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룡팔부 2 - 육맥신검
김용 지음, 이정원 옮김 / 김영사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천룡팔부 2 : 육맥신검> 김용 / 이정원 / 김영사 (2020)

[My Review MMCCCLI / 김영사 39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리뷰전문잡지 <책이 있는 구석방> 일백여든 번째 리뷰는 아버지가 뿌린 씨앗(?)을 열심히 거두는 아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천룡팔부 2>다. 소개가 너무 거칠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버지가 뿌린 씨앗'이라는 게 결국 '불륜'을 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도 모자라서 그의 아들인 '단예'가 사랑하는 여인들이 죄다 단예와 애정 관계로 맺어졌고, 그 가운데 한 여인과는 '혼인'을 약속했고, 또 다른 한 여인과는 피치 못할 '첫날밤(?)'을 보내게 된다. 여기서 그쳤으면 좋으련만 아버지가 사랑했던 '과거의 여자들'이 딸을 낳았으니 모두 '그의 친딸'이었다. 그럼 단예와는 무슨 사이가 되는 걸까? 이래도 괜찮은 걸까? 책속으로 풍덩 빠져 보자.

<천룡팔부 2> 관점 포인트 : <천룡팔부 2>의 부제는 '육맥신검'이다. 대리국 황제 단씨의 '가전무공'으로 심후한 내공으로 점혈권법을 발휘할 수 있는 '일양지'를 응용해서 손끝에 내공을 주입해서 검기를 서리게 만들어 검술을 부릴 수 있는 독특한 무공이다. 그렇다고 열 손가락 모두 검기를 서리게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오른손 다섯 개와 왼손 소지(새끼손가락) 한 개를 더해 모두 여섯 개의 검기로 검술을 부릴 수 있는 무공이다. 기왕이면 열 손가락 다 검기를 서리게 하면 될터인데 왜 여섯 개일까? 그건 손끝에 검기를 서리게 하기 위해서 순전히 심후한 내공이 바탕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내공수련을 오래 했다고 하더라도 10년 수련에 손가락 한 개꼴로 검기를 서리게 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렇게 6개의 검기를 서리게 만들려면 적어도 60년 동안 수련을 해야 하니, 사람의 수명이 더 길고 체력과 건강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더 많은 검기를 서리게 만들기는 힘들 것이다. 그래서 '칠맥신검'이나 '팔맥신검'이 아닌 '육맥신검'으로 설정했을 것이다.

더구나 한 개의 검을 수련하는 것도 심혈을 기울여 집중을 해야 수련할 수 있을 터인데, 한 손에 하나의 검을 들고 모두 2개의 검술을 수련하는 검술도 있지만, 그 이상의 수를 사용하는 검술을 수련한 이들은 '현존'하지도 않을 뿐더러 과거에도 들은 바가 없다. 그나마 중국 경극에 등장하는 '연개소문 역할'을 하는 배우가 항상 등 뒤에 5개의 검을 달고 연기를 한다고 하는데, 이는 당태종과 연개소문이 전쟁을 벌였을 때 당나라가 패배한 까닭이 연개소문이 너무 뛰어난 전략을 사용했고, 심지어 연개소문의 무공이 너무나도 뛰어났기 때문에 천하의 당태종이라도 당해낼 수가 없었다는 이야기가 민간에 전래되었으며, 이때 연개소문이 당태종과 싸울 때 칼을 다섯 자루가 들고 신기에 가까운 검술을 선보였다는 이야기도 함께 전해진단다. 그런 까닭에 오늘날에도 '경극 무대'에서 연개소문과 당태종이 대결을 벌이는 장면에서는 연개소문 역할을 맡은 배우에게는 등 뒤에 칼을 5자루나 꽂은 채 등장한다고 한다. 이는 중국인 특유의 '과장법'에 해당한다. 경극에서도 당태종은 연개소문에게 패배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때 당태종이 패배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바로 '칼 5자루'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육맥신검'은 무려 여섯 개의 검을 한 사람이 사용하는 검술 무공인 셈이다. 가장 검을 잘 다뤘다는 연개소문보다 1개 더 많게 묘사한 것이다. 그런데 여섯 개의 검술을 시연할 수 있는 것일까? 무협소설에서는 손가락을 단련하여 무공을 펼치는 무술이 여럿 등장하지만, 그나마 강시처럼 손톱을 길게 길러서 쓰는 정도다. 그러나 육맥신검은 무려 '검기'를 부리는 무공이다. 손 끝에서 나온 검기가 아무리 짧아도 '은장도'보다는 길 것이다. 보통의 은장도 길이가 '젓가락 길이' 정도이니 대략 '한 뼘 정도의 길이'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손 끝에 젓가락을 달아놓고 다섯 개를 이리저리 휘둘러 보면 정말 힘들 것이다. 그래서 소설 속에서도 손가락에서 나온 검기가 내력을 조절하여 나왔다 들어갔다 한다고 묘사했다. 하지만 어쨌거나 적어도 오른손 검기 하나, 왼손 검기 하나를 이용해서 마치 '이도류 검술'을 펼치고, 오른손에서는 다섯 손가락에서 저마다 '다른 각도'에서 검기가 출수할테니 그야말로 기묘하고 예측이 힘든 검술일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신묘한 검술을 무술도 하나 할 줄 모르는 '단예'가 배우지 않고도 배우게 되었다. 이는 단예가 본격적으로 강호로 나서게 하려는 '작가의 의도'이고, 또한 단예와 의형제를 맺는 교봉과 허죽을 만나기 위한 설정일 것이다.

이렇게 '무협소설'다운 스토리가 진행되어야 하는데, 김용의 소설에서는 여기에 '애정소설'이 더해진다. 그래서 김용 소설을 즐겨 읽는 여성독자들도 많다고 한다. 남녀 주인공들이 사랑이야기를 들려주기 때문이다. 허나 무협소설 속에서 펼쳐지는 '애정이야기'는 <로미오와 줄리엣>과 같은 낭만적인 느낌은 덜 하다. 그저 '일일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신파극 느낌'마저 들기 때문에 그냥 '20세기 사랑공식'이라고 표현하면 좋을 듯 하다. 분명 더 오래전 '시간적 배경'을 갖고 있는 소설인데 '현대적 사랑공식'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시대적 배경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기에 송나라가 건재하던 10~11세기 시대 배경을 바탕에 깔아두고 있다. 그나마 송나라 때가 '유교 전통'이 강요되었기 때문에 남녀간의 사랑은 기본적으로 '연애'가 아니라 '중매'다. 그래서 남녀가 서로 눈이 맞아 부모의 허락이나 중매쟁이의 손을 거치지 않으면 사람취급조차 하지 않던 답답한 시대였다. 그나마 이런 전통에 얽매이는 것은 '중원'으로 한정하고, 중원에서 벗어난 곳에서는 조금 허용을 해주며, 여기에 '강호'라는 프리미엄이 더 붙어서 너무 격식을 차리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래도 나름 교양을 갖춘 사대주 집안이라면 응당 '격식'을 따르는 것이 사람된 도리로 여겼다.

