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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스페이스 오디세이 ㅣ 스페이스 오디세이 시리즈 2
아서 C. 클라크 지음, 이지연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2월
평점 :
1편에 해당하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결말은 '지적인 외계 생명체'의 존재를 확인하며 끝을 맺었다. 그로부터 9년 뒤에 해당하는 이야기인 <2010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시작은 목성 근처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하고 불현듯 사라져버린 '디스커버리 호'의 마지막 승무원인 마지막 외침을 추적해나가는 일이었다. "세상에 별이 너무나 많아"라는 말은 과연 무슨 뜻이었을까? 지구에 남겨진 이들에겐 숙제같은 외침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도대체 'HAL 9000'은 왜 고장나지도 않은 안테나가 고장났다고 박박 우겼던 것일까? 인공지능 컴퓨터가 '거짓말'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때문에 '동면'중이던 승무원은 살해당했고, 깨어있던 두 명의 승무원 중 한 명은 'HAL의 계략(?)' 때문에 죽고 말았고, 나머지 한 명만이 유일하게 살아남아 'HAL 9000'의 전두엽에 해당하는 메모리칩을 모조리 빼버리고 겨우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렇게 망가진 디스커버리에서 마주친 '지적 외계 생명체'와의 조우는 또 다른 우주로 여행을 떠나게 만들었다. 이런 사실을 알 리가 없는 지구인들은 '버려진' 디스커버리 호와 랑데뷰하기 위해서 탐사대를 떠나보내게 된다.
그렇게 만반의 준비를 하고서 목적지인 '목성의 대기권'으로 향하는데, 불청객이 등장하고 만다. 애초에 디스커버리 호를 조사하기 위해 파견된 우주인은 우주강국인 '소련과 미국'에서 선발된 숙련된 이들이었는데, 이들이 목적지인 목성에 도달하기도 전에 '중국'의 첸 호가 비밀리에 만들어져서 먼저 출발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렇게 경쟁 아닌 경쟁이 붙게 되고 누가 먼저 디스커버리 호와 랑데뷰를 할 지 궁금한 가운데 '첸 호의 궤도'가 요상하기만 하다. 분명 먼저 도착할 것이 뻔한데도 빙 돌아서 가는 듯한 이상한 항로를 잡은 것이다. 그나저나 '첸 호'는 되돌아갈 연료마저 소비하듯 추진력을 발휘하여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 수상쩍다. 뭔가 꿍꿍이라도 있는 걸까? 아니나 다를까. 첸 호는 디스커버리 호에 도킹하기 전에 '연료보충'을 할 목적으로 목성의 위성인 에우로파로 향하고 있었다.
왜 하필 에우로파 였을까? 그건 에우로파가 엄청난 '물'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단지 '대기'가 얇아서 얼어붙은 위성이었지만, 거대한 목성 덕분에 중심부에는 거대한 열을 가지고 있었고, 표면의 얇은 얼음만 뚫으면 얼마든지 '물'을 보충할 수 있었던 것이다. 거기다 '중국'이 인류 최초로 에우로파에 착륙하게 되었으니 최초로 '우주식민지'를 소유했다고 선포할 가능성도 짙었다. 물론 미국과 소련이 순순히 놔둘리는 없지만 말이다. 그러나 에우로파에 착륙한 첸 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지고 만다. 이런 광경을 어이 없게 바라보던 탐사대원들은 에우로파의 마지막 생존자라고 말하는 이의 '마지막 전언'을 듣게 되는데, 첸 호가 파괴된 까닭은 '에우로파의 괴생물체' 때문이라고 한다. '외계의 지적 생명체'에 이어 '태양계 안에도 괴생명체'가 살고 있다는 놀라운 소식이 전해지게 되는데...
1편과 달리 2편에선 굉장히 빠른 몰입감으로 독자들을 빠져들게 만든다. 이후에 밝혀지는 '디스커버리 호의 비밀'과 'HAL 9000'의 이야기도 분명 '놀라움, 그 자체'일 것이다. 도대체 이런 소설이 1982년에 쓰여졌다는 사실이 믿겨지는가? SF 장르의 붐은 '20세기 초'였다고 한다. 물론 21세기인 오늘에도 SF 장르는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점점 시들해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일 것이다. 요즘엔 '외계인의 존재'나 'UFO의 진실' 따위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들조차 드물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우주의 신비'가 확 깨져버린 탓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SF계의 마지막 보루라고 여겨지는 '마블영화'조차 <엔드 게임> 이후로 관심이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아이언맨의 죽음' 때문이고, 이후에 나온 <후속작>들이 하나같이 폭망한 까닭일 것이다. 한마디로 '듣보잡 히어로의 등장'으로 재미가 없어졌다. 이미 <엔드 게임>을 벌일 정도로 스케일은 커졌는데,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잡영웅'이 나타나서 '어벤져스'보다 더 쎄다고 주장한다면, 관객들에게 씨알이나 먹히겠느냔 말이다. 이처럼 SF 장르는 '익숙해진'만큼 '낯선 인물, 낯선 스토리'에 올드팬들의 반발이 심한 편이다.
그래서 <스페이스 오디세이> 같은 '고전 SF소설'이 더욱 대단한 것이다. 오래 되어 식상해질 법도 한데, 막상 읽어보면 전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21세기 독자들에게 '목성'까지 가는데만 2년이 넘게 걸리는 낡은 우주선을 타고 떠나는 모험이야기가 눈에 들어오기나 하겠느냔 말이다. 그런데 묘하게도 그런 '낡은 스토리'가 재밌다. 외계인의 존재를 믿기 힘든데도 속속 등장하는 '외계 생명체'에 호들갑을 떨게 만들 정도로 재밌단 말이다. 이게 말이 되나? 더군다나 스토리 전개는 느려터져 죽을 지경이다. 게다가 읽어도 뭔 내용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 '과학적 설명'은 왜 그리도 길고 자세하게 늘어놓는 것인지... 그런데도 그런 몇 가지만 조금 참고 '소설의 도입부'를 넘어가면 '미친 몰입감'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앞에 늘어놓은 지루한 설명은 뒷부분에 전개될 스펙타클한 스토리라인을 위한 '밑밥'이었던 것이다. 그 밑밥을 찔끔찔끔 먹다가 제대로 코가 꿰어서 낚일 운명이 기다리고 있단 말이다.
이제 겨우 2편일 뿐이다. 3편과 4편에서 벌어질 이야기도 빠르게 소개하도록 하겠다.