산에서 살 수 있는 커다란 구슬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퐁에게서 중요한 것은 '겉모습'이 아니다. 그 속에 담긴 '마법같은 일'이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퐁의 종류는 여러 가지다. 책 속에 등장하는 퐁만 보아도 '내 맘대로 만들기퐁', '입맛대로 요리퐁', '비밀 보장 수다퐁', '마음 찾기 게임퐁', '기분 상승 댄스퐁' 등등 엄청나게 많다. 그 수많은 퐁 가운데 퐁샘은 학원 문을 열고 들어오는 학생들의 마음을 단박에 알아채고 아이들에 마음에 꼭 맞는 퐁으로 수업을 준비한다. 그리고 아이가 그 퐁을 열기만 하면 된다. 퐁을 여는 순간 '가상 현실'이 펼쳐지듯 아이들은 자신의 기분에 따라 펼쳐진 '공간'속에서 마음껏 뛰놀고, 울적한 기분을 풀고, 화난 감정을 털어내고, 기쁘고 행복한 마음이 있다면 나누고 싶은 대상과 함께 나눌 수 있게 된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그러니까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진다고 말씀 드린 것이다.

이 책의 중요한 키 포인트는 '퐁샘'이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내는 방법이다. 무슨 특별한 방법이 있어서가 아니다. 바로 '관심'과 '경청'이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까먹고 어린이를 대하곤 하는데, 이게 큰 실수로 이어지곤 한다. 어린이들도 분명히 '인격'이 있고, '인권'이 있으니 당당히 '한 사람'으로 대우해줘야 한다. 그런데 이를 '인정'하지 않고 아직 미성숙한 어린아이로만 본다면 큰 실수를 저지를 완벽한 조건이 형성된다. 바로 '아이의 마음'에 상처를 줄 수 있다는 말이다. 아이들은 상처 받기 딱 좋은 '여린 마음'을 지녔다. 여린 마음이란 자기 마음을 자기도 잘 몰라서 '컨트롤'하기도 힘들고, 자기 감정을 '표현'하기도 힘들어하기 일쑤다. 그런데도 어린이의 마음을 잘 캐치하지 못하게 되면 어린이는 마음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고, 그 상처는 평생 간직하기도 한다. 지금은 늙어버린 어른인 나도 아직까지 그런 상처를 몇 개 가지고 있다. 그럼 어린이들의 여린 마음을 어떻게 하면 잘 캐치할 수 있을까? 특별한 방법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위에서 언급한 '관심'과 '경청'만으로도 충분하니까 말이다. 퐁샘이 가장 잘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이기도 하다. 아이들의 표정만 보아도 그날그날의 아이들의 마음에 딱 맞는 퐁을 골라줄 수 있는 비결이 바로 그것인 셈이다.

나가는 글 : 어린이책은 '아이'만 읽는 책이 아니다. 부모도 늘 함께 읽는 책이어야 한다. 그래야 소중한 자녀와 '대화'를 한 번이라도 더 할 수 있고, 자녀의 생각과 마음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니 시도해봄직 할 것이다. 암튼 <마음 전문 퐁퐁 학원>을 자녀와 함께 읽었다면 '창의적 독후활동' 겸해서 넌지시 물어보길 바란다. "너는 어떤 퐁을 열고 싶니?"하고 말이다. 너무 쉽고 뻔한 질문이지만 효과는 만점일 것이다. 이때 말로 표현하는 퐁이 자녀의 '진짜 마음'일테니 말이다. 그리고 난 뒤에 그 '진짜 마음'에 딱 어울리는 선물을 준비해주면 좋을 것이다. 이건 오직 부모님만이 줄 수 있는 선물이다. 학원쌤들은 고작해야 '독후활동'으로 아이들에게 만들고 싶은 퐁을 '그림'으로 그리거나 '각종 재료'로 만들기 수업을 하는 것이 고작일테니 말이다. 그러니 이 책은 '독서지도'를 위한 학원쌤도 좋겠지만, 자녀에게 멋진 선물을 줄 수 있는 학부모에게 딱 좋을 책이다.

아울러 그날그날 시시때때로 돌변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딱 알맞게 읽어내는 '관심'과 '경청'도 잊지 마시길 바란다.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라면 이 책을 읽자마자 이퐁 저퐁 만들고 싶어서 안달이 날 것이다. 하지만 과묵하고 표현을 잘 하지 않는 아이들은 이 책을 읽고서 '혼자만의 상상'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부모님이 엄하고 무서운 성격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그러니 더욱 조심스럽게 '아이의 여린 마음'이 상처받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서 '관심'과 '경청'을 하고, "넌 어떤 퐁을 만들고 싶니?"라는 속내가 다 들어나는 뻔한 질문을 던지지 말고, "와~ 퐁퐁 학원 정말 신기한 걸, 아빠는 멋진 자동차를 타고 우리 가족이 함께 여행을 가는 신나는 퐁을 열고 싶은 걸"..뭐, 요런 정도로 부모님이 먼저 마음을 들려주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물론 '부작용'도 있을 것이다. 약싹 빠른 어린이들은 "공부 안 하는 퐁을 열고 싶어요. 엄청 비싼 장난감을 만껏 사는 퐁을 열고 싶어요." 등등 부모의 바람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그런 마음을 이야기할 것이다. 그럴 때에도 일단은 그 마음을 다 받아주어야 한다. 무턱대고 혼낼 궁리부터 하지 않길 바란다. 대신, "그럼 [공부 안하는 쿠폰]을 만들자. 공부를 평생 안 할 수는 없으니까. 30분 공부 안하기 쿠폰을 언제든 쓸 수 있는 거야. 그리고 안타깝지만 엄청 비싼 장난감은 '당장' 살 수는 없겠구나. 하지만 사고 싶은 장난감 목록을 만들어보렴. 그중 한 개는 아빠가 사주마. 대신 '그 장난감이 꼭 필요한 이유와 얼마나 좋은 장난감인지 장점도 꼭 써보렴. 그 이유와 장점이 정말 '합리적'이라면 아빠가 꼭 사준다!" 이런 식으로 '협상(?)'을 하면 좋을 듯 싶다.

<마음 전문 퐁퐁 학원>으로 아이들의 마음을 살짝 엿보고 '여린 마음'에 상처를 주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도록 '관심'과 '경청'을 다짐해보도록 하자. 또한, 우리 어린이들은 '자기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을 연마해보는 계기로 삼으면 좋을 듯 싶다. 나 자신도 잘 모르는 것이 '마음'이지만, 그 마음을 '퐁'으로 표현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퐁이 하나만 있을 까닭은 없다. 퐁퐁 학원에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퐁을 만들어도 좋다. 그만큼 '자기 마음'을 잘 표현했다는 증거가 될테니 말이다. 어제의 퐁과 오늘의 퐁, 그리고 내일의 퐁이 한결 같이 똑같을 필요가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내 마음을 담은 퐁'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여줄 용기다. 엄마, 아빠, 선생님, 친구, 누구라도 좋다. 내 마음의 퐁은 홀로 간직하는 것보다 '함께' 나누는 것이 훨씬 이득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부모님과 선생님들은 어린이들이 만든 퐁을 잘 '기록'해두는 것도 훗날 좋은 추억을 선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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