그런데 단예의 아버지 단정순은 젊은 날 진홍면과 사랑을 나눠 목완청을 낳았고, 뒤이어 감보보와 사랑에 빠져서 종영을 낳았다. 나중에 더 밝혀지지만 단정순이 뿌린 씨앗은 이것보다 훨씬 더 많다. 그런데 문제는 단정순이 낳은 유일한 아들인 '단예'가 무술을 배우라고 강요하는 아버지가 싫어서 가출한 김에 강호 유람을 떠났다가 아리따운 아가씨들과 첫눈에 반하고, 여러 위기를 함께 겪고 극복하는 과정에서 젊은 남녀 사이의 애정이 싹트고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며 급기야 피치 못할 강박에 의한 것이긴 하지만 '혼인 약속'까지 하고 말았다. 그렇게 사랑이 결실을 맺어 단예와 목완청은 부모님 앞에서 혼인을 허락 받고 약속을 지켜질 찰나, 운명의 수레바퀴는 이들을 서로 헤어질 수밖에 없게 만들고 말았다. 아니 더욱 친숙한 사이가 되게 만들었다. 왜냐면 단예와 목완청은 '친남매' 사이로 확인 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단정순은 아직 황위에 오르진 않았지만 형님인 보정제가 슬하에 자식이 없어 대리국의 황위를 동생인 단정순에게 넘기기로 약속을 했다. 근데 그 약속이 맺어지지 전에 단정순은 황위에 오를 자격이 없는 황자였으니 궁궐 안에 있기보다 강호를 떠돌며 유람을 즐겼던 것이다. 단정순은 무술 실력만 출중한 것이 아니라 타고난 '미남자'였기에 가는 곳마다 염문을 뿌렸고 그때마다 찐한 사랑을 나눴다. 그렇게 여러 미인과 사귀게 되었는데 '정력'도 타고났던 모양인지 그렇게 미인과 사랑을 나눌 때마다 자식을 쑴풍쑴풍 잘도 낳았다. 하지만 단정순은 그 사실을 전혀 몰랐다. 왜냐면 임신을 하고 자식을 낳을 때까지 미인과 함께 했던 것이 아니라 오래 사귀지 못하고 떠나야 했기 때문이다. 바로 보정제와의 약속을 맺고 지키기 위해서다. 황제가 될 수 없었던 황자였는데, 이제는 황제가 되어야만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그리고 마땅히 황제에 걸맞게 '정실부인(왕비)'을 맞이해 정식 혼인도 해야만 했다. 그게 바로 단예의 엄마 '도백봉'이었다. 이렇게 해서 단정순은 사랑보다 황위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예전에 사귀었던 미인들과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

그런데 의아할 것이다. 황제에게는 후손을 번창시킬 '의무(?)'도 있었기에 정식부인 말고도 첩에 해당하는 '후궁'을 여럿 들이는 방법도 있었을테니, 이전에 사랑을 나눴던 미인들을 모두 황궁으로 불러 들여 후궁이나 귀인으로 삼으면 될 것인데, 왜 도백봉 한 명만을 부인으로 두고, 과거의 연인은 모두 내치고 말았을까? 그 비밀은 단정순에게 있는 것이 아니고 '미인들'에게 있다. 바로 여인들끼리 서로 시기와 질투를 하고 있다는 '전형적인 설정'을 짠 것이다. 그런데도 과거의 '전형적인 여성의 모습'이 아닌 '근대적이고 진취적인 여성의 모습'을 띠어 일부일처를 고집하고, '다첩제'를 결사 반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송나라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바람직한 여성상은 가문의 후손을 생산하여 번성하게 만드는데 일조하는 것인데, 어찌 하늘같은 지아비의 사랑을 독차지하고자 여인들끼리 시기, 질투, 복수까지 일삼을 수 있겠느냔 말이다. 그래서 김용의 소설이 색다른 매력을 선사한 것이다. 다시 말해, 근대적 여성독자들에게도 충분히 어필한 셈이다.

나가는 글 : 허나 이런 식의 이야기 전개는 20세기에는 통했을지 몰라도 21세기에는 말할 가치도 없는 '진부한 사랑이야기'로 보일 뿐이다. 더구나 여인들이 향하는 사랑은 '한 곳'만을 바라볼 뿐인데, 남자들이 사랑하는 방식은 '사방팔방'이다. 이런 사랑공식이 요즘에도 통할 듯 싶은가? 여성독자들도 외면할 뿐만 아니라 남성독자들도 이런 사랑을 원치 않는다. 왜냐고? 요즘 젊은 남자들 경제적으로 '자립'은커녕 '자족'하기에도 빠듯한데 언제 연애하고 데이트하고 사랑 나누고 결혼해서 애낳고 돈까지 모아 차사고 집사겠냔 말이다. 이렇게 한 명의 여자를 건사하기도 힘든 세상인데, 바람피우고 불륜 저지르고 다닐 수나 있겠는가. 그러니 이런 '문어발식 연애'는 남자들도 노땡큐다.

그런데 김용의 소설에는 이런 '애정소설'에 관한 내용이 참 많다. <사조영웅문>의 곽정, <신조협려>의 양과, <의천도룡기>의 장무기, <소오강호>의 영호충, <녹정기>의 위소보 등 한 명의 남자 주인공에 여자 주인공이 여럿 등장하고 매칭시키는 방식이 김용 스타일이기도 하다. 반면에 김용과 동시대를 살았던 <백발마녀전>의 양우생 작가는 지고지순한 사랑이야기를 펴냈다. 그의 작품 <명황성> 3부작에서는 주연부터 조연까지 모두 '제 짝'을 만나 일편단심으로 끝까지 인연을 맺는 사랑공식을 펴내서 비교가 된다.

그런 까닭에 80~90년대에 김용의 소설을 읽었을 때와 지금 다시 읽었을 때의 느낌이 사뭇 달랐다. 그 시절에는 단예, 교봉, 허죽 의형제 가운데 '단예'가 많이 부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러운 건 부러운거고 그때나 지금이나 가장 아련하고 가장 하고 싶은 사랑은 단연코 '교봉과 아주의 사랑'이다. 교봉은 훗날 친부를 찾고 '소봉'이라 이름을 고치지만, 이름을 고치게 된 사연보다 아주와 인연을 맺고 사랑을 확인하는 그 장면이 너무도 애뜻했기 때문이다. 벌써 30년도 더 넘었는데 지금도 그 대목을 떠올릴 때면 가슴 한 켠이 아리다. 이제 곧 그 장면을 만나게 될테니, 그때 다시 이야기를 해보자. 다음에 계속.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략 삼국지 1 - 도원결의
요코야마 미쓰테루 지음, 이길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6년 12월
평점 :
품절


<전략 삼국지 1 : 도원결의> 요코야마 미츠테루 / 박영 / 대현출판사 (2002)

[My Review MMCCCL / 대현출판사 1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리뷰전문잡지 <책이 있는 구석방> 일백일흔아홉 번째 리뷰는 '만화 삼국지' 가운데 가장 유명한 만화책이었던 <전략 삼국지 1>이다. 한때는 '만화 삼국지'를 읽는다고 하면 요코야마 미츠테루의 <전략 삼국지>를 의미할 정도로 정말 유명했다. 하지만 지금 보다시피 판권이 소멸하여 한국에서 정식유통이 되고 있지 않으며, '60권 전집(흑백)'에 한해서만 판매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나도 한창 때에는 흑백판으로 된 <전략 삼국지>를 몇 권 읽긴 했는데, 시리즈 전부를 사모을 정도로 넉넉한 살림이 아니었던지라 사서 볼 엄두는 내지 못했고, 서점에서 몇 권 읽고, 친구에게 빌려서 몇 권 읽다가 말았던, 개인적으로는 '인연'이 없었던 책이기도 하다. 그러다 '소설 삼국지'를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하면서 '만화 삼국지'도 함께 읽고 있는데 이곳 저곳 탐방을 하다가 도서관에 '60권 전집'이 모두 소장되어 있는 것을 확인하고 이번 기회에 완독을 하고자 했다. 그런데 온라인 서점에는 '대현출판사'에서 출간한 책에 '표지 사진'이 없는 관계로 부득이 AK(에이케이 커뮤니케이션즈) 출판사'표지 사진'을 걸었다. 현재는 이곳에서 '60권 전집'을 판매중인 것으로 나오지만, 개별 낱권으로는 판매하지 않고 있었다. 아쉽게도 구매하기 번거롭게 되었는데, 성심껏 리뷰를 작성할테니 리뷰를 다 읽고 난 뒤에 구매여부를 결정해주시길 바란다. 오래 걸리진 않을 것이다. 최대한 빠르게 쓸테니 말이다. 그럼 책 속으로 풍덩 빠져 보자.

<전략 삼국지 1> 관점 포인트 : 저자인 요코야마 미츠테루부터 소개해야 할 것이다. 정말 유명한 만화가였고 대표작은 <철인28호>, <바벨 2세>, <요술공주 세리>다. 역사물을 좋아하는 저자였기에 <전략 삼국지> 이외에도 <만화 사기>, <만화 초한지> 등을 펴냈다. 현재 나이 40~50대 독자분들은 어린 시절에 그의 만화책을 읽지 않은 분이 없을 정도였을 것이다. 소개는 이쯤하고, 그렇다면 오늘날에도 요코야마 미츠테루의 '만화 삼국지'를 꼭 읽어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글쎄'라고 답하고 싶다. 일본 만화가인 탓에 일본의 대표적 '소설 삼국지'인 요시카와 에이지의 소설을 기본 줄거리로 삼아 작화를 했다. 그런데 에이지의 소설보다 더욱 '일본색'이 두드러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릴 적에는 늘 읽던 만화책이 으레 '일본의 것'이었기에 딱히 '일본색'이란 느낌을 받지 못했는데, 수십 년이 흘러 다시 읽으니 확연하게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일본색'을 띤 만화책이라서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만화 삼국지'를 주로 읽는 독자층이 어린이와 청소년일테니 조금이나마 '잘못된 인식(편견)'을 형성할 우려를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럼 '일본색'이라고 할 만한 것은 무엇일까? 1권에 핵심은 '도원결의'이고, 그렇기에 유비, 관우, 장비 삼형제가 황건적 토벌이라는 공동의 목표로 뜻을 합쳐 의형제를 맺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모종강본에서 '도원결의'는 나라가 혼란해진 탓을 '십상시의 난'에서 시작해서 나라꼴이 엉망이 된 까닭에 백성들이 고초를 겪었고, 그 때문에 나랏님을 믿고 따를 수 없는 절체절명의 위기속에서 구원의 빛처럼 등장한 '장량의 무리'를 추종하는 과정에서 '황건적의 등장'을 이루게 되었고, 이들이 저지르는 혼란이 극심해지자 결국 혼란을 일으켜 나라를 어지럽히고 망할 지경에 이르자 '의용군'을 부르게 되는 지경에 이르렀고, 때마침 유비, 관우, 장비가 뜻을 모으니 이들 삼형제를 주축으로 '의병'을 일으켜 황건적 토벌에 큰 활약을 한다는 줄거리를 정식으로 삼을 수 있다. 그런데 요코야마 미츠테루는 '십상시의 난'에 대한 부분은 과감히 생략하고 '황건적의 횡포'만을 강조하며 토벌해야 할 대상으로 강렬하게 인상지어 주고 있을 뿐이다.

황건적이라 부르지만 애초에 '선량한 백성들'이었다. 나라가 어지러워지고 먹고 사는 문제조차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살기 위해서' 한나라를 멸하고 새로운 나라를 건설할 꿈을 꾸었던 무리였던 것이다. 그런데 그들을 그저 '무법자'로 그리고 마땅히 '토벌할 대상'으로 삼아 거리낌없이 죽이는 묘사를 하고 있다. 아직 1권에서는 본격적인 황건적 토벌에 나서지는 않지만, 유비가 어머니께 드릴 차를 구하러 갔다가 황건적 두목 '마원의'에게 붙들렸다 장비에 의해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부지한 이야기로 시작하는 요시카와 에이지의 소설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데, 요코야마 미츠테루는 그 황건적의 나쁜점만 드러낼 뿐, 그들이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도적이 되어야 했던 사연을 전혀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이걸 '삼국지'라고 할 수 있을까?

한편, 요시카와 에이지가 쓴 '소설 삼국지'의 도입부가 너무 재밌고 인상적인 탓에 일본 뿐만 아니라 우리 나라에서도 70년대 이전까지 '소설 삼국지''만화 삼국지'를 그릴 때 '에이지의 소설'을 따라서 모방하는 경향이 셌다. 그래서 유비, 관우, 장비의 만남이 '황건적 토벌'을 결심하면서 의형제까지 맺게 되었다는 스토리를 보여주었는데, 그래도 에이지조차 '십상시'가 후한 말기에 나라가 어지럽게 된 원흉이라고 서술하고 있다. 그런데 요코야마 미츠테루는 난폭하기 이를 데 없는 '황건적의 만행'만을 부각시키며 이들을 토벌하기 위해 뜻을 모은 '유관장 삼형제'를 거의 영웅적인 등장으로 화려하게 묘사했다. 그래서 의병장이 된 유비는 이미 '황제'가 된 듯 황금색 갑옷을 갖추었고 존엄한 모습으로 그려냈다. 거기에다 관우도 고향에서 부패한 관리를 살인을 하고 탁현으로 몰래 숨어 있었던 것이 아니라, 고매한 인품을 지닌 미남자로 본 실력을 감춘 신비의 무장으로 그려냈다. 장비는 더욱 가관이다. 겉모습은 영락없는 '손오공'이다. 머리에 '긴고아(또는 금고아라고 부른다)'를 낀 채 사람을 한 손으로 들어 냅다 던지고 주먹을 휘두르면 단 한 방에 골로 보내버리는 무시무시한 괴력의 소유자로 그려냈기 때문이다.

뭐, 암튼 '그림체''성격'은 그렇다치고 에이지의 소설에서도 그랬지만 '도원결의'를 하면서부터 관우와 장비가 유비를 '주군'이라 칭한 것이다. 유비가 중산정왕 유승의 후예이기 때문에 이미 '황손'으로 신분이 자신들과 다름을 들어서 '주종관계'를 맺은 것이다. 관직도 없는 유비를 '주군'으로 삼고자 한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어차피 촉한의 황제가 될 운명임을 강조하는 '복선'일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도 '일본색'이 엿보인다. 무리를 지으면 '수평관계'보다 '수직관계'를 선호하고, '상명하복'에 철두철미한 일본의 군사문화가 십분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신분제 사회'였던 시대적 배경이 있다고 하더라도 당시 유비는 돗자리나 짚신을 짜던 시골 촌부에 불과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갑자기 '황족의 후손'이고 난세를 구할 '영웅적 운명'을 타고 났으며, 그렇게 본색(?)을 드러내자 하루아침에 '존엄한 존재'로 거듭난다는 설정은 아무리 만화라지만 너무 과한 설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나가는 글 : 요코야마 미츠테루의 만화 <전략 삼국지>는 1971년부터 약 15년간 연재되었다고 한다. 우리 나라에서는 89년에 자유시대사에서 처음 출간했고, 93년에는 대현 출판사가 판권을 승계해 출간했으며, 2009년에 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출판사에서 출간했고, 지금까지 이어졌다. 일본의 부흥기에 출간된 <전략 삼국지>가 '일본색'이 충만하다고 해도 어쩔 수 없던 시절이었다. 문제는 그런 책을 대한민국이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는 지금 우리가 읽을 필요가 있느냐 하는 문제다. 더구나 오늘날에는 우리 나라 '만화 삼국지'가 더 많고 더 재밌다. 앞으로 60권을 읽어가면서 그 점을 중심으로 읽어 가보려 한다. 과연 여전히 읽을 만한 책인가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빠를 면접합니다 초등 읽기대장
원유순 지음, 김다정 그림 / 한솔수북 / 202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솔수북 서포터즈 자격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아빠를 면접합니다> 원유순 / 한솔수북 (2026)

[My Review MMCCCXLIX / 한솔수북 25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리뷰전문잡지 <책이 있는 구석방> 일백일흔여덟 번째 리뷰는 가족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서로 다름을 존중하는 마음을 길러주는 <아빠를 면접합니다>다. 우리는 곧잘 자신과 '똑같은' 사람이 존재하면 공포감을 조성한다. 바로 '도플갱어'가 그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자신과 다른 집단에 대해 '차별'을 하는 모순적인 모습을 보이곤 한다. 이렇게 남다른 '개성'적인 것을 추구하면서도 '자기 집단'과 동질감을 느낄 수 없게 되면 야멸치게 '차별'을 하는 이중적인 잣대를 들이미는 것이다. 여기에 더 나아가 이런 점을 사회적으로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가르치면서도 그것이 정작 자신의 일이 되면 '예외적인 일'이라면서 모순적인 행동을 반복하게 된다. 이른바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란 뜻의 줄임말이다. 그럼 책속으로 풍덩 빠져 보자.

<아빠를 면접합니다> 관점 포인트 : 이 책의 주인공은 나승찬이다. 햇살초등학교 4학년을 다니고 있다. 승찬이는 친구들과 놀고 있는데 한 친구에게서 깜짝 놀라는 말을 듣게 된다. 승찬이 엄마에게 남자 친구가 생겼다는 것이다. 더구나 그 남자가 생김새도 이상하고 하는 일도 이상하다는 말과 함께 말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엄마는 승찬이와 함께 단 둘이 살고 있었는데, 그런 엄마에게 남자 친구가 생겼다니, 그럼 승찬이에게 아빠가 생기는 것이다. 새아빠 말이다.

사실 승찬이는 어릴 적에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아빠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다. 그래서 친구들이 아빠와 함께 했던 일을 꺼내면서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사연을 듣고 있으면 부럽기도 하다가 없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복잡한 마음 상태가 되곤 했다. 그래서 엄마에게 남자 친구가 생겼다는 말을 들었을 때에도 사랑하는 엄마를 빼앗길 거라는 불안감도 들었지만, 드디어 아빠가 생겨서 친구들을 부러워하기만 했던 것을 척척 해낼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감이 부쩍 커지기도 했다. 그래서 승찬이는 '아빠 면접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기왕 아빠가 생기는 거라면 엄마에게 더 좋은 남자 친구를 소개시켜주기도 하면서 동시에 승찬이에게도 더할 나위 없이 멋진 아빠가 생겼으면 하는 바람에서 말이다. 그렇게 승찬이와 친구들은 '아빠 후보들'을 한 명씩 만나며 면접(?)을 시작하게 되는데...

초등학교 4학년이면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들기 시작하는 나이이고, 그런 이유로 감정이 예민하게 작용할 때이기도 하다. 그럴 때 아빠, 엄마와의 관계 형성에 매우 예민하게 반응해서 마음을 쉽게 상처 받기도 하고, 독립하고자 하는 마음도 점점 강해질 나이인지라 아빠, 엄마보다 '친구와의 관계'를 더 소중히 여기는 시기이기도 하다. 암튼 이래저래 예민하고 힘든 시기라는 말이다. 그런 4학년 승찬이가 '아빠 면접'을 시작한다는 이야기는 흥미로운 소재이면서 동시에 너무 복잡한 이야기가 될 위험도 있다.

하지만 <아빠를 면접합니다>는 그런 예민하고 복잡한 어린이의 심경은 다루지 않았다. 그보다는 새아빠가 생겨서 좋은 점에 더 치중하면서 희망적인 메시지에 더 큰 비중을 둔 작품이었다. 한편 '가족의 다양성'을 보여주면서 우리 사회에서 쉽게 마주 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가족의 모습'에 부정적이거나 위화감을 조성하는 그런 분위기는 싹 걷어낸 동화책이기도 하다. 오히려 새롭게 가족이 되면 참 좋은 일이 생길 수 있겠다는 희망찬 메시지가 가득 담겨 있기에 읽으면서 기분 좋아지는 느낌도 받았다.

나가는 글 : 우리는 좋은 것은 살리고 나쁜 것은 억누르려고 하는 속성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곤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니 나쁠 것이 전혀 없는 말 같지만, 애초에 '좋고 나쁨을 가르는 기준'이 애매모호하기 때문에 꽤 위험한 판단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를 테면, 천사는 좋은 것이고 악마는 나쁜 것이라고 쉽게 단정 짓지만, 겉모습은 '천사'이지만 속마음은 '악마'보다 못한 경우도 우리는 얼마든지 일상에서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린이들에게 좋고 나쁨을 갈라놓고 '좋은 것'만 보여주고, '나쁜 것'은 아예 원천차단하든 배제시키는 어리석은 짓(?)을 하는 어른들이 꽤나 많다. 말인즉슨, 가족의 형태조차 '좋은 가족''나쁜 가족'으로 이분법적으로 갈라놓은 경우다.

도대체 '좋은 가족'은 무엇이고 '나쁜 가족'은 무엇이란 말인가? 전통적이고 정상적이며 경제적으로 윤택하고 사랑과 행복이 넘치는 그런 '가족의 형태'가 따로 있다는 말인가? 그리고 그런 좋은 점만 가득한 가족의 형태에 '기준 미달'인 가족은 모두 나쁜 가족이란 말인가? 한때 아이들이 배우는 교과서에도 이런 식으로 정형화된 '가족의 형태'를 예로 보여주며 좋은 점만 한껏 부각했다는 지적을 받아 교과서 수정작업을 수시로 하던 때가 있었다. 애써 그 반대의 경우는 굳이 예로 들지 않았지만, 화목하고 단란한 가족의 모습을 '정형화'한 덕분에 그 예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난 형태를 띠면 '좋지 않다'고 오해하기 딱 좋았던 것이다. 또한 그 시절에 '한국드라마'에서는 "네까짓 게 감히 우리 아들/딸을 넘봐? 어림도 없어! 내 눈에 흙이 들어오기 전에는 절대 이 결혼 승낙할 수 없는 줄 알아라. 어디서 근본도 없는 것을 우리 집안에 들이려는게야. 네가 가문에 먹칠을 해도 유분수지. 언감생심 감히 어딜!"라는 투의 대사가 제대로 걸러지지 않고 방영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안 좋은 경우를 아예 어린이들이 볼 수 없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교육일까? 특히나 좋고 나쁨은 '둘 이상의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이 있을 때에 가르칠 수 있는 법이다. 천사가 아무리 좋다고 가르치려해도 악마를 보여주지 않는 이상 '천사의 무엇'이 진짜 좋은 것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바른 교육을 위해서라면 '이것이 좋다'고 가르치기 위해서는 '저것은 나쁘다'라고 비교대상을 보여주면서 가르쳐야 옳은 셈이다. 그런데 '좋은 가족', '행복한 가족', '화목한 가족' 따위를 가르치면서 '나쁜 가족', '불행한 가족', '불화한 가족'의 사례를 전혀 비교대상으로 삼지 않고 가르쳤으니 정말로 무엇이 좋았던 것인지 알 수도 없었고, 이런 식으로 '가족'을 좋고 나쁘다고 가르는 것도 전혀 바람직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지금의 교과서에는 '여러 다양한 가족의 형태'만 나열할 뿐, 행복이니 단란이니 그런 수식어를 전혀 쓰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책 <아빠를 면접합니다>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떤 가족의 형태가 좋다 나쁘다 가르지 않고 있어서 참 좋았다. 단지 주인공 승찬이에게 이런 저런 성격의 '엄마의 남자 친구 후보들'을 열거하면서 복잡한 '승찬이의 마음'을 엿볼 수 있게 이야기를 구성했다. 이게 참 세련되어 보이기도 했다. 세상에는 '정답'이 없는 것이 더 많다. 좋은 아빠, 좋은 엄마라는 '기준'도 함부로 정할 수 없는 것이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잘 어우러질 수 있도록 응원하는 것이 '최선'일 뿐이다. 이런 평가기준으로 본다면 이 책 <아빠를 면접합니다>는 아주 훌륭하다. 엉뚱한 제목이라 깜짝 놀랄 수 있겠지만 읽다보면 마음이 훈훈해지고 사회적 시각으로 '민감'하게 반응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걱정을 털어버리고 유쾌하게 읽어갈 수 있어서 또 한 번 감탄을 자아내게 해주는 동화책이다.

#리뷰 #에세이 #아빠를면접합니다 #원유순작가 #김다정작가 #가족 #다양성 #존중 #이해 #동화 #한솔수북 #책이있는구석방 #추천도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7 대한민국 트렌드 - 과연 그 트렌드는 진짜 트렌드가 됐을까? AI와 인간이 함께 읽어낸 사람·소비·일의 8가지 키워드
조성호 지음 / 길벗 / 202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길벗출판사 얼리 리더 자격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2027 대한민국 트렌드 : 과연 그 트렌드는 진짜 트렌드가 됐을까? AI와 인간이 함께 읽어낸 사람·소비·일의 8가지 키워드> 조성호 / 길벗 (2026)

[My Review MMCCCXLVIII / 길벗 1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리뷰전문잡지 <책이 있는 구석방> 일백일흔일곱 번째 리뷰는 8가지 키워드로 2027년 대한민국 트렌드를 예측해 볼 수 있는 <2027 대한민국 트렌드>다. 2026년 올해에 가장 큰 이슈는 단연 AI다. 과거 2040년 이후에나 상용화 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오픈AI의 챗GPT와 엔비디아가 내놓는 제품과 실적 등으로 AI 생태계는 우리 일상으로 훌쩍 다가왔고, 그로 인해 AI 관련 산업은 엄청난 호황을 맞이했다. 그러나 장기화되는 '러시아-우크라 전쟁'에 이어 '미-이란 전쟁'까지 끝날 듯 끝나지 않고 있어 유가를 미친듯이 오르락내리락하게 만들고 있고, 그로 인한 세계 경제의 빨간불이 좀처럼 꺼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끝나지 않는 전쟁은 없다'는 진리가 있다. 당장은 앞날을 점칠 수 없을 만큼 깜깜하지만 결국 전쟁은 끝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2027 트렌드'는 무엇을 주목해야 하는가? 여기 '2027 트렌드 키워드'로 8가지를 꼽았다. 그럼 그 키워드가 무엇인지 알아보자.

<2027 대한민국 트렌드> 관점 포인트 : 이 책 <2027 대한민국 트렌드>가 선정한 8가지 키워드는 바로 'SHEPHERD(셰퍼드)'다. 우리말로 '양치기' 또는 '보호자'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단어다. 그럼 2027년에는 전망 좋은 직업으로 '양치기'가 선정되었다는 말일까?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2027년은 '정미년'으로 '붉은 양의 해'라고 한다. 정말 그래서 '셰퍼드'를 트렌드로 선정한 것일까? 그건 아니고 '8가지 키워드'의 이니셜(앞글자)를 모으니 셰퍼드가 되었던 것이다. 그럼 8가지 키워드를 살펴보자.

하나 Shiftism(자산전환), 둘 Human-in-Command(주도권설계), 셋 Emotion Asset(감정자산), 넷 Personal Venture(자기경영), 다섯 Human Touch(인간가치), 여섯 Essential Down(본질회복), 일곱 Recology(맥락독해), 여덟 Deep Chenk(신뢰검증) 이렇게 8가지다. 나는 '영어세대'가 아니다보니 영어어휘보다는 '한자어휘'로 풀이한 것이 더 한 눈에 들어왔다. 그 가운데 유독 눈에 띈 것은 '자산전환', '감정자산', '인간가치', 그리고 '신뢰검증' 이렇게 4가지였다. 이중에서도 가장 핵심 포인트는 다름 아닌 '신뢰검증'일 것이다.

이제 우리 일상에서 AI는 떼려야 뗄 수 없게 되었다. 간단한 질문부터 복잡한 일처리까지 AI를 쓰지 않고서는 살 수 없고, 일할 수 없는 시대가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AI가 내놓은 결과물'에 무한한 신뢰를 보내고 있는가? AI가 대답도 잘하고 일도 잘한다는 사실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AI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겠냔 말이다. 솔직히 말해서 그다지 신뢰를 하지 않는 편일 것이다. 그래서 AI에게 질문하고도 '교차검증'을 하고 '팩트체크'를 하며, AI가 만든 결과물이 맘에 쏙 들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인간이 고치고 수정하고 디테일을 꼼꼼하게 살피고 또 살폈던 경험이 다들 있으실 것이다. 그 유명한 AI의 할루시네이션(그럴듯하게 허구로 생성해낸 잘못된 결과물)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AI로 작성한 '광고문구'를 보고 고객들이 '바로구매'를 결정하지 않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구매자들이 선호하는 문구를 AI가 고르고 골라서 추천해서 만든 '광고'가 너무 많아지니 이것도 좋아보이고 저것도 좋아보이게 되자 소비자들이 지갑을 쉽게 열지 않더라는 이야기다. 왜 그럴까?

AI가 생성한 결과물은 겉보기에는 상당히 완벽해 보인다. 부족할 것도 없고 똑부러지게 알아서 잘 깔끔하게 결과물을 생성해냈는데도, 막상 곰곰이 들여다보고 있으면 'AI가 만든 것'이라는 것을 알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정말 완벽한데 말이다. 그건 다름 아닌 '인간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인간인 우리가 먼저 알아차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AI가 완벽하게 만들어낸 결과물이 아닌 '인간의 손'이 가미된 댓글이나 감상평, 사용후기 등과 같은 것들로 한 번 더 '확인(검증)'을 한 뒤에야 비로소 지갑을 열고 구매를 결정하는 경향을 엿볼 수 있었다는 얘기다. 그러니 앞으로는 이런 AI에 대한 '신뢰검증''인간가치'가 더욱더 폭넓게 자리 잡게 될 것을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이렇게 인간적인 면에 사람들이 더욱 주목을 하는 트렌드가 활성화되면 어떤 현상이 벌어지게 될까? 그에 앞서서 요즘 사람들이 가장 주목하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바로 '자산 움직임'이다. 인류 역사를 움직이는 결정적인 원동력은 다름 아닌 '경제'였기 때문에 요즘 사람들이 '자산'에 주목하는 것이 새삼스러울 일도 아니다. 하지만 과거에는 단순히 자산을 아끼고 모아서 불려나가는 방법 하나만 고수했다면, 최근에는 부동산과 더불어서 주식과 코인 등 자신이 애써 모은 자산을 좀 더 다양하고 적극적으로 운용하는 트렌드를 피부로 확 느낄 것이다. 세계 경제가 전쟁과 불황 등의 여파로 자산의 움직임이 더욱 복잡해지고 불안정해진 탓에 많이 위축된 모습을 보이는 것과는 다르게 '대한민국 경제'만은 나홀로 활황을 맞이한 듯 '자산전환'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대한민국은 전통적으로(?) 저축에 치우친 경향을 보여줬는데, 최근에 부쩍 상승한 주가에 큰 영향을 받은 듯 '주식'에 투자한 자산이 엄청나게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단적으로 저축만으로는 가파르게 오르는 물가를 따라잡을 수가 없어서 '손해'를 보느니 주식 등의 투자를 통해서 '자산가치'를 물가상승에 발맞춰 불려나가는 것이 더 안정적이라는 트렌드에 휩쓸린 결과라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자산전환'을 어렵게 느끼지 않는 시대가 되자 경제 트렌드도 바뀌게 되었다. 여기서 바로 '감정자산'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앞서 AI가 내놓은 결과물을 무한한 신뢰를 보내지 않고 '인간미'가 물씬 나는 것에 더 구매욕구를 높인다고 말했는데, 이런 트렌드에 발맞춰서 사람들도 자산을 불려나가는 방법에 몰두하게 되었고, '주식투자'에 뛰어들면서 '자산전환'도 활발하게 함과 동시에 직업도 하나가 아닌 'N잡러'를 추구하게 되었다는 말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자신만의 특별함'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었다. 물론 어렵고 복잡하고 힘든 일은 AI에게 맡길 것이다. 허나 AI가 내놓은 결과물에 '인간미'를 가미하기 위해서 바로 '자신만의 특별함'을 추구하게 된 것이다. 이것이 바로 '감정자산'이 된다는 얘기다.

나가는 글 : 향후 '생성형 AI'가 더 발달해서 AI가 만든 것인지 인간이 만든 것인지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한 결과물을 내놓게 되는 시대가 펼쳐지면 모르겠지만, 앞으로 상당 기간은 'AI와 인간이 함께 일하는 시대'가 펼쳐지게 될 것이다. 이 때 주목해야 할 것은 인간이 AI를 잘 활용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얼마나 AI를 잘 이끌어나가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다시 말해, AI와 인간의 협업은 '인간의 판단'에 의해 결정되는 트렌드가 펼쳐질 것이란 말이다. 특히 전세계를 선도하는 대한민국 트렌드가 모두의 주목을 끌 것이며 '대한민국 트렌드'가 전세계를 이끌어나갈 것이 분명한 2027년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단순히 'AI 트렌드 분석'에 근거한 그럴싸한 전망이 아니다. 지금 현재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나라가 대한민국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초강대국인 미국을 비롯해서, 유럽 각국과 중국과 일본 등을 대한민국이 '압도'할 것이라는 환상 같은 이야기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 나라를 벤치마킹하며 성장발전했던 대한민국이 이제 거꾸로, 그들 나라들이 대한민국을 벤치마킹하면서 배우고 따라하는 현실을 감안해서 하는 이야기다. 한류열풍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었다. 미국의 젊은이들이 'K-pop''K-드라마'에 열광하며 'K-뷰티', 'K-푸드'까지 무서울 정도로 호감을 표하며, '한국문화'에 심취하고 '한국어'까지 배우려고 열심인 트렌드가 점점 더 짙어지고 있다. 비단 미국 뿐만이 아니다. 유럽 골목에서 'K-바비큐'라고 소개된 식당에 길게 줄을 서가며 오래 기다렸다가 한식을 먹고, 남미의 청소년들이 'K-pop' 아이돌 음악에 몸을 흔들며 춤을 추는 경연대회에 참가하려 장사진을 펼치고, 아프리카의 어린이들이 학교에서 '제2외국어'로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풍경은 더는 낯선 풍경이 아니다. 전세계 사람들이 '한국이 만든 것'에 무한 신뢰를 보내며 다른 나라의 제품보다 더욱 열광적으로 선호하며 심지어 가격이 더 비싼데도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현상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한국의 전통을 고집하고, 한국의 것으로 세상을 점령하기 위해 우리가 발벗고 나서서 '한국의 문화를 알렸기' 때문이 아니다. 그저 대한민국 사람들은 더 잘 살고 싶다는 욕망을 실현시키기 위한 가장 합리적인 행동을 했을 뿐인데, 대한민국이 1950년대 이후 식민지로 수탈 당하고, 전쟁으로 폐허된 이 땅에서 불과 70년 만에 세계 경제 10위권이라는 성적표를 내놓고, 이것을 전세계가 '검증'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드디어 깨달았다. '한국의 방식 세계 최고가 되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말이다. 다시 말해, 대한민국이 가는 길이 정석이고 정답이란 말이다. 여기에 우리는 기대에 부합하는 기여를 해야 한다. 바로 '올바른 트렌드 전망' 말이다. 단지 AI에게 물어보고 AI가 트렌드 분석을 한 것을 그대로 내놓은 것이 아니다. 거기에 '인간이 녹여낼 수 있는 최고의 자산'을 가미하고 협업을 해야 한다. AI의 드넓은 시야에 오직 인간만이 내릴 수 있는 최적의 판단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여기 <2027 대한민국 트렌드>에 우리가 주목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2027대한민국트렌드 #2027트렌드 #2027트렌드키워드 #트렌드전망 #트렌드책 #AI트렌드 #신간도서 #책추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환상의 도서관 책담 청소년 문학
김인영 외 지음 / 책담 / 202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솔수북 서포터즈 자격으로 도서를 제공받고 쓴 리뷰입니다

<환상의 도서관> 김인영, 전건우, 정명섭, 설민영 / 책담 (2026)

[My Review MMCCCXLVII / 책담 2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리뷰전문잡지 <책이 있는 구석방> 일백일흔여섯 번째 리뷰는 도서관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미스터리, 호러, 공상과학, 판타지 등 여러 장르의 단편 소설을 만날 수 있는 <환상의 도서관>이다. 수록된 작품은 <너라서 고마워>(김인영), <유령 도서관 사수기>(전건우), <도서관을 찾아서>(정명섭), <던전 도서관>(설민영)으로 4개다. 어릴 적부터 도서관을 좋아했기 때문에 그곳을 작품배경으로 삼은 책도 덩달아서 즐겨 읽곤 했는데, 이 책에 수록된 4편의 작품은 그것과는 사뭇 다른 재미를 선사하였기에 흥미를 돋우는 단편집이기도 했다. 더구나 네 작품 모두 '도서관에서는 꿈과 희망을 얻을 수 있다'는 주제를 품고 있어서 더욱 좋았다. 독서논술을 가르치는 선생이라서 아이들과 수업이나 견학, 체험활동 등을 도서관에서 자주 했기 때문에 더욱 감명 깊었다. 그럼 책 속으로 풍덩 빠져 보자.

<환상의 도서관> 관점 포인트 : 최근의 아이들은 학교에서 뿐만 아니라 부모님들도 '독서교육'에 관심이 많아졌고 전문가 못지 않은 실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도서관을 자주 이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불과 10~20년 전만해도 '독서교육'이 도입된 지 초창기의 형태를 띠고 있었기 때문에 도서관은 주로 시험공부를 하기 위한 '독서실' 용도로 쓰이기 일쑤였다. 그런 탓에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때나 도서관이 만원 사례였고, 다른 기간에는 한가한 편이었다. 그래서 나는 주로 수업이 없는 '평일 오전'이나 '주말 오후'에 도서관을 애용하곤 했는데, 그 당시만 해도 도서관은 늘 한적한 공간을 제공해 주었다. 그런데 요즘에는 언제나 도서관이 바글바글하고 책 대출도 어마어마한 수준으로 하고 있어서 참 격세지감을 느끼고는 한다. 다른 동네는 모르겠지만 내가 살고 있는 동네는 장난이 아니다.

더구나 초등학생들이 도서관에서 읽는 책들은 '학습만화'가 거의 전부였는데, 요즘에는 '학습만화' 뿐만 아니라 정말 다양한 책을 아이들이 책탑을 쌓아가며 읽고 있는 모습에 깜짝 놀라곤 한다. 그럴 때면 어김없이 '직업병'이 도져서 아이들이 읽고 있는 책을 슬며시 곁눈질로 훑어보며 '독서지도'를 하고 싶은 맘은 굴뚝이지만, 요즘에는 아이들에게 함부로 '아는 체'를 하면 곱게 보는 시선이 아닌 것을 잘 알기에 그저 내가 대출하려고 하는 책만 싸들고는 자리를 떠나곤 한다. 그래서 이 책에 수록된 두 번째 이야기인 <유령 도서관 사수기>에 나오는 '지박령'이 되어서 아이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방식으로 '독서지도'를 해주면 어떨까 하는 상상도 해봤다. 그럼 아이들이 정말 재밌어하며 도서관을 더욱 흥미진진하게 찾아오지 않을 싶기 했다.

이런 나이기에 이 책 <환상의 도서관>을 읽으며 대만족했던 것이 바로 '모든 도서관에서는 꿈과 희망을 찾을 수 있다'는 메시지였다. 다리 부상을 당한 배구 유망주가 찾아온 도서관에서는 꼭 배구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성공한 인생을 살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해줬고, 아무도 찾지 않아 팔릴 뻔한 유령 도서관이 제대로 컨셉을 잡으니 문전성시를 이루며 유령 도서관을 찾는 모든 이들에게 색다른 재미와 행복을 느끼게 해준다는 메시지도 참 좋았다. 또한 전쟁과 기후 변화로 인해 꽁꽁 얼어버린 지구에서 햇빛조차 들지 않고 주변이 온통 눈과 얼음으로 뒤덮혀 버린 폐허 같은 지구를 다시 살릴 수 있는 희망이 바로 도서관이라는 설정도 정말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상상하는대로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는 판타지 같은 도서관이란 공간이 무시무시한 괴물에 의해서 파괴될 위기에 빠졌는데, 그 위기를 극복할 주인공이 어릴 적 읽었던 동화책에서 희망을 찾고 문제를 해결하는 장면에서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도 있었다.

나가는 글 : 물론 실제 도서관에서 겪을 수 있는 '일상'과 책속의 도서관에서 펼쳐지는 스펙타클한 '모험'은 매우 다를 것이다. 그렇지만 도서관 서가에 꽂혀 있는 책을 펼쳐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수없이 많이 꽂혀 있는 책 하나하나에 단순히 '지식'만 담겨 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열쇠'도 함께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 열쇠의 정체는 바로 '지혜'다. 상상력을 발휘하는 지혜이기도 하고, 통솔력을 기를 수 있는 지혜이기도 하며, 무엇보다 꿈을 이룰 수 있는 용기를 불어넣어주고 희망을 심어주는 지혜다. 책을 읽는다는 행위는 바로 이런 모든 지혜를 얻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물론, 처음부터 얻을 수 있는 지혜는 아니다. 꼴랑 책 한 권 읽었다고 그런 지혜를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믿는다. 열 권의 책을 읽은 사람은 그 믿음을 느끼기 시작한다. 백 권의 책을 읽은 사람은 그 지혜가 자신의 것이 된 것도 느낄 수 있다. 천 권의 책을 읽은 사람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용기가 충만해지고, 만 권의 책을 읽은 사람은 비로소 세상의 모든 지혜가 책 속에 있음을, 세상의 모든 문제를 책에서 얻은 지혜로 해결할 수 있음을 굳게 믿게 된다.

그렇기에 우리 어린이들은 도서관을 제 집처럼 들락날락거려야 한다. 책을 읽지 않고 놀러 가기만 해도 좋다. 도서관에서 놀면 더 재밌다는 사실만 깨달으면 된다. 공부는 하지 않고 친구들과 수다만 떨어도 좋다. 그곳이 도서관이라면 도서관은 뭘 하든 즐거운 곳이 될 수 있음을 깨닫기 때문이다. 그렇게 도서관이 일상이 되면 평생을 도서관과 함께 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도서관에 '책도 있음'을 깨달을 때가 온다. 그때 비로소 책속에 담긴 지혜를 하나둘 꺼내 쓸 수 있게 될 것이다. 최고의 독서교육은 아이의 손을 잡고 도서관을 방문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적어도 나는 그리 믿는다.

이 책 <환상의 도서관>이 주는 '메시지'도 중요하지만, 우리 곁에 가까이 있고, 항상 그곳에 있는 '도서관'을 자주 찾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곳에 있는 꿈과 희망을 보물찾기하듯 책속에서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이 책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